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화 - V-STAR 탐방 (5)
1부, 스위티즈의 모바일게임 체험이 끝났다.
이경복은 예정대로 신혜림과 함께 2부인 캡슐용 체험 이벤트에 참여했다.
“퍼플 님, 반갑습니다! 직접 인사를 나누게 되는 건 처음이네요!”
“네, 그러네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소윤의 주도 하에 이경복은 스위티즈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이번에 코치를 맡게 된 트라이 채널에서 종합 게임 스트리머로 활동하는 퍼플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스위티즈 멤버들은 화사한 웃음과 함께 답했다. 윤나라 역시 그러했지만 이경복은 알 수 있었다.
‘역시 신경 쓰이나 보네.’
그녀의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넘모 부럽고 ㅠ
-스위티즈가? 아니면 퍼플이?
-킹직히 어느 쪽이든 부럽자너 ㅋㅋㅋ
-나도 끼워줘잉!
-엌ㅋㅋ 트수가 뭐 잘났다고 끼워줌?
-스플뎀 멈춰!
그 사실을 모르는 시청자들은 그저 즐거울 따름이었다. 정소윤 역시 그런 분위기를 이어나가고자 했다.
“자, 그럼 우리 스위티즈와 퍼플, 스윗퍼플이 체험할 게임을 공개하겠습니다!”
-엌ㅋㅋㅋ 스윗퍼플 ㅋㅋㅋㅋ
-역시 소윤이모라니깐!
-ㄹㅇㅋㅋ 센스 보소
-서윗퍼플은 ㅇㅈ이지
-우리 갓플이 스윗하긴해
흥겨웠던 채팅창은 이내 공개된 게임 로고에 ‘?’가 가득해졌다.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게임이죠? 남녀노소 즐기는 귀여운 RPG! ‘단풍이야기’의 튜토리얼 파트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정소윤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채팅창 반응은 약간 달랐다.
-엌ㅋㅋㅋ 과금은 안 귀여운데
-진짜 과금 시작하면 무저갱수준으로 빨아들임 ㅋㅋ
-근데 캐주얼 RPG에서는 이거 대체할 게임이 없긴 함 ㅠ
-진짜 게임은 좋은데 운영이 다 말아먹는……
-스위티즈가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적합하긴 하네
-다른 게임하면 나라 눈나 잠 못잠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냉소적이면서도 사정을 이해했다. 스위티즈의 멤버들, 그중에서도 가장 여린(?) 윤나라를 생각하면 웬만한 게임을 선정하기 힘들 터였다.
“단풍이야기, 우리 스위티즈만큼은 아니지만 몬스터도 귀엽고 깜찍해서 인기가 많거든요. 플레이도 쉽고 간단합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 스위티즈 멤버들에게도 쉬울지? 지금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진행과 함께 이경복과 스위티즈 멤버들은 게임에 접속했다. 순서는 막내부터 차례대로였다.
“세희 씨, 원하는 무기를 골라보세요.”
“음……”
보통 튜토리얼은 혼자서 진행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특별히 이벤트를 위해 만들어진 무대였기에 이경복은 세희 옆에 자리할 수 있었다.
“편하신 대로 고르세요.”
“그러면 저, 활, 활 써 볼래요!”
세희가 활을 잡자 이경복도 웃으며 같이 활을 잡았다. 무기 선택과 동시에 배경이 뒤바뀌었다.
화창한 햇살과 함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숲길.
그 가운데 튜토리얼 용 몬스터인 달팽이가 놓여 있었다. 물론 진짜 달팽이의 생김새가 아니라 만화 속에 등장할 귀여운 모습이었다.
“헐, 너무 귀여운 거 아니에요? 진짜 이걸 잡……”
세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쐑하고 화살이 날아들었다.
[Critical!]
달팽이 위에 떠오른 붉은 메시지. 이어 달팽이 눈이 X자로 변하며 서서히 사라졌다.
“아, 시범 먼저 보여드리려고 한 건데.”
