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화 - 공략 (불)가능 (3)
이경복이 호기롭게 도전 선언을 마치자 시청자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누어졌다.
-ㅔ?
-이걸 받아들인다고?
-개발사 공인 공략 불가인데?
-분위기에 너무 떠밀리는 거 아님? ㅋㅋㅋ
그 첫 번째는 우려였다.
그들 대부분은 이번 데몬 머스트 크라이의 올드비로 새로이 유입된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의견은 소수에 불과했다.
-아 ㅋㅋ 이거지! 이게 퍼펙트지!
-도전을 피한다? 그건 퍼펙트하지 않거등요?
-또전드 각 날카롭고 ㅋㅋㅋ
-아직 불신자가 남아 있다니 ㅉㅉ
-아니! 퍼란테는 된다니깐!?
-ㄹㅇㅋㅋ 같은 데붕이지만 첫 방송 보고도 판단이 안 서나?
-젊은 친구들이 이해 좀 해줘^^
-나이 들면 도전을 피하자너 ㅋㅋㅋ
채팅창에는 그의 도전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첫 방송에 감화된 올드비들과 기존 시청자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덕이었다.
이경복은 채팅을 보고 웃음을 흘렸다.
“잠깐 시작에 앞서 하나 당부 드릴게요.”
그 말에 주의가 모두 그쪽으로 돌아갔다.
“지금부터 보시는 플레이는 예외에 해당합니다. 원래 목표는 탈출이라는 거 명심해 주시고, 처음 데머크를 즐기실 시청자분들은 따라하지 마세요.”
-여기서 기만 숨결을 첨가해준다고?
-혀엉! 지금까지 플레이는 전부 우리한테 ‘예외’였어!
-처음 하는 사람은 따라 하지마세요 (처음 하는 사람이 한 말)
-자연스럽게 퍼기만 보충 해버리쥬?
-ㄹㅇㅋㅋ 왜 자기는 스리슬쩍 빼버리냐구웃!
-동작 그만, 퍼플 빼기냐?
-건드리지 마러! 손모가지 날아가붕께!
-퍼펙트네? 퍼펙트여?
-명대사 술술 나오누 ㅋㅋ
-그저 정당하게 게임만 하고 싶었던 갓귀 센세 ㅠ
흥에 겨운 시청자들 채팅에 이경복은 웃음을 흘렸다. 경고는 이 정도로 충분할 터였다.
그가 데이터 센터를 나와 격리시설 쪽으로 움직였을 때였다.
<듀란테 님!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확성기를 통해 카론의 목소리가 다시금 울려 퍼졌다.
<설마 저걸 상대하시려고요!? 아무리 당신이라도 무모합니다!>
-엌ㅋㅋㅋ 탈출미션 확실하고
-근데 킹반인들한테는 무모한 게 맞지 ㅋㅋㅋ
-개껌이 여기까지 배려를 해줬누
-카론 입장에서는 찐 당황일 듯 ㅋㅋ
카론의 만류에 시청자들은 다시금 이번 미션은 탈출이 목표라는 걸 상기해냈다.
하지만 이미 퀘스트를 받은 바, 이경복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잠시 제 이야기라도 좀 들어 주십시오!>
이에 카론은 방침을 바꾼 모양이었다.
<저라고 놀고 있던 건 아닙니다. 백업 데이터를 회수하시는 동안 덩굴 샘플을 분석했습니다!>
-분석?
-맨 처음 갓플이 썰어버린 성기사 시체에서 채취한 듯?
-오 ㅋㅋㅋ 그래도 양심은 있누
-두발도 없는데 양심은 있어야지
-헉ㅋㅋ 말넘심 ㅋㅋㅋ
-머리 감았는데 바로 배수구 막히면 내 업보다 생각하십쇼 ㅋㅋㅋ
그 말에 이경복은 걸음을 멈추었다. 아무래도 개발사에서 준비해 둔 게 있는 모양이었다.
<그 덩굴의 체액에서 마비 성분이 검출됐어요. 숙주를 마비시키고 침투, 내부에서 증식하는 겁니다! 그렇게 잠식한 신체를 이용해 재생까지 합니다!>
-마비 효과도 있었음?
