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25화 (125/491)

125화 - 이거 바이럴이네 (2)

GGG 큐튜브 채널.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 안내 영상에 이어 메이킹 필름 영상이 업로드 됐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해당 영상은 프리미어, 최초공개로 설정되어 있었다.

-않이;; 업데이트 내역은 그냥 공개고 메이킹 필름을 왜 최초공개로 함?

-채널 관리자가 실수한 거 아님?

-이거 무적권 아님 ㅋㅋ 킹부러 그런 거 ㅋㅋㅋ

-뭐 얼마나 대단한 걸 만들었다고 ㅅㅂ

당연하게도 채팅창에는 불평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대기자 숫자는 순식간에 불어났다.

그 이유는 하나.

-그냥 무시하기에는 인질이 너무 세긴 해

-GGG쉑들 퍼플 코인 제대로 타누 ㅋㅋㅋㅋㅋ

-컴패니언에서 나온 이야기가 사실이었던 거?

-그래도 머기업인데 낚시는 아니겠지 ㅋㅋㅋ

영상 썸네일에 대놓고 퍼펙트플레이 채널의 로고가 박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다림 끝에 시작된 영상.

“안녕하십니까! 전 세계 거너 그라운드 여러분, 개발자 C입니다!”

GGG 개발실장의 경쾌한 나레이션과 함께 화면이 밝아졌다. 하지만 채팅창의 분위기는 그리 경쾌하지 않았다.

-무게추 어서 오고

-아 ㅋㅋ 다 치우고 퍼플 얼른 보여 달라고

-응~ 또 무게추가 손대서 밸런스 망가졌쥬?

-얘는 왜 아직도 개발실장을 맡고 있는 거? 대표 약점이라도 잡았나?

무게추는 개발실장의 성씨가 ‘추’였기에 붙은 별명이었다. 손만 대면 밸런스가 기울어진다고 붙은 이름이기도 했다.

하지만 라이브 방송은 아니었으니 어떤 비난이 쏟아져도 영상 속 그의 목소리는 변함이 없었다.

“상세 업데이트 내역은 별도의 영상을 보고 오셨을 겁니다. 기존과 달리 이번 업데이트는 저희로서도 새로운 도전이었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메이킹 필름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멘트와 함께 전환된 화면에는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 킬러노이드의 모습이 보였다.

“킬러노이드, 거너 여러분의 강력한 적입니다. 기존 기획에서는 마스터 등급 이상의 분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려고 했습니다. 여러 데이터를 취합해 적용시킬 계획이었죠.”

-마스터 등급 이상?

-기획부터 밸런스가 안드로메다로 갔었네 ㅋㅋㅋㅋㅋ

-이벤트 모드인데 뉴비는 못 즐김 ㅋㅋㅋ

-무게추 수듄ㅋㅋㅋㅋ

채팅창 분위기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나레이션은 그 분위기를 뒤바꾸었다.

“하지만 그 기획은 전면 폐지되었습니다. 아마 모두가 아실 한 사람의 등장 때문이죠.”

암전된 화면.

그러나 채팅창은 이어 나올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

-설마?

-그게 찌라시가 아니었다고?

-퇴직자의 개소리가 아니야?

-와씨 ㅋㅋㅋㅋ 이왜진이네

-큰 거 왔다!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려는 듯 나타난 새로운 화면.

그 안에는 스트리머 퍼플이 있었다.

“퍼펙트플레이, 그 이름 그대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 준 분이죠.”

과거 퍼플의 활약 영상이 티저 광고처럼 편집되어 재생됐다.

첫 게임부터 시작해서 OTP, 지놈과의 듀오까지 하이라이트만 모아놓은 영상이었다.

-무친ㅋㅋㅋㅋㅋㅋㅋㅋ

-와씨 ㅋㅋㅋ 다시 봐도 개쩌네

-아 ㅋㅋ 이게 바로 여포지

-저 수류탄 핀 맞추는 건 아직도 성공 못함

-운전 실력도 개 미쳤다 진짜

-제로백 버스 기사인데 당연하다구웃!

