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 해외에서 난리난 (진짜임)
방송이 끝난 후, 늦은 밤.
이경복이 보여 주는 놀라운 플레이는 방송 중에도 퍼져 나가지만, 방송이 끝난 후의 후폭풍과 비교하면 솔바람에 불과했다.
이전까지는 그 후폭풍이 한반도를 주로 휩쓸었다면 이번에는 달랐다.
그 폭풍이 바다를 건넜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일본인이 사용하는 SNS 1위, 단문형 SNS인 ‘트위티’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문장이었다.
트위티는 SNS 내의 해시태그와 키워드를 수집, 사용자들 사이에서 활발한 주제를 보여 주었다.
트위티 사용자들은 이를 일컬어 ‘실시간 트렌드’, 준말로 ‘실트’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실트에.
[일본의 트렌드]
[#Perfect_Play(5,147 트윗)]
[#Demon_Must_Cry(4,228 트윗)]
스트리머 퍼플과 데몬 머스트 크라이 키워드가 진입했다.
[오늘 저녁도 퍼펙트한 방송이었다wwww]
[타임어택 차이 너무 크잖아! 어이! 이래서야 바보취급 당하는 것도 당연하다고wwww]
[퍼펙트 듀란테의 로프 액션, 멋있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www 아니아니! 따지자면 분명 멋진 거지만!]
[에에-! 베아트리체 쨩, 듀란테의 손길 너무 금방 익숙해졌잖아! 역시 리얼계인 걸까나? 오타쿠는 접근 금지라는 느낌? 그래서야 성녀 실격이잖아!]
[나 말야. 어느샌가 자막 없이도 퍼플의 의지랄까, 알게 된 것 아. 이거 사이킥 같은 걸까나?(웃음)]
방송 중에는 해당 내용에 대한 감상을 실시간으로 남긴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방송이 끝난 직후의 반응은 분위기가 달랐다.
[어이어이, 정말이냐고…… 흑막에 성녀라니? 이거이거, 너무 위험한 거 아닐까나? (웃음)]
[퍼플의 방송 마지막은 뭐라고 해야 할까요. ‘에-? 에에-? 에에에-!?’의 연속이었습니다. 화면이 꺼진 후에도 멈추지 않은www]
[절대! 절대절대! 무리잖아? 성녀의 배신이라니? 누군가 자세한 내용 알고 있으면 멘션 달아줘!]
[아아, 트위티에는 바보들뿐인가? 나님은 눈치챘다. 우민들은 전혀 알 수 없겠지만 말이지.]
[저기-! 좀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다음 이야기까지 앞으로 24시간이라니, 초-심하다고!]
국적을 불문하고 시청자들은 방송 마지막에 공개된 베아트리체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상황에 대한 추측 역시 비슷했고, 감상문보다는 상황을 분석하는 글들이 대다수를 이루었다.
SNS의 특성상 사용자들은 타인의 관심을 원했고, 단순한 감상보다는 논의가 가능한 분석이 더 교류를 이어나가기 좋은 점도 한몫했다.
그렇게 관심을 얻게 된 글들은 자체 인용 기능인 ‘리트윗’을 통해 다시 확산됐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 받은 사용자가 있었으니.
[4Gameplay_SaitoSan]
[@4Gameplay_Saito]
그는 바로 일본의 게임 웹진 ‘4Gameplay’의 기자였다.
[이번에 DMC 체험방송에서 공개된 컷신은 많은 정보를 전달해 주었습니다. 자세한 건 아래 쓰레드로 이야기해 보죠. (콘솔판 스포일러 주의.)
<이 스레드 보기>]
그는 사용자의 게시글을 묶음으로 보여 주는 기능인 ‘스레드(Thread)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먼저 안드로말리우스, ‘안드로’는 전작 콘솔판 DMC에서도 등장했습니다. 사진으로 보니 기술력의 차이로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만 (웃음)
<사진>]
[안드로의 원전은 솔로몬의 72악마에 등장합니다. 악마이면서 정의를 추구하고, 악인을 징벌해서 ‘정의의 백작’이라고도 여겨집니다.]
[그런 캐릭터성은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전작에서 안드로는 디바인 에이전시, ‘교단’과 협력을 했습니다.]
전문 기자의 분석이 시작되니 사람들이 금방 모였고, 글 작성 중에도 리트윗 숫자가 빠르게 올라갔다.
[당시에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악마에 대항할 수 있는 성기사의 무기, ‘셀레스티얼 큐브’를 교단에 전한 존재가 안드로입니다.]
[공개된 DMC가 전작에서 이어지는 시퀄인지, 리부트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작의 설정이 다수 유지되고 있죠.]
[위 설정 또한 유지된다면 베아트리체와 안드로가 이미 아는 사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흑막이 그녀라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아직은 가설에 불과합니다. 저도 궁금하니 얼른 방송이 시작됐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Perfect_Play #streamer #Demon_Must_Cry #DMC #4Gameplay #Saitosan]
[5.1천 리트윗 / 6.3천 마음에 들어요.]
