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16화 (116/491)

116화 - 타임워페어 - 승리예측

이벤트 당일, GGG 공식 채널.

방송시간이 되자 정소윤 캐스터와 양옆에 해설진이 넙죽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거너 그라운드를 사랑해주시는 게이머 여러분! GGG 대규모 업데이트 특별 이벤트, ‘타임워페어’의 진행을 맡은 정소윤입니다!”

-이모! 샷따 올려어어어!

-캬 ㅋㅋㅋ 스튜디오 컨셉 보소

-이게 바로 미래?

-나는 오늘을 위해 야근을 미리 했던 것이다!

인사와 더불어 시청자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해설진도 인사를 마치자 정소윤이 빠르게 마이크를 잡았다.

“와, 시작부터 시청자가 4만 명이 넘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이벤트 대전을 기다려 주셨는데요. 그 전에 잠깐, 이번 업데이트에 대해 간단히 설명부터 드릴게요.”

그녀의 멘트와 함께 화면이 작아지며 자료 화면이 나타났다.

-아 ㅋㅋㅋ GGG 일 못 하네

-ㄹㅇㅋㅋ 정캐를 키우고 자료화면을 줄여야지

-얼른 소윤이모 보여줘잉!

-업데이트는 그냥 패치내역 보면 된다구웃!

시청자들의 장난스러운 불평이 이어지자 정소윤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자, 제 얼굴 보고 싶어도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시고요. 이번에 업데이트 된 이벤트 모드, ‘타임워페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간과 관련된 이벤트죠?”

“네, 맞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없는 명작, ‘엘리미네이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형만 한 아우가 있다는 걸 보여준 그 작품……!

-ㄹㅇㅋㅋ 엘리미네이터는 2가 진국이지

-아윌비백은 진리지

-팩트) 아윌비백은 용광로 들어갈 때 한 대사가 아니다

-엥? 뭔솔?

-이왜진?

시청자들이 영화 얘기를 하는 사이 자료화면이 넘어갔다.

“기존 거너 그라운드의 게임은 모두 PVP로 진행이 됐었죠? 하지만 이번 모드에는 미래에서 온 적, 킬러노이드가 추가됩니다. PVP에 PVE를 추가해서 더 다양한 전투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거기다 이 킬러노이드가 정말 큰 변수로 작용합니다. 다른 플레이어들과 달리 로봇이라서 잡기가 무척 힘들거든요? 게다가 미래에서 가져 온 무기까지 사용합니다.”

“저희가 해설을 해야 되기 때문에 미리 무기 자료를 받았는데요. 근데 이게 이렇게 세도 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위력이 대단합니다.”

“하지만 하이 리스크에는 하이 리턴이 따라오는 법! 킬러노이드를 처치하게 되면 그들이 가진 무기를 랜덤하게 획득할 수 있습니다.”

멘트와 함께 킬러노이드의 모습과 그들이 가진 무기가 나타났다.

펄스 라이플과 레일건, 레이저 소드 등 SF 게임에서나 볼법한 아이템들.

-않이 ㅋㅋㅋ 저런 무기면 3뚝이 버티겠냐고 ㅋㅋ

-ㅁㅊ 너무 밸붕 아님?

-아예 작정하고 OP로 만들었네 ㅋㅋㅋㅋ

-본격 티밍 권장 모드 ㅋㅋㅋㅋ

-GGG가 밸런스 맞추는 수준 어디 안 가쥬?

채팅창의 분위기가 안 좋은 쪽으로 쏠릴 조짐이 보였지만 정소윤은 당황하지 않았다.

“자자, 아무리 아이템이 좋아도 사용하는 사람의 실력이 좋아야 제 가치를 하는 법이잖아요? 파밍이 잘 됐다고 한우 먹는 건 아니거든요.”

-엌ㅋㅋㅋ 맞말추

-역시 소윤이모라니깐!

