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37화 (137/491)

137화 - 퍼펙트 듀란테 (1)

게임 시작을 누르자 검은 바탕에 붉은 네온 빛을 머금은 로고가 나타났다.

[Demon Must Cry]

이윽고 서서히 네온 빛이 흐려지더니 검은 바탕이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로 변했다.

곧바로 들려오는 엔진 소리.

붉은 코트를 걸친 한 남자가 검은 바이크를 타고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아, 오프닝이네요.”

통제권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말에 채팅창도 즉각 반응했다.

-WA! 듀란테!

-상남자 스멜 지리고 ㅋㅋ

-와 이게 진짜 얼마만이냐

-콘솔판이랑 찰떡이누 ㅋㅋㅋ

-엌ㅋㅋㅋ 데붕이들 벌써부터 성불각 잡누

-않잌ㅋㅋㅋ너무 빠르잖앜ㅋㅋㅋ

콘솔판의 팬들이 빠르게 감격을 쏟아내자 다른 시청자들이 웃음을 흘렸다.

이경복도 채팅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거 리마스터는 아니네

-ㅇㅇ 콘솔판이랑 스타트가 다름

-그럼 시퀄이려나?

-리부트일 킹능성도 있음 ㅋㅋ

-아 ㅋㅋ 보면 안다니깐!

주인공, 듀란테가 그리 도로를 질주하기를 잠깐.

바이크의 라디오를 통해 급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즉시 지원 바람! 반복합니다! 즉시 지원 바람!>

이어 무전 너머로 총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임? 경찰임?

-어뜨케 된겨 어뜨케 된겨!

-지옥문 바로 열려버리기 ㅋㅋㅋ

-바로 악마 나와버리쥬?

-않이;;; 경찰들이 악마를 어케 잡누

듀란테는 짧게 혀를 차고는 더욱 속력을 높였다. 바이크의 엔진음이 더욱 높아지며 속도계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원! 지원은 언제 옵니까!?>

<쏴! 일단 쏴!>

<디바인 에이전시는 아직입니까!?>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오는 다급한 무전. 그것만으로도 현장의 급박함이 생생하게 전달됐다.

-오? 교단이 바로 나오네?

-와씨 ㅋㅋㅋ 이거 그럼 시퀄인가?

-리부트해서 바로 나오는 걸 수도 있자너 ㅋㅋㅋ

-그게 뭔데요 이 아재들아!

-어르신들이라 차마 그뭔씹은 못하누 ㅋㅋㅋ

올드비들이 반가워하자 몇몇 시청자들이 그들을 놀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이에 동참하지 않았다.

-뭐임? 설마 갓플이 데머크 하는데 예습 안 해옴?

-이놈! 숙제를 받았는데 예습을 안 하다니!

-트수가 직접 말해, 몇 대 맞을 거야?

-트라우마 멈춰!

-아 ㅋㅋ 시청 태도가 불량하자너

-ㄹㅇㅋㅋ 큐튜브 요약 영상이라도 보고 왔어야지

-정보) 디바인 에이전시는 통칭 교단으로 전작이자 콘솔판의 마지막인 데머크 5에 나온 단체다

-고마워요 왜건스피드!

전작 스토리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힐난하는 시청자들이 더 많았다. 그리 혼탁해진 채팅창을 보며 이경복이 말했다.

“아, 전작에 나와요? 저도 몰랐습니다.”

그 한마디에 채팅창은 순식간에 물음표로 가득해졌다.

-ㅔ?

-않이;;; 형이 모르면 어떡함?

-자와자와~ 자와자와~

-숙제도 퍼펙트한 그가 이런 실수를?

-갓플의 인간적인 모습도 난 조아!

시청자들은 광고 방송이었으니 당연히 이경복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아, 그게 광고주님이 사전 정보 없이 진행을 부탁하셨거든요.”

그러나 이어지는 그 대답에 분위기는 일변했다.