-깨알같이 출처 퍼플 큐튜브로 되어있는 거 보소 ㅋㅋㅋ

채팅창은 금방 감탄으로 가득해졌다. 그리고 감탄한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저는 보자마자 전율을 느꼈습니다. 일종의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킬러노이드 제작에 이보다 더 적합한 데이터가 어디 있겠습니까?!”

-무게추 신났누 ㅋㅋㅋㅋ

-완전 텐션이 다른데?

-킹직히 사람이면 안 놀랄 수가 없긴 함 ㅋㅋㅋ

-나도 현직 개발자인데 저건 동감함ㅋㅋㅋ 우리 회사가 조금만 컸어도 바로 샀을 텐데 ㅠ

-퍼플이 개쩔긴 해 ㅋㅋㅋ

채팅창의 적대적인 분위기도 그 멘트에 조금 누그러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를 칭찬해 주는데 기분 나쁠 사람은 없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일정을 전면 수정하는 일이 있더라도 퍼플 님을 섭외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퍼플 님께서는 흔쾌히 협조를 해 주셨습니다!”

이어 다시 뒤바뀐 화면.

[제1차 사내 테스트]

그 아래 나온 자막과 함께 게임이 진행됐다.

“저희는 퍼플 님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킬러노이드를 상대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10명에서 20명 사이의 인원으로 팀을 꾸려, 각기 다른 킬러노이드를 공략해 봤습니다.”

설명과 함께 분할된 화면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총격과 폭발, 자욱한 연기 사이로 광선과 플라즈마가 번쩍였다.

“저희 직원들 모두 거너 그라운드를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최소 플래티넘 등급 이상으로 구성된 테스터였죠.”

-확실히 실력이 좋긴 한 듯?

-ㅇㅇ 사격 솜씨도 좋고 연계도 깔끔하네

-당연하지 ㅋㅋㅋ 출근해서 거그만 할 텐데

-킹직히 못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님?

시청자들도 그들의 실력은 인정했다.

그러나 결과는 별개였다.

“하지만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분할된 화면 속에서 킬러노이드는 건재했다. 그들은 오히려 테스터들을 손쉽게 학살했다.

테스터 중 킬러노이드를 공략한 이는 없었다.

-?

-아무도 못 이겼다고?

-않이;;; 지들도 못 깨는 걸 낸 거임?

-뭔 배짱으로 업데이트를 한 거?

-다들 왜케 화가 났냐 ㅋㅋㅋ 1차라고 써 있잖아ㅋㅋ

-ㄹㅇㅋㅋ 최종도 아닌데 벌써 화내누

비난 여론이 다시 득세하기 전에 나레이션이 이어졌다.

“지금 보신 킬러노이드는 데이터 반영 100%의 프로토 타입입니다. 예상보다 훨씬, 더 강력하더군요.”

-퍼플 데이터의 100%였다고?

-아 그러면 못 이기는 게 맏찌

-ㄹㅇㅋㅋ 이겼으면 오히려 버그였을 듯

-1차에서 호되게 당하고 난이도 하향한 거네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바로 상황을 납득했다.

1차 테스트가 끝나자 킬러노이드의 모습과 함께 커다란 삼각형 그래프가 나타났다.

[신체제어]

[색적능력]

[반응시간]

삼각형의 꼭짓점에 나타난 항목.

그리고 그 그래프는 한계까지 채워져 있었다.

시청자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ㅁㅊ 저게 설마 퍼플 데이터임?

-와나 ㅋㅋㅋ 난 처음에 그냥 표기가 안 된 줄

-능력치 그냥 맥스 찍은 거?

-아니 ㅋㅋㅋ 시작부터 만렙이었냐고 ㅋㅋ

-아아, 그것이 바로 퍼펙트-스탯이니까(끄덕)

채팅창이 놀라는 사이 그래프가 줄어들며 나레이션이 이어졌다.

“저희는 난이도 조정을 위해 2차 테스트에서는 기존 데이터의 60% 수준으로 반영을 해 보았습니다.”

