105화 - 안녕히계세요 여러분! (1)
제2회 오버 더 퍼펙트.
아직 방송 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시청자들이 평소보다 더 많이 모인 이유였다.
-1회 OTP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회라니!
-엊그제는 아니고 몇 주 전임 ㅎㅎ
-그 사이에 인원 2배 된 거 무엇 ㅋㅋㅋ
-진짜 ㅋㅋ 1회가 5천 명인가 봤는데
-지금은 대기 인원만 1만ㅋㅋㅋ
-이스케이퍼스 방송에 이정도 시청자는 처음 아님?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냐구!
-다들 아닌 척 했지만 사실 이스케이퍼스를 좋아했구나?
-임프리즈너 시작도 전부터 행복사할 듯 ㅋㅋㅋㅋ
채팅창은 이미 시끌벅적했다.
이내 방송 시간이 되자 화면이 전환됐다.
“트하!”
이경복의 반가운 인사에 채팅창이 활화산처럼 솟구쳤다.
-(퍼하콘)(퍼하콘)
-퍼하!
-크~ 방송시간 칼같이 지키는 거 보소
-그것이 엘든유일검이니까(끄덕)
-아 ㅋㅋ 오늘 숙제방송이라고! 타겜 언급 하지 말라고!
-ㄹㅇㅋㅋ 선생님들 자기 수업 시간에 다른 과목 숙제하는 거 시러하자너
-그 숙제가 아니자넠ㅋㅋㅋㅋㅋ
그의 등장만으로 분위기가 살아났다. 이윽고 기다렸다는 듯 후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하의발전속도’님이 ‘3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응애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회차 구독자 이벤트라니!]
[‘재구독완료’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혀엉? 이번에 참가자들 스펙 봤어?]
[‘그스그시’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스그시는 과학이다 ㅋㅋ 어? 진짜 퍼청자네?]
이경복은 가볍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고 눈을 크게 떴다.
“후원 감사드립니다! 아, 저 안 그래도 말씀 드리려고 했어요. 진짜 이번에 인증 올라온 거 보고 놀랐다니까요?”
-인증? 무슨 인증?
-트나잇 가면 퍼청자들 스펙 인증한 거 있음 ㅋㅋㅋ
-와 ㅋㅋㅋ 진짜 개지리더라
-같은 트수일 줄 알았는데……
-날 속였어!
시청자들 역시 공감한다는 듯 채팅이 올라왔다. 하지만 일부 상황을 모르는 이들도 있었기에 이경복은 말을 이어갔다.
“사실, 명문대 나오신 분들 봤을 때는 ‘오오’ 이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멘사 회원에 로펌이나 금융 쪽 분들이 나오니까 눈이 번쩍 뜨이더라고요. 이렇게 머리 좋은 분들이 내 방송을 보고 계신다고? 하고요”
-엌ㅋㅋㅋㅋ 이건 찐텐이네
-진짜 눈 커진 거 보소 ㅋㅋㅋ
-로펌 출신 퍼청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 말이야
-아 ㅋㅋ 처신 잘하라고
-대학 인증한 트수 바로 쩌리 됐자너 ㅋㅋㅋ
-???: 네가 커서 된 게 나다 이 자식아
-이거 아무리 갓플이라도 좀 빡센데 ㅋㅋㅋ
생각보다 참가자들의 스펙이 화려했다. 그 사실에 이경복은 놀라기는 했지만 위축되지는 않았다.
“에이, 탈출은 다릅니다. 공부 머리랑은 이게 또 별개거든요. 저만 해도 보세요. 명문대 나온 것도 아니고 일반 회사원이었잖아요?”
-퍼자감 ON!
-고건 맏찌 ㅋㅋㅋ 공부 잘한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긴 해
-나 같은 트수도 탈출할 수 있는 거지? 맏찌?
-탈출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않이;;; 근데 님은 연산량이 일반인의 5배가 넘잖슴!
-어? 생각해보니 그르네?
-아 ㅋㅋ 슬슬 시동거네 또
이경복은 채팅 흐름에 어깨를 으쓱였다.
“연산량이 많은 건 제 태생이니까 어쩔 수 없죠. 일부러 생각을 더디게 할 수는 없잖아요?”
-바로 기만숨결 선공 들어왔쥬?
-???: 태생부터 다른 격차 따라잡을 생각 말 것
-???: 어떻게 해야 멍청해지는 거지?
-알고 보니 탈출은 재능순이었쥬?
-하여간 있는 사람이 더 한다니깐!
-연산량 부익부 빈익빈 무엇?
