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69화 (169/491)

169화 - 컨셉은 중대사다 (4)

크립(Creep).

정글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은 일반적으로 정글러의 기본 성장 발판이었다.

정글러는 미니언을 잡아서 돈을 얻을 수 없기에 크립 사냥을 통해 자금을 확보, 아이템을 마련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 크립에도 급이 있고, 사냥에 성공할 때 획득할 수 있는 자금도 다르다.

그런데 그런 크립 중에서도 자금만 주는 게 아니라 사냥 성공 시 버프를 주는 종류가 있었다.

-지금 바로 버프를 노린다고?

-게다가 노템에 솔플로 잡겠다는 거 ㅋㅋㅋㅋㅋ

-혀엉? 이거 맞아? 진짜 맞아?

-아 ㅋㅋ 갓플이면 할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아무튼 된다니깐!?

이경복의 행보에 시청자들이 우려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보상이 크다는 건 그만큼 크립이 강하다는 의미였다.

-보통 게임 중반에나 먹지 않나?

-ㅇㅇ 그리고 팀원 하나 데리고 가는 게 정석임

-ㄹㅇㅋㅋ 랭겜에서도 단독으로는 안 잡는데

-추놈쉑 얼른 붙으라구웃!

-지금 CS 먹을 때가 아니라니깐!

이에 시청자들은 지놈을 찾았다.

버프 크립은 혼자서 상대하는 것보다는 미드라이너를 데려가는 게 더 안전하고 빠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놈은 인베이드가 끝나자마자 제 라인에 자리를 잡은 상황이 아닌가.

“에이, 혼자서 잡아도 되는 데 부를 이유가 없죠.”

이경복은 그 격렬한 반응에도 가볍게 답했다. 그의 태연한 태도에 채팅창에는 웃음이 번졌다.

-자신감 하나는 풀스택인 남자……!

-그게 바로 퍼자감이니까 (끄덕)

-혀엉! 그럼 적어도 템이라도 맞추자!

-ㄹㅇㅋㅋ 템 맞추는 게 오히려 나을 듯?

-갓플이 알아서 한다니깐!

-금수훈지 모름?

-슬슬 밴 웨이브 가나요 ㅋㅋㅋ

조금 격해지는 채팅창에 이경복은 헛기침으로 주의를 끌었다.

“당장 템 맞출 필요는 없어요. 집 갔다 오면 상대 쪽도 부활할 텐데 그 전에 독식할 겁니다.”

-아 ㅋㅋ 이게 퍼펙트 정글러지

-역시 블랙기업 사장 ㅎㄷㄷ

-대충 한국 요리하는 영국 쉐프 짤

-??? : 아무에게도 주지 않고 저 혼자 먹을 겁니다.

-반박하려면 퍼플보다 더 잘하는 사람만 하라고 ㅋㅋㅋ

-그때부터였을까요? 제가 예스맨이 된 게

-강제 반박불가행 ㅋㅋㅋ

결국 그를 말리는 사람은 남지 않았다. 이경복의 실력을 믿는 사람이 더 많기도 했고.

“생각보다 덩치가 크네요?”

그리 떠드는 사이 첫 번째 버프 크립, ‘블루 가디언’의 서식지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블루 가디언은 이름에 걸맞게 푸른색의 오러를 발하는 거대 석상이었다.

플레이어들은 그 이름과 외형 때문에 ‘블루’라고 줄여 불렀다.

-생각보다?

-그러고 보니 갓플 버프 크립 사냥 처음 아님?

-ㅇㅇ 야미 할 때는 갱킹하느라 안 잡음

-않이;;; 조건에 노템 솔플에 첫트까지 붙는다고?

-무쳤냐고 ㅋㅋㅋㅋㅋㅋ

-첫트에 성공한다, 그게 바로 ‘퍼펙트-상식’이잖아?

-퍼펙트 상식은 또 뭐야 ㅅㅂ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새삼 걱정이 앞섰다.

야미는 그 사용법이 어려웠을 뿐 스킬셋의 범용성이 남달랐다. 오죽하면 첫 등장 때에는 OP라고 욕을 먹었겠나.

-야미도 아니고 바르잔으로 잡을 수 있나?

-노템 바르잔은 쵸큼;;;

-와 이거 진짜 템 맞춰야 될 삘인데

-바르잔 자체가 너무 애매하긴 해

-바르잔은 진짜 다른 챔이랑 케미로 하는 건데

그러나 바르잔은 달랐다.

