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 V-STAR 탐방 (3)
게임쇼를 찾는 건 비단 일반 관람객만이 아니었다.
V-STAR 비즈니스 데이터 센터, 그곳에는 각 게임사의 관계자들이 모여 있었다.
“햐, 역시 이번에는 중앙 무대 근처 부스가 가장 성과가 좋네요.”
“스위티즈 팬들 화력이 대단하긴 합니다.”
관계자들의 주 관심사는 가장 규모가 큰 1채널이었다. 스위티즈의 공연이 시작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미 팬들이 몰려들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렇게 자리를 맡은 팬들은 쉽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자칫 다른 팬들에게 좋은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만히 대기하면 심심하니 주변 부스의 게임을 받아 즐기는 것이다.
“대체 얼마에 입찰이 됐으려나……”
“얼마에 입찰됐든 투자 대비 효과는 확실하네요.”
각 게임사의 부스 위치는 무작위로 결정되는 게 아니었다. 일종의 경매처럼 게임사들이 입찰가를 내고 상위 입찰자가 낙점 받는 식이었다.
목이 좋은 자리가 비싼 건 당연한 일이었고, 이번 게임쇼에서는 공연무대 근처가 최고가에 낙찰되었다.
“저희 대표님이 이걸 보고 좀 이해를 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하하, 어디 회사 돈 쓰기가 쉽나요. 그리고 낙찰 받은 곳이 워낙 대기업이니……”
데이터 센터라는 이름답게 주최 측은 관람객들의 참여율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었다.
[1. (COCOA GAMES) 토르: 아스가르드 레전드 – 15%]
[2. (NOXEN) 던전앤챔피언M – 11%]
스위티즈 팬들 덕분에 해당 부스는 상위권을 견고히 유지하고 있었다.
“근데 데브 브라더스 쪽은 왜 저렇게 죽상이래요?”
“그러게요. 부스 위치도 좋던데?”
그 다음 순위는 보통 관람객들의 동선을 따랐다.
[3. (데브 브라더스) 까까런 – 7%]
입장과 동시에 가장 먼저 방문하게 되는 곳은 바로 데브 브라더스의 ‘까까런’ 부스 였다.
하지만 정작 데브 브라더스 관계자의 표정은 편치 않았다.
‘설마 그 정도로 높은 기록을 세울 줄이야……’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퍼플과의 이벤트 때문이었다. 설마 했던 그의 도전이 성공하면서 예상외의 지출이 발생했다.
‘원래는 채널당 1000개… 최대 1100개였는데……’
애당초 노템전 15분 생존은 미끼에 가까웠다. 성공할 확률이 거의 없는 도전이었기에 관람객들의 발을 붙잡아 두기 위한 목적으로 구상한 목표였다.
그런데 퍼플은 그 예측을 완전히 부숴 버렸다.
‘한 채널에서만 뽑기권 1만 개라니……!’
그가 있는 3번 채널에서만 예상의 10배에 달하는 지출이 발생했다. 마케팅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속이 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실질적으로 그 팬들은 곧바로 퍼플을 따라 떠나버렸으니 당장의 효과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
‘나중에 퍼플이 뽑기권을 뿌리면 좀 낫겠지……?’
그는 애써 긍정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 내막을 모르는 다른 관계자들은 의아할 따름이었다.
바로 그때.
“어?”
“뭐야?”
갑자기 분위기가 술렁였다.
어찌된 일인지 참여율 데이터가 순식간에 뒤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4. GGG, 거너그라운드 쇼다운 – 5%]
“거그 쇼다운이 갑자기 왜……?”
“아니, 이게 무슨……”
3%대에 머물던 참여율이 갑자기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관계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GGG측에서 나온 관계자, 마케팅 팀장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이미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 흡족한 미소만 짓고 있는 게 아닌가?
‘무슨 비결이라도 있나?’
‘당연히 물어봐도 알려 주지는 않겠지.’
