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화 - 곳간에서 인심난다 (2)
풍족한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와 커피가 나왔다.
가벼운 담소와 함께 후식까지 끝내고 이제 자리에서 일어설 때가 왔다.
“아이고, 우리 경복이 덕분에 호강했다, 호강했어.”
“다행입니다. 양식 드시고 싶으면 불러 주세요.”
양규리가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경복도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이곳을 자주 찾아올 생각이 없었다.
‘치팅데이 때 가끔 먹으러 와야겠다.’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지만 몸 관리에는 좋지 않았다. 그렇게 식사를 마무리하고 두 사람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경복아.”
“네, 이모님.”
“우리 같이 사람 속을 꿰뚫어 볼 수는 있어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기 사람 마음이라는 기다.”
이경복은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돌아봤다.
“하물며 평범한 사람들은 어뜨켔나? 이 마음이라는 게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는 게야.”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왜 하시는 걸까. 일단 이경복은 잠자코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때로는 그 마음을 전할 기회가 없어지기도 한다이.”
“이모님……?”
“내는 그게 그리 마음이 걸렸다. 내 신어머니, 네 할머니께 내가 얼마나 감사한지 말씀을 못 드렸응께.”
양규리는 은은한 미소와 함께 이경복을 돌아봤다.
“오늘 봉께 확신이 들더라. 내 너한테 말하길 잘했다꼬. 경복아, 니는 내처럼 그르지 마라.”
마음은 전할 수 있을 때 전해야 한다.
“네.”
이경복은 이미 익히 아는 사실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별은 언제나 준비된 상태에서 찾아오는 건 아니었다. 그 역시 부모님께 감사와 사랑을 전하지 못했다.
“아이고야, 내도 나이가 들었네. 참 주책이다 그쟈? 경복이 니는 이제 어디 가나?”
양규리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물었다.
이경복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선물을 좀 사려고요.”
고마운 사람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 * *
늦은 오후.
이경복은 친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단골 카페를 찾아왔다.
“아니, 쉬라고 휴방했는데 뭔 또 회의를 하자 그러냐.”
그는 질린 표정으로 두 친구를 번갈아 보았다. 최병훈은 미간을 찡그리며 박주호에게 눈치를 주었다.
“공지 보고 쉬려고 했는데 이 자식이 나오라잖아.”
“어차피 휴방이니 쉴 시간이야 많다.”
박주호는 그 불평을 대번에 받아쳤다. 이경복은 헛웃음을 흘리며 스마트 링크를 조작했다.
“그래, 뭐 마침 잘됐네. 얼굴 본 김에 이거나 작성해라.”
작은 진동과 함께 두 친구 앞에 홀로그램 문서가 각각 튀어나왔다.
“엥?”
“이건?”
어리둥절해하는 친구들에게 이경복이 짧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뭐긴, 자식들아. 이 너그러운 사장님이 준비한 선물이지.”
이경복이 전한 문서는 로봇 청소기의 배송주문서였다.
“내 거 사는 김에 같이 샀다.”
“갑자기 웬 선물?”
“그것도 로봇청소기?”
두 친구의 표정은 복잡했다.
황당하면서도 일단 고마움이 앞선 얼굴.
“야, 저번에 보니까 집이 뭐 돼지우리가 따로 없더만.”
친구들이 부담스러워할까 이경복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어디까지나 이 자식 얘기겠지. 난 다르다.”
“아니, 뭔! 그게 문제냐? 그렇다 쳐도 왜 2개나 산 거야?”
이경복이 건넨 배송주문서는 하나가 아니었다. 친구들 각기 2장을 받았다.
“사는 김에 너희 부모님 것도 샀어.”
“부모님 것까지?”
“뭐, 별로 비싸지도 않더라고.”
최병훈은 눈을 빛냈지만 박주호의 반응은 달랐다.
“고맙지만 환불해라.”
“엥?”
“부모님 것까지 챙기는 건 좀 과해.”
그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이경복은 미소를 유지했다.
“그럴 줄 알고 현찰박치기로 했지. 영수증은 바로 그 자리에서 찢어 버렸다.”
두 친구 모두 눈을 부릅떴다.
왜 그렇게까지 한단 말인가?
표정에서 드러나는 그 물음에 이경복은 멋쩍은 얼굴로 설명했다.
“솔직히 말하면 너희 부모님께 드리는 건 내 나름의 대리만족인 것도 있다.”
