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 - 타임워페어 - VS 팀 킬러노이드 (1)
피치 브라더스.
인터뷰에서 팀 퍼지데이에게 선전포고를 했던 그 모습과 달리 그들은 매우 신중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까놓고 말해 장비를 갖추지 못하면 우리가 열세다.”
인터뷰가 끝나고 주어진 휴식시간 동안 지휘를 맡은 솔져A는 방침을 정했다.
“우리가 아니어도 퍼지데이를 노리는 팀은 많다. 하지만 그들은 쉽게 잡히지 않겠지. 그러니 우리는 초반 파밍을 통해 내실을 다진다.”
그는 목표 대상을 얕보지 않았다. 이에 비행기에서 지놈이 도발했음에도 순순히 넘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과 거리를 두고 군사기지 다음인 요충지, ‘학교’지역을 점거했다.
그들은 순식간에 경쟁자들을 제거하고 수집한 아이템을 모았다.
“브라보, 찰리는 라이플, 델타가 스나이퍼를 맡는다.”
솔져A는 각 팀원들이 모아온 아이템을 훑고 빠르게 분배를 마쳤다.
그리 준비를 마치는 와중이었다.
“뭐야?”
“이게 무슨……?”
그들은 급증하는 킬 메시지에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솔져A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많은 인원을 벌써?”
“퍼플의 팀이라면 가능합니다.”
빅피치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그로서도 의아한 점은 있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마치 순서라도 정한 것처럼 팀원별로 킬 메시지가 올라오다니……”
“난전이 벌어졌으면 이럴 수가 없는데?”
“혹시…… 각개전투라도 한 건가?”
팀원들의 반응에 솔져A가 코웃음을 흘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무리 경험이 없어도 그게 자살 행위라는 건 충분히 알 거다.”
“그 말대로야. 퍼지데이가 건재하다는 사실만이 중요하지. 알파, 이후 방침을 다시 결정할 때입니다. 지휘를 부탁드립니다.”
“예상보다 킬러노이드의 등장이 빠르긴 하지만 작전에 큰 변경은 없다.”
빅피치의 요청에 솔져A는 홀로그램 지도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퍼지데이 팀 특성상 타임포탈을 지나치지는 않겠지. 그들이 킬러노이드와 교전할 때를 노린다.”
“장소는…… 다운타운이로군요.”
빅피치가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낮은 건물과 좁은 골목이 즐비한 장소, 피치 브라더스의 특기인 시가전을 벌이기에 적합한 곳이기도 했다.
“퍼지데이가 킬러노이드 공략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최후의 승자는 우리가 되겠지.”
솔져A의 생각도 그와 같았다.
* * *
군사기지를 나선 퍼지데이 팀은 차량을 타고 이동 중이었다.
이경복과 뉴턴좌, 이클립스와 지놈이 각기 다른 차량에 탑승했다.
한 차량에 4명이 모두 타고 이동하면 혹시 모를 기습에 취약하기 때문이었다.
“어때요?”
“뭐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이경복이 그녀에게 물었다. 이에 뉴턴좌는 시큰둥한 어투로 되물었다.
“같이 하는 게임도 재미있죠?”
순수한 웃음과 함께 다시 돌아온 물음. 뉴턴좌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재미 같은 건 신경 안 써.”
이내 나온 대답은 긍정도 부정도 아니었다.
“이런 허접한 놈들이랑 붙는 것보다 그쪽이랑 재대결을 하고 싶을 뿐이야.”
“그러면 열심히 하셔야겠네요. 우승이 조건인 거 잊지 않으셨죠?”
“보니까 열심히 할 필요도 없겠던데.”
둘의 대화에 채팅창이 바로 반응을 보였다.
-스승에게 퍼자감까지 배운 것인가!
-뉴자감 뭐냐곸ㅋㅋㅋㅋ
-역시 과학을 잘 아는 뉴눈나
-뭔솔?
-어우퍼는 사이언스잖슴!
-ㄹㅇㅋㅋ 뉴턴인데 과학은 전문이지
-근데 우승하면 둘이 다시 대결하기로 했나봄?
-큰 거 오나? 큰 거 오나?
-않이 ㅋㅋㅋ 계속 큰 거만 오냐구웃!
-퍼대뉴 리매치? 이건 무적권 흥하지 ㅋㅋㅋ
이경복은 그런 반응에 해맑은 미소와 함께 답했다.
“우승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계속 봐주시면 알게 되겠죠?”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혹시 더 큰 것이 있다는 뜻?
-아 ㅋㅋ 이렇게 인질 안 잡아도 계속 본다니깐!
-ㄹㅇㅋㅋ 이거 안 보고 대체 뭘 보라는 거임?
-제발 트수 조련을 멈춰주세요!
-당신 방송천재인 거 아니까 그마내!
그렇게 시청자들과 잡담을 하며 이동한 결과. 네 사람은 금방 다운타운에 접근할 수 있었다.
