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39화 (139/491)

139화 - 퍼펙트 듀란테 (3)

퍼플의 데빌 머스트 크라이 공개 방송은 영미권과 일본 본사의 채널을 통해 중계가 되었다.

그중에서 북미권 중계를 맡은 채널, ‘CAP Company_USA’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아니, 이렇게 이른 시간인데……’

북미 지사의 직원은 모여든 사람의 숫자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국과 북아메리카의 시차는 상당했다. 그 거대한 땅덩어리의 크기 덕분에 주마다 시차가 다르긴 했지만, 대개 한국이 밤이라면 미국은 아침이었다.

‘벌써 5만 명이라니?’

직원은 마른 침을 삼켰다.

시청자 숫자를 확인하니 절로 신경이 곤두섰다.

‘실수하면 끝이다.’

비단 ‘세계최초’와 ‘독점’이라는 상황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맡은 일이 조금 특별했기 때문이었다.

‘제발 번역이 어려운 멘트가 없기를……!’

그의 직무는 바로 ‘동시번역’이었다.

게임 내 컷신의 대사들이야 이미 정해졌기에 자막이 완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방송을 진행하는 퍼플의 말은 달랐다.

따로 대본이 주어진 것도 아니었으니 미리 준비된 자막이 있을 리 없었다.

시청자들에게 퍼플이 느낀 소감이나 멘트를 전달해야 하니 번역은 불가피했고, 이에 배정된 직원이 바로 그였다.

그렇게 시작부터 몇 년은 늙은 기분이었지만 예상외로 방송은 부드럽게 지나갔다.

‘와…… 미쳤다 진짜.’

그를 비롯해 시청자들 모두가 퍼플의 플레이에 압도당한 덕이었다.

-정말 수동으로 플레이하는 중인 거야?

-한국에서는 원래 바이크 운전을 저렇게 하나? 너무 능숙하잖아!

-한국 게이머잖아? 이 정도 실력은 당연하지.

-맙소사! 한국인은 크래프트 스타, 미스틱 리그, 거너 그라운드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lol, 그 정도면 전부 잘하는 거잖아!

-게임 실력은 한국인의 유전자와 같지.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한국인은 본 적이 없어.

-맞아, 이건 국가와 상관없이 저 스트리머 실력이 엄청난 거야.

첫 임프와의 전투부터 퍼플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능숙한 바이크 운전과 화려한 사격실력.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한 피지컬이지만 북미권 시청자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화려한 액션과 멋진 목소리, 완벽하네.

-맞아. 그는 이름 그대로 이 방송에 ‘Perfect’한 스트리머야.

-CAP Company가 제대로 된 사람을 데려왔어!

-처음에는 그냥 본사 지침으로 아시아인 모델을 쓴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 혹시 너 인종차별주의자야?

-그는 ‘아시아인’이 아니라 ‘한국인’이야!

-어떤 머저리가 분위기를 깨네.

-매니저! 저 빌어먹을 놈을 당장 쫓아내줘!

첫 시작부터 이경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 호감도는 다음 전투에서 더욱 치솟았다.

-바이크로 서핑을 한다고?

-와, 이 친구 쇼맨십이 대단한데?

-왜 그가 ‘Perfect’한 ‘스트리머’인지 알겠어.

-진짜 사람이 플레이하는 거야? AI가 아니고?

-시스템 보정이 있다는데? 다들 너무 과민반응 하는 거 아냐?

-오? 그래? 그럼 지금은? 서핑하면서 임프 공격을 피하는 건?

-미안, 내 실수였네.

-임프들을 놀리는 걸 봐! 완전 듀란테 성격 그대로잖아?

-정말 DMC를 처음 플레이하는 게 맞아?

-처음에 그랬잖아?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지.

퍼플이 덤벼든 임프를 농락하자 시청자들은 더욱 흡족해했다.

-이번엔 임프 서핑이야!

-나는 이제부터 ‘Perfectplay’의 팬보이야.

-이제 알겠다. 모두 틀렸어. 그는 ‘퍼펙트 게이머’도 ‘퍼펙트 스트리머’도 아니야.

