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화 - 분노조절잘해 (1)
방송 연장 결정과 함께 이경복은 게임을 재개했다.
컷신은 지옥문을 열고 나온 듀란테의 모습을 잡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어 돌아간 화면 속 보이는 풍경에 시청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와씨 ㅋㅋㅋㅋ 분노의 영역 보소
-아 ㅋㅋ 이게 지옥이지
-탐욕의 영역이랑 완전 극과 극이네.
시산혈해(屍山血海).
금은보화로 가득했던 탐욕의 영역과는 궤가 달랐다. 죽은 악마들의 시체가 말 그대로 산처럼 쌓여 있었고, 흐르는 피에 바닥이 잠겨 있었다.
이경복이 서 있는 곳도 그러한 시체의 산 중 하나였다.
-않이! 갑자기 스케일 너무 바뀌는 거 아니냐고!
-악마들 숫자 무엇?
-이걸 다 뚫고 가야 된다고?
-개껌쉑들 줄넘기 개고수네 ㅋㅋㅋ
-ㄹㅇㅋㅋ 선 넘었다 안 넘었다 반복함
그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곳은 더욱 지옥다웠다.
시체의 산 아래에선 걸어 다니는 짐승들과 수인(獸人)형 악마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시야를 가득 메울 정도의 숫자였으니 시청자들이 아연실색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분노의 망령들인가.”
듀란테가 미간을 찌푸리며 한 마디를 했다.
죽은 악마의 시체에서 반투명한 그림자 같은 것이 솟아났다. 그 망령들은 허공을 맴돌다 다른 악마들의 몸을 빼앗기 위해 들러붙었다.
악마들을 죽인다 하더라도 저 망령들에게 방해가 될 게 뻔한 상황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엄두도 못 낼 터였으나.
-스포) 갓플은 무적권 통과함
-갓플 앞에서는 다 그냥 잡몹이라니깐!?
-아 ㅋㅋ 갓플은 아무튼 잘함
-ㄹㅇㅋㅋ 딱 보니까 지옥무쌍 찍을 각임
-지옥무쌍 ㅅㅂㅋㅋㅋ
이경복이 플레이 한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오호.”
그때 듀란테가 눈을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돌아간 시선에는 웬 전차가 들어왔다.
-저건 또 뭐여?
-무친 ㅋㅋㅋ 다 갈아버리네
-망령 흡수 무엇?
-연료가 망령인가ㅋㅋㅋㅋ
-오? 혹시 저거 타고 가는 거 아님?
전장에는 백병전만 벌어지는 게 아니었다. 전장 곳곳에 돌아다니는 전차들이 악마들을 쓸어버리고, 그 시체에서 튀어나온 망령들을 흡수했다.
“분노의 군주가 있는 곳은 저기겠지.”
듀란테가 지평선 쪽으로 고개를 들자 광활한 전장 너머 거대한 원형 투기장이 보였다.
이어 그는 곧장 시체의 산을 내달렸다. 그리고 곧장 가까운 전차를 향해 도약했다.
핸들을 잡고 있던 악마가 바로 그를 공격하려 했지만 듀란테가 착지하며 휘두른 검에 절반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그 가운데 듀란테가 입꼬리를 올렸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쓸 만하겠군.”
전차를 탈취한 듀란테는 바로 핸들을 잡자 전차가 굉음을 내며 악마들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엌ㅋㅋㅋ 이걸 진짜로 뺐네
-핫하! 하이재킹이다!
-???: 이제 이 전차는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악마 : 거기 지옥경찰서죠!? 웬 인간이 제 전차를 가져갔어요!
-악마가 신고 정신 철두철미 무엇? ㅋㅋㅋㅋ
이에 기꺼워하는 채팅과 함께 컷신이 끝났다.
이경복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그냥 싸우는 게 아니네요. 전차를 보호하면서 하는 것 같습니다.”
