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71화 (171/491)

171화 - 상성 is 뭔들 (2)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다름 속에서도 공통점을 뽑자면 ‘재미’일 터였다.

물론 그 ‘재미’라는 개념 자체도 사람마다 느끼는 부분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어는 물론 게임의 장르마다 추구하는 재미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재미있어.’

미스틱 리그 프로게이머, 엘리펀트. 그가 느끼는 재미 또한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그 수많은 게임 중에서도 ‘미스틱 리그’를, 그리고 그 게임 속 여러 챔피언 중에서도 유독 ‘육식형 정글러’를 선호하게 된 이유.

‘이런 기분이 대체 얼마 만이지?’

그가 추구하는 재미는 바로 ‘승부욕의 충족’에서 오기 때문이었다.

엘리펀트가 이전부터 ‘찐막증후군’에 시달린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의 실력은 나날이 성장하는데 맞붙는 상대는 그 기준을 맞춰주지 못했다.

‘이 사람은 진짜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이경복과 맞붙은 것만으로 전신의 세포가 깨어나는 기분, 비로소 승부다운 승부를 치르는 느낌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 비하면 지금껏 찾았던 ‘찐막’ 역시 가짜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진다……!’

엘리펀트는 눈앞의 상대에게 온 정신을 집중했다.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면 승부가 판가름 날 터였다.

때문에 그의 머릿속에서는 정글로러서 해야 할 오더와 맵 리딩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 여유는 허세가 아니야.’

그렇기에 엘리펀트는 이경복을 더욱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자신과 달리 그는 여유가 넘쳤다.

그 모습이 그의 승부욕을 더 자극했다. 어째서 자신은 그를 몰아세울 수 없는 걸까.

‘내 컨디션이 아직 다 돌아온 게 아닌가?’

그럴 리가 없었다.

지금 그의 상태는 그가 제일 잘 알았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겪어본 최상, 그 이상의 한계를 돌파했다.

‘아니면 경험의 차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프로게이머인 자신보다 스트리머인 그가 미스틱 리그를 더 많이 했을 리는 없었다.

더욱이 그가 선택한 챔피언은 기존에 했던 야미도 아니고 바르잔이 아닌가.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는 아득 이를 물었다.

그에 따라 챔피언인 라그넬 또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수많은 경합에도 속에서 느껴지는 이 간극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떻게 단 한 대도 안 맞을 수가 있는 거지……!?’

단순히 그의 느낌으로 치부하기에는 증거가 너무 뚜렷했다. 그 간극이 쌓이고 쌓여 줄어든 체력바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달리 이경복의 체력 바는 여전히 가득했다.

‘이대로는 결국 진다.’

후퇴할 시점은 이미 넘어섰다.

등을 보이는 순간 패배는 확정이었다.

엘리펀트는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한껏 숨을 크게 들이켰다.

달라진 그 호흡마저 느낀 것인지 순간 이경복의 눈이 크게 뜨였다.

‘지금이다!’

엘리펀트는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그의 목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짐승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발톱추적자 라그넬의 스킬 ‘야수의 포효’를 사용한 것이었다.

‘제대로 들어갔다!’

이 스킬은 범위 내 적의 균형감각에 영향을 주고 자신의 체력을 일부 회복한다.

본래는 한타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아껴두는 편이 좋았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역전이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스킬 효과 때문인지 이경복의 창이 애꿎은 그의 옆구리를 지나갔다.

엘리펀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클로를 휘둘렀다.

“……어?”

일순간 그의 사고가 정지했다.

분명 앞에 있어야 할 바르잔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프로였던 바, 그의 머리는 자동반사적으로 이유를 찾아냈다.

“풀 컨디션은 어떨지 기대가 되네요.”

그 생각이 옳다는 듯 그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리펀트는 돌아볼 생각도 없었다.

‘빗나간 게 아니라……’

그 앞에 바르잔의 잔상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창을 던진 거였어!’

어느새 그의 위치가 박아둔 깃발과 일직선상에 놓여 있었다. 상대에게 집중하느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인식과 동시에 회피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승세를 점하기 위해 이경복과 거리를 벌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건 자신이었으니까.

“와.”

때문에 그는 화가 나지도 않았다. 잔상과 충돌하며 느껴지는 부유감 속에서 그가 내뱉은 건 감탄이었다.

