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64화 (164/491)

164화 - 더 나은 듀란테 (3)

붉은 코트와 검붉은 피막이 흔들렸다. 이경복과 악마군주의 접전은 화면을 온통 검붉게 만들었다.

-않이;;;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죽는다고?

-재생속도 무엇?

-그래도 듀란테라고 불멸이네 ㅋㅋ

-아무리 그래도 무적은 아닐 텐데 ㅅㅂ

집중 상태에 돌입한 이경복은 지옥군주를 가뿐하게 몰아세웠다. 그러나 지옥군주 역시 듀란테였던 바, 불멸의 권능을 발휘하고 있었다.

덕분에 승부는 쉽게 결정되지 않았다.

-백퍼 약점 어딘가 이따

-이거 찾으려면 갓플이 악마화 써야 되지 않음?

-막판에 악마화 강제 무엇?

-이러면 진엔딩 조건 취소되는 거 아니냐구웃!

-이러면 찐으로 다회차 컨텐츠 확정임

-ㄹㅇㅋㅋ 1회차에 악마화 약점 파악하고 2회차 이상부터 공략가능

약점을 파악할 방법은 존재했다.

악마화를 통해 ‘데몬아이’능력을 사용하면 쉽게 해결될 일이었다.

문제는 이경복이 1회차라는 점이었다.

-진엔딩 포기해야 되는 거?

-이거 정말 너무한 거 아니냐고!

-ㄹㅇㅋㅋ 갓플 실력이랑 완전 상관없자너

-근데 개껌도 설마 1회차에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겠지 ㅋㅋ

-일단 클리어하려면 악마화 하긴 해야 할 듯

-킹쩔 수 없누 ㅠ

이경복이 압도하고 있어 시청자들은 더욱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당사자 역시 비슷한 감상이었다.

‘약점이 안 보여.’

신기를 통해서도 약점이 파악되지 않았다. 지금 그의 상대는 진짜로 ‘불멸’인 상태였다.

그러나 이경복은 진엔딩을 포기할 마음은 없었다.

아직 시도해 보지 않은 방법이 있었으니까.

‘역시 이 방법이려나.’

그는 지옥군주 몸에 대검을 박아 넣고 그 칼날을 밟아 도약했다.

이어 등 뒤에 달린 채찍 기관들을 대번에 잘라내고 왼손을 뻗었다.

셀레스티얼 큐브, 건틀렛이 지옥군주 몸에 닿은 순간.

‘이거지.’

이경복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접촉과 동시에 지옥군주의 몸이 일부 인간으로 변하면서 그와 함께 신기가 약점을 탐지해 냈다.

-오?!

-와 ㅋㅋㅋ 큐브로 악마화를 풀어야 되는 거였네

-약점이 없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였누

-무친 ㅋㅋ 난이도 너무 악랄하자너!

시청자들은 그 광경에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약점이 없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만들어내야 하는 기믹이 분명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한 손이 접촉 상태를 유지한 채로 지옥군주를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

-바로 튕겨내기 무엇?

-역시 최종보스 ㅎㄷㄷ

-그래도 이제 공략법은 파악했다 이말이야

-ㄹㅇㅋㅋ 갓플이면 무적권 공략하지.

지옥군주가 곧장 몸을 돌려 그의 건틀렛을 튕겨냈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이경복은 그 기대를 배신했다.

‘지금이다!’

지옥군주가 보여 준 일련의 대응은 이미 예측을 끝내 둔 바였다.

이경복이 진짜로 노린 순간은 바로 지금이었다.

재생은 미리 박아 둔 대검의 상처 부위부터 시작했다. 때문에 큐브로 인간화된 부분이 다시 악마화 되는 속도가 미세하게 더뎌졌다.

오른손에 들린 알리의 검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

-뭐임?

-유효타여?

-설마 저 작은 틈을 맞췄다고?

채팅창에 물음표가 가득해졌다. 알리의 검이 지옥군주의 심장부분을 관통하며 검붉은 피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대검에 박혀 있는 복부는 그냥 갈라지기만 했었던 바, 명백하게 다른 반응이었다.

이윽고 지옥군주가 제 심장을 감싸며 무릎을 꿇고, 서서히 악마화가 풀리기 시작하고 나서야.

-쥐엔장! 해버렸어! 해버렸다고!

-무친ㅋㅋㅋ 킹직히 개껌도 이렇게 깰 줄은 몰랐을 듯 ㅋㅋㅋ

-아 ㅋㅋ 듀란테는 안 되고 퍼란테는 된다니깐!