-아 ㅋㅋ 그러면 킹쩔수 없지

-이거 뉴비들 반응 보려는 거네 ㅋㅋ

-갓직히 전작 이해해야 재미있으면 진입장벽 개 높아짐 ㅋㅋ

-이거 맏따ㅋㅋㅋ 어차피 데붕이들은 잡은 물고기자너

-아마 전작 설명 더 필요하면 수정할 듯?

-ㄹㅇㅋㅋ 괜히 테스트 빌드가 아님

시청자들은 새삼 이 게임이 정식판이 아니라 테스트용이라는 걸 주지했다.

그 사이 게임 속 상황도 뒤바뀌었다.

“도망! 도망쳐요!”

“오지 마세요!”

“나, 나 좀 태워 줘!”

마치 주차장처럼 정체된 차량들, 그 사이로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도망치며 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 멀리 섬광과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나 듀란테는 입꼬리를 올리며 더욱 가속했다.

-?????

-않이;;; 어쩌려는 거?

-ㅁㅊ 설마 민간인 치고 지나가려는 거?

-지금 대체 뭐하는 거냐구!

시청자들은 의아함을 내비쳤다.

바이크의 특성상 차량 사이로 주파할 수 있겠지만, 이미 그 공간은 겁먹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대체 어쩔 셈인가 싶었는데.

“오?”

이미 동기화가 되었기에 이경복은 컷신 속 듀란테의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지금 느끼는 건 부유감이었다.

듀란테는 그대로 앞바퀴를 들어 바이크를 탄 채로 차량을 짓밟고 도약했다.

-캬!

-아 ㅋㅋㅋ 이게 듀란테지!

-ㄹㅇㅋㅋ 이 맛이 그리웠다구웃!

-상남자특) 길 없어도 만들어냄

-벌써부터 스타일리쉬다 그쟈?

듀란테는 그렇게 차량들 위를 넘나들며 곡예 주행을 이어갔다. 그렇게 나아가자 사태의 원흉이 눈에 보였다.

고속도로 위에 화염에 휩싸인 구체가 부유하고 있었다. 그 주위는 이미 완전히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고 주변에는 악마들과 경찰들이 총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저게 헬게이트?

-ㅇㅇ 맞음

-콘솔에서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여기서 보니까 미쳤누 ㅋㅋ

-센세……! ‘캬’가 멈추질 않습니다!

시청자들이 그 광경에 감복하는 와중이었다.

“호들갑 떨더니 그렇게 심하진 않네.”

이윽고 들려오는 이경복의 목소리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졌다.

“아, 여기서도 음성합성이 적용되네요.”

이경복이 빠르게 설명을 덧붙였다. 바이오 크라이시스의 존과 마찬가지로 주인공 듀란테에 그의 목소리가 씌워진 것이다.

-와씨 ㅋㅋㅋ 목소리 개 잘 어울리네

-듀란테 시니컬한 말투랑 찰떡이누 ㅋㅋㅋ

-서윗퍼플에 이은 까칠퍼플? 오히려 좋아!

-상남자 갓플은 못참지 ㅋㅋㅋ

-ㅅㅂ 내 목소리로 들으면 꿀밤 마려울 듯 ㅋㅋㅋㅋ

-아 ㅋㅋ 정식판에는 음성합성 끌 수 있는 거 맏찌? 그치?

-개껌 보고 있나!? 벌써부터 개선점이 나왔다구웃!

시청자들은 흡족했지만 게임 속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오, 이런 맙소사……”

“염병! 디바인 에이전시는 언제 오는 거야?!”

“마크! 뒤를 조심……!”

“끄아아아악!”

일반 총기로는 악마들을 저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희생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자 경찰들이 질겁하며 몸을 돌렸다.

그렇게 경찰들이 물러나자 악마들이 전진했고, 그와 함께 주변 일대가 침식되었다.

“청소 시간이로군.”

듀란테가 그리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컷신이 잠시 멈추었다.

