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46화 (146/491)

146화 - 지옥 입장 (1)

늦은 오후, 최병훈의 오피스텔.

녹음을 마친 이경복과 박주호는 그곳을 찾았다.

“예상보다 녹음이 좀 빨리 끝날 것 같다.”

박주호가 그들이 모인 이유를 밝혔다.

“늦어도 오늘이 넘어가기 전에 결과물이 나온다더군.”

“아니, 그렇게 빨리 나와?”

최병훈은 놀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박주호는 그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최소 2일에서 3일 정도 걸리는데 이번에는 좀 경우가 달라졌다.”

“듣기로는 샘플링 원본에서 크게 손댈 게 없고, 최우선순위로 작업해 준다고 하셨거든.”

이경복이 엔지니어에게 들은 말을 전해주었다.

“와씨, 개꿀인데? 그러면 오늘 바로 더빙해서 업로드 할 수 있겠다.”

“그래?”

“내가 또 준비를 싹 다 해 놨거든. 번역 스크립트는 이미 따놨고, 편집은 이미 끝났잖냐. 그냥 음성 합성해서 더빙만 입히고 업로드하면 게임 셋이지.”

최병훈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상황이라서 모인 거다. 멤버십 가격을 결정해야 되니까.”

다른 준비는 끝났다.

이제 큐튜브 멤버십 가격만 결정만 하면 됐다.

“원래는 녹음 비용을 기준으로 계산을 하려고 했는데, 경복이 덕분에 실상 비용은 무료나 다름없어졌다. 굳이 따지자면 엔지니어한테 준 커피값 정도겠지.”

“야, 그 정도야 무시해도 될 수준이지. 아무튼 이런 상황이니까 가격은 비쌀 필요 없을 것 같다. 굳이 허들을 높일 필요는 없잖아?”

박주호의 말에 이경복이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두 친구는 웃지 않았다.

“굳이 싸게 줄 필요도 없지 않나?”

“나도 동감이다.”

두 친구의 반대 의사에 이경복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나 아무 이유 없이 그럴 친구들이 아니었다.

“네 말은 박리다매를 하자는 건데, 지금은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어, 나도 같은 생각이거든. 지금 우리가 하려는 멤버십은 사람을 모으기 위한 멤버십이 아니잖냐.”

최병훈의 말에 박주호가 안경을 고쳐 썼다.

“이 녀석 말이 맞다. 지금 우리가 멤버십을 하려는 이유를 되짚어보자. 우리는 외국 시청자들이 ‘먼저’ 원해서 시작하는 거다.”

“아, 이미 허들을 넘어선 사람들이 줄을 섰다는 거네.”

이경복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곧바로 이해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가격이 적정선일까 의문이 들었다.

다행히 그의 친구들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논의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리가 제공하는 멤버십 컨텐츠의 핵심은 더빙, 즉 너의 ‘목소리’다. 그래서 비교군을 조사해 뒀지.”

“이건?”

박주호가 바로 자료를 홀로그램으로 투사했다. 세 사람 앞에 정리된 표가 주르륵 나열 됐다.

“ASMR?”

“그래, 목소리를 업으로 삼은 큐튜버들을 조사했다.”

“대부분 단일 티어에 평균 가격은 5천 원에서 6천 원이구만.”

“달러로 치면 5달러 정도로 잡으면 되겠지.”

이경복은 그 말에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이네. 월 5달러면 큰 부담은 아니겠지. 하루에 한 200원 정도 되는 거잖아?”

“아니, 우리는 더 많이 받아야지. 2배인 10달러가 어떨까 싶다.”

“2배를 받는다고?”

“맞네, 10달러면 딱이겠다야.”

이경복이 놀라 되물었지만 최병훈도 옆에서 동조했다.

“여기 보면 ASMR 큐튜버들이 주는 혜택은 한정되어 있거든. 아이디 옆에 표시되는 멤버십 뱃지랑 댓글에서 쓸 수 있는 전용 이모티콘이 대부분이야.”