“저게 타임포탈인가?”
뉴턴좌가 하늘을 가리키자 이경복이 그 손끝을 따라 시선을 들어올렸다.
안 그래도 낮은 건물이 밀집한 다운타운이었기에 하늘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오? 비주얼이 꽤 괜찮네요.”
평소 맑은 하늘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할퀸 것처럼 하늘이 찢어져 있었고, 그 상처 안에는 별빛이 가득했다.
-옼ㅋㅋㅋ 그래픽 팀 일 좀 했누
-GGG쉑들 할 때는 잘 하면서!
-킹직히 밸런스 팀이 문제긴 함 ㅋㅋㅋ
-킬러노이드는 ㅇㄷ?
-아직 안 나왔나?
-이제 저기서 떨어지는 거 아님?
시청자들도 이에 동감하듯 채팅을 쳤다. 하지만 정작 킬러노이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우아아아악!”
기겁하는 비명 소리가 전방에서 들려왔다. 이와 함께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차량은 급히 속도를 줄였다.
<퍼플 님! 들으셨죠!?>
“네, 들었습니다. 1시 방향이에요.”
<일단 상황부터 파악하고……>
지놈이 무전으로 무어라 더 말하려는 순간, 건물 사이에서 뭔가 번쩍이더니 다시금 비명이 이어졌다.
“이런 미친! 이걸 대체 어떻게 잡아!?”
“빼요! 일단 빼! 빨리!”
골목 사이로 사색이 된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크롬색의 골격프레임이 고스란히 드러난 기계인간이 나타났다.
-와씨 ㅋㅋㅋ 비주얼보소
-이게 살인로봇이지!
-무적권 눈동자는 붉은색이어야됨 ㅋㅋㅋ
-아 ㅋㅋ 파란색이면 안 무섭다고
-손에 든 거 뭐임? 막 빛이 차오르네?
-정캐 설명 안 들었음? 레일건이자너!
-다른 쪽에는 레이저 소드도 들고 있네 ㅋㅋㅋㅋ
킬러노이드는 레일건을 들어올렸다. 그것은 도망치는 선수의 뒤를 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지잉하는 소음과 함께 뿜어진 관성이 그를 관통하자 몸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재처럼 흩어졌다.
<아니? 즉사무기라고!?>
<무척이나 파괴적이구려!>
“방탄복을 입을 필요는 역시 없었나보네.”
다른 멤버들이 그 광경에 놀라움을 표했지만 이경복은 담담했다.
“충전이 필요한 무기네요.”
그는 차분한 눈으로 킬러노이드를 관찰하고 있었다. 레일건은 발사된 이후 빛이 꺼지고 다시 서서히 차오르고 있었다.
“죽엇!”
그 사이 다른 생존자가 킬러노이드를 향해 사격을 개시했다. 쇳소리와 함께 외골격에 불똥이 튀었다.
킬러노이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레이저 소드를 빠르게 휘둘렀다. 어찌나 빠른지 붉은 장막이 형성된 것만 같았다.
-?
-지금 총알 녹이는 거?
-와씨 ㅋㅋㅋ 이걸 어떻게 잡냐
-밸런스 팀 시말서 각 날카롭고
-이러니까 티밍이 합법이지 ㅅㅂ
-않이;;; 근데 지금 퍼지데이밖에 없잖슴
-이건 일단 빼야 됨!
시청자들의 채팅이 우후죽순 올라오는 사이 네 사람은 차량에서 내렸다.
그들은 건물 뒤에 엄폐한 채 의견을 나누었다.
“방금 보셨죠? 총질로는 흠집밖에 못 냅니다. 다른 팀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겠어요.”
“으음, 하지만 다른 팀이 오면 저 무기를 두고 분쟁이 일어나지 않겠소? 저 검을 얻으면 좋겠소만……”
“아니, 이번에는 기다리는 게 맞아.”
불쑥 끼어든 목소리에 모두가 눈을 돌렸다. 예상외로 뉴턴좌는 지놈의 의견에 동조했다.
“확실히 만만치 않은 상대야. 섣불리 욕심 부렸다가는 탈락할 수도 있어. 기다렸다가 다른 팀을 미끼로 삼는 게 좋겠어.”
“……협력이 아니라요?”
“죽으면 자기 실력이 부족한 거지.”
-진짜 ㅋㅋㅋ 이 팀은ㅋㅋㅋㅋ
-무기를 탐내는 전장의 기사와 가차 없는 뉴눈나 ㅋㅋㅋㅋ
-지놈 또 상식 무너졌쥬?
-상식마저 숙청하는 퍼지데이
-그래도 일단 상황 판단은 제대로 된 듯
-ㄹㅇㅋㅋ 지금은 대기 타는 게 맏찌
팀원들은 물론 시청자 의견도 기다리는 쪽에 치우쳤다. 하지만 한 사람은 생각이 달랐다.