좋게 말하면 만능이지만 달리 말하면 ‘잡종’이라는 의미였다.

스펙상 전투를 버틸 체력이 다른 챔피언들에 비해 부족했고, 공격력과 방어력 모두 평균치보다는 낮았다.

그 대신 인베이드 때와 같이 ‘선전포고’로 아군들에게 버프를 주고 ‘최전선의 왕’으로 적의 행동을 봉쇄하는 연계기로 갱킹과 한타에 특화된 챔피언이었다.

‘미스틱 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생각보다 걱정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경복은 그 채팅창을 힐끗 보며 깃발을 잡았다. 그는 사람들의 우려에도 멈출 생각이 없었다.

‘보여 주면 되겠지.’

최고의 설득 방법은 결과로 보여 주는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가 던진 깃발은 정확히 석상에 적중했다. 이어지는 공격에 블루 가디언의 체력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뭐임? 개 잘 잡는데?

-완전 쭉 빠지는뎁쇼?

-뭣도 모르고 훈수한 거였냐고 ㅋㅋㅋ

-ㄹㅇㅋㅋ 모르면 그냥 나처럼 가만있으라구웃!

그 상황에 미스틱 리그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이 채팅에 참여했다. 그러나 그들의 의견은 곧바로 반박당했다.

-아 ㅋㅋ 데붕 아재들 뭘 모르누

-저거 패시브 스킬 빨임

-바르잔 평타에 상대 체력 비례 대미지 들가는 거 있음 ㅋㅋㅋ

-사기 스킬인 거 같쥬? 성능비 개구림 ㅋㅋ

-ㄹㅇㅋㅋ 딜교 길어지면 오히려 밀림 ㅋㅋ

지금 보는 상황은 바르잔의 패시브 스킬, ‘왕의 위엄’ 덕분이었다.

일반 공격 시 대상의 체력의 5%만큼의 피해량이 추가되지만, 상대 체력이 적어질수록 의미가 없어지는 스킬이기도 했다.

-다른 딜링 스킬은 근접전에서는 의미가 없음;;

-ㄹㅇㅋㅋ 선전포고는 1회용이고최전선은 근접전에서 못 씀

-그래서 미드라이너 붙어야 되는데

-지놈쉑 맵 리딩 하면서도 왜 안 오누

-벌써 상대 쪽에 붙은 거 아님?

-않이 ㅋㅋㅋ 여기서도 쥐놈이겠냐고 ㅋㅋㅋ

그리 회의적이던 채팅창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래도 잘 잡는데?

-엥?

-블루 체력 빠지는 거 보소 ㅎㄷㄷ

-와씨 ㅋㅋㅋ 이걸?

-역시 퍼지컬답누 ㅋㅋㅋㅋ

블루 가디언의 체력 줄어드는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이경복은 거대 석상의 공격을 회피하면서 쉴 틈 없이 창을 휘둘렀다.

다른 바르잔 유저들은 그저 창을 찌르거나 휘두르는 데 그치지만 그는 달랐다.

-무친 ㅋㅋㅋ 갓플 창술도 배웠음?

-다른 게임에서 창 쓰는 게 있었나?

-창은 없었는데?

-5252, 유일검이 아니었던 거냐구웃!

-아 ㅋㅋ 가장 잘 쓰는 게 검인 거라니깐!

-ㄹㅇㅋㅋ 다른 무기 못 쓰는 게 아니거등요?

-퍼르잔! 퍼르잔! 퍼르잔!

그는 날아드는 석검을 창으로 패링하기도 하고, 창을 지렛대 삼아 높이 도약해 회피까지 해냈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연격에 블루 가디언의 몸체에 균열은 커지고 파편들은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체력이 소진 되자 블루 가디언의 몸체가 부서져 쓰러지고 그 안에 숨겨져 있던 푸른 구체가 드러났다.

“잘 먹겠습니다.”

이경복은 아무렇지 않게 웃음 짓고는 버프를 취했다. 푸른 오러가 그의 몸을 따라 깃들었다.

[블루 버프 - 냉철한 이성]

[챔피언 스킬에 필요한 자원이 추가됩니다.]

[지속시간 동안 바르잔 2세의 깃발이 하나 더 추가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그 효과를 설명해 주었다. 이경복은 등에 추가된 깃발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바로 레드 갈게요.”

이어지는 그의 선언에 시청자들은 열광하려다가 다시 물음표를 띄웠다.

-ㅔ?

-레드까지 먹겠다고요?

