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72화 (172/491)

172화 - 상성 is 뭔들 (3)

엘레멘탈 쉬라인은 ‘원소의 사당’이라는 이름답게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장소였다.

그곳에서 생성되는 엘레멘탈 종류는 크게 4가지로 어스, 스톰, 마그마 그리고 아이스버그였다.

무작위로 생성되는 엘레멘탈에 따라 장소의 모습도 바뀌기에 멀리서도 생성된 엘레멘탈의 종류를 추측할 수 있었다.

시청자들 또한 그런 이유로 이경복이 공략해야 할 엘레멘탈의 속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씨 ㅋㅋㅋ 흙먼지 휘날리는 거 보소

-하필이면 어스 엘레멘탈이냐구웃!

-이건 진짜 억까다 ㅅㅂㅋㅋㅋ

진갈색의 흙더미 위에 솟아오른 돌꽃들, 그리고 고인돌처럼 거대한 바위로 세워진 사당의 모습.

그 앞에 웅크리고 있는 건 머리 없는 암석 거인이었다.

-이거 바르잔으로 딜이 박히나?

-어스면 방어력이랑 체력인데 어려울듯;;

-게다가 바르잔은 물뎀이라 더 안 박힘 ㅋㅋㅋ

-바르잔도 최전선으로 마뎀 넣는다구욧!

-야잌ㅋㅋ 1회용이잖슴!

시청자들은 다시금 우려를 표했다. 다른 속성이면 모를까, 어스 엘레멘탈은 물리 공격에 강한 상대였다.

-지금이라도 DD가 붙어야 되는 거 아님?

-ㅇㅇ DD 마뎀이면 그래도 할 만할듯

-쥐놈 지금 뭐하냐구! 미니맵 안 보냐구웃!

시청자들은 이에 지놈의 합류를 권했다. 이경복이 이에 답하기도 전에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사장님? 저 외근 갑니까?]

지놈 역시 시청자들과 같은 판단을 한 모양이었다. 이에 이경복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괜찮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에 2명이 달라붙으면 인력 낭비죠.”

그의 거절에 시청자들이 술렁였다. 하지만 이경복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것보다 다들 라인 푸시 준비하세요. 버프 먹기 전에 신호 주겠습니다.”

이미 버프 획득은 기정사실이라는 듯 내린 오더에 술렁임은 웃음으로 바뀌었다.

-무친 퍼자감 ㅋㅋㅋㅋ

-상성을 믿지마! 갓플을 믿어!

-킹직히 퍼르잔은 다르다 이말이야

-스포) 아무튼 된다

-ㄹㅇㅋㅋ 사실 어떻게 해내는지가 더 궁금해서 보는 거자너

-착한 트수들은 따라하지 말라구웃!

이경복은 곧장 깃발을 던졌다.

그 스킬의 이름대로 떨어진 ‘선전포고’에 암석 거인이 몸을 일으켰다.

탄환처럼 쏘아진 그의 창이 적중하며 시작된 전투.

-오?

-체력 의외로 잘 빠지는데?

-이게 바로 퍼르잔의 힘?

이경복의 공격이 시작되자 예상보다 빠르게 어스 엘레멘탈의 체력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회의적이었다.

-바르잔이 이니시는 좋긴 해

-근데 패시브 빨이 금방 끝남 ㅠ

-체력 비례 딜 들어가는 거라 더 좋아 보이는 거ㅋㅋㅋㅋ

-딜교 길어지면 빡세짐 ㅎㄷㄷ

-아 이래서 한명 더 붙는 게 좋긴 한데…

-엘레멘탈 공격은 범위 공격이라 더 불리함

그 걱정대로 어스 엘레멘탈도 반격을 개시했다. 암석 거인의 몸이 흩어져 부유하더니 맹렬하게 회전하는 게 아닌가.

이에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

-뭐야? 어떻게 된 거?

-않이;;; 내가 지금 보는 게 맞아?

-야잌ㅋㅋㅋ 이게 된다고?!

-저걸 다 피해?

이경복의 체력은 1mm의 이동도 없었다. 그가 휘몰아치는 바위 폭풍 속에서도 그 공격을 회피하는 건 물론, 날아드는 바위 더미를 타고 오르며 공격을 지속한 덕이었다.

-혀엉! 이거 미스틱이야! 데머크 아니라고!

-5252! 스타일리쉬 액션은 다른 집이라구웃!

-않이;;; 데머크는 보정 해줘서 된 거 아님?

-아 ㅋㅋ 이속 버프 받고 있잖슴

-야잌ㅋㅋㅋ 그거랑 이거랑 어떻게 같냐!

-(게말콘)(게말콘)(게말콘)

-말이 되냐? 안 된다 / 퍼플이 했냐? 말 된다.

