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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07화 (107/491)

107화 - 안녕히계세요 여러분! (3)

아치형의 자동문과 그 옆에 놓인 패널. 개인실과 달리 그 패널은 전력이 들어와 있었다.

“여기네요.”

이경복은 컨트롤 룸에 도착해 가볍게 액세스 키로 패널을 활성화했다.

슈욱하며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좌우로 밀려났다.

-오잉?

-뭐여 ㅋㅋㅋ

-왜케 휑허누 ㅋㅋㅋ

-뭔가 기계 같은 게 많을 줄 알았는데 ㅋㅋㅋ

시청자들은 문 너머로 보이는 광경에 헛웃음을 흘렸다. 방 안에는 태블릿 정도 크기의 패널과 스크린 하나만이 그 뒤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오?”

이경복이 안으로 걸음을 내딛자 스크린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콜로니 전력 현황]

[코어 잔여 전력 – 67%]

[*전력 흐름을 변경하시려면 패널을 이용해 주십시오]

스크린은 코어의 상태를 알려 주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이에 곧바로 반응했다.

-헐? 벌써 30% 정도 빠졌다고?

-무친ㅋㅋㅋ 고인물들 수준 무냐구!

-개인실 나오자마자 컨트롤룸 직행했나 봄 ㅋㅋㅋㅋ

-지금 위험한 거?

-20명만 탈출할 수 있다니까 전력 5%만 먹음 될 듯

-헐 ㅋㅋ 이미 6명 탈출 각?

-않이 ㅋㅋㅋ 저걸 6명만 먹었겠냐고 ㅋㅋㅋㅋ

-혀엉! 분포도 보자!

전력 분포도를 확인하면 보다 상세한 상황을 알 수 있을 터라 이경복도 마침 분포도를 볼 생각이었다.

그가 메뉴를 활성화하자 홀로그램 리스트가 나타났다.

“으흠, 상위권은 평균 2% 정도 되겠네요. 선두는 벌써 4%를 넘어섰고.”

생각보다 큰 격차였지만 시청자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채팅창에는 웃음이 가득해졌다.

-미친 ㅋㅋ 4%는 뭔데

-와 ㅋㅋ 고인물 중에서도 쌉고인물이네

-응~ 그래 봐야 헛수고야 ㅋㅋ

-ㄹㅇㅋㅋ 4% 뽑았어도 배터리 부착은 안 했쥬?

-정작 충전은 개같이 멸망ㅋㅋㅋ

-충전 했는데요? 안 했습니다

충전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컨트롤 룸에 빨리 도착했을 터였다. 달리 말하면 그들은 탈출 포드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의미기도 했다.

“아마 포트 존부터 확인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늦게 나온 분들도 코어 전력 빠지는 거 보고 컨트롤 룸으로 먼저 갔을 테니까요.”

이경복은 거기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오 ㅋㅋ 맞네 ㅋㅋㅋㅋㅋ

-ㄹㅇㅋㅋ 경쟁자들이 전력 빼먹고 있는데 다른 생각이 나겠냐구!

-킹직히 고인물은 경쟁심 때문에 못 참지 ㅋㅋㅋ

-오히려 고인물이라 함정에 빠져버림 ㅋㅋㅋㅋ

-갓플은 1등으로 나와서 그런 걱정이 없었자너

-아아, 이게 바로 여유라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그의 의견에 적극 공감했다. 이경복은 그 반응에 미소 지으며 액세스 키를 잡았다.

“그럼 이제 저도 참전하도록 하죠.”

패널을 활성화 시키자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반투명한 스페이스 콜로니의 모습이 방안에 채워졌다.

중앙에는 푸른 구체가 빛을 발하고 있었고 구체를 중심으로 여러 형태의 케이블이 밖으로 뻗어 나갔다.

“이거 그거네요? 파이프라인 퍼즐.”

이경복은 그걸 보자마자 퍼즐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오 ㅋㅋ 그거 맞네!

-파이프라인이 뭐임?

-시작이랑 끝 사이에 파이프 배치해서 이어주는 거

-ㄱ,ㄴ,ㅗ,ㅡ,ㅣ 모양 파이프 잇는 게임 안 해봄?

-무친ㅋㅋㅋ 한글 활용 뭔데

-근데 케이블이라 좀 더 형태가 많누

-ㅇㅇ ㄷ이나 ㅅ처럼 생긴 것도 있네

-좀 더 복잡한 버전인가봄

시청자들도 곧바로 이해했다. 그 사이 이경복은 가볍게 손을 움직였다.

