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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38화 (138/491)

138화 - 퍼펙트 듀란테 (2)

악마화가 완료됐지만 바로 전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멈춘 시간 속에서 이경복 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악마화’를 통해 일정 시간 악마의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시점에 사용해 승리를 쟁취하세요!]

[악마의 힘]

[1. ‘불릿타임’ - 주변의 시간이 느려집니다.]

[2. ‘데몬아이’ - 상대의 약점을 파악합니다.]

[3. ‘데몬기어’ - 무기가 ‘악마화’로 강화됩니다.]

[Tip> 악마의 힘은 각각 해당 ‘키워드’를 떠올려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Tip> 악마의 힘을 사용할수록 악마화의 지속시간이 감소합니다. 전략적으로 능력을 사용하세요!]

이경복은 메시지를 읽고 바로 이해했다.

‘키워드면 엘든 소울에서 주술 쓰는 거랑 비슷하겠네.’

엘든 소울을 플레이할 때에도 주술을 속으로 읽어 발동한 적이 있었다. 그와 같은 시스템이 분명했다.

“능력을 안 써 볼 수가 없겠죠? 하나씩 시험해 보겠습니다.”

튜토리얼 보스이니만큼 승리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시청자들, 그리고 광고주를 위해서라도 능력을 선보이기로 했다.

-오 ㅋㅋㅋ 과연 캡슐용은 콘솔판이랑 뭐가 다르려나

-킹직히 갓플이면 악마화 없어도 발라버릴 거 같긴 한데 ㅋㅋ

-ㄹㅇㅋㅋ 그래도 숙제니까 보여줘야 되자너

-우리 갓플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시청자들도 그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활약을 떠올리면 당연한 일이었다.

“일단 불릿타임부터 발동해 볼게요.”

이경복은 그리 말하고 메시지를 치웠다. 다시 게임으로 돌아오자 가고일이 흉성을 터트리며 덤벼들었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아스팔트 도로에 균열이 발생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는 가고일의 모습.

‘불릿타임.’

이경복이 속으로 키워드를 읊었다. 그와 함께 주변 상황이 일변했다.

-오오오오오!

-엌ㅋㅋㅋ 슬로우 모션 보소

-가고일쉑 개빠르다 싶었는데 붕쯔붕쯔행ㅋㅋㅋㅋ

-갑자기 마음 편안해지누 ㅋㅋㅋ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가고일이 다가오는 속도도, 그 뒤에 튀어 오른 파편도 느릿하게 흩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플레이어인 이경복은.

“아, 저도 조금은 느려지네요?”

같이 느려졌다.

하지만 주변 환경보다는 빨랐다. 상대적으로 속도의 우위를 점하는 능력이었다.

“마치 물속에서 걷는 느낌입니다. 원래 속도로 움직이면 밸런스가 안 맞아서 그런 거 같아요.”

그가 소감을 말하자 시청자들도 바로 이해했다.

-오 ㅋㅋㅋ 바로 이해했음

-하긴 아예 원래 속도로 움직이면 겜이 너무 쉬워질 듯 ㅋㅋ

-??? : 쉬우면 재미없잖아요

-사실 맞말인데 그걸 갓플이 하니까 기만스멜이 ㅋㅋ

그러나 그 상황을 좋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근데 이건 좀 루즈한데?

-ㄹㅇㅋㅋ 스타일리쉬 어디 갔누

-않이;;; 가고일 눈에 빨라 보이는 거자너

-우리 눈에는 느릿느릿한데 이게 뭔 소용이냐구!

-이거 좀 수정할 필요가 있을 듯?

화려한 액션이 핵심인데 정작 플레이어의 체감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

이에 다른 시청자들도 동조하려는 순간이었다.

“아뇨, 이건 플레이어가 직접 속도감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이경복의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는 미소 지었다.

“잘 보세요.”

언제나 그렇듯 최고의 설명은 직접 보여 주는 것이었다.

이경복은 불릿타임을 해제했다. 시간이 급속도로 돌아오며 가고일이 순식간에 앞으로 날아들었다.

-ㅇㄴ머해ㅔㅑ

-않이;;; 깜빡이 좀!

-혀엉?!

-으악! 안 돼!

이에 깜짝 놀란 시청자들이 채팅을 마저 치기도 전이었다. 이경복은 날아드는 공격을 바라보며 다시금 불릿타임을 발동했다.

“이렇게 잠깐 멈췄다가.”

그는 여유롭게 멘트를 치며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하며 가고일의 측면으로 돌았다.