[제2차 사내테스트]

그와 나타난 2번째 테스트 장면.

전투 양상은 비슷했지만 이번에는 테스터들도 쉽게 죽지는 않았다.

-와씨 60%인데 저렇게 빡셈?

-킹직히 플래니까 저 정도 버티지 ㅋㅋㅋㅋ

-그 이하 등급은 바로 끔살각

-여전히 너무 어렵고 ㅋㅋㅋㅋ

물론 공략이 쉬워진 건 아니었기에 시간이 갈수록 사망자가 늘어났다.

그러나 1차와 달리 공략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처음으로 테스터 쪽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미래무기를 얻게 됐습니다. 인원은 줄었지만 승리 확률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전투 화면은 사라지고 확률 표가 나타났다. 3차, 4차, 5차 등 이어지는 테스트의 결과를 정리한 것이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처음과 달리 갈수록 생존율이 높아지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킬러노이드를 상대하는 데 점차 적응해 나가는 것이죠.”

-하긴 처음 상대하는 게 가장 빡시긴 하지

-이러니까 이벤트 매치에서 스머들이 바로 죽었지 ㅋㅋㅋㅋ

-60%라도 퍼플과 마주쳤으면 죽는 게 당연ㅋㅋㅋㅋ

-근데 또 60%라고 무시할 수 없는 게 기계 몸체에 미래무기까지 들고 있음

-확실히 협력만 잘했으면 이길 수도 있었겠는데?

-오 ㅋㅋㅋ 그럼 60% 퍼플 상대로 승리 가능?

-이거 딱 보니까 챌린지 각 나온다 ㅋㅋㅋ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한 상황에 대한 이해, 그리고 ‘퍼플’이라는 인물의 가치까지.

시청자들은 이번 업데이트의 밸런스보다 퍼플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집중했다.

하지만 아직 메이킹 필름은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조금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기껏 퍼플 님이 제공해 주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됐는데, 60%밖에 쓸 수 없다니?”

전환된 화면에 등장한 것은 최종보스, 어나힐레이터였다.

그리고 그 옆, 줄어들었던 삼각형 그래프는 다시금 한계치까지 차올랐다.

“그래서 이벤트 매치에 앞서 어나힐레이터를 고안했습니다. 데이터를 100% 반영해서 만들었죠. 어쩌면 오리지널인 퍼플 님 보다 더 강력한 캐릭터를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궁금했습니다.”

-100% 반영? 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또또 이상한 거에 손대네

-무게추는 역시 무게추였고ㅋㅋㅋㅋ

-않이;;; 킹반인들이 어떻게 풀파워 퍼플을 잡냐구요;;

-밸런스가 장난이야? 장난이냐고!

채팅창의 분위기는 일변했다.

그 역시 이를 예상했던 걸까.

“하지만 이미 1차 테스트에서 그 강력함이 입증이 되었습니다. 이에 어나힐레이터는 생존자들이 모두 미래무기를 습득했을 때에만 능동적으로 반응하도록 메커니즘을 짰습니다. 그 전에는 접근하지 않는 이상 정지 상태를 유지하죠.”

설명과 함께 사내 테스트 장면이 나왔다. 생존자 숫자는 20명 남짓, 그중에서도 미래 무기를 들고 있는 건 4명이었다.

-의외로 생각이라는 걸 하고 있었네

-오…… 이정도 인원이면 해볼 만하려나?

-플래티넘 이상 20명에 미래무기 4개? 이건 킹능성 있다ㅋㅋ

-진짜 퍼플이면 안 될 것 같은데 깡통쉑이면 잡을 수 있을 듯 ㅋㅋ

시청자들이 그리 예상하기를 잠깐, 테스트 상황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어나힐레이터가 접근하는 생존자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어떤 대응도 무색할 정도로 압도적인 피지컬이었다.

-아 ㅋㅋ ~라고 할 뻔

-깡통퍼플이라도 퍼플이었쥬?