조작법은 스마트 링크의 홀로그램을 다루는 것과 똑같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번호인 1번 구역을 확인하기 위해 홀로그램을 축소시켰다.

“와…… 이게 100명이 하는 거라 그런지 좀 크긴 하네요.”

코어에서 뻗어져 나오는 케이블이 마치 머리카락처럼 사방으로 뻗어져 있었다.

총 100개의 구역으로 이어지는 케이블 퍼즐이었으니 배치해야 하는 케이블 타일과 그 복잡한 구조는 아득할 정도였다.

-어씨;;; 멀리서 보니까 징그럽누

-보자마자 어질어질하네

-ㅁㅊ 이걸 깨라고 만든 거?

-이정도면 자기 구역이랑 붙어있는 구역만 신경 쓸 수밖에 없겠는데?

-임프리즈너! 나는 생각을 포기하겠다!

시청자들의 질색하는 채팅에 이경복이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아하하, 이게 원래는 5인 기준 테마라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여러분이 하실 때에는 이 정도는 아닙니다!”

-아 맏따 ㅋㅋㅋ 이거 숙제지

-트수들 눈치 챙겨!

-아.너.무.재.미.있.겠.다

-자 다같이 외쳐볼까요? 퍼.즐.조.아!

-And I Also 시공…… 이게 아닌가?

-미국간 시공 이제 좀 놔줘라ㅋㅋㅋ

-퍼즐이 친절하고 사장님이 재밌어요^^

이경복은 웃음을 흘리며 코어와 1번 구역, 그리고 그 주변만 보일 정도로 홀로그램을 조정했다.

“보니까 붉게 표시되는 케이블은 다른 구역이랑 연결된 거네요. 제 케이블은 푸른색이니까 구별이 쉽죠? 그리고 전력이 빠져나갈수록 코어 크기도 줄어들어서 케이블 배치를 계속 바꿔 줘야 되는 것 같습니다.”

광고방송이니 설명이 빠질 수 없었다. 이경복은 손을 움직여 케이블 배치를 바꾸며 입을 열었다.

-ㅇㅇ 그르넹

-포인트 설명 좋았다

-근데 이미 갓플 양 옆 구역은 이미 다 세팅이 됐누 ㅎㄷㄷ

-2번이랑 100번이 4% 넘은 사람들 아님?

-갓플 양옆에 썩은물이 포진되어 있다?

-아 ㅋㅋ 킹리적 갓심 들쥬?

-ㄹㅇㅋㅋ 이게 우연이겠냐구웃!

가장 주의해야 할 경쟁자들이 양옆에 있는 상황은 누가 봐도 인위적이었다. 이경복은 오해가 커지지 않도록 설명을 붙였다.

“아, 저는 이미 들었습니다. 테스트 성적이 좋은 순서대로 저랑 거리를 가까이 배치할 거라고요. 처음에는 구역이 뭔 상관인가 싶었는데 이런 퍼즐이라서 그런 거였네요.”

-역시는 역시 역시였고 ㅋㅋㅋ

-근데 밸런스 생각하면 이게 맏찌 ㅋㅋㅋ

-ㄹㅇㅋㅋ 갓플 견제하려면 킹쩔수 없긴 해

-저 고인물들이 5% 달성하고 신나서 포드로 갔다가 좌절하는 모습 보고 싶누

-엌ㅋㅋㅋ 개꿀잼일 듯 ㅋㅋ

-내가 그 상황이면 바로 빡종 쌉가능

시청자들은 즐거운 상상과 함께 웃음을 흘렸다. 그 사이 이경복은 코어와 구역 사이의 케이블 배치를 완료했다.

복잡하게 엉켜 있는 케이블이 푸른빛으로 이어지며 전력 게이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

-뭐임? 벌써 연결했다고?

-무친 ㅋㅋㅋㅋ

-않이;;; 조금 전까지 설명해 주고 계셨잖아욧!

-뭐지? 마술인가? 분명 막 놓는 것 같았는데?

-아 ㅋㅋㅋ 퍼지컬이 매지컬하긴 하지

-이게 옥타코어지ㅋㅋㅋㅋ

-멘트랑 퍼즐 풀기? 고작 2가지 작업뿐입니다만?

-아아, 이게 바로 퍼펙트-태스킹이라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 복잡한 케이블 속에서 경로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터였다.

하지만 이경복은 막힘없이, 그것도 최단경로로 성공하지 않았나.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어리둥절했다.

“네? 다들 집에서 선 정리 같은 건 해 보셨잖아요?”

