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 뉴 퍼지데이 (2)
늦은 저녁.
이경복과 친구들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2차로 술자리를 가졌다. 그들은 횟집에서 탕과 회를 주문하고 소주잔을 부딪쳤다.
“크으, 셋이서 술 먹는 게 얼마 만이냐 진짜.”
최병훈이 가볍게 잔을 비우며 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전에 지놈 님이랑 회식할 때 한 잔씩 했었지.”
“인마, 그건 개념이 다르지. 우리끼리 편하게 먹는 거랑 같나.”
“그건 맞지. 거의 두 달 됐나?”
이경복이 최병훈의 말에 동의했다. 방송 시작한 이후로 첫 한 달은 쉴 틈 없이 보내지 않았나.
세 사람은 웃으며 잔을 비웠다. 잡다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화제는 이내 사인회로 돌아왔다.
“와…… 진짜 나는 실물 보고 깜짝 놀랐다니까? 아니, 다들 어떻게 그렇게 머리가 작지?”
“오히려 네가 너무 큰 거라고는 생각 안 해 봤냐?”
“야, 나 정도면 평균이야 평균! 내가 살이 좀 쪄서 커 보이는 거거든?”
최병훈은 박주호의 말에 과장스레 발끈했다. 이내 그는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진짜 편집자 하면서 여캠들도 많이 봤거든? 그래서 내가 눈이 높아요. 그런데 스위티즈는 그런 내 눈에도 너무 예쁘더라.”
“드디어 네 입에서도 바른 소리가 나오네.”
박주호는 낮게 웃으며 잔을 채웠다.
“근데 우리 스위티즈의 진짜 매력은 얼굴만이 아니다. 음악도 좋고 공연 보면 진짜 빠져들 수밖에 없어. 내가 콘서트 영상 보내줄 테니까 시간 되면 봐라.”
친구의 입덕에 박주호는 적극적으로 영업을 했다. 이경복은 그런 두 친구를 보며 웃음을 흘렸다.
“야, 너는 어땠냐?”
“그래. 마지막이라 제대로 즐겼나 모르겠네.”
두 사람은 이경복에게 질문을 돌렸다.
“뭐, 꽤 색다른 경험이었지.”
“어떤 면에서?”
“대화해보니까 아이돌도 사람이구나 싶더라고.”
“오, 진짜 그런 거 있더라. 연예인이라고 해서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사는 줄 알았는데 엄청 친근하게 대해주던데.”
“그게 또 스위티즈의 장점 중 하나지.”
최병훈은 다시금 대화를 상기하는 듯 헤실헤실 웃었고 박주호는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두 친구의 모습에 이경복은 웃음을 흘렸다.
“솔직히 연예인 보는 것보다 너희들 보는 게 더 재밌네. 특히 주호, 너는 이거 티 안내고 어떻게 참았냐?”
“와, 진짜! 이 자식 이거 혼자 집에서 음흉하게 즐기고 있을 거 상상하면 소름 돋지 않냐?”
“음흉하다니? 내 팬심을 모욕하지 마라.”
세 친구는 마치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해맑게 웃었다.
언제나 좋은 시간은 빠르게 흐르는 법. 어느덧 밤이 깊어지고 세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가이드 해 주느라 수고했다.”
“아니, 덕분에 즐겁게 보냈다. 섭외할 스트리머는 한 번 찾아볼게.”
박주호의 말에 이경복은 손을 내저었다.
“야 이 시간에 무슨. 잠이나 푹 자라.”
“그래, 인마. 내일부터 다시 빡세게 일하자고.”
“알았다. 조심해서 들어가라.”
그렇게 친구들과 헤어진 이경복은 돌아가는 길에 스마트 링크를 확인했다.
‘알림은 없네.’
설치해 둔 익명 메신저인 ‘디스커넥터’는 감감무소식이었다.
거절의 의미일까.
‘인형 문제라도 해결했으면 좋을 텐데.’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신기가 인형에 깃든 악의를 감지해 냈었다.
