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18화 (118/491)

118화 - 타임워페어 – 각개격파(2)

스트리머 100인의 대규모 이벤트의 시작. 이에 집중한 건 비단 시청자들만이 아니었다.

“자, 기다리시던 타임 워페어의 막이 올랐습니다!”

군용비행기로 화면이 전환되자 정소윤 캐스터가 운을 띄웠다.

“이야, 퍼플 선수 역시나 인기가 대단하네요.”

“비행기 내에서 팬미팅이 열렸네요.”

“솔직한 심정으로 저도 끼고 싶긴 하네요. 사실 흔치 않은 기회긴 하거든요?”

그녀와 해설진들은 평화롭게 진행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아, 지금! 지놈 선수가 광역 도발을 했어요! 이래도 괜찮나요?!”

“이건 의외로 현명한 판단입니다. 어차피 견제 1순위였거든요?”

“그렇습니다! 이왕 견제 받을 거, ‘너희들이 하는 게 아니라 내 도발 때문에 하는 거다’ 이렇게 프레임을 짤 수 있거든요.”

“역시 관록의 지놈! 시작부터 게임을 주도하려는 모습이네요! 하지만 꽤 거친 도발, 많은 팀이 그 뒤를 따릅니다!”

어느 대회건 흥이 오르는 게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세 사람은 지놈의 도발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 지금 어떻게 된 거죠!? 탕탕하니까 두 선수가 탈락해 버렸어요!”

“와, 이건 정말 놀랍습니다! 착지와 동시에 재빠른 파밍, 이윽고 번개 같은 2킬!”

“퍼플과 뉴턴좌 선수가 시작의 축포를 쐈어요!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아, 지금 채팅창에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정말 제대로 가르치고 제대로 배웠네요!”

시작부터 올라간 텐션에 세 사람 모두 즐거워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내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퍼플 선수가 뭐라고 한 거죠?”

“각개격파? 이게 대체 무슨 말이죠? 스쿼드 전에서 어떻게 각개격파가 나옵니까?”

“혹시 양각을 노리는 플레이를 말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남은 30명을 4명이서 양각을 노리는 것도 좀 말이 안 되거든요?”

“아! 진짜, 진짜 각개격파입니다! 팀 퍼지데이! 4명 모두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빠르게 흩어지는 네 사람을 보며 해설진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정소윤 캐스터가 다급히 그들을 일깨웠다.

“아무리 각 선수의 기량이 뛰어나다지만 이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아, 네네! 맞습니다. 왜 이런 선택이 나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티밍이 허용되거든요?”

“단순하게 계산해도 30명을 4인으로 나누면 1인당 대략 7명을 상대해야 합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고르게 흩어진 것도 아니니 누군가는 더 많은 이들을 상대해야 하거든요?”

“1대 7 혹은 그 이상을 상대해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는 거네요? 운이 나쁘면 한둘은 탈락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윽고 조감도를 보여 주듯 위에서 아래를 내다보는 화면이 나타났다.

이윽고 장애물 뒤로 반투명하게 투사된 참여자들의 모습이 표기가 되었다.

“아, 지금! 첫 교전이 일어납니다! 차고, 차고에서 마주쳤어요!”

“누구죠? 누굽니까?!”

“이클립스, 이클립스 선수입니다!”

세 사람의 외침과 더불어 순식간에 화면이 전환되었다. 옵저버 캠은 창고 내부를 비추며 대치 상황을 보여 주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상대는 5명입니다!”

“아, 3명이 권총을 들고 있습니다. 다른 둘은 총기를 못 찾았나 봅니다!”

“그렇습니다! 쇠지렛대랑 정글도를 들고 있네요!”

이클립스는 버려진 차량과 탱크 사이로 움직이며 그들에게 접근했다.

-와씨 ㅋㅋㅋ 진짜 칼 하나로 상대하려는 건가?

-뚝이랑 갑빠도 없이 그냥 간다고?