-아 ㅋㅋ 두뇌 혁명 마렵네
-두뇌 혁명은 뭔데 ㅋㅋㅋㅋㅋ
-브레인 레볼루숑!
-그게 공부 아님? ㅋㅋㅋ
이경복은 시청자 반응에 흡족해하다가 가볍게 손뼉을 치며 주의를 돌렸다.
“하지만 이번 참여자분들 모두가 그런 분들은 아닙니다. 트나잇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다른 테스트도 봤었죠?”
-두유 노우 퍼플?
-ㄹㅇㅋㅋ 편집자님 트렌드 반영 미쳤음
-월클밈 생기자마자 적용시켜 버렸자너 ㅋㅋㅋ
-근데 그거 의외로 어렵던데?
-예상보다 빡시긴 했음
-변별력 있는 문제 몇 개가 어려웠지ㅋㅋㅋㅋ
-퍼플 때문에 안 생긴 챌린지 고르라는 것도 있었는데 틀림
-그거 유유챌린지잖슴!
-바로 답 나오누 ㅋㅋㅋ
-킹직히 퍼청자면 다 풀 수 있음
-당첨된 트수들 개부럽 ㅠㅠ
이경복은 미소와 함께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네. 그럼 간단하게 안내부터 시작할게요.”
슬슬 본격적으로 광고 방송을 진행해야 할 때였다.
“자, 오늘은 제2회 오버 더 퍼펙트, OTP가 감사하게도 이스케이퍼스와 함께하게 됐습니다!”
-오 ㅋㅋ 편집점이냐구!
-슬레이트 치겠습니다! 짝!
-큐하! 큐하!
-이스케이퍼스 고티죠? 이스케이퍼스 고티죠?
-탈출은 역시 이스케이퍼스지!
-퍼청자들 바로 숙제모드로 바뀌는 거 보소 ㅋㅋㅋ
-꽉 잡아! 떡상간다!
이경복의 멘트와 함께 채팅창도 그 흐름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퍼즐과 퀴즈 테스트를 통해 선발된 89명, 그리고 저와 관련된 퀴즈를 풀어주신 시청자 10분, 그리고 저까지 총 100인이 진행하는 탈출 서바이벌! 그런데 이번 OTP는 1회와 약간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가득해졌다.
“지난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약간 퍼즐을 다르게 풀어서요. 이게 공정성에 문제가 될 것 같아 제약을 두려 합니다.”
-않이 ㅋㅋ 약간이 아니잖슴!
-은근슬쩍 축소하는 거 보소?
-퍼플/논란/0.1g
-???: 고도로 발달된 신체는 뇌지컬과 구분할 수 없다
-킹직히 대회니까 뇌지컬만 쓰는게 맏찌 ㅋㅋ
-ㄹㅇㅋㅋ 피지컬 쓸 수 있으면 그냥 압살이지
-아 ㅋㅋ 이스케이퍼스 피지컬 특화 겜이라고 알려지면 안 되자너
-임프리즈너가 왜 해명했겠냐구!
시청자들은 바로 그 페널티가 무엇인지 알아들었다. 하지만 이경복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 피지컬 요소로 답 찾는 건 어디까지나 공정성 때문이고요. 여기에 덧붙여 이벤트 요소로 페널티를 정할 거예요.”
-?
-페널티가 더 있다고?
-정한다니?
채팅창이 의문으로 가득해지자 이경복은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이내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이자 화면에 목록이 나왔다.
[페널티 리스트]
[1. 시작 대기 - 10분]
[2. 간헐적 감각 교란 – 1분 지속]
[3. 퍼즐 제한 시간 – 50% 감소]
[4. 퍼즐 도전 기회 - 1회 고정]
-뭐임? 이게 뭐임?
-1번은 그냥 시작하고 10분 동안 가만히 기다리는 거?
-ㅇㅇ 맞는 듯
-2번은 뭐지? 감각교란?
-RPG의 상태이상 같은 거 아님? ㅋㅋㅋ
-주기적으로 상태이상에 걸린다는 건가 ㅋㅋㅋㅋ
-3번도 쫄릴 것 같은데?
-ㄹㅇㅋㅋ 제한시간 돌아가면 머리 잘 안 굴러감
-4번은 어떤 퍼즐이든 1트 고정인듯
-한 번 실패하면 바로 탈락이라고?
-전부 거를 타선이 없누 ㅎㄷㄷ
시청자들은 페널티 항목을 보고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안 그래도 경쟁자들이 쟁쟁한데 이 정도 페널티까지 감수하겠다니?
“자, 이 중에 하나를 룰렛을 돌려 선택할 건데요. 그냥 선택하면 또 재미가 없잖아요?”