이윽고 집에 도착한 이경복은 스마트 링크를 풀고 샤워를 했다.
“오?”
잘 준비를 끝내고 다시 확인한 스마트 링크에는 알림이 떠 있었다.
[>NT : 일단 얘기는 들어볼게]
[>NT : 뭐해?]
[>NT : 설마 불러 놓고 자는 건 아니겠지?]
공교롭게도 샤워하러 갔을 때 메시지를 보내놨던 모양이었다. 본의 아니게 그녀를 기다리게 한 상황.
이경복은 빠르게 답신을 보냈다.
[>P : 미안해요 샤워 중이었거든요]
[>P : 아직 있어요?]
[>NT : 방송도 아닌데 징그럽게 존댓말?]
[>NT : 그냥 편하게 말해]
송신과 동시에 답장이 돌아왔다.
편하게 말하라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설마 계속 기다리고 있었나?’
답장 속도로 보아 그럴 터였다.
이어 이경복이 다시 홀로그램 키보드를 두드리기도 전에 메시지가 더 도착했다.
[>NT : 이걸로는 답답하네]
[>NT : 라운지 초대 코드 보내줄 테니까 캡슐로 들어와]
[>P : 라운지?]
[>NT : VIP 전용 프라이빗 라운지라고 있어]
[>NT : 아무튼 들어와. 얼굴 보고 직접 얘기하자고]
윤나라는 이어 코드를 남기고 방을 나갔다. 일방적인 태도였지만 이경복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바로 거절하지 않고 초대했다는 건 가능성이 높다는 거겠지.’
명백한 긍정의 신호였기 때문이었다.
* * *
아름다운 도심의 야경이 보이는 고층 라운지 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진열된 술병들은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것들뿐이었다.
윤나라가 보낸 초대 코드로 접속한 프라이빗 라운지의 모습이었다.
“술을 좋아하는 줄은 몰랐네.”
그러나 정작 이곳의 주인인 윤나라의 복장은 장소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전투복으로 단단히 무장한 그녀는 이경복이 알고 있던 뉴턴좌의 모습이었다.
“술은 안 마셔. 자제력을 잃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윤나라는 그의 말을 부정했다. 이경복이 의아한 시선을 보내자 그녀가 설명을 덧붙였다.
“라운지를 쓰는 건 처음이라. 기본 장소가 여기로 지정되어 있던 것뿐이야.”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차피 장소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지금 팀원 결정까지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 답은 정했나? 거절하면 다른 사람을 찾아야 되는데.”
“그게 부탁하는 사람 태도야?”
“부탁이 아니라 제안인데?”
이경복이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였다. 윤나라는 잠시 그를 노려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전에 물어볼 게 있어.”
“뭐지?”
“그 인형……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그 물음에 이경복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뭔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카메라였나.’
조금 놀랐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신기에 대해서는 설명해 줄 수 없었기에 그는 두루뭉술하게 답하기로 했다.
“당신이 찾은 방법과 같지.”
“그 작은 카메라의 움직임을 봤다고?”
윤나라는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하물며 직접 만져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알아차렸단 말인가?
“알다시피 그 남자는 내 옆자리였거든. 나한테 인형을 자랑하더라고. 그때 알아차렸지.”
“그럼 왜 바로 알려 주지 않은 건데?”
“알려 주면 믿었을까?”
이경복이 되묻자 그녀는 움찔 몸을 떨었다.
“믿기 힘들었겠지. 설령 믿는다고 해도 소란이 벌어졌을 거야. 그렇게 되면 사인회는?”
“그건……”
“모처럼의 사인회가 엉망이 되겠지. 팬들도 스탭들도 그리고 너와 멤버들까지 전부 피해를 볼 거고. 내가 마지막 자리를 택한 것도 최대한 사인회에 지장이 없기를 바라서였어.”
“선택했다고?”
