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63화 (163/491)

163화 - 더 나은 듀란테 (2)

안드로의 패배가 결정되자 컷신이 진행됐다.

“과연…… 듀란테 님이시로군요.”

안드로는 비틀거리며 검은 뱀을 감싸 쥐자 먹물 같은 검은 피가 후두둑 떨어졌다.

“이제 마지막입니다……. 주인님의 뜻대로, 새로운 지옥군주가 되어 주십시오.”

그 말에 채팅창이 술렁였다.

-지옥군주 교체 엔딩?

-이러면 성녀 눈나한테 못 돌아가잖슴!

-뭐지? 최종보스가 아니었나?

-ㄴㄴ 흐름상 빼박임

-그래서 왜 듀란테가 둘로 나누어진 거냐고!

-아 ㅋㅋ 아직 떡밥 많이 남았다 이말이야.

털썩 무릎을 꿇은 안드로에게 듀란테가 검을 겨누었다.

“누가 그 말에 따른다고 했지?”

“……듀란테 님?”

안드로의 눈이 흔들렸다.

그는 재차 설득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저 자리를 대신하지 않……”

그러나 그는 말을 채 끝낼 수 없었다. 커다랗게 변한 눈동자가 돌아갔다.

그 시선은 듀란테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권좌로 향해 있었다.

이에 듀란테도 고개를 돌렸다.

-?

-뭐임? 저거 왜 움직임?

-엌ㅋㅋㅋ 역시 최종보스 맞누

-봉인 깨지는 중인 듯?

뼈로 이루어진 권좌에서 쩌적 소리가 나며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설마……!”

안드로가 부들부들 몸을 떨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여력이 없는지 풀썩 앞으로 고꾸라졌다.

“듀란테 님, 서두르십시오! 봉인이 해제되면……!”

그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듀란테가 움직였다.

그 역시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직감한 것이라.

“지옥군주가 될 생각은 없지만.”

커다란 대검이 권좌에 앉은 또 다른 자신의 몸에 깊숙이 박혔다.

“악마를 남겨둘 생각도 없거든.”

그렇게 두 명의 듀란테가 지척까지 마주한 순간, 화면이 까맣게 변했다.

-??????

-뭐임? 오류?

-방송 사고여?!

-여기서 버그가 터진다고?!

집중하고 있던 채팅창에 물음표가 증식했다.

다행히 그 반응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둠 속에 홀로 덩그러니 서 있는 듀란테의 모습이 잡힌 덕이었다.

“뭐……”

시청자들처럼 듀란테 역시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가까스로, 늦지 않았군.”

듀란테가 번쩍 고개를 돌렸다. 자신과 같은 목소리, 그곳에도 듀란테가 있었다.

-와! 이거 전작 듀란테 디자인인데?

-진짜 오랜만에 보는 코스튬이네

-캬 ㅋㅋㅋ 전작 디자인도 좋긴 해ㅋㅋㅋ

-콘솔판 리메이크한 느낌 ㅋㅋㅋ

-데붕 아재들 감탄 참기 Lv999

-아 ㅋㅋ 이건 못참지

두 듀란테의 구분을 위해서인지 복장의 디자인이 달랐다.

“하지만 남은 시간도 많지 않아.”

“이게 무슨 개수작이지?”

“설명할 시간도 많지 않다. 직접 느껴봐.”

옛 듀란테가 그리 말하며 권총을 들었다.

어떻게 대응할 사이도 없이 당겨진 방아쇠와 터지는 불꽃.

총구에서 쏘아진 탄환이 듀란테의 머리에 박혔다.

그리고 배경이 뒤바뀌었다.

“알리, 멍청한 녀석.”

쓰러진 동생의 시신을 보며 듀란테가 중얼거렸다.

그 장면만으로 시청자들은 이 컷신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거 콘솔판 엔딩인데?

-오 ㅋㅋㅋ 이제 그 사이에 뭔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는 듯

-드디어 떡밥 해결인가!

-마참내!

듀란테는 지옥의 권좌에 올랐다.

