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 지옥 입장 (2)
이경복은 멈춰 있던 게임을 재개했다. 퀘스트를 받았으니 이제 수행할 때였다.
“이쪽은 제게 맡겨주……”
등을 맞대고 있던 베아트리체는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이경복이 곧장 대검을 던져 가장 가까이 있던 세루리안을 적중시켰다.
-성녀눈나 킹리둥절ㅋㅋㅋ
-무친ㅋㅋㅋ 노빠구로 던져버리네
-아 ㅋㅋ 말할 시간도 아깝다 이말이야!
-학살의 시작이다!
이경복은 곧장 권총을 뽑아 덤벼드는 파충류들을 맞췄다.
“너무 무모……”
놀란 베아트리체의 목소리는 총성과 세루리안의 울음에 뒤덮였다.
이경복은 자신을 향해 덤비는 놈들만이 아니라 그녀에게 다가오는 놈들까지 사살한 덕분이었다.
-않이;;; 저렇게 움직이는데 정확도 무엇?
-나 이거 알아! 건 카타지? 맏찌!?
-예로부터 갓플류 사격술은 또샷또킬이 기본이었다
-날아오는 고드름까지 맞추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고!
-이 정도면 오히려 성녀눈나가 움직이는 게 위험하겠는데 ㅋㅋ
그러나 탄창은 무한이 아니었다. 이경복의 사격이 멈춘 사이 운 좋게 살아남은 세루리안들이 덤벼들었다.
“듀란테!”
베아트리체가 놀라 창을 들고 움직이려는 찰나, 이경복은 건틀렛을 가시채찍으로 바꾸어 휘둘렀다.
일순간 세루리안들이 주춤한 사이 그 채찍은 처음 죽은 시체에 박혀 있던 대검으로 날아갔다.
마치 자석처럼 손잡이를 휘감은 채찍은 이경복의 손놀림에 따라 반원을 그리며 휘둘러졌다.
그 궤적을 따라 푸른 피가 바닥에 흩뿌려지고 파충류들은 머리를 잃었다.
-헐?
-이걸 이렇게 쓴다고?
-이거 백퍼 이렇게 쓰라고 준 거 아님ㅋㅋㅋㅋㅋ
-5252, 퍼플류 전투술은 상식을 기대하면 안 된다구웃!
-이거 ㅋㅋㅋ 움직이는 시간도 아까워서 이렇게 썰어버린 거자너
-자본주의의 파동 너무 무섭다아앗!
시청자들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결과에 감탄을 숨길 수 없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이경복은 능숙히 대검을 회수해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세루리안에게 던졌다.
“샤악……!”
이전과 다르게 바로 죽지 않고 버둥거리던 놈은 이경복의 손짓에 어쩔 도리 없이 끌려왔다.
그와 동시에 이경복은 채찍을 건틀릿으로 되돌려 놈을 바닥에 찍어 눌렀다.
콰직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균열이 생기며 세루리안은 절명했다.
“무슨 능력인지 확인은 해 봐야겠죠?”
그 말에 시청자들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퀘스트 도중에도 공략을 진행하는 스머가 이따!?
-다 잘하는 거 뭔데에에에!
-않이;;; 하나만 잘해도 대단하다고요!
-퀘스트도 광고도 다 돈입니다만?
-블랙기업은 돈 되는 일은 마다 하지 않는다구웃!
-아아, 이게 바로 진짜 ‘완벽’이랄까?
-그것이 ‘퍼펙트’니까 (끄덕)
퀘스트 수행 중에도 느껴지는 여유. 시청자들의 찬사가 채팅창을 메웠다.
이경복은 웃으며 건틀렛을 들었다.
세루리안의 피를 머금은 건틀렛은 바로 변화를 보였다. 그 표면 위로 새하얀 서리가 일어났다.
“키워드로는 발동이 안 되네요. 패시브인가?”
그가 멘트를 치며 대검을 쥐자 칼날에서 냉기가 흘러 나왔다. 이어 권총을 쥐고 방아쇠를 당기니.
“오.”
쩌적하는 소리와 함께 적중된 탄환이 삽시간에 주변을 얼려버렸다.
-옼ㅋㅋ 속성부여네
-얼죽아협회에서 이 능력을 좋아합니다.