-아 ㅋㅋ 독식이 진짜 다 먹는 거였고

-이제 부활 타이밍인데?

-이거 의외로 괜찮을 듯 ㅋㅋㅋ

-ㅇㅇ 지금 라인 먹혀서 상대가 인베 2트는 못함

-야미만 정글 오면 갓플이 충분히 상대 가능

-ㄹㅇㅋㅋ 갈고리 치는 거 딱 봐도 실딱 아래임

-님 골딱이죠?

-미스틱 특) 자기 티어 아래는 무적권 무시함

하지만 이미 이경복이 실력을 입증한 바, 그 의문은 금방 가라앉았다.

이경복은 이동하며 미드 라인을 지나쳤다. 지놈이 체력 빠진 미니언들을 잡으며 돈을 모으는 게 보였다.

“지 사원! 수고해요!”

이경복은 장난스럽게 손을 흔들며 미드 라인에 깃발을 박았다. 이에 지놈이 과장스럽게 양손으로 머리를 쥐었다.

“아니, 사장님! 개인 CCTV 설치는 노동법 위반 아닌가요!?”

“다 잘 되라고 하는 겁니다!”

이경복이 빠르게 미드 라인을 넘어가는 사이 채팅창에는 웃음이 터졌다.

바르잔의 깃발은 제한시간이 있는 와드 역할을 겸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무친ㅋㅋㅋ CCTV ㅇㅈㄹ

-트최입 수듄ㅋㅋㅋㅋ

-블랙기업특) 사장이 직원 감시함

-컨셉 미쳤네 진짜 ㅋㅋㅋ

-???: 자네 아니어도 일 할 사람 많아!

-근데 어차피 미니맵으로 다 보이지 않음?

-재미없는 친구 등장!

-학생 눈치 챙겨^^

-그냥 버프 주는 김에 농담한 거잖슴 ㅋㅋㅋ

-왜 우리 엄근진 씨 기를 죽이고 그래욧!

시청자들이 장난치는 사이 이경복은 2번째 버프 크립, ‘레드 트렌트’ 앞에 섰다.

이경복은 블루 가디언 때와 마찬가지로 공략을 하면서 미니맵을 살폈다.

“적 팀 전부 라인 복귀했네요.”

시청자들은 그 말에 다시금 놀랐다.

-?

-사냥하면서 맵 리딩을?

-아 ㅋㅋ 그냥 슬쩍 본 거겠지

-저렇게 싸우고 있는데 맵 볼 틈이 어디 있냐구웃!

-않이;;; 지금 눈동자 움직이는 거 보면 맵 리딩 맞는데?

-퍼펙트 아이 ON!

단순히 맵만 읽는 게 아니었다.

적 팀이 복귀했으니 오더를 내릴 필요가 있었다.

“바텀은 그대로 유지하세요. 지금 차이가 벌어졌으니까 교대로 집 가서 템 맞춰도 됩니다.”

처음부터 라인을 점령했던 바텀 듀오는 무난하게 성장했다. 반면 상대팀 바텀 듀오는 이제 자금을 모으기 시작한 단계였으니 그 격차가 컸다.

“지 사원은 이속 버프로 견제 위주, 상대 CS 최대한 못 먹게 괴롭히시다가 각 보이면 킬 먹으시고.”

단순히 재미를 위해 깃발을 꽂은 건 아니었다. 지놈의 DD는 카드 셔플로 변수가 많이 발생하는 만큼 상황에 따라 도주하거나 오히려 다이브를 해야 할 때도 있었다.

“이클 대리는 그냥 잘하시네요.”

탑 라인의 이클립스는 달리 오더가 필요 없었다. 1:1 승부에 관해서는 그를 쉽게 이길 사람이 없을 터였다.

-깔끔한 오더 무엇?

-않이;;; 이게 진짜 사냥 중인 거 맞음?

-옥타코어 성능 수듄ㅋㅋㅋㅋ

-버스 퀄리티 미쳤고 ㅋㅋㅋㅋ

-진짜 ‘퍼펙트-캐리’할 셈이냐구웃!

-자기가 한 말은 지킨다, 그게 상식이잖아?

-미스틱에서는 자기가 한 말도 못 지키고 남 탓 하는 게 상식 아니었음?

-실력은 됐으니까 팀원들 마인드만이라도 갓플 좀 닮았으면 ㅠㅠ

채팅창은 감탄과 부러움으로 가득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경복은 레드 버프까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레드 버프 - 불타는 열정]

[기본 공격에 지속 피해와 상대 자원 소모 효과가 부여됩니다.]