“대리만족이라니……”
이경복은 낯이 간지러웠지만 이내 양규리 이모님의 말을 떠올렸다.
마음은 솔직히 표현하는 게 제일이다.
“너희들은 진짜 좋은 친구고, 부담스러울지 몰라도 나는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만큼 너희 부모님 역시 내 부모님과 비슷한 존재고.”
그의 진중한 말에 두 친구도 이내 웃음기를 지웠다.
이경복이 일찍 부모님을 여의었다는 건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진짜 고맙다야. 우리 아버지가 정말 좋아하시겠네.”
최병훈이 먼저 답했다.
이런 선물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그는 친구의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
하지만 박주호의 시선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그런 의도라면 선물은 감사히 받지. 하지만 앞으로는 영수증은 꼭 챙겨둬.”
“영수증?”
“직원 선물 명목이면 비용처리가 된다. 명심해라.”
그의 대답에 두 친구가 헛웃음을 흘렸다.
“너도 참 한결같다, 한결같아.”
“주호가 주호해 버렸쥬?”
세 친구는 동시에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가볍게 선물 증여식(?)이 끝나고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했다.
“휴일이어도 부른 건 이거 때문이야.”
박주호가 곧바로 메일을 보여 주었다.
“메타게이머에서 ‘V-STAR’의 공동 진행자로 섭외 요청이 왔어.”
“아, 이거 그거지? 게임쇼?”
이경복이 알은체를 했다.
이전 메타게이머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잠깐 나왔던 이야기였다.
“캬! 진짜 매번 그렇지만 미쳤다 미쳤어.”
최병훈이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야야, 이거 진짜 좋은 기회다.”
“그렇게 좋아할 정도냐?”
“당연하지! 인마, 게임쇼가 괜히 게임쇼겠냐? 여기에 웬만한 장르 게임들은 전부 모인다니까?”
“그거야 그렇겠지.”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게임쇼에 게임이 모이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 않나.
“그래, 그만큼 그 장르를 선호하는 게이머들도 모이게 되는 곳이 바로 여기라고!”
“주류는 물론이고 비주류 쪽에도 인지도를 넓힐 수 있는 기회라는 거로군.”
“그렇지! 종겜스라면 도저히 놓칠 수가 없는 기회라니까!”
두 친구의 말에 이경복은 작게 탄사를 흘렸다.
‘그러고 보니 이스케이퍼스 플레이어들은 날 잘 몰랐지.’
그는 이전 경험을 곱씹었다.
스트리머 퍼플의 평판이 올라가고 있긴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도 아직 많았다.
“나도 긍정적으로 본다. 메리트는 이것뿐만이 아니거든.”
“다른 이점이 또 있어?”
“저번에도 말했지만 메타게이머는 게임 웹진 중에서도 공신력이 상당하다. 그만큼 메타게이머는 사고에 민감하지. 그래서인지 대대로 게임쇼 공동 진행자는 롱런하는 인플루언서가 맡아왔다.”
그는 안경을 고쳐 쓰며 새로운 홀로그램을 띄웠다. 역대 메타게이머가 섭외한 공동 진행자를 정리해 둔 표였다.
이건 또 언제 준비한 걸까.
두 친구가 감탄할 사이도 없이 박주호가 설명을 이어갔다.
“가장 유명한 달타냥부터 지놈 님도 이 과정을 거쳤지 그리고 시기상으로도 꽤 좋은 제안이다.”
“시기?”
“지놈 님에게 들었잖아. 세렝게티 BJ 쪽에서 문제가 터졌다고. 당장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사자들 휴방이 길어지고 있으니 조만간 시청자들도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아차리게 될 거다.”
거너그라운드의 ‘타임워페어’ 이벤트 매치가 연기된 이유였다.
“이런 사건들은 알게 모르게 시장에 영향을 준다. 시청자들은 ‘혹시 내가 보는 스트리머도 사고에 휘말린 건 아닐까?’ 의심하거나 혹은 걱정하게 되겠지.”
“오, 이건 진짜 맞말이다. 무슨 문제만 터지면 ‘형, 형은 안 그럴 거지?’ 이런 글 올라온다니까?”
최병훈이 이에 적극 동의했다.
개인 방송의 특성상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한 만큼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그 여파가 빠르게 퍼졌다.