-몰?루
-아 ㅋㅋ 갓플이 당했어야 알지
-마비효과(적중X)
-그러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 ㅋㅋㅋ
지금까지 공격을 허용한 적이 없으니 생소한 정보였다.
<저 거대식물은 이 기생종의 모체가 분명합니다. 그러니 같은 특성, 아니! 더 강력한 특성을 지녔을 겁니다! 그래도 가실 겁니까?!>
카론은 그 분석 결과를 통해 듀란테의 마음을 돌리고 싶은 것 같았다.
“여러분 다들 들으셨죠?”
그러나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개발진이 방지턱을 여럿 준비했습니다. 그, 다른 게임처럼 또 괜히 챌린지 만들지 마시고 게임 먼저 즐기시는 걸 권장 드립니다.”
-그 발언 ㅋㅋㅋㅋ
-혀엉? 아직도 트수들 습성을 모르는 거야?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쥬? 완전 청개구리쥬?
-이렇게 또 챌린지가 추가 되나요 ㅋㅋㅋ
-갓플 성공하면 바로 벌목챌린지 만들어야지 ㅎㅎ
-벌목챌린지 ㅇㅈㄹㅋㅋㅋㅋ
-밍나! 하지 말라면 하지마루요!
-ㄴㄷㅆ 쳐내!
즉각 돌아온 시청자 반응에 이경복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는 더 당부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거리가 가까웠던 만큼 보스가 있는 격리시설까지는 금방이었다.
“오, 가까이서 보니까 더 큰 것 같습니다.”
이경복은 고개를 젖혀 위를 올려다보았다.
굵직한 덩굴이 서로 얽힌 채 솟아나 옥상을 뚫고 솟아나 있었다. 천년을 살았다는 거목도 이보다는 작을 터였다.
-진짜 이걸 잡는다고?
-(게말콘)(게말콘)(게말콘)
-막상 보니까 어질어질하누;;
-이 정도면 중장비 몰고 와야 되는 거 아니냐?
-게다가 그냥 나무도 아니고 기생종임ㅋㅋㅋ
-아 ㅋㅋ 아무튼 갓플은 할 수 이따!
시청자들도 그 크기에 암담함을 느꼈지만 이경복에 대한 믿음이 더 컸다.
‘음?’
그는 바로 시선을 내렸다.
무너진 격리시설의 잔해 너머로 보스와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위협이 감지됐다.
그 정체는 곧바로 밝혀졌다.
“가고일?”
잔해를 뛰어넘어 그 앞에 착지한 악마는 다름 아닌 가고일이었다. 그러나 하나 특이한 점이 있었으니.
-엥? 머리가 없누?
-머리 대신 덩굴이 자라나 있네 ㅋㅋㅋ
-이거 HOXY?
머리가 있어야 할 곳에 덩굴이 뻗어 나와 있었다. 그 사실에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떠오르는 게 있었다.
-너, 가붕이니?
-네가 여기서 왜 나와?
-아 ㅋㅋ 성녀눈나가 피 뽑는다고 이송했잖슴!
-엌ㅋㅋ 맞네 ㅋㅋㅋ
-무친ㅋㅋㅋㅋ 가붕이를 두 번 죽이네
-개껌쉑들 인성 무엇?
튜토리얼 보스였던 가고일이 분명했다. 이경복은 여유롭게 검을 빼 들었다.
“한 번 죽인 거 두 번은 어렵지 않죠.”
-?
-거짓말! 한 번도 안 어려웠잖아!
-ㄹㅇㅋㅋ 어려운 게 아니라 실험한 거였잖슴!
-차라리 죽이는 게 자비였다 ㅠ
-킹직히 가붕이 지성 남아있었으면 바로 도주했다 ㅇㅈ?
-진짜 ㅋㅋ 가붕이 영혼이 와서 인정할듯
-???: 제발 이번에는 단칼에 죽여주세요!
-아직도 죽은 가붕이의 목소리가 들려… 우리 곁에 있는 것만 같아…
-갑분꽁트 뭐냐고 ㅋㅋㅋㅋ
이경복은 옅은 미소와 함께 검을 겨누었다.