-ㄹㅇㅋㅋ 트수들한테 주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자너

-진짜 돼지인 트수들 깜짝!

-아 ㅋㅋ 너 햄최몇이냐?

-의문의 스플댐 멈춰!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그녀는 자연스럽게 진행을 이어나갔다.

“자, 그럼 이 무기들이 제 가치를 할 수 있을지! 이번에 참여해 주신 인플루언서 분들을 소개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화면에 100개의 로고가 나타났다. 25개 팀으로 구분된 100인의 참여자들이 운영하는 채널 로고였다.

“무려 100인! 하나같이 쟁쟁한 분들인데요. 그러나 이 중에서 우승 상금, 2천만 원을 얻을 수 있는 건 오직 한 팀뿐입니다!”

-1인당 500이네?

-게임 한 판에 500만원 ㅋㅋㅋ

-넘모 부럽자너 ㅠ

-그 와중에 히든 멤버는 ?로 가려뒀누

-아 ㅋㅋㅋ 독하다 독해

-그냥 공개해주면 안 되는 거냐구!

각 팀의 마지막 멤버는 여전히 미공개 상태였다. 시청자들이 아우성치자 정소윤은 손을 들며 그들을 진정시켰다.

“자, 여러분. 오늘 이벤트가 이분들만을 위한 게 아니거든요. 지금 직접 방송을 보고 계시는 시청자분들을 위해 GGG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번 이벤트에서 당첨되신 분들 모두에게 새로 업데이트된 스킨을 선물해드립니다.”

“거너 그라운드처럼 실력으로 승부하는 게임에서 스킨은 중대사항이거든요? 이거 못 참죠. 정말 못 참습니다.”

해설진까지 추임새를 넣으며 강조했다. 이에 채팅창은 충성을 다짐하는 말과 ‘^^7’로 도배가 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웃으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벤트 참여는 아주 간단합니다. 지금 공개된 이 25개 팀 중 1위는 과연 누가 될 것인지 투표를 해주시면 되는데요. 단, 히든 멤버는 투표가 끝나고 공개됩니다!”

이윽고 투표창과 25개 팀의 이름이 적힌 항목이 열리자 시청자들의 채팅이 더욱 활발해졌다.

-무친 변수 ㅋㅋㅋㅋ

-GGG가 머리 좀 썼누

-일단 공개된 3인만으로 추측하라는 거?

-아…… 이러면 좀 빡센데

-솔직히 거를 팀은 확실하지 ㅋㅋ

-HOXY ㄷㅅㄱㅂ?

-소거법 가나요 ㅋㅋㅋㅋ

-모르면 그냥 퍼지데이 가라고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투표를 하는 동안 정소윤과 해설진도 가만히 쉴 수는 없었다.

“정말 어려운 투표인데요. 해설 분들께서 시청자분들에게 고려할 점을 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염두에 두셔야 하는 게 PVP가 아닙니다. 앞서 보여드린 킬러노이드가 진짜 핵심이거든요?”

“맞습니다. 보통은 실력이 좋은, 호전적인 성향의 팀에게 마음이 가실 텐데요. 이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전투에 돌입했다가 일찍 탈락할 수도 있다. 그런 말씀이신 거네요?”

-응~ 아니야~ 퍼지데이 찍을 거야

-갓플이면 그냥 잡을 듯

-몰표 가즈아!

-???: 스킨을 4만개나 뿌리라고?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는 그 사실을 몰랐어~

-트폰지 밥 뭐냐고 ㅋㅋㅋㅋ

-들린다 들려!

이윽고 종료된 투표.

정소윤은 슬쩍 눈을 굴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방금 전 투표가 끝났는데요. 과연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지, 지금 바로 공개하겠습니다!”

[이벤트 1위 예상]

[1. 퍼지데이 – 58.8%]

[2. 피치 브라더스 – 33.2%]

[3. 물피도주 – 5.1%]

[25. 이글은독수리 – 0.0%]

화면에 나타난 투표 결과.