그와 함께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

[전투 외 조작 설정]

[자동 – 전투에 필요한 동작 외 행동은 AI에 맡깁니다.

(현재와 같은 경우 운전에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동 – 모든 동작과 행동을 플레이어가 조작합니다.

(현재와 같은 경우 바이크를 운전하며 전투에 돌입하게 됩니다.)]

[Tip> 처음 게임을 플레이하시거나 아직 운전면허가 없으시다면 ‘자동’을 권장합니다]

본격적인 게임 시작에 앞서 필요한 설정이었다.

-오? 이런 것도 지원해 주네

-하긴 키마나 패드로 조작하는 게 아니니까 필요하긴 할 듯

-ㄹㅇㅋㅋ 데붕이들 나이로 운전까지 하면서 싸우는 게 되겠냐고

채팅창을 살펴본 이경복은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필요한 편의기능이네요. 테스트 빌드인데 이렇게 세심하게 준비를 했다는 겐 놀랍습니다.”

-엌ㅋㅋㅋ 자본주의 멘트 무냐구!

-블랙기업이라도 거래처에는 상냥하다구?

-트수들 눈치 챙겨^^

-와! 정말 그렇네요!

-역시 게임 명가 CAP COMPANY야!

-너.무.놀.라.워! 역.시.최.고.야!

-혀엉? 이렇게 하면 되는 거 맏찌?

-않잌ㅋㅋㅋ 진짜 잘한 건데 왜그러냐곸ㅋㅋㅋ

시청자들의 장난스러운 반응에 이경복은 웃음을 흘리며 선택을 마쳤다.

그가 고른 건 ‘수동’이었다.

-않잌ㅋㅋㅋㅋ 언행불일치 무엇?

-필요한 편의 기능(선택안함)

-아 ㅋㅋ 아래 설명 못 봤냐고

-ㄹㅇㅋㅋ 자동은 초보자용이라니깐?

-킹직히 갓플이 자동 선택하겠냐고 ㅋㅋㅋㅋ

-1회 차(초보자 아님)

-엌ㅋㅋㅋ 앞뒤가 안 맞자너

-리빙포인트) 말이 안 되는 상황에 퍼플을 붙이면 말이 된다.

-1회 차 ‘퍼플’(초보자 아님)

-두 글자만 붙이니까 바로 맞말 되버리쥬?

-진짜 ㅋㅋㅋ 누구도 부정 못함

시청자들의 반응에 이경복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무래도 다양한 걸 보여드려야 하니까요. 자동 보다는 수동으로 보여드리는 게 더 보여드리기 쉽지 않겠어요?”

그 물음에 채팅창은 이내 ‘ㅇㅈ’과 ‘ㄹㅇㅋㅋ’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경복이 다시 게임을 시작하자 바로 통제권이 돌아왔다. 그는 능숙하게 바이크를 몰았다.

-뭐임? 지금 갓플이 하는 거 맞음?

-엌ㅋㅋ 컷신이랑 다를 게 없누

-운전 실력 무엇?

-않이;;; 저렇게 부드럽게 바이크를 타고 간다고?

-킹직히 이정도면 자동이나 다를 바 없을 듯 ㅋㅋㅋ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능숙한 솜씨. 이경복은 순조롭게 헬게이트 쪽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바로 전투인가.’

신기의 발동과 함께 육감이 발현됐다. 섬뜩한 예기가 곳곳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예상대로 앞에서 악마들이 나타났다. 박쥐 날개에 작은 몸집, 특이하게도 양팔이 칼날과 같은 형태였다.

-WA! 임프!

-와씨 ㅋㅋ 콘솔판에서는 걍 잡몹이었는데 여기서 보니까 다르누

-않이;;; 뭔 첫 전투부터 공중전임?

-ㅁㅊ 자동으로도 어려울 거 같은데 저놈들을 운전하면서 상대하라고?