-참 쉽죠? 참 쉽죠? 참 쉽죠? 참 쉽죠?

-야잌ㅋㅋ 이걸 어떻게 하냐고!

-직접 보여줬는데 그걸 왜 물음?

-님 이름이 베드로임? 왜 못 믿음?

-???: 퍼드로야 내가 쩔어줘야 믿겠느냐

-베드로 ㅇㅈㄹ ㅋㅋㅋㅋ

-진엔딩 확정이쥬? 진엔딩 확정이쥬?

-반인반마 (악마화 0번)

-아 ㅋㅋ 신이라서 악마화를 못한 거였네

그의 승리에 채팅창은 환호와 열광으로 가득해졌다. 이윽고 컷신이 시작되려는 찰나.

[‘CAP Company_kor’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니;; 이걸 이렇게 클리어하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런데 원래는 최종 보스전에서 악마화 능력을 쓰셔도 괜찮습니다! 아예 안 쓰시는 게 진엔딩 조건은 아니에요 ㅠ]

개발사의 후원에 잠시 컷신이 일시중지 됐다.

-??????

-이건 또 뭔솔?

-악마화를 써도 됐다고?

-엥? 안 써야 되는 거 아님?

예상과 다른 설명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졌다. 이경복 역시 의아했지만 개발사의 설명을 기다렸다.

[‘CAP Company_kor’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전까지는 악마화 0회가 맞습니다. 최종 보스전 중에 악마화를 사용하시면 지옥군주 듀란테가 대사로 영혼의 오염 정도를 알려 줍니다. 그 정도에 따라 분기점이 갈리는데요. 설마 아예 한 번도 안 쓰실 줄은;; 덕분에 최종보스가 완전히 벙어리가 됐습니다 ㅠ]

이어 두 번째 후원에 이경복은 작게 탄식했다.

“아…… 그런 거였나요? 저도 시청자분들처럼 아예 안 쓰는 건 줄 알아서.”

-갓플 진짜 몰랐누 ㅋㅋㅋㅋ

-사전 정보 없이 플레이(진짜임)

-5252, 갓플의 플레이는 언제나 예상 밖이라구웃!

-지옥군주 강제 아닥해버림ㅋㅋ

-아 ㅋㅋ 악마화 필요 없는데 왜 쓰냐고

그 반응에 채팅창은 곧바로 웃음으로 가득해졌다. 이경복은 작게 헛기침을 했다.

“흠흠, 지옥군주의 대사는 여러분의 몫으로 남기겠습니다.”

-나왔다! 그 멘트!

-킹러분의 갓으로 남기겠습니닼ㅋㅋ

-역시 블랙기업 ㅎㄷㄷ 남는 게 없누

-블랙기업특) 사장이 알짜배기 다 가져감

-뭐예요? 내 몫도 줘요!

기회다 싶어 놀리려는 채팅에 이경복은 실소를 흘렸다.

“자, 다시 집중하겠습니다. 이제 대망의 엔딩이네요!”

그 말과 함께 멈춰 있던 컷신이 재생됐다. 시청자들의 주의를 돌리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심장이 뚫린 지옥군주는 점차 다시 듀란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해낸, 건가……”

그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며 힘겹게 목소리를 냈다.

“내가 옳았어. 넌, 나보다 더 나은, 존재다.”

왈칵 터진 핏물이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악마로, 죽지 않으려, 했는데……”

목소리가 서서히 작아졌다.

악마 사냥꾼, 듀란테는 죽어가는 자신에게 다가가 얼굴을 마주했다.

“걱정하지 마라.”

그가 손을 뻗어 자신과 같은, 그 얼굴을 매만졌다.

“악마는 울지 않으니까.”

화면이 클로즈업 됐다.

그 손가락에 묻어나온 건 피가 아니라 한 방울의 눈물.

그 눈망울 너머로 보이는 듀란테의 얼굴.

그 입가엔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유언 같은 건 없었다.

그의 몸은 먼지처럼 가루가 되어 쓰러졌다.

-빛란테니뮤ㅠㅠㅠ

-사후의 안배까지 다 인류를 위한 빛란테좌

-(눈물콘)(눈물콘)(눈물콘)

-이제 보니까 시퀄이면서도 리부트라는 느낌이 있네

-ㅇㅇ 콘솔판 주인공 은퇴시켜준 거자너

-일종의 바통터치 느낌이따

아쉽게도 여운을 즐기 새는 없었다. 바로 굉음과 함께 화면이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건!?”