“아뇨, 기다릴 필요 없습니다. 우리끼리 잡을 수 있어요.”
6개의 눈동자가 발언자, 이경복에게로 돌아갔다. 그 안에 담긴 의문은 누구라도 읽어 낼 수 있었다.
-?
-저걸 넷이서 잡는다고?
-않이;; 아무리 퍼지데이라도 이건 좀
-혀엉? 저거 사람이 아니라니깐?!
-근데 갓플도 사람이 아니긴 하지
-탈인간 대 비인간? 오히려 좋아!
-갓플이 말하니까 또 기대하게 되자너!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거냐구웃!
시청자들은 그 의문을 고스란히 채팅에 옮겼다.
“공략불가인 NPC를 만들지는 않았을 겁니다.”
“어, 퍼플 님. 솔직히 이건 제 스쿼드 운영 경험과는 완전 무관한 것 같은데요. 이번에는 퍼플 님이 오더를 하는 게 좋겠습니다.”
지놈의 말에 이경복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 지시를 잘 따라주세요. 어떻게 할 거냐면……”
그가 이내 설명을 시작하려는 순간, 불현듯 덮쳐 오는 위협에 그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 위협의 근원은 킬러노이드였다.
‘우리를 찾았어?’
이경복은 그 사실을 직감하자마자 눈앞에 지놈을 발로 걷어차며 옆에 있던 뉴턴좌를 뒤쪽으로 끌어당겼다.
“꺽!”
“지놈 경?!”
“뭐……!?”
예상치 못하게 발에 차인 지놈이 뒤로 넘어지고 이클립스가 그를 잡으려 물러났다.
그렇게 양쪽으로 갈라진 사람들 사이로 번쩍이며 광선이 지나갔다.
-?
-뭐, 뭐야?
-무친! 레일건 벽 관통임?
-엄폐했는데 어떻게 위치를 안 거?
-설마 투시기능 같은 것도 있나?
-아닠ㅋㅋㅋ 진짜 선넘넼ㅋㅋㅋ
-퍼플이 지금 팀원들 구해준 거?
-저 공격을 알아차렸다고?
-맞는 듯 ㅋㅋㅋㅋ 안 그러면 지놈을 갑자기 왜 차냐곸ㅋㅋ
-얄미워서 그런 거 아님?
-오 킹능성있다
-킹능성 ㅇㅈㄹ ㅋㅋㅋ
-진지하게 갓플 반사신경 실화냐?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경복을 제외한 다른 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설명할 시간이 없네요! 저 믿고 지시에만 따라 주세요!”
하지만 당장은 그들을 다독일 시간이 없었다. 이경복의 목소리에 세 사람이 동시에 답했다.
“크허억…… 아, 알았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시오!”
“좋아.”
그들의 대답에 이경복은 첫 오더를 내렸다.
“일단 흩어집니다!”
* * *
킬러노이드와 퍼지데이 팀의 교전.
퍼지데이 팀이 이동하는 동안 다른 지역을 비추던 화면은 이내 그쪽으로 돌아왔다.
약간 가라앉았던 분위기의 정소윤과 해설진은 곧바로 텐션을 끌어올렸다.
“아! 지금 퍼지데이 팀과 킬러노이드와의 교전이 시작됐어요!”
“킬러노이드가 핵심이다! 제가 방송 시작부터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미 먼저 다운타운에 접근했던 팀은 전멸 당했거든요?”
“이거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PVE가 추가 됐다는 건 협력플레이를 전제로 한 거였거든요? 단독 공략, 이거 너무 어려워요!”
해설진이 탄식하며 설명하자 정소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군사기지에서 엄청난 기량을 보여 준 퍼지데이 팀이거든요? 이 사람들이라면,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드는데 어떠신가요?”
“사실 그래서 저는 더 머리가 복잡해졌어요. 머리로는 이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아는데, 퍼지데이는 이미 불가능을 넘어선 모습을 보여 줬거든요!”
“그러니까요! 군사기지의 각개격파, 이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그걸 해낸 팀이 바로 퍼지데이입니다!”
걱정스럽지만 한 편으로는 기대를 감출 수 없었다.
-난 퍼지데이 믿어! 완전 믿어!
-퍼플코인은 무적권 떡상이라구웃!
-제발 우승! 제발 스킨!
-킬러노이드가 다 뭐냐! 퍼지데이 앞에서는 깡통일 뿐이다!
-하나둘셋! 퍼지데이 파이팅!
-로봇도 숙청! 숙청이다!
세 사람은 물론 시청자들의 심정도 마찬가지였다.
“아! 지금 오더, 명령권이 퍼플 선수에게 넘어갔습니다!”
“바로 흩어지네요! 아주 현명한 판단입니다! 레일건이 아무리 강력해도 여러 다발로 나가는 건 아니거든요!”
“이번에는 정석 돌파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게임에서 레이드를 하는 느낌이 아닐까 싶어요!”