-대체 무슨 헛소리야?

-그는 ‘퍼펙트’ 듀란테야.

-완전 동의해. 그는 게임에서 튀어나온 듀란테 같아.

채팅창은 경탄과 열기로 훈훈해졌다. 그 분위기를 확인한 직원은 땀을 흘렸다.

‘번역이 틀리면 직장을 잃게 될지도 몰라……!’

시청자들이 그를 더 마음에 들어 할수록 부담감이 가중된 탓이었다. 이에 직원은 이경복의 한 마디에도 단 일말의 오해가 없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 후해진 평가는 이내 가고일과의 보스전에서 정점에 치달았다.

-지금 봤어?

-불릿타임 컨트롤이 예술인데!?

-혹시 이런 능력을 사용하는 게임을 해 봤다던가?

-아니, 맹세컨대 그의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야.

-그걸 어떻게 알아?

-나는 그의 큐튜브 채널 구독자거든. 바이오 크라이시스 때부터 말이지

-LMFO, 그는 진짜 악마였어!

-다들 그에게 미쳐버렸네. 물론 나도 말이지!

퍼플이 능숙하게 악마의 힘을 사용하고, 이어 그 능력 없이도 가고일을 제압하자 시청자들은 더욱 격양했다.

-이건 정말 미쳤어! 그는 게임 타이틀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남자야!

-진심으로, 그를 만나는 악마는 반드시 울 수밖에 없을 거야.

-방송 보면서 적이 불쌍한 건 처음이야.

-그는 진짜 ‘Badass’야.

-젠장, 그가 영어만 할 줄 알았다면 ‘Goldmond’이상의 스트리머가 됐을 거야!

-Goldmond? 고작 300만 팔로워로 만족한다고?

-그러면?

-다들 눈이 어떻게 됐어? 이렇게 계속 해주기만 한다면 그는 언젠가 ‘Huediefie’를 넘게 될 걸?

-lol, 과장이 너무 심하잖아.

-Huediefie 구독자가 몇인지나 알아? 무려 1억이야! 1억!

-멍청이들, 숫자로 그를 판단하지 마. 그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오, 그 말 아주 마음에 든다. 메모 해둬야겠어.

그리 열광하던 시청자들은 이내 퍼플이 패턴 분석을 시작하자 아쉬움을 토로했다.

-자막이 왜 이렇게 느려?

-미치겠군. 싱크가 안 맞는 영상을 보는 기분이야.

-드디어 한국어를 공부할 때가 온 건가?

-한국어는 K-POP 팬들이나 배우는 건 줄 알았는데.

-우리는 Game Nerd니까 게임 때문에 외국어를 배우는 건 이상하지 않아.

-이러면 ‘Octopus Game’과 ‘BTX’도 못한 일을 그가 해내겠는데?

분석과 함께 멘트의 양이 많아지자 번역이 늦어졌고 그 차이를 실감한 시청자들이 애가 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한 사람이 채팅을 쳤다.

-이거 재미있네. ‘Korean Wave’가 아니라 ‘Perfect Wave’가 시작되는 거야?

퍼플이라는 스트리머로 시작된 물결.

그것이 ‘퍼펙트 웨이브’라는 밈의 시초였다.

* * *

한편, 중계 채널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이경복은 컷신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디바인 에이전시 재정이 요즘 어렵나?”

“네?”

듀란테는 불쑥 베아트리체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성기사들도 의아해했다.

“요즘 입마개 별로 안 비싸니까 하나씩 사 줘도 괜찮을 텐데.”

이어지는 그의 말에 성기사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조금 전 언쟁을 생각하면 어떤 의미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캬 ㅋㅋㅋ 바로 멕여버리누

-??? : 야!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하라!

-엌ㅋㅋ 들린다 들려!

-그러니까 누가 그따위로 입 털래?

-성기사쉑들 ㅋㅋㅋ 성녀 눈나 때문에 암것도 못 하쥬?

베아트리체는 일순간 당황했다. 그 사이 듀란테는 그녀를 지나치며 걸음을 옮겼다.