어떤 비결이 있다고 해도 경쟁사에게 그걸 알려 줄 이유는 없다.
느슨했던 분위기가 바짝 팽팽해졌다. 관계자들은 곧바로 업무 모드로 돌아갔다.
그들은 상황 파악을 위해 곧바로 스마트 링크를 조작했다.
현재 데이터 센터에 보이는 건 채널 통합 참여율이었다. 이에 그들은 바로 상세 사항을 확인했다.
“아니, 이건 또 뭔……”
“혹시 3채널 포화십니까?”
“아, 네네. 다들 그러신 거 보니까 오류는 아닌 것 같은데……?”
다른 채널은 모두 널널하지만 유독 3채널만 포화 상태였다. 만약 오류였다면 주최 측에서 공지가 있을 터였다.
기묘한 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이게 가능한 일인가?’
3채널의 관람객 참여율 순위가 이상했다.
[V-STAR Ch.3]
[1. GGG, 거너그라운드 쇼다운 – 99%]
갑자기 치솟던 참여율은 이내 99%에서 멈추었다. 거의 100%에 달하는 압도적인 참여율.
V-STAR 역사상 이런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확인한 순간, 통합 참여율의 순위도 뒤바뀌었다.
[1. (GGG) 거너그라운드 쇼다운 – 51%]
[2. (COCOA GAMES) 토르: 아스가르드 레전드 – 15%]
[3. (NOXEN) 던전앤챔피언M – 11%]
[4. (데브 브라더스) 까까런 – 7%]
한 채널의 포화 관람객, 1만여 명이 GGG 게임에 순식간에 몰리면서 점유율을 장악했다.
‘3채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세상에……!’
관계자들은 마치 하나라도 된 것처럼 즉시 연락을 돌렸다.
“어, 난데! 3채널 부스 놔두고 GGG 부스 좀 확인해 봐!”
“아니, 일단 가세요!”
“따로 보고는 됐고 바로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요!”
관계자들이 급히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
‘퍼플의 시연을 보려고 전부 몰렸다고?’
‘퍼플 코인이 그냥 밈이 아니었다는 건가?’
‘이건…… 일시적인 유행 따위가 아니야.’
보고를 들은 관계자들은 저마다 비슷한 감상을 느꼈다.
‘스트리머 퍼플, 그에게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재능이 있어!’
깨달음과 동시에 곧장 행동이 이어졌다. 그들은 다급히 흩어져 본사에 연락을 취했다.
자신이 느낀 걸 모두가 느꼈을 터, 퍼플을 섭외하기 위한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게 분명했다.
그리 혼란스러운 가운데 오직 GGG의 마케팅 팀장만이 미소 짓고 있었다.
‘뭐, 언젠가는 이렇게 될 줄 알았지.’
그는 운이 좋았다.
다른 이들과 달리 퍼플과 좀 더 일찍 연은 맺지 않았나. GGG는 다른 게임사보다 더 앞서 있었다.
‘미리 준비해 두길 잘했지.’
저들과 달리 그는 이미 기획안을 모두 완성해 둔 상태였다.
‘이렇게 되면 대표님 설득이 더 쉬워질 거고.’
더불어 지금과 같이 명시적인 데이터까지 확보 되었으니 대표도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스마트 링크를 조작했다.
‘이제 와서 넘겨 줄 수는 없거든.’
퍼플과의 관계를 좀 더 굳건히 할 필요가 있었다.
* * *
이경복과 팬들의 토너먼트는 어느덧 3회차, 4강전에 접어들었다.
그는 처음과 달리 상대를 바로 죽이지 않고 배려해 주고 있었다. 늘 하던 대로 즉살했더니, 다른 팬들의 매치가 끝날 때까지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었다.
물론 조용히 기다리지만은 않았다.
“자, 공격 받는 중에는 머리를 내미시는 것보다 견제 사격을 하시는 편이 더 안전합니다.”
