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 V-STAR 탐방 (2)
본격적인 게임쇼 탐방.
그 첫 무대로 향하기 전 신혜림이 말했다.
“원래는 저희가 도보로 이동을 하는데, 보다시피 찾아와 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진행 부스 주변은 퍼플의 팬들로 가득해졌다. 저 인파를 뚫고 가려면 꽤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터였다.
“그래서 이번 탐방은 부득이하게 텔레포트로 바로 장소로 이동하겠습니다!”
“텔레포트요?”
“네! 이렇게요!”
이경복이 의아해하자 신혜림이 바로 스마트 링크를 조작했다. 그러자 뒷배경이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새로운 부스로 뒤바뀌었다.
-갓플 놀라는 거 보소 ㅋㅋㅋ
-실력은 천상계면서 캡슐 경험은 뉴비 수준인 스머가 이따!?
-인지부조화 어서 오고
-이런 거 보면 진짜 가상현실 2개월 차인데 ㅋㅋㅋ
갑자기 바뀐 배경에 이경복이 눈을 크게 뜨며 두리번거리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자! 퍼펙트 탐방 그 첫 번째,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시는 게임이죠? 데브 브라더스의 히트작! ‘까까런’ 부스입니다!”
신혜림이 쾌활하게 부스를 소개했다.
‘까까런’은 과자를 베이스로 만든 캐릭터들이 장애물을 피하며 최대한 생존하고 득점하는 러닝 액션 게임이었다.
귀여운 캐릭터와 간편한 조작으로 인기를 끌었고 그에 힘입어 학습만화까지 나올 정도였다.
부스는 그 컨셉에 맞게 곳곳에 캐릭터들과 과자, 디저트로 꾸며져 있었다.
-아ㅋㅋ 까까런 많이 했었지
-친구들이랑 점수 내기도 많이 했는데
-짬짬이 즐기기에는 좋긴 해
시청자들도 익히 아는 시리즈였다.
-근데 뉴비랑 고인물 온도차 극심하자너 ㅋㅋㅋㅋ
-ㄹㅇㅋㅋ 진입장벽만 낮음
-생긴 건 애들 겜인데 실제 플레이는 개빡셈ㅋㅋㅋ
-진짜 썩은물들 하는 거보면 사람인가 싶긴 하지 ㅋㅋ
-킹직히 랭커들도 캐릭터빨 없으면 유지 못함
그러나 그 외양과 달리 쉽게 숙달하기는 어려운 장르였다. 뒤로 갈수록 나타나는 장애물과 함정 패턴이 극악해지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세요! 과자들의 비상탈출, 까까런입니다!”
그사이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다가와 인사 멘트를 던졌다.
당연하게도 메타게이머 탐방 방송 일정은 각 게임사마다 전달이 끝난 상황이었고, 각 부스에는 방송용 부스가 별도로 마련되어있었다.
신혜림과 이경복도 마주 인사를 하고 방송을 진행했다.
“까까런, 이거 솔직히 모르는 사람이 흔치 않거든요? 퍼플 님도 알고 계셨죠?”
“네. 직접 해 본 적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즐기는 건 자주 봤죠.”
이경복은 그렇게 말을 받으며 직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까까런은 이미 출시가 된 게임인데, 브스타에서 보여 주실 새로운 점이 있을까요?”
보통 게임쇼에 출품하는 건 신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지 않나.
-매끄럽게 소개 기회 주는 거 보소 ㅋㅋㅋ
-대본을 외워도 저렇게 자연스럽지는 않을 듯
-광고주들 보고 있나?
-숙제마저 퍼펙트한 갓플
채팅처럼 직원은 자연스럽게 발언권을 얻었다.
“네, 말씀 주신 대로 저희 까까런은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이번에 신작과 다름없는 새로운 모드가 나왔습니다!”
“오, 바로 보여 주실 수 있을까요?”
“네, 이쪽 스크린을 봐주시겠어요?”
직원은 시연 버전을 실행시켰다. 그와 함께 대형 스크린에 게임 화면이 비춰졌다.
“기존에 가로로 달리는, 스크린 터치 방식의 플레이는 ‘클래식’ 모드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모드로 ‘레이스’가 추가되었습니다.”
“신작이나 다름없다고 말씀을 주셨거든요?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지! 레이스 모드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신혜림이 목소리를 높이자 직원이 레이스 모드를 실행했다. 그와 함께 뒤바뀐 화면.