“듀란테, 잠시만요!”

그녀가 황급히 듀란테를 불렀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성녀 눈나가 부르는데 이걸 무시해?

-ㄹㅇㅋㅋ 나였으면 바로 문워크로 돌아감

-문워크 ㅇㅈㄹㅋㅋㅋㅋㅋ

-이게 바로 상남자다 이말이야

-진짜 남자다잉

-아 ㅋㅋ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으셈

베아트리체가 다급히 말을 이었다.

“저희와 협력해 주세요. 교단과 힘을 합치면 악마들의 침공에 더 쉽게 대응할 수 있을 거예요!”

듀란테가 우뚝 멈춰 섰다.

순간 베아트리체의 표정이 밝아졌지만.

“쉽다? 언제부터 쉽다는 게 게으름이랑 같은 말이 됐지?”

그는 고개만 돌리며 조소를 흘렸다.

베아트리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지만 이내 닫혔다.

할 말이 없기 때문이리라.

-듀란테 한 마디 한 마디가 주옥같누 ㅋㅋㅋㅋ

-주옥 맏찌? 느리게 발음하는 거 아니지?

-엌ㅋㅋㅋ 미쳤냐고

-성녀 눈나가 불쌍하긴 한데 맞말이긴 함 ㅋㅋ

-아 ㅋㅋ 프리랜서랑 기업은 의사결정 속도가 완전 다르지

-진짜 교단 쪽은 출동하기 전에 결재부터 기다릴 듯

-이게 바로 관료제의 폐해?

“난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아. 더 귀찮게 굴지 마라.”

듀란테는 그 말과 함께 다시 걸음을 옮겼다. 베아트리체는 그 뒷모습을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에 화를 참지 못한 것일까.

“대의보다 제 이기심을 따르는 꼴이라니.”

“역시 더러운 악마의 피가 흐르는군.”

“성녀 님, 저런 작자의 말은 신경 쓸 거 없습니다.”

주변의 성기사들이 불만스럽게 한 마디씩 내뱉었다.

-?

-성기사가? 말대꾸?

-아 ㅋㅋ 여기 비호감 적립 맛집이네

-성기사라며! 성기사라며! 성기사라며!

-그냥 성기인 듯?

-않이 ㅋㅋㅋ 드립 미쳤냐곸ㅋㅋㅋ

-아! 얘네들 진짜 성기(사)같네요!

-성기사 줄여서 부른 겁니다 오해 금지^^

-정말 주옥같은 줄임말이네요^^

-엌ㅋㅋ 트수들 선 넘을랑 말랑

-조심해! 매니저님 칼 가신다!

어처구니없어하는 시청자들의 채팅이 아슬아슬하게 이어졌다. 이에 이경복은 잠시 일시정지하고 입을 열었다.

“시청자 여러분들 반응을 보니 역시 게임을 잘 만들었네요.”

그 말에 채팅창의 주의가 돌아갔다. 물음표가 몇 개 올라가기도 전에 이경복이 뒷말을 이었다.

“그만큼 게임 몰입감이 상당하다는 거죠. 역시 게임 완성도가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엌ㅋㅋㅋ 이걸 이렇게 포장을? -역시 포장은 ‘퍼펙트-포장’이지!

-이게 바로 숙제의 프로?

-캬 ㅋㅋㅋ 이러니까 퍼플 코인이 떡상하지

-근데 맞말이긴 해 ㅋㅋㅋㅋ

-ㄹㅇㅋㅋ 노잼이었으면 화도 안남

-킹직히 트수들은 갓플 플레이 때문에 몰입한 거 아님?

-쓰읍!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돼?

-아무튼 게임이 잘 만든 거라고 ㅋㅋㅋ

-이거 포장이사 방송인가요?

-진짜ㅋㅋㅋ 트수들도 포장 중임

이경복의 멘트로 채팅창 분위기는 분노에서 유쾌함으로 바뀌었다. 이에 그 역시 미소를 지었다.

‘다들 귀엽다니까.’

방송의 기본은 즐거움, 이경복의 기준은 처음과 같았다.