푸른 오러 위에 붉은 오러가 덧씌워졌다.

“그럼 본격적으로 갱킹 가 볼까요.”

이경복은 생긋 미소를 지으며 창을 잡았다.

-살인미소 ON!

-아! 너무 무섭다!

-과연 얼마나 많은 챔피언들이 죽을 것인가……!

-이미 게임 터졌다 ㅋㅋㅋ

-사실 승부는 인베에서 갈린 거나 다름없음 ㅋㅋ

-ㄹㅇㅋㅋ 스노우볼 지금 계속 구름

초반 인베이드 성공으로 승세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이경복의 갱킹까지 가세한다면 승리는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을 터였다.

더욱이 지금 갱킹에 나서는 이경복은 이전의 그와 달랐다.

-버프 받은 갓플? 이건 못 막지 ㅋㅋㅋㅋ

-이게 바로 퍼플 버프?

-근데 진짜 보라색이 보이는데?

-엌ㅋㅋㅋ 레드 오러랑 블루 오러가 섞이니까 ㅋㅋㅋ

-와씨 ㅋㅋ 근데 절묘하다 진짜

-아아, 그것은 완벽을 상징하는 색이니까 (끄덕)

-이렇게도 큐튭각이 나와버리누 ㅋㅋㅋ

채팅창은 환호와 기대로 넘쳤다.

붉은 오러와 푸른 오러가 교차하며 넘실거리자 순간순간 그 색이 보랏빛을 띤 것이다.

이경복은 이에 장난스럽게 한마디 했다.

“버프가 주인을 알아보네요.”

* * *

이경복의 갱킹과 라인 개입으로 3개의 라인은 빠르게 밀려났다. 이에 적팀은 최후의 수단으로 본진 타워를 끼고 방어전에 돌입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이경복은 여유롭게 상대 팀을 칭찬했다. 시청자들도 이에 공감했다.

-ㄹㅇㅋㅋ 진짜 근성 하나는 킹정한다.

-진짜 나였으면 이미 멘탈 나락가서 서렌침

-킹직히 갓플만 아니었어도 진즉에 나갔음 ㅋㅋㅋ

이경복은 이내 팀원들을 모았다.

“이정도면 5:5 한타 연습에 딱이네요. 다들 준비하시죠. 미니언 들어가는 타이밍 맞춰서 갑니다.”

그 말에 팀원들 모두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번에 이기면 승리는 확정이나 다름없었다.

-상대 팀마저 이용해먹으려는 블랙기업 인성 ㅎㄷㄷ

-아 ㅋㅋ 이러니까 악마들이 손절당하지

-어허? 데머크 스포 아슬아슬하다?

-데붕 아재들 조심하라구웃!

-이것이 블랙기업이다(절망편)

-않이 ㅋㅋㅋ 블랙기업에 희망편도 있냐고

시청자들이 즐겁게 재잘대는 사이 미니언들이 라인을 따라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 이경복을 선두로 팀원들이 진입했다.

“옵니다!”

“타워부터 지켜요!”

적들도 그들을 발견하고 소리를 높였다. 방어전인 만큼 이미 뻔한 전략이라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다.

이경복은 달리면서 깃발을 뽑아 힘껏 던졌다. 공중을 날아 떨어진 깃발은.

-??

-헐?

-뭐임? 빗나간 거?

-너무 멀리서 던졌나?

-ㄴㄴ 괜춘 하나 더 있음!

애꿎은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다행히 블루 버프 덕분에 깃발은 여분이 있었다.

이에 이경복은 즉시 2번째 깃발을 던졌다.

“피, 피해…… 꺽!”

다행히 이번에는 제대로 적중했다. 깃발에 맞은 원딜러가 비틀거리는 사이 이경복은 창을 던졌다.

“흩어져요!”

같은 수에 당할 수는 없었다.

창이 날아들자 적 챔피언들이 옆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3중추돌!

-한타 가즈아!

-숙청! 절대 숙청!

-스포) 퍼지데이가 이긴다

-그걸 누가 모르냐곸ㅋㅋㅋ

시작부터 3명의 챔피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 뒤로 아군들이 전투에 가세했다.

적 본진의 타워가 빠르게 탄환을 쏘아댔지만 아이템으로 무장한 아군들은 쉽게 밀려나지 않았다.

“서폿이랑 원딜부터!”

이에 적 팀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일반 플레이어들, 바텀 듀오를 먼저 노렸다.

