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41화 (141/491)

141화 - 공략 (불)가능 (1)

회의 결과는 큐튜브 멤버십 서비스로 결정됐다. 그러나 바로 회의가 끝난 건 아니었다.

“트라이의 티어처럼 멤버십도 등급을 구분할 수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가격 설정을 네가 한다는 점이지.”

“오? 그래?”

“그래도 당장은 등급을 구분하기보다는 하나로 통일해서 운영하는 게 좋을 거야.”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구분해 두면 트라이처럼 등급별로 혜택을 줘야 되니까 그런 거지?”

“그래, 하지만 지금 우리가 제공할 혜택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해. 가격도 일단 혜택을 먼저 마련하고 정하는 게 수순이겠지.”

박주호의 말에 최병훈이 뒤를 받았다.

“해외 팬들을 위한 영상이라고 해도 단순히 자막 제공만으로는 메리트가 없어. 그보다는 돈 값하는 요소가 있어야 되지 않겠냐?”

“그건 그렇지.”

자막은 기존 영상에도 추가하면 그만이었고, 몇몇 시청자들이 무료로 팬자막을 추가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자막을 돈 주고 보라고 한다면 역효과가 일어날 게 분명했다.

“어제 방송 끝나고 중계방송 쪽 반응을 좀 살펴봤다. 다들 네 말이 한 박자 늦게 번역되는 걸 불만스러워했지.”

“그래서 우리 둘이 생각을 좀 해 봤는데, 더빙을 하는 건 어떨까?”

“더빙?”

두 친구의 말에 이경복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영어로 녹음을 하라고? 아니, 일본 쪽도 있고 유럽 사람들도 본다며? 그걸 전부 더빙하는 건 어렵지 않아?”

외국어는 이경복의 전문 분야가 아니었다. 물론 대본이 주어진다면 보고 읽을 수야 있겠지만 발음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아, 진짜 이런 걸 찍어서 쇼츠로 올리면 좋을 텐데.”

그 반응에 최병훈이 실실 웃음을 흘렸다.

“더빙에 필요한 건 외국어 실력이 아니다. 네 목소리만 있으면 충분해.”

박주호가 손을 내저으며 답했다. 하지만 이경복은 여전히 의아했다.

“목소리라니?”

“자식아, 직접 게임 해 봤으니까 알잖아? 요즘 음성합성 기술이 얼마나 쩌는데!”

“음성합성? 아…….”

그는 작게 탄식을 흘렸다.

주인공의 대사에 덧씌워지는 자신의 목소리, 그것도 일종의 더빙이 아니던가.

“언어별로 직접 하나하나 더빙할 필요는 없다. 네 목소리와 스크립트만 있으면 더빙은 끝나지.”

“지금 우리한테 개꿀인 게, 이미 네 말은 중계방송에서 다 번역을 해 주고 있다는 점이거든. 스크립트는 그걸 쓰면 될 거고.”

“확실히 그 점은 유리하다. 우리 쪽에서 별도로 번역 비용이 나가지 않으니까. 비중으로 봐도 영어와 일본어면 충분하겠지.”

이미 중계채널에서 직원들이 그의 말을 번역하고 있었으니 그 스크립트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경복은 그 희소식에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완전히 공짜는 아니다. 알아보니까 일반적인 장비로 녹음한 음성은 사용할 수 없다더라.”

“그래? 음, 하긴 그건 그렇겠다.”

목소리를 정확히 데이터로 추출하려면 전문적인 장비가 필요했다. 일반적인 장비로는 잡음이나 노이즈가 낄 수 있었고 음질 자체가 부적합했다.

“일단 결정은 됐으니까 관련 업체나 스튜디오는 내가 알아볼 거다.”

“이거 꼼꼼히 알아봐야 된다. 괜히 시간이랑 돈만 낭비할 수도 있으니까.”

최병훈은 그리 당부하다가 박주호의 시선을 느끼고 헛기침을 했다.

“크흠, 아니. 그냥 잘하라는 거지 인마. 너 깐깐한 거 누가 모른데?”

이경복은 두 친구를 보며 웃다가 이내 눈을 크게 떴다.

‘잠깐…… 녹음이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 생각에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야, 나도 한 번 알아볼게.”

“뭐?”

“네가?”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두 친구가 홱 고개를 돌렸다.