-아 ㅋㅋㅋ 얼죽아는 킹정이지
-ㄹㅇㅋㅋ 저거 끼면 얼음값 아낄 수 있을 듯
-갓직히 얼음 넣는다고 500원 더 받는 거 킹받자너~
-트수들 티키타카 보솤ㅋㅋㅋ
이경복이 여유로우니 시청자들도 여유를 부렸다. 그는 채팅창을 보고 웃음 지으며 바로 얼음으로 이루어진 헬게이트로 향했다.
이전 컷신 속 듀란테처럼 대검을 박아 넣자 헬게이트가 쪼그라들었다.
“세상에……”
헬게이트가 봉인되자 베아트리체가 말문을 열었다. 안 그래도 커다란 눈망울이 놀라서 그런지 더 커졌다.
“설마 이렇게까지 강하실 줄이야……”
-성녀눈나 퍼란테 보고 화들짝!
-옼ㅋㅋ 생각해보니 직접 싸우는 건 첨 보는 거였누
-아마 처치한 숫자에 따라 평가 갈릴 듯?
-이거 무적권 최상급 평가다 ㅋ
-ㄹㅇㅋㅋ 갓플이 혼자 다 잡았는데
-말을 잇지 못하는…(놀라서)
-눈나도 (게말콘)있었으면 바로 썼쥬?
시청자들이 그 반응에 즐거이 채팅을 치는 와중이었다. 불쑥 이경복이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허리를 휘감았다.
그 과감한 행동에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줄지어 올라오고 당사자인 베아트리체는 바짝 몸을 긴장시켰다.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경복의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달리 흑심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가시 채찍으로 기울어진 가로등을 향해 던졌다.
-야잌ㅋㅋㅋㅋ 타르잔 메타 뭔데!
-아 ㅋㅋ 뜀박질 보다는 빠르다니깐!
-이동시간도 아깝다 이말인가?
-???: 돈이 삭제가 된다고!
-이남자의 진심! 대체 어디까지인가아아앗!
-성녀눈나 짐짝 취급 뭐냐고 ㅋㅋㅋㅋ
-성녀고 누나고 다 뭐냐! 블랙기업에게는 돈이 최고다!
그 행동에 시청자들은 바로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독자적인 이동 방식에 베아트리체가 놀라며 이경복을 끌어안으니 반응이 일변했다.
-와 ㅋㅋ 이거 노렸네 노렸어
-자연스럽게 포옹 받는 거 보소 ㅋㅋㅋ
-나도! 나도 안아줘잉!
-메모) 폭풍을 부르는 포옹 대작전 STEP 1. 가시채찍을 구한다.
-이미 첫 스텝부터 나가리인 것 같습니다만?
-ㄹㅇㅋㅋ 공략불가능 보스 어케 깨냐구웃!
-이게 바로 강자의 권리?
채팅에 부러움이 넘쳤지만 정작 이경복은 다른 곳에 주의가 쏠려 있었다.
‘이쪽인가.’
내재된 신기가 그의 길을 알려 주고 있었다. 폐허가 되었다고는 해도 길은 사방으로 열려 있었다. 그럼에도 신기가 알려주는 방향은 하나뿐이었다.
그 목적지에 도달하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디 번트……!”
착지와 함께 베아트리체를 내려놓자 그녀가 당혹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곳에는 불타는 해골들이 배회하고 있었다.
-어우;;; 보기만 해도 한증막 온 기분
-눈나 왜 놀람? 평범한 대구 시민인데?
-5252, 대프리카는 지옥보다 뜨겁다구?
-우리 성녀눈나 한국 구경 시켜줘야겠누 ㅋㅋㅋㅋ
-4계절이 뚜렷한 나라(아님)
아쉽게도 시청자들의 채팅은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낭패예요. 교단에서도 액화질소 없이는 접근하지 말라고……”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이경복의 신형이 앞으로 쏘아졌다. 다시금 커진 눈동자.
그러나 이번에는 시청자들도 놀라지 않았다.
-아 ㅋㅋ 바로 능력활용 기회 와버렸쥬?
-빙결탄 같은 걸 끼얹나?
-갓플 운 뭔데에에!
-왠지 운 아닐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ㅋㅋㅋㅋ
-불타는 머머리쉑들 순삭이쥬?
-아 ㅋㅋ 머머리면 머리가 시원해야 맞지
-저 일렁이는 불길이 모발이었다면 ㅠ
-아닠ㅋㅋ 너무한 거 아니냐곸ㅋ
그들은 바로 세루리안에게 얻은 빙결부여 능력을 떠올렸다. 그 지속시간이야 얼마 남지 않았지만.
