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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44화 (144/491)

144화 - 공략 (불)가능 (4)

자부심.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여기는 마음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때때로 ‘스스로’의 범주는 달라진다. 자신을 넘어 자신이 속한 집단으로 확장되기 때문이었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느끼는 자부심이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대체 어떻게 크면 저렇게 잘 함?

-ㄹㅇㅋㅋ 같은 교육과정 거쳤는데 왜 결과물이 이렇게 다르냐굿!

-능.재.차.이

-아 ㅋㅋ 그냥 갓플이 한국에 태어난 거에 감사하라고

-다행히 해외자본잠식은 막음ㅋㅋ

-엌ㅋㅋ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보상금이 가장 많누

-오 ㅋㅋ 달러가 2번째고 엔화가 꼴찌네 ㅋㅋㅋ

-아직 믿음이 없어서 그래 믿음이 ㅉㅉ

이경복을 먼저 알아본 이들에 속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만족을 표했다.

당사자인 이경복은 그 반응이 귀엽게 여겨졌지만 계속 감상할 수는 없었다.

“자, 여러분 다시 집중할게요. 아직 미션 종료 문구는 안 나왔습니다.”

그 한 마디에 시청자들은 말 잘 듣는 학생들처럼 주의를 돌렸다.

-퍼집중 ON!

-개껌! 컷신은 준비했나!

-테스트 빌드인데 이거 이기는 걸 예상했을까?

-킹직히 만들어뒀으니까 퀘스트 건 거겠지ㅋㅋ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이길 거라고 생각은 못했을 것 같은데

공략 불가능이라 공인한 보스였다. 과연 개발사에서 승리 이후의 진행 상황을 준비해 뒀을까.

이경복은 일시 정지된 게임을 재생했다.

“오, 컷신이 있네요.”

통제권이 사라지고 이어진 컷신 속 보스의 사체는 놀랍게도 이경복이 처리한 방식 그대로였다.

-엌ㅋㅋㅋ 불가능인데 또 만들어두긴 했네

-오? 상황이 그대로네?

-올ㅋㅋㅋ 좀 발전했누

-바크 때 겪어보고 정신 좀 차렸쥬?

-???: 로켓 런처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아 ㅋㅋ 그때는 진짜 몰입감 나락 갔지

-학습능력 칭찬해!

시청자들은 웃으며 바이오 크라이시스 방송의 해프닝을 떠올렸다.

그 사이 듀란테는 걸음을 옮겼다. 거목을 구성하던 덩굴은 메말라 비틀어져 늘어져 있었다.

만개하는 꽃처럼 벌어진 내부, 그 안에는 핏덩이가 되어버린 심장이 있었다.

듀란테가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질척한 핏물에도 그는 스스럼없이 뭔가를 꺼냈다.

-?

-저게 뭐임?

-보석 같은 건가?

-심장에 왜 보석이 있음;;;

-좀 둥글둥글한 게 옥처럼 생겼는데?

-아 ㅋㅋ 알겠다. 기생시켜서 옥장판 장사하려고 한 듯

-옥장판이 갑자기 왜 나와 ㅅㅂㅋㅋㅋ

-다단계 무엇?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그것의 정체를 궁금해 했다.

-콘솔판에서는 못 보던 물건인디?

-리부트하면서 새로 생긴 설정인 듯?

-아무튼 뭔가 중요한 거임!

-컨테이너 생각하면 컷신에 나오는 거 다 중요하다 이 말이야

그리고 그건 올드비들도 마찬가지였다.

“듀란테 님!”

“괜찮으세요?!”

그때 들려오는 친숙한 목소리.

듀란테가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베아트리체와 카론이 있었다.

“다친 곳은 없으신가요?”

“메모리, 메모리칩은 어떻게 됐습니까!?”

이어 동시에 나온 물음에 시청자들이 바로 반응했다.

-머머리쉑 메모리칩부터 챙기는 거 보솤ㅋㅋㅋ

-매드 사이언티스트 컨셉 확실하누 ㅋㅋㅋㅋ

-그에 반해 성녀 눈나는 선녀다 선녀!