-?
-옼ㅋㅋㅋ 뭐야 이겈ㅋㅋㅋ
-와씨 ㅋㅋㅋ 까까런을 1인칭으로 만들었네
-까까가 내가 된다!
-신작이라고 괜히 입터는 게 아니었누 ㅋㅋㅋㅋ
-근데 길이 3방향이 됐네?
채팅창은 바로 탄사로 물들었다.
게임 속에 들어간 듯 캐릭터의 시점으로 스테이지가 보였다.
직원은 밝게 웃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레이스 모드는 색다른 경험, 그리고 이동 중이 아니어도 저희 게임을 즐겨 주시는 분들을 위해 고안된 모드입니다. 실제 플레이의 경우 이렇게 화면은 홀로그램으로 재생되고 조작은 가상 조이스틱으로 진행됩니다.”
스마트 링크에서 투사된 홀로그램이 화면 속 풍경을 구축했다. 이어 사용자의 양손 아래에는 각기 좌우로 움직이는 레버와 버튼 2개가 생성되었다.
“와, 이건 진짜 아예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어요. 저희가 또 체험을 안 해 볼 수가 없죠? 퍼플 님, 준비되셨나요?”
백문이 불여일견.
신혜림의 물음에 이경복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지요.”
“네, 좋습니다. 그런데 시작에 앞서 저희가 또 좋은 소식을 듣고 왔거든요. 바로 체험 성적에 따라 경품이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
“네, 맞습니다. 이쪽에 보시면 득점에 따라 다양한 경품을 준비해 두었어요.”
신혜림의 말에 직원이 바로 준비된 이벤트 안내사항을 홀로그램으로 출력했다.
각 득점 구간별로 준비된 경품 목록들.
-일반전은 1등부터 100등까지 10연차 뽑기권?
-아 ㅋㅋ 갓플이면 당연히 1위먹지
-이건 무적권이지 ㅋㅋㅋ
-뽑기는 또 갓플 전문이자넠ㅋㅋ
채팅창은 대부분 낙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는 않았다.
-근데 모바일 게임은 좀 다르지 않나
-갓플이 함정파악 달인이긴 한데……
-홀로그램으로 보는 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 않음?
-게다가 직접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조이스틱이라 좀 ㅋㅋㅋ
캡슐용 게임이라면 이견은 없겠지만 지금은 환경이 전혀 달랐다.
그리 시청자들이 결과를 가늠하는 사이 이경복은 이벤트 표를 훑고는 말했다.
“하나 제안 좀 해도 될까요?”
“네?”
이경복은 옅은 미소와 함께 부스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게임을 소개하는 사이 중앙 부스에 몰려있던 팬들이 어느새 이곳을 에워싸고 있었다.
“보다시피 오늘 생각보다 팬 분들이 많이 와 주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번 행사에서 얻는 상품들은 감사의 의미로 나누어드릴 생각입니다.”
그 말에 부스가 웅웅거리며 떨렸다. 방음처리가 됐지만 팬들이 내지른 환호성 때문이었다.
-캬 ㅋㅋㅋㅋ 이거지
-바보! 시청자만 생각하는 바보!
-아아, 드디어 ‘퍼펙트-나눔’의 때인가
-접두어 밈 활용도 뭐냐고 ㅋㅋㅋㅋ
-이것은 퍼청자들이 높이 평가
-갓플이 주는 선물? 이건 못참아!
-개부럽누 ㅠㅠ
채팅창 역시 탄사와 부러움으로 가득해졌다. 이경복은 그 반응을 보며 더욱 짙은 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사실 뽑기권 하나로는 아무래도 좀 모양새가 그렇잖아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그는 이벤트 표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노템전 15분 생존하면 100연속 뽑기권을 주시잖아요? 그리고 일반전 상위 100명에게는 10연속 뽑기권을 드리고요.”
“그렇죠……?”
“그럼 제가 노템전으로 생존에 득점까지 1위로 유지하면 100연속 뽑기권을 100장 주시는 건 어떨까요?”
이경복의 과감한 제안에 부스 안 두 사람은 물론 시청자들도 놀랐다.
“아니, 퍼플님?”
“네? 아니, 그건…… 아! 자, 잠시만요.”
난처한 표정을 짓던 직원은 슬쩍 물러서서 연락을 받았다. 그 사이 채팅창에는 우려와 기대가 뒤섞였다.