-개껌쉑들 또 난이도 선 넘네

첫 번째 적, ‘임프’의 등장에 시청자들은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이경복의 반응은 달랐다.

‘무기는 티저 영상이랑 같네.’

그는 차분히 적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자신의 무기를 점검했다.

등에 멘 대검과 양쪽 홀스터에 놓인 권총은 게임쇼에서 봤던 바로 그 물건들이었다.

‘확실히 운전 때문에 제약이 좀 있긴 한데.’

처리 자체는 자신 있었다. 핸들을 잡고 권총 사격만으로도 충분하리라.

‘하지만 데머크의 핵심은 스타일리쉬였지.’

회사 쪽에서는 방송에 다른 제약사항을 두지 않았다.

다만, 별개로 강조해 줬으면 하는 점이 있었으니, 바로 게임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스타일리쉬 액션’이었다.

이경복은 빠르게 주변을 훑고는 떠오르는 생각에 웃음 지었다.

-미소! 저 미소!

-살인미소 또 나와버리쥬?

-그가 웃으면… 악마도 죽는다……

-악마들 학살할 생각에 싱글벙글 ㅋㅋㅋ

-역시 쉬운 거 재미없다는 갓플 답누

우려하던 시청자들도 그의 표정을 살피자 안심했다.

바이크의 엔진이 더욱 성을 내기 시작했다. 컷신 속 듀란테처럼, 이경복도 속력을 높였다.

붉은 코트가 바람에 휘날렸고 임프와 그 사이의 간격은 순식간에 좁혀졌다.

“키에에엑!”

임프들이 비명 같은 괴성을 내지르며 그를 향해 짓쳐들어왔다. 이경복은 그대로 앞바퀴를 들어 차량을 타고 솟구쳤다.

맹렬히 회전하는 앞바퀴가 바로 앞에 있는 임프의 얼굴을 갈아버렸다.

악마의 안면을 지지대 삼아 바이크는 크게 회전했다. 그 사이 이경복은 허리춤에 있던 권총을 양손에 잡고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가 불을 뿜자 양쪽에서 덤벼들던 임프들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

-헐?

-무친ㅋㅋㅋㅋㅋㅋ

-저런 게 된다고!?

-(게말콘)(게말콘)

-데붕아재들 덕분에 게말콘 개같이 부활 ㅋㅋㅋ

-또샷또킬 국룰이쥬?

기존 팬들에게는 익숙한 장면이었지만 올드비들한테는 놀라운 광경. 하지만 전투는 그리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쓰러지는 동족들을 방패삼아 살아남은 임프 하나가 접근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키익!”

사악한 미소와 함께 날아든 칼날. 하지만 그 날에 묻은 건 피가 아니라 쇳가루였다.

카가각하는 쇳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었다. 이경복이 권총을 돌려 칼날을 막아낸 것이다.

이어 그는 다른 권총을 임프의 입에 쑤셔 넣었다. 놈의 날카로운 이빨이 부러지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쉽네요.”

이경복은 간단히 마무리 멘트르 치며 방아쇠를 당겼다. 임프의 고개가 젖혀지며 폭죽처럼 피가 튀었다.

이경복은 가뿐하게 홀스터에 권총을 다시 놓고 바이크를 착지시켰다.

-???: 킹네요

-와앀ㅋㅋㅋㅋ 이게 가상현실에서 된다고?

-또전드각 날카롭고 ㅋㅋㅋㅋ

-휴, 자동 선택했으면 못 볼 뻔

-ㄹㅇㅋㅋ 자동 선택했으면 그냥 붕쯔붕쯔만 했을 듯

-이래서 다들 갓플 갓플 하나 봐요^^

-스타일리쉬 액션? ‘퍼펙트-액션’이 맞습니다!

연달아 올라오는 감탄에 이경복은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낼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광고 방송이니만큼 틈틈이 감상을 전할 필요가 있었다.