그는 엄폐물에서 머리를 내밀지도 않고 총만 들어 사격을 개시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탄환은 정확히 상대의 위치 주변을 정확히 타격했다.
기겁한 상대는 움찔하며 몸을 숨겼다.
“그리고 머리를 내밀 때도 대부분 위로 가시는데, 매번 같은 방향 말고 변주를 주세요. 이렇게 옆으로도 볼 수 있잖아요?”
이경복은 옆으로 누운 채로 방아쇠를 당겼다. 다시금 쏟아지는 제압사격에 상대는 반격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렇게 제압사격을 하신 다음, 엄폐이동을 하시면 생존율이 더 높아질 겁니다.”
이경복은 사격을 유지하며 다른 쪽 엄폐물로 몸을 숨겼다. 일련의 과정은 일말의 주저도 없이 매끄럽게 진행됐다.
-않이;;; 저 자세에서 정확도 무쳤냐고!
-아 ㅋㅋ 누워서 쏴도 된다고
-티배깅 미쳤네 진짜 ㅋㅋㅋ
-ㄹㅇㅋㅋ 꿀팁을 가장한 괴롭힘 아니냐고 ㅋㅋㅋ
-???: 차라리 죽여줘……
-처음에는 또샷또킬하다가 이러니까 더 악랄하자너 ㅋㅋㅋ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거나 마찬가지임
-이정도면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임ㅋㅋㅋㅋ
-하지만 퍼청자에게는 최고급 포상이랄까?
-포상 ㅇㅈㄹ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장난스럽게 이경복을 놀렸다. 그는 헛웃음을 흘렸다.
[‘보라빛향기’님이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그때 다른 4강전의 종료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이경복은 곧바로 상대를 조준했다.
구부러진 손가락과 함께 이어지는 총성.
[퍼펙트플레이 >>M4A1>> 퍼플이즈갓 (HEAD SHOT!)]
그와 동시에 킬 메시지가 떠올랐다.
“퍼플이즈갓님, 좋은 승부였습니다.”
-역시 갖고 논 거쥬?
-바로 본색 드러내버리기 ㅋㅋㅋ
-다른 매치 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승부가 이따!?
-쥐 갖고 노는 고양이가 슈뢰딩거의 고양이였누 ㅋㅋㅋㅋ
-슈뢰딩거 등판 ㅅㅂㅋㅋㅋㅋ
-다른 경기 결과가 관측되면 승부가 정해짐ㅋㅋㅋㅋ
올라오는 채팅에 이경복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또, 또 프레임 씌우시네. 그게 아니라 보라빛향기님을 기다리게 할 수가 없어서 그런 거예요.”
그 대답에 채팅창에 웃음이 번졌다.
“자! 3회차 토너먼트 그 결승의 때가 다가왔습니다! 과연 이번 참가자는 어떤 승부를 보여 줄 지!”
신혜림의 말과 함께 바로 시작된 결승. 이경복은 곧바로 게임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이번이 마지막 게임이 되겠지.’
그는 순식간에 맵을 이동하며 파밍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
-총기 파밍 안함?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설마 주먹으로 패버릴 생각?
-뭔 주먹임 ㅋㅋㅋ 홀로그램이라 총격전밖에 안 되는데
이경복은 총기와 탄약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수류탄 하나를 챙겼다.
“이건 또 어떻게 된 걸까요? 퍼플 님, 수류탄을 잡았습니다. 그것도 단 한 개뿐인데요?!”
신혜림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다시 파밍할 시간은 없었다.
곧바로 마지막 상대와 조우하며 교전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결승에 올라온 실력답게 상대의 사격 솜씨는 준수했다. 조우와 동시에 날아드는 탄환.
그러나 이경복은 간발의 차로 피해내며 엄폐물에 몸을 숨겼다.
‘시간이 많이 없겠네.’
이경복은 등을 기대고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다음 부스로 넘어가야 할 시간이다.