-아 ㅋㅋㅋ 이게 바로 갓플이지!
-또또 방송각 보는 거 보소 ㅋㅋ
-100연차 100개면 뽑기권 1만개 ㅁㅊ ㅋㅋㅋㅋ
-않이;;; 근데 괜히 100연차가 상품이 아니라구웃!
-맞말인게 노템전은 진짜 빡센데?
-그냥 버티는 것도 어려운데 득점까지 노려?
-갓플이니까 또 기대가 되자너 ㅋㅋㅋㅋ
-또전드 일발 장전!
의외로 답변은 금방 돌아왔다.
“퍼플 님 제안, 받아들이기로 결정됐습니다.”
-신속처리 무엇?
-데브쉑들 방송 모니터링중인 듯 ㅋㅋㅋ
-이건 무적권 보고 있는 거지!
-아 ㅋㅋ 퍼플 코인 안 탈거냐고ㅋㅋ
돌아가는 상황에 신혜림의 머리도 맹렬히 돌아갔다. 이경복의 제안은 예정에는 없던 이벤트였지만.
‘이게 웬 떡이야……!’
기자로서 이런 이슈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퍼플 님이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팬 분들에게 드릴 선물이 걸린 도전! 바로 시작해 볼까요!”
그녀의 진행에 이경복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잡았다. 그가 조이스틱과 버튼을 누르자 시야 속 캐릭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작 자체는 간단했다.
좌우 이동과 점프, 그리고 슬라이드 4가지뿐이었다.
-어? 근데 이거 쿠쿠다스 아님?
-팔 보니까 맞누 ㅋㅋㅋㅋㅋ
-않이;;; 기본캐로 참가하는 거였음?
-데브쉑들 악랄한 거 보소 ㅎㄷㄷ
그 사이 채팅창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도전에 사용된 캐릭터는 기본이자 체력이 가장 약한 캐릭터 ‘쿠쿠다스’였기 때문이었다.
-이거는 클래식모드에서도 개똥캐인디;;
-ㄹㅇㅋㅋ 미세하게 손상만 일어나도 부서지기 시작하자너
-튜토 아니면 안 쓰는 캐릭터인데 이걸 주네 ㅅㅂ
-노템전이면 회복템도 없지 않슴?
-와 이건 좀……
-쿠쿠다스로 15분?
-아 ㅋㅋㅋ 갓플의 눈으로 보라고
속속들이 올라오는 채팅창에 신혜림도 덩달아 불안해졌다. 그러나 이경복의 얼굴을 본 그녀는 안심할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쳐났다.
“으흠, 대충 각 나오네요.”
단 한 번의 조작만으로 파악이 끝났기 때문이었다.
* * *
신혜림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지금! 지금 생존시간 20분을 돌파했습니다!”
게임사 측에서 내건 기준인 15분 생존은 돌파한 지 오래였다.
-진짜 ㅁㅊㄷㅁㅊㅇ
-않이;; 저게 보이나?
-날 속였어! 까까런 안 해봤다며!
-팩트) 진짜 안했다
-모발 겜까지 잘하는 거 뭔데!
-머리가 풍성해서 그른가?
-그 모발이 아니자너 ㅅㅂㅋㅋㅋ
-쿠쿠다스로 체력 손실 없는 거 실화냐 ㅋㅋㅋㅋ
-그 와중에 점수 쌓이는 속도 보소 ㅋㅋㅋㅋ
그동안 표기된 체력 바는 미동도 없었다. 놀라운 건 생존에 치중해 몸을 사리는 플레이도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이경복은 득점을 위해 장애물과 함정 사이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놓인 과자들까지 모두 먹었다.
-이게 까까런이야 F1이야 ㅅㅂ
-까까런이 이렇게 속도감 있는 겜인줄 처음 알았네 ㅋㅋ
-아 ㅋㅋ 이게 진짜 ‘레이스’지 ㅋㅋㅋ
-반사신경이랑 순발력 진짜 탈인간급ㅋㅋㅋㅋ
-평소의 퍼플입니다만?
노템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달리는 속도가 빨라지다 보니 20분 넘게 생존한 지금은 장애물과 함정들이 말 그대로 순식간에 들이닥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경복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설계가 참 극악이긴 해.’
개발자들은 1인칭의 한계를 교묘히 이용했다. 길이 기둥에 막혀 옆으로 피하면 기둥에 가려진 사각에 함정이 위치해 있었다.