“이게 유일한 방법인가.”

지옥과 현세의 연결을 막기 위해서는 지옥을 지배해야 했다. 듀란테는 모두를 구하기 위해 지옥군주의 자리에 올랐다.

“듀란테!”

“헬 게이트를 열어라!”

“저놈을 죽여!”

그러나 그 일로 듀란테는 모든 악마들의 표적이 되었다. 악마들은 그로부터 지옥의 권좌를 되찾고 다시 현세에 나가려 했다.

듀란테는 그 싸움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딱 엔딩이었는데

-ㄹㅇㅋㅋ 희생엔딩이라 더 안 나올 줄

-그래서 리부트인 줄 알았자너

-그다음에 어떻게 된 거냐구웃!

이것이 콘솔판 게이머들이 기억하는 데몬 머스트 크라이의 마지막이었다.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건 바로 이다음의 이야기였다.

“나는 지옥을 바꾸었다.”

듀란테의 나레이션과 함께 장면이 뒤바뀌었다. 새까맣게 밀려오는 악마들을 상대로 듀란테는 전쟁을 치렀다.

“인간의 지옥이 아닌 악마의 지옥으로.”

악마들의 시체가 늘어났다. 듀란테는 그 위에서 새로운 도전자들을 맞이했다.

“나를 이길 수 있는 악마는 없었다.”

권좌에 도전할 정도로 강한 악마들은 점차 줄었다. 그에 따라 악마와의 전쟁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듀란테는 진정한 지옥의 군주가 되었다.

“그렇게 모든 게 해결됐다고 생각했지만.”

듀란테는 제 앞에 무릎 꿇은 악마들을 바라보았다. 반기를 들지 않은 악마들을 죽일 필요는 없었다.

그들 중 일부는 지성이 있었고, 다른 악마들을 관리하는 데 쓸 수 있었다.

“오랜 악마화 탓인지, 내 영혼이 뒤틀리는 게 느껴졌다.”

전쟁 동안 지속해 온 악마화의 부작용이었다. 듀란테는 악마화를 해제하는 걸 더 껄끄럽게 여겼다.

“나 자신을 잃을지도 몰랐다.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정의의 악마, 안드로가 그 옆을 보좌했다. 그는 듀란테의 명령에 따라 현세로 나갔다. 그리고 그는 셀레스티얼 큐브를 교단에 전달했다.

-무친;;; 안드로가 듀란테 명령으로 한 거?

-와 그래서 막판 쿠키영상에 나왔던 거구나

-안드로가 지옥에서 도망치면서 빼돌린 게 정설 아니었음?

-엥? 처음 듣는 정설인데?

-않이;;; 우리는 그걸 뇌피셜이라고 부르기로 합의했어요

-이런 뒷이야기가 있었누

-최상남자식 배려 무엇

-빛란테니뮤ㅠㅠㅠ

콘솔판에서는 밝혀지지 않았던 이야기에 올드비들이 감탄을 토했다.

그러나 아직 이야기가 끝난 건 아니었다.

“내 영혼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써 봤지만, 모두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화면 속 듀란테는 3개의 데몬하트를 들고 있었다. 마이다스와 아약스, 그리고 아라크네에게 각각 전해주는 장면이 지나갔다.

-악마화 된 영혼을 떼어낸 거였누

-와 ㅋㅋㅋ 그래서 인간한테만 나누어준 거네

-ㅇㅇ 악마한테 주면 딴 맘 먹을 수도 있어서 그런 듯

이내 듀란테가 권좌에 몸을 기댔다. 이어 그는 악마화 상태를 해제하고 인간 모습으로 돌아왔다.

“결국 마지막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안드로가 그의 앞에 부복했다. 듀란테의 명령을 들은 그는 놀란 듯했지만 이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윽고 권좌가 그의 몸을 휘감았다. 천천히 눈을 감자 주변 배경이 다시 어두워졌다.

“너는 내 영혼의 인간적인 부분으로 만들어졌다. 악마에 가까워진 영혼은 내 속에 남겨두고 스스로를 봉인했지.”