‘충분하겠네.’
그 능력의 활용자가 다른 누구도 아닌 이경복이었다.
능력발현과 동시에 검을 휘두르니 칼날에 서린 냉기가 불길을 갈랐다.
박살난 뼛조각들이 비산했다.
다른 해골들이 한 박자 늦게 더 거센 불길을 피워 올리며 달려들었다.
“듀란테……!”
베아트리체가 놀라 소리쳤다.
그녀는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는지 창을 휘둘러 주변의 해골들을 상대했다.
다행히 창의 길이가 충분해 그녀는 무사했지만, 까딱하다가는 불길에 휘말릴 위험이 있었다.
그리고 이경복은 그런 위험을 간과하지 않았다.
파공성 뒤에 쩌적하는 소리가 울렸다. 불길을 관통한 탄환이 놈들의 몸을 얼렸다.
그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빙결과 동시에 가해진 타격이 해골의 몸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아 ㅋㅋ 이게 협력이지
-우리 눈나 반사신경 보소
-갓플 인챈트하는 거 미쳤네
-진짜 ㅋㅋㅋ 대검이랑 권총이 수시로 바뀜
-개껌도 이런 활용법은 생각 못 했을 듯 ㅋㅋㅋ
-이게 바로 ‘신의 세례’랄까?
-‘인’챈트? 아니죠! ‘갓’챈트가 맞습니다!
-아 ㅋㅋ 인이 사람 인이었누
두 사람의 악마 사냥은 물 흐르듯 이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이경복의 반격과 서포트가 전황을 주도했다.
처음과 달리 베아트리체 마저 가세하니 전투는 더 빨리 끝나버렸다.
“이번에도 속성부여네요.”
이경복은 빙결탄으로 얼려버린 해골과 접촉, 능력을 확인하며 멘트를 쳤다.
세루리안 때와 유사하게 칼날에서는 불길이 치솟았고 탄환은 작열탄으로 바뀌었다.
이쯤 되니 시청자들도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이게 헬게이트마다 속성이 있는가 봄?
-총 5개니까 오행인 듯?
-오ㅋㅋㅋ 이거네 화수목금토
-이제 화속성 얻었으니까 목으로 가는 거?
-그래도 되긴 할 텐데 그러면 상성흐름 어긋남ㅋㅋ
-오리지널 오행이면 화>금>목>토>수>화 로 가야됨
시청자들 모두 게임에 친숙한 이들이었기에 상성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사이 이경복은 불길에 휩싸인 헬게이트를 봉인하고 다시 가시채찍을 휘둘렀다.
한 번 경험해 봐서인지 베아트리체도 놀라지 않았다. 대신 수줍은 듯 고개를 돌려 눈길을 피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이라 채팅에 집중하는 시청자들은 그녀의 반응을 놓치고 말았다.
-근데 금속성이 어디 있는지 어케 아누?
-ㄹㅇㅋㅋ 다회차면 모를까 찐 1회차인데
-아 ㅋㅋ 아무튼 갓플은 안다니깐!
-진짜 아는 것 같은데?
-행동력 무엇 ㅎㄷㄷ
이경복이 채찍으로 다시 이동을 시작하고 나서야 시청자들의 주의가 돌아왔다.
그는 빠르게 도로를 돌파하며 입을 열었다.
“답은 이미 나와 있었습니다.”
그의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졌다. 우연이 아니라 정말로 알고 이동했다는 것인가?
“컷신 때 다들 보셨잖아요?”
채팅창 반응에 이경복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컷신?
-헐? 설마 처음 헬게이트 나왔을 때?
-풀스로틀 그거?
-무친ㅋㅋㅋ 그 짧은 걸 기억했다고?
-종류뿐만 아니라 위치까지 다 파악했다고?
오히려 물음표의 개수는 증가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던가.
-와 ㅋㅋㅋ 또 갓플해버렸네
-탈인간급 순간기억력 ㅎㄷㄷ
-방벽 너머로 본 거 아님? 공간지각능력 무엇?
-GPS가 아니라 PPS를 탑재 했네
-퍼펙트 포지셔닝 시스템 ㅅㅂㅋㅋㅋㅋ
그는 상식을 벗어난 게 오히려 당연한 인물이었다.