그 멘트와 함께 이경복은 돌아보지도 않고 옆을 향해 권총을 쏘았다. 전차에 매달리려던 악마 하나가 긴 울음을 내뱉으며 자빠졌다.
그것을 시작으로 양쪽에서 악마들이 전차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다행히 전방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갈갈갈갈갈갈!
-이 전차 이름이 블랙기업인가요?
-ㄹㅇㅋㅋ 진짜 갈아버리자너
-탐욕의 영역보다 쉬운 듯?
-양쪽만 견제하는 거면 데붕이도 할 듯 ㅋㅋ
그나마 쉬어 보이는 전투에 시청자들은 안도했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경복이 처치한 악마들의 몸에서 망령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
-뭐임? 왜 안 맞음?
-망령은 공격 불가인거?
-그냥 통과해버리누 ㅋㅋㅋ
-무친 ㅋㅋㅋ 물공은 안 먹히나보네
거기다 그 망령에게는 공격이 통하지 않아 칼날도 탄환도 그냥 관통해 버렸다.
그렇게 이경복에게 접근한 망령이 몸에 들러붙자 갑자기 동작이 기괴하게 비틀렸다.
“아, 이런 기믹이네요.”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오자 이경복이 마저 설명했다.
“망령이 붙으면 상태이상이 적용되나 봅니다. 몸이 생각과 다르게 움직여요.”
이경복은 그리 말하며 시범을 보이자 갑자기 그의 팔이 뒤로 뻗어졌다.
“지금 저는 손을 올리려고 한 거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움직입니다.”
그 설명에 시청자들은 어처구니없어했다.
-않이;;; 페널티 개 빡세네
-지금 망령 더 나오는데?
-이거 갈수록 망령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성임
-그럼 죽이지 말고 떨어뜨려야 되나?
-알고 보니 쉬운 게 아니었누 ㅎㄷㄷ
-이건 좀 난이도 문제 있는 거 아님?
-갓플이라도 몸이 뜻대로 안 움직이면 어떡하냐구웃!
차량에 올라타는 악마들을 죽이면 죽일수록 망령의 숫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의 우려가 가득해지는 가운데 이경복은 고개를 내저었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그 한마디와 함께 이경복은 해결책을 보여 주었다.
순식간에 휘둘러진 검과 정확한 조준사격에 쓰러지는 악마들.
조금 전까지 어색했던 움직임이 연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평소와 같은 완벽한 대응이었다.
-?
-뭐임? 어케 된 거임?
-아 ㅋㅋㅋ 이거 지속시간이 있는갑네
-어쩐지 ㅋㅋㅋ 너무 어렵다 했다.
-근데 아직 망령 붙어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망령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여전히 그의 몸에는 망령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아니, 오히려 조금 전 처리한 악마들로 인해 더 숫자가 불어나 있었다. 그럼에도 이경복의 동작은 자연스러웠다.
“생각과 다르게 몸이 움직이면 동작에 생각을 맞추면 되거든요.”
아주 간단한 방법이었다.
이경복은 망령으로 뒤틀린 동작 방식을 파악해 그것을 역이용했다.
-ㅔ?
-설마 지금 바뀐 동작을 전부 다 파악했다는 거?
-무친 ㅋㅋㅋ 전보다 더 늘었는데 그게 된다고?
-또플이 또플 해버렸다!
-제발 킹반인 기준으로 게임을 만들어주세요 ㅠㅠ
다만 그 방법이 시청자들에게는 간단하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이경복은 재차 전차 위에 오르는 악마들을 처치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물론 이게 제일 편한 방법이고, 조금 번거롭긴 한데 이렇게 해결해도 될 것 같아요.”
그리 말하며 이경복은 건틀릿을 변형시켰다. 그 형태는 이번에 새로 얻게 된 ‘마이다스의 손’이었다.
이어 그 손바닥에서 뿜어진 광선이 망령에게 닿자.