-진짜 선녀 아님?

-엌ㅋㅋ 그건 ㅇㅈ이지

듀란테는 대답 대신 메모리칩을 꺼냈다. 이에 카론이 반색하자 그는 가볍게 엄지로 메모리칩을 튕겼다.

“어? 어어! 안 돼!”

메모리칩이 공중으로 튀어 오르자 카론이 사색이 되어 달려갔다. 그는 가까스로 몸을 던져 그것을 받아냈다.

“커허억…… 이걸 그렇게 던지시면……”

그가 쉭쉭거리며 말하자 채팅창에 웃음이 번졌다.

-캬! 이게 듀란테지!

-않이;;; 메모리칩 부서지면 어쩌려고 저러누

-ㄴㄴ 걱정은 하남자들이나 하는 거임

-ㄹㅇㅋㅋ 최상남자인 듀란테면 다 계산하고 던진다 이말이야

-최상남자 ㅇㅈㄹㅋㅋㅋ

-상남자에서 최상으로 격상한 거 뭔데 ㅋㅋㅋ

듀란테는 카론의 불평을 가뿐하게 무시하고 베아트리체를 돌아봤다.

“모두를 대표해 감사드릴게요. 덕분에 수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모체가 쓰러지면서 다른 기생종도 전부 사멸했습니다. 이걸로…… 성기사님들도 평온을 찾으셨을 겁니다.”

의연한 척했지만,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 동요를 숨기려는 것일까.

그녀는 짧게 호흡을 가다듬고 표정을 바꾸었다.

“이번 일로 더 제 판단에 더욱 확신이 생겼습니다.”

“확신?”

듀란테의 미간이 좁아졌다.

“네. 저도 카론 지부장님의 방송을 듣고 있었으니까요. 그대로 떠나실 수 있음에도 나서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녀는 옅은 미소와 함께 말을 맺었다.

“역시 당신은, 인간에 더 가까우신 것이겠지요.”

듀란테를 향하는 시선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이경복의 육감이 감지하는 긍정적인 기운 한층 강해졌다.

-크으! 바로 이거지 ㅋㅋㅋ

-주인공 믿어주는 히로인 너무 조크등요?

-5252, 스택이 어디까지 쌓이는 거냐구웃!

-않이 ㅋㅋㅋ 근데 사실 갓플은 퀘스트 때문에 한 거자너

-엌ㅋㅋ 이제 NPC까지 기만해버리는 거냐구!

-성녀눈나 속지마! 다 돈 때문에 하는 일이야!

-아 ㅋㅋ 돈 좋아하는 건 인간적인 부분이 맞긴 하지

흡족해하던 시청자들은 이경복을 놀리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이경복이 가볍게 웃어넘기는 사이 듀란테가 냉소를 흘렸다.

“그저 눈앞에 악마가 있으니 사냥했을 뿐이다.”

그의 일축에도 베아트리체의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 역시 악마가 아닌 당신다움입니다.”

그 대답에 듀란테가 다시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어? 어어어어어어어어!”

불쑥 끼어든 비명 같은 목소리. 두 사람이 돌아보니 몸을 추스른 카론이 턱이 빠진 것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않이;;; 분위기 좋았는데 이걸 끼어드네

-낄끼빠빠 모르냐고!

-무친 ㅋㅋㅋ 고생대시절 줄임말 뭔데 ㅋㅋㅋ

-빠질 때를 모르니까 모근도 일찍 빠져버린 게 아닐까?

-헉

-야잌ㅋㅋㅋ 진짜 심하자넠ㅋㅋ

-내 모근 듣지 마, 넌 잘못 없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카론은 채팅을 볼 수 없었다. 그는 번쩍 손을 들어 듀란테를 가리켰다.

“그, 그! 그거! 그거 어디서 나셨습니까!?”

손가락은 정확히 듀란테의 손에 들린 보옥으로 향했다.

그런 격한 반응에도 듀란테는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그는 답하기도 귀찮다는 듯 턱짓으로 터진 심장을 가리켰다.