“자, 그럼 다시 집중하겠습니다!”

이경복이 다시 컷신을 재생했다.

베아트리체가 무척 당황한 표정으로 성기사들을 노려봤다.

“그런 무례한……!”

그러나 그녀는 말을 채 잊지 못했다. 주변에 모여든 성기사들 어깨 너머, 듀란테가 멈춰 선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더러운 악마의 피라……”

그는 조소를 흘렸다.

성기사의 모멸적인 언사에도 그는 분노가 아니라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 악마의 피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건, 교단 쪽이지 않나?”

“듀란테, 이건 제가……”

“적어도 나는 악마들을 사냥하지.”

그는 베아트리체에게 변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내 듀란테의 얼굴에는 조소마저 사라졌다.

“너희들처럼 악마에게 의존하진 않아.”

베아트리체는 질끈 눈을 감았다. 듀란테의 얼굴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단 하나.

바로 ‘경멸’이었다.

-?????

-교단이 악마에 의존한다고?

-어뜨케 된겨 어뜨케 된겨?

시청자들은 전혀 생각지 못한 말에 어리둥절했다.

다행히 그 의문은 금방 풀렸다.

“감히……!”

“교단을 욕보이다니!”

성기사들이 발끈하며 나서려 하자 베아트리체가 그 앞을 막아섰다.

“지금부터 제 명령 없이 단 한 걸음도, 한 마디도 하지 마세요.”

“성녀 님……!”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녀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듀란테는 그사이에 더욱 멀어졌다.

“저희 성기사의 무기는…… 악마의 피로 만들어지니까요.”

이내 그녀는 다시 성기사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하세요. 악마의 피는 그 이후에 수확합니다.”

“알겠습니다!”

성기사들이 바로 움직였다.

그와 함께 카메라가 조감도처럼 높이 올라가며 고속도로의 전경을 비추었다.

붉은 코트를 입은 듀란테와 그를 바라보는 베아트리체의 거리는 계속해서 멀어졌다.

이윽고 암전되는 화면.

-캬 ㅋㅋㅋㅋ 연출 좋누

-악마 잡는 데 악마의 힘이 필요한 거네 ㅋㅋㅋ

-ㅇㅇ 그래서 경찰들이 일방적으로 당한 듯

-와씨 ㅋㅋㅋ 성기사쉑들 더 어이가 없누

-우리 성녀 눈나만 정상인인 듯 ㅋㅋㅋ

시청자들은 바로 상황을 유추해 냈다.

이윽고 다시 화면이 전환됐다.

“아, 티저 영상에 나온 곳이네요.”

이경복의 멘트에 모두가 다시 주의를 돌렸다. 게임쇼에서 봤던 허름한 사무실이었다.

듀란테는 책상에 양 다리를 올리고 홀로그램 카탈로그를 훑어보고 있었다.

-바이크네?

-아 ㅋㅋㅋ 가고일이 박살냈자너

-사무실 허름한 게 저거 때문 아님?

-엌ㅋㅋㅋ 악마 사냥 할 때다 바이크 터졌네

-그렇다고 버스 타고 잡으러 갈 수는 없자너

-ㄹㅇㅋㅋ 스타일이 생명이다 이말이야

듀란테는 여러 종류의 바이크를 훑어보다가 손을 멈추었다. 이내 그가 눈썹을 꿈틀거리고는 카탈로그를 치웠다.

이어 사방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않이;;; 바이크 좀 사자고!

-성기(사)놈들이 복수하러 온 거 아님?

-아닠ㅋㅋㅋ 괄호치지 말라고!

이어 들려오는 가벼운 노크 소리. 그러나 듀란테는 대답 대신에 문을 노려봤다.

이어 문이 열렸다.

“듀란테, 저……”

문을 연 사람은 바로 베아트리체였다. 그녀는 말을 채 잊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떴다.

그녀 목 바로 앞에서 듀란테의 검극이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헌혈이 필요하면 다른 곳을 알아봐.”

놀란 그녀에게 듀란테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대사 하나만으로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상황을 파악했다.