이경복은 실소를 흘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희 광고주님이 다 공략 힌트를 준비해 놓으신 거죠. 이렇게 배려심 많은 게임 흔치 않습니다?”
-틈새광고 보소 ㅋㅋㅋㅋㅋㅋ
-자본주의 풀가동!
-이러니까 퍼플 코인이 떡상만 하는 거임ㅋㅋㅋㅋㅋ
-게임 살게! 산다니까!?
-아 ㅋㅋ 예구 딱대!
-신이 광고해주니까 갓겜이 맏따 ㅋㅋㅋ
기회를 놓치지 않은 그의 광고 멘트에 모두가 즐거워했다.
* * *
공략 흐름은 시청자들의 예측대로였다.
이경복은 마지막, 5번째 헬게이트에서 나온 살아 있는 진흙과도 같은 악마인 ‘머드맨’을 처리해나갔다.
그의 검로를 따라 자라난 뿌리가 진흙을 뒤덮이고, 질척거리던 머드맨의 몸체는 순식간에 메말라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싹빠라다스!
-이렇게 농사가 힘듭니다 ㅠ
-삼가 양분이 된 악마에게 액션빔!
-삼고빔 기출변형 뭔데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순시간에 퇴장해 버린 악마들을 조롱했다. 그 사이 이경복은 마지막 헬게이트까지 모두 봉인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47:51]
약 22분 남짓이었다.
-저거 경과시간 아니지?
-ㅁㅊㄷㅁㅊㅇ
-거의 하나당 4분꼴이누 ㅋㅋㅋㅋ
-와씨 ㅋㅋㅋㅋ 진짜 개빠르네
-이동시간 빼면 실상 거의 3분 아니냐?
-최고기록이랑 몇 분 차이임?
[퀘스트 성공!]
[‘이남자진심이면어떨까’ 님이 ‘5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채팅에 올라온 질문의 답은 퀘스트 성공메시지가 대신했다.
-타이밍 무엇?
-이정도면 이남진어님이 질문 기다린 거 아니냐곸ㅋㅋㅋㅋㅋ
-55분ㅋㅋㅋㅋ 레전듴ㅋㅋㅋ
-???: 55 도발 왜하냐고!
-돌크리트 침투 그마내!
[퀘스트 성공!]
[‘CapCompany_Kor’ 님이 ‘5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어지는 광고주의 정산.
채팅창에는 더 큰 웃음꽃이 피어났다.
-타임 어택 한 번으로 100만원을 땡긴 스머가 이따!?
-그게 바로 ‘퍼펙트-수금’이니까
-아 ㅋㅋㅋ 앞으로는 이남진어식 테스트 방법 쓰시라구요
-효과 너무 확실하고 ㅋㅋㅋㅋ
-갓플의 진심, 얕보면 다친다고?(지갑이)
그리 흥겨운 분위기에 이경복도 웃으며 감사를 전했다.
“퀘스트 정산 감사드립니다! 모두 만족하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아, 이번 타임어택을 하면서 느낀 게 있는데요. 약간 이건 좀 고쳐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테스트는 그냥 결과만 도출하고 끝내서는 안 됐다. 도중에 느낀 개선점이 있다면 밝혀야 했다.
그 말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아무래도 이번 방송으로 헬게이트 위치가 다 노출이 됐잖아요? 그런데 이걸 그대로 하면 재미가 떨어질 것 같아서요.”
이경복은 천진난만한 웃음과 함께.
“컷신에서 헬게이트 형성될 때, 그 위치를 무작위로 바꾸는 건 어떨까요?”
피드백을 마무리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즉시 돌아왔다.
-?
-형?
-이게 무슨 소리요?
-퍼소리 멈춰!
-???: 쉬우면 재미가 없잖아요(실제로 한 말)
-않이;;; 저희는 어렵다고 재미있어 하지 않는다구요!
-따라하는 것도 너무 어려운뎁쇼?
-아 ㅋㅋ 저희는 지도를 줘도 반복해서 확인하는 빡대가리거든요?
-트수 과대평가 그마내!
-응애! 나 아기 데붕이! 성녀눈나한테 다 맡겨!
-최하남자 등판 뭔데 ㅋㅋㅋ
장난 반 진심 반의 아우성이 돌아왔다. 이경복은 웃으며 정산으로 멈춘 게임을 재생했다.
피드백 반영이야 개발진에서 고민할 문제였다.
“아, 바로 컷신이네요.”