놀란 세희가 돌아보자 이경복이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이게 바로 퍼펙트식 코칭?
-아 ㅋㅋ 보여 주는 게 가장 빠르다구웃!
-살인미소 또 나와 버렸고 ㅋㅋㅋ
-그가 웃으면… 생명이 사라진다……
-엌ㅋㅋㅋㅋㅋ 개웃기넼ㅋㅋ
-킹부러 그런 거든 노린 거든 클립각 미쳤쥬?
-그 와중에 킹리티컬 무냐구!
-갓플도 단풍은 처음 아님?
-처음 하는데 코치를 맡은 스머가 이따!?
-이거 시범보이는 척 하면서 자기 감 잡은 듯 ㅋㅋㅋㅋ
-한 번 튕기고 다 안다고?
-아아, 그게 바로 ‘퍼펙트-습득’이니까.
그 광경에 시청자들 역시 웃음을 흘렸다. 이경복은 헛기침으로 눈이 휘둥그레진 세희의 주의를 되돌렸다.
“자, 그럼 스텝 바이 스텝으로 설명 드릴게요. 먼저 편하게 발을 벌리시고……”
처음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이경복은 능숙하게 코칭을 이어나갔다.
세희를 비롯한 다른 멤버들도 초반에 잠깐 적응이 필요했을 뿐, 이경복의 설명과 자세 교정을 듣고 바로 튜토리얼을 클리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잘 부탁드릴게요, 퍼플 님!”
마침내 윤나라의 차례가 왔다.
그녀가 의욕을 앞세우며 눈에 힘을 주었다.
-나라 눈나ㅏㅏㅏㅏ!
-뭐든지 열심히 하는 거 넘모 멋지고
-아 ㅋㅋ 이게 솔선수범이지
-리더의 귀감 빛나라 ㅠㅠㅠㅠ
시청자들은 그 눈빛을 열의로 해석했지만 이경복은 달랐다.
‘비밀엄수, 뭐 그런 뜻인 거 같은데.’
이경복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다른 멤버들과 같이 그녀를 대했다.
“네, 잘 해 봅시다. 나라 씨도 원하는 무기를 골라 주세요.”
다른 멤버들은 활부터 시작해서 창과 마법지팡이를 골랐다. 그 모두 이경복에게는 생소한 무기였지만 파악은 어렵지 않았다.
게임을 못(?) 하는 윤나라는 과연 어떤 무기를 고를까.
“저는 이걸로 할게요.”
의외로 그녀가 잡은 건.
“……검이요?”
손에 익은 장검이었다.
-확실히 나라한테는 이게 맞긴 하지 ㅋㅋㅋ
-이건 뭐 가르칠 게 없지 않나?
-5252, 그는 ‘엘든유일검’이라고?
-유일검에게 검술을 하사받는다? 이건 못 참지 ㅋㅋㅋㅋㅋ
-않이;; 단풍이야기에서는 그런 검술이 필요 없자넠ㅋㅋㅋ
-ㄹㅇㅋㅋ 그냥 휘두르기만 해도 딜 들어가는데 ㅋㅋㅋ
-킹직히 몹들도 안 무서워서 그냥 때릴 듯
-갓플 그냥 구경만 하겠누 ㅋㅋㅋ
시청자들은 그 결정을 탁월한 선택이라 평했다. 아무리 겁이 많은(?) 윤나라라도 가뿐하게 튜토리얼을 클리어할 수 있을 터였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반면 이경복은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게임을 못하는 걸 연기하고 있다면 굳이 검을 잡을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단은 장단을 맞춰 주는 수밖에 없었다.
“좋습니다. 간단한 동작부터 해 보죠. 가로와 세로, 대각선으로 검을 휘둘러서 공격하시면 됩니다.”
“네, 네!”
윤나라는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그마저도 연기일 터였다.
그녀는 달팽이 앞에 서서 검을 잡았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검을 내려쳤다.
이어 들려오는 캉하는 쇳소리와 함께.