“제공하는 컨텐츠의 한계지. 멤버 전용 영상을 업로드하는 큐튜버가 있긴 하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단순히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 돈을 받고 제공하는 컨텐츠에 주목해야 했다.

“멤버십을 이번에만 하고 끝낼 게 아니잖냐. 좀 더 장기적으로 보자고. 나중에는 트라이랑 큐튜브 동시 송출도 생각해 둬야지.”

“동시 송출?”

“지금은 독점기간이라 불가하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두 플랫폼을 전부 노려야지.”

실시간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플랫폼은 트라이 하나가 아니었다. 큐튜브 역시 스트리밍을 진행할 수 있었다.

“내가 조사한 건 대중들이 받아들이는 ‘목소리’의 평균값이다. 하지만 네가 제공하는 건 그 이상이 될 거다.”

이경복은 잠시 눈을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컨텐츠가 많아지면 티어도 구분이 되겠지.”

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렸다.

“지금 단일 티어로 10달러를 받다가 컨텐츠 추가하면서 티어 구분을 하는 거야. 그러면 기존 티어는 5달러로 바꾸고 상위 티어는 15달러로 올리는 거지.”

“오! 그래, 바로 그거지! 컨텐츠를 추가하면서 허들을 낮춰도 되는 거거든.”

“확실히 좋은 생각이다. 기존 혜택을 원하는 멤버들은 가격이 낮아져서 좋고, 추가 혜택을 원하는 멤버들은 새로 10달러가 아니라 5달러만 더 내면 되니까 저항감 역시 적어지지.”

“햐…… 이 자식, 이거 의외로 소비심리학 같은 거에 재능 있는 거 아냐?”

웃음이 전염되는 것처럼 두 친구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이경복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걸 생각해 본 거지.”

“그것도 타고난 센스다. 그럼 시작은 10달러 선으로 결정해 두지.”

“크! 돈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들려!”

세 친구는 밝게 웃으며 다음 방송을 준비했다.

*       *       *

체험 방송 4일 차.

이경복은 인사와 함께 친구들과 결정된 내용을 전달했다.

“오늘 보이스 샘플링 작업이 마무리 됐고, 빠르면 방송이 끝난 뒤에 큐튜브 멤버십이 개설될 예정입니다.”

가격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차피 관심 있는 사람들은 가격에 무관하게 살펴볼 터였다.

-일처리 속도 무엇?

-블랙기업 퍼플이 또 블랙기업 해버렸다 이말이야

-갈려나간 편집자와 매니저니뮤ㅠㅠㅠ

-살아는 있는 거지? 그치?

-퍼청자 : 살고 싶다고 말해!

-편&매 : 살고 싶어!

-응~ 안 돼~ 안 살려줄 거야~ 돌아가~

-아 ㅋㅋ 그냥 말만 하시라고요

-샘플링이 당일에 나온 거면 엔지니어도 갈린 거 아님?

-엌ㅋㅋㅋ 피해자가 더 있었누 ㅋㅋㅋ

그 소식에 시청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경복을 몰아갔다.

-외국어 더빙 좀 솔깃한데?

-ㄹㅇㅋㅋ 갓플 목소리로 외국어하면 개간지 터질 듯

-나중에 가격 함 보고 찍먹이라도 해봐야지 ㅋㅋ

그 사이사이에는 큐튜브 멤버십에 관심을 가지는 채팅이 있었다.

“퍼튜브 멤버십,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바로 게임 들어가 보겠습니다!”

하지만 그 의견은 소수였기에 이경복이 바로 게임 시작을 선언하자 바로 묻혀 버렸다.

게임이 실행되자 바로 컷신이 시작됐다.

-오 ㅋㅋㅋ 밤하늘 보소

-와씨 ㅋㅋ 별들 겁나 잘 보이네

-여가 어딘교?

-사막? 사막이네?

별빛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펼쳐진 사막이 드러났다. 모래로 뒤덮인 도로 위를 바이크와 차량 한 대가 질주하고 있었다.