“마지막 꿀팁 알려드릴게요.”
이경복은 그리 말하며 홀로그램 수류탄을 잡았다. 그리고 슬쩍 눈을 들어 올렸다.
상대의 견제 사격에 엄폐물의 파편이 튀어 오르고 있었다.
“쇼다운은 거리가 가까워서 총알이 직선으로 날아온다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캡슐용 거너 그라운드는 탄도학이 적용된다. 하지만 모바일 버전인 쇼다운에서는 그 궤적이 직선에 가깝다.
“그러니까 이렇게 튀는 방향을 보면 상대 위치 파악이 쉽죠.”
그 설명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지는 순간, 이경복의 손이 움직였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수류탄, 그리고 이어지는 폭발.
[퍼펙트플레이 >>Frag Grenade>> 보랏빛향기 (HEAD SHOT!) ]
[승리했소! 오늘 저녁은 한우로 하겠소!]
이어 킬 메시지와 함께 승리메시지가 나타났다.
“보라빛향기님, 재밌었습니다.”
-?????
-순삭해버리고 킹밌었습니다 ㅋㅋㅋㅋ
-플랜트위키/퍼플/논란
-무친ㅋㅋㅋ 노룩수류탄ㅋㅋㅋㅋ
-그 와중에 또드샷ㅋㅋㅋ
-보지도 않고 저렇게 정확히 던진다고?
시청자들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 애당초 그의 실력이 뛰어난 거야 증명된 사실이지만 상황이 좀 달랐다.
-않이;; 이거 홀로그램인데?
-킹직히 그냥 던지는 시늉 아님?
-힘 조절 무쳤다 ㅎㄷㄷ
-보고 했으면 그래도 이해라도 하지 이건 뭐 ㅋㅋㅋㅋㅋ
홀로그램은 그저 형상에 불과하다. 사격이야 손가락만 까딱하면 되지만 수류탄을 던지는 건 완전히 달랐다.
단 한 번으로 감을 잡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네? 다들 거그에서 수류탄 쓰셨잖아요? 그거 생각하시면서 던지시면 되는데?”
하지만 이경복은 오히려 그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대답에 시청자들은 물론 현장의 팬들도 실소를 흘렸다.
-캬 ㅋㅋ 내가 고걸 몰랐네
-이게 그 지행합일인가 그거냐?
-무슨 소크라테스냐고 ㅋㅋㅋㅋ
-퍼크라테스 ㅁㅊㄷㅁㅊㅇ
-아아, 이것은 ‘퍼펙트-철학’이라고 한다.
시청자들의 과장된 반응에 이경복은 헛웃음을 흘렸다.
“자! 이렇게 3번째 토너먼트가 마무리 됐습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퍼플 님이 놀라운 묘기로 승리를 거두셨네요!”
신혜림이 슬며시 끼어들었다. 그녀도 슬슬 다른 부스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퍼플님, 설명대로 정말 스피디한 게임이었죠?”
“네, 한 게임에 걸리는 시간이 정말 부담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요. 스캔 기능을 이용해 전략적으로 엄폐물을 배치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이경복이 웃으며 소감을 밝혔다. 이에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정말 완벽하게 저희 게임을 평가해주셨습니다. 핵심인 ‘속도’도 정확히 전달한 시연이었고요! 아, 물론 실제 플레이는 이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겁니다. 아무래도 퍼플 님의 시연이었으니까요.”
그 말에 채팅창에 연달아 ‘ㅋㅋㅋ’가 올라왔다. 직원은 이경복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토너먼트가 진행되는 사이 희소식이 도착했습니다.”
“희소식이요?”
“네, 본사 측에서 퍼플님 시연을 보고 특별한 감사를 전하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토너먼트 승리자에게 경품으로 캐릭터 스킨을 지급했는데요.”
직원은 그리 말하며 스마트 링크를 조작했다. 경품으로 준비된 스킨은 ‘카우보이’ 복장이었다.