그저 숙주가 된 가고일을 처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는 돌진해 오는 가고일의 공격을 회피하며 다리를 베어 넘겼다. 이어 쓰러지는 등을 건틀렛으로 짚고 약점 부분을 찍어 눌렀다.
-캬! 순삭이쥬?
-엌ㅋㅋㅋ 가붕이 빠른 퇴장
-그래, 그거면 된 거야……
-이제야 겨우 성불할 수 있어!
-튜토리얼 하느라 고생했어 가붕쿤!
-기억할게!(안함)
시청자들은 그에 통쾌해하다가 한 가지 의문을 떠올렸다.
-근데 이러면 건틀릿 변형은 어떻게 됨?
-갈고리 아님?
-가고일한테 석화 능력 있지 않았나?
-오 ㅋㅋ 악마 숙주 처리는 처음이라 좀 다를 수도?
-혀엉! 한 번만 보여줘잉!
두 종류의 악마가 융합된 상황에서 셀레스티얼 큐브는 어떻게 변형될 것인가.
이경복 역시 궁금했던 터라 바로 큐브를 발동시켰다.
그 결과.
-에이 그냥 갈고리였누 ㅋㅋㅋ
-기생종이 본체라서 그런 듯?
-쪼꼼 아쉽다잉
발사된 건 갈고리였다.
하지만 아쉬워하는 시청자들과 달리 이경복의 감상은 달랐다.
‘이거, 뭔가 다른데?’
이전에 사용했던 갈고리와는 차이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에게는 설명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쿠구구궁하는 진동과 함께 거대 덩굴이 그 자리로 쏟아졌다.
-헐?
-어씨;;;
-가고일 죽자마자 바로 본체가 나서누 ㅎㄷㄷ
-갓플은!?
폭음과 함께 잔해가 튀어올랐다. 자욱하게 일어난 먼지 사이로 움직이는 신형.
이경복은 이미 그 자리를 벗어나 있었다.
-아 ㅋㅋ 이정도 기습이야 껌이지
-반인반신한테는 안 되지ㅋㅋ
-난 걱정 하나도 안했음^^(축축한 손을 닦으며)
건재한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안도했다. 하지만 이경복의 표정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몸이 좀 둔해졌네요.”
분명 공격은 회피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감각이 둔해지는 게 느껴졌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오자 이경복은 덩굴 사이를 가리켰다.
“아무래도 본체는 체액만이 아니라 마비가 되는 포자를 뿜어내는 것 같습니다.”
가라앉는 먼지와 달리 덩굴 사이에 안개 같은 것이 뿜어지고 있었다. 이를 목도한 시청자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않이;;; 이러면 근접전은 불가 아님?
-개껌쉑들 다시 선 넘네
-권총으로만 상대하라는 거?
-무친 ㅋㅋㅋ 권총으로 저걸 어케 잡누
-그래도 갓플이면 킹능성 이따!
이경복은 시청자들의 의문을 해결해 주었다.
그가 곧바로 권총으로 사격을 개시했다. 총구가 불을 뿜자 보스의 껍질이 갈라지며 탄환이 박혔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기뻐할 수 없었다.
-야잌ㅋㅋㅋ 재생 속도 뭐냐고
-이 정도면 핀포인트 샷으로도 어려울 거 같은데;;
-어나힐레이터도 잡은 일점사격이 안 통한다고!?
-공략 불가능이라더니 진짜네
-이렇게 설정해놓고 공략하라고 등을 떠밀었다고?
-와 ㅋㅋㅋ 개껌 양심 ㅇㄷ?
상처는 곧바로 재생되어 흔적조차 사라졌다. 채팅창의 분위기는 점점 어두워졌다.
-보스가 식물 형태인 이유가 있었네
-탈출미션이라 킹부러 그런 듯
-ㄹㅇㅋㅋ 직접 쫓아오는 적이었으면 절대 못 이길 듯
-원래는 백퍼 탈출하는 길에 다른 성기사들이랑 싸우는 거다 ㅋㅋ
시청자들의 의견은 도전 실패로 기울어졌다.
‘이길 방법은……’
그러나 당사자인 이경복은 달랐다.
