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 더 나은 듀란테 (1)
데몬 머스트 크라이 체험 방송, 그 마지막 날.
-사람 왜케 많냐구웃!
-와씨 ㅋㅋㅋ 진짜 막날이긴 하네
-설마 렉 걸리지는 않겠지?
-오늘 방송렉 걸리면 소송감임
-엌ㅋㅋㅋ송사에 휘말릴 수 있다 이말이야
-트라이 관계자 보고 있나?
방송 시작 전부터 모인 시청자의 숫자는 무려 15,000명이 넘었다.
덕분에 채팅창은 벌써부터 떠들썩해졌다.
-오늘 무적권 ‘퍼펙트-엔딩’ 보고 잔다ㅋㅋㅋㅋ
-아 ㅋㅋ 개피셜 진엔딩 중에서도 최상? 이거 못 참지!
-킹직히 데머크 발매되어도 퍼펙트 엔딩 나오려면 한참 걸림 ㅋㅋ
-ㄹㅇㅋㅋ 라이브로 볼 기회는 오늘뿐이자너
-근데 시간이 왜 이리 안 가냐구웃!
-아마 지금 불렛타임 걸린 듯?
-불렛타임 ㅇㅈㄹㅋㅋㅋㅋ
-뭐야 ㅅㅂ? 얼른 해제해줘요!
고대하는 만큼 느리게 느껴지는 시간, 하지만 이내 약속된 방송시간이 됐다.
검게 물들었던 화면에 나타난 건 이경복이 아니었다.
-오? 데머크 인트로?
-개껌이 만들어준 거?
-ㄴㄴ 이거 편집자님 스탈임ㅋㅋㅋ
-5252! 블랙기업이 또 저질러버렸냐구웃!
-편집자님 또 갈려버렸고 ㅋㅋㅋ
-편집자님을 /격려해주기
-???: 힘내세요
-진짜 매번 느끼지만 센스가 장난 아님ㅋㅋ
그간의 보스전을 속도감 있게 이어 붙인 하이라이트가 영상으로 재생됐다.
마지막은 아라크네와의 결전 장면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화면이 당하는 아라크네의 시점이었다는 점.
이어 이경복의 발도와 함께 십자가로 화면 전체가 찢어졌다.
그리고 그 뒷면에서 이경복이 나왔다.
“트하!”
그의 반가운 인사에 채팅창은 즉각 반응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ㅋㅋㅋ’의 비율이 더 많았다.
그 이유는 하나.
-엌ㅋㅋㅋ 편집자님만 힘 준 게 아니었네
-5252, 리얼 퍼란테 무냐구!
-코트 컬러 퍼플로 맞춘 거 무엇?
-와씨 ㅋㅋㅋㅋ 개잘어울리네
-ㄹㅇㅋㅋ 듀란테 얼굴 아닌데도 왜 어울림?
-역시 옷걸이가 좋아야 된다 이말이야
-이렇게 보니까 듀란테보다 갓플 몸이 더 좋누 ㅎㄷㄷ
게임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이경복은 은발머리에 듀란테의 코스튬을 입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코트의 색깔만 퍼플의 이름에 맞추어 어두운 보랏빛으로 바꾸었다.
[‘개껌보고있나’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거 인게임 스킨으로 나오는 거 맏찌? 그치?]
[‘입금액이곧진심’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 코스프레를 이남진어님이 높이 평가]
[‘퍼펙트코스프레’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킹직히 바크 존 코스프레도 보고 싶다면 개추 ㅋㅋㅋ]
등장과 더불어 쏟아지는 후원에 이경복은 웃음을 흘렸다.
“아, 후원 감사드립니다. 복장 맞춘 건 광고주님 요청은 아니고 저희 매니저가 아이디어를 제공했습니다. 듣고 보니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광고를 당분간 쉬기로 한 뒤 바로 팀 퍼펙트 회의가 끝난 건 아니었다. 마지막 체험 방송이니만큼 좀 더 재미있게 구성할 수 있는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했었다.
-숙제 준 것도 아닌데 코스프레를 하는 스머가 이따!?