“아니, 이건 내 일이다. 넌 방송에만 신경 써.”

“그래, 이건 매니저가 해야지. 방송 외적인 일은 우리가 전담한다니까?”

친구들의 만류에 이경복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 각 잡고 찾아보겠다는 건 아니고. 그냥 알 만한 사람이 있어서 물어보려는 거야.”

대답이 돌아왔지만 두 친구의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알 만한 사람이 있다고?’

‘이 녀석이 음향 관련해서 인맥이 있었던가?’

* * *

늦은 오후, 어느 쿠킹 스튜디오.

밝은 조명과 여러 카메라가 비치된 주방.

그곳에 스위티즈 멤버들이 있었다.

띵하는 알림 소리에 막내인 세희가 오븐을 열었다.

“우와!”

“와, 진짜 잘 됐다!”

“이거 진짜 우리가 만든 거 맞아?”

다른 멤버들이 환하게 웃었다. 이내 그녀들 뒤로 양손에 장갑을 낀 리더, 윤나라가 나타났다.

“다들 조심!”

“아니, 언니가 조심해야지!”

“안 뜨거워? 괜찮아?”

“비켜주는 게 언니 도와주는 거야.”

그녀는 재잘대는 멤버들을 뒤로하고 트레이를 꺼냈다. 그리고 배운 대로 과자 부분, 코크가 식기를 기다렸다가 필링을 채우고 그 위에 각자 토핑을 올렸다.

“짠! 이렇게 우리 브릭스 여러분들을 위한 마카롱이 완성됐습니다! 그럼 각자 설명을 좀 드려볼까요?”

“저는 크런치가 좋더라고요. 나름 씹는 맛도 더 좋고!”

“저는 좀 알록달록한 게 꾸며봤어요. 이거 이름이 뭐더라? 아, 스프링클! 스프링클!”

“에이, 뭐니 뭐니 해도 순정을 따라잡을 수는 없지! 저는 초코펜으로 B,R,I,X만 썼어요.”

“나도 토핑 아래 써놨거든?”

“일단 맛이 중요한 거지!”

그리 장난스럽게 멤버들이 설명을 마치고 윤나라가 방송의 마무리를 지었다.

“자, 오늘 ‘디저트 프롬 스위티즈’ 어떠셨나요? 우리 브릭스 여러분들이 마음에 들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오늘 촬영은 스위티즈 큐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이른바 ‘자컨’, 자체 제작 컨텐츠였다.

“다음 사인회 때 꼭 와서 드셔주세요!”

“진짜 열심히 연습했거든요?”

옆에서 멤버들이 추임새를 넣었다. 윤나라는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다음 영상에서 만나요!”

“당신의 하루를 달콤하게!”

“스위티즈였습니다!”

마지막 인사와 더불어 카메라 뒤편에 있던 PD가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와 함께 카메라 불빛이 꺼졌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스튜디오 내 스탭들이 일제히 인사를 올렸다. 스위티즈 멤버들도 스탭들을 둘러보며 인사를 나누었다.

“한 번 드셔 보시겠어요?”

“맛이 어때요?”

이내 멤버들은 마카롱을 스탭들에게 나누어주며 물었다. 그리 스튜디오가 부산스러워진 사이 윤나라는 슬쩍 스마트 링크를 확인했다.

[P> 혹시 음향 관련 스튜디오 추천해 줄 만한 곳 있어?]

도착한 지 약간 시간이 지난 퍼플의 메시지. 그녀의 고개가 절로 기울었다.

‘음향? 갑자기 스튜디오는 왜 찾는 거지?’

의문은 곧바로 메시지로 이어졌다. 의외로 답변은 금방 돌아왔다.

[P> 아, 그게 사정이 좀 있는데.]

그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

덕분에 윤나라는 바로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소속사랑 전속 계약한 스튜디오라면 그 정도는 문제없겠지만……’

음반 작업을 하는 만큼 음향 장비의 수준은 내세울 만했다. 그곳을 빌릴 수 있다면 원하는 음질의 샘플을 녹음할 수 있을 터였다.

‘아무나 올 수 없는 곳인데.’

하지만 ‘전속’계약한 곳이었기에 허락 없이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는 장소기도 했다.

그러나 윤나라의 고민은 짧았다.

‘빚은 갚아야지.’

그녀는 퍼지데이 뒤풀이를 떠올렸다. 그가 자신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았나.