“칭찬 감사드립니다. 이게 확실히 다른 게임에 비해 움직임이 더 가볍고 빠르게 느껴지네요. 아무래도 액션성을 더 체감시켜주려고 신체능력이 높게 세팅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엌ㅋㅋ 숙제를 잊지 않는 퍼플

-모범생 메타 뭐냐구!

-근데 이건 걍 퍼플이 잘하는 거 아님?

-ㄹㅇㅋㅋ 갓플 사격솜씨가 개쩌는 거지

그런데 예상보다 반응이 시큰둥했다. 이경복은 이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게임이랑 다른 모습이 없어서 체감이 안 되시나 보네.’

일반적인 방송이라면 넘어가겠지만 이건 돈을 받고 하는 광고 방송이 아닌가.

이경복은 시청자들이 즐겁길 바라는 만큼 광고주들도 흡족하길 바랐다.

“음, 그러면 좀 더 알아보실 수 있게 플레이를 해 볼게요. 마침 임프들도 아직 남기도 했고.”

그는 다시 바이크의 속도를 높였다. 시청자들이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도 전에 두 번째 전투가 시작됐다.

처음은 전투 튜토리얼이라는 뜻이었을까. 이번에는 임프 숫자가 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경복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조금 피지컬에 자신 있는 분들은 이런 것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경복은 핸들을 놓고 바이크에 올라섰다. 마치 서핑보드를 타는 듯한 자세였다.

채팅창이 물음표로 가득해지는 사이 임프들이 접근했다. 놈들은 첫 무리와 마찬가지로 괴성을 내지르며 칼날을 휘둘렀다.

시청자들은 이경복이 즉각 놈들을 해치우리라 의심치 않았다.

“다른 게임보다는 신경 쓸 부분이 덜합니다. 이게 시스템적으로 보정을 해 주는 것 같아요.”

그러나 이경복은 그 예상을 깨뜨렸다. 그는 바이크 위에 서서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임프의 공격을 회피했다.

-이, 이게 뭐임?

-뭌ㅋㅋㅋㅋ쳤ㅋㅋㅋㅋ곸ㅋㅋㅋ

-퍼지컬에 보정까지 들어갔다 이 말인가?

-제가, 제가 빡대가리였습니다!

-의심해서 미안해! 의심해서 미안해! 의심해서 미안해!

-정신 나갈 것 같아! 그냥 잡아줘! 정신 나갈 것 같아! 그냥 잡아줘!

-퍼멘! 퍼렐루야! 퍼멘! 퍼렐루야!

-이 불신자가 갓플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그 아슬아슬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감탄과 함께 기겁했다. 이경복은 회피를 이어나가면서도 그 격한 반응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아니, 더 보여드릴 게 있는데……”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오히려 더 격해졌다.

-저기서 채팅까지 확인한다고?

-아씨 ㅋㅋㅋ 내가 다 쫄리네

-자동 케겔 운동 뭐냐구!

-케겔 운동 ㅇㅈㄹㅋㅋㅋ

-방송천재인거 알았으니까 그마내!

정작 이경복은 평온한데 시청자들이 불안해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만큼 그의 대응은 아슬아슬했다.

“음, 알겠습니다. 그럼 이거 하나만 보여드리고 처리할게요.”

그의 ‘이거’라는 말에 순간 채팅창이 멈추었다. 모두가 그에게 집중한 순간 이경복의 신형이 바이크 위에서 사라졌다.

“끼에에에엑!”

이어 들려온 비명.

이경복이 바이크 위에서 도약해 다른 임프를 짓밟았다. 그리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듯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닌가.

“보셨죠? 이런 식으로도 ‘스타일리쉬’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경복은 사측에서 요구한 ‘스타일리쉬’를 강조하며 뿌듯한 미소를 선보였다.

-저런 퍼포먼스가 된다고!?

-직접 보여주니까 할 말이 없네 ㅅㅂㅋㅋㅋㅋ

-와앀ㅋㅋ 악마가 불쌍하기는 처음임ㅋㅋㅋ

-ㅎㄷㄷ 역시 블랙기업의 수장!