“보니까 괜히 얻은 능력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영체였던 망령이 황금으로 변하며 물리적인 실체를 가졌다.
이경복은 그 망령을 뜯어내 던졌다.
-오! 이렇게 쓰는 거였네 ㅋㅋㅋ
-킹반인한테는 이게 더 편합니다만?
-ㄹㅇㅋㅋ 이게 정석이지
-고맙다! 최고마이다스야!
-엌ㅋㅋ 망령들 바로 연료 되어버리기
-죽어서도 이용당하는 악마들 ㅠ
-블랙기업의 정신! 너무 무섭다!
자신들도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니 시청자들도 안심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투기장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어??
-저거 이쪽으로 오는 거 같은데?
-깜빡이도 안 켜는 거 뭔데!
-전차에 뭔 깜빡이가 있냐고
-마! 서퍼티지!
-서퍼티지 ㅇㅈㄹㅋㅋㅋ
다른 전차들이 이경복의 전차를 향해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그대로 충돌하려는 듯 그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스포) 빵야 빵야!
-아아, 갓플이라면 두발로 정리가 가능하지
-뭐? ‘두발정리’라고? 머머리 무시하는 거야?
-엌ㅋㅋ ‘단발’정리도 못할 듯
-아니 다들 너무 ‘빡빡’하시네!
-단체로 돌리기 뭐냐곸ㅋㅋㅋ
이경복의 사격 솜씨라면 손쉽게 전차를 조종하는 악마를 저격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 덕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경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도 좋긴 한데, 다른 걸 해 볼게요.”
채팅창에 물음표가 솟아났지만 그는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사방에 가득한 악마들 덕분에 그의 신기는 이미 예민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전차들의 진로와 그가 가진 능력을 취합한 해결책이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냥 처리하면 재미없지.’
그는 그중 가장 재미있을 방법을 택했다.
이경복은 바로 가장자리로 이동해 마이다스의 손을 뻗었다. 황금빛 광선이 쏘아지고 그 궤적에 걸린 악마들이 일시적으로 황금으로 변했다.
“전방에 과속 단속 구간입니다.”
이경복이 장난스럽게 말하며 결과를 감상했다.
단단한 황금으로 변해 버린 악마들의 뒤에는 속력을 높이며 다가오는 전차가 있었다.
한 박자 늦게 전차가 방향을 틀었지만 그 관성을 이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 ㅋㅋ 악마쉑들 안전벨트 안 하냐고
-차문철TV 제보 각이쥬?
-뭐야? 또 레전드야? (레전드임)
-아닠ㅋㅋ 퍼네비 뭐냐곸ㅋㅋㅋ
-그 와중에 목소리 탐나는 거 무엇?
결국 뒤집어진 전차와 쓰러지는 악마들 모습에 시청자들은 통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형! 혀엉! 반대쪽!
-어씨;; 언제 이렇게 왔누?
-꽉 잡아! 충돌한다!
순식간에 채팅창을 뒤덮은 경고.
어느새 반대쪽에 있던 전차가 거리를 좁혀왔다. 이 거리라면 악마를 사살해도 관성 때문에 충돌은 확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경복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적절하네.’
그 접근마저 이미 계산을 끝낸 그는 그 충돌을 막을 생각이 없었다.
-?
-뭐야?
-무친ㅋㅋㅋㅋㅋㅋ
-이렇게까지 된다고?
이어지는 그의 행동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이경복은 그대로 반대편으로 달리며 전차에서 뛰어내렸다.
쾅하는 굉음과 동시에 전차가 뒤집어졌지만 이경복은 새로운 전차 위에 착지할 수 있었다.
-무친 퍼포먼슼ㅋㅋㅋㅋㅋ
-???: 삑! 환승입니다
-아 ㅋㅋㅋ 30분 내로 갈아타면 무료라니깐!
-역시 제로백 버스기사라 환승제도를 잘 아누 ㅋㅋㅋ
이경복은 곧바로 운전하는 악마를 제거하고 새 전차를 탈취했다.