정소윤과 해설진들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예상보다 득표율이 엄청 편중되어 있네요! 시청자 분들이 예상해 주신 1등은 팀 퍼지데이입니다!”

“1등이나 2등일 거라고는 예상했는데 설마 과반수를 넘길 줄은 몰랐습니다.”

“확실히 최근 각광받는 퍼플 님, 전통의 강호 지놈 님 그리고 완전 미지수인 이클립스 님이 있는 팀이라고 해야 할까요.”

놀라면서도 이 현상을 이해한 해설진. 그들과 다르게 시청자들은 각자의 이유로 충격을 금치 못했다.

-헐? 퍼지데이가 저 정도밖에 안 된다고?

-아 ㅋㅋ 한국인들 절반밖에 없냐구!

-근데 킹직히 이클립스가 너무 변수기는 함 ㅋㅋㅋ

-진짜 이클립스 말고 다른 스머였으면 완전 몰표 됐을 듯

-이 조합이면 피치 브라더스가 오히려 안정적인 베팅이지 ㅋㅋㅋ

-스킨 걸렸는데 이건 빅피치로 가야지

-독수겜방 있는 팀 바로 꼴지행ㅋㅋㅋ

-무친 ㅋㅋ 0.0%는 공개 능욕 아니냐구웃!

-이건 모자이크 좀 해줘라

-소수점에서 잘라서 그런 거지 투표한 사람이 있긴 하네 ㅋㅋㅋ

어느덧 시청자는 4만 5천에 육박했다. 정소윤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고 진행을 이어나갔다.

“자, 과연 시청자분들의 선택은 옳았을지! 지금부터 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히든 멤버를 공개하겠습니다!”

인터뷰 순서는 득표율이 가장 낮은 팀부터였다.

“인터뷰는 시간 관계상 각 팀의 팀장님들과 진행하겠습니다. 이글은독수리의 팀장, 독수겜방님?”

그녀의 부름에 화면이 이분할 되며 게임 대기실이 나타났다. 마치 이원생중계를 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네…… 독수겜방입니다.>

“아, 지금 너무 애처로운 목소리거든요. 투표 결과에 많이 실망하신 것 같아요.”

<아뇨,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부족한 거야 천하가 다 아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신다니 그럼 바로 넘어갈게요.”

<네? 아니……!>

“이번 이벤트에 임하는 각오나 포부, 말씀 한번 부탁드릴게요.”

-아 ㅋㅋㅋ 역시 소윤이모야!

-억울한 거 너무 잘 살렸고

-누구에게도 신뢰를 주지 못하는 남자!

-0%의 사나이 독수겜방!

-벌써 웃기네 ㅋㅋㅋㅋ

인터뷰는 부드럽게 진행됐다.

정소윤은 틈틈이 각 팀장의 특색에 따라 대우를 해 주었고 팀장들은 자연스럽게 대답해 주었다.

<킬러노이드 먼저 잡고 팀끼리는 나중에 싸우는 건 어떨까요? 제발.>

<이번에는 템빨, 오직 템빨입니다!>

<한마디로 존버만이 답이다, 그렇게 정리가 되네요.>

<갓파고님 충성충성! 저희는 인류를 배신할 겁니다.>

실력이 비교적 부족한 중하위권 팀들은 예능에 초점을 맞춘 답변을 남겼다.

하지만 이내 10위권에 접어들자 기세가 달라졌다.

<킬러노이드요? 진짜 킬러는 저희들인데?>

<협력이 필요한 것 같은데 장담 못 합니다. 자동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기거든요.>

<좀 살살하려고 했는데 순위가 마음에 안 들어서요.>

다분히 호전적인 기세의 각오가 이어졌다. 이윽고 2위를 차지한 팀, 피치 브라더스의 인터뷰 차례가 되었다.