-편집자님과 매니저님도 저렇게 갈리는 것인가…!

-않이;;; 숙제를 하시라니까 왜 논문을 제출하시냐구요!

-그 와중에 ‘나 잘했지?’라는 표정 커엽누 ㅋㅋㅋ

-개껌은 지금 행복사하기 직전일 듯ㅋㅋㅋㅋㅋ

-거래처만 챙기는 블랙기업 퍼플!

채팅창 반응을 확인한 이경복은 가뿐하게 다시 도약했다. 그는 다시 바이크에 서자마자 다른 임프들을 순식간에 요격했다.

“이제 아셨죠? 데머크에서는 다른 게임에서 어려운 동작도 쉽게 하실 수 있습니다!”

-교수님 저희는 아무리 능력을 높게 세팅해도 그렇게 못 합니다ㅠㅠ

-이건 그거지 ㅋㅋㅋ 1만X10은 10만이지만 0.0001X10은 0.001라는 거

-ㄹㅇㅋㅋ 트수랑 갓플은 기본값이 다르다 이 말이야

-이런 플레이까지 되는 건 신기하긴 하네 ㅋㅋㅋ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누

이경복은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 정도 반응이면 괜찮을 것 같았다.

“아, 다시 컷신이네요.”

전투 튜토리얼은 그 두 번으로 끝인지 다시 컷신이 시작됐다.

듀란테는 바이크를 이끌고 헬게이트에 접근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바이크를 밟고 뛰어내리는 게 아닌가.

‘위다.’

시청자들이 의문을 던지기도 전에 이경복은 새로운 적을 탐지해냈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검은 가시가 바이크를 관통했다. 바닥을 긁으며 쓰러진 바이크는 이내 폭발했다.

그에 맞추듯 듀란테가 착지하며 돌아섰다.

“이런 나름 마음에 들었는데.”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얼굴을 찡그린 그가 재차 헬게이트 쪽으로 돌아선 순간이었다.

다시 떨어진 검은 가시가 그의 몸을 관통했다.

-?

-않이;;

-개껌쉑들 또 이러네

-이거 갓플이면 무적권 피했음 ㅋㅋㅋㅋ

-바크에서 대체 뭘 배운 거냐구!

시청자들은 바로 불만을 터트렸다. 컷신과 실제 플레이의 괴리를 또 다시 느낀 탓이었다.

-옼ㅋㅋㅋ 이 연출ㅋㅋㅋ

-이러면 리부트인가?

-아 데린이들은 이거 모르겠구나ㅋㅋ

-콘솔판에서도 비슷한 연출 있다 이말이야

-아재들 스포 자제욧!

그러나 올드비들은 오히려 이런 상황을 환영했다. 그 양쪽 반응을 본 이경복은 일단 더 컷신을 지켜보기로 했다.

쿵 하는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회색 피부에 임프와 비슷한 칼날로 된 팔, 그러나 그 체구는 족히 임프의 8배는 되는 악마였다.

“아무리 임프가 쓰레기라지만, 아무런 상처 없이 여기까지 오다니.”

놈은 음산한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 육체는 악마로 개조하면 쓸 만하겠군. 이 가고일 님이 친히 부관으로 삼아주마.”

그 말에 시청자들이 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오? 튜토리얼 보스인갑네?

-이거 아까 전투에 따라 대사 달라지는 듯?

-엌ㅋㅋ 맏따 ㅋㅋ 바크에서 산드라 평가처럼 다른 듯

-굳이 상처하나 없었다는 거 지목한 거 보면 백퍼임ㅋㅋㅋ

-아 ㅋㅋ 오랜만에 허니드라 보고싶누

-않이;;; 근데 그걸 왜 악마가하냐고!

-뭐예요! 데머크에도 히로인 넣어줘요!

-개껌! 피드백 받아 적고 있지!?