-이게 바로 ‘퍼펙트-팡머’
-엌ㅋㅋㅋ 매니저님이 뭘 좀 아시네
-5252, 이 블랙기업은 전부 방송밖에 모르냐구웃!
-이게 그 근묵자흑인가 그거냐?
-블랙기업에 다니면 블랙 직원이 되어버렷!
시작부터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슬슬 방송 진행을 해야 할 때였다.
“자, 바로 오늘이죠? 현재 본 채널에 약 2만 분, 중계채널은 북미에 약 9만, 일본에 7만여 명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기다렸던 날입니다.”
-헐 ㅋㅋㅋ 사람 진짜 개많네
-거의 18만 명이 이 방송을 보고 있다?
-아 ㅋㅋㅋ 이거 안 보고 못 배기지
-이런 거 보면 한국이 패키지가 비주류라는 게 느껴진다니까
-크윽… 인싸비중이 이렇게 높다니 분하다!
-않잌ㅋㅋㅋ 온라인겜 하면 인싸냐곸ㅋㅋㅋ
-???: 친구는 인터넷 친구가 있어요!
-대체 무슨 라이프를 살고 계신겁니까 센세…
-얼른 시작하자구웃!
이경복은 채팅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잠깐 시작에 앞서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다들 느끼시겠지만, 데머크는 액션도 좋지만 스토리도 중요한 요소거든요. 그런데 발매 전부터 진 엔딩을 공개한다? 이거 정말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엌ㅋㅋ 고건 맏찌
-이건 킹직히 대인배다운 면모긴 해
-판매량 영향 무시할 수 없지
-하지만 방송 중에 오피셜로 진행 땅땅!
-ㄹㅇㅋㅋ 상남자식 공개 결정임
시청자들도 이내 그 감사의 대상이 누구인지 파악했다.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쉽지 않은 일을 CAP Company가 해냈습니다. 왜냐? 그만큼 게임성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거든요!”
-무친ㅋㅋㅋ 숙제용 빌드업
-자본주의 최적화 지렸다 ㅋㅋㅋ
-근데 틀린 말은 아니긴 하자너
-ㄹㅇㅋㅋ 자신감 없으면 못하지
-퍼자감이 옮아버린 거냐구웃!
-고마워요 개껌!
-최고개껌아 고맙다!
-대인배! 대인배! 대인배!
-까방권 1회 적립 드렸읍니다^^
채팅창에 개발사에 대한 칭찬이 쏟아졌다. 이경복은 잠시 그 채팅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진행을 이어나갔다.
“자, 이렇게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계신데 더 기다릴 이유가 없겠죠? 지금부터 데머크 진 엔딩, 그 체험을 시작하겠습니다!”
멘트를 마무리하고 이경복이 게임을 시작했다. 채팅창은 곧바로 흥분과 열기로 가득해졌다.
-크으! 세계최초 독점 진엔딩 공개!
-ㅁㅊ 하나씩만 따로 떼도 레전드인데 ㅋㅋㅋ
-그 와중에 전혀 안 떨고 있는 갓플도 레전드임 ㅋㅋㅋ
-진짜 ㅋㅋ 18만 명이 보고 있다고 하면 난 숨도 못 쉴 듯
-평소의 퍼플 방송입니다만?
그렇게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컷신이 시작됐다.
-근데 아까 퍼란테 보고 나니까 뭔가 밋밋하네ㅋㅋ
-진짜 ㅋㅋ 듀란테가 오히려 왜소해 보임
-반인반마가 신한테 어떻게 비비겠냐구웃!
-시작한다! 퍼집중 ON!
채팅창과 다르게 컷신 속의 분위기는 심각했다. 듀란테는 베아트리체를 향해 재차 검을 겨누었다.
“너도, 교단도 숨기는 게 너무 많아.”
가라앉은 듀란테의 목소리에 그녀가 움찔 몸을 떨었다.
-헐? 설마?
-성녀 눈나랑 틀어지는 거?
-않이;; 눈나 아니면 히로인이 누가 있냐고!
-제발 해피엔딩! 제발!
불편한 침묵 속에서 고조되는 긴장감에 채팅창은 우려로 가득해졌다.
“하지만.”
듀란테는 짧게 말을 멈추고 검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네가 날 대했던 것처럼, 나도 널 대하겠다.”