그리고 그대로 돌려차기를 하면서 능력을 해제했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가고일이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다시 풀어 주면 속도감이 살아나죠.”

그는 자세를 고치며 설명을 마쳤다.

-와앀ㅋㅋㅋㅋ 이거넼ㅋㅋㅋ

-캬! 이거지! 이게 액션이지!

-너무나 완벽한 예시였다 ㅋㅋㅋ

-아아, 이게 바로 ‘퍼펙트-타임’인가.

-완급조절 미쳤누 ㅋㅋㅋ

-근데 이거 갓플 정도 반사신경 있어야 되는 거 아님?

-아 ㅋㅋ 조리예 모름?

-???: 연출된 이미지입니다.

-그래도 각자 능력에 맞춰서 할 수는 있자너 ㅋㅋㅋ

이경복이 보여 준 예시에 여론이 뒤바뀌었다. 이에 그는 만족하며 화제를 돌렸다.

“자, 그럼 다음 능력을 시험해 보겠습니다.”

쓰러져 있던 가고일이 몸을 일으키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 잡종이……!”

놈은 흉성을 내지르며 검은 가시를 쏘았다. 이경복은 곧바로 불릿타임과 함께 데몬아이까지 같이 발동시켰다.

가시들 사이로 보이는 가고일의 몸통, 그 중앙에 붉게 빛나는 균열이 있었다.

-오?

-저게 약점인가봄 ㅋㅋㅋ

-약점 표시도 느낌있다 그쟈?

-직관성이 최고다 이 말이야.

시청자들이 만족하는 사이 이경복이 움직였다. 그는 날아드는 가시를 피하는 건 물론 그중 하나를 잡았다.

그리고 크게 허리를 틀며 시간을 되돌렸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 크악!”

호기롭게 외치던 가고일은 비명과 함께 무릎을 꿇었다. 이경복이 날린 가시가 약점에 박혔기 때문이었다.

-바로 가시 되돌리기 무엇?

-와 ㅅㅂ 응용력 미쳤다

-무친ㅋㅋㅋㅋ 이런 것도 되네

-??? : 조용히 하세욧!

-가고일쉑 바로 입꾹닫해버리쥬?

-약점 맞으니까 못 움직이누 ㅋㅋㅋ

-저게 바로 그로기 상태라 이 말이야

-이런 시스템이면 피지컬 좀 떨어져도 스타일리쉬 하겠는데?

-테스트 빌드 맞나? 바로 출시해도 될 것 같은데?

-데몬기어! 데몬기어도 얼른 보여줘잉!

이경복이 보여 준 예시에 시청자들은 즐거워하며 마지막 능력의 시연을 부탁했다.

“물론이죠.”

이경복은 경쾌하게 대답하며 등 뒤로 손을 뻗었다. 대검이라지만 반인반마인 주인공의 특성 덕분인지 한 손으로 들거나 양손으로 들거나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능력을 발동하지 않았다.

“비교를 해 봐야 되니까 보통 상태로 한 번 써 볼게요.”

-그러고 보니까 지금까지 무기 없이 가고일 농락했네ㅋㅋㅋ

-갓플이라 너무 자연스러웠다……

-ㄹㅇㅋㅋ 전혀 위화감이 없었음

-사실상 갓플이면 맨손으로도 제압 가능할 듯 ㅋㅋㅋ

채팅을 읽은 이경복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가고일이 다시 회복하기를 기다렸다.

“갈기갈기 찢어주마!”

격분한 가고일이 쇄도해왔다.

이경복은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공격을 검으로 막아내며 얼굴을 굳혔다.

“이거 튜토리얼이라 그런가? 공격이 좀 단순하네요.”

그의 평가에 채팅창에 웃음이 번졌다.

-않이;;; 형! 이거 숙제 아니었냐구!

-할 말은 한다! 퍼카콜라!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갓플 기준이자너ㅋㅋㅋㅋ

-ㄹㅇㅋㅋ 데붕이들이 하면 막기도 급급함

-여윽시 엘든 유일검이다 이말이야

이경복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날아드는 칼날에도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아니, 진짜로 쉽습니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거라 직접 해 보시면 쉽게 막을 수 있을 거예요.”

실제로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검술을 발휘할 필요도 없이 날아드는 칼날을 막기만 해도 충분하다.

‘아, 능력 보여 줘야지.’

이내 그는 목적을 떠올리고 반격에 나섰다. 단 일합에 가고일이 반탄력을 버티지 못하고 양팔을 들어 올렸다.

