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 큐튜브 멤버십?
스타일리쉬 액션의 시초.
그 타이틀 만큼이나 콘솔 시절의 ‘데몬 머스트 크라이’는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런 게임이 가상현실로 돌아온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기뻐하면서도 우려했다.
과연 개발사가 그 명성에 걸맞은 작품을 내놓을 수 있을까?
만약 그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애정이 깊은 만큼 실망도 클 터였다.
마침내 그 게임이 공개되었고 첫 번째 체험 방송이 끝났다. 그리고 팬들의 평가는 놀랍게도 일치했다.
[<경>데머크 부활!<축>]
[데머크는 무적이다! CAP COMPANY는 신이고!]
[아 ㅋㅋ 이게 환골탈태지]
[깐포지드 만든 스노우스톰, 보고 있나?]
[40대 아재인데 지금 20대로 돌아간 기분 ㅋㅋㅋㅋ]
[개 쩌는 건 이게 테스트빌드라는 거ㅋㅋ]
커뮤니티, 데머크 메타에 우후죽순 올라오는 글들.
완벽한, 아니 그 이상의 재현.
옛 콘솔판의 추억을 훼손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그때의 행복과 재미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는 평가였다.
그리고 그들 모두 게임만 훌륭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오늘 플레이는 진짜 ‘듀란테’ 그 자체였다]
[킹직히 퍼지컬 없었으면 과소평가 됐을 듯 ㅋㅋㅋ]
[개껌은 갓플 사는 곳 향해서 매일 108배 올려야 됨ㅋㅋ]
[갓플과 동시대에 살아서 다행이다 이말이야]
[아 ㅋㅋ 나머지 방송 보려고 바로 연차계획서 씀ㅋㅋㅋ]
아무리 게임이 좋다고 해도 그걸 플레이 하는 사람이 부족하면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이경복은 그 역량이 차고 넘쳤고, 프롤로그 플레이만으로 모두를 감화시켰다.
그리고 감화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플레이 욕구가 쌓여갔다.
[엌ㅋㅋㅋ 울 아부지 쓰던 콘솔 찾음]
[(사진)
오늘 방송 보고 바로 생각남.
이런 고물 왜 보관하냐고 내가 매번 뭐라 불평했었는데 ㅋㅋㅋ 이 아들이 빡대가리였습니다!
(사진)
보관 상태 개 좋음! 데머크5 DL판 보임?
엌ㅋㅋㅋㅋ 오늘 바로 달린다
(사진)
구동 잘 되쥬? 완전 부드럽쥬?
아 ㅋㅋ 나도 듀란테 되러 간다!
(삐에로)
응~! 계속 발매 하지마!
콘솔판 즐기면 그만이야!]
[-이게 바로 겜수저?]
[-와 ㅋㅋㅋ 개부럽누]
[-ㅁㅊ 여기서 콘솔이 나온다고?]
[-무슨 유물발굴이냐구!]
[-콘솔판 플레이 영상 보는 건 재미없던데 직접 하면 다른가?]
새롭게 올라온 글을 시작으로 커뮤니티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아 ㅅㅂ 콘솔은 있는데 블루레이가 없네]
[근본 중에 근본 데머크 1편 인증한다]
[이거 안 켜지는데 먼지 때문임? 뜯어봐도 되는 거?]
[뭐지? 타임머신이 개발된 것인가?]
[갑자기 분위기 고고학 ㅋㅋㅋ]
올드비들은 물론 새로 유입된 사람들도 부모님이 보관했던 콘솔을 찾아내 소위 ‘인증샷’을 올렸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비단 커뮤니티 내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었다.
[무친ㅋㅋ 하꼬들 데머크 콘솔 방송 시작함]
[트라이 채널 카테고리에 데머크 떠서 갓플인줄 알고 헐레벌떡 들어갔더니 ㅅㅂㅋㅋㅋㅋ
첨 보는 스머가 갑자기 콘솔 꺼내더니 데머크 플레이ㅋㅋㅋㅋㅋ
근데 지금 데붕이들처럼 의외로 수요가 있는 듯?
벌써 시청자 100명 넘어갔음 ㅋㅋ
아마 조금 지나면 다른 하꼬들도 바로 각잡을 듯 ㅋㅋㅋ]
[-무친ㅋㅋㅋㅋ 낚시 개쩌네]
[-오? 플레이 영상 찍어서 큐튜브 올리면 데머크 키워드빨 좀 받겠는데]
[-맞네! 퍼튜브 영상 올라오면 바로 검색할 테니까]
[-하꼬쉑들 머리 좀 쓰누 ㅋㅋㅋㅋ]
[-이거 하꼬 바이럴 아님?]