베아트리체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윽고 다시 떠올리는 걸 알려 주듯 에코가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당신의 ‘인간’인 부분을 더 중요시 여겨요.”
베아트리체가 듀란테의 사무실을 찾아와 했던 말이었다.
-캬 ㅋㅋㅋ 이거지!
-역시 우리 눈나가 히로인이었다 이말이야
-히로인 스택도 떡밥이었다 이말인가?
-ㄹㅇㅋㅋ 이걸 이렇게 써먹네
-덕후들은 히로인이 쥔공에게 해준 말을 쥔공이 다시 돌려주는 연출에 약하다앗!
약간 눈물이 어린 눈으로 베아트리체가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듀란테가 더 빨랐다.
“하지만 더 이상의 협력은 없다.”
“듀란테?”
놀란 그녀를 뒤로하고 듀란테는 안드로를 붙잡아 앞장세웠다.
“잠깐, 잠깐만요!”
그녀 황급히 그 뒤를 따라가려는 순간 듀란테의 몸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반사적으로 질끈 눈을 감았던 그녀는 재차 듀란테를 붙잡았지만.
“아……”
그녀의 손은 너무나도 쉽게 듀란테의 몸을 통과해 버렸다. 그리고 곧 그 잔상마저도 사라졌다.
베아트리체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와 함께 전환되는 화면.
-이거 디코이네
-눈빛이 아련해진 눈나ㅠㅠ
-근데 이게 확실히 낫지
-ㄹㅇㅋㅋ 최종보스전에서는 와도 방해될 듯
-엔딩씬에서 돌아올 거임! 아무튼 돌아옴!
장소가 바뀌자 시청자들의 주의가 돌아갔다.
“어? 여기, 거기 아닌가요?”
이경복의 멘트에 시청자들도 바로 반응했다.
-콘솔판 지옥 디자인인데?
-ㅇㅇ 약간은 달라지긴 했는데 비슷함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최심부가 알리랑 결전한 곳이었네
-알리가 설마 살아있는 건 아니겠지?
-그건 좀 에바임 ㅋㅋㅋ
지옥의 최심부는 알리와의 전투에서 본 배경과 유사했다. 듀란테는 안드로를 앞장세우며 그곳을 나아갔다.
“듀란테 님을 기다리는 분이 누구신지 궁금하시겠지요.”
앞서가던 안드로가 말문을 열었다. 듀란테는 실소를 흘렸다.
“정보를 대가로 목숨이라도 보전할 셈인가?”
“아뇨, 아닙니다. 이 또한 제가 받은 명령인지라.”
“명령?”
“예.”
안드로의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졌다.
-드디어 배후가 공개 되는 것인가?
-최종보스 힌트 주려는 듯?
-아 ㅋㅋ 일단 우리 눈나는 아니네
-성녀눈나 흑막설 완전 나가리쥬?
안드로가 고개를 돌려 듀란테를 바라봤다.
“제가 섬기는 분은 지옥의 진짜 주인, 누구보다 악마의 본질에 가까운 존재십니다.”
그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역시 최종보스였누 ㅎㄷㄷ
-스토리 진행 필수라더니 적이었네 ㅎㄷㄷ
-안드로가 통수캐가 됐다고?
-않이;;; 이러면 캐붕인데
-뭐지? 스토리 이어지는 거 맞나?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했다.
콘솔판에서는 아군 포지션이었던 안드로가 아니었나.
‘아니, 안드로는 조력자가 맞을 거야.’
이경복은 여전히 안드로에 대한 첫인상을 유지했다. 신기로 전해지는 느낌에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약스나 아라크네는 느낌이 불안정했지만 안드로는 확실해.’
스토리 진행에 따라 태도를 바꾼 사례가 있긴 했지만, 안드로는 이에 해당되지 않았다.
그 사이 안드로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지옥의 최심부인가.”
듀란테는 슬쩍 고개를 젖혀 눈앞에 놓인 지옥문을 바라보았다.
평범한 지옥문은 아니었다.
시야를 전부 메울 정도의 크기는 물론이고 이전의 지옥문이 검은 암석으로 된 것과 달리 이 문은 피와 살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데몬하트를 전부 회수하셨으니 피를 바치시면 열릴 겁니다.”