“물론 네가 사고를 칠 확률은 제로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인식은 그와 별개지. 이런 상황에서 이런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면 그 걱정을 덜어줄 수 있을 거다.”
“오, 이거 좋네. 메타게이머 보증 수표가 딱 붙는 거지.”
메타게이머가 쌓아온 신뢰도라면 그 여파를 막아내는 방파제로 부족함이 없었다.
이경복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살짝 코끝을 찡그렸다.
“좋아, 메리트는 다 이해했어. 그런데 게임쇼면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거 아닌가? 계속 가면 쓰고 있기는 좀 그런데.”
그 말에 두 친구는 물끄러미 이경복을 바라보다가 서로 눈길을 마주치고는 머리를 끄덕였다.
“뭐야? 뭔데?”
이경복의 물음에 두 사람이 실소를 흘렸다.
“아니, 새삼 네가 가상현실 2개월 차라는 걸 깨달았을 뿐이다.” “음음, 그럴 수 있지, 모를 수도 있어.”
그가 무어라하기도 전에 박주호가 새로운 홀로그램을 띄웠다.
[V-STAR 온라인 입장권 판매 안내]
그가 보여 준 것은 ‘V-STAR’의 공식 홈페이지였다.
“온라인 입장권?”
이경복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단순히 온라인 구입이 아니라 가상현실을 통한 입장에 대한 설명이었다.
“자식이.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온오프라인 병행은 기본이지!”
“나도 메타게이머에 대해 조사하기 전까지는 몰랐다. 가상현실 쪽이 주로 B2C, 오프라인은 주로 B2B로 운영한다더군.”
“데모 플레이 해 보겠다고 줄 서는 것도 다 옛말이야. 캡슐로 접속하면 바로 체험할 수 있는데 누가 줄을 서?”
가상현실 기술이 발달한 이후 각종 박람회와 전시회도 그쪽으로 옮겨졌다. 가상현실의 첨단기술이 적용되는 게임쇼는 말할 것도 없었다.
“메타게이머도 얼굴 공개에 민감한 걸 알고 있다. 그쪽에서 원한 진행은 가상현실 쪽이지.”
“아하, 그러면 직접 갈 필요도 없네?”
“그렇지. 편안하게 집에서 접속만 하면 된다.”
이경복은 이에 환하게 미소 지었다.
“재미있겠네.”
그런 제약이 없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진행시켜.”
“무슨 또경영이야 뭐야.”
이경복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친구들 모두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게임쇼 참여가 결정되었다.
* * *
늦은 저녁.
직장인들은 퇴근했다는 걸 알려 주듯 건물의 불빛은 대다수 꺼져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곳, 지하에 경우는 달랐다.
벽을 가득 채우는 거울로 둘러싸인 공간.
“템포 처지지 말고! 집중!”
경쾌한 반주에 걸맞지 않게 들려오는 날카로운 목소리. 그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이곳은 바로 스위티즈 소속사 사옥의 지하 연습실.
윤나라와 멤버들은 물론 댄서들이 합을 맞추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렇게 곡 하나가 끝나자 매서운 눈빛의 안무가가 입을 열었다.
“다른 멤버들과 간격을 계속 확인해야지! 혼자 튀면 춤선이 다 망가지잖아!”
“팔을 어깨선! 어깨가 어딘지 몰라?! 표시라도 해 줘!?”
“그리고 세희! 맨 뒤에 있으면 더 주의해야지! 정면에서 안 보인다고 마음 놓지 마! 팬들은 사방에 있는 거 몰라?!”
실력도 좋지만 그만큼 엄격한 안무가였다. 멤버들 모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기에 군소리하지 않았다.
이윽고 마지막, 리더인 윤나라의 차례.
“내가 말했지!”
그러나 안무가의 입에서 나온 건 비평이 아니었다.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나라를 보라고! 나라만 따라 해도 다 해결될 문제라니까?”
윤나라의 춤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타고난 운동신경은 물론이고 가장 진지하게 노력하는, 그야말로 리더의 귀감이 아닌가.
안무가는 힐끗 시계를 보고는 돌아섰다.
“피드백 명심하고, 10분간 휴식!”
“네!”
잔뜩 기합이 들은 대답과 함께 안무가가 나가자 멤버들은 헛숨을 내뱉으며 풀어졌다.
“아으으… 팔 아파……”
“으, 찝찝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탱크탑 입는 건데.”