-엌ㅋㅋㅋ 퍼플이 또 퍼플했구연

그러나 놀라운 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버프까지 약 10초. 라인 푸시 들어가세요.”

끊임없이 공격이 이어지니 어스 엘레멘탈의 체력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이경복은 날아오는 공격을 파악하면서도 맵 리딩, 그리고 오더를 잊지 않았다.

-저기서 오더가 나온다고?

-눈! 저 눈!

-이게 바로 퍼펙트-오더? 내가 봐왔던 오더는 대체?

-아 ㅋㅋ 이래서 내가 평범한 오더는 안 따른다니깐!

-그건 그냥 트롤입니다만?

-트롤러 현장에서 검거

-않이;;; 엘레멘탈 공략 속도 뭔데에에!

-무친ㅋㅋㅋ 3인 공략도 와리가리하는데 이러니까 솔플이 더 빠르네

-상식 또 개같이 멸망해버리고 ㅋㅋㅋㅋ

조금 전까지의 걱정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그 자리를 흥분이 대신했다.

이어 이경복의 말처럼 어스 엘레멘탈은 금방 쓰러졌다.

그는 무너진 바위 더미 사이로 떠오른 갈색 구동핵을 잡았다.

[엘레멘탈 버프 - 대지의 정수]

[같은 팀 전원의 방어력과 체력이 상승합니다.]

[정수 사용 시, 버프를 잃게 되지만 보호막을 얻습니다]

이경복은 설명이 나타나자마자 재차 오더를 상기시켰다.

“타워 철거 시작합니다.”

변화는 즉각이었다.

이경복의 명령대로 각 라인에서는 팀원들이 앞으로 나와 상대 챔피언과 교전 중이었다.

상대 팀은 조금 전까지만 여유로웠다. 타워를 끼고 전투를 치르고 있었으니 기회, 소위 ‘킬각’을 노리고 있었다.

이에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딜 교환에 주력하고 있었거늘.

“무슨……?!”

“정수라고!?”

“이렇게 빨리!?”

그 상황은 바로 역전됐다.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버프가 들어오며 이경복의 팀원들 체력이 채워진 것이다.

더불어 방어력까지 증가하니 딜 계산이 맞지 않았다.

그 결과 위기에 놓인 건 자신들, 이른바 ‘역킬각’이 나왔다.

[GENOME 진순이진리지]

[이클립스 진매가맛있지]

지놈과 이클립스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왕명을 완수했나이다!]

[>실적 땄습니다!]

두 사람은 흡족해하며 채팅을 쳤다. 그러나 바텀 라인의 듀오는 그들처럼 능숙하지 못했다.

[>아, 죄송해요. 놓쳤습니다……]

[>이게 사네.]

이경복은 결과를 확인하고 곧바로 반응했다.

“그럴 수 있죠. 괜찮습니다. 바텀은 타워만 마저 밀어 주세요.”

-아니 이걸 줘도 못 먹네 라고 할뻔^^

-라고할뻔충 극혐 ㅋㅋㅋ

-탓하려다가 갓플이 말하니까 바꾼 거네 ㅋㅋㅋ

-다들 키보드에서 손 떼!

-평소 미스틱 어떻게 했을지 보인다 보여!

채팅창이 순간 소란스러워졌지만 금방 가라앉았다. 바텀 듀오를 비난하려던 사람들이 이경복의 빠른 대답에 채팅을 지운 덕이었다.

‘나머지는 지놈 형이 알아서 하겠지.’

구태여 관련된 채팅을 언급해서 불씨를 살릴 필요는 없다. 그 대신 이경복은 다른 주제를 꺼냈다.

“다들 아주 좋았습니다. 이걸로 엘리 님 부활해도 5:3이죠? 바로 한타 준비하겠습니다.”

-쉴 새 없는 오더 무엇?

-5252, 퍼펙트-사령탑은 쉬지 않는다구웃!

-블랙기업특) 휴식시간이 따로 없음

-무친ㅋㅋㅋ 이것도 블랙기업이었냐고 ㅋㅋㅋ

-오늘 컨셉 진짜 찰떡이네 ㅋㅋ

-??? : 머뭇거릴 틈이 없다!

이경복의 상황 제시에 시청자들의 주의가 돌아갔다.

“지금 미니언들이 라인 먹고 있으니까 다들 템 세팅해서 돌아오세요. 같이 합류해서 게임 끝낼 겁니다.”

[>명을 받듭니다!]

[>우효! 비품 구입 기회다제!]