서부극의 특징인 1:1 승부를 ‘쇼다운’과 결부시킨 것이었다.
“여기 모여 주신 팬 분들을 위해 무려 5천 개의 선물 코드를 전달해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희소식.
팬들 환호성에 부스가 웅웅거리고 채팅창이 요동쳤다.
-캬 ㅋㅋㅋ GGG 일 잘하누
-아 ㅋㅋ 이 집 선 잘 지키네
-ㄹㅇㅋㅋ 처신 잘 하자너
-이미 퍼플코인 한 번 맛 봤쥬? 이제 못 끊쥬?
-근데 왜 하필 5천개임? 절반밖에 못 받지 않나?
-않이;;; 그래도 이게 어디임
-ㄹㅇㅋㅋ 원래대로면 3개인데 욕심 보소 ㅋㅋㅋ
몇몇 시청자들이 그 수량에도 아쉬움을 표출했다. 하지만 직원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본래 예정에는 없었던 경품입니다만, 저희 쇼다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 스킨, ‘피스메이커’를 5천 개 추가로 드립니다!”
-헐?
-와씨 ㅋㅋㅋ 피스메이커!
-WA! 싱글액션아미!
-옼ㅋㅋㅋ 완전 카우보이 세트넼ㅋㅋㅋ
-군침이 싹 돌아버리기
-이게 진짜 쇼다운 풀세트지 ㅋㅋ
-갓플한테 선물 받는 것만으로도 한정판인데 이건 진짜 한정판 아님?
-아…… 진심 이건 개부럽다 ㅠ
-???: 아빠는 왜 피스메이커가 없어? 브스타 안 갔어?
-몰랐으니까! 알면 내가 안 갔겠나!
퍼플의 팬들만을 위한 경품에 시청자들은 부러움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와, 이런 걸 또 다 준비해 주시고. 정말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경복은 진심 어린 미소와 함께 웃었다. 신혜림은 빠르게 손뼉을 쳤다.
“와, 점점 더 분위기가 달아오르네요! 기쁨과 즐거움이 넘치는 이곳은 바로 브스타 입니다! 이 흐름 놓칠 수 없겠죠? 저희는 바로 다음 부스로 이동하겠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걸까.
그 말과 함께 부스 밖에서 우르르 진동이 느껴졌다. 현장 팬들이 즉각 다음 부스로 달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신혜림과 이경복은 그 모습에 웃음을 흘리고는 장소를 바꾸었다.
* * *
어느덧 오전 스케줄의 끝이 다가왔다.
이전과 다르게 다른 부스는 체험이라기보다는 구경에 가까웠다. 캐릭터 수집형 게임과 자동사냥이 주인 모바일 MMORPG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직원의 설명을 듣고 이경복과 신혜림이 반응하는, 사전 미팅에서 그녀가 설명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번에도 거기서 거기네
-진심 눈 감고도 저 UI는 전부 그릴 수 있겠다
-그냥 스킨만 바꿔서 계속 내자너 ㅋㅋㅋ
-GGG랑 데브가 그나마 참신한 시도를 했던 거였고 ㅋㅋㅋ
-그래도 갓플이 포장 잘해주긴 했음
-하지만 절대 안 할듯ㅋㅋㅋ
-경품이라도 없었으면 진짜 시간낭비였을 듯 ㅋㅋㅋ
해당 부스에서 상품을 받는 방식도 게임과는 별 상관이 없었다. 단순한 추첨이나 돌림판, 퀴즈 같은 것들이었다.
-그 와중에 최고 경품만 골라 먹은 거 실화?
-골든 샷건 1트의 갓플인데 예정된 결과였지 ㅋㅋㅋ
-아 ㅋㅋ 만해 보면 모르냐고
-근데 진짜 어떻게 그렇게 잘 뽑지?