“피치 브라더스 팀장, 빅피치님? 인터뷰 괜찮으실까요? 인사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안녕하십니까. 빅피치입니다.>

그의 인사에 채팅창이 바로 반응했다.

-빅피치! 빅피치! 빅피치! 빅피치!

-편안한 거 보소 ㅋㅋ

-아 ㅋㅋ 대회 우승이 몇 번인데 떨겠냐고

-역시 거그 머기업 스머 답누ㅋㅋㅋ

-지금 구독 몇 만쯤 됐음?

-200만 넘지 않았나?

-저번에 대회 열었을 때 204만인가 그랬음

빅피치는 GGG가 주관하는 스트리머 대회에서 매번 TOP3 안에 들 정도의 실력자였다.

또한 자체적으로 대회를 열 정도로 거너 그라운드를 전문 컨텐츠로 삼아 온 스트리머기도 했다.

“투표율 33%, 지금 시청자분들 중 3분의 1이 피치 브라더스의 우승을 점쳤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실수하신 겁니다.>

빅피치의 대답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왔다. 정소윤과 해설진도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저희가 승리할 확률이 100%인데 예측이 33%라니, 이건 명백한 오류입니다!>

-캬 ㅋㅋㅋㅋ 패기보소

-목청보소 ㅋㅋㅋ 이름값 하누

-역시 Big Pitch다 이말이야

-아 ㅋㅋ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정소윤은 그 말에 웃으며 질문을 이어 나갔다.

“여전히 성량이 대단하시네요. 시청자들의 오류, 어떻게 바로잡으실지 각오 한번 부탁드릴게요.”

<오늘은 이벤트전이지만 예능끼는 쫙 빼고 다큐로 갈 생각입니다.>

빅피치는 그리 말하며 얼굴을 굳혔다.

<특히 팀 퍼지데이와는 꼭 승부를 가릴 예정입니다!>

“오? 선전포고인가요?”

<맞습니다! 그중에서도 퍼플 님은 반드시 꺾을 겁니다!>

선전포고에다가 퍼플까지 언급되자 채팅창이 술렁였다.

-????

-빅피치랑 퍼플이랑 뭔 일 있었음?

-서로 모르는 사이 아님?

-ㄹㅇㅋㅋ 만나 본 적도 없는데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둘 사이에는 아무런 접점도 없었기에 정소윤은 캐스터로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특별히 퍼플 님을 지목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 빅피치! 지금까지 거그를 해 오면서 여포메타의 대명사라 자부해 왔습니다.>

그는 마치 웅변을 하듯 목소리를 조절하며 말했다.

<하지만 퍼플 님이 등장한 그 이후! 그 놀라운 퍼포먼스와 실력이 공개된 이후! 저는 그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엌ㅋㅋㅋ 그건 인정이지

-ㄹㅇㅋㅋ 킹쩔 수 없자너

-OTP랑 갓플 플레이 보면 학살수준임 ㅋㅋㅋ

-킹치만……! 다른 여포들에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는걸!

시청자들은 이에 동감했다.

같은 여포 메타라도 그 양상이 너무 차이가 나지 않았나.

<저는 명예회복을 위해 기다렸습니다! 퍼플 님이라면, 그 실력이라면 저의 랭크! 마스터까지는 순식간에 오리라! 그때 자웅을 겨루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빅피치는 눈을 부릅뜨며 주먹을 떨었다.

<바로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 버리지 않았습니까!?>

그 말에 채팅창에 웃음이 번졌다.

-의문의 1패를 당해버린 빅피치 ㅋㅋㅋㅋ

-맞네 ㅋㅋㅋㅋ 퍼지데이로 듀오 랭크 플래티넘 찍고 안 했자너

-바로 환승해버렸쥬?

-그냥 따로 연락해서 붙으면 되는 거 아님?