이경복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끄아아악!”

비명과 함께 철퍽하는 소리와 함께 팔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아ㅋㅋ 이게 유일검 클라스지

-바로 순삭해버리기 ㅋㅋㅋ

-불릿타임은 트수들한테 필요할 듯 ㅋㅋㅋ

-ㄹㅇㅋㅋ 개 빠르다 진짜

기꺼워하던 시청자들은 이내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이경복이 아차 싶은 표정으로 떨어진 팔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음, 이거 자르려는 건 아니었는데요.”

채팅창에 물음표가 솟구쳤다.

이경복은 실소를 흘렸다. 습관적으로 최적의 포인트로 검이 나가버렸다.

그는 헛기침을 하며 주의를 전환하고 검을 잡았다. 그리고 떨어진 팔에 가장 두꺼운 부분을 내리 찍었다.

“자, 능력을 안 쓰면 반 정도 박히네요.”

조금 전과 달리 칼날이 반 정도 박혔다.

-않잌ㅋㅋㅋ 이게 대체 무냐구!

-이건 킹직히 너무 허접한 트수들 잘못임

-ㄹㅇㅋㅋ 실력이 넘사벽이라 하향표준화 너무 힘들자너

-이쯤 되면 가고일이 불쌍한 수준 ㅋㅋㅋㅋ

-가고일 눈에는 갓플이 무슨 사이코패스처럼 보일 듯ㅋㅋㅋ

-??? : 제 팔을 자르고 또 토막을 내려고 하더라니까요!?

-진짜 이정도면 악마들도 지옥 경찰에 바로 신고함

-지옥 경찰은 또 뭔데 ㅋㅋㅋ

이때다 싶은 시청자들이 이경복을 놀렸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검을 고쳐 쥐었다.

“크흠, 자 그럼 마지막 능력을 써 보겠습니다.”

이경복은 시선을 돌렸다.

잘린 절단면을 부여잡은 가고일이 눈을 부릅떴다.

“크아아아아악!”

놈에게는 이제 분노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악에 받친 가고일은 가시를 흩뿌렸다.

그러나 이경복은 유유히 걸음을 이어나갔다.

-아 ㅋㅋ 학습능력이 없누

-불릿타임 한 방이면 바로 돌파하쥬?

-튜토리얼이라 쉽긴 하네

시청자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거리가 좁아짐에도 시간은 느려지지 않았다.

예상 밖의 상황 속 시청자들의 걱정이 채팅으로 옮겨지기 전에 그의 검이 움직였다.

카캉하는 쇳소리가 연달아 들리며 그 앞에 가시들이 부러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무슨……!?”

가고일의 눈이 다른 의미로 부릅떠졌다.

-?

-저걸 다 그냥 썰어버리누

-와 ㅋㅋㅋ 새삼 이게 숙제방송이라는 게 느껴지네 ㅋㅋ

-진짜 ㅋㅋㅋ 갓플은 불릿타임 같은 거 필요 없쥬?

-개껌들 보고 있나? 고마워하라 이말이야!

-악마도 놀라게 한 갓플의 실력!

-??? : 자 이제 누가 악마지?

시청자들이 흡족해하는 와중 이경복은 데몬기어를 발동했다. 그러자 갑주의 건틀릿 부분이 증식하며 검신을 뒤덮었다.

갑주와 같은 재질에 중앙을 가로지르는 붉은 윤곽선, 대검은 마치 갑주의 일부와 같은 형태로 변했다.

“그럼 베어 볼게요.”

이경복은 한 마디와 함께 바닥을 박찼다. 악마화와 함께 증폭된 신체능력 덕분에 순식간에 거리가 좁아졌다.

그 격차에 보통은 적응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크아악……!”

이경복은 이미 ‘보통’의 범주를 넘어섰다.

붉은 궤적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가고일의 남은 팔 하나가 공중으로 솟구쳤다.

-?

-순삭 ㅎㄷㄷ

-가짜 스타일리쉬 : 이펙트로 번쩍이면서 정신 사나움 / 진짜 스타일리쉬 : 깔끔하게 한 큐에 끝냄

-ㄹㅇㅋㅋ 이게 진짜지!

-존재 그자체가 스타일리쉬한 갓플……!

뒤늦게 상황을 이해한 시청자들이 경탄을 쏟아냈다. 이경복은 여유롭게 돌아섰다.

“음, 확실히 더 부드럽게 잘리네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까 반쯤 박힌 부분을 노렸거든요?”