-이렇게 반응하는 거 보면 진짜 뭔가 있네 ㅋㅋㅋ

-갓직히 공략불가능 보스였는데 특별해야 되는 거 아님?

-큰 거 오나? 큰 거 오나?

카론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더니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이 형태와 색, 그리고 질감까지…… 분명 데이터에서 본 적 있는데? 아! 고위 악마들이 지녔다는 ‘데몬하트’, 그래! 바로 그거야!”

그는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리더니 번쩍 고개를 들었다.

“듀란테 님! 부디, 부디 그것을 제게 맡겨 주실 수 없습니까? 그걸 연구하면 어떤 발견을 할 수 있을……”

“적당히를 모르는군.”

빠르게 쏟아지던 말은 듀란테의 냉소적인 한 마디에 멈췄다.

그는 힐끗 베아트리체를 돌아보고 말했다.

“서로 협력하자더니 여기 와서 들은 거라곤 일방적인 요구뿐이지 않나?”

“그건……!”

“아, 아닙니다! 보상은 확실히 해드리겠습니다!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일단 제게 그것을……!”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카론이 손을 뻗으며 부탁했다.

이에 듀란테는 코웃음을 치며 보옥을 튕겨 건틀릿으로 잡았다.

“약속부터 먼저 지켜…… 음?”

순간 듀란테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건틀릿, 셀레스티얼 큐브가 웅웅거리며 떨리기 시작했다.

이에 다른 두 사람도 그쪽으로 시선이 쏠렸다.

-뭐임? 갑자기 왜 이럼?

-큐브가 흡수하는 것 같은데?

-옼ㅋㅋㅋ 큰 거 온다!

-5252, 개껌 주제에 제대로 준비해버린 거냐구웃!

관심이 모인 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순식간에 변형을 시작한 건틀릿은 이내 가시채찍으로 변했다.

“뭐야, 이건?”

“어, 어떻게 된 거죠? 카론 지부장님?”

답을 알고 있을 만한 사람은 카론밖에 없었다. 그는 홀린 듯 변형한 큐브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셀레스티얼 큐브와 데몬하트가 공명을?”

“혹시 악마의 피 때문인가요?”

“아뇨, 아닙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기록된 바 없는 현상입니다! 데몬하트가 대체 왜……”

흔들리던 카론의 눈동자가 번뜩이며 돌아갔다. 그 시선의 끝에는 듀란테가 있었다.

“데이터와 다른 특이점이라면 하나. 듀란테 님, 당신입니다.”

“뭐?”

“반인반마의 피를 머금은 큐브는 지금까지 없었어요! 분명 이 공명에는 당신의 특성이……”

점차 목소리를 높이던 카론은 덜컥 멈추었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엥? 갑자기 왜 저럼?

-엌ㅋㅋㅋㅋ 가시만지더니 찔림ㅋㅋㅋㅋ

-이거 채찍에 보스 특성이 반영된 듯?

-않잌ㅋㅋㅋㅋ 뭐냐곸ㅋㅋㅋ

홀린 듯 채찍을 훑다가 겪게 된 사고였다. 놀란 베아트리체가 그를 살폈다.

“지부장 님!? 괜찮으세요!?”

반면 듀란테는 그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암전된 화면.

-옼ㅋㅋ 이거 콘솔판 시스템 계승임ㅋㅋㅋ

-원래 보스 클리어하면 보스랑 비슷한 컨셉 무기 줬었음

-ㅇㅇ 비슷하게 반영한 듯

-나름 데머크의 전통이랄까?

올드비들은 금방 상황을 파악했다. 그 사이 암전된 화면이 밝아지며 장소가 뒤바뀌었다.

“아, 다시 연구실이네요.”

처음 카론과 만난 방이었다.

약간 시간이 지난 듯 카론은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으, 아직 한쪽 눈이 감기지가 않네요. 마비 지속시간이 상당하다고 기록해 둬야겠습니다.”

다만 아직 마비가 덜 풀렸는지 눈을 깜빡일 때마다 윙크를 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 모습에 채팅창에 ‘ㅋㅋㅋ’가 연신 올라왔다.

“크흠, 그럼 듀란테 님이 원하시는 정보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시청자들은 주의를 집중했다.