“진짜 쩌네.”

승부가 결정 났다.

그는 패배했고 승자는 상대였다.

[퍼스트 블러드!]

[퍼펙트플레이 Tier1_Elephant]

그 사실을 증명하듯 잿빛으로 변한 시야 위로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사망 후, 다시 돌아온 본진에서 그는 반투명해진 제 몸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헐?]

[>퍼블이라고!?]

[>엘리펀트님이 정글 싸움에서 밀렸어?]

[>와……]

이윽고 놀란 팀원들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엘리펀트는 빠르게 채팅을 쳤다.

승부는 졌지만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냉정하게 프로로서 승리를 위해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지금부터 오더는 미드 님이 해 주세요.]

그것은 놀랍게도 자신의 의무를 놓는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팀원들은 그 결정에 의문을 표했다.

그러나 엘리펀트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퍼플 님은 제가 전담 마크합니다.]

[>안 그러면 질 수밖에 없어요.]

붙어보니 알 수 있었다.

오더까지 신경 쓰면서 그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이게 제 오더입니다.]

그것이 프로의 판단이었다.

* * *

한편, 채팅창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엘리펀트 컷! 엘리펀트 컷!

-이걸 진짜 이겨버리네 ㅋㅋㅋㅋ

-자, 이제 누가 발톱추적자지? 자, 이제 누가 발톱추적자지?

-퍼스트 블러드? 아니죠! 퍼펙트 블러드가 맞습니다!

-카운터? 계산대를 말하는 것인가? 카운터? 계산대를 말하는 것인가?

-계산대 ㅇㅈㄹ ㅋㅋㅋㅋ

-아 ㅋㅋ 상성이고 뭐고 갓플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니깐!

-이게 노템전? 내가 본 붕쯔붕쯔는 대체?

-???: 풀컨 아니면 오지마라

-마지막 기만까지 펄-풱

시청자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바르잔 2세의 카운터 챔피언인 라그넬을 이겼다. 더욱이 그 라그넬의 플레이어가 엘리펀트라니?

[>역시 우리 사장님이셔!]

[>주군의 승전에 영광을!]

[>와… 진짜 엘리 님을 잡아버리시네]

[>믿고 따르겠습니다!]

시청자들은 물론 팀원들의 찬사가 뒤따랐다.

이 상황에 차분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경복은 그런 있을 수 없는 일을 해 오는 데 능숙했다.

“역시 프로는 프로네요. 미스틱 하면서 가장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그가 옅은 미소와 함께 담담히 대답하니 시청자들이 주의를 돌렸다.

-바로 퍼기만 보충해주는 거 보소 ㅋㅋㅋ

-아 ㅋㅋ 엘리펀트한테만 주면 섭하자너~

-아니 ㅋㅋㅋ 형은 미스틱 리그 얼마 안했잖아!

-다이아 티어 (얼마 안함)

-가장 힘든 싸움 (10판 미만)

-혀엉? 그럼 쥐놈이랑 붙었을 때는 몇 위 정도야?

시청자들의 장난스러운 반응에 이경복도 분위기를 맞춰주었다.

“지 사원은 그렇게 오래 안 걸렸…… 크흠! 지금은 바쁘니까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 대답에 채팅창에 웃음이 넘쳤다. 이경복은 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극히 일부겠지만 자칫 농담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다.

“엘리 님 부활 전에 격차 벌려야죠. 바로 갱킹 가겠습니다.”

그는 비교적 부진한 바텀 라인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상대 쪽이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엘리 님이 잡혀서 그런가?’

실제로는 엘리펀트의 오더 포기 선언 때문이었지만 근접한 추측이었다.

어찌 됐든 그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바텀 중간에서 유인해 주세요. 도망치는 척하다가 제가 이니시 걸면 바로 합류하시고. 답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는 바로 바텀 듀오에게 오더를 내렸다. 엘리펀트와의 전투에서 실력을 입증한 바, 두 사람은 곧바로 그 명령대로 행동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상황은 이경복의 뜻대로였다.

[퍼펙트플레이 나말고쟤부터]

[퍼펙트플레이 저말고얘부터]

스킬 연계와 협공에 상대 바텀 듀오는 금방 쓰러졌다. 시청자들이 감탄할 틈도 없이 이경복은 본진으로 복귀했다.

“템 세팅 좀 하겠습니다.”