듀란테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기억을 잃은 건…… 영혼 분리의 부작용이었군.”

“그래, 그 이후는 너도 아는 대로지.”

이후의 상황은 게임으로 이어진다는 의미.

-와 ㅋㅋ 이래서 듀란테가 지옥에 돌아오려고 한 거네

-기억을 잃어도 잠재의식 같은 거에 남아있었던 듯?

-다시 와서 지옥관리 해야 되는 사명감 같은 게 있었네

-떡밥들 딱딱 맞아떨어지누

이내 옛 듀란테의 모습은 마치 그림자에 물든 것처럼 일부가 검게 변했다.

“지배력이 약해지니 악마들이 다시 현세로 머리를 드밀더군. 하지만 다시 지배력을 회복하면 문제는 없겠지.”

그 말에 듀란테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래, 당장은 그렇겠지. 하지만 그다음은?”

듀란테는 이제는 완전히 그림자로 변해 가는 또 다른 자신을 향해 다가가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해도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지 않나? 그다음에는 누굴 그 자리에 앉힐 거지?”

그림자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너는 나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됐다.”

“뭐라고?”

“지옥에 들어온 이후, 너는 단 한 번도 악마의 힘을 빌리지 않았어.”

그 대사에 시청자들이 즉각 반응했다.

-오? 이거?

-5252, 진엔딩 조건 겟또DAZE!

-악마화 사용 안 하는 게 조건이었네 ㅋㅋㅋ

-갓플 악마화 하지 않았음?

-튜토리얼은 패스인 듯 ㅋㅋㅋ

-아 ㅋㅋ ‘지옥’에서라고 했잖슴!

-않이;;; 근데 지옥에서 안 쓸 수가 있나?

-그만큼 다회차를 즐기시라는 거지

-하지만 갓플은 1회차에 끝내버리쥬?

-역시 다회차 전문 스머(1회차)

-근데 최상의 엔딩이라는 건 또 뭐임?

진 엔딩을 볼 수 있는 조건은 확정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개발사는 ‘최상’의 엔딩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주의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시간이 생각보다 적었군.”

그림자에 균열이 벌어졌다.

균열에서 흘러나온 검붉은 혈액이 그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렇게 뒤덮인 영역은 콘솔판의 악마화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너?”

“나의 시간은 여기까지다.”

악마화의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그림자는 듀란테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듀란테, 인간이 상대할 적은 악마만이 아니……”

얼굴의 절반이 악마로 변하며 목소리가 사라졌다. 듀란테가 무어라 할 사이도 없이 재차 방아쇠가 당겨졌다.

귀가 먹먹할 정도의 총성과 함께 화면 전체가 산산이 부서졌다.

“듀란테 님!”

곧바로 전환된 장소는 다시 지옥의 최심부.

권좌에서 떨어진 듀란테 옆에서 안드로가 소리쳤다.

-다시 분리 된 거?

-완전히 악마가 되어버렸누 ㅎㄷㄷ

-빛란테는! 죽은 거지! ㅠㅠ

-빛란테는 죽었어! 이제 없어!

-하지만 그의 등에, 그 실력에, 하나가 되어 계속 살아가!

-그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그는 퍼란테! 퍼펙트 듀란테다!

-무친 ㅋㅋ 데몬돌파냐고 ㅋㅋ

전작의 듀란테는 이제 사라졌다. 그 사실을 보여 주듯 권좌에서 일어선 것은 콘솔판의 악마화 형태, 생체병기와도 같은 지옥군주였다.

모두가 이제 결전이 시작될 거라 예상했지만 아직 남은 컷신이 있었다.

“내, 영혼, 돌려받겠다.”

지옥군주는 느릿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손을 뻗었다.

그와 함께 듀란테의 몸이 덜컥거렸다.

“크악……!”

짧은 신음과 함께 피가 튀어 오르며 4개의 결정, 데몬하트가 지옥군주의 손으로 돌아갔다.