-무쳤다 무쳤어 ㅎㄷㄷ

-그래도 짭이라 그런지 총에 맞긴 하네

-근데 기계라 ㅎㅎ ㅋㅋ ㅈㅅ;;

-솔직히 일반화기로는 걍 어그로 끄는 수준임 ㅋㅋㅋ

-미래 무기 쓰는 테스터는 왜케 못 맞춤?

-저렇게 움직이는 데 어케 맞춤?

그런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희망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팀원들의 희생으로 발목을 잡아둔 사이 레일건을 지닌 사수가 저격에 성공했다.

-오!

-맞췄다!

-미친ㅋㅋㅋㅋ 어떻게든 잡긴 잡네

-난이도 너무 미친 거 아니냐고!

그것으로 생존자의 승리일 거라 예상했지만 어나힐레이터는 순순히 패배하지 않았다.

그것은 기능이 정지하기 전 이온캐논으로 레일건 사수가 있는 건물을 향해 발사했다.

-헐ㅋㅋㅋㅋ

-설마 죽기 전에 반응한 거?

-야잌ㅋㅋㅋㅋ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이게 무승부가 뜬다고?

-패배라는 개념을 모르는 것도 이식된 듯?

-깡통퍼플이라도 퍼플은 퍼플이었고 ㅋㅋㅋㅋ

무승부로 결정된 결과 화면에 시청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저는 이 결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결국 100%로 활용할 방법은 없는 걸까? 하향을 해야 하는 걸까? 저는 결정을 잠시 미루었습니다. 이벤트 매치, 오리지널 퍼플 님이 참가해 주시는 무대가 남아 있으니까요!”

이어 전환된 화면은 이벤트 매치 속 퍼지데이 팀이 활약이 담겨 있었다.

“이 영상을 보는 시청자분들은 이미 그 결과를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어려운 걸 퍼지데이가 해냅니다!

-킹직히 어나힐레이터는 퍼플만 잡을 수 있긴 함 ㅋㅋㅋ

-퍼플의 상대는 오직 퍼플뿐…!

-그래도 60% 수준이면 뉴눈나랑 이클립스가 잡긴 하네

-아 ㅋㅋ 같은 퍼지데이인데 지놈은 왜 못잡냐고!

-추함으로 잡을 수는 없잖아

-너어는 진짴ㅋㅋㅋ나빴닼ㅋㅋ

-그래서 난이도 하향 한다는겨? 안 한다는겨?

-이거는 하향해야 되는 게 맞지 않나?

-킬러노이드는 어떻게 비벼보겠는데 어나힐레이터는 좀;;

-킹반인들은 절대 못깬다니깐!

-그래도 100%는 붙어보고 싶지 않음?

-ㄹㅇㅋㅋ 일반인이 어떻게 갓플 능력을 100% 끄집어내 보겠냐구

채팅창은 각기 다른 의견으로 혼잡해졌다.

그 사이 서서히 암전되는 화면, 이후 나레이션은 없었다.

결국 하향 없이 이벤트를 유지하는 것으로 영상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안녕하세요. 거너 여러분!”

어두운 화면 속에서 친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밝아지는 화면.

“트라이에서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 퍼플입니다.”

이경복이 카메라를 향해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형이 여기서 왜 나와?

-퍼하! 퍼하!

-옼ㅋㅋㅋ 진짜 메인이 나와버렸쥬?

-드디어 인질을 풀어줬네 ㅋㅋㅋ

-킹직히 채널 로고 박았는데 얼굴은 비춰줘야지!

-머기업도 사이버렉카랑 다를 게 없다고 할뻔^^

언제 혼란했냐는 듯 채팅창은 퍼플에 대한 관심으로 통일되었다.

“이벤트 매치는 다들 재미있게 보셨나 모르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마지막, 특별 이벤트를 허락해준 GGG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를 전합니다.”

이경복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오? 이거 매치 끝나고 찍었나보네

-혹시 모름 ㅋㅋㅋ 갓플이면 1등 당연시하고 찍은 걸 수도

-엌ㅋㅋ 킹리적 갓심이쥬?