강화 전과 이후의 느낌은 확실히 달랐다. 이번에는 일부러 두꺼운 쪽을 노렸는데도 저항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주목한 건 그쪽이 아니었다.

-와씨 ㅋㅋ 어떻게 저렇게 정확히 노림?

-누가 보면 그냥 좌우반전한 줄 알겠누

-이정도면 갓플한테는 악마화 없어도 되는 거 아님?

-ㄹㅇㅋㅋ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구웃!

-역시 장오장이다 이말이야.

정확히 같은 포인트를 노리는 검술, 불릿타임 없이도 충분한 반응속도, 약점 파악이 필요 없는 압도적인 실력.

채팅창에는 악마의 힘이 없어도 그는 충분하다는 게 정론이었다.

“크허억… 커헉……!”

이경복이 이에 무어라 답하려는 순간 신음이 들려왔다. 돌아보니 가고일의 상태가 이상했다.

“보스한테도 악마의 힘이 있나 보네요?”

회색 피부가 금속결정처럼 변했고 절단면이 꿈틀거리더니 세포가 증식하기 시작했다.

-ㅇㅇ 맞음

-가고일이라 석화 씀 ㅋㅋㅋ

-콘솔판에서는 방어증가에 재생이었는데 그대로인갑네

-그때는 걍 바위 텍스쳐였는데 좀 간지나게 바뀌었누 ㅋㅋ

그 물음에 올드비들이 바로 제보했다. 이경복은 그 채팅을 읽자마자 권총을 뽑았다.

한 발의 총성과 함께 가고일의 석화가 해제되며 무릎을 꿇었다.

-ㅔ?

-지금 설마 약점 부위 기억하고 쏜 거?

-아까 한 번 본 게 다인데 그걸 외웠다고?

-캬 ㅋㅋㅋ 개간지다 진짜

-데붕이들 데머크는 알아도 갓플은 모르쥬?

-않이;;; 능력 좀 쓰시라구욧!

-아 ㅋㅋ 이미 아는 데 뭐 하러 쓰냐고

즐거워하는 시청자들의 모습.

이경복은 슬쩍 웃으며 말했다.

“그로기 상태로 만들면 능력이 캔슬되네요. 될까 했는데 잘 됩니다. 역시 괜히 만들어 둔 시스템이 아니네요.”

-아 ㅋㅋ 안 됐어도 되게 해야지

-갓플 피드백은 진리다 이말이야

-광고주님 잘 듣고 계시죠?^^

-퍼플 코인 타고 싶으면 한 마디도 놓치지 말라구웃!

-자 이제 깔끔하게 시마이 합시다잉

시청자들은 이제 이경복이 가고일을 끝낼 거라 의심치 않았다.

“아뇨, 잠깐 기다리겠습니다.”

그러나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가고일이 회복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연달아 뜨는 물음표에 그는 말을 덧붙였다.

“튜토리얼에 괜히 재생하는 보스를 배치한 건 아닐 것 같아요. 아마 보스전이나 악마화에 익숙해지는 연습단계 같습니다.”

일반적인 플레이라면 그냥 넘어가겠지만 이번 방송은 게임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목적도 있었다.

“연습은 여러분들이 따로 하실 테니까, 연습이 편하시도록 패턴을 좀 살펴볼까 해요.”

-서윗퍼플 무냐구!

-시청자밖에 모르는 바보!

-갓플이 트수를 위해 내주는 시간? 이건 못 참짘ㅋㅋㅋ

-바로 정좌하고 보겠습니다

-캬 ㅋㅋ이렇게 성실히 숙제하는데 성적이 안 나올 수가 있겠누

-그 비싼 갓플의 강좌를 공짜로?

-??? : 무료 강의라고? 난 돈 다 줬는데?

-엌ㅋㅋ 뉴턴좌 개억울할듯ㅋㅋ

시청자들은 즐겁게 그 결정을 받아들였다.

그 외에 말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너무 일방적으로 끝내 버리면 제작진들 노력이 허사가 되니까.’

세계 최초 독점 공개 방송.

시청자는 본 방송에만 있는 게 아니라 중계채널에도 있을 터였다.

보여 줄 건 다 보여 주는 게 좋았다.

* * *

이경복은 담담히 쓰러진 가고일을 내려 봤다. 사지를 모두 잃고 몸통만 남은 채 숨을 헐떡이는 가고일의 모습.

그럼에도 놈은 생존을 위해 다시 석화 능력을 사용했다.