“듀란테 님……!”

들려오는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니 안드로가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지옥과 현세가, 다시 연결되고 있습니다! 어서 자리를……!”

그가 가리키는 곳은 지옥군주의 권좌였다.

-아 빛란테 사망해서 그런 거네

-않이;;; 여기서 지옥군주 교체라고?

-설마 이게 진엔딩은 아니겠지!?

-아 ㅋㅋ 잘나가다가 이러지 말자

시청자들이 꺼려 하는 것처럼 듀란테도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더 나은 존재라더니, 더 나은 방법까지는 준비 못 했나.”

그는 이내 혀를 차며 일어섰다. 이미 결정을 내린 듯 흔들림 없는 표정.

이에 채팅창은 탄식으로 가득해졌다.

-진짜 이렇게 끝난다고?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이건, 이건 퍼펙트-엔딩이 아니야!

-아 ㅋㅋ 바로 소송 들어갑니다

-무친 ㅋㅋ 소송감이냐고 ㅋㅋㅋ

채팅창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경복은 속으로 미소 지었다.

화면에는 비춰지지 않았지만 신기가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감지한 덕이었다.

그것도 아주 익숙한 인물이었다.

“듀란테, 기다려요!”

이어 들려온 목소리에 화면이 돌아갔다.

“베아트리체?”

그 자리에 나타난 건 바로 성녀, 베아트리체였다. 그녀는 결연한 표정으로 권좌를 향해 달렸다.

-?????

-뭐임? 대체 뭐임?

-여기서 눈나가 왜 나와?

-무친;; 설마 성녀흑막설이!?

-않이! 이건 진짜 아니지!

-엔딩 바꿔달라는 게 이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고소장 일발 장전!

-대체 뭔 고소냐고 ㅋㅋㅋ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그러나 그들과 달리 이경복은 웃음을 참고 있었다.

베아트리체로부터 전해지는 감각은 여전히 명백한 아군의 느낌이었다.

‘채팅창 반응이 더 재미있네.’

그러나 그 사실을 시청자들은 모르니 당황할 수밖에 없고. 이경복에게는 그들의 반응이 그저 귀여워 보일 따름이었다.

“지금 대체 뭘……?”

듀란테가 한 박자 늦게 권좌에 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창으로 상처를 내 피를 쏟아냈다.

그러자 놀랍게도 진동이 점차 잦아들었다.

-엥?

-뭐지? 통수가 아니었던 거?

-이게 무슨 뒤통수 크라이시스 인줄 아냐구!

-아 ㅋㅋ 성녀눈나는 히로인이 맞다니깐!?

-성녀흑막설=지구평평설

-음모론 뭔데 ㅋㅋㅋ

베아트리체는 통증 때문인지 아미를 찡그렸다.

“설명은 나중에 드릴게요. 일단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

“잠깐, 데몬하트도 없이 대체 어떻게……”

“제가 한 건 연결을 끊은 게 아니라 폐쇄예요. 이대로 있다가는 모두 지옥에 갇혀요!”

그리 말하며 베아트리체는 단숨에 권좌에서 뛰어 내려왔다. 그녀의 재촉에 듀란테도 뒤를 따랐다.

그러나 몇 발자국 나아가기도 전에 그는 뒤를 돌아봤다.

“듀란테 님……”

어느새 죽은 지옥군주, 정확히는 먼지더미 앞에 기어간 안드로가 초연한 표정으로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듀란테가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차더니 곧 안드로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듀란테 님?!”

“닥치고 따라와.”

마치 짐짝 다루듯 안드로를 들쳐멘 듀란테가 베아트리체를 따라 뛰었다. 그녀는 안드로를 힐끗 바라봤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아 ㅋㅋㅋ 충신은 못 참지

-5252, 듀란테도 블랙기업이 되버리는 거냐구웃!

-이러면 진짜 퍼란테 아니냐?

-안드로 갈리는 게 보인다 보여!

-다행히 지옥군주 교체 엔딩은 아니누 ㅋㅋㅋ

-고소 철회 완료

-이번 한 번만 봐드리는 겁니다?

이어 암전되는 화면에 시청자들은 안도를 표했다.

곧바로 뒤바뀐 장소는 지옥 밖, 폐허 도시인 러스티 시메트리였다. 듀란테와 안드로, 그리고 베아트리체는 지옥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후우, 간발의 차였네요.”