“레이드요? 조금 더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보셨듯 킬러노이드는 총알로도 쉽게 처치할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공략에 시간이 꽤 필요하겠죠! 한 사람이 어그로를 끌고 다른 사람들이 딜을 넣는 겁니다!”
“네! 반사신경이 뛰어난 퍼플 선수나 뉴턴좌 선수가 나서면 될…… 아니, 지금 뭔가요!?”
설명을 이어가던 해설진이 기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의 예상과는 다른 장면이 펼쳐진 덕이었다.
“이클립스! 이클립스 선수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돌발행동이 아닌 것 같습니다! 퍼플 선수, 제지하지 않아요!”
“지금 레일건 완충이 끝났거든요!? 그런데 이클립스 선수 접근이 너무 정직합니다! 이거 완전 잡아달라는 건데요?!”
이클립스는 킬러노이드를 향해 쇄도했다. 좁은 골목이었기에 피할 곳도 마땅치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속도를 높이며 킬러노이드의 주의를 끌었다.
-어차피 총을 못 쓰니 미끼가 되겠다는 것인가!?
-이것이…… 기사도?
-트루나이츠 이클립스 경 ㅠ
-아아, 그는 좋은 기사였읍니다
시청자들은 그의 죽음을 직감했다. 레일건이 번쩍이며 광선을 뿜어낼 때까지만 해도 그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킬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클립스 선수! 살았어요! 살았습니다!”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또 검으로 튕긴 건가요?!”
“아니, 광선은 총알이 아닙니다! 게다가 총알까지 녹이는 광선인데 정글도가 버틸 리가 없어요!”
섬광이 잦아들자 그 이유가 나타났다.
이클립스의 손에 들린 거무튀튀한 물건, 바로 프라이팬이었다. 산개와 더불어 죽은 시신으로부터 습득한 아이템이었다.
-?
-프라이팬?
-설마 저걸로 막음?
-ㅁㅊ 레일건을 프라이팬으로 막는다고?
시청자들 어리둥절했지만 해설진은 더욱 흥분했다.
“프라이팬! 프라이팬입니다! 이게 있었네요!”
“거너 그라운드 유일한 무적템! 설마 이게 여기서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이건,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프라이팬이 무적은 맞지만 레일건은 광선, 빛을 뿜는 거거든요?!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반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클립스 선수니까 가능한 묘기에요!”
킬러노이드의 레일건이 다시금 빛을 잃었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 양쪽에서 뉴턴좌와 지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습입니다! 뉴턴좌와 지놈 선수에요!”
“하지만 총알로는 큰 피해를 주지 못하는데요! 역시 누적딜로 승부를 보려는 걸까요?!”
“아, 지놈 선수는 총이 아니에요! 수류탄입니다!”
뉴턴좌가 날렵하게 움직이며 사격을 개시했다. 반대쪽에서는 지놈이 비장한 표정으로 허리춤에 달고 있던 수류탄을 마구잡이로 던졌다.
-뉴눈나 지놈 두둥등장!
-와씨 ㅋㅋㅋㅋ 타이밍 맞추는 거 뭔데!
-않잌ㅋㅋㅋ 지놈 수류탄 언제 저렇게 많이 챙겼냐고 ㅋㅋㅋㅋ
-처음에는 권총 저글링 하더니 이번에는 수류탄 저글링이냐구웃!
-완벽한 광대 코스쥬?
-리빙포인트) 사격을 잘 못하면 수류탄을 쓰면 된다
-엌ㅋㅋ 지놈도 나름 잘 쏘는데 상대적 쩌리행ㅋㅋㅋ
그 과경에 시청자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모두의 기대와 달리 킬러노이드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것은 바로 레이저 소드를 빼들었다.
“와! 지금 뉴턴좌 선수의 탄환이! 탄환이 킬러노이드의 안구에 박혔습니다!”
“놀랍습니다! 엄청나게 정확한 조준이에요! 누가 기계인지 모르 정도에요!”
“핀포인트를 정확히 노린 사격입니다! 그것도 단발만 맞춘 게 아니라 여러 발이 연이은 타격으로 관통을 했어요!”
뉴턴좌가 쏜 총알은 정확히 킬러노이드의 눈을 꿰뚫었다. 총알보다 수류탄을 위협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레이저 소드는 날아드는 수류탄을 베어내며 기폭시켰다. 엄청난 폭음과 함께 섬광이 터졌다.
-와씨 저걸 다 베어버리네
-무친 검술 ㅎㄷㄷ
-않이;;; GGG쉑들 총겜 만들면서 이런 모션은 어디서 가져왔누
-ㅅㅂ 이게 하나를 안 맞네
시청자와 해설진 모두 그 광경에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아……! 아쉽게도 지놈 선수의 수류탄 다발은 가로막혔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협공이었습니다! 킬러노이드에게 유의미한 타격이었어요!”