이슈에 민감한 스트리머 업계인 만큼 몇몇 이들이 ‘데머크’ 키워드를 이용해 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아주 잠깐이었다.
[-잠깐 보고 왔는데 너무 허접한데?]
[-ㄹㅇㅋㅋ 패드 조작인데 못함]
[-킹직히 요즘 애들이 패드를 써봤겠음?]
[-ㅁㅊ 요즘 애들ㅋㅋㅋ 아재요!]
[-와 근데 패드 조작도 저렇게 어려운데 갓플은 어케 한 거?]
[-내말이 ㅋㅋㅋ 볼수록 갓플이 개쩐다는 증거밖에 안됨]
사람을 모으는 것과 유지하는 건 결이 달랐다.
직접 움직이는 게 아니라 패드로 조작하는 플레이였건만 이경복의 플레이보다 질이 떨어졌다.
덕분에 커뮤니티 유저들은 새삼 이경복의 실력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전히 욕구는 충족되지 않았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는 와중이었다.
[캡슐용 데머크 듀란테 플레이 바로 가능!]
도저히 눌러보지 않을 수 없는 제목.
[(사진)
엌ㅋㅋㅋ 그 듀란테는 바크 모드였구연 ㅋㅋㅋ
해외 커뮤 쪽 둘러보다가 발견함ㅋㅋㅋ 갓플 방송에서 디자인 보고 바로 만든 듯?
역시 덕중 덕은 양덕이라더니 개빠르다 진짜ㅋㅋㅋㅋ
(영상)
이건 제작자가 올린 샘플영상임.
보고 괜찮으면 출처 가면 다운받을 수 있으니까 아쉬운 데붕이는 받아서 해봐라 ㅋㅋㅋ]
[-너 어디 신문사에서 일하냐?]
[-ㄹㅇㅋㅋ 기레기급 제목선정 수준]
[-더 빡치는 건 틀린 말은 아니라는 거ㅋㅋㅋ]
[-스킨 퀄리티 보고 욕 참았다]
[-진짜 ㅋㅋㅋ 잘 만들긴 했네]
해외 팬들도 그들과 비슷한 사정이었다. 이에 그 욕구가 잠시 가라앉는가 싶었지만.
[-아니야! 이런 건 듀란테가 아니야!]
[-시벌 ㅋㅋㅋ 좀비들 상대로 붕쯔붕쯔하다가 사망]
[-스타일리쉬 어디갔냐고오오!]
[-적어도 불릿타임 정도는 같이 넣어줘야 되는 거 아니냐?]
[-이 야밤에 모드 설치하겠다고 ㅈㄹ한 내가 레전드 ㅋㅋㅋ]
[-산드라에 성녀눈나 스킨은 없나?]
[-허니드라 만날 자신 있음? 아니면 성녀눈나가 쌍욕하는 거 들어야 되는데?]
[-오히려 좋을지도?]
[-포상각 날카롭고 ㅋㅋㅋ]
[-아이고 데붕아…]
모드의 평가는 별로 좋지 않았다. 핵심인 액션성이 느껴지지 않았으니 오히려 갈증만 더 심해진 탓이었다.
[엌ㅋㅋ 양덕들이 갓플 밈 만드네]
[위에 모드 보고 데머크 해외 커뮤 쫌 보다가 발견함 ㅅㅂㅋㅋㅋ
대충 우리 나라에서도 유명한 밈 좀 번역해왔다 ㅋㅋㅋ
이건 시바견 ㅋㅋㅋㅋ
/우는 시바견 사진/
(퍼펙트-듀란테 감상 전)
“Demon Must Cry? Who plays that old game?”
(“데머크? 그런 고전 겜을 누가 함?”)
/붉은 코트를 걸친 근육질 시바견 사진/
(퍼펙트-듀란테 감상 후)
“That’s me! I am Immortal Demon Hunter!”
(“그게 나야! 내가 불멸의 악마사냥꾼이지!”)
이건 소화제 짤ㅋㅋㅋ
/가슴을 쓸어내리는 남자 사진/
(내 걱정들)
(퀄이 허접하면?)
(패드 없이 해?)
(스토리가 구리면?)
/환하게 웃는 남자 사진/
(퍼플)
이건 유명한 텍마머닠ㅋㅋㅋ
/찌푸린 얼굴로 노려보는 만화 캐릭터/
(캡슐용 데머크라고?)