-마스터가 플래한테 도전? 가오가 있지 ㅅㅂ ㅋㅋㅋㅋ

정소윤도 대강 사정을 파악하고 빠르게 정리를 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원조 여포로서의 명예를 되찾으시겠다는 거로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선출한 베스트 멤버, 그리고 비장의 히든 멤버와 함께라면 승리할 것이다!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과연 빅피치 님다운 각오였습니다. 자, 그럼 피치 브라더스 팀이 자랑해 마지않는 비장의 멤버! 지금 공개합니다!”

정소윤의 말과 함께 물음표로 가려져 있던 사진이 밝혀졌다.

그 얼굴을 확인한 해설진은 입을 크게 벌렸다.

“이분은……!?”

“솔, 솔져A님 아니십니까!?”

-헐? 솔져A? 찐이라고?

-와씨 ㅋㅋㅋ 진짜 특수부대원을 데려왔네

-않이;;; 티비에서나 보던 분이 왜 여기에

-솔져A가 스트리머였음?

-ㄴㄴ 스트리밍은 안함

-스트리머는 아닌데 큐튜버니까 인플루언서는 맏찌 ㅋㅋㅋ

솔져A.

특수부대 출신의 큐튜버로 해외파병경험과 군사학을 배운 진짜 프로였다.

-이러면 솔져A가 오더 내리겠네 ㅋㅋㅋㅋ

-찐 군인의 작전지휘를 볼 수 있다고?

-아 ㅋㅋ 실전경험은 못 참지

-스킨 77ㅓ억!

-피치 브라더스에 안 건 흑우 없제?

-정배들 이제 정신이 들어? 정배들 이제 정신이 들어?

-넘모 편안하쥬?

-비장의 멤버(진짜 비장한 분)

피치 브라더스에 투표한 시청자들은 우승을 확신했다. 반면 퍼지데이에 투표한 이들은 걱정을 내비쳤다.

-와…… 이거 아무리 퍼지조합이라도 좀 어려운데

-솔직히 이전까지는 이클립스 끼고도 찢을 수 있을 것 같긴 했는디

-와…… 이 조합은 너무 빡세다 진짜

-아니야! 난 퍼플 코인 믿어!

-아모른직다!

-퍼지데이에도 히든 멤버가 있다는 걸 잊지말라구웃!

정소윤은 빠르게 채팅창을 훑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네, 빅피치 님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과연 우승후보! 정말 치열한 각오였습니다. 그럼 이제 마지막, 팀 퍼지데이를 만나 보겠습니다!”

화면이 전환되며 지놈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역시 인터뷰를 지켜봤을 텐데 예상외로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안녕하세요, 지놈 님!”

<네, 안녕하세요! 유전자 레벨로 게임을 잘 하는 남자, 지놈입니다!>

-앗!

-제발 이벤트에서까지 인트로 멘트 치지 말라고 ㅋㅋㅋㅋㅋ

-이 남자, 부끄러움이 없다

-수치심은 시청자들이 대신하기 때문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그의 태도에 정소윤도 내심 편안하게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네, 조금 전 빅피치 님이 폭탄을 던지셨는데요. 이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폭탄이요? 요즘 콩알탄도 폭탄으로 치나요?>

지놈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않잌ㅋㅋㅋㅋㅋㅋㅋ

-요즘 애들이 콩알탄을 어떻게 아냐구!

-늙고 병든 우리 형이 또……!

-4만 명 앞에서 지금 뭐하는 거냐구!

-저건 지놈이 아니라 게놈입니다 여러분!

-그 와중에 소윤이모는 바로 알아듣고 웃고 있쥬?

지놈은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농담이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피치 브라더스 팀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를요?”

<예. 이게 아무리 그래도 이벤트 대전이지 않습니까? 투표 결과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너무 일방적으로 승리하면 주최 측도 곤란하거든요.>

-저저 입 저거!

-주접 ON!

-트최입 시동 걸쥬 ㅋㅋㅋㅋ

-역시 오디오 랭커랄까?