이경복은 싱긋 웃으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와 함께 투표창이 나타났다.
투표 항목은 페널티 리스트와 같았다.
“룰렛에서 각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러분의 투표율과 같습니다. 만약 여러분 모두가 하나에 투표하면 무조건 적용이 되겠죠? 그럼 지금부터 상의 시간 딱 30초, 30초 드립니다!”
그와 함께 30초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채팅창은 바로 분주해졌다.
-않이 ㅋㅋㅋ 갑분시참 무냐고!
-이게 바로 방송천재의 시참?
-시간 없어! 무적권 1번!
-고인물들 사이에서 10분 격차면 끝이지 ㅋㅋㅋ
-10분 동안 아무고토 못하쥬?
-2번 가자! 2번!
-이벤트 내내 고통 받으려면 2번이 맏따
-길게 보면 2번이 무조건 답임
-닥 3번이지 ㅅㅂ
-지금 타이머 돌아가는 것만 봐도 3번이 답
-ㄹㅇ 어질어질하자너
-왜 다 갓플 괴롭힐 생각만 하냐구!
-갓플 우승시키려면 4번!
-ㄹㅇㅋㅋ 어차피 갓플은 1트만 하는데
-4번은 사실상 페널티가 아니자너 ㅋㅋㅋ
-혼란하다 혼란해!
시청자들은 즉시 나누어져 의견을 개진했다. 하지만 그 의견을 통합하기에 30초는 너무 짧았다.
“자, 여기까지!”
이경복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손뼉을 강하게 쳤다. 그와 함께 폭풍 같았던 채팅창이 일순간 멈추었다.
“채팅창 열렸습니다. 비밀 투표라서 소신껏 정하시면 됩니다.”
그의 옆에 룰렛이 나타났다. 4분할된 원판에는 번호가 붙어 있었다.
이윽고 투표가 종료되고 얼었던 채팅창이 다시 풀렸다.
-이벤트 시작 전부터 꿀잼이눜ㅋㅋㅋㅋ
-4번 선택한 간신 없제?
-간신 ㅇㅈㄹ ㅋㅋㅋㅋ
-킹직히 갓플 아니면 4번 완전 무서운 페널티인디 ㅋㅋ
-진짜 ㅋㅋ 1트만 되면 압박 미칠텐데
-얼른 결과 공개해줘잉!
시청자들의 아우성에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 여러분이 선택한 룰렛! 지금 공개합니다!”
투표 결과가 반영되자 룰렛의 원판이 찰흙처럼 크기가 변형됐다.
그리고 그 결과.
[1번 – 28%] [2번 – 43%]
[3번 – 27%] [4번 – 2%]
2번 항목이 약 절반을 차지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오 2번이 젤 많누ㅋㅋㅋ
-아 ㅋㅋ 상태이상 못 참지
-미친 ㅋㅋ 4번은 2%밖에 안 되네
-우리 갓플 괴롭히지 말라구!
-아모른직다!
-2% 확률이면 혜자 아니냐?
-만해도 뚫었는데 2퍼는 그냥 맞추지 ㅋㅋ
시청자들의 반응에 이경복은 손을 내저었다.
“이건 제가 돌리는 거 아닙니다. 직접 돌리면 주작 논란이 있을 수 있어서요.”
-엌ㅋㅋㅋㅋㅋㅋㅋ
-고것도 맏찌 ㅋㅋㅋ
-갓플이면 그냥 마음대로 고를 수 있을 듯
-오? 돌아간다!
-자동으로 돌아가는 걸로 설정해뒀누 ㅋㅋㅋㅋ
그 사이 룰렛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모두의 주목 아래 회전하던 룰렛이 서서히 멈추었다.
그리고 그 결과 선택된 페널티는.
[2번]
가장 비중이 컸던 2번이었다.
-아 1번 되나 싶었는데!
-옼ㅋㅋㅋㅋㅋ 2번 당첨이고
-확률상으로 당연한데 왜케 어색하지?
-갓플방송이라서 그런 듯? ㅋㅋㅋ
-있을 수 없는 일만 벌어지는 방송이었자너
-ㄹㅇㅋㅋ 난 이번에도 4번 될 줄
이경복은 룰렛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페널티는 2번! 간헐적 감각 교란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근데 사실 저도 이게 어떤 수준인지는 잘 몰라요. 임프리즈너 님이 시스템상으로 구현하실 거라고 설명만 들었는데, 직접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손뼉을 치자 룰렛과 리스트가 사라졌다. 이경복은 바로 게임을 실행했다.