“좋습니다! 지금 흐름이 좋아요! 이런 식으로 계속 피해를 누적하…… 아, 지금 뭐죠!?”
그럼에도 응원을 보내려는 순간이었다. 수류탄의 폭연 사이로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아직 나타나지 않은 마지막 인물, 이경복이었다.
“퍼, 퍼플 선수입니다!”
“세상에! 언제 여기까지 온 거죠!?”
“너무 가까운데요!? 뭘 하려는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캐스터와 해설진의 얼굴에 떠오른 물음표, 그리고 채팅창에 무수히 올라오는 물음표까지.
이경복은 그 수많은 물음표에 대한 해답을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다들 정말 잘 한다니까.’
폭연 사이로 그의 미소가 드러났다. 이경복은 뉴턴좌가 파괴한 킬러노이드의 안구 쪽으로 움직였다.
그녀가 만들어준 사각(死角).
그 안으로 순식간에 파고든 이경복은 레일건으로 손을 뻗었다.
“퍼플 선수 레일건을 잡았어요!
“설마?!”
“이게 된다고요!?”
그와 함께 비명처럼 튀어나온 해설진의 목소리.
이경복은 이미 완충되어 빛을 발하고 있던 레일건의 총구를 쳐올리며 방아쇠로 손을 뻗었다.
킬러노이드의 하나 남은 붉은 눈동자와 마주한 순간.
“이건 자살로 뜨려나?”
이경복은 더욱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힘을 주어 방아쇠울에 걸린 킬러노이드의 손가락을 당겼다.
지잉하는 짧은 소음과 함께 빛이 번쩍이며 광선이 킬러노이드의 머리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이어지는 정적.
머리가 사라진 골격프레임은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킬러노이드 >>Railgun>> 킬러노이드]
그와 함께 나타난 킬 메시지.
퍼지데이의 승리를 뜻하는 증거였다.
“성공! 성공입니다! 팀 퍼지데이가 킬러노이드 단독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정말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설마가 사람이 아니라 킬러노이드를 잡았어요!”
“미래 무기를 사용하면 킬러노이드 공략이 쉽죠! 하지만 이렇게 쓰라는 뜻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을 보여 주는 퍼플 선수입니다!”
“다른 선수들의 팀워크도 정말 엄청났거든요?”
“그렇습니다! 이클립스 선수의 완벽한 탱킹! 이어지는 뉴턴좌와 지놈 선수의 딜링과 어그로! 그 틈을 탄 퍼플 선수의 마무리까지 흠 잡을 게 하나도 없었어요!”
“놀라운 점은 이게 전부 퍼플 선수의 오더로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뉴턴좌가 사각을 만들어 내고, 수류탄 폭음으로 기척까지 지웠어요! 이걸 전부 계산했다는 거거든요? 이게 팀원들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해요!”
“정말 이름 그대로 퍼펙트! 완벽한 팀플레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과연 우승후보라는 걸 증명한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해설진이 고조된 목소리로 말을 쏟아냈다. 계속 소리를 지른 탓인지 해설진의 목이 쉬어가는 게 느껴졌다.
-아 ㅋㅋ 우리 정캐도 실수를 다하네
-뭔솔? 갑자기 정캐가 왜 나옴?
-후보가 아니라 우승 확정이자너 ㅋㅋㅋㅋ
-ㄹㅇㅋㅋ 사이언스 증명 해버렸쥬?
-속보) 과학저널 네이처 중대발표! ‘불변의 진리 발견, 어우퍼는 인류 역사상 반례 없어.’
-않잌ㅋㅋㅋ 네이처가 왜나오냐곸ㅋㅋㅋ
-해설까지 들으니까 진짜 가슴이 웅장해지는데 나만 그럼?
-팩트) 놀랍게도 퍼지데이는 따로 훈련을 같이 한 적이 없다
-듣고 보니 그르네?
-아 ㅋㅋ 합 맞추는 건 허접들이나 하는 거지
-5252, 진짜들은 다르다구?
-GGG 보고 있나? 스킨 코드 얼른 발급 준비햇!
채팅창은 축제분위기였다.
그 사이 퍼지데이 팀은 빠르게 킬러노이드 주위로 모였다.
“랜덤이라더니 레일건이랑 레이저 소드 그대로네요?”
“아마 등장할 때마다 무기가 달라지는 모양인데.”
“뭐, 아무튼 무기 자체는 좋잖아요? 레이저 소드는 이클립스 경에게 드리죠.”
킬러노이드가 떨어뜨린 두 가지 무기, 레일건과 레이저 소드.
이경복은 그중에 레이저 소드를 이클립스에게 건넸다.
“오오……! 고맙소이다 퍼플 경!”
그는 붉은 플라즈마로 이루어진 칼날을 보며 황홀한 목소리를 냈다.
“설마 이 작전이 진짜로 먹힐 줄이야.”
“역시 퍼플 님이라고 해야 할까요. 다른 사람이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뉴턴좌와 지놈의 말에 이경복은 해맑게 웃었다.