“야, 야야!”

“어씨!”

열심히 회복스킬과 총을 쏴대던 두 사람은 갑자기 몰려온 챔피언들을 앞에 두고 당황했다.

이에 지놈과 이클립스가 그들을 도우려 했지만 탱커가 달려와 그들을 밀쳐냈다.

-않이! 힐 사이클 계속 돌려야지!

-지금 뭐하는 거냐구!

-빼지 말고 버텨야지!

-뭔 ㅋㅋ 빼는 게 맞지!

-어그로 핑퐁 모르냐고!

시청자들은 다급히 채팅을 쳤다. 하지만 그 의견은 서로 갈렸고, 설령 통일됐다고 하더라도 전해질 일이 없었다.

기겁한 바텀 듀오와 회심의 미소를 짓는 적 챔피언들.

결과는 정해진 것처럼 보였다.

그 사이로 날아온 장창이 없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우앗!”

“뭐, 뭐야!?”

“퍼플 님?!”

제 눈앞을 지나가는 창에 적 챔피언들은 순간 멈칫했다.

그것이 패착이었다.

“어디 보세요?”

적들은 물론 바텀 듀오까지.

반사적으로 창이 날아온 쪽을 바라보던 이들은 반대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기겁했다.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이경복이 그곳에 있지 않나. 그리고 그 위치에 있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깃발?”

“쒯.”

이경복이 처음 던졌던 깃발.

조준 실패로 애꿎은 바닥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던 그것이 이경복의 옆에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인 즉.

그의 CC(Crowd Control) 스킬, ‘최전선의 왕’이 발동됐다는 뜻이기도 했다.

“피해…… 우악!”

“미친!”

한 박자 늦게 깨달은 이들은 몸을 틀었지만, 한 박자도 결국 늦은 것이었다.

잔상이 그들을 관통하며 몸을 띄웠다.

당황에 물들었던 바텀 듀오의 얼굴이 기쁨과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잡아요!”

“네!”

“개 쩐다!”

이경복의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그 두 사람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적들을 유린했다.

-와씨 ㅋㅋㅋ 저거 실수가 아니었네

-바텀 듀오 위치 보고 미리 박아둔 거?

-이 서윗함? 무엇?

-그 와중에 4중 추돌 실화냐 ㅋㅋㅋ

-대체 몇 수까지 앞을 내본 거냐구웃!

-바텀 듀오 표정 보소 ㅋㅋㅋ 행복사할 듯

-???: 이게 제로백 버스의 승차감?

-뭐예요! 나도 태워줘요!

-아아! 지놈이 밉다!

-갑자기 지놈 때리기 뭐냐고 ㅋㅋ

-정기 승차권 끊어서 심술나자넠ㅋㅋ

일련의 상황에 시청자들은 경탄을 터트렸다.

지놈과 이클립스도 이내 가세하니 적 챔피언들은 전멸했고, 본진도 결국 폭파되었다.

[승리!]

이윽고 떠오른 메시지에 시청자들의 격찬이 쏟아졌다.

-퍼지데이! 퍼지데이! 퍼지데이!

-왕의 귀환을 환영하라! 왕의 귀환을 환영하라!

-정당한 왕은 퍼르잔 님뿐! 정당한 왕은 퍼르잔 님뿐!

-가이엔 NPC 대사 뭔데 ㅋㅋㅋㅋ

-챗창에 가붕이들 증식속도 미쳤고 ㅋㅋ

-킹치만! 퍼르잔 님이면 따를 수밖에 없는걸?!

-갓직히 퍼르잔이면 영국 여왕정도로 통치할 듯

-???: 하하, 아직도 나지롱!

그 사이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치며 팀원들을 돌아봤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오더 잘 따라주신 덕분에 이겼네요.”

“아, 아뇨! 전부 퍼플 님 덕분이죠!”

“와, 진짜 경험해보니까 알겠습니다. 완벽하다는 게 뭔지 이제야 느껴져요.”

바텀 듀오의 말에 채팅창은 다시금 웃음바다가 되었다.

-바로 퍼절임 상태 ㅋㅋㅋㅋ

-퍼라클 경험해보면 말 다했지

-ㅉㅉ 저 둘도 이제 퍼단증상 오겠누

-ㅇㅇ 초단기 중독이라 증상 심할 듯

-야잌ㅋ 무슨 중독물질 취급이냐고

바텀 듀오와 인사를 나눈 세 사람은 이내 다시 로비로 돌아왔다.