윤나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경복은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 3장 당첨된 사람이 나라는 거 몰랐어?”
“그것까지는 몰랐는데……”
“뭐, 아무튼 그래서 일부러 마지막 자리를 고른 거야. 내 제안을 들으면 집중이 흐트러질 테니까.”
이경복은 그리 설명하고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게다가 내가 알려 주지 않아도 너라면 알아차릴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 말에 윤나라의 동공이 흔들렸다.
‘아니, 왜 좋아하는 건데!’
자신에 대한 배려와 마지막 칭찬에 자연스럽게 기분이 좋아졌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아의 싸움이 벌어졌다.
다행히 그녀는 연예인이었고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았다.
“그럼 그건 됐고. 내가 팀에 들어가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녀가 화제를 전환했다. 이경복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안 될 이유가 있나?”
“다른 팀원들이 동의할 것 같아?”
“두 사람을 설득하는 건 내 몫이지. 네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설령 문제가 발생해도 섭외한 내가 책임질 거고.”
주저 없는 이경복의 대답에 윤나라는 오히려 말문이 막혔다. 그가 ‘책임’이라는 단어까지 입에 담으니 더 신경 쓰였다.
“그럼 개발사는, GGG에서 허용하겠어?”
“오히려 환영하지 않을까? 꽤 주목받을 이슈가 될 테니까.”
“……시청자들은? 내가 저격했던 스트리머 팬들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처음으로 이경복이 즉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 안 되겠지.’
윤나라는 역시나 하는 마음으로 거절을 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이경복이 빨랐다.
“지금까지 한 일, 스스로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뭐?”
“말 그대로인데.”
윤나라는 잠시 그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가! 내가 저격한 놈들은 다 그럴만한 놈들이었어.”
그녀는 주먹을 쥔 채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재능이다 뭐다, 노력 같은 건 뭣도 없는 것들이나 하는 거라고 사람들을 까 내렸지. 정작 자기보다 강한 상대 앞에서는 별 핑계를 대면서 합리화나 하던 추한 놈들이면서.”
“……지놈도 그런 사람이었나?”
이경복의 물음에 그녀는 움찔하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 사람은 약간 달랐어. 재능을 내세우기는 했어도 노력을 우습게 보지는 않았지.”
“그러면 왜?”
“내 오판이었어. 그때는…… 방송용 멘트를 잘 구분 못 했거든.”
윤나라는 그리 말하고는 억울한 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변명 같겠지만 잘난 척이 심하긴 했다고.”
“맞네. 그건 그렇긴 하지.”
이경복은 실소를 흘리며 그 의견에 동의했다. 그래도 자신과 상대한 이후로는 완전히 노선을 바꾸지 않았나.
“그럼 문제없네. 스스로 떳떳하면 된 거지.”
“괜찮다고?”
“뉴턴좌와 관련된 악명은 대부분 그 ‘사과단’이라는 놈들 때문이잖아.”
뉴턴좌의 추종자를 자청하는 분탕종자들이 모인 집단이 행패를 부려왔지만 정작 윤나라는 그들과는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었다.
“엘든 소울 방송 때처럼 선을 확실하게 그으면 괜찮을 거야.”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이경복은 재촉하지 않았다.
이내 생각이 정리됐는지 그녀가 눈을 들었다.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도전권, 그리고 피드백을 해 줘.”
“도전과 피드백?”
이경복은 의아해하면서도 흥미를 보였다.
“솔직히 지금 실력으로 당신을 이기는 건 어려워. 그만큼 당신이 뛰어난 건 인정할게.”
실력의 고하를 인정하는 발언.
그러나 그것은 패배를 의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투지를 내비쳤다.
“그러니까 정당하게 승리를 쟁취할 거야. 저격으로 당신 방송을 방해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
“그래서 도전인건가.”
“그래. 서로 나쁘지 않잖아? 이걸로 방송 컨텐츠를 삼아도 될 테니까.”
“확실히 그건 그렇네.”