이경복은 빠르게 아이템을 구매했다. 3킬로 쌓인 자금 덕분에 그가 원하는 세팅은 금방 완성이 됐다.

-?

-이게 대체 무슨 세팅임?

-바르잔은 보통 방템이나 체템으로 버텨야 되는디;;;

-전부 이속 옵션인데?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ㄴㅇㄱ 상상도 못한 빌드!

-와 ㅋㅋㅋ 이거 완전 갱킹만 가겠다는 거 아님?

-ㄹㅇㅋㅋ 이속이면 각 나오지

-이게 바로 퍼르잔의 고유 빌드?

채팅창은 의문과 그 의미를 유추하는 채팅으로 가득해졌다.

이경복은 이동하면서 웃음을 흘렸다.

“갱킹도 맞긴 한데 그것뿐만은 아닙니다.”

다른 이유가 더 있다는 말에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가득해졌다. 그는 버프 크립, 레드 트렌트가 있는 쪽으로 향하며 말을 이었다.

“라그넬이 육식형 정글러였죠? 그런데 만약 ‘육식’을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

-이게 대체 무슨 소리여?

-교수님! 예정 없는 쪽지 시험은 제네바 협약 위반입니다!

-야잌ㅋ 뭔 제네바 협약이야 ㅋㅋㅋㅋ

-설마 지금 먹을 게 없도록 만들겠다는 거?

의문으로 가득해진 채팅창에 이경복은 웃으며 답했다.

“맞췄습니다.”

이동속도 아이템 덕분에 레드 트렌트까지 도착은 금방이었다.

“크립도 선점하고 갱킹도 방해하려고요.”

그는 바로 계획에 착수했다.

사냥이 시작되자 시청자들은 그 노림수를 알 수 있었다.

-퍼펙트 카정 ON!

-와씨 ㅋㅋㅋ 딜은 레드 버프로 채우겠다?

-무친 ㅋㅋ 강제 단식 메타 ㅋㅋ

-(게말콘)(게말콘)(게말콘)

-갓플이면 가능할지도?

-이러면 엘리펀트 진짜 초식동물 되는 거 아니냐 ㅋㅋ

-아 ㅋㅋ 코끼리가 초식동물은 맏찌!

-초식형 정글러 ㅅㅂㅋㅋㅋㅋ

그 전략에 유쾌한 웃음을 터트렸던 시청자들의 분위기는 이내 변했다.

레드 버프를 획득한 이경복이 정글에 돌입했지만, 그 양상이 다시 예상을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따라하실 분들은 명심하세요. 이건 시간 싸움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이경복은 크립을 그냥 잡지 않았다. 여러 곳에 흩어진 크립들에게 일격을 가해 어그로를 끌고 다른 크립으로 이동했다.

-?

-몰이사냥을 하겠다고?

-않이;;; 또 혼자 다른 겜 하려는 거냐구웃!

-다른 챔도 아니고 바르잔으로 이게 된다고?

-와씨 ㅋㅋ 이거 의외로 킹능성이 있는데?

-ㄹㅇㅋㅋ 크립들 AI로는 일직선으로 밖에 못 쫓아 오자너

그렇게 일대의 크립들을 몰고 오면 나머지는 스킬 연계의 차례.

레드 버프는 스킬에도 적용이 되는 바, 일직선으로 떠오른 크립들은 모두 지속 데미지를 받게 됐다.

-무친;; 돈 쌓이는 속도 무엇?

-5252, 블랙기업의 수금력을 얕보지 말라구웃!

-아 ㅋㅋ 크립들도 갓플 알아보고 바로 도네 박쥬?

-알고 보니 국산 크립이었네

-국산이면 킹정이지

-한국산 크립이면 제발 갓플한테 자금 줍시다!

-뭔 ㅋㅋㅋ 한국산 ㅇㅈㄹㅋㅋㅋ

이경복은 정리를 마치고 다시 달렸다. 그는 바로 미드 라인을 넘어 블루 가디언에게 향했다.

블루 버프까지 습득하니 엘리펀트가 부활했다.

“정글 보고 어떤 선택을 하실지 궁금하네요.”

이경복은 멘트를 치며 일대의 크립들을 정리했다.

-진짜 개 어이없을 듯 ㅋㅋㅋ

-정글 나왔는데 풀밖에 없음ㅋㅋ

-???: 뭐예요? 내 크립 돌려줘요!