/품에서 지폐다발을 꺼내는 만화 캐릭터/
(닥치고 내 돈이나 받아!)
이건 개 웃긴 게 눈동자에 갓플 방송 캡쳐해서 넣었음 ㅋㅋㅋㅋ
지금 북미 쪽도 데머크가 핫한 듯ㅋㅋㅋ]
[-와씨 ㅋㅋㅋ 밈 생산속도 무엇?]
[-않이;;; 양덕들도 접두어 밈 쓰는 거 뭔데ㅋㅋㅋ]
[-데붕이가 의역한 게 아니라 진짜 퍼펙트-듀란테임ㅋㅋㅋㅋ]
[-사람 생각이 다 비슷하다 이말이야]
[-ㄴㄴ 그냥 생각이 아니라 ‘퍼펙트’에 대한 생각임]
[-와씨 ㅋㅋ 바크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상황이 다르긴 함ㅋㅋ 바크 엔딩도 세계최초였지만 이번에는 ‘독점’까지 붙음]
[-ㄹㅇㅋㅋ 밈 생산될 정도면 진짜 월클 맏따]
[-시차 때문에 지금 북미 쪽이 오히려 더 반응 핫할 걸?]
사람들은 해외에서도 이경복이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다.
[-아… 빨리 다음 방송 보고 싶누]
[-데붕이들 얼른 자라 ㅋㅋ 자야지 내일이 온다 이말이야]
[-응~ 연차 냈어~ 밤새고 낮에 자고 저녁에 방송 볼 거야~]
[-너 천재냐?]
그 감정과 별개로 여전히 방송에 대한 갈망은 줄어들지 않았다.
* * *
다음 날, 이른 오후.
이경복과 친구들은 카페에 모였다.
“야, 울 아버지가 시간 되면 한 번 놀러오란다.”
“응?”
팀 퍼펙트 회의 시작에 앞서 최병훈이 불쑥 말했다.
“아, 우리 어머니도 비슷한 말 했다. 편할 때 밥이라도 먹으러 오라고.”
이어지는 박주호의 말에 이경복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자기 두 친구의 부모님이 왜 자신을 찾는 걸까.
그 표정을 본 두 친구가 헛웃음을 흘렸다.
“벌써 까먹었냐? 네가 로봇청소기 선물로 드렸잖아.”
“어제 받으셨다고 연락이 왔다. 비슷하게 도착한 모양이네.”
이경복은 그제야 작게 탄사를 흘렸다.
“아, 그거.”
“그래, 인마. 울 아버지가 뭐라 그러시는 줄 아냐? ‘우리 아들이 이제 좀 철들었나 했는데. 이 자식아, 옆에서 좀 배워라!’ 이러셨다니까?”
최병훈이 장난스럽게 아버지 말투를 흉내 내며 큭큭거렸다.
“확실히 넌 좀 배울 필요가 있지.”
“야, 그래도 꼬박꼬박 용돈 드리고 있거든?”
금방 티격태격하는 친구들을 보며 이경복은 미소를 지었다.
“마음에 들어 하신다니 다행이네. 여유 되면 한 번 얼굴 좀 비쳐야겠다.”
“그래. 여유 해서 하는 말인데 당분간 방송 컨텐츠 걱정은 안 해도 좋겠지.”
“햐, 이 자식 자연스럽게 회의로 들어가는 거 보소.”
박주호는 최병훈을 힐끗 쳐다보고는 안경을 고쳐 썼다.
“데머크 엔딩까지는 방송 고정이다. 아무튼 오늘 안건은 컨텐츠 쪽이 아니야. 최병훈, 자료.”
“하여간 일 중독자 같은 놈.”
그는 투덜거리면서도 스마트 링크를 조작했다. 세 사람 앞에 여러 그래프가 홀로그램으로 투사되었다.
“여기 보이지? 하루 만에 구독자 떡상한 거?”
어제 방송이 끝나고 튀어오르는 그래프, 그 값은 약 83만에 도달했다.
이경복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이야, 어제 본 게 끝인 줄 알았는데, 하루 만에 13만이나 증가한 거네?”
“그렇지. 거기서 끝난 것도 아닌 게 지금은 증가폭이 줄긴 했지만 증가세는 계속 유지 중이다.”
박주호의 말대로 그래프는 조금씩 우상향하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구독자가 늘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근데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국가별 구독자 비율이거든.”
최병훈이 옆에 있던 원형 그래프를 확대시켰다. 서로 다른 크기의 피자조각처럼 여러 색으로 섹션이 나누어져 있었다.
