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화 - 기만에도 급이 있지 (2)
주사위로 나온 점괘에 따라 결정한 길.
이경복은 그 통로를 걸으며 생각했다.
‘의외로 뭐가 없네.’
기대와 달리 신기에 느껴지는 건 없었다. 긍정적인 기운은 물론 위협마저도.
-왜케 조용하누?
-그냥 바로 보스전 가는 숏컷 걸린 거 아님?
-엌ㅋㅋㅋ 킹능성 이따
-만해에 비하면 3분의 1은 뭐 ㅋㅋㅋㅋ
-운마저 ‘퍼펙트’해버린 갓플이자너~
시청자들도 비슷한 감상을 표했다. 적이나 함정 같은 게 없으니 이대로 보스전으로 이어질지 몰랐다.
컷신이 시작된 건 그렇게 분위기가 풀어졌을 때였다.
‘뭔가 온다.’
이경복은 통제권이 사라지자마자 느껴지는 육감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수가 꽤 많은데.’
위협의 강도 자체는 미약했지만 그 수가 남달랐다. 동굴의 벽 안에서 무언가 우글우글 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위협의 원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미?”
듀란테가 미간을 찡그렸다.
동굴 벽에서 홍수처럼 작은 새끼 거미들이 바글바글 튀어나왔다.
-저거 구라성녀 몸에서 나온 거미들 아님?
-어우씨;;;; 개징그럽네
-무친! 닭살 나만 돋음?
-아니 지금 뭐하냐구! 얼른 케스코 부르라구!
-얼른 화염방사기 가온나!
삽시간에 동굴이 녹색으로 물들었다. 거미의 몸 안에 녹색 진액이 야광물질처럼 빛을 발한 덕이었다.
이윽고 새끼 거미들이 일제히 가느다란 녹색 거미줄을 쏘아냈다.
“독인가?”
듀란테는 굳은 표정으로 권총을 빼들고 사격을 개시했다. 총성이 울리며 거미들이 무더기로 터졌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았다.
-보스전 하기 전에 독으로 디버프 받는 거?
-역시 재수가 없는 통로가 맏따
-근데 갓플한테는 오히려 좋쥬?
-ㄹㅇㅋㅋ 어려워졌다고 좋아할 듯
-그럼 제대로 뽑은 거네 ㅋㅋㅋ
-엉? 뭐임?
-거미줄 자동으로 사라지는디?
그런데 이상하게도 길게 늘어진 거미줄은 녹아내리듯 허물어졌다. 이윽고 총성에 버티지 못한 것처럼 거미들도 다시 벽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상황이 해결된 건가 싶었지만 듀란테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독성은 없는 건가?”
그가 슬쩍 시선을 내리자 어느새 발목까지 차오른 녹색 연기층이 보였다.
-아까 거미줄이 녹아서 연기가 된 거?
-녹색인데 독이 아니라고?
-설마 번개 뎀? 으윽… 머리가……
-WA! 킹아블로 해보셨구나!
-벨리알도 거짓의 군주긴 한데 ㅋㅋㅋ
-다른 게임 얘기 검지검지~
-아무튼 안 좋은 거임!
우려와 달리 다른 증상은 없었다. 이경복의 신기에도 안개 자체는 위협이라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의문스러웠다.
‘뭔가 역할이 있을 텐데.’
그 사이 듀란테는 연기 속을 나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로의 끝이 보였다.
하지만 기대하던 모습은 아니었다.
“복도……?”
조금 전까지 동굴이었던 통로가 갑자기 웬 가정집의 복도와 이어져 있었다.
-뭐임? 이게 뭐임?
-아 ㅋㅋ 딱 봐도 환영이자너
-녹색 가스가 환각 유발하는 거네
-근데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데붕 아재들 벌써 건망증 오쥬?
-떽! 너희들은 나이 안 먹을 거 같아!?
-떽 ㅇㅈㄹ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금방 현상을 파악했다. 그리고 듀란테 역시 마찬가지였다.
“환각인가.”
그는 코웃음을 치며 권총을 들었다.
“뭐가 나오든 상관없지.”
그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채팅창에 웃음이 흘렀다.
-최상남자식 대응 무엇?
-총은 답을 알고 있다!
-응 계속 홀려봐~! 다 쏴버리면 그만이야!
-악마쉑들 끔살각 ㅋㅋㅋ
-퍼란테한테는 못 당하지!