[>넵!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않이 ㅋㅋㅋ 지놈 미쳤냐고

-우효 ㅇㅈㄹ ㅋㅋㅋㅋ

-아 ㅋㅋ 권고사직 마렵네

-주책, 그 자체

-이클 님처럼 좀 우직한 모습을 보여달라구웃!

팀원들이 즉각 그 지시를 이행했다. 시청자들이 흡족해하는 사이 이경복은 미니언들과 맞추어 미드 라인으로 향했다.

본진 앞 타워까지 처리했지만 상대 팀은 쉽사리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안 막아? 이래도 안 막아?

-아 ㅋㅋ 절대 못 막지 ㅋㅋㅋㅋ

-ㄹㅇㅋㅋ 지금 시야 다 막혔쥬? 너무 무섭쥬?

-킹직히 다른 적 없어도 갓플이면 못 가지 ㅋㅋㅋ

-2:1인데도 밀리면 그냥 겜 터지자너

-그러면 본진까지 바로 프리패스 ㅋㅋㅋ

라인이 점령당하며 미니맵 시야가 제한됐다. 이경복이 미끼일지도 모르니 쉽사리 나설 수 없는 것이다.

덕분에 이경복은 편하게 타워 철거를 마칠 수 있었다.

그는 미니맵을 통해 팀원들이 돌아오는 걸 보며 말했다.

“작전은 아주 간단합니다. 별로 어렵지 않을 거예요.”

이어지는 그의 설명은 정말로 짧았다. 그러나 그 반응은 그리 짧지 않았다.

[>사장님? 정말 그렇게 하신다고요? 당장 합시다!]

[>주군의 안위가 걱정되오나, 신은 믿겠나이다!]

[>와… 진짜 되면 장난 아니겠네요.]

[>이게 정말 된다고요?]

팀원들은 물론.

-무.친.작.전

-그 와중에 쥐놈 ㅋㅋㅋ 바로 받아먹는 거 보소

-ㄹㅇㅋㅋ 자기 위험한 거 아니라고

-하지만 갓플이라면 가능할지도?

-아 ㅋㅋ 이게 바로 ‘퍼펙트-플랜’이지!

-이거 당하는 입장에서는 얼척이 없을 듯ㅋㅋㅋㅋ

-그 뭐시냐, 클립! 클립 각이다!

-하이라이트 클립(풀영상)

-클립인데 하나도 안 자르냐곸ㅋㅋㅋ

-킹치만 모든 게 하이라이트인걸?

시청자들도 크게 놀랐다.

그러나 그 놀라움의 기저에는 퍼플이라면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깔려 있었다.

* * *

부활한 엘리펀트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 판단과 행동력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신뢰까지…… 모두 완벽했어.’

사망 상태라고 해도 그는 전황을 주시했다. 그 덕분에 일련의 상황이 이경복의 오더라는 걸 쉬이 짐작해 낼 수 있었다.

‘미드와 탑도 죽었고 본진 앞까지 밀렸다. 이제 와서 퍼플 님의 전담 마크는 의미가 없어.’

이에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바텀 듀오에게 말했다.

“일단 오더는 제가 다시 하겠습니다. 사실, 오더라고 해도 타워 허그밖에 답이 없긴 합니다만……”

3:5의 상황이니 본진 밖으로 나가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죽은 팀원들이 부활할 때까지 방어에 치중하는 수밖에 없었다.

“분명 상대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겁니다. 한타가 벌어지면 당연히 우리가 밀릴 겁니다. 하지만 버티면 희망이 있습니다.”

“희망이요?”

“템플 타워로 버티면서 다른 분들이 부활하면 역전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1순위는 생존, 2순위는 타워 보호입니다.”

그 설명에 사색이 됐던 적 팀 바텀 듀오도 이내 눈빛이 달라졌다. 이제 와서 더 물러날 곳도 없었다.

“아마 곧 올 겁니다. 그러니 준비……”

엘리펀트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미니맵에 붉은 빛이 번쩍였다. 교전이 시작됐음을 표시하는 알림이었다.

미드 라인으로 밀고 들어오는 미니언들과 더불어 등장한 건 역시나 이경복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었다.

“……뭐지?”

“왜 혼자서?”

본진에 침입한 건 이경복 하나뿐이었다. 엘리펀트는 손을 들어 두 사람을 제지했다.

“미끼일지도 모릅니다. 본진에 붙어 계세요.”

그를 상대하러 전진하는 순간, 다른 라인에서 적들이 침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엘리펀트는 자신의 말을 번복해야 했다.

“진짜로 혼자라고……?”

다른 라인 쪽에서도 미니언의 전투가 벌어진 바, 시야가 확보됐다. 그런데 다른 챔피언이 보이지 않았다.