그 광경에 시청자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데몬하트 능력 없이 싸워야 되나 보네요.”

이경복이 모두가 깨달은 바를 입에 담았다.

-않이;;; 줬다 뺏기 뭔데!

-무친ㅋㅋㅋ 군주들 것만 가져간 것도 아니고 마비채찍까지

-진엔딩 조건 개빡세누 ㅎㄷㄷ

-아마 악마화 했으면 데몬하트도 소화했다는 식이었을 듯?

-옼ㅋㅋ 그런 식으로 안 뺏겼을 듯

-근데 가져갔다는 건 설마 저 능력들을 보스가 쓴다는 거?

-뭔 ㅋㅋㅋ 그건 선 넘지 ㅋㅋ

시청자들은 설마 했지만 이경복은 그 설마가 사실이라는 걸 직감했다.

‘이 정도는 해줘야 재미있지.’

신기가 전해주는 지옥군주의 위협 정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그리고 비단 신기만이 아니라 육안으로도 지옥군주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었다.

-?

-등에 저거 설마 채찍임?

-무친 ㅋㅋㅋ 이걸 진짜로 줘버리네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아 진짜 이게 말이 되냐곸ㅋㅋ

-게가 말이 된 게 아니라 말이 씨가 돼버렸쥬?

-이제 말씨콘 출시해줌?

-말씨콘 ㅇㅈㄹ ㅋㅋㅋ

지옥군주 등에 익숙한 가시 채찍 형태의 기관이 돋아났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8개였다.

변화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왼팔 전체가 방패 형태로 변화했고, 손바닥에는 마이다스의 손처럼 황금화 광선이 나오는 원형 금속체가 돋아났다.

마지막으로 아라크네의 프리즘은 이마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시작이네요.”

변이가 끝나자 돌아오는 통제권.

최종보스전의 시작이었다.

지옥군주가 탄환처럼 이경복을 향해 쇄도했다. 손에 들린 대검은 듀란테의 것과 유사했지만.

“악마화의 기본 능력도 사용하나 봅니다.”

악마화의 형태처럼 생체병기화 되어 검신에 붉은 눈이 뒤룩뒤룩 굴러가는 디자인이었다.

-불렛타임이랑 데몬기어, 데몬아이까지 쓴다고?

-속도 보면 진짜 그런듯;;

-무친;;; 이거 진짜로 깨라고 만든 거?

시청자들의 경악이 이어졌지만 이경복은 차분하게 대응했다.

불렛타임을 이용한 순간가속 공격과 틈을 노린 황금화 광선에 흐트러짐 없이 완벽한 대응을 선보였다.

더욱이 반격까지 해냈지만.

“가드가 단단하네요.”

아약스의 방패로 만들어진 배리어에 칼날은 그 몸에 닿지도 않았다. 대신 충격은 전해졌는지 서로 거리가 벌어졌다.

조금도 쉴 틈을 줄 생각이 없는지 지옥군주가 재차 달려들었다.

‘디코이……!’

이경복은 놈이 재차 순간가속으로 거리를 좁힌 사이, 번쩍이는 빛을 파악했다.

그와 함께 육감에 잡힌 지옥군주의 위치는 시야로 보는 것과 전혀 달랐다.

그는 곧바로 검로를 바꾸어 옆으로 틀었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캉하는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야 ㅅㅂ

-무친 ㅋㅋㅋ 디코이였네

-와씨 ㅋㅋㅋ 지금 저 와중에 소리로 파악한 거?

-공방수준 무엇?

-웅장이 가슴해진다

시청자들은 넋이 나간 것처럼 전투에 집중했다. 범인의 눈으로는 따라잡기도 벅찬, 그래서 더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 경합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이 상황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최상의 버전 엔딩이라더니 난이도도 최상이네 ㅋㅋㅋㅋ

-어떻게 이 와중에 공격 한 번을 안 당하냐

-ㄹㅇㅋㅋ 퍼란테 수준 미쳤다

-저 와중에 웃는 거 뭐냐구웃!