시청자들은 이제 다시 플레이로 돌아갈 거라 생각했지만 컷신은 계속 이어졌다.
듀란테가 복도로 들어서자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컷신이네?
-어떤 악마 나오는지 보여줄 듯?
-???: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로 봣!
-무슨 사격훈련이냐고 ㅋㅋㅋㅋ
-오! 이제 나온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겨누어진 총구와 방아쇠에 올라간 손가락. 하지만 그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복도의 모퉁이를 돌아 나타난 건 어린아이였다.
타고난 은색의 머릿결과 앳된 얼굴에도 남아 있는 이목구비.
-?
-듀란테 어릴 적 아님?
-뭐임? 갑자기 뭐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달려오는 아이는 바로 듀란테 자신이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형! 같이 가!”
그 뒤를 이어 달려온 또 하나의 아이. 역시나 같은 은색의 머리카락에 짧은 머리를 한 개구쟁이 같은 아이였다.
그 아이는 듀란테를 형이라고 불렀다.
“듀란테! 알리! 뛰면 안 된다고 했잖니?!”
이어 모퉁이 안쪽에서 들려오는 한 여성의 목소리에 듀란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머니?”
그 목소리에 두 아이는 찔끔하면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알리기에리, 너 때문이잖아.”
“아니, 형이 더 시끄러웠거든?”
두 아이는 티격태격하면서 방문을 열고 사라졌다.
방문이 닫히자 고요가 찾아왔다.
그러나 채팅창의 상황은 고요와 거리가 멀었다.
-어? 이거?
-뭐지? 콘솔판 스토리 아님?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콘솔판이랑 배경 설정이 같은 건가?
-않이;;; 리부트면 배경은 다른 게 맞지 않음?
-요약본에 나온 스토리랑 너무 똑같은데?
올드비는 물론 시청자들 대부분 콘솔판 스토리를 복습해 왔다. 덕분에 조금 전 환영이 콘솔판의 한 장면이라는 건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기만의 군주라더니 솜씨가 형편없군.”
그 사이 듀란테가 혀를 차며 말했다. 화면 속에 그 얼굴은 불쾌함으로 가득해 있었다.
“없는 동생을 만들어 내다니.”
그가 다시 걸음을 걸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숨어둔 방문 앞에 서자 안쪽에서 대화가 들려왔다.
“그냥 참으라는 거야?!”
방문을 넘어 들려오는 목소리.
조금 더 굵어지긴 했지만 알리의 목소리였다.
“부모님은 위험을 감수하고 악마들을 상대했어. 저 인간들을 구해 줬다고! 그런데 이런 대우가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알리, 진정해라.”
“형! 봐봐. 저 은혜도 모르는 인간들 좀 보라고! 우릴 가두는 것도 모자라 무기를 겨누고 있잖아!”
듀란테는 방문을 돌아봤다.
“알리. 저들은 그저……”
그 안에 또 다른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려워하는 거야.”
이에 듀란테가 문고리를 잡으려 했지만 어느새 문은 사라지고 벽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벽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알리! 알리!?”
재차 들려온 자신의 목소리에 듀란테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청년이 된 자신이 불타는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젠장, 알리! 대답해!”
그는 동생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거 찐 콘솔판 스토리인데?
-ㅇㅇ 근데 요약판처럼 좀 압축되긴 했음
-이때 듀란테가 알리랑 길이 갈라진 거였자너
순식간에 복도는 까맣게 그을리고 바닥에는 재가 휘날렸다. 듀란테는 굳은 표정으로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주변 배경이 뒤바뀌었다.
“여긴……”
검붉은 혈관과 피막으로 이루어진 벽과 바닥. 마치 살아있는 생물의 체내와 같이 맥동하는 장소였다.
-와씨;; 이거 콘솔판 맞는데?
-ㅇㅇ 콘솔판 지옥 디자인임
-뭐임? 대체 뭐임? 왜 이게 나오는 거임?
채팅창은 의문으로 가득해졌다. 그러나 컷신 속 전개는 그 의문에 답보다 더 많은 질문을 던졌다.
“알리? 살아 있던 거냐?”
환영 속 듀란테는 지옥에서 동생을 다시 만났다. 그런데 알리의 복장이 사뭇 달랐다.
“오랜만이네, 형.”
“대체 어떻게? 그리고 그 옷은 분명 교단에……”
“설명하자면 길지.”
그는 디바인 에이전시, 교단의 성기사들이 입는 제복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반가운 형제의 상봉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 피, 악마의 냄새가 나지 않는데.”