-???: 이 라그넬이 배부름이라는 걸 알까요?

-서렌참기 LV99999

-정글러(라인 상주)

-상주가 아니라 상조를 찾게 될 듯 ㅋㅋㅋ

-정글러나 라이너나 어차피 죽는 건 똑같으니까 상조가 맏따

-ㄹㅇㅋㅋ 만기에 전액 환급 개꿀

-환급 받는 사람은 갓플이쥬?

-미쳤냐곸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엘리펀트의 반응을 상상하며 웃었다.

그러나 프로는 역시 프로였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다른 팀원들의 제보라도 받았는지 엘리펀트가 그를 다시 찾았다.

“버프까지…… 정말 만만치 않으시네.”

엘리펀트는 이경복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두 개의 오라를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물러나지는 않았다.

‘지금 이 승부를 피하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어.’

이대로 이경복을 보내면 그는 더 강해져서 돌아올 따름이었다. 엘리펀트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다행히 템은 이속버프뿐이다.’

판단과 동시에 그는 허리춤에 매달린 올가미 밧줄을 잡아 던졌다.

라그넬의 3번째 스킬, ‘사냥감 포획’이었다.

올가미에 적중되면 대상은 이동불가 상태가 된다. 보통은 라그넬에게서 도망치는 상대에게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이경복이 그런 직선적인 스킬에 당할 리가 없었다.

‘당연히 피하겠지!’

엘리펀트는 그가 피하는 방향을 파악하고 덤벼들었다.

재차 벌어진 정글 싸움.

그러나 그 양상은 처음과는 달랐다. 이전에는 양쪽의 무기가 격렬히 부딪쳤지만 이번에는 그의 클로가 허공을 가르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각 라인 기회 되면 푸쉬하세요.”

엘리펀트는 이경복의 입이 움직이는 걸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로 보아 팀 보이스 채팅이 분명했다.

‘오더까지 내린다고!?’

처음보다 이경복은 더 여유로웠다. 아이템의 효과로 이동속도가 증가했으니 운신의 폭이 더 넓어진 덕이었다.

“엘리 님은 제가 붙잡았으니 갱킹은 염려하지 마시고. 대신 바텀 라인은 역습 위험 있으니까 무리는 마세요.”

엘리펀트의 눈이 부릅떠졌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 쳤다.

“그것보다 틈틈이 아래쪽 정글을 정리하세요.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처음에는 그것이 분노인 줄 알았다. 마치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라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곧 그는 생각을 고쳤다.

‘아니, 날 무시하는 게 아니야.’

그에게 집중하고 있기에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거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이경복의 눈동자. 그것은 눈앞의 자신은 물론 미니맵과 다른 챔피언의 상태까지 살펴보는 게 분명했다.

같은 정글러이기에 알 수 있었다. 이에 그는 느껴지는 감정의 정체를 파악했다.

‘대체 이 무슨……!’

이 감정은 ‘경외’, 그에 이어지는 ‘향상심’이었다.

등산가에게 높고 험한 산이 두려우면서도 정복해야 할 대상인 것처럼.

엘리펀트에게는 이경복이 그런 존재로 다가왔다.

이내 오더를 마쳤는지 그의 눈동자가 또렷하게 자신을 향했다.

엘리펀트는 전신을 아우르는 섬뜩함을 느끼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무친;;; 저 와중에 오더를 내린다고?

-지금 엘리펀트 완전 풀컨인데?

-ㄹㅇㅋㅋ 아까보다 더 빨라짐

-근데 갓플한테는 안 되쥬?

-이게 다이아 티어?

-ㅅㅂ 엘리펀트는 원래 그마인데 ㅋㅋㅋㅋ

-이제 다=마=그마 라는 걸 인정하시겠습니까?

-다딱은 조용히 하세욧!(깡)

-그마를 압도하는 다이아 스머가 이따!?

-갓플은 ‘퍼펙트-티어’인 거 모름?

-이건 퍼펙트 티어야, 상대를 이겨.

2번째 전투는 처음보다 더 빠르게 끝이 났다. 이경복이 마련한 건 아이템만이 아니라 크립 버프도 있기 때문이었다.

-와씨 ㅋㅋㅋ 2킬!