그마저도 피해 다시 돌아오면 기둥 뒤쪽에는 또 다른 함정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그 악랄한 설계도 이경복의 육감 앞에서는 훤히 드러나 있었다.
그는 능숙하게 점프와 슬라이딩 버튼을 누르며 돌파했다.
-와씨 ㅋㅋㅋㅋ 저기도 함정이 있었네
-갑자기 떨어지는 메테오 피하는 게 더 쉽누 ㅋㅋㅋㅋ
-ㄹㅇㅋㅋ 바닥 사라지는 건 애교 수준임
-데브쉑들 ㅋㅋㅋ 어떻게든 과금 유도하려고
-하지만 갓플은 무과금으로 그냥 깨버리쥬?
-퍼지컬도 과금으로 살 수 있었으면 ㅠㅠ
-그럼 대출 영끌해서 샀지
그의 이름 그대로 퍼펙트한 플레이의 연속. 시청자들은 이경복의 성공을 확신했다.
“대단합니다! 이미 미리 설정해 둔 1위 점수와는 자릿수가 달라졌어요! 이 정도면 진짜 1등 유지될 것 같은데요!”
다시금 부스가 웅웅거렸다.
옆에서 직관하는 신혜림과 현장의 팬들도 모두 성공을 확신했다.
그렇게 모두가 희열에 차 있는 순간.
“어?”
갑자기 팟하며 홀로그램이 사라졌다. 이경복은 멀뚱히 눈을 껌뻑이다가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게임이 꺼졌다.
-?
-뭐야 ㅅㅂ?
-헐?
-이게 지금 뭐하는 거냐구!
-않이;;; 이런 레전드를 바란 게 아니라고!
-야아아아아아아!
-장난?장난?장난?장난?장난?
-돌았나 진짜
일순간 멈췄던 채팅창이 폭발하듯 올라왔다. 부스 바깥에서도 진동이 커졌다. 현장의 팬들도 바로 탄식과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뜻밖의 상황에 신혜림은 입을 벌린 채 굳었으며 직원은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다행히 해명은 금방 전달됐다.
“아, 저, 그 성공은 이미 확정됐으니 이 이상 플레이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하시네요. 경품은 약속대로 전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직원은 간신히 숨을 돌리며 설명했다. 그 말에 신혜림이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아! 데브 브라더스의 항복 선언이네요! 역시나 퍼플 님, 또 한 번의 놀라운 성공을 이룩하셨습니다!”
그녀가 박수를 치자 현장의 팬들도 상황을 이해하고 환호했다.
-아 ㅋㅋ 빤스런이면 인정이지
-이번에만 봐드리는 겁니다?
-데브쉑들 화들짝 놀랐누 ㅋㅋㅋ
-근데 이거 갓플 기록 남을까봐 꺼버린 거 같은데?
-기록?
-아 맞네 ㅋㅋㅋ 이런 미친 기록 남으면 썩은물도 절레절레할 듯
-ㄹㅇㅋㅋ 핵과금으로도 못이기자너
-데브쉑들 수금 못 할까봐 멈춘 거 였구만!
-추브야 데하다 ㅉㅉ
채팅창에는 약간 다른 의견이 나왔다. 이경복의 기록은 다른 고인물들의 도전 의지마저 꺾을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이경복은 그 채팅을 읽으며 손을 내저었다.
“에이, 여러분 농담이라도 그런 억측은 자제해 주세요. 보셨듯이 조작도 간편하고 게임도 쉬웠잖아요?”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경복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아마 저희 탐방 방송 스케줄을 생각해 주신 거겠죠. 1인칭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몰입감이 대단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캬 ㅋㅋ 이걸 이렇게 또 포장하네 ㅋㅋ
-기만과 포장을 동시에 하는 스머가 이따?
-퍼기만에 이은 퍼포장ㅋㅋㅋㅋ
-킹리적 갓심이 들지만 갓플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기업최적화 스트리머 수듄;;;
-이래서 퍼플코인 퍼플코인 하는 거자너 ㅋㅋㅋㅋ
이경복의 멘트로 분위기는 더욱 부드러워졌다. 그는 가볍게 손뼉을 치며 상황을 정리했다.
“네, 정말 즐거운 시연이었습니다. 이번에 받은 경품은 제가 따로, 방송에서 나누어드릴 테니 기다려 주시고요. 기자님?”