듀란테는 굳은 표정으로 알리의 검을 바라보았다. 알리는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검을 보이며 조소를 흘렸다.
“형, 내가 교단에서 일하면서 뭘 봤는 줄 알아?”
“너……”
“실험, 때로는 고문과 학살 혹은 분풀이. 놈들에게 악마는 그저 도구에 불과했지.”
알리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우리 부모님도 결국 그렇게 이용만 당한 거였어.”
천천히 알리는 듀란테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이용했지. 같이 악마를 증오하고, 학살하면서 믿음을 얻었어. 덕분에 여기까지 왔고.”
“알리.”
“괜찮아, 형. 내가 다 정리했어.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처리한다. 교단의 방침대로 말이지.”
알리는 웃음을 흘리며 듀란테에게 손을 내밀었다.
“형도 알잖아? 악마나 인간이나 다를 건 없어. 그 둘을 구분하는 건 환경뿐이지. 지옥과 현실을 연결하면 이런 차별은 더 이상 없을 거야.”
“……네가 지옥문을 열었구나.”
“우리 둘이라면 악마와 인간을 모두 통제할 수 있어. 그 결과, 서로를 이해하겠지.”
알리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우리 부모님처럼 말이야.”
듀란테는 대답 대신 대검을 들었다. 그와 함께 환영이 다시 뒤바뀌었다.
“옛날부터 느꼈지만……”
전투가 벌어진 이후인지 알리가 쓰러져 있었다. 그는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더럽게 세네……”
그러나 듀란테는 웃을 수 없었다. 그저 씁쓸한 표정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어. 연결은 멈출 수… 없어……”
알리는 그리 말하며 숨을 거두었다. 굳은 표정의 듀란테와 지옥의 모습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않이;;; 콘솔판 스포 뭐냐구!
-고전 겜 스포한다고 탓하는 거임?ㅋㅋㅋㅋ
-ㄹㅇㅋㅋ 어차피 콘솔도 없으면서
-콘솔판도 다시 보니까 재미지네
-그래서 이거 왜 보여주냐구웃!
올드비들이 옛 추억을 떠올리는 사이 듀란테가 움직였다.
“이해가 되질 않는군.”
그 목소리는 환영을 봤음에도 일말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동생이라니. 왜 이렇게 명확한 거짓을 보여 주는 거지?”
그는 여전히 동생의 존재를 부정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혼란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않이;;; 그래서 여기도 알리가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알 리가 없쥬?
-무친 ㅋㅋㅋ 라임 보소 ㅋㅋㅋ
-콘솔판은 동생 있는 거 맞는데ㅋㅋㅋ
-이렇게 말할 정도면 없는 게 맞지 않나?
-근데 듀란테 기억 잃었잖슴? 킹능성은 있지 않나?
-그래서 더 미치겠다 이말이야
-개껌쉑들 머리 잘 썼누 ㅋㅋㅋ
그 사이 듀란테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제 다시 원래대로 동굴로 돌아왔으니 환영은 끝난 것이라 생각했지만.
‘뭔가 더 있어.’
이경복은 전방에서 다가오는, 보다 강해지는 위협을 감지해 냈다.
“오랜만이야, 형.”
어둠 속에서 나타난 건 조금 전,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 줬던 알리였다. 이번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듀란테에게 직접 말을 걸기까지 했다.
시청자들이 놀랄 틈도 없이 듀란테는 방아쇠를 당겼다.
“무대 구성이 너무 엉망인데? 방금 전 죽은 ‘동생’이 나오다니.”
그는 담담히 총구 너머를 바라보았다. 기습적인 사격에도 알리는 총알을 피해 냈다.
-뭐임? 사실 살아 있었다는 거?
-그럼 리부트가 아니라 시퀄이었던 거임?
-않이;;; ㅅㅂ 시퀄이어도 이건 아니지
-ㄹㅇㅋㅋ 알리는 죽어서 완성된 캐릭터라구웃!
-이건 각색을 넘어서 원작 파괴라고!
-이거 잘못하면 발매 연기해야 될 수도 있음ㅋㅋㅋㅋ
알리의 등장에 시청자들이 흥분했다. 하지만 그 전개 방향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장면은 모두의 예상을 빗겨갔다.
“그래, 환영이지.”
알리의 입에서 나온 대답.
제 스스로를 환영이라 인정하는 대사에 채팅창이 물음표로 물들었다.