“신차라서 그런지 승차감이 좋네요.”
그는 해맑게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 ㅋㅋ 새 차 시승은 못 참지
-블랙기업 특) 사장이 차를 자주 바꿈
-ㄹㅇㅋㅋ 이 전차 보면 법인으로 되어있을 듯
-야잌ㅋㅋ 법인 전차 ㅇㅈㄹ
-와 ㅋㅋㅋ 진짜 무슨 매드맥시멈 보는 기분이었다
-이게 진짜 ‘분노’의 도로지 ㅋㅋㅋ
그 웃음에 시청자들도 덩달아 즐거워했다.
* * *
그 후 악마들과 다른 전차가 그를 막으려 했지만 이경복의 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광활한 전장에 붉은 길을 만들어 낸 그는 투기장 입구 앞에 멈추어 섰다.
“피가 다 이쪽으로 흘러오는 모양이네요.”
악마들이 흘린 피가 고여 투기장 주변에 검붉은 강을 이루었는데 그 깊이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었다.
그 가운데 투기장으로 향하는 다리가 놓여 있었다.
-딱 봐도 보스전 스테이지 각임
-ㅇㅇ 분위기상 이번에는 빡세게 갈 듯?
-근데 분노의 군주도 그럼 인간인가?
-마이다스처럼 분리되어 있는 거 아님?
-그냥 보면 되자너~
-아 ㅋㅋ 어차피 바로 나올 거라니깐!
이경복이 전차에서 내리자 그와 함께 시작되는 컷신.
듀란테는 다리를 건너 투기장의 입구에 다다랐다.
그는 슬쩍 문을 훑어보고는 다리를 들었다. 황금성을 방문했을 때처럼 문을 걷어차려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그 전에 육중한 투기장의 문이 소음을 내며 좌우로 열렸다.
-엌ㅋㅋ 분노의 군주쉑 눈치 좀 빠르누
-황금이 아니라 부서질까봐 그런 듯?
-아 ㅋㅋ 최상남자식 문을 달았어야지
-ㄹㅇㅋㅋ 문이 상남자였음 안 부서짐
-투기장이라더니 사나이 클럽이 아니라 겁쟁이 쉼터였누
그 상황에 시청자들이 웃음 짓는 사이 이경복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
그 역시 안에 기다리는 것이 보스라 짐작했다. 하지만 그의 신기가 잡아낸 감각은 조금 종류가 달랐다.
‘뭔가 스릴이랑 비슷한 기분인데.’
몸이 오싹하면서도 기분 좋은 느낌으로 적의와는 좀 달랐다.
그 사이 듀란테는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둑한 통로 너머로 투기장의 안쪽이 보였다.
그 가운데 체구가 건장한 남성 한 명이 서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듀란테 님!”
갑옷과 투구, 그리고 거대한 방패를 등에 짊어진 그는 호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양팔을 벌렸다.
“이거, 오실 줄 알았으면 직접 마중을 나갔을 텐데 말입니다.”
그 친근한 태도에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가득해졌다.
-마이다스랑 완전 대우가 다른데?
-분노의 군주가 아닌가?
-ㄴㄴ 지옥에 있는 인간이잖슴
-ㄹㅇㅋㅋ 그냥 인간은 절대 아닐 듯
-얘는 왜 듀란테를 또 알아보냐?
-그러게? 마이다스는 듀란테가 아니라고 했는데?
당사자인 듀란테도 의아한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그는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며 물었다.
“네가 분노의 군주인가?”
그 물음에 남자는 눈을 껌뻑이다가 더욱 큰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장난이 너무 과하십니다? 듀란테 님께서 분노의 군주인 저, 아약스를 모르실 리가 없으실 텐데요?”
그 반응에 듀란테의 얼굴이 경직됐다.
“내가 왜 분노의 군주를 알아야 하지?”