“저를 믿고 따라 주신 여러분 덕분이죠. 그런데 아직 축배를 들긴 이른 것 같네요.”
“예?”
“무슨 소리야?”
이경복의 말에 두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는 실소를 흘리고는 다시 충전된 레일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번쩍이며 쏘아진 광선은 한 건물을 관통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두 사람은 물론 기뻐하던 이클립스도 흠칫했다.
대체 왜 그러나 싶었는데.
[퍼펙트플레이 >>Railgun>> Army타불]
갑자기 킬 메시지가 나타났다.
지놈이 기겁하며 샛소리를 냈다.
“피치 브라더스?!”
사망자는 피치 브라더스의 멤버 중 하나.
그와 동시에 약속이라도 한 듯 네 사람은 신속히 엄폐했다. 한 박자 늦게 건물 안쪽에서 사격이 개시됐다.
“어? 어어! 갑자기 교전이 시작됐습니다! 어떻게 된 거죠!?”
“피치 브라더스입니다! 킬러노이드 공략 동안 자리를 잡았어요! 기습을 하려던 것 같습니다!”
“놀랍습니다! 퍼플 선수,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나요!? 저희도 지금 알게 됐는데 먼저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피치 브라더스라고?
-않이 ㅅㅂ 언제 왔었누 ㅎㄷㄷ
-와 ㅋㅋㅋ 지금 통수치려고 대기타던거?
-인터뷰랑 말이 다른 거 아니냐구!
-ㄴㄴ 피치 브라더스한테는 이게 맞긴 함 ㅋㅋㅋ
-ㄹㅇㅋㅋ 뒤를 치는 건 전략의 기본이지
-하지만 안 통했쥬?
-오히려 역으로 당해 버렸고 ㅋㅋ
-4:3 상황에 레일건이랑 레이저소드까지 먹은 퍼지데이임
-이미 승부 결정났네 ㅅㄱ
피치 브라더스의 견제 사격이 이어지는 사이 이경복은 여유롭게 채팅창을 훑으며 말했다.
“킬러노이드처럼 투시능력이라도 있는 거 아니면 조금이라도 머리를 내밀어야 하잖아요? 그게 보였거든요.”
그의 설명에 해설진이 다시금 감탄했다.
“이건 정말 많은 게이머들이 본받아야겠네요! 승리에 도취되지 않고 항상 경계하는 태도, 이거 쉽지 않거든요?”
“그렇습니다! 방심하지 않는 것, 서바이벌 게임인 거너 그라운드의 기본이자 필수 덕목! 그런데 이게 인간적으로 어렵죠!”
“퍼플 선수는 마인드도 탈인간 급이다, 이렇게도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소윤의 정리에 채팅창에 웃음이 번졌다. 하지만 다시 교전이 벌어졌으니 해설을 멈출 수는 없었다.
“자, 지금 피치 브라더스는 역으로 위기에 빠졌거든요. 견제 사격으로 시간을 벌고 있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네, 맞습니다. 잠시 카메라를 피치 브라더스 쪽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아, 솔져A 선수! 지금 눈에 띄게 당황하고 있어요. 방송이랑 큐튜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인데요?!”
해설진의 말대로 솔져A의 얼굴에는 당황이 엿보였다.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알파! 명령을 내려 주십쇼!”
간헐적인 견제사격으로 시간을 벌며 빅피치가 말했다. 솔져A는 쓰러진 팀원의 시신 아니, 쌓여있는 재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실전에서는 레일건 같은 무기는 없다고!’
벽까지 관통하는 무기였으니 엄폐는 의미가 없었다. 그는 판단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후퇴한다. 내가 선두에 설 테니 탈출을 최우선으로 한다!”
오히려 자리를 고수하고 시간을 끌며 레일건의 먹이가 될 뿐이다.
“라져!”
“카피 댓!”
하지만 순순히 보내줄 퍼지데이가 아니었다. 견제 사격이 잦아들자 뉴턴좌와 이클립스가 즉시 그들을 포위해왔다.
“알파!”
“9시!”
솔져A는 활로를 잡았다.
그가 선택한 건 바로 이클립스였다. 총기가 없으니 돌파가 쉬울 거라는 판단이었다.
다른 두 팀원이 뉴턴좌 쪽으로 견제사격을 하는 사이 그는 이클립스를 노렸다.
경험에 근거한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 경험이 문제였다.
“뭣……!”
솔져A의 사격솜씨는 정확했다. 그렇기에 이클립스는 그의 궤도를 읽어낼 수 있었다.
카캉하는 쇳소리와 함께 프라이팬이 탄환을 막고 뒤이은 사격은 레이저 소드에 가로막혀 산화되었다.
“으음……! 과연 명검이로다!”
감탄하는 이클립스를 보며 솔져A의 눈동자가 더욱 격하게 떨렸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는 실전경험이 풍부한 군인이었다. 그 경험이 생사기로에서 그의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그 수많은 경험 중에 이런 경우는 없었다.