“하지만 거짓은 아니야.”
“……뭐라고?”
듀란테의 반문에 알리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기만의 영역, 이곳에 오는 죄인들이 받는 처벌이 뭔지 알아? 바로 가장 후회하는 기억을 반복해서 보여 주는 거야.”
조금 전의 환영처럼 알리는 천천히 듀란테의 주변을 맴돌았다.
“죄인들은 환영 속에서 자신의 후회를 바로잡아. 그렇게 행복에 겨워하는 순간 환영이 깨지고 모든 게 사라져. 어떤 노력을 해도 아무것도 남지 않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거야.”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후회를 반복한다. 이 형벌 속에서 죄인은 거짓된 희망과 진짜 절망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물어보는 건데.”
알리는 우뚝 걸음을 멈추고 듀란테를 돌아봤다.
“이렇게 후회할 거면, 왜 날 죽인 거야?”
그 물음에 듀란테가 눈을 감았다. 짧게 호흡을 가다듬은 그가 대답했다.
“애견인으로서 제격이야.”
그는 다시 눈을 뜨며 코웃음을 쳤다.
“네 개소리가 아주 수준급이거든, 반려견이랑 말이 아주 잘 통하겠어.”
미소는 이내 사라졌다.
“나한테 너 같은 동생 따위는 없어.”
-무친ㅋㅋㅋ 이 와중에 더티토크
-이게 듀란테지 ㅋㅋㅋㅋ
-이러면 역시 리부트인가?
-근데 콘솔판 스토리는 왜 보여주냐구!
-아 ㅋㅋ 그냥 보라니깐!
그 사이 이경복은 통제권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진짜 동생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투로 들어가네요.”
환영과 싸울 차례가 분명했다.
그 예상대로 알리는 고개를 내젓더니 그의 무기, 쌍검을 잡았다.
“그렇다면 깨닫게 해 주는 수밖에.”
그 한마디와 동시에 거리가 순식간에 줄었다. 캉하는 쇳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다.
-무친;;; 속도 뭔데!
-콘솔판 스펙 그대로 이식했나?
-환영인데 너프 안 먹음?
-그래도 전작 최종 보스자넠ㅋㅋ
-갓직히 이건 대우 좀 해줘야지 ㅋㅋㅋ
-어차피 퍼란테 앞에서는 못 당하쥬?
-와 ㅋㅋ 진짜 대검이랑 권총 같이 쓰는 거 개간지
알리의 쌍검에 대응하기 위해 이경복은 한 손에 대검, 다른 한 손에는 권총을 들었다.
상대의 검술은 현란하면서도 빨랐지만 이경복은 그 모든 공격에 완벽하게 대응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평소와 같이 이경복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적어도 알리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
-뭐야 ㅅㅂ?
-갑자기 뒤에서?
-설마 지금 환영이라고 순간이동 넣어준 거?
-야잌ㅋㅋㅋㅋ 미쳤냐고!
눈앞에서 싸우던 알리가 사라지더니 뒤에서 나타났다. 누구나 당황할, 그리고 당할 수밖에 없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경복은 ‘누구’에 속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오, 이건 좀 재밌네요.”
돌아보지도 않고 대검을 뒤로 넘겨 공격을 막아냈다. 그와 동시에 허리 옆으로 겨누어진 권총이 격발했다.
-저걸 반응했다고?
-않이;; 이걸 어떻게 알고 막음?
-(게말콘)(게말콘)
-???: 킹밌네요
-아 ㅋㅋ 그만큼 난이도가 높다는 거지
-???: 어려우면 오히려 좋아 ( 짜임)
-와 ㅅㅂ 근데 저렇게 반격해도 순간이동으로 걍 피해버리네
아쉽게도 이경복의 반격은 통하지 않았다. 컷신 속 장면처럼 알리는 순간이동으로 회피했기 때문이었다.
그 상황에 시청자들은 이경복의 실력에 경탄을, 그리고 이 전투의 불합리성에 불만을 토로했다.
-갓플 반응속도로 이 정도면 어쩌라는 거냐고 ㅋㅋㅋㅋ
-않이;;; 못 깨는 거면 그냥 컷신으로 넣으라니깐!
-아 ㅋㅋ 정식판 처신 잘해라 진짜
-테스트 빌드인 게 신의 한수였다
-ㄹㅇㅋㅋ 발매 한 다음 체험방송이었으면 바로 터졌다
이경복은 그들을 진정시켰다.