-이건 뭐 스노우볼이 아니라 눈사태 수준 ㅋㅋㅋㅋ

-ㄹㅇㅋㅋ 눈사태에 크립들 멸종했자너

-자연재해급 스트리머 ㅎㄷㄷ

-킹직히 이제 정글은 갓플 차지임 ㅋㅋㅋ

-진짜로 정글러가 라인 먹게 생겼네 ㅋㅋㅋ

-엘리펀트 울어욧!

-은퇴사유)퍼플

-은퇴 ㅇㅈㄹ ㅋㅋㅋㅋ

이경복은 가볍게 숨을 고르며 채팅을 확인했다.

“엘리펀트 님이 그렇게 약한 분이 아닐 거예요. 프로시잖아요?”

그는 그리 말하며 잠시 옛 추억을 곱씹었다.

‘경복아, 프로게이머가 된다는 건 끝날 때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게임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학창시절 그를 영입하려던 코치, 지금은 감독을 맡고 있다는 백강민이 했던 말이었다.

결국 인연이 닿지 않았지만 신기가 감지한 그의 느낌은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그분이 뽑은 사람이 그렇게 쉽게 관둘 리 없지.’

이경복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움직였다.

“엘리펀트 님은 프로시니까 저도 진심을 다할 겁니다.”

-이게 바로 전 프로 지망생의 마음가짐?

-진심이 담긴 갓플의 캐리? 이건 못 참지!

-프로모드 ON!

-결국 다 죽여 버리겠다는 거 맏찌?

-아 ㅋㅋ 바로 갱킹 가버리기 ㅋㅋㅋ

-응? 그냥 지나치는디?

시청자들은 이내 그가 향하는 방향을 보며 의문을 표했다.

“정글은 우세하니까, 이제 게임 전체를 잡아야죠.”

이경복은 웃으며 답했다.

그 말에 시청자들은 그 행선지를 짐작했다.

-설마?

-이쪽은 엘레멘탈 쉬라인 아님?

-않이;;; 지금 엘레멘탈을 잡으러 간다고?

-혀엉? 이거 맞아?!

-엌ㅋㅋ 역시 제로백 버스다 이말이야

엘레멘탈 쉬라인(Elemental Shrine).

여러 속성의 엘레멘탈이라는 크립이 무작위로 생성되는 장소였다. 그리고 그 또한 버프를 주는 크립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블루 가디언과 레드 트렌트는 사냥한 챔피언에게 단독으로 버프를 주지만, 엘레멘탈은 팀 전체에 버프를 주었다. 그리고 그만큼 공략 난이도가 높았다.

-보통 2명이나 3명이 가지 않음?

-ㅇㅇ 지금 시점이면 3명은 가야 됨

-솔플도 가능하긴 한데 ㅎㄷㄷ

-그건 템 세팅을 어느 정도 하고 나서고!

-이속 세팅으로 솔플은 쵸큼;;

-게다가 바르잔은 딜 사이클도 안 되잖슴?

-혀엉! 지놈이라도 데려가라구웃!

-지 사원! 뭐 하냐구! 눈치껏 따라와야 되는 거 아니냐구!

-아 ㅋㅋ 쥐 사원은 이직각 보고 있다니깐!

-이직 ㅇㅈㄹ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장난스럽게 채팅을 쳤지만 우려를 숨기지는 않았다. 이경복이 이에 되물었다.

“엘리펀트 님은 혼자 못 잡으시나요?”

-엘리펀트도 잡긴 했지

-킹직히 솔플로 잡은 사람들이 있긴 해

-않이;; 근데 바르잔 이속 빌드는 아니었잖슴!

이경복은 그 반박을 한 마디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럼 지금까지 이 조합으로 ‘안’한 거지, ‘못’한 건 아니네요.”

그 말 하나로 채팅창의 분위기는 뒤바뀌었다.

-캬 ㅋㅋ 이게 퍼자감이거등요?

-???: 해보기나 했어?

-회장님?

-역시 자본주의 그 자체……!

-아 ㅋㅋ 갓플이 된다면 되는 거라니깐!

-ㄹㅇㅋㅋ 어차피 안 봐도 또전드임

-갓플 방송은 머리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

-아니;; 눈으로 보시라구욧!

-야잌ㅋㅋ 너무 당연한 말인데 현웃 터짐 ㅋㅋ

그가 말해서 이루어지지 않은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