“네? 아, 네네! 까까런 레이스 모드!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게 첫 부스였다는 점! 아직 더 많은 부스가 남아 있죠? 기다릴 수가 없네요! 바로 가시죠!”
-머뭇거릴 틈이 없다!
-뽑기권 만장 잘 먹고 갑니다^^
-까까는 뜯어 먹어야 제 맛 ㅋㅋ
-77ㅓ억! 너무 맛있쥬?
이경복과 신혜림은 바로 텔레포트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부스 밖에 몰려 있었던 팬들도 대이동을 시작했다.
“와, 대단하네 진짜……”
그제야 긴장이 풀린 직원은 탄사를 흘리며 안도했다.
* * *
다음으로 도착한 부스의 인테리어는 이경복에게도 친숙했다.
갖가지 마련된 총기와 방탄복, 그리고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프라이팬까지.
“자, 퍼플 님을 좋아하신다면 모를 수가 없는 곳이죠? 이번 부스는 바로 GGG의 모바일 게임! ‘거너그라운드-쇼다운’입니다!”
신혜림이 활기차게 입을 열었다.
본래 서바이벌 장르인 거너 그라운드를 모바일 환경에 맞추어 ‘쇼다운(Showdown)’ 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1:1로 변형한 게임이었다.
“와! 퍼플 님! 어서 오십시오!”
하얀 셔츠와 방탄복 그리고 헬멧으로 꾸며진 거너 그라운드의 대표 이미지대로 아바타를 꾸민 직원이 활기차게 인사를 건넸다.
“저, 저 진짜 팬이거든요! 거그 시작 때부터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퍼튜브랑 채널 구독도 다 했어요!”
“아하하,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격한 목소리에 이경복이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엌ㅋㅋㅋ 직원도 퍼청자였냐구!
-한국인이 맞구만 ㅋㅋㅋ
-이게 바로 성덕?
-나도! 나도 게임사 취직할 거야!
-트수들은 일단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먼저 아닐까?
-팩트폭행! 멈춰!
-학생 눈치 챙겨^^
거듭 팬심을 보이는 직원을 보며 시청자들은 장난스럽게 부러움을 표했다.
“역시나 놀라운 퍼플 님의 영향력입니다! 하지만 저희 시청자분들께서 또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그것도 잠시 신혜림의 요청에 직원은 본분을 다하기 위해 설명을 시작했다.
“아하하, 실례했습니다. 저희 거너 그라운드를 모르시는 분은 없을 거라 자부합니다. 그렇다면 쇼다운은 무엇이 다른가? 바로 핵심은 ‘속도’입니다!”
“속도! 더 빠른 진행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그렇습니다. 쇼다운은 1:1 승부를 중시하는 만큼 탐색과 파밍을 간략화하고 교전에 집중했습니다!”
직원은 자신 있게 목소리를 높이며 자료화면을 띄웠다.
-오?
-군사기지랑 학교네 ㅋㅋㅋ
-유적지도 있음!
-파밍 지역 하나하나를 스테이지로 바꾼 거구만
모바일 버전에서 즐길 수 있는 스테이지의 목록이었다. 기존 게이머들도 친숙한 장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러면 기존에 즐기시던 분들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겠네요.”
“바로 그겁니다! 역시 퍼플 님이시네요! 저희 의도를 정확히 파악 하셨습니다!”
-않잌ㅋㅋㅋ 리액션 무냐구
-기자 눈나랑 차별 너무 심하자너
-편파 해명해!
-근데 나라도 저럴 듯 ㅋㅋㅋ
-갓플이 바로 옆에서 내 말에 맞장구 쳐준다? 이거 못 참지 ㅋㅋ
사뭇 다른 반응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흘렸다.
“게임 진행은 터치와 홀로그램으로 나누어집니다. 이동 중에는 터치로, 좀 더 여유가 되신다면 홀로그램 모드로 더 현장감 있는 플레이가 가능하죠.”
“아, 이건 이전 부스랑 비슷하네요?”
까까런의 클래식과 레이스 모드와 유사했다. 신혜림이 이에 기회라는 듯 끼어들었다.
“퍼플 님이 정확히 짚어 주셨습니다! 최근 모바일 게임의 트렌드가 그렇거든요. 캡슐에 들어가서 즐기기에는 애매한 상황의 게이머들을 노린 거죠!”