“아, 디바인 에이전시가 듀란테를 원하는 이유가……”

-악마의 피 공급 때문이네!

-오! 맞네! 듀란테가 불멸이니까 무한 공급되자너

-않이;;; 진짜 빨대 꼽는 거였누

-아 ㅅㅂ 모기 극혐인데

-성기(사)가 아니라 알고 보니 모기(사)였쥬?

-모기사는 또 뭔데 ㅋㅋㅋ

-아까 태도 보면 대의 드립치면서 겁나 뽑아낼 듯

-ㄹㅇㅋㅋ 영화예매권도 안 줄 듯

-영화예매권 ㅇㅈㄹㅋㅋㅋㅋ

베아트리체의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호흡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제가 말씀 드리는 협력은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그러면?”

“……내부에서 당신을 그런 용도로 바라보고 있다는 건 인정하겠습니다. 그들은 당신의 ‘악마’인 부분만 보고 있죠. 하지만 저는……”

그녀는 고개를 들어 듀란테와 시선을 맞췄다.

“당신의 ‘인간’인 부분을 더 중요시 여겨요.”

-아 ㅋㅋㅋ 히로인 확정이쥬?

-꽉 잡아! 성녀 코인 떡상간다!

-옼ㅋㅋ 반인반마를 이렇게 활용하네

-데붕이 일동은 성녀단에 가입을 완료하였습니다.

-눈나아! 나도…… 나도 봐줘!

-우리 트수는 어머니 눈부터 마주하는 게 어떨까?

-앗!

-죽었어…! 선 채로 죽어버렸어!

-네가 죽였어……

채팅창은 부산스러웠지만 듀란테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검을 거두었다.

“……얘기는 들어보지.”

“용건은 같아요. 당신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대답도 같지. 난 명령은 듣지 않……”

듀란테는 바로 거절하려 했다.

그러나 그 보다 베아트리체의 말이 빨랐다.

“다시 지옥에 가실 방법을 찾고 계시죠?”

그 질문에 분위기가 일변했다. 듀란테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듀란테, ‘어떻게’는 중요치 않아요. 그보다 중요한 건 그 방법을 ‘아느냐’잖아요?”

듀란테의 동공이 확장됐다.

설마 하는 표정에 베아트리체가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을 찾았어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방법이 ‘나타났다’고 해야겠죠.”

듀란테는 몸을 돌렸다.

베아트리체가 흠칫했지만 이내 옅은 미소가 피어났다.

듀란테가 코트를 걸치고 무기를 챙긴 채 사무실을 나섰기 때문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가면서 듣지.”

“고마워요.”

그녀는 안도와 함께 그 뒤를 따랐다. 사무실만큼이나 허름한 복도, 그 끝에 놓인 문이 닫혔다.

문 위에 지직거리며 붉은 빛을 발하는 네온사인.

[Demon Must Cry]

이내 카메라가 네온사인을 향해 줌인 했다. 이어 퍽하는 소리와 함께 꺼진 불빛.

그리고 완연한 어둠 속에서 지잉하는 소리와 함께.

[Mission 1, ‘Immortal Demon Hunter’ End]

다시 붉은 네온 빛이 발했다.

-크으! 불멸의 악마사냥꾼!

-프롤로그 느낌 아주 좋고좋고

-와 ㅋㅋㅋ 데붕 아재들이 좋아할 만하네

-아 ㅋㅋ 이거 절대 못 참지 ㅋㅋㅋ

-않이;; 근데 왜 한창 재미있는데 끊어지냐고!

-바크 팀에서 나쁜 거 배웠네

-ㄴㄴ 더 악랄함. 바크랑 달리 예고편도 없음

-혀엉! 바로 다음 플레이 가는 거지!? 맏찌?

시청자들은 즉각 아우성쳤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 짐작했다.

시간으로나 상황으로 보나 방송을 끝낼 타이밍이었다.

“자, 오늘은 세계 최초로 데머크를 플레이 해 봤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특별한데 게임 자체도 퀄리티가 엄청 좋네요.”

이경복 역시 그렇게 판단했다.

‘최소 하루에 하나의 미션만 클리어하면 되니까.’