-ㄹㅇㅋㅋ 갓플이랑 듀오 플래딴거 다 오디오 채운 덕이자너

시청자들은 그의 도발에 흥겨워했다.

“그 말씀은 예상보다 게임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솔져A의 참전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거든요.”

“이거, 잘못하면 박제 당합니다. 박제 당한 짤은 성불을 못 하는 거 아시죠?”

정소윤은 물론 해설진도 한마디씩 덧붙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놈은 당당했다.

<박제? 약간 단어 선택에 실수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이런 때는 박제가 아니라 기념이라는 말을 쓰죠.>

“이야, 역시 1위 팀이라고 해야 할까요? 자신감이 정말 대단합니다.”

“아무리 퍼플 님과 지놈 님이라지만 이클립스 님은 뉴비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그 격차를 보완할 정도로 히든 멤버가 대단한 걸까ㅉ요?”

<어우, 대단하죠. 엄청납니다.>

지놈의 대답에 해설들은 감탄하면서도 의문을 표출했다. 그 가운데 정소윤만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리 형이 그래도 괜한 소리는 안 하는 사람인데

-대체 무슨 비밀병기를 준비해 온거냐구!

-얼른 알려줘잉!

-큰 거 오나? 큰 거 오나? 큰 거 오나?

정소윤은 채팅창을 바라보며 밝게 웃었다.

“자! 그러면 구체적인 각오는 멤버를 공개한 후에 듣도록 하죠. 팀 퍼지데이의 마지막, 4번째 멤버는 과연 누구일까요? 지금 공개됩니다!”

빙그르르 돌아가는 물음표. 그리고 그 뒤에 나타난 건 다름 아닌 사과를 들고 있는 남자였다.

“이건……”

“어? 이게 뭐죠?”

해설진들은 순간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시청자들은 대번에 알아보았다.

-?

-이거 어디서 많이 봤는데

-뉴턴? 뉴턴인데?

-설마?

그것은 아이작 뉴턴의 초상화였다. 그리고 그 이름이 채팅창에 올라온 순간.

<저희 팀 퍼지데이의 4번째 멤버는 바로, 뉴턴좌입니다!>

지놈이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 음성을 기폭제 삼아 채팅창이 폭발했다.

-뉴턴좌를 섭외했다고?

-않이ㅋㅋㅋㅋㅋ 이게 무슨ㅋㅋ

-뉴눈나? 뉴눈나가 왔다고!?

-눈나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게 말이 됨?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이러면 얘기가 다르짘ㅋㅋㅋ

-퍼지이에 뉴눈나?

-뉴 퍼지데이! 뉴 퍼지데이! 뉴 퍼지데이!

-숙청 파티다! 숙청 파티다! 숙청 파티다!

-정배는 승리한다! 정배는 승리한다! 정배는 승리한다!

-퍼플 코인 안 탄 흑우 없제?

-역배들 물렸쥬? 역배들 물렸쥬? 역배들 물렸쥬?

급증가한 채팅에 글자들이 버벅이기 시작했다. 이에 빠르게 정소윤과 해설진들은 오디오를 채웠다.

“지금 채팅이 갑자기 늘어나서 프리징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만큼 놀라운 소식이죠?”

“뉴, 뉴턴좌면 그 뉴턴좌인가요? 저희가 아는?”

“아, 정소윤 캐스터님?”

“놀랍게도 맞습니다! 저도 처음 명단을 받았을 때 두 분이랑 똑같았어요.”

히든 멤버는 캐스터인 정소윤만이 미리 알고 있었다. 해설진들은 입을 벌린 채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그들도 프로였기에 이내 정신을 다잡았다.

“이거…… 이러면 진짜 게임의 향방이 알 수 없게 됐습니다.”

“네, 맞습니다. 뉴턴좌, 이분 실력이 진짜 대단하죠, 대단한데. 팀플레이에 적합한가? 이건 또 다른 문제거든요.”