-선ㅋㅋㅋㅋ정ㅋㅋㅋ맄ㅋㅋㅋ

-센세! 저희 집에는 이렇게 복잡한 선은 없습니다!

-저는 주머니에 넣어둔 이어폰 선도 잘 못 푼다구욧!

-아 ㅋㅋ 그거 이어폰 요정이 한 짓이라 그럼

-저 진심어린 표정이 더 킹받음ㅋㅋㅋ

-갓플한테는 퍼즐이 아니라 일상이었던 것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흥겨워하는 것도 잠깐이었다. 푸르게 빛나던 케이블이 갑자기 뚝 끊겼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이경복이 웃음을 흘렸다.

“이런 식으로 견제를 하시겠다?”

-?????

-뭔데? 뭐가 바뀐 건데?

-오! 저기 케이블 바꿔치기했네!

-와씨 ㅋㅋㅋ 너무 복잡해서 뭐가 바뀐 지도 몰랐음

-트수들은 그냥 뇌빼고 보라구!

시청자들은 이경복이 바뀐 케이블 지점을 가리키고 나서야 상황을 눈치챘다. 다른 사람들이 이경복의 전력 흐름에 훼방을 놓기 시작한 것이다.

“확실히 실력이 좋으신 분들이네요. 엄청 효율적으로 교체를 해 두셨네.”

이경복은 더욱 미소를 지으며 손을 움직였다. 그러나 그의 전력 케이블을 복구하는 건 아니었다.

-????

-혀엉?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이지?

-않이;;; 왜 2번이랑 100번을 도와주는 거냐구!

이경복이 바꾸는 건 양옆에 있는 경쟁자들의 케이블 배치였다. 하지만 그것은 훼방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이었다.

그 증거로 붉게 빛나는 케이블의 숫자가 늘어나며 전력이 더욱 빠르게 차올랐다.

시청자들은 그 상황이 당혹스러웠지만 이내 의도를 깨달았다.

-아! 알았다!

-ㄹㅇㅋㅋ 진짜 알겠다

-와씨 ㅋㅋㅋ 진짜 너무 나빴다

-나도 알려줘잉!

-빈집털이 각 보고 있는 거자넠ㅋㅋㅋ

-빨리 채워줘서 내보낼라곸ㅋㅋ

-이 사악함 무엇?

-속보) 괴테, 파우스트의 모티브 공개! ‘메피스토펠레스는 퍼플을 보고 구상한 악마’

-무친ㅋㅋㅋ 악마의 유혹이냐곸ㅋㅋ

이경복은 대답 대신 미소를 보였다. 그의 도움 덕분에 2번과 100번의 충전량이 5%에 도달하는 건 금방이었다.

“케이블 바뀌는 게 느려지네요.”

그럼에도 고인물들이기 때문일까. 2번과 100번은 바로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경복이 도와주기까지 했으니 의심한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 의심을 유지하기에는 1등 상금이 너무 컸다.

-오 ㅋㅋㅋ 아예 멈춤 ㅋㅋㅋ

-바로 런했쥬?

-100번이 한발 늦은 거 같은데?

-아 ㅋㅋㅋ 얼른 뛰시라구요!

-먼저 가면 1등이야!

-1등(배터리 0%)

-돌리는 건 못 참는 트수들ㅋㅋ

-이제 빈집 털이 들어갑니다잉!

-포트 존 가서 배터리 교체하고 돌아올 시간이면 충분할듯ㅋㅋㅋ

케이블 변경이 완전히 멈추자 채팅창이 격하게 올라왔다. 이경복 역시 그에 응답하듯 손을 움직였다.

“아유, 이렇게 안 해 주셔도 되는데. 이렇게 준비까지 해 주셨는데 또 거절하면 실례죠? 감사히 쓰겠습니다.”

여유롭게 너스레까지 떠니 채팅창은 ‘ㅋㅋㅋㅋ’로 가득해졌다.

양 옆으로 연결된 케이블은 곧바로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엌ㅋㅋㅋ 개꿀쓰

-코어보다 가까워서 그런지 충전 속도도 빠른 듯?

-ㄹㅇㅋㅋ 벌써 1%넘음

-저희 다같이 영차영차 해보죠

-영

-영차고 나발이고 이미 이겼습니다만?

시청자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이경복도 가만히 기다리지 않고 다시 코어와의 연결을 수복했기 때문이었다.

세 방향에서 전력이 수급되는 상황이었으니 충전량이 4%에 임박하는 건 금방이었다.

“음?”

그런데 다시금 상황이 일변했다.

케이블의 배치가 뒤바뀌며 전력공급이 중단됐다.