이미 계약조건은 충족했다.

오히려 가고일 공략에 시간을 투자해 방송이 길어졌다.

그의 말에 채팅창은 아쉬워했지만 다들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캬! 세계 최초!

-이게 갓플 클라스지 ㅋㅋ

-엌ㅋㅋ 숙제 아직 안 끝났다 이말이야

-모범생 메타 확실하쥬?

-근데 퀄 좋은 건 맞음ㅋㅋㅋ

-ㄹㅇㅋㅋ 오랜만에 예구각이다

-5252, 지금 본 플레이는 ‘퍼펙트-듀란테’ 라는 걸 잊지 마라고?

-뭐래 ㅋㅋ 성녀 눈나 보려고 사는 건데?

-베아트리체 눈나는 킹정이지!

이경복은 채팅창 반응에 웃으며 마무리 멘트를 이어나갔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하지만 내일! 이 시간에도 데머크 체험 방송은 계속 됩니다.”

-퍼바 ㅠㅠㅠ

-큐바 ㅠㅠ

-발매된 게임이면 바로 사서 해보기라도 하는데 미치겠누 ㅋㅋ

-이게 독과점의 문제다 이말이야.

-벌써 그립읍니다……(눈물콘)

시청자들의 작별인사에 이경복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럼, 여러분 모두 좋은 밤 되세요! 트바!”

* * *

방송을 마친 이경복은 캡슐에서 나왔다.

‘중계방송 쪽은 잘 됐으려나?’

본방송은 그가 직접 채팅창을 확인하고 있었으니 걱정할 게 없었다.

그러나 중계방송은 개발사 쪽에서 전담했으니 상황을 알 길이 없었다. 이에 그는 바로 스마트 링크를 찾았다.

“음?”

비치해 둔 스마트 링크를 잡기도 전이었다. 우우웅하는 진동이 연달아 울리기 시작했다.

‘혹시?’

걱정이 현실이 된 걸까.

하지만 그의 신기는 평온했다.

이경복은 바로 알림을 확인했다.

‘뭐야?’

알림이 뜬 건 ‘팀 퍼펙트’의 단톡방이었다. 그는 곧바로 내용을 확인했다.

[>ㅁㅊㄷㅁㅊㅇ]

[>야! 박쬬! 지금 보고 있냐?]

방송 종료 전의 채팅이었다.

최병훈은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모니터링 하는데 톡 볼 시간이 있겠냐?]

[>이제 봤다]

[>확실히 인상적이네]

박주호는 담담했지만 최병훈을 이해하는 듯 보였다. 평소 둘이 투닥거리는 걸 생각하면 의아한 대화였다.

이경복은 이내 최신 톡을 확인했다.

[>캬! 이자식이 또 일냈다니까 ㅋㅋ]

[>경복아 톡 보면 바로 채널 확인 ㄱㄱ]

[>아니지, 내가 링크 올림]

대체 왜 이러나 싶었지만 이경복은 마지막 카톡에 첨부된 링크를 눌렀다.

홀로그램이 그의 큐튜브 채널을 보여 주었다.

“……어?”

이경복의 눈이 크게 뜨였다.

[퍼펙트 플레이]

[구독자 75.7만 명]

뭔가 이상했다.

‘방송 직전에는 70만 명 대였는데?’

방송을 마치니 갑자기 5만이 늘어나 있었다.

새로운 영상이 올라온 것도 아니었다. 오늘 플레이 영상은 아직 최병훈이 편집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놀라움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봤냐! 봤지?!]

홀로그램으로 튀어나온 최병훈의 톡. 이경복이 무어라 답장하기도 전에 그 위로 새로운 알림이 중첩됐다.

[>와! 지금 77만!]

[>떡상 미쳤어ㅋㅋㅋㅋ]

[>새로고침 할 때마다 만 단위로 올라간다!]

[>미친ㅋㅋ 편집해야 되는데 눈을 못 떼겠다]

새로고침.

이경복은 그 단어를 보고 채널 창을 갱신했다.

“와.”

[구독자 79.1만 명]

친구의 말은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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