“그러니까요. 팀 퍼지데이에는 이미 이클립스 님이 변수로 자리를 잡은 상황에 여기에 뉴턴좌까지 추가되니 참 난감합니다.”

“예, 정말 제가 해설을 정말 많이 했는데 이렇게 무어라 평하기 힘든 경우는 처음이에요.”

해설진들은 흥분했는지 말을 쏟아냈다. 정소윤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제지해야 할 정도였다.

“자, 아직 인터뷰가 끝난 게 아닙니다. 퍼지데이 팀의 각오, 아직 듣지 못했거든요. 해설은 나중에 다시 듣도록 하고, 지놈 님 아직 계시죠?”

<네, 지금 해설 분들이 평가하기 어렵다는데 저는 잘 이해가 안 가네요. 세 글자만 기억하시면 되는데?>

“세 글자요?”

지놈은 여유롭게 웃음을 흘렸다.

<어우퍼, 어차피 우승은 퍼지데이. 이거 과학인데 모르셨어요?>

-않이 ㅋㅋㅋㅋ 그거 퍼플 거잖아!

-은근슬쩍 퍼지데이로 바꾸는 거 보소 ㅋㅋㅋ

-추놈, 또 너야?

-지놈의 빨대는 전설급이다 진짜 ㅋㅋㅋㅋ

-유전자 레벨로 뽑아 먹는 듯ㅋㅋ

-제로백 버스 정기 승차권을 지닌 자의 위엄 ㅋㅋㅋㅋ

-정기승차 개부럽누 ㅋㅋㅋㅋ

때마침 채팅창이 정상화되면서 시청자 반응이 올라왔다. 정소윤이 무어라 멘트를 하기도 전에 지놈이 말을 이었다.

<아니, 팀은 일심동체인 거 모릅니까? 이 사람들이 단합이 잘 됐다고 칭찬을 해야지! 퍼플이 이기는 게 우리가 이기는 거……>

“자아, 팀 퍼지데이의 각오 잘 들었습니다.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네요.”

그녀의 말과 함께 지놈은 사라지고 화면이 다시 하나로 돌아왔다.

-지소리 컷!

-소윤이모 나이스 컷!

-이게 정캐지 ㅋㅋㅋㅋ

-이번 이벤트 시작 전부터 레전드네 ㅋㅋㅋㅋ

-ㄹㅇㅋㅋ 눈을 못 떼겠누

정소윤은 채팅창의 분위기를 확인하고는 밝게 웃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벤트 매치를 시작할 차례인데요. 히든 멤버도 전부 공개됐으니 전략을 수정할 필요도 있겠죠? 그래서 지금부터 5분간 휴식시간을 갖겠습니다.”

이윽고 화면에 타이머가 나타났다.

“그리고 시청자분들은 채팅창 확장메뉴를 여시면 원하시는 캠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생각보다 시청자분들이 많이 와 주셔서 캠 변경 딜레이를 10분으로 설정했다고 합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리고, 저희는 5분 뒤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내 화면이 암전되며 이번 업데이트 된 모드의 안내 영상이 재생됐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 ㅋㅋㅋ 이건 무적권 퍼지데이 캠이지

-이번 대회 진짜 역대급이다 ㅋㅋㅋ

-뉴턴좌와 퍼플의 팀플? 못 참아!

-스승과 제자 콤비는 언제나 옳다

-킹직히 이클립스가 어떻게 할지도 궁금하긴 함 ㅋㅋㅋ

-ㅁㅊ 이러다가 퍼지데이 쪽 캠만 딜레이 1시간 되는 거 아님?

-ㅅㅂ 양심껏 자기가 투표한 팀 봐라

-ㄹㅇㅋㅋ 이게 맏찌

-그걸 믿었음? 트수킥!

그들이 보러 온 것은 새로운 이벤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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