“맞습니다. 저희도 그러한 성향에 맞추어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캡슐용 게임은 제대로 한 판 하려면 기본 한 시간은 넘거든요.”
직원이 바로 동의했지만 이경복은 공감하지 못했다.
“네? 한 시간이나 필요하지는 않…… 아, 아닙니다.”
그가 말을 얼버무리자 채팅창이 바로 반응했다.
-아 ㅋㅋ 님만 일찍 끝낼 수 있다구욧!
-드디어 킹반인을 이해하는 것인가?
-??? : 이해는 안 되지만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
-ㄹㅇㅋㅋ 이건 이해가 아님
-사실상 포기가 아닐까?
-킹반인이라 죄송합니다!
기다렸다는 듯 놀리려는 시청자들의 채팅에 이경복은 웃음을 흘렸다.
“사람마다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 그런 의미였습니다.”
“흠흠, 아무튼 다시 설명을 드리자면 터치 모드는 익숙하실 테니 홀로그램 모드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이 경우에는 이동할 타일 맵을 선택해서 움직입니다.”
직원의 설명에 따라 가이드 영상이 이어졌다. 시연자가 타일로 구분된 맵을 선택하자 홀로그램이 변화했다.
“선택한 타일에 해당하는 풍경이 홀로그램으로 송출됩니다. 보시면 곳곳에 무기나 탄약이 숨겨져 있죠? 이걸 손으로 잡으시면 파밍이 됩니다.”
“오, 정말 간단해졌네요.”
“네, 맞습니다. 이렇게 파밍을 이어나가다가 상대와 같은 맵에 도착하게 되면 교전이 발생합니다.”
화면은 이내 교전 설명으로 넘어갔다. 직원은 여기서 더욱 자신 있게 설명했다.
“교전 상황이 되면 스마트 링크가 사용자의 주변 환경을 바로 스캔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엄폐물을 형성하죠.”
화면 속 시연자는 거실에 있었다. 탁자와 안락의자가 홀로그램에 휩싸이더니 무너진 벽과 잔해의 형상으로 변했다.
“물론 잔해물이 없어도 걱정할 거 없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무작위로 엄폐물을 형성해 주니까요.”
-WA! 채신기술!
-오 ㅋㅋㅋ 이건 좀 신선한데?
-사실상 AR 게임이네 ㅋㅋㅋ
-현실 피지컬 겜이 되어버리누 ㅎㄷㄷ
-이러면 캡슐용보다 더 빡센 겜 아니냐 ㅋㅋㅋㅋ
이윽고 영상 속 시연자는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총기와 수류탄 등을 이용해 승리했다.
“와…… 이건 좀 색다르긴 하네요.”
이경복은 진심으로 흥미를 보였다.
“나름 운동 효과도 있겠는데요?”
캡슐 이용에 따라 근손실을 걱정하는 운동인 다운 관점이었다.
-이거 하면 몸짱 되는 거야?
-갓플처럼 될 수 있는 거 맏찌? 그치?
-무친 ㅋㅋㅋ 양심 ㅇㄷ?
-트수들은 한 판 하면 뻗는 거 아님?
-킹직히 이거 하고 뻗으면 살기 위해서라도 운동해야 됨ㅋㅋㅋ
신혜림은 채팅을 보고 멘트를 이어나갔다.
“과연! 재미에 운동까지 일석이조겠네요. 하지만 직접 해 보기 전까지는 모르겠죠? 퍼플 님, 이번에도 시연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기대가 많이 됩니다.”
이경복이 웃으며 답하자 직원이 기쁜 목소리로 화답했다.
“자, 이번 시연에는 두 가지 매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무작위로 상대가 정해지는 랜덤매치, 다른 하나는 16명이 모여 대진표가 결정되는 토너먼트 매치가 있습니다!”
“오? 그래요?”
이경복은 그 설명에 슬쩍 부스 밖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가득한 인파에 그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럼 이번 시연은 현장 팬 분들과 함께할 수도 있겠네요.”
그 발언에 부스가 거세게 웅웅 거렸다. 팬들이 환호와 함께 양팔을 들어 적극 참여 의사를 표명했다.
-현장 시참이라고!?
-미니 OTP 무엇?
-와씨! 이건 진짜 갔어야 되는 건데
-대기열 아직까지 하나도 안 빠지는 거 뭔데에!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직원은 더욱 기뻐했다.