‘있어.’
정말 공략 불가능이었다면 그의 신기가 예지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었고, 찾기만 하면 될 터였다.
그의 온 신경이 집중 상태에 돌입했다.
포자에 노출되어 둔해졌던 감각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벼려진 오감이 개방되고 준동하던 신기가 주변 일대로 퍼져 나갔다.
고도의 집중 상태로 느려진 시간 속에서도 생각의 속도는 그대로였다.
격리시설의 장치와 현재 그가 활용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보스의 약점 위치까지.
정보가 뇌리 속에 선명하게 박혔다. 그 파편들은 머릿속에서 조합되어 하나의 그림을 완성시켰다.
‘찾았다.’
성공으로 이어지는 단 하나의 길. 그러나 그 기회는 오로지 한 번뿐이었다.
그럼에도 이경복은 미소를 지었다.
‘단번에 끝낸다.’
기회가 한 번이라는 건 그 한 번으로도 충분하다는 의미기도 했다.
-???
-우서?
-5252, 살인미소 나와 버린 거냐구!
-갓플이 웃었다? 게임 끝났쥬 ㅋㅋㅋㅋ
그 미소만으로 채팅창의 분위기는 반전됐다.
-큐튭각이 섰다는 뜻인가?
-또전드 일발 장전 각이다 ㅋㅋㅋ
-않이;; 여기서 이길 방법이 있다고?
-데붕아재요 ㅋㅋ 그냥 보면 알게 됨
시청자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경복이 증명해 온 수많은 사례가 남아 있지 않나.
-실패? 그건 퍼펙트 하지 않아
-갓플이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긴 한데 ㅋㅋㅋ 저렇게 웃으면 진짜 개쩌는 거 나옴
-아아, 이건 ‘약속된 승리’랄까?
-WA! 엑스칼리버 아시는 구나!
-여러분! 제발 덕밍아웃을 멈춰주세요!
-대체 이걸 어떻게 이겨버릴 셈이냐구!
그 결과 채팅창은 기대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경복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듣는 것보다 보시는 게 낫죠.”
그 한마디와 함께 이경복이 행동을 개시했다.
재차 개시된 덩굴 폭격에도 그는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미리 공격 궤도를 읽어낸 그 앞에서는 어떤 공격도 무의미했다.
-개돌 무엇?
-혀엉!? 이거 진짜 괜찮은 거야!?
-아 ㅋㅋ 안 믿을 거면 다른 방송 보시든가
-큰 거 온다! 큰 거 온다!
순식간에 거목 앞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거목의 뒤쪽으로 선회했다.
-뭐임? 대체 뭐임?
-사각을 노리는 거?
-않이;;; 식물인데 무슨 사각이 있겠음
-뒤에 뭐가 있는데?
거목에 가려져 있던 뒤편.
그곳에는 큼직한 원통형 기기가 있었다. 그 끝은 날카로운 톱니 형태였고, 검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아! 이거 채혈기네
-오? 맞는 듯?
-이렇게 큰 걸로 피를 뽑는다고?
-컷신에서 나온 컨테이너 크기 생각하면 대형 악마용인 듯
-그르네 ㅋㅋ 보스 숙주도 겁나 크긴 했을 듯
-이건 어떻게 본 겨;;;
-지금 채혈기가 필요함?
시청자들은 놀라면서도 의문을 품었다. 이 채혈기로 대체 뭘 하겠다는 말인가?
이경복은 바로 행동으로 답을 내주었다.
“일단 하나.”
그는 채혈기를 잡고 거목을 향해 내던졌다. 파공성과 함께 날아간 채혈기는 바로 껍질을 뚫고 박혔다.
-아! 권총이 안 되니까 이걸로 ㅋㅋㅋ
-옼ㅋㅋㅋ 지형지물 활용 무엇ㅋ
-채혈기 가동시키면 체액도 뺄 수 있을 듯?
-그럼 좀 약화될지도?
-뭔가, 뭔가 희망이 보인다!
-여윽시 갓플이다!
더욱 밝아진 채팅창.
하지만 시청자들의 예상은 바로 뒤집어졌다.