‘그 비밀스러운 장소에 비교하면 어려운 일도 아니고.’

스튜디오를 대신 예약하는 건 그 노력에 비하면 쉬운 일이었다.

이에 그녀는 가볍게 답장을 썼다.

[NT> 조금만 기다려.]

[NT> 준비는 이쪽에서 할 테니까.]

* * *

저녁, 2일 차 데머크 체험 방송의 시간이 다가왔다.

“트하! 반갑습니다!”

그의 인사와 함께 채팅창이 바로 반응했다.

-퍼하!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려왔다우

-퍼란테! 퍼란테! 퍼란테!

-전미가 인정하고 일본 열도를 놀라게 한 월클 등장!

-무친ㅋㅋㅋㅋ 렉카 본인이냐고 ㅋㅋㅋ

-근데 맞말이라는 게 함정 ㅋㅋ

-2개월 만에 외국 밈을 만든 스머가 이따?!

시청자들의 잔망스러운 채팅에 이경복은 웃음을 흘렸다.

[‘제로연차투더헬’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번 휴가는 갓플과 지옥에서 보낸다 이 말이야]

[‘들린다들려’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코노 방구미와 개꺼무, 데붕, 송뇨단노 데쿄데 오쿠리시마스]

[‘수신료의가치’님이 ‘1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킹직히 갓플 방송을 국영으로 지정해야 됨 ㅋㅋㅋ]

이어 또다시 쏟아지는 후원. 첫날 다 읽어 줄 수 없다고 고지했음에도 후원의 양은 전혀 줄지 않았다.

이경복은 이에 다시금 감사를 표하며 가볍게 손뼉을 쳤다.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잠시 공지드릴 게 있습니다.”

-공지? 나쁜 거 아니지?

-개껌쉑들 뭔가 저지른 거냐구!

-않이ㅋㅋㅋ 표정 보니까 나쁜 이야기는 아닌데ㅋㅋㅋ

-ㄹㅇㅋㅋ 일단 의심부터 하누

올라오는 채팅에 이경복은 손을 내저었다.

“아, 본방송은 상관없습니다. 중계방송을 보시는 해외 시청자분들에게 드리는 공지입니다.”

그 말에 솟아오르는 물음표들.

“조만간 퍼튜브에 멤버십이 개설됩니다. 자막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더빙 영상이 업로드 될 예정이에요. 다만 더빙에 비용이 좀 들어서 불가피하게 멤버십 가입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이경복은 차분히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전달했다.

-헐? 더빙?

-양덕과 일덕들도 챙기는 이 서윗함 무엇?

-5252, 어디까지 퍼펙트해질 셈이냐고!

-그러고 보니까 해외 트수들은 구독도 후원도 안 하고 있었네?

-아 ㅋㅋ 이런 좋은 방송을 공짜로 본다? 괘씸하그등요?

-역시 제로백 버스 기사 ㅋㅋㅋㅋ 무임승차도 바로 막아 버리쥬?

-???: 이런 건 돈 주고 봐야 돼!

-대체 어디까지 앞을 내다본 겁니까 추놈센세……

시청자들은 그 공지를 흡족하게 여겼다. 그리 내용 전달을 마친 이경복이 가볍게 손뼉을 쳤다.

“이상입니다. 그럼 바로 데머크 체험을 이어가 보죠!”

이경복은 바로 게임을 실행했다.

그와 함께 새롭게 진행되는 컷신.

-오?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

-여가 어디여?

-무슨 군사 지역 같은 곳인가?

꽤 넓은 부지에 여러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그 가운데 듀란테와 베아트리체가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이내 그곳의 정체를 유추했다.

-디바인 에이전시네 ㅋㅋㅋ

-맞네 ㅋㅋㅋ 사람들 제복 입고 돌아다니는구먼

-성기사쉑들 눈 예쁘게 안 뜨네?

-않이;;; 지들이 불러놓고 태도 무엇?

곳곳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하얀 제복을 입고 있었고, 무장한 성기사들이 듀란테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 베아트리체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듀란테는 묵묵히 걸음을 내디뎠다.

이내 그들 앞에 한 성기사가 달려왔다.

“어서 오십시오, 성녀님. 지부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무래도 마중을 나온 모양.

하지만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마중을 반기지 않았다.