타래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답글이 달렸다.
[역시 기자일까요! 하지만 기자인 사이토 씨도 우리와 같은www]
[사이토 씨, 그의 실력에 대한 코멘트는 없는 겁니까? 저는 ‘에-?!’를 반복하는 기계가 된 기분wwwww]
[초-완벽한 건 당연하잖아www 이름부터 퍼펙트라고? 하지만 무적의 안드로를 쓰러뜨린 건 의외!]
[아아, 그것은 인외의 경지랄까?]
[에에, 결말은 회사 직원의 도게자였지. 혹시 정말로 블랙기업일까나?]
그렇게 들불에 번지는 불처럼 확산되던 글들은 이내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렇게 집중된 이목을 돌릴 키워드가 실트에 새로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Perfect_Voice(1,782 트윗)]
퍼플의 목소리라는 주제.
퍼플 큐튜브 채널의 멤버십이 드디어 개설된 것이었다.
* * *
퍼펙트플레이 채널에는 재생목록이 하나 새롭게 추가됐다.
그 이름은 ‘Perfect Voice’로 다른 목록과 달리 영어로 이름이 쓰였다.
오로지 멤버십 가입자만 볼 수 있는 이 채널에 올라온 영상은 고작 3개, 체험방송 1일 차부터 3일 차까지의 영상이었다.
기존에 올라왔던 영상과 다른 점은 오직 하나, 그 영상에는 더빙된 이경복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는 사실 뿐이었다.
[-드디어!]
[-퍼플을 좋아하지만 만약 퀄리티가 불만족스러우면 바로 환불할 거야.]
[-lol, 먼저 댓글을 다는 사람이 나뿐이 아니었네.]
그러나 영상 등록과 동시에 조회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그에 비례하듯 댓글 또한 늘어났다.
그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 영미권 구독자들이었다. 영상이 업로드 된 시점은 한국 시간으로 새벽이었지만 영미권은 한낮인 덕이었다.
[-WTF? 더빙 음질이 아마추어 수준이 아닌데?]
[-lmao, 그는 녹음마저 완벽하게 해버렸어]
[-음성합성 기술은 완벽하지 않지만 훨씬 편해. 자막 보느라 놓쳤던 순간도 아까웠거든!]
[-맙소사, 퍼펙트 듀란테가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영어로 말하기까지 하니 완벽 그 이상에 도달했어!]
그들은 실시간으로 댓글에 감상을 남겼다. 그 대부분이 예상 밖으로 뛰어난 음질에 대한 반응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겨우 한 달에 10달러만 받고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원본이 얼마나 명확하면 더빙이 이렇게 깨끗하지? 퍼플은 이걸 준비하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스튜디오가 아니라 개인이 구비한 장비로 방송을 하는 ASMR 큐튜버들도 멤버십으로 5달러를 받는다.
그런데 이경복이 제공하는 음성은 한국에서도 내로라하는 음향 스튜디오의 장비, 그리고 엔지니어의 노력이 깃든 산물이었다.
더구나 단순히 소리만 제공하는 영상도 아니고 이경복의 화려한 플레이와 데몬 머스트 크라이의 스토리까지 담겨 있지 않나.
그 차이가 너무도 여실한데 가격은 고작 5달러 차이니 비교가 안 될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비용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에게는 꽤 큰 손실이 있었을 거야.]
[-결정했어. 만약 다음 달에 다른 영상이 올라오지 않더라도 난 다다음달까지 멤버십을 결제할 거야. 그게 예의지!]
[-CAP Company는 퍼플에게 로열티를 제공해야 해. 왜냐하면 그가 바로 듀란테니까!]
[-맹세하는데, 어느 ASMR 큐튜버를 찾아봐도 이렇게 좋은 음질은 찾기 힘들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월 10달러’의 비용이 아깝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니 댓글 창은 악플 하나 없이 찬사로 채워졌다. 오히려 돈을 지불한 가입자들이 이경복을 걱정해 주는 수준이었다.
사실 그 비용이 커피 한 잔 값이었다는 건 그들이 알 도리가 없었다.
그리 분위기가 훈훈한 와중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
[-이거 좀 이상한 소리일 수도 있는데, 영상 보고 있으니까 잠이 좀 깨지 않아?]
[ㄴ너도? 난 항상 점심 먹고 커피를 마셔도 졸렸는데 지금은 전혀 안 그래!]
[ㄴWTF? 그냥 영상이 재미있어서 그런 거 아냐?]
[ㄴ아니, 이미 본 거라서 처음 봤을 때보다는 흥미가 없지. 그런데 몸에 불이 붙는 느낌이 들어.]
[-완전 미친 소리 같지만 들어봐. 나는 운동하면서 영상을 보고 있었거든? 그런데 평소보다 덤벨이 가볍게 느껴졌어. 난 생각했지, ‘WTF? 다음 단계로 갈 때인가?’. 그리고 결과는? 이전보다 20Kg를 더 들 수 있었어!]