-체액이 아니라 덩굴이 나오는뎁쇼?
-재생 능력 때문인 듯?
-무친……
-와 ㅋㅋ 진짜 작정하고 못 깨게 만들어놨네
-아…… 이건 좀 되나 싶었는데.
채혈기 내부는 곧바로 덩굴로 차올랐다. 들떴던 분위기는 바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이경복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남은 채혈기도 거목에 박아 넣었다.
-이건 아무리 갓플이어도 좀…ㅠ
-킹직히 개껌쉑들이 재생력을 미친 수준으로 만들어놨음
-진짜 이건 웬만한 화력으로는 어림도 없을 듯 ㅋㅋㅋ
-공략 불가라고 공인한 이유가 있긴 했네
-다행히 실패라도 돈은 받으니까 뭐……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채팅창 의견은 양분됐다.
-아무튼 퍼플이 퍼플 할 거라고!
-ㄹㅇㅋㅋ 킹반인들은 못 보는 큰 그림이 있을 거라 이말이야
-혀엉! 세계가 보고 있다구!
-상식을 믿지 마! 갓플을 믿어!
-않잌ㅋㅋ 이러면 무슨 반지성주의 같잖아
-근데 맞말인게 상식이 통하면 그게 천재겠냐고 ㅋㅋㅋ
-가즈아아아아아!
안타까움과 신뢰로 혼탁해진 채팅창. 그 와중에 상황이 일변했다.
<듀란테 님! 기생종들이 그쪽으로 몰려 가고 있습니다!>
소음을 뚫고 들려온 카론의 목소리.
<모체를 보호하려는 것 같습니다! 탈출하려면 지금뿐이에요!>
이 상황에 적들이 추가로 등장하다니? 채팅창의 반응은 더욱 격렬해졌다.
-탈출! 탈출 각이다!
-혀엉! 개껌이 준비한 마지막 동아줄이야!
-않이 ㅋㅋ 뭔 탈출이야 ㅅㅂ
-금수훈지 좀 해라!
-갓플이 다 알아서 한다니깐!?
-훈수가 아니라 걱정돼서 그러는 거잖슴!
-트수가 누굴 걱정하냐곸ㅋㅋ
-점심차려! 점심차려! 점심차려!
-어차피 실패해도 상관없는 퀘스트잖아!
양분된 시청자들이 서로 목소리를 드높였다. 그 혼란한 와중에도 이경복은 일말의 주저도 없었다.
“실패해도 상관없죠.”
그의 한마디에 시청자들 주의가 돌아갔다. 그리고 다들 깨달았다.
“하지만 성공할 수 있는데.”
이경복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실패할 이유가 없잖아요.”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오기도 전에 이경복은 건틀릿을 조준했다.
그 목표는 보스가 아니었다.
쏘아진 갈고리가 공기를 갈랐다. 이윽고 콰직하는 소리와 함께 쇠가 우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가 파괴한 건 바로 변압기였다.
<얼른 피……>
뚝하고 확성기의 목소리가 끊겼다. 이윽고 폭음과 함께 사방에서 전격이 튀어 올랐다.
눈앞에서 플래시를 터트린 것처럼 시야가 번쩍였다. 그와 동시에 채혈기가 까맣게 타 버렸다.
그 여파는 채혈기와 연결된 보스에게도 미쳤다.
‘됐어.’
마치 벼락 맞은 나무처럼 붉게 달아오른 거목. 잔뿌리처럼 갈라진 상처 사이로 맥동하는 심장이 보였다.
“여러분, 기본이니까 기억해 두세요.”
이경복은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미 결과를 예측했던 바, 그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었다.
“난이도가 높은 보스를 공략할 때는 약점을 노리셔야 됩니다.”
말을 맺음과 동시에 당겨진 방아쇠, 단발의 총성, 그리고 나아간 하나의 탄환.
그것은 한 박자 늦게 아물어가는 상처 사이를 파고들며 정확히 검붉은 심장을 터트렸다.
-?
-어떻게 된 거?
-설마 이걸 성공시킨다고?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채팅창은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
[퀘스트 성공!]