[>매니저입니다.]
[>참가자 분들 모두 접속했습니다.]
이내 박주호가 메시지를 보냈다. 시청자들도 볼 수 있도록 이벤트 준비 상황을 알려준 것이었다.
“자, 준비가 모두 끝났네요. 그럼 제 2회 OTP,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환호하는 채팅 속에 그가 이벤트 서버로 접속했다. 순식간에 주변 배경이 뒤바뀌며 광활한 우주가 펼쳐졌다.
반짝이는 수많은 별을 뒤로하고 거대한 스페이스 콜로니가 중앙에 자리하고 있었다.
-ㅗㅜㅑㅗㅜㅑ
-오ㅋㅋ 인트로 스케일 무엇?
-힘 빡시게 줬네 ㅋㅋㅋ
-아 ㅋㅋ 퍼플이랑 하는데 허투루 하겠냐고
-ㄹㅇㅋㅋ 풀매수각인데 스케일 크게 가야지
시청자들은 생각보다 거창한 시작에 놀라워했다. 이경복은 흡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좋아하시니 다행이네요. 이번 이벤트는 저희 쪽에서 기획했거든요. 인트로도 잡아주는 게 좋다고 말씀드렸는데 생각보다 더 잘 뽑아주셨네요.”
-?
-헐? 진짜임?
-와씨 ㅋㅋㅋ 뭔가 이상하다 했음
-ㄹㅇㅋㅋ 이스케이퍼스 원래 100명이 하는 게임 아니자너
-영향력 뭔데에에에에!
-이건 개발사 규모가 작아서 좋은 점이기도 함ㅋㅋㅋㅋ
-ㄹㅇㅋㅋ 머기업이었으면 바로 태클 들어옴
채팅창이 그 사실에 흥겨워하는 사이였다. 갑자기 번쩍하며 거대한 섬광이 터졌다.
스페이스 콜로니의 태양전지가 폭발한 것이었다.
“어우.”
이경복이 작게 탄사를 흘렸다.
밝게 빛나던 스페이스 콜로니의 빛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고, 이내 붉은 비상등만이 점멸했다.
<이유가 무엇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윽고 시작된 나레이션에 이경복과 시청자들 모두 주의를 기울였다.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았죠. 스페이스 콜로니의 주민들은 패닉에 빠졌고 탈출을 감행했습니다.>
그 설명과 함께 콜로니에서 우주선이 쏟아져 나왔다. 화면은 이내 스페이스 콜로니 내부로 바뀌었다.
<하지만 콜로니에 남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제한된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주민들은 교대로 냉동수면을 취하고 있었으니까요.>
푸른 캡슐 안에 잠들어 있는 사람들이 비춰졌다. 하지만 이내 빛이 사라지며 그들의 모습은 그림자 속에 가려졌다.
<수많은 이들이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비극을 맞이한 건 아니었습니다. 전력 공급이 끊기기 전, 일부 캡슐은 비상해동 상태로 전환되었습니다.>
다시금 화면이 뒤바뀌었다. 아직 불이 들어와 있는 냉동캡슐이 보였다. 하얀 서리가 끼어있던 캡슐은 서서히 제 온도를 찾았다.
<그렇게 당신은 깨어났습니다. 모두가 떠난,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전력으로 유지되는 스페이스 콜로니에서 말이죠.>
이경복은 이내 설명을 덧붙였다.
“1인 탈출은 이 개인실에서 나와 포드를 가동시키면 됩니다. 협동모드에서는 전력을 같이 복구시키는 게 목표죠. 하지만 이번 OTP는 경쟁모드가 기준입니다.”
-ㅔ
-제가 찾던 설명 여기 있네요^^
-정말 알고 싶었던 내용이었어요!
-틈새설명 좋았고
-숙제인데 할 건 해야지 ㅋㅋㅋ
화면은 이내 캡슐 안쪽으로 전환됐다.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캡슐이 열렸다.
<다행히 탈출 포드가 남아 있습니다. 남은 코어의 전력을 이용하면 포드를 가동해 이곳을 빠져나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서두르세요.>
삑하는 신호음과 함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스페이스 콜로니의 구조가 나타나고 곳곳에 분포된 새하얀 점 위로 번호가 붙었다.
<살아남은 건 당신만이 아닙니다. 그리고 살고 싶은 것 역시 마찬가지죠. 안타깝게도 남은 코어의 전력은 모두에게 돌아갈 정도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번호는 1번부터 100번까지 늘어났다. 이경복의 숫자는 주최자답게 1번이었다.