그 운전자는 바로 듀란테와 베아트리체였다.

-오 ㅋㅋㅋ 러스티 시메트리로 가는 듯?

-상남자 특) 노빠꾸 직진임

-역시 최상남자다 이말이야 ㅋㅋ

-???: 머뭇거릴 틈이 없다!

두 사람의 목적지는 시청자의 예상대로였다.

도로로 내려온 카메라가 그 끝을 비추자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가 보였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건 도시뿐만이 아니었다.

-이제 아무도 안 산다고 안 했음?

-조명 개 많은데?

-아 교단이 지키고 있는 거네

-검문소 있는 거 보니까 봉쇄한 듯?

도시 주변을 에워싸는 각종 구조물들과 진입로에는 검문소가 세워져 있었다.

<듀란테, 속도를 줄여 주세요.>

그때 베아트리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이렇게 막무가내로 찾아오는 건 예정에 없던 일이에요. 진입 허가는 제가 받아드릴 테니 기다려 주세요.>

그 목소리에 시청자들이 즉각 반응했다.

-벌써부터 교단이랑 듀란테 차이 나와버리쥬?

-ㄹㅇㅋㅋ 프리랜서는 바로 일 시작한다니깐!?

-근데 이거 허가 안 해줄 거 같은데

-성기사쉑들 피 뽑을 생각만 하자너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헌혈하라고 강요할 수도 이따

-진짜 ㅋㅋ 킹리적 갓심이자너

-그래도 성녀 눈나가 나서면 좀 다르지 않을까?

그리 채팅이 올라오는 사이였다. 이경복은 느껴지는 변화에 웃음기 섞인 목소리를 냈다.

“음, 아무래도 듀란테도 여러분과 같은 생각인 모양입니다.”

그 멘트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오려는 찰나였다.

컷신 속 차량과 바이크의 거리가 더욱 벌어졌고, 이경복이 느끼는 속도는 느려지기는커녕 더 빨라졌다.

듀란테가 대답 대신 바이크의 스로틀 레버를 최대로 당겼기 때문이었다.

-엌ㅋㅋㅋㅋㅋ 풀 스로틀!

-캬! 이거지!

-엔진음 죽이는데!

-전진! 또 전진뿐이다!

-끼얏호우!

시청자들은 그 상황에 흡족함을 표했지만 한 사람은 달랐다.

<듀란테?! 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놀란 베아트리체의 목소리가 뒤따라 들려왔다. 그녀는 당황하면서도 그를 놓치지 않으려 뒤를 추격했다.

<지금은 비상 상태에요!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위협으로 간주될 수도 있어요!>

그녀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귓가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찢어질 듯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도시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헐?

-무친ㅋㅋㅋㅋ 성녀눈나 말 반영 속도보소

-이렇게 빨리 반응한다고?

-않이;;; 적어도 검문소는 도착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뭐지? 성기사쉑들이랑 싸우는 건가?

-그럼 성녀 눈나는 어케 되는 거냐구웃!

급변한 상황에 시청자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이경복은 달랐다.

‘도시에 가까워질수록 강렬해지네.’

그가 느끼는 불쾌함은 성기사들의 주둔지 쪽에서 나오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한 번 경험해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어?

-헬게이트네? 헬게이트여?

-무친 ㅋㅋ 한 개가 아닌데?

-즉.시.침.공

-아 ㅋㅋ 바로 본론 들어가자고

-근데 저러면 쪽수가 좀 많지 않음?

-퍼란테 앞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만?

도시 곳곳에 저마다 다른 구체, 헬 게이트가 생성되고 있었다. 사이렌이 울린 것도 분명 그 때문이리라.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 숫자에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이 우려한 건 다른 부분이었다.

<잠깐, 멈춰요!>

베아트리체의 목소리와 함께 카메라가 순식간에 도시 쪽으로 전환됐다.