-???

-뭐지? 고인물들 벌써 돌아온 거?

-자기 구역 전력 빠지는 거 보고 돌아온 듯 ㅋㅋㅋ

-않이;; 근데 케이블 바뀌는 게 너무 빠름

-이거 몇 명이 달라붙은 수준이 아닌데?

문제는 그 바뀌는 케이블의 숫자가 이전과는 비교할 바 없이 많다는 점이었다.

이경복이 대처하긴 했지만 그보다 많은 숫자의 케이블이 위치가 뒤바뀌었다.

“이거 집단적으로 견제가 들어온 모양이네요.”

이 정도 되면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서로 힘을 합칠 이유도 충분했다.

-집단 견제는 너무한 거 아니냐구!

-자기 구역 관리 안하고 갓플만 노린다고?

-근데 이게 맞긴 하지 ㅋㅋㅋㅋ

-갓플 순위가 떨어져야 상금이 커지잖슴!

-1등하면 아무도 상금 못 받으니까 최우선으로 막는 듯

-아씨! 5% 거의 다 왔는데!

충전량은 이미 4.5%를 돌파했다. 하지만 다른 참가자들의 견제로 충전이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와 ㅋㅋㅋ 근데 이 상황에서도 충전이 되긴 되누

-킹직히 갓플이니까 되는 거임

-진짜 ㅋㅋ 보기만 해도 케이블 돌아가는 것 때문에 정신 나갈 듯

-어떻게 저기서 경로를 정확히 발견하지?

-그것이 ‘퍼펙트’니까 (끄덕)

-4.7% 도달!

-갓플 눈 돌아가는 거 보소 ㅋㅋ

-아 ㅋㅋ 퍼펙트-아이 ON!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시청자들은 여유가 있었다. 이경복이 그간 보여 주었던 능력을, 그리고 지금 눈앞에서 증명하는 실력을 믿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으음……”

이경복의 침음과 함께 흐릿해지는 시야,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이명과 뻣뻣해진 팔.

공교롭게도 페널티의 주기가 돌아온 것이다. 그 상황 변화에 시청자들은 비명을 질렀다.

-아! 아! 왜 하필 지금이냐구!

-또널티! 멈춰!

-2번 선택한 트수들 머리 박아!

-제발! 제발 0.1%만!

-4.9%에서 멈추는 건 에바지!

-않이 ㅅㅂ 이게 말이 됨?

-(게말콘)(게말콘)(게말콘)

-분노의 게말콘ㅋㅋㅋㅋㅋ

-진짜 이건 억까닼ㅋㅋㅋㅋ

-킹직히 1:99로 견제 들어오면 어케 이김 ㅅㅂ

더욱이 1등 직전이라서일까.

모든 경쟁자들이 달려든 건지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케이블이 뒤바뀌는 게 보일 정도로 견제가 압도적이었다.

푸른 선은 찢겨나가듯 사라졌다.

이경복은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렸다. 그리고 묵묵히 엑세스 키를 뽑았다.

홀로그램이 사라지고 불편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채팅창 역시 일순간 멈추었다.

“여기 더 매달릴 이유가 없네요.”

이경복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시청자들은 그게 더 안쓰러웠다.

-이건 진짜 갓플이 부족해서 실패한 게 아님

-ㄹㅇㅋㅋ 저딴 식으로 하면 누구도 못 깨지

-아…… 진짜 너무 아깝다

-갓직히 이런 상황에서 4.9%까지 충전한 게 더 대단한 거

-페널티만 없었으면 이미 이겼음

그를 위로하는 듯한 채팅이 올라왔다. 이경복은 미간을 찌푸렸다.

“네? 실패요?”

그러나 그것은 감정의 표출이 아니었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보이는 채팅을 보기 위해 눈에 힘을 준 것뿐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경복의 말에.

“저 이제 탈출할 건데요?”

시청자들이 오히려 미간에 힘을 주어야 했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 * *

이경복은 곧장 포트 존으로 돌아왔다. 시청자들은 여전히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혀엉? 어떻게 탈출한다는 거냐구!

-충전 5% 됐었나? 아닌데?

-킹시보기로 다시 봤는데 4.9%임

-진짜 마술을 하려는 것인가?

-않이 ㅋㅋ 근데 왜 될 것 같지

-제발 답 좀 알려달라굿!

시청자들의 아우성에 이경복은 멋쩍게 웃음을 흘렸다.

“말씀드렸잖아요. 답은 바로 알려 주면 안 된다니까요. 이게 퍼즐의 일부인가 싶기는 한데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라.”