-아 ㅋㅋㅋ 갑옷 입었다구욧!

-저건 그냥 스킨이자넠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그의 과감함에 놀랐다. 이클립스는 순식간에 튀어나와 적들을 덮쳤다.

“여, 여기!”

불쑥 튀어나온 그를 발견한 상대가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겨누어진 총구.

하지만 방아쇠는 당겨지지 않았다.

[이클립스 >>정글도>> 갓로꼬 (HEAD SHOT!)]

그의 정글도가 정확히 머리를 타격하자 상대가 고꾸라졌다. 거너 그라운드는 15세 이용가 게임이기에 신체 절단 묘사가 없었다.

“잡아요!”

“쏴!”

이에 놀란 다른 사람들이 즉각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이클립스는 이미 다시 엄폐를 마친 뒤였다.

어디서 튀어나올까.

모두의 시선이 분산된 그때, 이클립스가 차량을 타고 올라 도약했다.

“우, 우아아악!”

목표는 근접무기를 들고 있는 상대. 그들은 기겁하며 마구잡이로 손에 든 무기를 휘둘렀다.

캉하는 쇳소리와 함께 무기가 맞붙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의 생사가 결정됐다.

[이클립스 >>정글도>> 바라아재 (HEAD SHOT!)]

[이클립스 >>정글도>> 해골인간(HEAD SHOT!)]

벼락처럼 움직인 정글도는 순식간에 두 사람을 쓰러뜨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요!?”

“엄청납니다! 정글도만으로 3킬! 그것도 전부 헤드샷이에요!”

“역시 이클립스다! 이 말밖에 안 나오네요!”

캐스터와 해설진이 흥분해 목소리를 높였다. 채팅창도 마찬가지였다.

-아 ㅋㅋ 이게 이클립스지

-않이! 이거 총겜이라니깐!

-역시 전장의 기사다 이말이야

-무친ㅋㅋㅋ 정글도에 헤드샷이 있었냐고!

-갓플은 주먹으로 헤드샷했는데 뭘 ㅋㅋ

축제분위기인 그들과 달리 이클립스를 상대하는 사람들의 안색은 파리해졌다.

“이, 이런 미친!”

“어!? 어디가요!?”

남은 둘은 각기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한 사람이 방아쇠를 당기는 사이 다른 사람이 신속히 자리를 이탈했다.

“아! 갈라졌어요!”

“같은 팀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습니다.”

“급조된 팀워크의 한계가 바로 나오네요!”

그 사이 이클립스는 정글도를 고쳐 쥐며 달렸다. 차량과 차량 사이를 종횡무진하는 그의 모습에 탄환은 헛되이 바닥과 차량에 흠집만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뒷걸음치며 연거푸 방아쇠를 당기기를 잠깐.

“어, 어어!?”

달칵하는 방아쇠 소리와 함께 탄창이 떨어졌다. 탄환을 모두 사용한 것이다.

상대가 덜덜 떨면서 급히 탄창을 잡았지만.

“쉬시오.”

이클립스는 그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또 하나의 탈락자가 발생한 순간이었다.

“아! 이클립스 선수 위험합니다!”

“뒤를 잡혔어요! 난쟁킴 선수! 이걸 노렸나요!?”

“아, 역시 칼은 총을 이길 수 없는 걸까요!”

자리를 이탈했던 상대가 그를 향해 조준을 마친 것이다. 이클립스가 바로 돌아서긴 했지만 둘 사이의 거리가 상당했다.

미소 짓는 상대의 얼굴, 그리고 당겨지는 방아쇠와 불을 뿜는 총구.

이클립스는 그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우레와 같은 격발음이 차고에 울렸다.

“어?! 이게 무슨 일이죠!?”

“조준이 빗나갔나요!? 분명히 맞았을 텐데!?”

“이클립스 선수! 건재합니다!”

그러나 이클립스는 쓰러지지 않았다. 그는 당황하는 상대를 보며 힘껏 허리를 틀었다.