그의 한마디에 아우성치던 채팅은 언제 그랬냐는 듯 주의가 돌아갔다.
“설마 정말로 모든 헬게이트를 닫을 줄이야.”
베아트리체는 듀란테를 보며 작게 입을 벌렸다. 그 시선에 담겨 있는 감정은 시청자들도 익숙한 ‘경이로움’이었다.
“단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악마들을……”
그리 중얼거리던 그녀의 동공이 번쩍 뜨였다. 무언가 깨달은 듯한 얼굴이었다.
“혹시…… 최초의 침공이 갑자기 멈춘 건?”
-옼ㅋㅋ 우리 눈나도 이제 알아버렸누
-갓직히 이건 좀 알아달라고 한 수준 아님?
-ㄹㅇㅋㅋ 눈앞에서 바로 재현해 버렸자너
-여기서 못 알아차리면 능지이슈지 ㅋㅋ
단순히 추리로 끝낼 생각이 없던 걸까.
“듀란테, 당신이었나요?”
베아트리체는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몸 쪽 꽉 찬 돌직구 보소 ㅋㅋㅋ
-상여자특) 노빠꾸임
-역시 최상여자 ㅎㄷㄷ
-최상 커플 뭐냐고 ㅋㅋㅋㅋ
-떡밥 확실히 풀어버리기~
듀란테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눈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다가 짧게 혀를 찼다.
“아마 내가 맞을 거다.”
“아마요……?”
“……그 과정이 기억나질 않아.”
그녀의 미간이 좁혀졌다. 시청자들도 비슷한 감상을 표했다.
-모른다고?
-않이;; 바로 떡밥 또 뿌리는 거 뭔데!
-즉.시.떡.밥.
-듀란테가 기억상실?
듀란테는 널브러진 악마들의 시체로 시선을 돌렸다. 그와 함께 컷신 속 화면이 흑백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기억하는 건 악마들의 피와 시체, 그리고 그 안에 매몰된 채 깨어난 내 모습뿐이다.”
듀란테의 설명대로 화면이 뒤바뀌었다. 그것이 듀란테의 회상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세상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희미하게 남아 있는 건 나의 이름, 그리고 지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적.”
듀란테는 낮게 뇌까리고는 베아트리체를 돌아봤다.
“하지만 그 이유는 여전히 흐릿하지. 막연하게나마 뭔가를 찾아야 한다는 느낌만 남아있다.”
놀란 베아트리체를 바라보던 그는 이내 실소를 흘렸다.
“어쩌면 귀소본능 같은 걸 수도 있겠지. 지옥은 악마에게 고향과도 같은 곳일 테니.”
“아니에요.”
자조적인 그 말에 베아트리체가 불쑥 끼어들었다.
“악마에게는…… 이런 온기가 느껴지지 않아요.”
그녀는 듀란테의 손을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이내 손에 닿았던 시선은 천천히 그의 얼굴을 향해 올라갔다.
“인간답다는 건, 단순히 종족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클로즈업 된 그녀의 얼굴, 커다란 눈망울에 비친 듀란테의 모습. 마치 그녀가 자신의 안에 그를 담은 것 같았다.
“세상에는 악마 같은 인간도 있어요. 그처럼, 인간다운 악마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예요.”
이윽고 그녀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어느 쪽이 인간이냐 묻는다면 제 대답은 정해져 있어요.”
그녀의 손이 조심스럽게 듀란테의 가슴으로 올라간다. 삽시간에 소음이 사라지고 심장의 고동소리만이 남았다.
“듀란테, 제게 당신은 확실한 사람이에요.”
-눈나ㅏㅏㅏㅏㅏㅏㅏ!
-으음! 이 쥬시한 맛!
-감동에 동서남북으로 울부짖었습니다ㅠㅠ
-네? 히로인 스택을 더 쌓으라고요?
-이정도면 스택으로 화성도 가겠는데?
-성녀코인 호재인가요!? 그레이트 호재입니다!
-???: 화성 갈끄니끄아!
-이게 최상여자의 어프로치?
-아 ㅋㅋ 먼저 어프로치를 받아봤어야 공감을 하지
-앗……!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듀란테도 비슷한 감상이었던 걸까.
그는 이전과는 달리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 분위기에 채팅창은 더욱 달아올랐다.
-아 ㅋㅋ 딱 봐도 입충돌각이네
-입충돌 단어 선택 뭔뎈ㅋㅋㅋ
-이러면 갓플만 좋은 거자너!