-아무리 그래도 그러겠냐고 ㅋㅋ

-아 밑에 자막으로 답변 나오네 ㅋㅋ

-대회 끝나고 인터뷰까지 허락해서 오히려 감사하다자너

-오 맞네 ㅋㅋ 우승하고 바로 촬영한 듯

시청자들이 그 촬영 시기를 맞추는 사이 이경복은 말을 이었다.

“앞서 메이킹 필름에서 보셨듯 이번에 업데이트 된 킬러노이드는 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서 신기한데 이벤트 매치까지 초대해 주셔서 정말 재밌었어요.”

그 말과 함께 자막으로 질문이 나타났다.

[Q1. 이벤트 매치는 어떠셨나요?]

이경복이 이에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제 방송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4인 스쿼드는 처음이거든요. 좋은 분들과 함께해서 더 즐거웠습니다.”

그 말에 채팅창이 술렁였다.

-4인 스쿼드 처음이라고?

-아…… 진짜 그러네? 지놈이랑 듀오만 해 봤잖슴?

-헐? 맞네! 왜 생각을 못했지?

-처음이라 안 믿길 정도로 개쩔어서 그런 거자너 ㅋㅋㅋㅋ

-와씨 ㅋㅋㅋ 이제 갓개격파가 이해가 되네

-ㄹㅇㅋㅋ 스쿼드 전 처음이니까 또갓격파 전술을 생각하지

-스쿼드 대회 우승자(스쿼드 처음

-퍼플이 퍼플했는데 무슨 문제라도?

시청자들이 새삼 깨달은 사실에 경탄하는 사이 다음 질문이 돌아왔다.

[Q2. 킬러노이드를 상대해 보니 어떠셨나요?]

이에 이경복은 실소를 흘렸다.

“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대를 많이 했어요. 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잖아요? 근데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기대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졌다. 이경복은 마치 그 의문을 읽어낸 것처럼 코끝을 찡그렸다.

“생각보다 공략하는 게 너무 쉬웠거든요. 내가 겨우 이 정도였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나중에 60%만 반영됐다는 걸 듣고 이해했습니다.”

-무친ㅋㅋㅋㅋㅋ

-내가 겨우 킹정도였낰ㅋㅋㅋ

-아 ㅋㅋ 퍼플 눈으로 보면 실망스러운 거 맏찌

-설마 메이킹 필름에서 퍼기만이 나올 줄이야!

-위기탈출 퍼플원! 조금도 방심할 수 없습니다!

-위기탈출 ㅇㅈㄹ ㅋㅋㅋㅋ

-퍼손실 보충 확실하쥬?

채팅창이 그 발언에 흡족해하는 동안 3번째 질문이 나왔다.

[Q3. 미래무기는 어떠셨나요?]

그 질문에 이경복은 난처한 얼굴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냥 필요 없어서 안 썼는데 이런 질문이 있을 줄 알았으면 써 볼 걸 그랬네요. 아, 그래도 레이저 소드랑 레일건은 써 봤죠! 특히 레이저 소드 그건 남자라면 한 번쯤 잡아봐야 하는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레이저 소드는 킹정이지 ㅋㅋ

-빔 세이버 보고 자랐으면 바로 공감 ㅋㅋ

-뭐래 ㅋㅋ 광선검은 라이트 샤벨 아님?

-한국인이라면 트로포스의 사이오닉 블레이드가 떠올라야지

-아재들 신났네 ㅋㅋㅋㅋㅋㅋ

-갈! 아재라니! 모빌슈트랑 스텔라 워즈, 크래프트 스타는 기본 교양이거늘!

채팅창이 타 매체에 등장한 광선검을 쏟아내는 사이 마지막 질문이 던져졌다.

[Q4. 최종보스, 어나힐레이터와의 대결은 어떠셨나요?]

이경복은 그 질문에 가볍게 손뼉을 쳤다.

“정말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에요. 저랑 덩치도 비슷하고 행동도 유사해서 놀랐거든요.”