“이거 듀란테는 완전히 무시하네요?”

-진짜 ㅋㅋㅋ 성녀눈나만 부르는 거 보소

-아 ㅋㅋ 몰살루트 좀 만들어달라고

-지부장이면 여기가 본부는 아닌 듯?

-지부장이면 직접 나와야 되는 거 아님?

-ㄹㅇㅋㅋ 더 괘씸하쥬?

정작 듀란테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그저 묵묵히 성기사의 뒤를 따랐다.

오히려 옆에 있는 베아트리체가 슬쩍 슬쩍 듀란테의 눈치를 살폈다.

-우리 눈나 눈치 보는 거 커엽ㅋㅋㅋㅋ

-건방진 성기사쉑들 때문에 애꿎은 성녀눈나만 맘고생하누 ㅠ

-듀란테는 진짜 아무렇지 않은 듯?

-상남자특) 일희일비하지 않음

그리 걷던 와중 불쑥 듀란테가 걸음을 멈추었다. 이내 돌아간 시선, 그 끝에는 운송 중인 거대한 금속 컨테이너가 보였다.

그 컨테이너를 호위하듯 주변에는 성기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건 뭐지?’

이경복은 불쾌감을 느꼈다.

적대적인 성기사들이 가득한 곳이라 당연한 일이었지만, 컨테이너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종류가 달랐다.

“듀란테?”

그 사이 베아트리체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듀란테는 대답 대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건물 전경을 보여 준 후 화면이 전환됐다.

-연구실 같은 곳인가?

-뭔 그래프가 이리 많누

-교단이라더니 하이테크 뭐냐구!

-저 인간이 지부장인가?

갖가지 홀로그램 그래프가 허공에 투사되어 있었고, 각종 전자 장비들이 가득한 방이었다.

그 가운데 한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뭔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듀란테와 베아트리체가 들어왔건만 전혀 눈치채지 못한 기색이었다.

“흠흠, 카론 지부장님?”

그녀가 목소리를 내자 남자는 번쩍 고개를 들더니 몸을 돌렸다.

“오오, 성녀님! 오셨습니까? 그럼 이쪽이 그 듀란테 님이시겠군요!”

남자, 카론은 환하게 웃으며 한걸음에 그들 앞으로 달려 왔다.

-앗……!

-머머리에 커다란 안경 ㅋㅋㅋ

-바로 환영하는 거 보면 일부러 무시한 건 아닌 듯?

-이건 대놓고 과학자 아니냐?

-텐션 보니까 매드 사이언티스트 각이 보인다 ㅋㅋㅋㅋ

-ㄹㅇㅋㅋ 딱 봐도 연구하다 못 나온 거임

-그러면 대학원생 아님?

-무친ㅋㅋㅋ 대학원생 ㅇㅈㄹㅋㅋㅋ

시청자들은 웃음을 흘렸다. 다른 성기사들과 달리 반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이경복도 마찬가지였다.

‘조력자 포지션인가 보네.’

그에게 적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카론은 듀란테를 빠르게 위아래로 훑었다.

“뭐 하는 거지?”

“예? 아아,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반인반마는 꽤 희귀한 케이스라 연구욕이 샘솟아서 말이죠.”

카론은 낮은 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다. 듀란테는 이에 코웃음을 흘렸다.

“연구라, 그래서 악마들을 산채로 잡아두는 건가?”

“오! 어떤 이유로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대체 어떻게……?!”

그 물음에 두 사람이 동시에 반응했다. 카론은 호기심을, 베아트리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곳곳에 썩은 내가 진동을 하는데 모를 수가 있나.”

“이거 정말 흥미롭군요! 악마끼리는 서로의 존재를 감지하는 건가요? 진짜 냄새입니까? 이 사실을 응용하면 악마 탐지 장치를 개발……”

“카론 지부장님!”

카론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자 베아트리체가 그를 제지했다.

“이런, 또 실례를 범했군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도저히 생각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이 악마의 힘을 이용한다면, 단순히 생존만이 아니라 문명이 얼마나 진보될지 너무 기대가 되는 터라!”

-근데 왜 아직도 머머리?

-악마의 힘으로도 개발하지 못한 발모제……

-생각해보니 악마들도 대부분 대머리 아니냐?