“중계방송 채널이 북미랑 일본 쪽이라서 그런지 그쪽 유입이 제일 많아. 그 외에도 유럽 쪽 구독자도 있고.”
“이번 방송으로 늘어난 구독자 중 대다수가 외국인이다. 이에 따라 퍼튜브 채널 구독자 중 외국인 비율이 20%에 도달했어.”
박주호는 그리 말하며 그래프에서 이경복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런 추세는 아마 체험 방송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질 거다.”
“음, 그렇겠지. 중계방송에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오긴 했더라.”
이경복은 그 전망에 동의했다.
방송이 끝날 때 즈음 북미 채널은 약 6만 명, 일본 채널은 약 4만 명의 시청자를 기록했다고 들었다.
“그 숫자는 시작에 불과할 거다. 테스트 빌드였지만 네 플레이로 그 퀄리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게 증명됐어. 회의적이었던 사람들도 그 소문을 듣고 방송을 보러 오겠지.”
“아, 그거야 무조건이지. 지금 추세로 보면 회사 쪽 예측이 완전히 틀렸다니까?”
최병훈이 실소를 흘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경복은 의아함을 숨기지 않았다.
“예측이 틀렸다니?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그쪽에서 근시일 내에 100만 넘을 거라 예상했다며?”
계약 당시 최병훈은 그 자리에 없었지만 관련 내용은 이미 들었던 터였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뒷말을 맺었다.
“이런 추세면 근시일이 아니라 체험 방송 끝나기도 전에 100만 돌파한다.”
“구독자 100만……”
친구의 말에 이경복은 새삼 그 숫자를 상기했다. 계약 당시에는 구독자 수가 70만, 무려 30만이나 남았으니 체감이 되지 않았다.
더욱이 100만이라는 건 단순히 숫자가 아니었다.
‘내가 골드 큐튜버가 된다고?’
구독자 100만은 큐튜버로서의 다음 단계, 골드 버튼을 받는 기준이었다.
그 역시 큐튜브를 보면서 100만 큐튜버를 많이 봤지만, 그들 모두가 상당한 시간을 쏟았다.
하지만 자신은 방송 시작한 지 이제 만 2개월이지 않나.
‘이건 또 실버 때랑 느낌이 다르네.’
이경복은 방송 첫날에 10만을 달성했다. 그러나 10만과 100만을 동일 선상에 놓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게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
상념을 뚫고 들어온 친구의 목소리에 이경복이 눈을 돌렸다.
“물론 구독자 숫자가 늘어나는 건 좋아. 하지만 외국인 비율이 늘어나는 건 다른 문제다.”
“쯧, 그건 그렇긴 하지. 트라이 쪽이야 언어 제한으로 문제가 없긴 한데, 큐튜브 알고리즘이 문제라니까.”
최병훈도 혀를 차며 동의했다.
“바크 때처럼? 하지만 그때보다 비율이 적잖아?”
이경복은 방송 초기를 떠올렸다. 외국인 구독자가 늘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첫날, 10만을 돌파했던 당시 약 60%가 외국인이었다. 그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 아닌가.
“으음, 이번에는 절대값의 문제라고 해야 하나.”
최병훈은 친구의 반응에 머리를 긁적였다.
“당연하겠지만 기업 비밀이라 쿠글 쪽에서도 알고리즘 구조는 비공개거든. 근데 이게 경험상으로 알게 되는 게 있단 말이지.”
“경험으로?”
“그래. 알고리즘에 반영되는 건 큐튜버가 업로드하는 영상의 성격만이 아니야. 그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의 데이터도 수집한다는 게 업계에서는 정설이거든.”
그는 잠시 목을 축이며 눈을 굴렸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큐튜브에 밀리터리 관련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쳐 봐. 그 사람은 어떤 게임을 좋아하겠냐?”
“밀리터리면…… 거너 그라운드겠지?”
“그렇지! 그렇다면 거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밀리터리 영상을 좋아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
“아마 그렇겠지?”
최병훈이 그 대답에 가볍게 손뼉을 쳤다.
“바로 그거거든! 이런 데이터가 누적되면 큐튜브 알고리즘이 학습을 하는 거야.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걸 기반으로 영업을 뛰거든.”
“거그만 하는 사람에게 밀리터리 영상을 추천하거나, 밀리터리 영상만 보는 사람에게 거그를 추천해 주는 식이겠지.”
잠자코 듣고 있던 박주호가 첨언했다. 이경복은 그 설명에 우려하는 부분을 눈치챌 수 있었다.