“진짜 너무 힘들다……”
그녀들은 바로 풀썩 주저앉아 툴툴거렸다. 아직 기운이 남은 윤나라가 그들에게 수건을 전해주었다.
“언니, 땡큐!”
“나도 언니처럼 한 번에 끝내면 좋겠다……”
멤버들은 감사와 더불어 구슬땀을 훔쳤다.
“하, 다른 소속사는 캡슐로 연습한다는데 우리도 그러면 안 되나?”
“캡슐?”
“가상현실에서는 땀도 안 흘리잖아. 피로도 안 느껴서 오래 연습할 수 있고.”
“어, 듣고 보니 그러네? 왜 우리 소속사는 안 그러지?”
멤버들의 불평에 윤나라가 끼어들었다.
“그러면 안 되니까.”
“안 된다니?”
“가상현실이랑 현실의 괴리감이 있잖아. 그렇게 피로도 못 느끼고 춤추다가 정작 무대에서는 적응 못 할 수도 있어.”
그 말에 막내 멤버, 세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어차피 캡슐로 연습하면 칼로리도 못 태우잖아. 어차피 몸매 관리해야 돼서 따로 운동해야 될걸?”
“아, 하긴 그렇겠다. 오히려 시간만 더 쓰겠네.”
“그래…… 우리 괴롭히려고 그런 건 아니니까.”
이에 납득한 멤버들은 힘든 몸을 일으켰다.
“으으! 세수라도 하고 와야겠다!”
“아, 나도 화장실!”
“물 좀 마셔야겠다. 언니는?”
“아, 난 됐어.”
윤나라는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그렇게 다른 멤버들이 잠깐 자리를 비우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안무를 복기하는 와중이었다.
갑자기 우웅하는 울리는 진동에 그녀는 시선을 돌렸다.
‘어?’
이내 떠오른 알림에 그녀는 잠시 생각이 멈추었다.
[‘P’의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비밀 메신저, 디스커넥터의 알림이었다. 그녀는 흠칫하더니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퍼플? 뭐야? 갑자기?’
순식간에 머리가 물음표로 가득해졌다. 그녀는 다시 한번 더 눈치를 살폈다.
댄서들도 지쳤는지 그녀에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윤나라는 빠르게 메시지를 확인했다.
[>P : 바빠?]
[>P : 혹시 음식 중에 가리는 거 있어?]
[>P : 나중에 확인하면 답장 좀]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건 또 뭔 소리야?’
뜬금없이 음식 취향은 왜 묻는 걸까. 그녀가 잠시 생각하는 사이였다.
[>P : 안 바쁜가보네?]
다시금 나타난 메시지.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직 안 나갔었어?’
메시지가 ‘읽음’으로 처리가 된 걸 본 게 틀림없었다. 그녀는 빠르게 답장을 썼다.
[>NT : 음식은 왜?]
[>P : 말했잖아?]
[>P : 뒤풀이하기로]
[>P : 설마 벌써 까먹음?]
이어지는 답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뒤풀이? 방법을 찾았다고?’
혹시나 했는데 정말 인사치레가 아니었던 걸까.
그가 어떤 방법을 찾았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헐? 물 마셨어?”
“물마시면 오히려 힘들잖아?”
“나는 괜찮던데?”
멀리서 들려오는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 그녀는 부리나케 손을 움직였다.
[>NT : 나중에 알려 줄게]
송신을 누르고 나서 빠르게 스마트 링크를 원상복귀 시켜 놓았다.
이내 다른 멤버들이 도착했을 때,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땀을 훔쳤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언니, 무슨 일 있어?”
의아한 얼굴과 함께 던져진 물음. 윤나라는 내심 뜨끔했지만 태연하게 대답했다.
“응? 무슨 일이라니?”
그 대답에 막내인 세희가 배시시 웃었다.
“원래 칭찬이라는 게 매번 들어도 좋긴 하지.”
“응?”
“언니, 거울 봐봐.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데 뭘.”
그 말에 거울을 바라보니 정말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다른 멤버들은 그 이유가 안무가의 칭찬이라 판단한 것이었다.
“아하하……”
윤나라는 어색하게 웃었다.
정말로 칭찬 때문이었을까.
‘아니, 그건 아니야.’
미소는 이내 자연스러워졌다.
그녀는 급하게 보낸 답장을 다시 떠올리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려 주겠다라니……’
그것은 분명 거절의 의미가 아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