-ㄹㅇㅋㅋ 뿔이나 이런 거 빼면 민머리자너

-않잌ㅋㅋㅋ 너무 한 거 아니냐고ㅋㅋㅋㅋ

-아 그래서 듀란테 머리가 풍성하구나

-뭔솔?

-탈모임을 거꾸로 하면?

-엌ㅋㅋ 임모탈 ㅋㅋ 데몬 헌터ㅋㅋㅋ

-불멸의 모근 너무 부럽쥬?

시청자들이 드립에 매진하는 사이 카론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보십시오! 이 얼마나 놀라운 발명입니까?”

카론의 손에는 은빛 큐브가 놓여 있었다. 그 생김새가 퍼즐용으로 사용되는 루빅스 큐브 같았다.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각각의 큐브 조각이 호흡하듯 부풀었다가 줄어든다는 사실이었다.

“이게 그 교단이 자랑하는 ‘셀레스티얼 큐브’인가.”

흥분한 카론과 달리 듀란테는 담담히 말했다.

-딱 봐도 뭔가 이따

-이게 그거 아님? 성기사 무기?

-큐브로 싸운다고?

-ㄴㄴ 악마의 피가 있으면 변하는 거 아님?

-콘솔판이랑 비슷한 요소 가져 왔누 ㅋㅋㅋ

-리부트면 시스템 계승해야지 ㅋㅋ

시청자들의 추리는 바로 증명됐다.

“오오, 알고 계시는군요? 이 큐브 덕분에 얼마나 많은 성기사들이 악마와 싸울 힘을 얻게 됐……”

“자랑 따위 들으러 온 게 아니다.”

듀란테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

“지옥에 갈 방법, 말해.”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지식이란 언제나 추구하는 자의 것이니까 말입니다. 자, 그럼 일단 데이터를 보시면서……”

카론이 한 걸음 물러나며 설명을 시작한 순간이었다.

갑자기 후웅하는 소리와 함께 전자 장비들이 일제히 꺼졌다. 이내 곧바로 붉은 비상등이 들어오며 디스플레이에 감시 카메라 영상이 나타났다.

이윽고 들려오는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

“이게 무슨……?!”

“어떻게 된 거죠?!”

카론과 베아트리체가 그 영상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이내 듀란테의 시선과 함께 이경복과 시청자들도 상황을 알 수 있었다.

-헐?

-뭐임? 갑자기 왜 난리 남?

-생포한 악마들 탈출한 듯?

-ㅉㅉ 성기사쉑들 내 이럴 줄 알았다.

건물이 무너지고 악마들이 쏟아져 나왔다. 성기사들이 그에 맞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게 대체?! 이런,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악마들은 모두 쇠약해진 상태였는데? 격리시설을 나올 힘이 없었을 텐데?”

카론은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말끝을 올렸다.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닌지 성기사들도 악마들을 수월하게 진압했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카론 지부장님! 악마들 시체가……!”

쓰러진 악마들의 시체에서 검은 덩굴 같은 것이 자라났다. 그 덩굴은 방심한 성기사들의 몸을 관통하더니 이내 잠식해 나갔다.

“기생종인가!? 설마 시체에 숨어서?!”

카론이 발작하듯 소리를 높였다.

이경복은 그제야 다른 종류의 불쾌감이 뭔지 짐작했다.

“아까 듀란테가 본 컨테이너에 이것들이 숨어 있었나 봅니다.”

-오! 맞네 ㅋㅋㅋㅋ

-갑자기 듀란테가 왜 멈췄나 했는데ㅋㅋㅋ

-역시 컷신에 나온 장면은 다 이유가 있다 이말이야

-악마들 피 뽑아 먹으려다가 역풍 맞았누

시청자들도 그 의견에 동감했다.

“모두가 위험해요……!”

사색이 된 베아트리체가 먼저 뛰쳐나갔다. 반면 듀란테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동정심도 엿보이지 않았다.

“듀란테님! 도와, 도와주십시오!”

“내가? 왜?”

카론이 이어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그가 구하고자 하는 건 성기사들이 아니었다.

“격리시설 옆에 데이터 센터가 있습니다! 듀란테 님이 원하시는 방법도 그 안에 담겨 있어요!”

이어지는 그 말에 듀란테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방법과 별개로 처리 비용은 확실히 받을 거다.”

“얼마든지요! 아, 이걸 가져가십시오! 도움이 될 겁니다!”