<오직 생존자의 20%만이 탈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신규 테마는 경쟁 인원이 5인이라고 합니다. 그중 1명만 탈출이 가능한 거죠. 이번 OTP에서는 20명까지 탈출할 수 있습니다.”
이경복의 설명에 채팅창이 웅성거렸다.
-뭔 20%나 되나 했는데 일반 경쟁에서는 1인이었누 ㅋㅋㅋ
-그래도 이번 플레이에서는 혜자비율이네 ㅋㅋㅋ
-그럼 최대 상금이 어케 됨?
-갓플이 꼴지하면 최소 80만원ㅋㅋ
-1등은 100만원까지 해서 199만원 될 듯
-아 ㅋㅋㅋ 갓플이 꼴지하겠냐구
-ㄹㅇㅋㅋ 상금 받을 수 있을지나 생각해야지
그 사이 나레이션의 설명이 마무리됐다.
<다른 생존자보다 전력을 빨리 확보하세요. 때로는 다른 이들의 전력을 빼앗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와 함께 통제권이 돌아왔다. 이경복은 캡슐에서 빠져나왔다.
본격적인 이벤트의 시작.
“여긴 개인실인 것 같네요.”
그는 곧바로 주변을 살폈다.
방은 그리 넓지 않았다. 폭발의 충격 때문인지 서랍과 찬장이 열려있었고 그 내용물이 바닥에 쏟아져 있었다.
옷가지부터 전자기기, 책 같은 게 널브러져 있었다. 붉은 비상등이 비춰지긴 했지만 불빛이 어두워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다.
-파밍 ON!
-잘 보이지도 않누 ㅎㄷㄷ
-일단 여기서 나가야 되는 거네
-문부터 살펴봅시다!
-보아하니 자동문인 듯?
-전력 끊겨서 패널에 불이 안 들어오네
-전력이 끊겨도 수동으로 여는 방법이 있겠지
-비상등 들어오니까 아예 전력이 끊긴 건 아니지 않음?
-일단 조사가 답임!
-머뭇거릴 틈이 없다!
-트수들 두뇌 풀가동하누 ㅋㅋ
시청자들도 제각기 공략에 임했다. 하지만 이경복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 이런 식인가.”
그가 중얼거리자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왔다. 그때 갑자기 시야가 흐릿해졌다.
“약간 현기증 비슷한 느낌이 드네요. 그리고……”
이경복이 채 말을 잇기도 전에 삐이이이 하는 낮은 소음이 길게 늘어졌다.
-상태이상 발동!
-바로 적용 해버리누 ㅎㄷㄷ
-무친 1분간 이런 상태인 거임?
-와 ㅋㅋㅋ 페널티 제대로 골랐네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감각교란 페널티가 적용됐음을 알아차렸다.
이경복은 살짝 코끝을 찡그렸다.
“시각이나 청각만이 아닙니다. 지금 몸이 되게 뻣뻣해요. 마취 주사 맞았을 때 기분이랑 비슷합니다. 움직이긴 하는데 제 몸이 아닌 것 같아요.”
그 설명에 시청자들은 당황했다.
-헐? 그 정도임?
-않이;;; 이렇게 센 거면 다른 거 골랐지!
-이러면 게임 너무 불리해지는데
-뭐하냐구! 지금이라도 하이라이트 모드 켜라구!
예상보다 강한 페널티의 정도에 오히려 이벤트를 망칠까 걱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경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언제 찡그렸냐는 듯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돌아왔다.
-않이;;; 하이라이트 모드는 지금 셀프 페널티 아니냐구!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ㅋㅋ
-ㄹㅇㅋㅋ 하이라이트는 기본으로 써도 되는 건데 안 쓰는 거자너
-킹직히 이렇게 페널티 많으면 오히려 불공정한 거임!
시청자들이 그 여유로운 태도에 의아해하자 이경복이 말을 이었다.
“못 느끼는 부분만 설명해드린 거예요. 이벤트 진행에는 아무런 문제없습니다. 하이라이트도 안 켤 거예요.”
그는 더욱 짙은 미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미 여길 나갈 방법은 찾았습니다.”
그 발언에 채팅창 분위기가 일변했다.
-??????
-헐?
-무친 ㅋㅋㅋ
-그 상태에서 뭐가 보이긴 했다고?
-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음
시청자들은 선뜻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퍼플이 아닌가.
-갓플은 거짓말 안 해!
-ㄹㅇㅋㅋ 즐길 준비나 하라고
-여기서도 레전드를 찍을 셈이냐구!
-또전드 일발장전!
의심은 가라앉고 기대가 부상했다.
퍼플은 그런 스트리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