베아트리체가 숨을 고르며 돌아봤다. 듀란테가 조립했던 지옥문이 곧바로 무너져 내렸다.

단순히 박살난 게 아니라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안심은 아직 이른 것 같은데.”

듀란테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거대한 싱크홀 너머로 보이는 밤하늘.

그 아래 검은 덩어리들이 우글거리며 늘어나고 있었다.

-설마 저거 악마들임?

-연결된 틈을 타서 쏟아져 나온 듯?

-맞네 ㅅㅂ

-점마들도 폐쇄되기 전에 헬게이트로 나온 거 ㅋㅋㅋ

-무친;;; 숫자 보소

-않이! 왜 자꾸 진엔딩이 아니라 배드엔딩 각이 서냐고!

-아모른직다!

시청자들은 그 광경에 불안함을 표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검은 밤하늘에 갑자기 섬광이 터지며 악마들이 붉은 폭죽처럼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뭔……”

듀란테가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듯 눈가를 좁혔다.

그렇게 번쩍이는 하늘 아래로 불쑥 둥그런 그림자 하나가 튀어 나왔다.

“오! 모두 무사하시군요!”

그 역시 들어본 바 있는 목소리였다. 이내 다시 밝아지는 섬광과 함께 그림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카론?”

그는 바로 교단 지부장, 카론이었다.

-어쩐지 실루엣만 봐도 알 것 같더라

-빛 반사 오졌고 ㅋㅋㅋ

-천연조명 등장!

-조명 ㅇㅈㄹㅋㅋㅋㅋㅋ

-않잌ㅋㅋㅋ 바로 극딜 뭔데

-트수들 머머리 업보 스택 착실히 쌓고 있쥬?

시청자들은 그의 등장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 사이 카론은 밧줄을 타고 빠르게 강하했다.

“부상자가…… 아니, 혹시 이분은 악마인가요!? 이런 인간에 가까운 악마는 또 처음 보는군요!”

그는 빠르게 눈을 돌리다가 안드로를 바라보며 학구열을 내비쳤다.

베아트리체는 그런 그를 보며 눈총을 주었다.

“지부장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아, 맞습니다. 감사가 먼저겠지요! 지금 이 상황 모두가 듀란테 님 덕분입니다!”

“내 덕분?”

카론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이죠. 제가 드린 말씀 기억하십니까? 듀란테 님이 전해주신 백업 데이터에는 귀중한 자료가 있었다고요.”

“그 자료가 지금 상황이랑 관련이 있다고?”

“예, 보시다시피 제가 연구 중이던 대 악마 병기의 자료들입니다!”

그 설명에 채팅창이 술렁였다.

-엉? 그게 이거라고?

-오? 백업 정도에 따라 또 분기가 갈리나 보네

-와씨 ㅋㅋㅋㅋ 스노우볼 뭔데!

-이렇게 떡밥회수를 또 해버리네 ㅋㅋㅋ

-최상의 버전이 이거 말한 건가?

-엌ㅋㅋ 왠지 다른 스노우볼도 있을 것 같다 ㅋㅋ

시청자들은 직감했다.

이 상황 하나만으로 개발사가 밝힌 ‘최상의 버전’으로 결정되지는 않을 터였다.

“아, 물론 병기 제작에만 쓰이는 기술은 아니고 다른 용도로도……”

말을 쏟아내던 카론은 뒷말을 끝내지 못했다. 불쑥 베아트리체가 듀란테를 끌어안았기 때문이었다.

“엇.”

동기화 되어 있던 이경복도 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성녀눈나가 먼저?

-갓.겜.등.극

-고티죠? 고티죠? 고티죠?

-나도, 나도 안아줘요!

-대충 날다람쥐 짤

-지금 갓플도 반응 했는데?! 동기화 되어 있는 거 맏찌!?

-세계최초로 성녀눈나한테 포옹받은 스머가 이따!?

-아 ㅋㅋ 심술나네 진짜

-붕란테도 포옹 받을 수 있는 거 지? 그치?

그의 반응은 짧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리 짧지 않았다.

“어, 크흠. 저는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

카론이 멋쩍은 얼굴로 물러났다. 이내 베아트리체가 포옹을 끝내고 말했다.

“아니에요, 같이 가죠.”

그녀는 듀란테를 돌아보며 말했다.

“정말 고마워요. 또 ‘협력’하도록 하죠.”

듀란테는 대답하지 않았다.

베아트리체와 카론이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고 밧줄을 타고 올랐다.