“저희 디바인 에이전시, 교단은 악마들의 침공에 대비해 헬게이트 형성 지점을 미리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왔습니다.”

카론의 손짓에 따라 각종 자료화면이 홀로그램으로 투사됐다.

가고일이 지키고 있던 불타는 구체 하나뿐만이 아니라 드라이아이스처럼 냉기를 뿜는 것, 진흙처럼 흘러내리는 것, 먹물이 소용돌이치는 것 같은 종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원인은 인류가 지닌 지식과는 거리가 멀었죠. 그래서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습니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헬게이트가 열릴 때 발생하는 특수한 파동을 추적, 위치 파악이 최선이었……”

“본론만.”

설명이 길어지려 하자 듀란테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카론은 이에 마른 침을 삼키고는 다시 장치를 조작했다. 그와 함께 홀로그램이 뒤바뀌며 새로운 자료화면이 나타났다.

-갑자기 웬 사막?

-사막에 도시가 왜 있누?

-라스베가스가 모티브인 듯?

-완전히 폭망했는데?

황량한 사막과 그 위에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의 모습. 그것을 본 듀란테의 표정이 굳었다.

옆에 있던 베아트리체가 슬쩍 그의 눈치를 살폈다.

“악마의 침공이 시작된 곳”

그 사이 카론이 설명을 이어갔다.

“이제는 ‘러스티 시메트리’라 부르는 도시죠. 이곳 지하에서 전례가 없는 강한 파동이 관측됐습니다. 그것도 계속 강해지는 중이죠.”

“보안등급으로 보아 교단 내에서도 극비로 취급되는 사항이에요. 아마, 이 사실이 알려지면 발생할 혼란 때문일 겁니다.”

베아트리체가 조심스럽게 첨언했다.

“파동의 규모나 강도로 보아 최초 침공 때와 유사합니다. 아마 그때와 같이 지옥과 직접 연결되는 대규모 게이트가 열리지 않을까 합니다만…… 확실하다고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

카론은 코끝을 찡그리며 팔짱을 꼈다.

“당시에도 변수가 꽤 많았으니까요. 도시 하나를 괴멸시킬 정도로 악마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이상의 피해는 없었습니다. 생존자들의 목격담도 한계가 있어서 자세한 사정도 알 수 없었죠.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아니, 이번에는 다를 거다.”

듀란테가 불쑥 일어나며 단언했다. 그 반응에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그게 무슨……”

그러거나 말거나 듀란테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

“잠깐,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

베아트리체가 놀라 그를 뒤따라갔다. 하지만 듀란테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설마 혼자서 가시려고요!? 저희와 협력을……!”

멀어지는 베아트리체의 목소리.

졸지에 홀로 남게 된 카론은 황망한 얼굴로 눈을 껌뻑였다.

여전히 한쪽 눈만 말이다.

-아 ㅋㅋ 용건 끝났으니까 간다고

-역시 최상남자다 ㅋㅋㅋㅋ

-그럼 다음은 저기서 악마 군단이랑 싸우는 거?

-오…… 이번엔 스케일 좀 커질 듯?

시청자들은 그것이 컷신의 끝이라 생각했다.

“달라? 다르다니? 그걸 어떻게 알고?”

그러나 곧바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왔다.

화면 속 카론은 빙글빙글 돌며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듀란테는 허언을 할 사람이 아니야. 그럴 이유도 없어.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

목소리와 함께 우뚝 멈춰선 걸음. 이어 천천히 올라오는 고개.

충격 받은 듯 그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어 있었다.

“설마 최초 침공 때 악마들의 침공이 갑자기 멈춘 이유가……”

그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이제야 마비가 풀렸는지 양쪽 눈 모두 껌뻑였다.

“듀란테, 그가 그곳에 있었던 거야.”

대경한 그의 눈동자로 화면이 빨려 들어가듯 줌인 됐다.

이어 삽시간에 어두워진 화면 위로 떠오른 네온사인.

[Mission 2. ‘Half Human/Half Demon’ End.]

미션의 종료를 알리는 메시지였다.