안드로의 말에 듀란테는 대검을 빼들었다. 그러나 그는 피를 흘릴 생각이 없었다.
“여기까지 와서 어울려 줄 생각은 없어.”
그 말과 함께 듀란테는 지옥문을 베어내고 그 중심을 힘껏 걷어찼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지옥문이 터지듯 구멍이 났다.
-바로 박살 무엇? ㅋㅋㅋㅋ
-최상남자식 노크다 이말이야
-ㄹㅇㅋㅋ 이건 문이 약한 거임
-이건 킹직히 지옥 시공사에 문의해야 된다
-뭔 시공사 ㅇㅈㄹㅋㅋㅋ
통쾌해하는 시청자들은 이내 화면에 집중했다.
지옥문 안쪽에 드러난 내부, 그 중앙에는 높다란 권좌가 있었다. 뼈로 만들어진 권좌에는 한 남자가 깊숙이 몸을 파묻고 있었다.
“손님이 왔는데 인사도 안 하나.”
듀란테는 대검을 어깨에 올린 채 권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내 권좌의 주인과 눈높이가 맞춰지자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
화면은 듀란테를 보여 주다가 180도로 돌아 권좌를 보여 주었다.
이경복과 시청자들 모두 듀란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듀란테가 둘?”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건 또 다른 듀란테였다.
-????????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뭐지? 얀라크네가 또 술수를 부린 것인가?
-않이;;; 최종보스가 그런 짭란테겠냐구!
-의자에 앉은 게 아니라 오히려 붙잡혀 있는 거 같은데?
이상하게도 그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고, 뼈로 이루어진 권좌는 그를 속박하는 듯한 형태였다.
“아라크네가 만든 가짜와는 다릅니다. 듀란테 님이라면 느끼실 수 있겠지요.”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안드로의 설명에 듀란테가 되물었다.
안드로는 이런 상황을 예측한 듯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두 분 중 어느 한쪽도 가짜가 아닙니다. 모두 제가 섬기던 지옥의 진짜 주인이시지요.”
-와 ㅋㅋㅋ 그래서 지옥군주들 반응이 그랬던 거네
-기억 잃은 사이에 만난 게 아니라 저 듀란테를 만났던 거?
-ㅇㅇ 그래서 다르다고 생각한 듯
-떡밥에 미친 게임 ㅎㄷㄷ
-않이;;; 근데 왜 듀란테가 둘이냐고요!
시청자들이 새삼 마이다스와 아약스, 그리고 아라크네의 반응을 되새기는 와중 안드로가 정중히 몸을 숙였다.
“이제, 마지막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뭐?”
듀란테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안드로가 그의 옆에서 나타났다.
캉하는 쇳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간격이 벌어졌다.
-????
-갑자기 배틀?!
-역시 통수였던 거냐구!
안드로는 일전에 이경복이 시범 삼아 공략했을 때와 같이 묵색 단검을 들고 있었다.
“다시 이곳에 왔을 때, 듀란테 님이 저를 이기시지도 못할 정도라면 봉인을 해제하라.”
안드로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그의 팔에 매어 있는 검은 뱀이 쇳소리를 냈다.
“그러니 저를 쓰러뜨리지 못하신다면, 데몬하트는 돌려받겠습니다.”
이경복은 바로 사정을 이해했다.
“배신이랑은 좀 결이 다르긴 하네요. 오히려 충신 느낌?”
-명령에 충실하긴 하네 ㅋㅋㅋ
-않잌ㅋㅋㅋ 너무 충실하잖아!
-지옥의 유도리는 어디 갔냐구웃!
-지옥에 무슨 유도리가 있어 ㅅㅂㅋㅋㅋ
-최종전 이전에 중간보스 역할인 듯 ㅋㅋㅋ
“아무래도 상관없어.”
듀란테는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걸어온 싸움에는 물러난 적이 없거든.
이어 통제권이 돌아오면서 전투가 시작됐다. 이경복은 즉시 검을 휘둘렀다.
캉하는 쇳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었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안드로의 단검이었다.
-무친;;;
-속도 무엇?
-더 빨라졌는데?!