-좋은 거 독점! 그마내!
그러나 상황은 그들의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베아트리체가 움찔하더니 그대로 굳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이윽고 화면이 아래로 내려가니 축 늘어진 가시채찍이 잡혔다.
-?
-뭐임? 갑자기 뭐임?
-눈나를 마비시켰다고?
-어뜨케 된겨 어뜨케 된겨!?
채팅창 분위기가 일변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바로 밝혀졌다.
“베아트리체, 명심해라.”
그의 시선은 그녀 너머, 폐허가 된 도시에 하나둘씩 늘어나는 불빛에 닿았다.
“지옥은 인간이 발을 들일 곳이 아니다.”
천천히, 그는 그녀를 등졌다.
“그곳에 들어가는 건 악마, 혹은 악마가 될 존재들뿐이니까.”
듀란테는 도시를 내달렸다.
다시 두 사람의 거리가 멀어졌다.
-아……
-위험할까 봐 억지로 떼어놓는 거네
-헬게이트 다 봉인해서 성기사들도 오고 있는 것까지 확인함
-이게 바로 상남자식 배려?
-지옥에서 다시 돌아오면 ‘제 마음은 변함없어요. 협력관계는 유지할 거예요. 이제 놓치지 않아요.’ 해주는 엔딩 맏찌? 그치?
-데붕이 요구사항 디테일 뭐냐고 ㅋㅋㅋ
채팅창은 안타까움과 더불어 이해한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 사이 듀란테는 도시 중심에 도달했다.
거대한 구멍이 그 앞에 있었고 아래로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바로 장소가 바뀐 것 같습니다.”
시야가 새까맣게 변했다.
그러나 이경복은 듀란테와 동기화된 감각으로 낙하가 끝났음을 느꼈다.
대체 얼마나 들어온 것일까. 빛 하나 들지 않을 정도였으니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그때 카가각하는 쇳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불똥이 튀었다.
듀란테가 대검으로 바닥을 긁으며 시야를 밝힌 것이었다.
-바닥에 뭔가 흠 같은 게 새겨져 있는데?
-뭐지?
-않이;; 이건 게임적 허용으로 좀 보이게 해줘야지!
-약간 불편하긴 함 ㅋㅋㅋ
-개껌? 보고 있나?
간헐적으로 밝아지는 시야 사이사이로 바닥에 새겨진 도형 같은 것이 보였다.
이게 뭔가 싶은 와중 갑자기 불똥이 사라졌다.
“엇? 듀란테가 자기 가슴을 찔렀는데요?”
이윽고 느껴지는 이물감에 이경복이 상황을 중계했다. 시청자들이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상황이 달라졌다.
조금 전 봤던 도형을 따라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놀랍게도 홈을 따라 흐르는 피는 빛을 발산하며 어둠을 걷어냈다.
그리고 그 피는 듀란테의 몸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분위기 보소 ㅎㄷㄷ
-와씨;;; 역시 캡슐용이 다르긴 하네
-콘솔판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현장감!
-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음
피는 금방 바닥의 홈을 다 채웠다. 그러자 우르르 바닥이 떨리며 거대한 석문이 아래에서 솟아올랐다.
-어? 이거 ‘지옥의 문’인데?
-이건 콘솔판 디자인 그대로 썼누 ㅋㅋㅋㅋ
-와 ㅋㅋ 그래도 캡슐용으로 보니까 위용이 다르네
올드비들은 그 정체를 바로 알아보았다.
그렇게 석문이 완전히 나온 순간이었다.
콰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석문이 부서져 떨어졌다.
-ㅔ?
-이게 왜 부서짐?
-않이;;; 부실공사 뭔데!
-분위기 다 잡고 왜 무너지냐고!
시청자들은 황당함을 표했다.
“역시 그런가.”
하지만 이내 듀란테가 뒷목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리자 바로 주의가 돌아갔다.
“아마 내가 부순 거겠지. 그걸 다시 고쳐야 되다니…… 우습군.”
독백이 끝나며 돌아오는 통제권.
이경복은 바로 뭘 해야 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거 퍼즐 파트네요.”
무너진 지옥의 문을 다시 맞추는 게 분명했다.
이경복은 신속히 파편들을 골라냈다. 반듯한 모서리 부분을 맞추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오? 직소퍼즐 뭐 그런 건가?