애당초 총알을 막아내고 베어내기까지 하는 적군이 현실에 어디 있단 말인가?
“알파? 알파!”
빅피치는 갑자기 굳어 버린 솔져A를 보며 당황했다. 뉴턴좌를 잡아두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젠장! 브라보, 우리라도……”
다른 팀원이 답답해하며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눈앞이 번쩍이더니 그의 몸이 재로 화했다.
충전을 마친 레일건이 다시금 활약한 것이었다.
‘이게 대체 뭔……!’
이걸로 4:2의 상황이었고 포위는 뚫지도 못했다. 솔져A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세상에 이런 전투가 대체 어디에……!”
“알파! 위험……!”
빅피치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잠깐, 아주 짧은 순간 동안 탄창을 교체하려고 엄폐를 택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뉴턴좌가 방아쇠를 당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쐑하는 파공성과 함께 날아온 탄환은 정확히 솔져A의 뒤통수와 목 사이를 관통했다.
헬멧에 노출되지 않은 지점을 노린 정확한 사격이었다.
“후욱… 후욱……”
빅피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거너 그라운드 고인물로서 쌓아 온 경험이 아니라도 알 수 있었다.
‘망했어.’
속수무책(束手無策).
말 그대로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잘못 생각했던 거야.’
퍼지데이 팀의 멤버를 보고 생각했다. 퍼플과 지놈이야 합이 맞겠지만 이클립스는 불순물이라고……
퍼지데이의 팀플레이는 피치 브라더스가 쌓아온 경험에 비추어보면 애들 장난에 불과할 터였다.
마지막 히든 멤버, 뉴턴좌까지 공개했을 때에는 그 생각은 확신으로 변했다.
‘진짜 천재라는 건가.’
하지만 정작 지금은 어떠한가.
그가 자신했던 팀은 순식간에 궤멸했고, 오합지졸이라 여겼던 퍼지데이는 완벽한 팀워크를 보였다.
‘이게 나와 퍼플의 차이겠지.’
이클립스와 뉴턴좌를 섭외한 건 퍼플이었다. 그는 자신이 보지 못했던 걸 본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나도 자존심이 있다!’
빅피치는 눈을 부릅떴다.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걸음소리를 들으며 수류탄 2개의 핀을 뽑았다.
‘죽더라도 길동무 하나 쯤은!’
레일건이 충전될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그 전에 뉴턴좌나 이클립스가 온다면 같이 폭사할 생각이었다.
운이 좋다면 둘 다 죽일 수 있을 터였다.
그리 핏발 선 눈으로 기다리는 그 앞에 뭔가가 데구르르 굴러왔다.
‘……수류탄?’
빅피치는 눈이 크게 뜨였다.
양손에 쥐고 있는 수류탄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쒯.”
그의 짧은 유언(?)과 함께 폭음이 터졌다. 들고 있던 수류탄도 같이 터졌기에 폭발은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GENOME >>Frag Grenade>> 빅피치]
지놈에게는 아직 남은 수류탄이 있었다.
상황이 정리되자 해설진들은 낮게 탄식했다.
“아, 피치 브라더스 너무나도 허무하게 사망했어요.”
“이야, 이 선수들이 이렇게 쉽게 쓰러질 만한 선수가 아니거든요? 생각보다 빠르게 무너져 버렸습니다.”
“승부가 너무 압도적이었습니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었어요! 장기인 시가전을 벌이기도 전에 사망자가 속출했습니다!”
“역시 처음 퍼플 선수의 선제공격이 유효했던 것이겠죠?”
“그렇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다른 선수들의 연계도 아주 매끄러웠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누구의 오더도 없었다는 점! 팀 퍼지데이에게 이 정도 수준의 대응은 기본이다, 그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명확하게 끝난 대결이었던 만큼 해설진도 고민 없이 전투를 평가했다.
-엌ㅋㅋㅋ 피치 브라더스 졸지에 ‘기본’행 ㅋㅋㅋㅋ
-퍼지데이 기준 기본이면 잘하는 거 맏찌!
-와씨 ㅋㅋ 처음에는 이게 무슨 팀인가 했는데 개 쩐다
-알고 보니 각 분야의 최고만 모아뒀던 것 ㅋㅋㅋㅋ
-사격의 뉴턴좌, 근접전의 이클립스, 올라운드 퍼플까지!
-엥? 지놈은 어디 감?
-아 ㅋㅋ 오디오의 지놈이 빠질 수 없지!
-않잌ㅋㅋㅋ 차라리 봄버맨이라도 해달라고 ㅋㅋㅋ
-피치 브라더스까지 아웃됐으니가 진짜 승리 확정이누
-스킨 잘 받았습니다^^
시청자들은 유력한 경쟁자였던 피치 브라더스의 탈락에 기꺼워했다. 이제 퍼지데이를 막을 상대는 아무도 없지 않겠나.