봉쇄를 위해서인지 도시로 향하는 진입로가 닫히고 있었다. 강철로 된 격벽이 서서히 내려오면서 이미 절반이 넘게 닫혀 있었다.

그러나 듀란테는 멈추지 않았다.

“뭐, 뭐야!?”

“정지! 정지!”

검문소에서 황망한 얼굴로 도시를 바라보던 성기사들이 놀라 돌아섰다.

그들은 듀란테를 막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캬 ㅋㅋㅋㅋ 곡예주행 미쳤누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으셈ㅋㅋ

-이게 스타일리쉬지

놀란 성기사들 사이를 돌파한 듀란테는 그대로 격벽으로 돌진했다.

그러나 남은 공간이 얼마 없어 이대로는 자살행위에 가까워 보였다.

-아 ㅋㅋ 이거는 무적권이다

-이거 못하면 듀란테 아님ㅋㅋ

-바이크 타면 클리셰거등요?

하지만 다들 듀란테가 어떻게 통과할지 예상하고 있었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그는 바이크를 옆으로 뉘였다. 바이크와 바닥이 마찰하며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쯧, 이번 건 얼마 타지도 않았는데.”

격벽과 바닥 사이에 남은 아슬아슬한 틈 사이를 통과한 듀란테. 그는 곧바로 바이크를 박차며 도약해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 ㅋㅋ 익숙한 이맛!

-바이크 슬라이딩은 못 참지 ㅋㅋㅋ

-이것도 갓플이 하게 해주지 좀 아쉽누

-이걸 플레이 구간으로 하면 다른 데붕이들은 어쩌냐구웃!

-ㄹㅇㅋㅋ 이건 개껌이 배려해준 거임

시청자들이 그 액션에 흡족함을 표하는 순간이었다.

콰직하는 소리와 함께 미끄러진 바이크 위로 웬 고드름이 떨어졌다.

단순히 관통된 것만이 아니라 고드름을 중심으로 바이크가 새하얗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 상황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온 순간.

“샤아악!”

“샤악-!”

쇳소리와 함께 뭔가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그것들은 얼어붙은 바이크를 산산조각내며 안광을 번뜩였다.

-않이;;; 뭔 도롱뇽들이여!

-렙틸리언이 갑자기 나오누 ㅎㄷㄷ

-리자드맨이면 보통 초록색 아님? 파란색 킹받네 ㅋㅋㅋ

-아 ㅋㅋ 속성표시 모르냐고

-킹룡이 나온다? 갓겜 확정이쥬?

-킹룡 ㅇㅈㄹ ㅋㅋㅋㅋ

푸른 가죽의 파충류 괴인들이 듀란테를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 이빨과 발톱은 겉보기에도 예리했고 놈들의 움직임을 따라 새하얀 서리가 내려앉았다.

“세루리안, 보기만 해도 식욕이 떨어지는 것들.”

듀란테는 놈들을 바라보며 그리 말했다.

-세루리안? 렙틸리언이 아니고?

-cerulean에서 따온 거네 ㅋㅋㅋ

-그래서 그게 뭔데!

-아 ㅋㅋ 여기 한국어 채팅이라구욧!

-검색해 보니까 대충 하늘색이라는 뜻임ㅋㅋㅋ

-근데 저런 색은 식욕 떨어지긴 햌ㅋㅋㅋㅋ

시청자들이 그리 채팅을 치는 사이 놈들은 자세를 낮추고 발톱을 세웠다. 그러자 제각기 앞에 냉기가 응축되더니 고드름이 형성됐다.

듀란테가 얼굴을 굳히며 대검을 뽑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쏟아지는 고드름들.

듀란테는 검을 휘두르려다가 멈칫한다. 그 앞에 한 사람이 착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길게 빼든 창을 빠르게 휘둘러 날아드는 고드름을 모두 튕겨냈다.

“이번에는 ‘협력’하겠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약간 퉁명스러운 말투로 돌아선 얼굴, 베아트리체였다.

-성.녀.등.장

-눈나ㅏㅏㅏㅏㅏ!