“자, 처음 하는 5:5 연습 게임이 끝났습니다. 얘들아 좀 어때? 바로 랭겜 가도 되나?”

지놈이 가볍게 손뼉을 치며 멘트를 쳤다. 그 물음에 채팅창이 바로 반응했다.

-랭겜 안 누르고 뭐함?

-당장 큐 돌려!

-아 ㅋㅋ 이런 건 막내가 눈치껏 미리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아직도 안 했어? ㅉㅉ 지 사원 눈치가 없네

“아니, 이것들이 너희들이 사장이야? 어디 일해라절해라야?”

시청자들의 장난스러운 반응에 지놈은 그리 답하며 슬쩍 이경복과 이클립스를 돌아봤다.

진행해도 좋겠냐는 뜻일 터였다.

“그럼 연수는 이걸로 끝내고 본격적인 업무로 들어가 봅시다.”

“주군의 곁을 지키는 것이 나의 일!”

두 사람의 대답에 지놈이 매칭을 눌렀다.

-캬 ㅋㅋㅋ 연습겜 한판하고 바로 자유랭!

-그럼 상대 티어는 뭐지?

-셋 다 자유랭은 처음 아님?

-ㅇㅇ 지놈도 이번 시즌 자유랭 첫 게임

-솔랭이랑 MMR 따로니까 랜덤으로 나올 듯? ㅋㅋㅋ

매칭이 돌아가는 와중 시청자들은 상대 팀의 티어를 가늠해 보았다. 미스틱 리그의 랭크는 1인 혹은 2인 듀오는 ‘솔로 랭크’, 3인부터 5인까지의 다인큐는 ‘자유 랭크’로 구분되어 별개로 운영됐다.

-대충 플래 나올 거 같은데?

-그냥 찍는 거냐고 ㅋㅋㅋ

-솔랭은 갓플이 다이아, 지놈이 플래, 이클님이 골드잖슴!

-헐? 이클님이 골드?

-ㅇㅇ 지놈이랑 합방 전에 솔랭 하다가 받았음

-그럼 평균값인 플래가 나올 거다?

-남은 2명 티어도 그쯤 나오려나?

-근데 자유랭은 워낙 변수가 많아서 모름

그리 추측하는 와중 매칭이 성사됐다. 시청자들의 주의는 곧바로 상대 팀으로 쏠렸다.

이경복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오, 4플 1다네요?”

상대 팀 중 4명이 플래티넘, 한 사람은 다이아였다. 그의 시선은 바로 아군 쪽으로 돌아갔다.

-않이;;; 우리는 골드만 둘이라고?

-밸런스 무엇?

-자유랭 MMR 수듄ㅋㅋㅋ

-오히려 황밸이네 ㅋㅋㅋ

-ㄹㅇㅋㅋ 갓플이 사실 마스터 이상이자너

-그러면 MMR 제대로 잡힌 거 맏따 ㅋㅋㅋ

-어? 상대 다이아?

-엘리펀트? 설마 그 엘리펀트임?

-찐이라고?

양팀 밸런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채팅창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엘리펀트?’

이경복은 이에 의아해했지만 지놈은 달랐다.

“허? 진짜 엘리펀트 님이시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껌뻑이다가 아차 싶었는지 이경복과 이클립스를 돌아봤다.

“혹시 모르세요?”

“누군데 그러는 거요?”

“나도 잘 모르는데.”

돌아온 대답에 지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바로 말을 이었다.

“티어원은 아시죠? 거기 미스틱 리그 팀 2군 소속 프로게이머시거든요.”

프로게이머라는 말에 두 사람이 다시 눈을 돌렸다.

“그런데 그냥 2군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1.5군’이라고 할 수 있죠.”

“1.5군이라니, 그건 또 뭐요?”

이클립스가 이해가 안 가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2군이면 2군이고, 1군이면 1군이지 않겠나.

“그게, 엘리펀트 님이 기복이 좀 심하거든요. 그래서 1군과 2군을 번갈아 갑니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을 때는……”

지놈은 마른 침을 삼켰다.

“티어원 역대 최고의 정글러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최고의 정글러?”

이클립스는 그 말에 이경복을 돌아봤다. 마침 그와 같은 포지션이 아닌가.

“역대 최고라……”

이경복의 입가가 서서히 호선을 그렸다.

그는 확신했다.

“그럼 이번 게임 진짜 재미있겠네요.”

스트리머가 재미있어야 방송이 재미있는 만큼, 이번 랭크게임도 즐겁게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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