-백퍼 그냥 운은 아닐 듯 ㅋㅋㅋ
-운지컬도 만렙이었쥬?
물론 이경복은 그런 단순한 방식에서도 최고의 결과를 얻어냈다.
그렇게 순회를 마친 두 사람은 다시 중앙에 위치한 진행부스로 돌아왔다.
“자, 어느덧 벌써 점심시간이 다가왔네요!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요. 제가 모바일 게임은 잘 몰랐는데, 정말 많은 걸 배운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사후 포장 서비스까지 확실해 버리고?
-속보) 포장 이사 업체 줄줄이 도산 위기! 관계자들, ‘국회는 포장 독점 방지법 발안해야.’
-독점 포장은 또 뭔데 ㅋㅋㅋㅋ
-(그 게임을 하지 않아야 할) 많은 걸 배웠다
-아 ㅋㅋ 갓플이 쿠폰 주면 안 쓸 거냐고
-쓰긴 써야 됨 ㅋㅋㅋ 게임사에서 얼마나 소비됐는지 체크할 듯
-우리 형 봐서 찍먹해드림^^
이경복은 올라오는 채팅을 보면서도 굳이 정정하지는 않았다. 그렇게까지 게임사 편에 설 생각은 없었다.
“퍼플 님 덕분에 정말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즐거운 시간이 오후에도 있다는 사실! 저희는 휴식 시간이 끝나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오후 방송은 캡슐용 게임이죠? 더 기대가 됩니다. 그럼 여러분들 그때 다시 봐요!”
두 사람의 인사에 채팅창은 바로 눈물바다가 되었다.
-흑흑 그립읍니다 ㅠㅠ
-휴식시간 왜 이렇게 기냐고!
-강제 퍼손실 너무 가혹하자너 ㅠ
-그래도 이제 대기열 좀 빠지겠지?
-빠지겠음? 나라면 무적권 버팀 ㅋㅋㅋㅋ
-않이;;; 이 정도 즐겼으면 양보 좀 해줘야 되는 거 아님?
-킹직히 지금 나가면 다시 못들어옴 ㅋㅋㅋㅋ
-브스타는 지금 무하는 거냐구!
-채널! 확장! 하라고!
붉게 빛나던 방송 표기가 꺼지면서 채팅창이 사라졌다.
신혜림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이경복을 돌아봤다.
“어우, 퍼플 님 고생 많으셨어요.”
“아뇨, 재밌었습니다.”
“정말요? 으으, 저는 시연한 것도 아닌데 진이 다 빠지네요.”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슬쩍 바깥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현장 팬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럼 푹 쉬시고 오후에 뵙도록 하죠.”
이경복이 웃으며 접속을 종료하려던 순간이었다. 신혜림이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번쩍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아, 퍼플 님!”
“네?”
“저, 혹시 스위티즈 좋아하시나요?”
뜬금없이 들어온 물음에 이경복은 눈을 껌뻑였다. 신혜림이 이에 민망한 웃음을 흘렸다.
“아, 다름이 아니라 혹시 공연 보고 싶으시면 관계자석에 자리를 제공해드리거든요. 안내해드리는 걸 깜빡한 것 같아서요.”
“관계자석이요?”
“네네! 팬분들 관람에 방해 안 하게 위에서 보는 자리긴 한데, 관람 자체는 큰 무리 없으실 거예요.”
“아……”
이경복은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녀석들이 엄청 좋아하겠는데?’
그는 곧바로 친구들을 떠올렸다.
“혹시 제 매니저랑 편집자도 같이 볼 수 있나요?”
“아, 네네! 물론이죠.”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골수팬인 박주호는 물론이고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최병훈까지.
이 소식을 들으면 뛸 듯이 기뻐하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점심 드시고 공연시간에 다시 접속해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식사 맛있게 드세요.”
“퍼플 님도요!”
신혜림은 웃음과 함께 사라졌다.
‘이런 이점도 있네.’
이경복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옅은 미소를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