그러나 캐스터와 해설진은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자, 지금 채팅창은 마치 이벤트가 끝난 듯한 분위기인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지금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 킬러노이드가 남아 있거든요!?”
“아쉽게도 다른 선수들은 킬러노이드 제압에 실패한 것 같습니다! 지금 생존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요!”
이벤트 모드에 등장하는 킬러노이드는 하나가 아니었다. 다운타운의 전투가 치러지는 동안 다른 지역에서는 사망자가 속출했다.
그리고 그 결과 생존자가 10명대로 진입하자.
[전투지역이 축소됩니다! 서두르세요!]
[자기장이 미지의 파장과 공명합니다!]
[공명이 더욱 강해집니다!]
자기장의 확산과 더불어 새로운 메시지가 출력됐다.
[그랜드 타임 포탈이 형성됩니다!]
쩌저적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내 게임 지역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하늘이 벌어지며 거대한 상처가 나타났다.
“저건 또 뭐야?”
“흠, 심상치 않구려.”
“끝판왕이라는 느낌인데요?”
피치 브라더스의 아이템을 파밍하던 팀원들이 반응했다. 이경복 역시 시선을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하늘에서 거대한 빛기둥이 떨어졌다. 눈부신 광경에 다른 사람들 모두가 얼굴을 찌푸리며 눈을 가렸다.
그러나 이경복은 담담히 그 빛을 바라보았다.
‘에이든과는 또 다른 느낌이네.’
꽤 거리가 있음에도 위협이 감지되었다. 그 근원은 빛기둥을 타고 내려오는 실루엣이었다.
그 사이 정소윤 캐스터는 설명을 이어갔다.
“킬러노이드라고 다 같은 킬러노이드가 아니죠! 이번 이벤트 모드의 최종목표, ‘어나힐레이터’입니다!”
“기존의 킬러노이드 보다 더 강력한 모델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름부터 ‘말살자’거든요?”
“그런데 이게 GGG측에서 예상했던 상황과는 약간 다릅니다. 원래는 선수들이 각기 합심해서 킬러노이드를 하나씩 처리하고, 미래 무기를 손에 넣었어야 하는데요. 지금 퍼지데이 팀밖에 미래무기가 없는 상황이에요!”
본래 GGG에서 예상했던 시나리오는 킬러노이드를 차례대로 제거한 후, 플레이어끼리 결전을 벌여야 했다.
이후 남은 실력파 10인이 킬러노이드의 미래 무기를 이용해 최종 보스를 상대하는 흐름이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확보한 무기도 지금 2개뿐이거든요! 과연 이 난국을 퍼지데이 팀이 헤쳐 나갈 수 있을까요?”
“오늘 제가 해설이 다양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그래요. 어렵습니다, 이거 정말 어려워요!”
“실상 퍼지데이 팀 외에 다른 선수들은 자기장에 쫓기고 있거든요? 실례가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 전투에 임할 수 있는 건 퍼지데이 팀뿐입니다!”
정소윤은 목을 가다듬으며 상황을 정리했다.
“자, 원래 기획과는 달라진 이벤트입니다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닙니다! 난세에 영웅이 나타나는 법이거든요!?”
“사실 저는 이쪽이 더 재미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퍼지데이 팀의 플레이를 못 봤다면 모를까, 지금까지 보여 준 게 있거든요?”
“저도 동감입니다. 진짜 이게 불가능할 것 같은데, 퍼지데이라면 또 기적을 일으키지 않을까? 자꾸 이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어요!”
“좋습니다. 남은 킬러노이드 셋과 어나힐레이터, 그리고 퍼지데이 팀 4인! 놀랍게도 4:4 스쿼드 전 구도에요! 제가 감히 말하건대 역대급 결전이 될 것 같습니다!”
한 것 올라온 캐스터와 해설진의 텐션은 시청자들에게도 전염됐다.
-탈인간 vs 비인간 스쿼드전ㅋㅋㅋ
-GGG : 이게 아닌데? 근데 재밌네 ㅎㅎ
-아씨 ㅋㅋ 이러면 GGG쉑들 지들이 잘난 줄 안다고
-킹치만 너무 재미있는 걸?
-퍼지데이 없었으면 개노잼이었다 ㅇㅈ?
-백퍼 인정이자너 ㅋㅋㅋㅋ
-올해 가장 잘한 일 : GGG 이벤트 라방 시청
-킹직히 이건 자랑할만해 ㅋㅋ
-ㄹㅇㅋㅋ 이걸 다시보기로 보면 진짜 천추의 한일 듯
-아 ㅋㅋ 이게 올타임 레전드지
-타임워페어라더니 시간이 삭제되버리누
-시간이 그 시간이었냐고 ㅋㅋㅋ
-깡통쉑들 숙청 가즈아!
팀 퍼지데이 VS 팀 킬러노이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스쿼드 대전의 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