안드로의 속도와 힘은 이전 공략 때보다 월등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었다. 이경복은 그 매서운 공세에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아 ㅋㅋㅋ 역시 갓플 클라스
-킹직히 한 번 잡은 놈인데 못 당하지!
-그때는 공략불가능이었지만 지금은 공략 가능이쥬?
-ㄹㅇㅋㅋ 지금은 처치할 수도 있어서 오히려 쉬움
때문에 시청자들은 안도했다. 양상만 달라졌을 뿐 결과는 똑같으리라 예상했다.
“기믹은 그때랑 똑같네요.”
몇 차례 공방을 나누고 거리를 벌린 이경복이 입을 열었다.
“제 스펙 복사에 피해 무효도 적용됩니다.”
간단한 분석이었지만 내용은 간단하지 않았다.
-스펙업이 갓플 덕이었누 ㅎㄷㄷ
-피해 무효? 그게 된다고?
-무친 ㅋㅋ 진짜 이번에도 옷 하나 안 바뀌네
-이왜진?
-않이;;; 이러면 깰 수가 없잖슴!
-무저갱 같은 것도 없는데?
시청자들은 당혹스러웠다.
이전과 달리 안드로를 ‘영구퇴장’시킬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이렇게 되면 클리어가 불가능하지 않나.
그러나 이경복은 여유로웠다.
“답은 이미 보여 줬습니다. 정말 떡밥 때문에 방심할 수가 없네요.”
그는 재차 덤벼드는 공격을 막아내며 멘트를 쳤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 말에 안심하기보다 더욱 혼란스러워했다.
-답? 무슨 답?
-않이;;; 그냥 노답아님?
-갓플이 있다면 있는 거라니깐!
-ㄹㅇㅋㅋ 없어도 만들어낼 듯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이게 신이지!
-아! 나 알겠다!
-엌ㅋㅋ 나도 떠오름
그래도 시청자 숫자가 많아서인지 몇몇 이들은 이경복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안드로가 유일하게 고통스러워했던 적이 있었죠.”
이경복은 그들이 떠올린 해답을 보여 주기로 했다. 쇄도해 오는 공격을 튕겨내고 그가 반격을 감행했다.
대검이 크기에 무색하게 단검에 가로막혔다. 곧바로 반대쪽, 알리의 검이 날아들었다.
안드로는 그 역시 막아내려 했지만 순간 칼날이 앞에서 사라졌다.
“바로 이 뱀입니다.”
그가 검로를 틀어 노린 것은 바로 안드로의 팔에 얽혀 있던 검은 뱀이었다.
“커헉……!”
칼날이 그 뱀의 몸을 비집어 박히자 안드로가 낮은 숨을 뱉으며 무릎을 꿇었다.
-와! 맞네!
-무친;;; 그게 공략법 힌트였다고?
-진짜 떡머크네 ㅋㅋㅋㅋㅋㅋㅋ
-떡밥 회수 전문 겜ㅋㅋㅋㅋ
승리와 함께 사라지는 통제권.
이경복은 잠시 게임을 멈추고 설명했다.
“직접 노리기 어려우면 아라크네 프리즘을 쓰시고 빈틈을 노려도 좋겠네요.”
디코이와 은신의 사용처로 적합한 전투였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무친 싸움은 교수님만 하는 거라구욧!
-엌ㅋㅋㅋ 붕란테 스펙이면 없어도 될 거 같은데
-ㄹㅇㅋㅋ 그냥 서로 붕쯔붕쯔하다가 클리어할 듯
-아 ㅋㅋ 내 스펙으로 안드로는 잡을 수 있으면 개추 ㅋ 일단 나부터!
-다른 의미로 개추한 거 아님?
-그의 손에 쥐어지는 합격 목걸이!
이경복은 채팅을 보며 웃음 짓다가 헛기침으로 주의를 돌렸다.
“크흠, 그럼 안드로 공략은 이 정도로 하고 바로 가겠습니다.”
그의 뒷말에 시청자들은 바로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흐름상 이제 진짜 최종보스, 또 다른 듀란테와 싸울 차례네요.”
진 엔딩을 위한 마지막 관문.
최종보스전이 바로 앞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