카론은 돌아서는 듀란테를 향해 셀레스티얼 큐브를 던졌다. 듀란테는 눈도 돌리지 않고 그것을 받아냈다.

이윽고 전환된 화면.

듀란테는 건물을 나왔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타오르는 불길, 그리고 무너진 구조물들.

바깥 상황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여러분……!”

베아트리체는 덩굴에 잠식된 성기사를 마주하며 참담함을 숨기지 않았다.

-성녀눈나 맴찢 ㅠ

-너무 착하자너

-???: 몰살루트 드렸습니다^^

-않이;;; 이런 식으로 몰살루트를 만들었을 줄은 몰랐는데

-혀엉! 얼른 눈나 구해줘잉!

시청자들은 컷신이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통제권은 돌아오지 않았다.

“구해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베아트리체는 그리 말하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덩굴에 잠식되어 타락한 성기사들이 그녀를 향해 짓쳐들어온 순간, 듀란테가 순식간에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듀란테?”

“방해되니까 비켜.”

그의 대답과 함께 타락 성기사의 몸이 조각나 흩어졌다.

-크으! 역시 상남자!

-상남자특)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줌

-그거 완전 갓플 아니냐 ㅋㅋㅋ

-당연한 거 아님?

-ㄹㅇㅋㅋ 퍼펙트-듀란테자너

-갓플과 듀란테의 평행이론

시청자들은 듀란테의 힘에 기꺼워했다.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이게 무슨……?”

베아트리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철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조각난 성기사가 꿈틀거렸다.

절단된 육편 사이에 덩굴이 자라나 다시 형체를 구축하고 있었다.

“사,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끄아아악!”

생존자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베아트리체의 얼굴이 더욱 새하얗게 변했다.

“네가 할 일을 해.”

그녀를 등지고 듀란테가 말했다. 그 목소리에 베아트리체의 눈동자가 다시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짧게 심호흡했다.

“사람들을 출구로 인도할게요. 뒤는…… 부탁드리겠습니다.”

듀란테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옼ㅋㅋ 난 뻗대다가 발암캐 될 줄 알았는데

-ㄹㅇㅋㅋ 같이 싸우겠다고 질척거리다가 오히려 짐 되는 경우 많자너

-히로인 스택 착착 적립해버리기~

-아 ㅋㅋ 개껌 히로인이 쩌는 건 이미 허니드라로 증명됐쥬?

시청자들은 그 상황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듀란테는 되살아난 타락 성기사를 바라보다가 짧게 혀를 찼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 볼까.”

그는 카론이 건넨 큐브를 잡았다. 강하게 움켜쥐자 큐브가 쩌적거리며 비틀렸다.

그 행동에 채팅창은 물음표로 가득해졌지만 큐브가 으스러지는 건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찢어진 손아귀에서 붉은 핏물이 큐브에 배어들었다.

-오오?

-무친 ㅋㅋ 이런 식으로 발동을 시키네 ㅋㅋㅋ

-아 ㅋㅋㅋ 핏방울 떨어뜨리는 건 하남자들이나 하는 거라고

-하남자 ㅇㅈㄹㅋㅋㅋㅋ

부서진 큐브 조각들이 진동하며 그의 왼손을 휘감았다. 마치 유기물처럼 서로를 얽어맨 조각들은 이내 건틀릿 형태로 변해 안착했다.

“제 차례네요.”

그와 함께 컷신 종료.

이경복은 통제권을 되찾았다.

[‘셀레스티얼 큐브’는 일시적으로 악마의 특성을 상쇄시키고 악마에 따라 다른 형태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Tip> 특성 상쇄는 접촉 상태에만 유지 됩니다!]

[Tip> 접촉 후 키워드, ‘큐브’를 떠올리면 형태가 변화합니다. 변형시간은 접촉시간에 비례합니다.]

그 앞에 나타난 안내 메시지.

-특성 상쇄라고? 난이도 떡락 아님?

-접촉 상태라자너 ㅋㅋ

-ㅇㅇ 계속 붙어있어야 상쇄가 되는 거

-게다가 왼손도 못 쓰게 되는 거니까 페널티가 더 클 듯?

-ㄹㅇㅋㅋ 난이도 떡락이 아니라 떡상 요소지

-변형은 또 뭐지?