-아 맞네 ㅋㅋ 어쩐지 체격이 비슷하더라

-데이터 100% 활용시키려고 비슷하게 만든 거였네

-무게추쉑 ㅋㅋㅋ 이런 데서는 또 디테일함

-밸런스만 좀! 어떻게 해보라고!

그러나 이경복은 이내 미간을 좁혔다.

“그래도 실력이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분명 100% 반영인데 왜 그럴까, 의문이 들더라고요.”

-깡통이랑 오리지널이랑 같겠냐고 ㅋㅋ

-내가 이래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싫어함

-갑자기 기계신이?

-아 ㅋㅋ 갓플 복제한 기계면 기계신이 맏찌

채팅창은 단순히 이경복이 원본이기에 승리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사자의 판단은 달랐다.

“아무래도 예전에 계약한 거라 그사이에 데이터가 누락된 탓인 거 같습니다. 구버전 데이터라 그런지 실력이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

-구버전?

-와... 맞네 ㅅㅂ 진짜 미쳤다

-무친! 그 사이에 성장해버린 거냐구!

-않이;;; 이미 완벽한데 왜 성장하시냐구요!

-만렙인데 레벨업을 왜 하냐구웃!

-아아, 이게 바로 퍼펙트-렙업이라는 것이다.

그 발언에 시청자들이 충격과 감탄에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그래서 또 생각해 봤는데, 그래도 제 이름 걸고 나온 캐릭터잖아요? 이 상태면 좀 실망하시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거너 여러분들을 위해서라도 최신 데이터로 갱신하는 건 어떨까요?”

-ㅔ?

-최신 데이터로 업데이트를요?

-더 어렵게 만든다고?

-제발 천상계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아주세요!

-하여간 천재들이란!

시청자들은 그 제안에 기겁했다. 그리고 그리 생각하는 건 GGG측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괜찮습니다. 이미 충분합니다!]

“충분하시다니요? 저 스스로도 미흡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거너 그라운드를 아껴 주시는 그 마음! 이 영상을 보시는 분들이 모두 아실 겁니다!]

급박함이 느껴지는 자막에 채팅창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GGG 화들짝!

-이벤트 말아먹을 일 있냐고 ㅋㅋㅋㅋ

-최신버전 되면 아무도 못깨자넠ㅋㅋㅋㅋ

-퍼플은 진짜 도와주려고 해서 더 웃기네 ㅅㅂㅋㅋㅋㅋㅋ

-이게 바로 순수한 악의?

-아! 너무 무섭다!

“알겠습니다.”

GGG쪽에서 극구 거절하자 이경복도 결국 그 의견을 받아들였다.

“시청자 분들 거너 그라운드 많이 사랑해 주시고, 새로 업데이트 된 ‘타임워페어’ 많이 즐겨 주세요!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그의 인사와 함께 화면이 암전되었다. 이윽고 진짜로 영상이 끝났다는 듯 관련 영상 추천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쉽사리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라이브가 아닌데도 퍼플 나오면 레전드가 되네 ㅋㅋㅋㅋ

-퍼플 보니까 이전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남 ㅋㅋㅋㅋ

-누가 3줄 요약좀!

-킬러노이드 = 60% 퍼플, 어나힐레이터 = 구버전 퍼플, 갓플=신

-바로 깔끔하게 요약해버리기

-능력자추ㅋㅋㅋㅋ

-이벤트 모드로 다음 OTP 대비해서 연습하면 딱일 듯

-ㄹㅇㅋㅋ 구버전 퍼플부터 클리어해야지

-그런 식이면 킬러노이드부터 잡아야 되는 거 아님?

-이러면 사실상 단계별 연습 아님?

-뭔솔?

-플레이어간 생존 >> 킬러노이드 >> 어나힐레이터 >> 퍼플순으로 클리어해야됨

-최종보스가 퍼플이냐고ㅋㅋㅋㅋ

-와 ㅋㅋㅋ 챌린지 바로 뚝딱이네

-킬러노이드 챌린지 각이냐?