“아니……”
이경복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윤나라의 검은 눈앞에 있는 달팽이에 닿기는커녕 허공을 가르고 땅바닥을 찍었기 때문이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않이;;;
-와 ㅋㅋㅋ 나 갓플 입에서 아니시에이팅 나온 거 첨 본듯
-무려 갓플마저 당황할 정도의 실력…!
-(너무 못해서)당황스럽다!
시청자들은 황당함 보다 즐거움이 앞섰다. 이경복은 헛웃음을 흘렸다.
-갓플도 웃음이 나오는 무친 실력!
-그 웃음이 종류가 다르잖앜ㅋㅋㅋ
-역시 나라야! 아무나 하는 걸 못 해버려!
-이정도 피지컬로 저렇게 게임 못하는 것도 대단함ㅋㅋㅋ
-저 달팽이도 무서워서 눈 꼭 감는 거 무냐구!
-맏언니가 이렇게 커여워도 되냐고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이경복의 웃음을 그녀의 실력 때문이라 판단했다. 그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진짜 실력이면 한 50조각으로 썰어 버릴 수 있으면서.’
이경복은 윤나라가 아닌 뉴턴좌와의 대결을 떠올렸다. 직접 검을 맞대본 만큼 그 실력은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다.
뉴턴좌라면 눈앞의 달팽이로 직소 퍼즐 세트를 만들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눈앞의 윤나라는 손바닥이 얼얼하다는 듯 울상을 지으며 이경복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
“다시, 다시 해 볼게요!”
그가 무어라 말을 맺기도 전에 윤나라가 다시 검을 움켜쥐었다.
애써 용기를 낸 것처럼 그녀는 눈을 부릅뜨더니 사선으로 검을 휘둘렀다.
눈을 감지 않은 덕분인지 이번에는 그 검이 달팽이에게 적중했지만.
“꺅!”
놀랍게도 그 검은 달팽이 껍질에 미끄러져 빗겨나갔다. 게다가 힘을 많이 준 탓인지 무게 중심마저 흐트러져 그녀는 옆으로 넘어지기까지 했다.
-엌ㅋㅋㅋ 또전듴ㅋㅋㅋㅋㅋ
-이렇게 실패하기도 힘들겠다 진짜 ㅋㅋㅋㅋ
-!감나빗
-킹직히 이건 또 하나의 예술임
-ㄹㅇㅋㅋ 나라가 아티스트긴 하지
-우리 나라 그만 놀려!
-한국 사람이라면 제발 나라 응원합시다!
-애국메타 뭐냐고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 다시금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이경복은 웃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코치’로서의 모습이라 생각했지만 그 속내는 달랐다.
‘왜 검을 잡았나 했더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경복에게는 보였다.
윤나라의 검과 달팽이의 껍질이 맞닿은 순간 검로가 순식간에 뒤틀렸다.
완벽한 힘 조절로 내리치는 검을 멈추고 껍질의 표면을 따라 매끄럽게 훑으며 미끄러짐을 가장한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이경복은 넘어진 그녀를 부축하려는 듯 몸을 낮춘 채 입술을 움직였다.
‘이렇게까지?’
그녀라면 입 모양만으로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을 터였다.
“으…… 네, 괜찮아요. 혼자 일어설 수 있어요.”
윤나라는 낮은 침음을 흘리며 이경복의 부축을 거절했다. 그리고 툭툭 먼지를 털어내고 일어섰다.
“다행이네요. 코칭 난이도가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으…… 그래도 될 때까지 할 거니까요!”
그녀의 대답에 이경복은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 그녀가 일어서면서 이경복과 같이 입 모양으로 대답했기 때문이었다.
‘팬들을 위해서야.’
윤나라는 프로였다.
이경복은 그녀의 마음가짐에 공감했다.
‘내가 시청자들이 즐겁기를 바라는 것처럼.’
윤나라는 팬들 앞에서는 마지막까지 ‘아이돌’이어야 했다.
그는 이벤트 끝까지 윤나라에게 맞춰 주기로 결정했다.