이경복은 웃으며 인정했다.
“말했듯 ‘가능한’이라는 조건이 붙었으니까 시기는 내가 결정해도 되겠지?”
“물론이야.”
“좋아, 그렇게 하자고.”
이경복은 가볍게 손을 내밀었다. 윤나라는 그 손을 맞잡았다.
“팀 퍼지데이 합류를 환영한다.”
“어디까지나 이번뿐이야.”
그 대답에 이경복은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아, 그리고 도전이라고 해서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는데.”
“아이디어?”
“그래, 이런 건 어떨까?”
이경복은 윤나라에게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작 그 설명을 들은 윤나라는 질린 표정으로 그를 훑었다.
“진심이야?”
“재밌을 거 같지 않아? 어디까지나 우리가 우승할 경우지만.”
“……나야 뭐 상관없어. 도전할 기회가 더 빨리 오는 것뿐이니까.”
그녀는 그리 말하면서 이경복을 위아래로 훑었다.
‘정말 방송만 생각하는 사람이네.’
* * *
다음날.
지놈의 가상현실 스튜디오.
그곳에는 이클립스와 지놈이 접속해 있었다.
“후아, 다행입니다. 퍼플이 바로 섭외를 성공할 줄이야.”
“그러게 말이오. 역시 퍼플 경이라고 해야 할지…… 이렇게 빨리 인재를 찾아내다니 놀랄 따름이외다.”
데드라인이 오늘까지였으니 이경복이 4번째 멤버를 영입했다는 소식에 두 사람이 안심하는 건 당연했다.
“헌데 누구인지 아십니까?”
“아뇨, 직접 얘기해 주겠다고 해서요.”
“흠…… 과연 어떤 인물일지.”
“퍼플이 정했을 정도면 비범하겠죠.”
두 사람이 그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였다.
“아, 빨리들 오셨네요.”
새로 접속한 이경복이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클립스와 지놈은 바로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하, 진짜 고맙다야! 연락 받기 전까지 계속 막막했거든.”
“역시 퍼플경이오!”
그들은 바로 감사를 전했다. 이경복은 웃으며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아니, 아직 확정도 아니잖아. 일단 팀원으로 받을지 합의를 해 봐야지.”
“본인은 퍼플 경 안목이면 두말할 것도 없이 찬성이오.”
“그래. 네가 아무나 데려올 사람도 아닌데.”
두 사람의 순순한 태도에 이경복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에 그는 툭 말을 던졌다.
“그래? 다행이네. 뉴턴좌를 섭외했거든.”
“아, 뉴턴좌.”
지놈은 자동응답기처럼 그 이름을 따라하고는 눈을 깜빡였다. 이클립스의 투구는 45도로 기울었다.
어색한 침묵.
지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아는 그 뉴턴좌?”
“응.”
이경복은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놈은 그대로 입을 벌린 채 굳어 버렸다.
먼저 현실을 받아들인 건 이클립스 쪽이었다.
“기사는 두말하지 않는 법. 본인은 퍼플 경의 선택을 믿겠소.”
“아니, 아니! 이클립스 님?!”
“대적자까지 품다니…… 과연 퍼플 경다운 배포라고 해야 할지……”
지놈의 동공이 흔들렸다.
‘설마 인플루언서면 되냐고 물어본 게 이것 때문이었어?’
어제의 통화를 떠올린 그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이경복을 돌아봤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개발사에서 허락하겠어? 뉴턴좌가 인플루언서라고 하기는 좀…… 그렇잖아?”
“된다던데?”
“……엉?”
“매니저 통해서 문의했지. 확인 다 받아 놓고 얘기한 거야.”
지놈은 이마를 착 소리가 나도록 짚었다.
“하긴 GGG가 이런 이슈를 거절할 이유가 없지.”
마지막 멤버는 이벤트 당일에 공개 된다.
‘뉴턴좌의 이벤트 참여? 이런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주목도가 높아진다. 거그만이 아니라 다른 게임 유저들까지도 보게 될 테니까!’