“지금 퍼튜브는 아직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겠네. 만들어진 지 이제 한 달 좀 넘었으니까.”
“그래, 그게 포인트야! 게다가 너는 종겜스라서 데이터 자체도 폭이 넓지 그건 알고리즘 정착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거든.”
“이 와중에 문화권도 관심사도 다른 해외 시청자들이 유입되면 알고리즘 데이터가 더 난잡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게 현 상황의 요점이다.”
박주호의 말에 최병훈이 손을 내저었다.
“아니, 너무 심각하게는 받아들이지 말고. 이 자식은 매번 최악에 대비한다고 심각하게 생각한다니까?”
“그게 매니저가 할 일이니까.”
“아, 됐고. 아직 비율이 낮으니까 괜찮아. 하지만 미리 대비해 둘 필요는 있다는 거지.”
“대비? 어떻게?”
해결책이 있다는 뜻이 분명했다. 이경복의 물음에 박주호가 스마트 링크를 조작했다.
“혹시 ‘세영아버지’라는 큐튜버 들어본 적 없나?”
“어…… 모르겠는데.”
그 대답과 함께 큐튜브 채널이 나타났다.
[세영아버지]
[구독자 – 170.4만 명]
채널 영상의 썸네일은 대부분 음식이었다.
“요리 채널을 운영하는 쉐프 출신의 큐튜버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야.”
이내 다른 채널이 옆에 나타났다.
[세영아버지-게임&수다]
[구독자 – 68.3만 명]
분명 같은 인물인데 영상의 썸네일이 달랐다. 조금 전에는 요리 일색이었다면 게임과 소통 영상으로 가득했다.
“이분은 너와는 약간 경우가 다르지만 채널 분리의 좋은 예지.”
“채널 분리?”
“그래. 알고리즘이 꼬이지 않도록 다른 성격의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는 거다.”
“우리도 풀영상을 따로 올리잖아. 그보다 더 명확하게 분리를 하는 거지.”
최병훈이 첨언했다.
이경복 역시 본 채널 외에 전체 플레이 영상이 올라오는 부 채널을 운영 중이었다.
“해외 팬들을 생각해서 글로벌 채널을 따로 파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음음, 그러면 큐튜브 댓글창도 뒤섞이지 않고 좋지.”
이경복은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해결책이 있다면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
“하지만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감수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
“단점?”
“지금 보는 것처럼 채널이 나누어지면 채널 규모의 축소는 불가피하다.”
“아, 그러네.”
풀영상 채널은 기존 채널에 덧붙이는 개념이라면 이 경우는 채널을 갈라서 나누는 개념이었다.
총 구독자의 숫자는 변함이 없을지 몰라도, 각 채널의 규모는 축소되니 그만큼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경복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보면 이게 맞는 거잖아? 그래서 얘기를 꺼낸 걸 테고.”
“그건 그렇지.”
“그럼 됐네. 구독자 숫자야 방송을 하다 보면 다시 모일 테고.”
그는 싱긋 웃으며 결정을 내렸다.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배어나왔다.
두 친구는 그런 친구의 태도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하나 더.”
“응?”
“채널 분리를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잖냐. 이게 유일한 대비책은 아니거든.”
최병훈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내 그는 다른 홀로그램을 띄웠다.
“이건?”
“정기 후원이라는 게 트라이에만 있는 건 아니거든.”
“큐튜브의 정기 후원 시스템, 큐튜브 멤버십이다.”
트라이 시청자들이 스트리머에게 정기 후원을 하는 것처럼 큐튜브 시청자들도 큐튜브 채널에 정기 후원을 할 수 있었다.
“그냥 돈만 받는 시스템은 당연히 아니다. 큐튜버는 ‘멤버 전용’ 영상을 제공할 수 있지.”
“잠깐, 그 말은……”
그 설명에 이경복은 친구들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 해외 팬들을 위한 영상을 따로 제공할 수 있는 거다.”
“정기 후원자와 일반 시청자, 데이터 수집을 이원화시키니까 알고리즘에 영향도 줄어들겠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병훈이 엄지와 검지를 맞붙여 고리를 만들고 흔들었다.
“이게 또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되거든.”
멤버십 운영으로 부가적인 소득이 발생한다.
이경복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문제가 생겨도 해결에 그치지 않고 이익을 끌어내다니.
“완벽하네.”
자신과 친구들.
세 사람이 모여 ‘팀 퍼펙트’라는 게 새삼 실감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