“자, 보다시피 가고일의 능력 발동 조건은 공격이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양팔이 잘렸을 때, 그리고 다리는 하나만 잘려도 발동이 되네요.”

그렇게 다시 주어진 강의 시간.

이경복은 담담히 그간의 실험을 되짚어 보았다.

“재생 속도 또한 피해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세요, 아까 보다 느려졌죠? 피해가 클수록 더뎌지는 것 같습니다.”

-패턴 분석해준다더니 이렇게 까지 해 줄 줄은 몰랐는데 ㅎㄷㄷ

-벌써 5번째 재생 ㅋㅋㅋㅋㅋ

-이제 가고일이 불쌍한 거 나만 그래?

-??? : 저 그냥 죽여주시면 안 되나요?

-악마화가 풀렸는데 왜 아직도 악마가 보이죠?

-아 ㅋㅋㅋ 사실 악마화는 룩덕질이었던 거임!

-역시 블랙기업의 수장! 악마마저 갈아버린다!

시청자의 채팅대로 이경복의 악마화는 이미 지속시간이 끝났다. 하지만 인간 형태로도 그는 능숙하게 분석을 이어나갔다.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채팅을 확인한 이경복은 그들 말에 일부 공감했다. 실제로 그는 ‘악마화’ 시스템 자체가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이미 경험하고 있었으니.’

시간이 느려지는 불릿타임과 약점을 파악하는 데몬아이, 이 두 가지 현상은 이전부터 신기와 육감으로 익숙한 현상이었다.

오히려 집중하면 강해지는 신기에 비하면 두 능력은 열화판에 불과했다.

그나마 무기를 강화하는 데몬기어가 낫긴 하지만.

‘굳이 악마화를 강제하는 것 같지는 않던데.’

강화 없이 그의 피지컬과 검술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를 밝힐 수는 없었다. 신기는 물론이고 광고 방송인데 시스템을 폄하하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흠흠, 이 정도면 다 보여드린 것 같네요.”

가고일의 근접 공격 패턴, 거리에 따라 날아드는 가시의 방향과 개수, 심지어 공중전 대처법까지 모두 선보였다.

-드디어 우리 가붕이를 해방시켜주는 거야?

-가붕이 ㅇㅈㄹ ㅋㅋㅋㅋ

-오히려 가고일한테 정들었누 ㅋㅋㅋ

-킹직히 불쌍하긴 해

-??? : 이제는 쉴 수 있어……

-R.I.P 가붕쓰 ㅠㅠㅠ

그 말에 시청자들은 바로 장난스럽게 대응했다. 이경복은 피식 웃고는 단칼에 가고일의 약점을 찍어 눌렀다.

그것으로 승리 판정이 된 건지 바로 컷신이 이어졌다.

“못 생기긴 했지만 돈은 되겠어.”

듀란테는 가고일의 목을 베고 머리를 축구공처럼 튕겨 잡았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헬게이트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과 달리 그의 표정이 경직됐다. 그는 묵묵히 대검을 불타는 구체에 박아 넣었다.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헬게이트가 수축했다. 동시에 침식된 영역이 수복되며 황량해진 고가도로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내 듀란테가 자리를 떠나려는 순간이었다.

“지각쟁이들이 오셨군.”

그의 한마디와 더불어 위쪽에서 모터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앞에 떨어지는 일련의 사람들.

-오잉?

-누구지?

-아까 말한 디바인 에이전시네 ㅋㅋㅋ

-ㄹㅇㅋㅋ 복장 보면 백퍼임

-ㅇㅇ 맞음. 성기사들임 ㅋㅋㅋ

시청자들은 그들의 정체를 바로 유추해 냈다.

백색 제복에 무기를 갖춘 이들은 바로 디바인 에이전시의 성기사였다.

그들은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하얀 옷만 입고 다니면 세탁이 힘들지 않나?”

“헬게이트는?”

“보톡스라도 맞았나? 얼굴이 너무 경직됐네.”

“같잖은 소리는 관둬라.”

듀란테는 코웃음을 치며 손을 내저었다.

“감사는 필요 없어. 나는 말보다 돈이 좋거든.”

그가 성기사들을 지나치려 다가갔다. 하지만 듀란테는 곧 걸음을 멈추었다.

성기사들이 그 앞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들 태도가 별론데요?”

-ㄹㅇㅋㅋ 이 쉑히들 왜 이리 싸하누?

-늦게 와놓고 배짱부리는 거 무엇?

-비호감 스택 적립 너무 빠른 거 아니냐구!