어떻게 탈출할 수 있냐는 설명에 광고 조건을 언급하며 거절해 왔다. 덕분에 시청자들의 의문은 머리끝까지 올라와 있었다.

“오, 충전이 되니까 액세스 키가 반응하네요.”

액세스 키의 레이저가 탈출 포드를 향했다. 이경복이 접근하자 슈욱하는 소리와 함께 포드가 열렸다.

-이게 진짜 된다고?

-되면 버그 아님?

-숙제방송에서 퍼펙트-버그를 시전하는 것인가!

-그러면 광고 개같이 멸망이자넠ㅋㅋㅋ

-갓직히 임프리즈너도 지금 쫄릴 듯 ㅋㅋㅋ

-근데 갓플이 하는 거니까 또 모름

-ㄹㅇㅋㅋ 퍼펙트-묘수가 있을지 모른다

시청자들은 포드가 작동하는 걸 보고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의심은 남아 있었다.

이윽고 이경복이 액세스 키를 포드에 꼽자 홀로그램 메시지가 나타났다.

[배터리 전력이 부족합니다]

기대와는 다른 메시지.

시청자들이 이에 탄식하려는 찰나였다.

[배터리를 충전하시겠습니까?]

[필요 전력 – 27%]

그 아래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ㅔ?

-헐ㅋㅋㅋㅋㅋㅋ

-이거 문 열 때 나온 메시지 아님?

-와씨 ㅋㅋㅋㅋ 슈트 전력을 쓸 수 있다고?

-렠ㅋㅋㅋ전ㅋㅋㅋ듴ㅋㅋㅋㅋ

충격에 빠진 채팅이 홍수처럼 불어났다. 반면 이경복은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번 테마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탈출이잖아요. 코어의 전력을 빼 오는 건 수단입니다. 결국 전력만 있다면 코어에 집착할 필요는 없어요.”

-캬 ㅋㅋㅋ 맞말추

-처음에 개인실 문 열 때 5%라고 하지 않았음?

-ㅇㅇ 그거 열었음 못 나감

-가장 중요한 전력 아낀 판단 미쳤쥬?

-와 ㅋㅋㅋ 스노우볼 지렸다

-이게 이렇게 연결 되네 ㅋㅋ

-무친ㅋㅋㅋㅋ 퍼즐이 아니라 이벤트 자체가 파바박이 오네

-이래서 숙제라도 본방 사수할 수밖에 없다니깐!

채팅창에는 감탄이 쏟아졌다.

그사이 충전이 끝났는지 열려 있던 포드의 입구가 스르륵 닫혔다.

-WA! WA! WA!

-엌ㅋㅋㅋ 진짜 탈출해 버리기!

-지금 다른 사람들은 갓플 제꼈다고 좋아하고 있을 텐데ㅋㅋㅋ

-ㄹㅇㅋㅋ 지금 상금 때문에 겁나 머리 쥐나게 경쟁하고 있을 듯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 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퍼청자들 단합력 수쥰ㅋㅋㅋ

-들린다 들려!

-뭔ㅋㅋㅋ 자동으로 드립이 튀어나오누

포드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의 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출력됐다.

[비상 탈출을 시작합니다.]

그와 함께 포드가 발사됐다.

광활한 우주가 펼쳐지고 포드는 푸른 행성을 향해 떨어졌다.

<당신은 무사히 스페이스 콜로니를 떠났습니다. 새로운 행성과 새로운 삶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다시 우주에 나오고 싶지는 않을 것 같네요.>

이어 나레이션과 함께.

[You Are Escaper!]

클리어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1등 확정과 더불어 채팅창은 환호로 가득해졌다.

-갓플 우승! 갓플 우승! 갓플 우승! 갓플 우승!

-5252! 믿고 있었다구우!

-퍼지컬! 퍼지컬! 퍼지컬! 퍼지컬!

-오버 더 퍼펙트? 언더 더 퍼펙트! 오버 더 퍼펙트? 언더 더 퍼펙트!

-오버 하겠다는 게 오버였쥬?

-명문대나 법조계가 다 뭐냐! 갓플에게는 퍼펙트-브레인이 있다!

-이겼지만 잘 싸웠다! 이겼지만 잘 싸웠다! 이겼지만 잘 싸웠다!

-않잌ㅋㅋ 당연한 거자넠ㅋㅋㅋ

-퍼플, ‘그’만 잘해! 퍼플, ‘그’만 잘해! 퍼플, ‘그’만 잘해!

제2회 오버 더 퍼펙트.

그 결과는 1회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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