뉴턴좌의 활동 반경을 고려하면 개발사에서 오히려 환영해 마지않을 일이었다.
지놈의 머리는 다른 방향을 돌아갔다. 그렇다면 뉴턴좌의 합류가 팀 퍼지데이에 득이 될까, 아니면 실이 될까?
‘의외로 나쁘지 않아. 경복이랑 승부한 뒤로 이미지가 꽤 유해졌으니까.’
뉴턴좌는 이경복과의 승부에서 패배를 깔끔하게 시인했고, 나아가 큰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가르침을 받았다.
게다가 여성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부가적인(?) 지지까지 받지 않았나.
‘오히려 궁금하겠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던 뉴턴좌의 팀플레이는 어떨까? 게다가 그 팀에 퍼플과 지놈, 이클립스가 있다? 이건 못 참지.’
계산 결과는 금방 나왔다.
GGG에서 준비한 대형 이벤트다. 그만큼 시청자도 많지만 참여하는 스트리머도 많다.
무려 총 100명의 스트리머.
시선이 분산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호재다. 이건 호재야.’
뉴턴좌의 합류는 그 흩어진 시선을 끌어모을 수 있을 터였다. 실력 또한 출중하지 않나.
지놈은 이내 다른 시선으로 이경복을 바라보았다.
‘설마 이걸 다 염두에 둔 건가? 이제 2개월 차 스트리머가?’
지놈의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익숙한 것이었다.
천재.
“…그래, 해 보자!”
지놈도 합류에 동의했다.
이경복은 더 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그럼 일단 인사는 해야 하니까 바로 초대할게.”
“따로 연락까지…… 아니, 하겠구나. 섭외까지 했는데.”
지놈은 이경복이 어떻게 뉴턴좌와 연락이 닿았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당장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뉴턴좌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가 더 급선무였다.
이윽고 접속한 뉴턴좌가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지놈이 어색한 웃음과 함께 인사를 건넸다.
“아하하. 오랜만이라고 해야 되나요?”
“별로.”
변조된 음성이 그녀에게서 나왔다. 어색한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자자, 아무튼 이렇게 같은 팀이 되었으니 잘해 봅시다! 파이팅이라도 할까요?”
지놈은 손등을 위로 하며 팀장으로서 화합의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다.
이클립스와 이경복이 차례로 손을 올렸다.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손을 올렸다.
“목표는 우승뿐이야. 방해되지 않게 주의해.”
그녀는 이경복을 제외한 두 사람을 훑으며 말을 맺었다.
“적에게 도움이 될 것 같으면 내 손으로 처리할 테니까.”
“그 무슨 말이오?”
이클립스가 슬쩍 손을 빼며 말했다.
“전장에서 어찌 동료에게 칼을 겨눌 수 있소? 어떤 상황에서도 동료를 보좌하는 것이 기사도이거늘!”
“난 기사가 아닌데? 그리고 우리가 하는 건 거너 그라운드야. 칼이 갑자기 왜 나와?”
“비유적 의미도 알아듣지 못하는 게요?”
“뭐래. 우승하면 너부터 끝내줘?”
“그건 또 뭔 소리요?”
“퍼플이 아직 얘기 안 해 줬어? 흐음……”
시작도 전부터 날 선 분위기에 지놈은 진땀을 흘렸다.
“아니, 왜들 이러시나. 파이팅, 파이팅 하자니까요!”
그는 도움을 청하듯 이경복을 돌아봤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곧 무너졌다.
“벌써부터 방송이 재밌어질 것 같네. 그치, 형?”
그 반응에 지놈은 깨달았다.
이경복은 이해득실을 따지며 뉴턴좌를 섭외한 게 아니었다.
‘진짜 방송의 재미만 생각했구나.’
물론 재미가 득이라면 득이긴 했다.
‘……어지럽네.’
인터넷 밈이 아니라 지놈은 정말 어지러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