-엌ㅋㅋㅋ 말 안 듣고 혼자 가서 삐졌누

-이 귀여움 무엇?

그녀의 등장에 시청자들이 즐거움을 표했다. 하지만 듀란테의 반응은 달랐다.

“협력은 더 이상 필요 없다. 여기까지 안내만으로 충분해.”

“그래요? 그럼 제가 자원봉사 하는 걸로 하죠.”

그녀는 이번에는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우리 눈나한테 이런 면이?

-상남자의 히로인은 상여자인 법이지

-오? 이번에는 눈나랑 같이 싸우는 건가?

-이거 맏네 ㅋㅋㅋㅋ

-이번에는 악마 숫자가 많아서 도움 주는 듯?

-우리 눈나가 과연 활약할 수 있을까……

-ㄹㅇㅋㅋ 갓플은 혼자 다 썰어버릴 것 같은데

-도움(0회)

-아 ㅋㅋ 데붕이를 위한 컨텐츠라구웃!

시청자들이 흥겨워했지만 듀란테는 그러지 않았다.

“제멋대로군.”

“다 보고 배우는 거죠.”

당돌한 대답에 듀란테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등을 맞대고 세루리안들과 마주했다.

“본부에서 지원이 올 거예요. 다른 성기사분들은 악마들이 봉쇄지역을 빠져나가지 않게 밖을 지키고 있어요.”

“그거 마음에 드네.”

“이제야 말이 좀 통하네요. 그러니까 지원이 올 때까지만……”

“아니.”

듀란테는 말을 끊으며 다른 손으로 권총을 빼들었다. 총구가 불을 뿜자 세루리안 하나가 뒤로 쓰러졌다.

“더 방해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잖아?”

총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듀란테가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아 ㅋㅋ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엌ㅋㅋ 이미 한 번 해봤다 이말이야

-???: 그거 내가 해봤는데

-ㄹㅇㅋㅋ 지원이 왜 필요함?

-그냥 듀란테도 아니고 퍼란테면 끝났쥬?

시청자들이 듀란테의 대사에 흡족함을 표했다. 그 사이 통제권이 돌아왔다.

하지만 게임은 일시정지 상태였다.

[Time Attack!]

[제한 시간 내에 모든 헬게이트를 닫으세요!]

[2:00:00]

[남은 헬게이트 – 5개]

[Tip> 남은 시간에 너무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좋습니다. 실패해도 게임은 계속 진행됩니다.]

그 앞에 나타난 메시지는 새로운 미션 형식에 대한 안내였다.

-오? 타임어택 ㅋㅋㅋㅋ

-2시간? 시간 너무 널널하게 주는 거 아님? ㅋㅋㅋ

-그만큼 어렵다는 거 아닌가?

-헬게이트 개당 20분인 셈이누

-최초라서 감이 안 잡히네 ㅋㅋ

-제한시간 초과되면 교단에서 지원 와서 끝나는 걸로 진행되는 갑다

-ㅇㅇ 괜히 눈나가 지원 얘기한 건 아닐 듯

-그럼 스토리 분기인가?

-클리어 못하면 배드 엔딩 스택 적립각이다 ㅋㅋ

-아 ㅋㅋ 어차피 갓플은 무적권 깨는데 뭔 상관?

-고건 헬게이트도 킹정하는 부분이쥬?

-헬게이트가 왜 인정을 해 ㅅㅂㅋㅋㅋ

시청자들은 이 시점이 스토리 상 분기가 되는 지점이라 판단했다. 이경복도 비슷한 감상이었다.

“베아트리체와 같이 전투에 돌입하니 그녀 상태도 신경을 써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오 ㅋㅋ 생각해보니 그르네

-눈나 다치면 바로 배드엔딩이지!

-근데 성녀눈나까지 보호하면 확실히 난이도가 높아지긴 할 듯

-ㄹㅇㅋㅋ 괜히 2시간 잡았겠냐구

-혀엉! 우리 눈나 지켜줄 거지! 그치!?