-이거 스머들이 백퍼 도전할 듯 ㅋㅋㅋ

-하여간 챌린지 메이커라니깐!

또다시 자신도 모르게 챌린지를 만들어 낸 이경복이었다.

*       *       *

게임웹진, 메타게이머 본사.

그중에서도 인플루언서 팀장과 신혜림은 무척이나 들떠 있었다.

“햐, 내가 살다 살다 온라인 게임 팀 쪽에서 협조 요청을 다 받네.”

“그러니까요. 팀장님!”

두 사람 모두 한껏 올라간 광대는 내려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게 전부 퍼플 님 덕분이죠!”

“내가 말했잖아, 그는 신이라니까!”

팀장은 장난스럽게 웃음을 터트리며 홀로그램을 띄웠다.

신문으로 치면 1면, 메타게이머의 메인페이지였다.

[킬러노이드는 퍼펙트를 꿈꾸는가?]

이번 거너 그라운드 업데이트 관련 뉴스였다. 본래는 온라인 게임 팀의 관할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설마 우리 팀이 갑의 위치에 놓이게 될 줄이야!”

헤드라인부터 상세 내용에 인플루언서 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업데이트 사항보다 그 배경이 된 퍼플에 대한 설명이 주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진짜 요즘 분위기 달라진 걸 느끼는 게, 다른 팀 동기들이 혹시 저희 팀에 자리 있냐고 물어볼 정도라니까요?”

“아,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 예전처럼 퇴사비율이 높은 줄 아나? 아니, 지금 우리 팀 주가가 상한가를 치고 있는데 무슨!”

“그러니까요. 저도 그래서 지금 팀 분위기 너무 좋다고 말해줬죠.”

“그래 그래! 어깨 좀 피고 살아! 그리고 이건 아직 뇌피셜이긴 한데, 다음 연봉 협상 때는 좀 강하게 나가도 좋을 것 같아. 그 깐깐한 인사팀장이 나한테 부럽다고 칭찬까지 하더라니까?”

“정말요?!”

팀장이 넌지시 말하자 신혜림 기자가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자자, 이 분위기 계속 이어나가려면 더 똑바로 정신 차려야 되는 거 알지? 슬슬 업무로 복귀하자고.”

“아, 네네! 그런데 오늘은 휴방공지가 올라왔더라고요.”

신혜림은 이경복의 동향 확인을 전담하고 있었다. 그 말에 팀장은 잠시 눈을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휴방? 음, 하긴 그렇겠지.”

“휴방 하실 거 알고 계셨어요?”

“아니, 이번에 올라온 메이킹 필름 보고 알았지. 짧은 인터뷰라서 본인은 괜찮았겠지만 주변 사람은 늦게까지 고생했을걸?”

“주변 사람이요?”

“우리도 만나봐서 알잖아? 퍼플 매니저랑 편집자가 만만치 않은 사람들인 거. 그냥 인터뷰 끝났다고 GGG에 전부 맡겼겠어? 퍼플한테 혹시라도 불리할 점이 없을까 여러 번 체크 했을걸?”

그 설명에 신혜림도 사정을 이해했다.

“아, 그러네요. 컨펌이 날 때까지 밤을 새웠을 가능성이 높겠네요.”

“그렇지. 근데 퍼플은 정도를 아는 사람이거든. 그렇게 고생했는데 자기 잇속 챙기겠다고 방송을 강행하지 않았을 거야. 이번 휴방은 직원들 휴식을 위한 거겠지.”

팀장은 그리 설명하고는 선명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번 휴방은 마침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기도 하고.”

“기회요?”

“그래. 이번 이슈로 우리도 컨펌이 났어!”

신혜림은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말한 컨펌이 무엇인지 깨달은 덕이었다.

“V-STAR 취재요!?”

“그래! 퍼플 섭외는 확정이야! 다른 데서 채가기 전에 얼른 약속 잡자고!”

국내 최대 VR게임쇼.

‘V-STAR’의 개최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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