-어허, 즐기시게 냅둬

-???: 어려우면 재미없잖아요

-이건 찐으로 즐기는 거다 ㅋㅋㅋ

게임을 플레이하는 당사자, 이경복이 즐겁게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경복은 이 전투가 흥미로웠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에이든보다 강하다고 할만 해.’

엘든 소울의 최종보스, 에이든과의 전투와는 양상이 달랐다. 하지만 느껴지는 위협의 정도는 그와 비교하면 우세하다고 할 수준이었다.

그는 짧게 호흡을 끊으며 지옥군주의 배리어를 걷어차 거리를 벌렸다.

그 잠깐의 틈을 만든 이유.

“진지하게 갑니다. 집중할게요.”

시청자들을 위해서였다.

그 선언과 함께 이경복의 신기가 준동했다. 세밀해진 감각과 더불어 불렛타임 보다 더 시간이 느려졌다. 머릿속으로 정보가 세세하게 밀려들어왔다.

발이 바닥을 밀어내는 강도와 각도, 손가락부터 손바닥의 움직임, 등에서 넘실거리는 채찍이 뻣뻣해지는 순간까지.

지옥군주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오감을 통해 그려졌고, 그 변화가 이루어낼 결과가 ‘먼저’ 머릿속에 그려졌다.

‘온다!’

이경복은 권총을 뽑아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를 떠난 총알들이 시간차를 두고 탄막을 형성했다. 이어 한 박자 늦게 지옥군주가 광선을 발했다.

탄막은 정확히 광선의 궤적을 막았다. 덕분에 이경복은 마주 달리는 속도를 줄일 필요도, 경로를 바꿀 이유도 없었다.

오히려 몸을 틀어야 하는 건 지옥군주 쪽이었다.

‘그다음은 디코이.’

지옥군주의 미간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와 함께 프리즘에서 터진 빛.

그러나 이경복은 이미 예측한 바, 허상이 아니라 본체가 나아갈 방향으로 대검을 휘둘렀다.

캉하는 쇳소리가 귓가를 메웠다. 그의 예측 공격에 지옥군주는 배리어를 펼칠 틈도 없었다.

그 대신 아약스의 방패 그 자체로 막아냈지만 이경복은 그마저도 예측했다.

‘열렸다.’

완벽한 패링에 의해 지옥군주의 왼팔이 들리고 훤히 드러난 가슴, 그러나 이경복이 노리는 건 그쪽이 아니었다.

그는 다른 손에 쥐고 있던 알리의 검을 휘둘렀다. 어느새 날아든 채찍 기관이 그 검로에 걸려있었다.

철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채찍 기관 절반이 잘려 나가 떨어졌다.

그 사이 지옥군주는 다급히 거리를 벌렸다.

-와씨

-ㅁㅊㄷㅁㅊㅇ

-갓플 진심모드 무엇?

-아 ㅋㅋ 지금까지는 ‘광고’모드였다 이 말이야!

-ㅅㅂ 총알로 광선 막기ㅋㅋㅋ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이게 불멸의 악마 사냥꾼이지!

-또전드 ㅋㅋㅋㅋㅋㅋ

순식간에 바뀐 전황에 감탄이 터져 나왔다.

이경복의 선언과 동시에 이루어낸 결과에 시청자들은 안심했다.

그들 모두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퍼란테! 퍼란테! 퍼란테! 퍼란테!

-능력 없어도 몰아붙이는 거 무엇?

-아 ㅋㅋ 우리 갓플이 언제 능력빨을 받았냐구웃!

-능력에 의지하는 거? ‘퍼펙트’ 하지 않아

-ㅅㅂ 진짜 스타일리쉬는 이런 거지!

-이게 바로 ‘퍼펙트-스타일’? 내가 봐왔던 건 대체?

스트리머 퍼플, 이경복은 언제나.

-닉값 너무 미쳤고 ㅋㅋㅋㅋ

-완벽, 그 자체랄까?

-듀란테가 강한 게 아니다, 갓플이 강한 것이다.

그 자체로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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