-대놓고 개 같은 집단이라는 걸 알려주자너 ㅋㅋㅋㅋ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도 그들의 적대적인 의도를 감지해 냈다.

“감사하는 법을 잘 못 배운 모양인데?”

“악마들을 통제하고 처리하는 게 우리의 의무다.”

성기사들이 제 무기에 손을 올렸다.

“그 대상은 반인반마라도 예외가 아니지.”

그 위협에도 듀란테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선두에 선 성기사의 지척까지 다가갔다.

“내 의무도 하나 알려 주지.”

그는 움찔하며 물러난 성기사를 보며 말했다.

“죽기 전까지 물러서지 않는다는 거. 그리고 난……”

듀란테는 검을 잡으며 뒷말을 속삭였다.

“죽지 않아.”

말을 맺으며 그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크!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이말이야

-완전 배드애스다 그쟈?

-엌ㅋㅋ 나였으면 쫄렸는데 갓플이 하니까 하나도 안 쫄리자너

-아잇 ㅅㅂ! 퍼지컬 맛 좀 볼래?

-아 ㅋㅋ 몰살루트 마렵네

-개껌들 보고 있지? 교단 몰살루트 바로 개발해!

-그 와중에 목소리 개멋있긴 하다

-ㄹㅇㅋㅋ ASMR 방송인줄ㅋㅋ

-이게 그 옴므파탈인가 그거냐?

흡족해하는 시청자들과 달리 상황은 일촉즉발이었다.

누구 하나라도 움직이면 전투가 벌어질 듯 분위기가 팽팽해졌다.

하지만 이경복은 걱정하지 않았다.

‘아군인가?’

감지 범위 내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선의. 그와 함께 하늘에서 누군가 또 착지했다.

“전원 무장 해제.”

“하지만……!”

“명령 불복종은 불허합니다.”

성기사들 뒤에서 들려오는 청아한 목소리. 이에 성기사들은 얼굴을 찡그렸지만 그 말을 따랐다.

이윽고 성기사들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은발에 갸름한 얼굴, 그 작은 얼굴에는 뚜렷하게 이목구비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청초(淸楚)하다.

그녀에게는 외모뿐만 아니라 걸음걸이 하나에서도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었다.

-와……

-눈나ㅏㅏㅏㅏ!

-나이도 이름도 모르지만 일단 눈나임! 아무튼 눈나임!

-히로인 맏찌? 그치?

-아 ㅋㅋ 이게 히로인이 아니면 대체 누가 히로인임?

-ㄹㅇㅋㅋ 듀란테 머리색이랑 비슷한 거 보면 무적권임

채팅창은 감탄 일색이었다.

그 모습에 이경복은 속으로 웃으면서도 일부 동감했다.

‘이 느낌이면 아군은 확실해.’

다른 성기사들은 적의가 가득하지만 이 캐릭터는 달랐다.

이어지는 상황은 그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무례를 용서하세요, 듀란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광?”

“예, 불멸의 악마사냥꾼으로 유명하시니까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중하게 가슴 위로 손을 올렸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베아트리체로군.”

듀란테가 불쑥 말을 끊자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나도 듣는 얘기가 있거든. 디바인 에이전시의 성녀는 특히 유명하지.”

“새삼…… 영광이로군요.”

베아트리체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그와 함께 채팅창이 요동쳤다.

-콘솔판에는 성녀 같은 건 없었는데?

-이거 리부트인 듯?

-신캐 등장하는 거 보면 리부트가 맏따 ㅋㅋ

-난 악마화 디자인 다른 거부터 눈치챘음 ㅋㅋㅋ

올드비들의 분석이 올라왔지만 이는 곧바로 올라오는 채팅에 묻혔다.

-베아트리체 눈나ㅏㅏㅏㅏ

-아 ㅋㅋ 이제부터 난 성녀단이다

-개껌이 캐릭터는 잘 뽑는다니깐!

-베아트리체 하나만으로 이 게임을 사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허니드라 미안해! 허니드라 미안해! 허니드라 미안해!

-아 ㅋㅋ 허니드라는 존이랑 잘 지내고 있다구!

-ㄹㅇㅋㅋ 꼬우면 바크 2 얼른 내놓던가!

-허니드라를 왜 버림? 둘 다 최애캐 명단에 넣으면 되지

-우리 데붕이는 ‘최’애캐 뜻이 뭔지 모르누?

-중계채널 구경 갔는데 외국 데붕이들도 난리 남ㅋㅋㅋㅋ

캐릭터의 등장만으로 방송의 텐션이 치솟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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