* * *
스위티즈와 함께하는 이벤트가 끝났다.
이경복과 신혜림은 바로 약속된 오후 일정, 캡슐용 게임 탐방을 시작했다.
여러 부스를 전전하며 각 게임들의 신작 발표와 트레일러 영상 감상, 일부 게임은 간단한 체험과 경품 이벤트에 참여했다.
그렇게 탐방이 이어지는 와중 이경복은 친숙한 기업 로고와 맞닥뜨렸다.
“아, 이번 부스는 CAP COMPANY네요.”
이전과 달리 그는 신혜림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스트리머 퍼플로서 시작한 첫 게임이니 만큼 감회가 남달랐던 덕이었다.
-옼ㅋㅋㅋ 개껌이넼ㅋㅋㅋ
-킹직히 이제 개껌은 아니지 ㅋㅋ
-ㄹㅇㅋㅋ 갓플의 시대를 열어준 바크를 만든 머기업인디
-근데 갓플은 다른 게임 해도 떡상 아님?
-어? 그러네?
-개껌쉑들 나대지마라!
-태세전환 무쳤냐곸ㅋㅋㅋㅋ
-가만히 있던 개껌 울어욧!
시청자들 역시 그곳을 반겼다.
겉으로는 개껌이라 욕해도 확실히 인정받는 게임사였기 때문이었다.
“네, 이번 탐방 부스는 퍼플 님 팬이라면 다 아시는 그곳이죠! 바로 CAP COMPANY의 부스입니다! 역시 게임명가답게 여러 게임을 출품했네요!”
신혜림이 메타게이머 특설 부스 밖, 일반 관람객을 위한 부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나의 게임만 내세운 다른 부스와 달리 이곳은 게임별로 섹션이 구분되어 있었다.
“오오! 바통령 각하! 어서 오십시오!”
그때 대기하던 직원이 이경복을 ‘바통령’이라 부르며 환대했다. 이에 신혜림과 이경복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직원은 그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넉살 좋게 웃음을 흘렸다.
“하하,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바크 방송 해 주실 때 도네로 설명을 맡았던 직원 기억하십니까?”
“아, 설마 그?”
“네! 그게 바로 접니다!”
직원의 대답에 이경복의 표정은 곧장 놀라움에서 기쁨으로 변했다.
그리고 이경복이 느낀 심정을 시청자들도 느끼고 있었다.
-엌ㅋㅋㅋㅋ 설마 그 시말서 쓰게 된 직원임?
-와 ㅋㅋㅋ 바로 기억난다 진짜
-갓플이 켠왕 선언해서 강제 야근했자너 ㅋㅋㅋ
-아 그거 개웃겼는데 진짴ㅋㅋㅋ
-그, 트수말 듣고 장문도네 5만원 쏜 그 사람임?
-퍼청자들 기억력 보소 ㅋㅋㅋㅋ
퍼플의 첫 번째 콘크리트 시청자층이 바이오 크라이시스 플레이어들이었던 바.
채팅창에는 기억담이 줄줄이 올라왔다.
“와, 진짜 반갑습니다. 여기서 다 보게 되네요.”
“그게 사실, 우연은 아닙니다.”
“네?”
“갓플 님 오신다고 하셔서 제가 3채널로 자원했거든요.”
직원의 대답에 채팅창이 다시금 웃음이 번졌다.
-엌ㅋㅋ 거그에 이어서 성덕 등판
-육성으로 갓플이라고 하눜ㅋㅋㅋㅋ
-와 ㅋㅋㅋ 이건 찐팬맏따 ㅋㅋ
-야! 이럴 거면 돈 주고 일하라고!
-숙제한 기업마다 팬을 만들어내는 갓플은 대체?
-신이 가는 곳에 신자가 생기는 건 당연한 거 아님?
-신자 ㅇㅈㄹㅋㅋㅋㅋ
-[퍼멘][퍼렐루야](기도콘)
-무친ㅋㅋㅋ 글자콘 얼마만이냐구!
-뭐지? 이게 바로 회귀인가?