“그거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역시나 방송 천재시네요!”
단순히 팬이기에 기쁜 게 아니었다. 퍼플의 말과 동시에 밖에 있는 현장 팬들이 즉각 시연 버전을 다운로드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미쳤다 진짜.’
채널 내 인원 중 거의 95%에 육박하는 다운로드 비율. 그 역시 ‘퍼플 코인’의 효과를 제대로 실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이경복과 함께 게임을 할 수는 없었다. 주어진 자리는 15자리뿐이지 않나.
“그럼 일단 퍼플 님께서 방을 만들어 주시고, 코드를 공개해서 선착순으로 참여자를 받는 건 어떨까요? 저희 게임은 순발력이 중요하니까요.”
“아, 네네. 그러죠. 여러분들 다 들으셨죠?”
이경복이 수긍하고 팬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다들 하나같이 손을 들거나 동그라미를 들어 답했다.
-퍼청자들 순한 거 보소 ㅋㅋㅋ
-이게 그 플래시 몹인가 그거냐?
-참여율 100% 뭐냐고 ㅋㅋㅋ
-퍼플코인 떡상 미쳤쥬?
-GGG쉑들 지금 헤벌죽할듯ㅋㅋㅋ
-아……! 진짜 너무 부럽다!
-입장권 사지 않은 나! 뭐하는 거냐구!
-이럴 줄 알았으면 가불 받았지!
-치킨 좀 덜 먹을 걸 ㅠㅠㅠ
-입장권 사도 대기열 걸리면 못 감 ㅋㅋ
-으아아아! 채널 확장 좀 빨리 해달라고!
척척 진행되는 토너먼트 준비에 채팅창은 더욱 아우성쳤다.
그 사이 이경복은 비공개로 토너먼트를 개최하고 입장 코드를 복사했다.
“자, 그럼……”
이경복이 슬쩍 스마트 링크를 매만지자 팬들이 움찔하며 눈을 부릅떴다.
이경복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시작 전에 다들 스트레칭부터 하죠! 자, 다들 기지개 쭉 켜시고!”
바짝 긴장하고 있던 팬들은 헛웃음을 흘렸다.
-와씨 ㅋㅋㅋ 간보기 뭔데
-간보는 수준이 대장금이네
-퍼장금ㅋㅋㅋ뭐냐곸ㅋㅋㅋ
-현장에서도 트수조련ㅋㅋㅋㅋㅋ
-블랙기업 사장 버릇 어디 안 가쥬?
-현웃터졌다 ㅅㅂㅋㅋㅋㅋㅋ
그렇게 이경복이 몇 차례 팬들을 애태우기를 잠깐, 이경복은 기습적으로 코드를 띄웠다.
“아! 지금 자리가 순식간에 가득 찼어요!”
지켜보던 신혜림이 놀라 소리쳤다. 부스 바깥에서는 간발의 차로 놓친 팬들이 아쉬움의 탄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미친ㅋㅋㅋ 1초도 안 걸리는 거 실화?
-반응속도 쫌 치누 ㅋㅋㅋㅋ
-이 정도는 해야 어디 가서 퍼청자라고 한다 이말이야
-이정도면 현장 갔어도 참여 못했을 듯 ㅋㅋㅋ
“직원분이 말씀드렸듯, 속도가 핵심이거든요? 이번 게임 끝나고 여유가 되면 또 할 테니까 너무 실망마세요.”
이경복은 부드럽게 웃으며 팬들을 달래주었다. 현장 팬들의 얼굴은 금방 밝아졌고 채팅창도 요동쳤다.
-서윗한 거 뭔데!
-아니, 다시 보니까 이건 갔어야 했어 ㅠㅠ
-퍼플한테 위로받기? 완전 개이득아니냐?
-이러니까 조련될 수밖에 없자너 ㅋㅋㅋ
신혜림은 채팅을 보고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자, 16강이면 결승까지 4명의 팬 분들이 퍼플 님과 1:1 승부를 겨루게 됩니다. 이거 정말, 정말 흔치 않은 기회거든요! 과연 그 행운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지금 바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오? 그러네?
-ㅁㅊ 이거 OTP보다 완전 혜자인데?
-타임, 타임머신 좀 갖다주시오! 내가 부러워서 죽는다구요!
-아 ㅋㅋ 회귀마렵네 진짜
부러움과 환희가 가득해진 가운데 토너먼트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