[‘CapCompany_Kor’ 외 1871 명이 ‘1,789,400원+1,371$ + ¥127,660’을 후원하셨습니다!]
하지만 눈앞의 현실이 그들을 일깨웠다.
퀘스트 성공 메시지가 떠오르자 채팅이 폭발적으로 불어났다.
-잡았다고? 진짜 잡았다고!?
-진심 소름 미쳤다
-와! 와! 와! 와! 와!
-늘 새로워! 너무 짜릿해! 늘 새로워! 너무 짜릿해!
-꿈이라면 깨지 말아주세요! 꿈이라면 깨지 말아주세요!
-배드애스 아니죠? 퍼펙트애스가 맞습니다! 배드애스 아니죠? 퍼펙트애스가 맞습니다!
-아! 이 완벽한 엉덩이란!
-직역빌런 미쳤냐고 ㅋㅋㅋㅋ
-뇌신강림! 뇌신강림! 뇌신강림!
-토르 : 뇌신이요? 아닙니다. 제가 발할라의 ‘퍼플’입니다.
-속보) 제우스, 올림푸스 설명회에서 ‘뇌신 호칭 사용에 퍼플에게 로열티 지불하고 있어’ 재정 어려움 호소
-야잌ㅋㅋ그건 또 뭔 설명회냐곸ㅋㅋ
탄사와 흥분으로 가득한 채팅창.
그 반응에도 이경복은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
“퀘스트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 새삼 충격을 받았다.
-캬ㅋㅋㅋㅋ 이런 건 아무렇지 않다 이말이야
-신의 기준! 너무 높다아아앗!
-아 ㅋㅋ 이런 건 그냥 하는 거라니깐?
-이걸 어케 해버리냐구웃!
-갓직히 불신자들 입장도 이해가 됨 ㅋㅋㅋ
-ㄹㅇㅋㅋ 나도 무적권 믿으라고 했는데 어떻게 될지는 상상도 못함
-않이;; 전격으로 발라버릴 줄은 누가 생각하겠냐고
-게다가 채혈기 박은 것도 그 전격을 위한 거였자너 ㅋㅋㅋ
-근데 갓플은 왜 멀쩡한 거?
-어? 생각해보니 이상하누
감탄하는 채팅 와중 올라온 의문. 이경복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아, 설명 드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공격이 날아들어서요. 지금 보시면……”
그는 건틀릿을 변형시키려다가 멋쩍게 웃었다.
“시간이 다 소모됐네요. 흠, 나중에 다시보기로 보시면 갈고리 텍스쳐가 가고일이 석화 능력 사용했을 때랑 같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가고일을 너무 빨리 처리한 만큼 변형 능력의 지속시간도 짧았다. 그 설명에 시청자들은 대경했다.
-ㅔ?
-석화랑 갈고리랑 동시 발동됐다는 거?
-무쳤닼ㅋㅋㅋㅋㅋㅋㅋ
-그 차이를 바로 알아차렸다고?
-난 전혀 모르겠던데 ㅎㄷㄷ
-갈고리 전문가야 뭐야ㅋㅋㅋㅋ
-채팅창에 올라오는 갈고리 보면 갈고리 전문가 맞누 ㅋㅋ
-아니; 그것도 그런데 그걸 보고 여기까지 다 생각했다고?
-더 놀라운 건 아까 갈고리 한 번 쓰는 게 마지막 기회였다는 거 ㅋㅋㅋㅋ
-무적권 원트에 성공해야 됐다?
-ㅇㅇ 어차피 변압기 터트리는 것도 한 번뿐임 ㅋㅋㅋ
-왘ㅋㅋㅋ 보고도 믿기지가 않누
-그게 바로 기적 아닐까?
채팅창은 다시금 충격에 빠진 사람들의 심정이 올라왔다. 하지만 그들 모두의 마음은 하나로 귀결되었다.
-진짜 독보적이다 ㅋㅋㅋㅋ
-유일등급 스트리머 수듄 ㅋㅋ
-아 ㅋㅋ 이게 갓플 방송 보는 이유지
이런 장면은 오직 퍼플, 이경복의 방송에서밖에 볼 수 없다.
그것이 모두가 다시 그를 찾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