그 사이 가고일이 듀란테 앞으로 다가왔다. 그 큼직한 칼날이 떨어지기 전.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두 개의 총구가 가고일을 겨누었다. 그리고 일그러진 가고일의 얼굴이 클로즈업됐다.

“큭!”

총성과 함께 가고일이 신음과 함께 물러섰다.

축 늘어져 있던 듀란테는 제 손으로 가시를 부러뜨리며 일어섰다.

“이거, 칼슘이 부족한 모양인데?”

이내 그가 코웃음을 치며 부러진 가시를 뽑아냈다. 관통당한 복부 너머로 가고일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네놈…… 인간이 아니라 ‘잡종’이었나!”

복부에 난 구멍이 서서히 아물어가고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

“잡종이라니, 못생긴 순혈보다는 잘생긴 ‘혼혈’이 낫잖아?”

듀란테는 격분한 가고일을 향해 다시금 코웃음을 쳤다.

-듀란테 말빨 보소 ㅋㅋ

-갓플이 매도해주는 기분? 오히려 좋아!

-진짜 ㅋㅋ 내 목소리로 하면 띠꺼워서 바로 지건 나갈듯

-가고일한테 말하는 건데 왜 갑자기 눈물이……?

-아 ㅋㅋ 트수도 순혈은 맏찌

-킹직히 트수는 가고일한테도 외모로 밀리지 않음?

-님 어디 사세요?^^

시청자들이 흥겹게 채팅을 치는 와중이었다.

“엇?”

이경복은 갑자기 느껴지는 이물감에 소리를 냈다. 듀란테가 제 검을 스스로 가슴에 찔렀기 때문이었다.

이에 시청자들이 놀라 채팅을 치기도 전에 그 이유가 드러났다.

“이게 어떻게……! 잡종인 네가 ‘악마화’를?!”

듀란테의 붉은 코트가 그를 순식간에 휘감았다. 피부 위를 뒤덮은 그것은 곧바로 검붉은 갑주처럼 변화했다.

악마화라고는 하지만 가고일이나 앞서 임프처럼 징그러운 생김새가 아니었다.

“오, 이건 무슨 슈트 같은 느낌이네요. 디자인이 엄청 마음에 드는데요?”

-와 ㅋㅋㅋ 디자인 잘 뽑았네

-콘솔판에서는 약간 생체병기인 느낌이 있긴 했는데 이건 또 남다르누 ㅋㅋㅋ

-약간 로봇 느낌도 나는데?

-저 붉은 골격선이 미쳤네 ㅋㅋ

-아 ㅋㅋ 이게 차세대 데머크지!

-악마도 하이테크라 이말이야

시청자들 역시 이에 공감을 표했다.

-와…… 근데 악마화까지 하면 갓플은 얼마나 잘 싸우는 거?

-ㄹㅇㅋㅋ 아까 보여 준 퍼지컬만 해도 개쩔었는데

-이거 무적권 역대급 플레이 나온다

-퍼펙트 액션! 퍼펙트 액션! 퍼펙트 액션! 퍼펙트 액션!

이어 쏟아지는 기대.

이경복은 이에 웃음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저도 좀 기대가 되네요. 다른 게임과 달리 좀 더 ‘현실적’인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의 멘트에 채팅창 분위기는 다시금 일변했다.

-아 ㅋㅋ 진짜 기만숨결 너무 자연스럽누

-ㄹㅇㅋㅋ 신경 안 쓰면 모를 뻔

-뭔솔임?

-이미 갓플의 플레이 자체가 트수들한테는 ‘현실적’이지 않다구욧!

-근데 이건 트수들 기준이 너무 낮은 거긴 해 ㅋㅋㅋ

-??? : 현실에서 할 수 있으니까 현실적이다

-한 사람만 할 수 있어도 할 수 있으면 현실적인 건 맏따 ㅋㅋㅋ

이미 그가 보여 준 모습은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현실적’의 범주를 넘어서 있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