쏵하는 파공음과 함께 날아간 정글도는.

[이클립스 >>정글도>> 난쟁킴 (HEAD SHOT!)]

경악한 그의 머리에 적중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정적이 내려앉았다.

“거, 검을 던졌습니다! 이클립스 선수!”

“아니, 이런! 이런 플레이는 처음 봅니다!”

“검을 던져서 맞췄어요! 엄청난 투검술입니다!”

-지금 내가 뭘 본 거임?

-투검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

-아 ㅋㅋ 역시 엘든제이검이라니깐!

-아 ㅋㅋ 투검이라는 게 Two검이었누

-한결같은 기사 컨셉 미쳤쥬?

해설진도 채팅창도 놀라움을 표했다. 하지만 더 놀랄 만한 일은 따로 있었다.

“아, 조금 전 상황! 총알 카메라로 리플레이가 나왔습니다. 이건 왜 보여 주는 걸까요?!”

주최 측에서 화면을 전환했다.

상대가 쏜 총알을 따라 움직이는 카메라.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총알을, 총알을 정글도로 쳐 냈어요!”

해설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격발과 함께 이클립스가 정글도를 세웠고, 칼날에 맞은 탄환은 불똥을 튀며 옆으로 튕겨 나갔다.

-?

-총알을 정글도로 막았다고?

-그게 말이 됨?

-이게 지금 뭐가 어떻게 되는 거냐구!

시청자들도 해설진도 혼란스러워했다. 의외로 대답은 본인에게서 나왔다.

“가신들이여, 놀랄 것 없소, 오히려 수련 결과가 제대로 나와 흡족하구려.”

이클립스가 정글도를 갈무리하며 입을 열었다.

“이번 전장에 참여하기 위해 퍼플 경의 모습을 본받기로 했소! 그중에서도 뉴턴좌와의 전투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소이다. 탄환을 막는 그 모습, 본인도 따라하고 싶었소.”

이경복과 뉴턴좌의 대결.

당시 이경복은 들고 있던 산탄총을 던져 총알을 막은 전적이 있었다. 이클립스는 그것을 보고 응용하여 정글도로 탄환을 쳐 내는 훈련을 해 온 것이다.

-폐관수련이라고 한 게 사격훈련이 아니라 이거였다고?!

-않잌ㅋㅋ 상식적으로 거그하는데 왜 검술을 훈련하냐구욧!

-기사가 검술을 수련한다, 그게 상식이잖아?

-아아, 이게 바로 전장의 기사라는 것이다

-돌겠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감탄했고 캐스터와 해설진은 무어라 멘트를 할지 머리가 복잡해져 있을 때.

[뉴턴좌 >>B92F>> 렌틸콩(HEAD SHOT!)]

그런 그들을 구원하듯 새로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아! 뉴턴좌 선수! 활약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클립스 님을 중계하는 사이 벌써 무려 7명이 죽었어요!”

“엄청납니다! 전부 똑같이 사망했어요!”

전환된 화면에는 이미 시체가 널려 있었다. 그리고 그 시체 모두 정확히 머리를 맞았다는 표식이 남아 있었다.

“젠장……!”

동료를 모두 잃은 상대는 낮게 중얼거리고는 이를 악물었다.

“아! 생존자는 3위 팀! 물피도주의 팀장인 물리갑 선수입니다!”

“맞습니다! 나름 물리, 피지컬을 내세우는 선수거든요!?”

“지금 죽은 7명 중 3명이 물피도주 팀원들이에요! 팀장으로서 이거 도망칠 수 없죠! 반드시 설욕을 해야 합니다!”

-급조팀도 아니고 팀 하나를 지금 몰살시켜 버리는 거?

-게다가 다른 팀도 아니고 물피도주를?

-나름 우승후보였는데 ㅅㅂ 이걸 썰어버리네

-와씨 뉴눈나 실력 미쳤다 ㅎㄷㄷ

-진짜 이름값 하나는 대단하다니깐!