모두가 예상한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공격할 수 있습니다.”
그 한 마디에 불만은 바로 사라졌다.
-ㅔ?
-순간이동을 어케 잡음?
-마이다스 빔도 안 통하지 않나?
-아약스 방패? 근데 그건 방어용인데?
-환영이라 채찍으로 마비시키는 건 당연 안 통할 거고
-아 ㅋㅋ 갓플이 한다면 한다니깐?!
-믿음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닙니다!
그 대신 채팅창은 물음표와 기대로 가득해졌다.
이경복은 다시금 날아드는 순간이동 공격을 막아내며 답했다.
“공격 패턴 보여드리고 파악도 할 겸 막고 있었는데 끝났거든요. 이제 공략법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선언과 함께 이경복은 재차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에도 역시나 순간이동으로 회피하는 알리.
그러나 이내 다른 장소에 나타나기 전, 이경복이 먼저 대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놀랍게도.
-?
-뭐임?
-와씨 ㅋㅋㅋ 이걸 어떻게 예측함?
-순간이동도 패턴이 있나?
정확히 그의 검로에 알리가 나타났다. 재차 순간이동을 할 틈도 없이 칼날이 그 몸을 갈랐다.
환영이라는 듯 그대로 반으로 갈라지는 알리.
승부는 순식간에 결정됐다.
“잘 짜인 기믹이에요. 이동 패턴도 반복이 없었습니다.”
이어 들려온 이경복의 목소리에 채팅창은 더욱 요동쳤다.
-반복 패턴이 아니라고?
-않이;;; 그럼 어떻게 예측하신 건데요!
-설마 찍은 거?
-아무리 그래도 이걸 어떻게 찍냐고 ㅋㅋㅋㅋ
-만해라면 HOXY?
-그냥 알려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그 열화와 같은 요청에 이경복은 잠시 게임을 멈추었다.
“확실히 알리를 보고 있으면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걸 봐야 하죠.”
그는 시선을 내려 바닥에 깔린 녹색 안개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안개를 관찰했습니다. 순간이동하고 나타나기 전에 먼저 안개가 출렁거리더라고요. 나중에 다시보기로 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 설명에 시청자들도 머리가 번뜩였다.
-무친 ㅋㅋㅋ 나도 알아버렸다
-알리가 순간이동하면서 위치 값 결정되면 안개 오브젝트가 미리 밀려난 거임
-와씨 ㅋㅋㅋ 맞네! 그럴 수밖에 없겠네
-근데 그게 보였다고?
-않이;;; 이거 말 그대로 순간이동인데?
-ㄹㅇㅋㅋ 상호작용 시간 따지면 0.00001초도 안 될 듯
-그걸 알아차리고 방어에 반격까지 다 파바박 되는 거?
-아아, 그렇게 하는 게 ‘퍼펙트-플레이’니까 (끄덕)
-뭐야? 또전드야? (기저귀를 새로 찬다)
이 경이로운 상황에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CAP Company_kor’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매번 느끼지만 정말 역대급 퍼포먼스이십니다! 언제나 퍼플님은 예측불허의 상황을 만들어 주시네요! 더불어 안내드립니다. 이후 나올 컷신은 ‘또’ 다회차 전용입니다! 원래는 알리에게 공격을 허용하거나 장소를 빠져나가시면 넘어가는 건데……;;]
적절한 타이밍이라 생각한 건지 개발사의 후원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 내용이 범상치 않았다.
-엌ㅋㅋㅋㅋ 이것도 다회차용이었누
-알리 잡는 게 다회차용 컨텐츠였나보네
-???: 맞아야 깬다고요? 왜요?
-???: 도망쳐요? 잡을 수 있는데?
-신의 기준 너무 높다아아아앗!
-근데 이거 킹반인들은 다회차라도 못 잡지 않음? ㅋㅋㅋㅋ
-킹직히 다회차라도 좀 선 넘었다 이말이야!
-정식판에서는 좀 난이도 하향해야 할 듯
-다회차용 컷신(1회차 공개)
-진짜 말도 안 되는데 갓플이 다 해버림 ㅋㅋㅋ
시청자들은 또 하나 공개된 다회차 컨텐츠에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이어지는 후원에 그 분위기가 달라졌다.