[ㄴlol! 그게 사실이라면 퍼펙트-도핑이라는 거잖아?]
[ㄴ진짜라니까! 지금 한 세트 끝냈는데도 기운이 넘쳐!]
[ㄴ그럼 시도해본다]
[ㄴOMG]
[ㄴ뭐야? 이게 왜 되는 거지?]
[ㄴ퍼펙트-도핑이 진짜로 된다고?]
[ㄴ친구, 이건 불법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퍼펙트-펌핑’이 맞지!]
영상을 보고 있자니 피로가 가시고 몸에 활력이 차오른다는 증언이 댓글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던 다른 사람들도 그와 유사한 일을 경험하고 놀라 대댓글을 달았다.
더불어 상승하는 추천수에 그들의 증언(?)은 빠르게 댓글 상단으로 솟구쳤다.
그렇게 노출된 댓글은 다시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새로운 증언으로 이어졌다.
도중 누군가 이와 같은 현상을 함축하는 댓글을 올렸다.
[-와, 이건 다른 의미로 ‘Perfect Wave’네. 그러니까 내 말은 ‘완벽한 음파’말이야.]
이 댓글은 엄청난 추천과 함께 기존 상단 댓글을 제치고 최상단에 등극했다.
* * *
다음날.
이경복은 오전 운동을 마치고 말끔한 모습으로 샤워실을 나왔다.
“응?”
드라이까지 마치고 나오니 스마트 링크가 웅웅거리다가 멈추었다.
타이밍이 좋지 않게 전화가 왔었던 모양이었다.
누군가 싶어 확인하려는 찰나 톡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퍼튜브 멤버십 가입자 1만 돌파]
간결한 내용 보고.
박주호가 보낸 톡이었다. 분명 조금 전 전화를 한 것도 박주호일 터였다.
그러나 지금 이경복에게는 그 전화가 박주호에게서 온 것인지 아니면 최병훈에게 온 것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1만이 넘어? 하루아침에?’
절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내 그는 기시감을 느꼈다.
이런 경험은 이미 한 차례 겪은 바가 있었다.
‘그때는 10만이었는데……’
채널 개설 후 하루 만에 10만 구독자를 모으지 않았던가. 그에 비하면 지금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경복이 느끼는 기쁨은 그때보다 더욱 컸다.
‘돈까지 내야 되는데 1만 명이라고?’
그냥 구독 버튼을 누르는 일에는 아무런 저항도 없고 접근도 쉬웠다. 채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영상 하단에 있는 구독 버튼만 눌러도 충분하지 않나.
그러나 멤버십 가입은 다르다.
접근이야 비슷해도 그 과정에는 약간의 번거로움이 요구 된다.
가입 신청부터 결제까지 신청자가 마음을 돌릴 여지는 충분히 주어진다.
그 귀찮음을 감수하고, 월 10달러의 비용까지 지불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무려 1만 명이다.
게다가 그 사람들이 말 하나 통하지 않던, 제대로 소통한 적이 없었던 외국인들이라면?
‘아니,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이경복이 느끼는 감격의 크기가 커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와 별개로 또 기쁜 이유가 있었다.
‘10달러에 1만 명이면……’
아주 단순한 셈이었다.
구구단을 아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도출할 수 있는 숫자였다.
그러나 그 숫자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10만 달러……?”
이경복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자세한 환율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1억 원이 넘잖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가 떠올랐다. 그때 뭐라고 했더라?
‘부수입 수준이 아닌데?!’
그저 새로운 수익모델로만 생각했다. 설마하니 그 수익이 웬만한 광고 계약을 상회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아니, 생각해 보면 광고와 비교할 게 아니었다.
‘잠깐, 이거 매월 들어오는 돈이잖아?’
광고는 한 번이면 끝나지만 멤버십은 매월 진행된다. 가입자 수를 유지할 수 있다면 새로운 고정 수입이 생기는 것이다.
“와……”
그런 면에서 이경복은 걱정이 없었다. 다른 큐튜버와 달리 그가 제공한 건.
‘그냥, 더빙만 한 건데 이렇게 돈이 벌린다고?’
그의 목소리, 하나뿐이었다.
물론 이번 체험 방송이 끝나고 다음 영상에서는 스크립트 번역을 맡겨야 하고, 플랫폼인 큐튜브에서 정산 수수료를 뗄 터였다.
하지만 그 비용을 포함해도 상당한 수익이 아닌가.
이경복은 양손으로 얼굴을 마사지하듯 문질렀다. 올라간 광대가 쉽게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내 그는 그마저도 관두어야 했다.
“어?”
웅하며 짧게 울린 진동과 함께 새로운 톡이 도착했다.
[>확인하면 전화해라.]
옛말에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추가로 프로모션 계약을 제안이 들어왔다.]
이경복은 그 속담을 실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