-ㄹㅇㅋㅋ 3위팀 바로 끌어내렸쥬?

-뉴눈나가 못 끌고 내려온 사람은 오직 갓플뿐인가……!

-아 ㅋㅋ 그러니까 스승이지!

모두가 놀라며 관심을 모았다.

정작 그 중심에 선 뉴턴좌는 별다른 감흥이 없이 상대가 숨은 엄폐물을 향해 총구를 겨눈 채 다가갈 따름이었다.

이윽고 상대가 숨어 있는 엄폐물에서 불쑥 헬멧이 튀어나왔다.

자동반사적으로 당겨진 방아쇠.

캉하는 쇳소리와 함께 헬멧이 나가떨어졌다.

“아! 1뚝이에요!”

“물리갑 선수가 아니에요!”

“미끼! 미끼를 던졌어요!”

해설진이 비명처럼 소리를 내지름과 동시에 반대편에서 상대가 튀어나왔다.

그는 승리를 확신하듯 입꼬리를 올렸다.

뉴턴좌의 총구가 그쪽으로 향해 있다는 걸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엇……”

그녀는 마치 기계처럼 방아쇠를 연거푸 당겼다.

[뉴턴좌 >>B92F>> 물리갑 (HEAD SHOT!)]

손에 한 발, 머리에 한 발.

상황은 너무나도 간단히 정리됐다.

“아! 물리갑 선수 탈락합니다! 물피도주 팀이 단 한 사람에게 아웃됐어요!”

“물리갑 선수! 최선의 판단을 내린 거였거든요!? 그런데 상대를 잘못 만났네요!”

“이건, 이건 정말 경이롭다고밖에 표현이 안 됩니다! 탈인간급의 반사신경이에요!”

그의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뉴턴좌의 반사신경이 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을 뿐이었다.

“제가 처음에 뉴턴좌가 과연 팀플레이에 적합할지 말씀드렸었는데요.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이런 솔로 플레이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네요!”

“네, 맞습니다! 충분히 발달한 솔플은 팀플과 구분할 수 없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어요!”

해설진의 멘트에 채팅창이 웃음이 번졌다.

-해설진들도 바로 드립으로 가누 ㅋㅋㅋ

-않이 ㅋㅋㅋ 이걸 어케 해설하겠냐고 ㅋㅋㅋㅋ

-ㄹㅇㅋㅋ 페이크 구분 왜함?

-응~ 계속 페이크 써봐! 다 쏴버리면 그만이야!

-뉴턴씨, 그렇게 봤는데 무서운 사람이네

-그렇게 본 거면 제대로 본 거잖엌ㅋㅋㅋㅋ

-이상하다? 원래 적이 아군으로 오면 너프 먹는 게 클리셰인데?

-갓플이 가르쳐서 더 세졌쥬?

-이런 뉴턴좌를 이긴 갓플…… 그는 대체?

모두가 경탄한 플레이였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유유히 시체를 뒤졌다.

“기대가 컸나, 생각보다 시시하네.”

그녀가 툭 한 마디를 뱉었다.

이에 지켜보던 이들 모두가 놀라려는 찰나였다.

<어, 지금 여유 있는 분들 있습니까!?>

무전기로 전해지는 다급한 목소리.

“아, 지놈! 지놈 선수의 무전이 들어왔네요! 수세에 몰린 걸까요!?”

“카메라 빨리 돌려주세요!”

“관록의 지놈! 하지만 실력은 팀에서 약간 부족한 모습을 보여 줬었거든요!”

앞의 두 사람이 보여 준 플레이에 한껏 흥분한 해설진이 말을 쏟아냈다.

이윽고 전환된 화면.

지놈은 잔뜩 웅크린 채 엄폐물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아, 지놈 선수! 대위기입니다!”

“그래도 상황을 보니 두 명은 처리했어요! 하지만 그 이상은 힘들었나 봅니다!”