-않잌ㅋㅋ 저저번달인데 왜케 오래된 것 같누
그 반가움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던 신혜림이 입을 열었다.
“반가운 만남, 즐거운 경험이 가득한 이곳은 브스타 현장입니다. 자, CAP COMPANY 부스에서 소개해 줄 게임은 과연 무엇일까요?”
완곡한 진행 요구에 직원이 가볍게 손뼉을 쳤다.
“아, 네네. 원래대로라면 부스에 배치된 게임을 소개해야 하는데요. 하지만……!”
“하지만?”
“갓플 님과 메타게이머에서 방문한다는 소식에 본사에서 특별히 서프라이즈를 준비했습니다!”
직원은 활짝 웃으며 소리를 높였다.
-?
-서프라이즈?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큰 게 온다 이 말인가?
-5252, 다시 개껌이 될 생각이냐구!
-개껌아 나도 순정이 있다.
-이런 식으로 내 순정을 짓밟으면, 마! 그때는 깡패가 되는 거야!
-설레발 멈춰!
채팅창에 번지는 기대와 우려.
직원은 말을 잇기에 앞서 가볍게 스마트 링크를 조작했다.
그와 함께 특설 부스 내의 인테리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허름한 사무소에 옷걸이에 걸린 붉은 코트, 벽에 걸린 대검과 책상 위에 놓인 두 개의 권총.
-???
-이게 뭐임?
-신작인가?
-헐……! 설마?
-ㅁㅊ 대박이다
-낚시 아니지? 맞지?
채팅창의 반응은 양분됐다.
도통 모르겠다는 사람들과 그 물건들만 보고도 정체를 알아차린 사람들.
그 사이 직원이 입을 열었다.
“세계 최초이자 독점 공개입니다.”
그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스마트 링크의 조작을 마쳤다.
그와 함께 사무실의 문 쪽에 붙은 네온사인이 붉게 빛을 발했다.
[Demon Never Cry.]
신혜림이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게임사 기자인 만큼 그녀도 이 게임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이어 곧바로 네온사인이 지직거리더니 문구가 바뀌었다.
[Demon Must Cry.]
-WA!
-미친!!!!!!!!!!!!
-DMC! DMC! DMC! DMC!
-설마 데머크가 캡슐용으로 나온다고?!
-엉엉! 살아 있길 잘했어! 엉엉! 살아있길 잘했어!
-샤랍 앤 텍 마 머니! 샤랍 앤 텍 마 머니!
-너무 기뻐서 동서남북으로 울부짖었다!
시청자들은 흥분을 숨기지 않았고 부스도 웅웅거리며 진동했다.
현장의 팬들도 기쁨을 표출한 덕이었다.
‘그렇게 대단한 게임인가?’
이경복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옆에 있던 신혜림이 그 표정을 보고 빠르게 입을 열었다.
“여, 여러분! 데몬 머스트 크라이, 데머크가 돌아왔습니다! 스타일리쉬 액션의 장르를 세운 전설의 작품! 정말, 정말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데몬 머스트 크라이, 약칭 ‘데머크’.
무려 시리즈 작품만 5편이 나왔고 미디어 믹스로 애니메이션과 소설까지 나온 인기작이었다.
그만큼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그 화려한 액션과 연출.
이른바 ‘스타일리쉬 액션’의 시초로 일컬어지는 전설의 작품으로 이후 다른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게임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데몬 머스트 크라이가 가상현실로 제작된 것이다.
‘세계 최초에 독점 공개…… 이건 특종 중에 특종이야!’
신혜림은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저희는 이 게임의 첫 플레이를 퍼플님께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데몬 머스트 크라이의 존재를 알린 것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거늘, 이 게임을 세상에 공개하는 역할까지 부탁하다니?
더욱이 별도로 계약을 진행한 시점도 아니었다. 개발사인 CAP COMPANY 측에서 공개 선언을 한 것이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조건은 원하는 대로 맞춰 주겠다는 건가?’
사측에서 그를 무척이나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