-엥? 퍼즐 요소도 있음?
-ㅇㅇ 콘솔판에도 있긴 했음
-와씨 ㅋㅋ 콘솔판에서는 개뺑뺑이 돌렸는데
-그래도 캡슐용은 그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퍼즐이자너 ㅋㅋ
-보니까 이것도 좀 어렵긴 한데?
-모서리는 개꿀인데 안쪽 채우려니까 빡세누 ㅋㅋㅋ
올드비들은 콘솔판을 떠올리며 빠르게 채팅을 쳤다. 개중에는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아 ㅋㅋ 우리 갓플이 또 퍼즐도 퍼펙트 하쥬?
-ㄹㅇㅋㅋ 2회차 OTP 모르심?
-정보) 퍼지컬은 피지컬과 뇌지컬을 합한 말이다
-이 정도 퍼즐이야 뚝딱이지 ㅋㅋ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이경복의 업적을 알고 있던 바, 이스케이퍼스에서 활약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경복은 전혀 걱정이 없었다.
‘답이야 처음부터 알고 있긴 한데.’
이미 내재된 신기가 각 퍼즐의 올바른 위치를 머릿속에 그려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바로 퍼즐을 맞추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그냥 뚝딱 맞춰 버리면 공략방송이 아니지.’
시청자들에게 퍼즐 공략의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했다. 다행히 개발진이 준비한 힌트는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보니까 파편마다 글자가 새겨져 있네요.”
이경복은 파편을 들어서 글자가 새겨진 부분을 가리켰다.
“이건 ‘옥에’, 여기는 ‘망을’, 이거는 ‘발’이고요. 그리고 이쪽에는……”
마치 받아쓰기를 하는 것처럼 채팅창은 그가 읊는 글자로 가득해졌다.
-적어! 일단 적어!
-트수지성 풀가동!
-오 ㅋㅋ 글자로 문장 만드는 건가?
-핫하! 우리들도 갓플을 도울 수 있다구웃!
이경복은 시청자들의 행동이 귀여워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지, 옥에. 지옥에다! 지옥에!
-망을은 대체 어디 붙음?
-조사가 붙으니까 무슨 망인데?
-그냥 망한거 같습니다만?
-안 도와줄 거면 좀 빠져!
-자, 망을, 워라, 지, 모두
-자랑 ㅈ…… 아 ㅋㅋ 이건 아닐 듯
-님 그러다 밴당함ㅋㅋㅋㅋ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이경복은 열중하는 채팅창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흠, 풀었습니다.”
-아니 벌써?
-킹니 갓써?
-사실 갓플이 풀기를 기다렸지롱
-너두? 와! 나두!
-나는 다른 트수들 풀게 계속 단어만 반복해서 올렸음ㅋㅋㅋ
-양심고백 뭐냐고 ㅋㅋㅋ
-알고 보니 조별과제였쥬?
그가 빠르게 파편을 배열했다.
그와 함께 완성된 문장.
[지옥에]
[발 들인 자]
[희망을]
[모두 지워라]
단 하나의 실수도 없이 정확히 들어맞은 파편들.
-캬! 깔끔한 거 보소 ㅋㅋ
-파편……! 어쎔블!
-아 ㅋㅋㅋ 자랑 지 사이에 뭘 넣어야 되나 전혀 안 떠올라서 고생했자너
-ㄹㅇㅋㅋ 그것도 하필 지가 두 개나 있어가지고 계속 보임
-위험 발언 이제 그마내!
-나는 발이랑 망을 때문에 계속 왠 명품인가 했음 ㅋㅋㅋ
-엌ㅋㅋㅋㅋ 그거 명품이긴 하지
퍼즐이 풀리자 시청자들은 곧바로 안도했다.
그때 맞춰진 파편들이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공명하듯 떨리기 시작한 파편은 이내 살아 있는 것처럼 그 틈을 스스로 메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복구된 지옥의 문.
절규하는 인간과 악마들의 형상이 양각으로 새겨진 그 표면 위로 바닥에 흐르던 듀란테의 피가 차올랐다.
“홈 스위트 홈.”
듀란테는 코웃음을 치고는 열린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옥 입성 앞두고 보이는 여유 ㅋㅋㅋㅋ
-목소리랑 분위기 찰떡 무엇?
-갓플의 영어 더빙, 나쁘지 않을 지도?