실실 웃던 아약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이제 와서 무슨 소리십니까?”
그는 듀란테를 보며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제게 분노의 군주가 될 자격, ‘데몬하트’를 주신 건 듀란테 님이시지 않습니까?”
아약스의 말에 듀란테의 눈이 커졌다. 그 현상은 비단 그에게만 벌어진 게 아니었다.
“와, 이게 또 무슨……”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이경복은 물론.
-듀란테가 악마의 군주를??
-ㄴㅇㄱ 상상도 못한 스토리!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되는 겨!
-악마사냥꾼이 악마군주를 만들었다고?
-혼란하다 혼란해!
시청자들도 적잖은 놀라움을 표출했다. 이내 몇몇 시청자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와씨 ㅋㅋㅋ 이거 복선이었네
-복선?
-카론이 말했잖슴!
-아! 맞네! 데몬하트랑 듀란테의 피!
-무친? 듀란테 큐브만 데몬하트랑 공명한 게 그런 거였음?
-다른 악마 피로는 공명 못한 이유가 있었쥬?
채팅을 살피던 이경복도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그는 잠시 컷신을 멈추고 멘트를 쳤다.
“데몬하트가 원래 듀란테 거였던 거네요.”
그는 감탄을 표하며 말을 이었다.
“와…… 이게 광고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스토리도 그렇고 플레이 자체도 그렇고 진짜 게임이 재밌습니다.”
-맞말추
-ㅇㅇ 이건 찐꿀잼임 ㅋㅋㅋ
-ㄹㅇㅋㅋ 상상도 못한 전개임
-와씨 ㅋㅋ 복선 회수 뭐냐고 ㅋㅋㅋ
-자본주의 걷어내고 게임이 잘 만들긴 했네 ㅋㅋㅋ
-ㄹㅇㅋㅋ 아까 환승 퍼포먼스도 그렇고 자유도도 괜차늠
-고티죠? 고티죠? 고티죠?
-최고의 게임과 최고의 스머가 만나버렸고 ㅋㅋㅋ
동감하는 채팅으로 가득해졌다.
그렇게 분위기가 훈훈해진 상황.
개발사는 이 기회를 놓치기 싫었던 모양이었다.
[‘CAP Company_kor’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여러분의 칭찬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ㅎㅎ 잠깐 쉬는 타이밍 같아 좋은 소식 전해드릴게요!]
불쑥 들어온 후원에 모두의 주의가 돌아갔다.
[‘CAP Company_kor’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조금 전 본사에서 결정이 나왔습니다! 이번 체험 방송이 모두 끝나면 저희 데몬 머스트 크라이의 예약구매 페이지가 오픈된다는 사실!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개발사가 전한 소식은 바로 예약구매 일정이었다.
-마참내!
-오? 엔딩까지 얼마 안 남은 듯?
-아 ㅋㅋ 예구 딱대!
-드디어 내가 듀란테가 될 수 있다 이말인가?
-퍼란테가 아니라는 사실은 잊지 말라구웃!
-데붕이들은 붕쯔붕쯔하는 붕란테 될 듯 ㅋㅋㅋㅋ
-붕란테 ㅇㅈㄹㅋㅋㅋㅋ
-그래도 무적권 달려야지 ㅋㅋㅋ
-예구면 특전도 있으려나?
-마비 채찍 그냥 주면 안 됨? 제발류ㅠ
채팅창은 금방 기쁨과 흥분으로 가득해졌다. 이경복은 이에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 의미는 조금 달랐다.
‘예약구매 일정이 나왔다는 건……’
개발사가 일정을 공식으로 발표했다. 그것은 일종의 데드라인을 뜻했다.
체험방송이 끝날 때까지 예약구매 페이지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이전 미팅에서 논의했던 보이스 팩에 대한 사항이 포함될 터.
‘곧 재협상을 하게 되겠네.’
개발사 쪽에서 계약 조건을 결정한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