-절.대.보.호

-아 ㅋㅋ 퍼란테라서 전혀 걱정이 안 되쥬?

-히로인을 지키지 못하는 일? ‘퍼펙트’하지 않아.

-신의 가호를 받는 성녀? 이거 딱 클리셰쥬?

-엌ㅋㅋ ‘갓’플과 ‘성녀’ ㅋㅋㅋ

-설득력이…… 있어!

-최초공개인데 스포가 나와버리고?

이경복은 채팅을 확인하며 웃음을 흘렸다. 이내 그가 전투에 진입하려는 순간이었다.

[‘CapCompany_kor’님이 퀘스트를 제안합니다!]

[조건 – 내부 테스트 최고 기록 ‘1:17:21’를 갱신한다.]

[성공 – 500,000원]

[실패 – 500,000원]

퀘스트를 통해 도착한 테스트 항목. 그것만으로 시청자와 이경복은 자신들의 예상이 옳았음을 직감했다.

-아 ㅋㅋㅋ 역시 분기 맞누

-최고 기록이 1시간이 넘는다고?

-난이도가 생각보다 좀 빡센가?

-와 ㅋㅋ 그래도 바크 때보다 좀 낫긴 하네

-뭔솔?

-갓플 때문에 바크 난이도 조정한 거 모름?

-엌ㅋㅋ 그때 진짜 개껌 욕 많이 먹었자너

-ㄹㅇㅋㅋ 개발자들이 직접 깨보라고 난리 났음

-레딧에 바로 머리 박고 난이도 하향해서 진정됨 ㅋㅋㅋ

-이번에는 내부 테스트 확실히 했나보네 ㅋㅋㅋㅋㅋ

테스트를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경복은 가뿐하게 퀘스트를 수락했다.

“좋습니다. 그럼 이제 신기록에 도전……”

그가 다시 게임을 시작하려 할 때였다.

[‘이남자진심이면어떨까’님이 퀘스트를 제안합니다!]

[조건 – 개발진이 테스트 법을 잘 몰라서 도와줌. 신기록과 격차 1분 당 적립 1만원.]

새롭게 들어온 퀘스트 제안.

채팅창은 즉각 반응했다. 이경복의 방송을 본 사람은 잘 아는 닉네임의 시청자였다.

-엌ㅋㅋㅋ 찐 이남진어임?

-자본주의 파동의 시초……!

-진심 끌어내기 1티어 수듄ㅋㅋ

-근데 이게 진짜 맞긴 하네 ㅋㅋㅋ

-제 3차 이남진어 사태 발발!

-개껌 보고 있나? 테스트는 이렇게 하는 거라구웃!

-ㄹㅇㅋㅋ 1분 단축 당 1만원? 이거 못 참지 ㅋㅋㅋ

-이게 그 시간은 금이다, 그거냐?

채팅창의 텐션이 급격히 상승했다. 비록 글자였지만 이경복은 그들의 열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남진어님 오랜만에 퀘스트 감사합니다! 근데 자칫 저희 광고주님이 오해하시겠어요. 저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거든요?”

그 말에 채팅창이 ‘ㅋㅋㅋ’로 도배가 됐다.

“하지만 이렇게 기준을 잡아주시면 저의 열의가 더 잘 드러나겠네요! 퀘스트,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경복은 2번째 퀘스트도 수락했다. 그와 함께 시청자들의 반응이 솟구쳤다.

-5252, 진심 퍼란테가 떠버린 거냐구!

-악마들 어서 돔황챠!

-악마보다 더 무서운 자본주의가 온다!

-속보) 애덤스미스, 국부론 개정판 출간. ‘보이지 않는 손은 악마조차 물리친다.’ 카테고리를 경제학에서 종교학으로 변경해.

-종교학 장르 변경 무엇ㅋㅋㅋㅋ

-진짜 돌았냐고 ㅋㅋㅋㅋ

악마들의 침공.

그 이름과 달리 시청자들에게 축제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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