-아 ㅋㅋ 갑자기 멤버십 뽐뿌 오네
장면이 전환되는 사이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왔다. 그러나 아직 컷신은 끝나지 않았다.
문을 열고 나온 듀란테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장소였다.
그는 가볍게 휘파람 소리를 냈다.
“생긴 거랑 다르게 고풍스러운 곳에 사는군.”
오래된 석벽과 작은 창, 내부의 모습은 고성(古城)과 유사한 곳이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그 아래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무저갱만이 존재했다.
듀란테는 이내 풍경에서 관심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통로를 주파했다.
그리고 그 끝에 문을 열자.
말 그대로 집채만 한 사냥개의 머리가 그 앞에 있었다.
-어씨!
-ㅈㅁ대ㅓᅟᅣᆯ;
-않이;;; 왜 깜놀포인트가 있냐구!
-아ㅋㅋㅋ 맥주 다 쏟음
-다른 의미로 지려버렸쥬?
-이 와중에 아무 반응 없는 갓플 뭔데!
-그것이 바로 ‘퍼펙트-대담’이니까 (끄덕)
시청자들은 기겁했지만 이경복은 태연했다. 그리고 그건 듀란테도 마찬가지였다.
“……이것도 내가 한 건가?”
사냥개의 머리는 몸과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떨어진 머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3개의 머리가 각기 흩어져 있었고 몸통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거 켈베로스 아님?
-머리 3개 달린 개면 그거밖에 없지 ㅋㅋㅋ
-원래 지옥문 지키는 개잖슴!
-듀란테가 지옥에서 나오면서 쓱싹한 거?
-오! 지옥문 부순 것도 그렇고 지옥에서 나온 게 맞나봄
이미 죽은 상태였기에 이경복은 아무런 위협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나타났다.’
그의 육감에 감지된 느낌은 다른 존재의 것이었다.
그리고 이경복보다 한 박자 늦게 듀란테의 표정이 경직됐다. 그는 곧바로 권총을 뽑아들고 어둠 속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
-뭐임? 대체 뭐임?
-습격?
-켈베로스 죽인 놈일 수도?
-오 ㅋㅋㅋ 킹능성있다
-듀란테가 처리한 게 아닌 거임?
-아 ㅋㅋ 어쨌든 이미 한 방 먹었쥬?
그 갑작스러운 행동에 시청자들은 의문을 표했다.
“아뇨. 피격음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경복의 멘트와 더불어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새하얀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그 머리카락보다 더 창백한 피부의 남자였다. 특이하게도 한쪽 팔에는 검은 뱀이 휘감겨 있었다.
“말보다는 행동, 저도 그것을 선호하지만 당신과는 싸우려 온 게 아닙니다.”
남자는 그리 말하며 손을 펼쳤다. 우그러진 탄환이 바닥을 굴렀다.
“듀란테 님과 적대할 정도로 저는 멍청하지 않으니까요.”
“악마의 말은 믿을 게 못 되는데.”
듀란테는 여전히 총구를 겨누며 대답했다. 그 말에도 남자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 점 역시 동의합니다. 신뢰라는 것은 한낱 말로써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는 눈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고개 숙였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안드로말리우스, 짧게 안드로라고 불러주셔도 좋습니다.”
듀란테는 대답 대신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안드로는 고개 숙인 채로 날아오는 총알을 잡아냈다.
“여전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여전하다?”
“예, 줄곧 듀란테 님이 돌아오시길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다시 고개를 든 안드로는 어깨를 으쓱였다. 일련의 상황에 채팅창은 혼돈에 빠졌다.
-ㅔ?
-이게 대체 무슨 전개여?
-악마가 왜 악마사냥꾼을 기다림?
-저 악마쉑 배신각 보는 거 아녀?
-혼란하다 혼란해!
-일단 뿌려진 떡밥 보면 듀란테가 기억 잃기 전에 지옥에 있었던 건 확실함!
-안드로가 조력자일 수도?
이경복은 여러 추측을 제시하는 시청자들을 보며 속으로 웃음 지었다.
‘이게 집단지성인가? 맞추기는 하네.’
실제로 안드로에게 느껴지는 느낌은 다른 악마가 풍기는 불쾌함이나 위협이 아니었다.
조력자 포지션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왜 컷신이 끝나가지?’
안드로의 소개가 끝나자 통제권이 돌아오고 있었다.
‘혹시 잡아도 되는 건가?’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건 전투도 가능하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