[‘CAP Company_kor’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어지는 컷신은 보상이 포함되어 있는 히든 컨텐츠입니다. 네, 원래는 히든인데……ㅠ 아무튼 다행히 스토리에 영향이 있는 건 아닙니다! 알리에게 승리를 거둘 정도로 게임을 오래 즐겨주신 분들을 위한 선물이에요!]
단순한 컷신이 아니라 보상이 포함되어 있다는 소식.
“오? 보상도 있어요? 그럼 잡길 잘했네요.”
이경복은 이에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멘트를 쳤다.
-ㄹㅇㅋㅋ 히든 보상은 못 참지!
-게임을 오래 즐기신 분 (1회차)
-아 ㅋㅋ 킹반인 기준 지켜달라고
-혀엉! 얼른 확인해줘잉!
시청자들 역시 기대를 내비친 바, 이경복은 바로 컷신을 재개했다.
듀란테는 쓰러진 알리에게 다가갔다. 그는 알리의 가슴에 대검을 찔러 넣었다.
순간 클로즈업 된 듀란테의 표정.
무언가 놀란 듯 확장된 동공 속에 미소 짓는 알리의 얼굴이 비쳤다.
“이제 생각이…… 좀 나는 것 같네?”
“단순한 기시감이다.”
이내 그의 얼굴은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알리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 형벌에서 벗어나는 법은…… 하나뿐이야.”
알리는 제 몸에 박힌 대검을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후회는…… 바로잡을 수 없어. 잘못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지.”
듀란테의 시선은 이내 알리가 잡은 검신 쪽으로 향했다. 검신에 새겨진 윤곽선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더 이상, 스스로를 속이지 말라고.”
알리의 손이 검신에서 떨어졌다. 그와 함께 윤곽선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그 장면에 채팅창은 물음표가 가득해졌다.
-??????
-와씨;;; 이건 또 뭐임?
-검 속에 검이 숨겨져 있었던 거?
-무슨 1+1행사냐구웃!
-저거 알리가 쓰던 검 중 하나인데?
검신에서 떨어져 나온 또 하나의 검. 그것은 알리의 쌍검 중 하나와 똑같은 생김새였다.
“나는 늘, 형 곁에 있었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알리의 환영이 먼지처럼 사라졌다. 바닥에 가득했던 녹색 연기도 거짓말처럼 없어졌다.
그 자리에 있는 건 듀란테와 두 개의 검뿐이었다.
“거짓이 아니라…… 잊고 있었다는 건가.”
이어지는 듀란테의 한 마디.
그 목소리가 시청자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무친;;; 기억 잃은 게 맞았네
-와 ㅋㅋㅋ 알리 쌍검을 주네
-이런 대우는 킹정이지!
-이러면 전작이랑 스토리 이어지는 거?
-와씨 ㅋㅋㅋ 시퀄이었네
-알고 보니 데머크 6이었쥬?
-않이! 그러면 그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구웃!
-잃어버린 기억 무적권 나와야 됨! 아무튼 나와야 됨!
-아 ㅋㅋ 역시 가장 큰 떡밥 맞다니깐!
콘솔용으로 출시된 데몬 머스트 크라이는 듀란테의 6번째 이야기였다.
“와, 전작을 아시는 분들은 감회가 남다르겠어요. 저처럼 전작 몰라도 스토리 이해하는 데 어렵지도 않고요. 이래서 배경지식 없이 플레이 하라고 해 주신 것 같습니다.”
이경복도 탄사와 함께 멘트를 쳤다.
“잃어버린 기억은 최심부에 가면 알 수 있겠죠? 그럼 바로 마지막 데몬하트를 얻으러 가 보겠습니다.”
이경복은 멈추었던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기만의 군주 딱 대!
-엔딩이 가까워지는 게 느껴지네 ㅋㅋㅋㅋ
-성녀눈나 기다렷!
-이제 유일검류 쌍검술 볼 수 있는 거 맏찌?
-쌍검은 원래 필패의 상징인데 ㅋㅋㅋㅋ
-갓플이 들면 또 다르다 이말이야
-쌍검이 또 로망이자너 ㅋㅋ
-바로 꿀잼 예약이쥬?
-속보)한국양봉업계, ‘올 한해 꿀 판매 중단, 한 스트리머가 전량 매입해’
-양봉 ㅇㅈㄹ ㅋㅋㅋㅋㅋ
-아 ㅋㅋ 갓플 방송은 그냥 꿀도 아니고 천연꿀이라구욧!
시청자들은 더욱 방송에 집중했다. 이제 기만의 군주를 상대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