그와 함께 다시금 어두워지는 화면, 그리고 지직거리는 네온사인의 소리가 들렸다.

-햅삐엔딩!

-무사히 끝났누 ㅋㅋㅋㅋ

-포옹만 하고 끝이라고? 진짜로?

-허니드라 때문에 기준 너무 높아져 버렸고 ㅋㅋㅋ

-근데 좀 뭔가 심심한데

-제발 이런 풋풋한 것도 좀 즐겨보라구웃!

-않이 ㅋㅋㅋ 그거 말고! 진 엔딩치고는 심심하다고!

-엌ㅋㅋㅋ 그건 맞긴 해

대다수가 이제 끝이라 생각하고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이내 나타난 네온사인에 시청자들의 주의는 다시 컷신으로 돌아갔다.

-?

-이거 듀란테 사무실 네온사인인데?

-아직 안 끝났네 ㅋㅋㅋ

-아 ㅋㅋ 역시 뭔가 더 있을 줄 알았지.

지직거리며 비뚤어진 네온사인과 함께 듀란테의 사무실이 비춰졌다.

듀란테는 책상에 발을 올리고 바이크 카탈로그를 살피고 있었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옆에서 안드로가 사무실을 청소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안드로 왜케 처량해보이누 ㅋㅋㅋ

-백퍼 무급으로 일할 듯

-엌ㅋㅋㅋ 진짜 블랙기업이냐구!

-???: 숙식 제공 해줬으면 됐지!

-안드로 시민권도 없어서 노동청 신고도 못 할 듯 ㅋㅋㅋ

-시민권 ㅇㅈㄹ ㅋㅋㅋ

-불법체류악마 ㅋㅋㅋㅋㅋㅋ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유쾌해하는 것도 잠시였다.

누군가 사무실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듀란테와 안드로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이윽고 문이 열리자 듀란테가 말했다.

“생각보다 늦었군.”

이어 그 시선을 따라가듯 돌아선 화면. 그 안에는 검은 운동복을 입은 베아트리체가 있었다.

-555555!

-스포티한 성녀 눈나 ㅁㅊㄷㅁㅊㅇ

-아 ㅋㅋ 역시 허니단 보다는 성녀단이지

-대체 몇 번을 갈아타는 거냐곸ㅋㅋㅋ

-엌ㅋㅋ 엔딩 끝나면 스킨으로 해금 될 듯?

그 색다른 모습에 감탄하는 건 잠깐이었다.

“교단의 눈을 피하느라 어쩔 수 없었어요.”

그녀의 대사에 분위기가 일변했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오는 사이 화면이 뒤바뀌었다.

조금 전 그녀가 듀란테와 포옹하는 장면이 회상처럼 흑백으로 나타났다.

“교단을 믿지 마세요.”

그녀가 듀란테에게 속삭인 말과 함께 화면은 사무실로 돌아왔다.

“갑자기 교단에 등을 돌리겠다?”

듀란테는 심드렁한 얼굴로 턱을 괬다.

“이유를 설명해 주실까.”

“……저를 믿지 못한다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이제 당신을 속일 생각은 없어요.”

그녀는 눌러 쓴 후드를 뒤로 넘겼다. 그와 함께 가려졌던 은발의 머리카락이 허리께로 흘러내렸다.

“듀란테, 당신은 제게 악마의 피가 흐른다고 했었죠.”

“그랬지.”

“아뇨.”

그녀는 제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교단이 제게 주입한 건 악마의 피가 아니에요.”

“아니라고?”

듀란테는 물론 안드로도 눈이 커졌다. 그녀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제 몸에 흐르는 건.”

하지만 이내 결심한 듯 떨림이 멈추었다.

“천사의 피예요.”

그 대사에 채팅창이 요동쳤다.

-??????

-악마가 아니라 천사라고?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않이;; 우리 눈나가 천사긴 한데!

-야잌ㅋㅋㅋ 그 뜻이 아니잖슴!

이경복도 그들과 비슷했다.

“와…… 막판에 반전이 있나 본데요?”

예상치 못한 전개에 충격에 빠진 시청자들은 바로 직감했다.

-ㅇㅇ 이거 아무리 봐도 바로 끝날 각이 아님

-무친 반전!

-아까 전까지가 일반 해피엔딩이었나 봄 ㅋㅋㅋ

-ㄹㅇㅋㅋ 이제부터가 찐이다

-큰 거 온다! 큰 거 온다! 큰 거 온다!

지금부터가 개발사가 공인한 진짜 엔딩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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