“사실 이게 정상입니다! 지놈 선수도 뛰어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정석적인 플레이에 강한 거니까요!”

앞서 활약해 준 두 사람이 워낙 특이한 경우였다. 지놈의 실력이 뛰어나다고는 해도 1:1 혹은 스쿼드 대 스쿼드로 ‘평범’한 교전을 전제로 했다.

-ㄹㅇㅋㅋ 이게 정상이긴하지

-늙고 병든 우리형 ㅠㅠㅠㅠ

-않이! 팀장이 탈락 위기면 어쩌냐구웃!

-이제 누가 팀장해주냐?

-이누팀 ㅋㅋㅋㅋ 미쳤냐곸ㅋㅋ

-이미 탈락 확정이냐고 ㅋㅋㅋ

-그냥 갓플이 하면 되지 않을까?

-오? 생각보다 괜찮을 듯?

-다른 3명만으로도 충분히 우승할 것 같긴 함ㅋㅋㅋㅋ

지놈을 걱정하던 채팅창의 여론은 이내 놀리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에 당사자인 지놈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님들, 제가 아무 생각 없이 이러고 있겠습니까!? 당연히 바로 지원요청 했거든요!? 다 들었잖아요!?”

그가 성을 내자 에워싸듯 접근하던 적들이 움찔했다. 하지만 지놈은 계속해서 시청자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다른 쪽은 이미 정리 다 끝났잖아요! 아! 마침 왔네! 퍼플 님! 지금입니다!”

그가 악을 쓰듯 소리 지르자 적들이 신속히 주변을 훑었다.

퍼플의 존재는 그들로서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었다.

“보여요!?”

“이쪽은 아니……”

그 짧은 순간 지놈이 튀어나와 빠르게 방아쇠를 당겼다.

[GENOME >>P1911>> 광광우럭 (HEAD SHOT!)]

[GENOME >>P1911>> 철없는어른 (HEAD SHOT!)]

빠르게 이어지는 킬 메시지.

하지만 상대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렇게 총격전이 벌어진 결과.

“어우씨……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지놈은 생존했다.

비록 상처를 입긴 했지만 살았다는 게 중요했다. 그는 다급히 구급상자를 사용해 스스로를 치료했다.

“지놈 선수! 치열한 격전 끝에 승리를 거뒀어요!”

“이야, 이건 정말 경험으로 이긴 겁니다! 말 그대로 관록의 지놈이네요!”

“맞습니다! 다른 팀원들과 달리 이동하면서도 회복템 파밍을 잊지 않았어요!”

“지놈 선수가 퍼플 선수를 언급했는데 사실 주변에 잡히지가 않거든요? 이거 페이크죠?”

지놈의 말과 달리 이경복은 근처에 없었다. 해설진이 격하게 동의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주 훌륭한 허장성세였습니다! 연기력이 아주 미쳤어요!”

“그러니까요. 저도 들으면서 퍼플 선수가 왔는데 오류로 안 잡힌 건가 싶었거든요?”

“살을 주고 뼈를 취하겠다. 아주 민첩한 판단이었습니다!”

-갓플이 구해주는 거 상상했는데 ㅅㅂㅋㅋㅋㅋ

-그걸 믿었음? 지놈킥!

-진짴ㅋㅋㅋ트최입ㅋㅋㅋㅋ

-이정도면 진짜 입지컬은 인정이지

-갑자기 왜 트수한테 성내나 했는데ㅋㅋㅋ 빌드업이었쥬?

-그래도 지놈은 지놈이다 이말이야

-근데 솔직히 처음부터 잘 싸웠으면 된 거 아님?

-ㄹㅇㅋㅋ 몸이 나쁘니까 머리가 고생하는 거 아니냐고 ㅋㅋㅋㅋ

채팅창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각개격파를 결행한 4인 중 3인이 생존했다.

“그럼 지금 퍼플 선수는 어디 있죠?”

자연스럽게 관심은 남은 한 사람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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