-와씨 ㅋㅋㅋ 찐 소름 돋음

-ㅁㅊ 최초 침공 때 듀란테가 거기 있었다고?

-와 ㅋㅋ 듀란테가 다 막은 거네

-악마군단 막아낸 듀란테 위엄 무엇? ㅋㅋㅋㅋ

-ㄹㅇ찢었다

-않이;;; 근데 왜 듀란테가 거기 있었는데!

-듀란테가 지옥 다시 돌아가려는 거랑 관련 있나?

-아 ㅋㅋ 진짜 바크처럼 예고편이라도 좀 넣어달라고!

-진심 이걸 여기서 끊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

-이런 구성이면 발매 먼저 하는 게 지당한 처사 아님?

-즉.시.발.매.해

-와 ㅋㅋ진짜 돌겠누 ㅋㅋㅋㅋ

-악마에 가까운 건 개껌이었고 ㅋㅋㅋㅋ

-블랙기업을 넘어선 데몬기업!

채팅창은 금방 아우성으로 가득해졌다. 그들이 느끼는 아쉬움은 이내 위기감으로 바뀌었다.

-형? 혀엉……? 형도 궁금하지? 그치? 다음 거 볼 거지?

-5252, 매달리면 베어버린다고?

-방종각 너무 날카롭다아앗!

-갓플의 방종각은 세계제이이이일!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지난 방송으로 미루어 보아 미션의 종료는 곧 방송 종료 선고와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자, 이번에도 여러모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네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 게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경복은 웃으며 마무리 멘트를 쳤다.

-(퍼바콘)(퍼바콘)(퍼바콘)

-벌써 퍼손실 오는데 정상인가요?

-ㅔ

-퍼손실 응급처치는 퍼튜브를 이용해주세요!

-그래도 오늘은 개쩌는 보스전을 봤다 이말이야

-고건 킹정이지 ㅋㅋㅋ

-이제 갓플 방송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

-아 ㅋㅋ 과학자들 뭐 함? 얼른 클론 기술 개발하라고!

-ㄹㅇㅋㅋ 갓플 방송 3교대 쌉가능이쥬?

-그러면 우리가 잠을 한 숨도 못자서 단명할 거 같은데 ㅋㅋㅋ

이경복은 더욱 환하게 미소 지었다. 채팅창을 채우는 드립 속에서도 그를 향한 애정이 엿보인 덕이었다.

“오늘 방송 시청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더욱 궁금해지는 데머크, 다음 방송도 기대해 주세요! 트바!”

*       *       *

늦은 밤, 모두가 퇴근하고 가정으로 돌아갔을 시각.

개발사, CAP Company의 가상현실 회의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도 일반 직원이 아니었다.

비단 한국 유통사만이 아니라 북미 유통사, 그리고 일본 본사의 임원진들이었다.

“다들 바쁘신 와중에도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사 임원이 정적을 깨며 고개를 숙였다.

“다소 급하게 회의를 요청드렸습니다만, 그 이유는 다들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말에 임원진들 모두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이내 그들의 시선은 한국 유통사 임원 쪽으로 몰렸다.

“이번 체험 방송의 효과가……”

본사 임원은 잠시 말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 표정에서 근심을 찾기란 쉬운 일이었다.

이내 그는 짧게 숨을 내뱉고 말을 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훌륭합니다.”

예상보다 체험 방송의 반향이 크다는 사실이었다. 무척 기쁘면서도 회사 운영 측면에서 보면 걱정될 일이었다.

“이건 명백히 저희 본사의 판단 실수입니다. 먼저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북미 쪽에서도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중요한 건 이 기회를 어떻게 더 활용할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임원들이 한 마디씩 더하며 그에 동의했다. 이에 본사 임원은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다들 같은 감상인 것 같아 다행입니다. 덕분에 편하게 회의를 진행할 수 있겠군요.”

그 말과 함께 임원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들 모두 사업적인 감각이 뛰어난 바.

“스트리머 퍼플, 그에게 제안할 추가 프로모션 계약에 대해 논의해 봅시다.”

이 절호의 기회를 이대로 끝내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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