-아 ㅋㅋ 일단 보면 안다고

-혀엉! 얼른 보여줘잉!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이경복은 웃음을 흘렸다.

“저도 궁금하네요. 바로 시험해 보겠습니다.”

그는 메시지를 치우고 전투에 돌입했다. 회복을 마친 타락 성기사를 비롯해 곳곳에서 다른 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 정리부터 하죠.”

사방은 물론 무너진 잔해 위에서 습격까지.

보통은 놀라 악마화를 발동했겠지만 이경복은 달랐다. 그는 짧게 호흡을 가다듬고 대검을 잡았다.

-5252, 유일검을 상대로 숫자가 고작 이것뿐이냐굿!

-그냥 듀란테도 쓱싹인데 ㅋㅋ 퍼펙트-듀란테면 너무 쉽지

-상남자특) 당황하지 않음

-ㄹㅇㅋㅋ 남자가 묵직한 맛이 있어야지

-어디가 묵직해야 하는 거죠?

-않잌ㅋㅋㅋ 제발 그만하라고!

이경복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타락 성기사들은 온 순서대로 조각이 났다.

그리 쓰러진 성기사들이 재차 회복되는 사이 이경복은 마지막에 덤벼든 놈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되면 특성이 상쇄된다는 거죠? 한 번 잘라 보겠습니다.”

-카와이하게 잘라볼게요^^

-ㅎㄷㄷ 다시 돌아온 강의시간

-가붕아 후배 받아라!

-오? 건틀렛 위에 무슨 선 생김!

-악마의 피를 흡수하는 것인가?

-큐브 : 퍼가요^^

-뭘 퍼가 ㅅㅂㅋㅋㅋㅋ

시청자들 말처럼 건틀릿 위에 검붉은 선이 차올랐다. 이경복은 일단 붙잡은 성기사를 도륙했다.

이윽고 절단면에서 돋아난 덩굴, 그러나 그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말라비틀어졌다.

“오, 보이시나요? 컷신이랑 다르네요. 지금 쓰러져 있는 성기사들과도 다르죠?”

-학생들 수업 잘 듣는지 물어보는 교수님 ㅎㄷㄷ

-야야, 눈 마주치지 마

-트수들 학교 다닐 때 버릇 나오누 ㅋㅋ

-센세! 이제 형태 변환 보여줄 차례입니다!

-사실 이게 더 기대 됨 ㅋㅋㅋ

-ㄹㅇㅋㅋ 상쇄는 대충 예상했음

이제 다음은 ‘변형’ 기능을 선보일 차례. 이경복은 키워드를 속으로 읊었다.

그러자 손바닥에 진동이 느껴지더니 쏵하는 파공음과 함께 갈고리가 발사됐다.

“오, 덩굴이라서 이런 식으로 변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경복은 짧게 탄사를 흘리며 손을 틀었다.

휘어진 갈고리가 재생을 끝내고 일어난 타락 성기사의 몸통을 관통했다.

철컥하며 함께 고정된 갈고리는 이내 촤르륵 소리를 내며 적을 그 앞으로 빠르게 끌어당겼다.

이경복은 그 힘을 이용, 접촉과 동시에 성기사의 머리를 대검으로 양분했다.

-??

-저걸 바로 적중시킨다고?

-컨트롤 무엇?

-무친ㅋㅋㅋㅋ적응력ㅋㅋㅋㅋ

-아 ㅋㅋ 퍼펙트-듀란테는 연습 같은 거 안 한다고

-그냥 하면 되는데요?(진짜임)

첫 능력 사용임에도 깔끔한 활용에 시청자들은 감탄을 토했다. 그와 별개로 이경복도 작게 탄사를 흘렸다.

“이거 재미있는 기능이네요. 이런 식이면 악마들에 따라 다양한 액션이 나오겠는데요?”

분명 안내 메시지에는 악마에 따라 다른 형태라 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다양한 액션을 선보일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 액션을 선보일 주인공은.

-캬! 이게 근본이지!

-스타일리쉬 액션의 빛버지 ㅠ

-아 ㅋㅋ 킹직히 난 줘도 못쓰긴 하는데 갓플이라 기대함

-ㄹㅇㅋㅋ 변형시키겠다고 접촉하다가 끔살 당함

-근본과 퍼펙트의 조합? 이건 못 참지 ㅋㅋㅋㅋ

다른 누구도 아닌 퍼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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