그 상황에 다른 두 사람이 슬쩍 시선을 줬다. 이렇게 되면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뇨, 너무…… 너무 노골적이어서 오히려 의심스럽습니다. 그대로 타워 허그만 해 주세요.”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렇기에 예정대로의 계획을 고수하기로 했다.

이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이경복 쪽이었다.

“피해요!”

이경복이 던진 깃발이 그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기에 피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안심할 수 없었다. 그 깃발 바로 뒤로 이경복의 창이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세 사람 사이로 박힌 깃발, 그 옆에 이경복이 순간이동 했다.

‘혼자서? 이게 대체 뭔……!’

‘일단!’

‘잡아야지!’

따로 말이 필요 없었다.

엘리펀트는 순간 느낌이 싸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템플 타워와 더불어 세 사람은 이경복을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

포탄과 투사체, 그리고 날카로운 클로가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 가운데 이경복은 여유롭게 웃으며 투구를 던졌다.

‘이건?!’

엘리펀트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경복의 몸에서 터져 나온 휘광과 함께 충격파에 몸이 밀려났다.

그와 더불어 땅이 흔들리고 사방에서 벽이 솟아났다.

바르잔의 깃발 속 문양과 그와 닮은 왕관을 쓴 이들의 초상화로 꾸며진 벽들.

“즉위식이라고……!?”

“궁극기가?!”

“어떻게?”

자세를 추스른 세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르잔 2세의 궁극기 ‘정당한 즉위식’이 발동된 것이다. 벽을 만들어 안과 밖을 격리하고, 바르잔은 그 안에 갇혀 있는 인원에 따라 버프를 얻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벌써 최전선을 50번이나?”

“아니, 그게 말이 되나?”

“이거 버그 아니야?”

바로 궁극기의 발동 조건 때문이었다. CC 스킬인 ‘최전선의 왕’으로 만들어진 잔상으로 적을 50회 적중시켜야 했다.

그 조건 때문에 바르잔의 궁극기는 보통 게임 중후반에나 나오는 게 보통이었다.

‘설마……’

세 사람 중 엘리펀트만이 답을 깨달았다. 그 역시 정글러였기에 알 수 있었다.

‘크립을 전부 맞췄다면 가능해.’

크립 하나 없이 순식간에 비워진 정글. 크립 또한 ‘적’으로 분류되기에 스킬을 적중시키면 조건이 충족된다.

“오히려 기회입니다!”

엘리펀트는 놀란 두 팀원을 일깨웠다. 왜 궁극기를 이런 시점에 썼는지 몰라도 유리한 건 이쪽이었다. 아무리 버프를 받는다고 해도 3:1의 상황이 아닌가.

“지금 킬을 따야 해요!”

“네!”

“퇴로를 스스로 막다니 아직 바르잔이 서투르시네요.”

다른 팀원들이 의기양양해하며 덤벼들었다.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건 자신들뿐만이 아니었으니까.

이에 동의하듯 이경복이 답했다.

“네, 이 즉위식은 왕이 죽을 때까지 안 끝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창을 돌려 잡았다.

어느새 투구 대신 그의 머리에는 왕관이 씌워져 있었다.

“그러니, 서두르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본진 타워는 벽에 가로막혀 들어오지 못했다. 이에 이경복이 신경 써야 할 것은 눈앞의 세 사람 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그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아, 죄송!”

“사과는 됐으니까 계속 딜 넣어요!”

“네!”

이경복은 이전과 달리 엘리펀트와 적극적으로 붙지 않았다. 오히려 버프로 올라간 능력치를 이용해 그를 이리저리 유인했다.

이에 따라 원딜러와 서포터의 공격을 오히려 엘리펀트가 가로막는 상황이 펼쳐졌다.

서로 합을 맞춰본 적이 없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에 더욱 집중해야 했지만 엘리펀트는 그럴 수 없었다.

“뭐……”

미니맵에 연달아 떠오른 붉은 빛. 이경복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적들이 본진에 침입했다.

그것을 보자마자 그는 이경복의 노림수를 파악했다.

“설마 본진을 전부 밀 때까지 우리를 붙잡겠다는 겁니까?”

바르잔의 궁극기는 본인 혼자 살아남거나 사망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제가 여러분에게 갇힌 게 아닙니다.”

그 물음에 이경복은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답했다.

“여러분이 제게 갇힌 거죠.”

세 사람 모두 상황을 파악했다. 눈앞의 이경복을 죽이지 않으면 본진을 지킬 수 없었다.

<템플의 타워가 파괴되었습니다!>

이를 확신시켜 주듯 들려오는 시스템 음성.

그와 함께 엘리펀트의 머리가 맹렬히 회전했다.

‘지금 둘이 부활해도 4:2가 되어 버린다……!’

본래 예상했던 5:5 구도는 이미 무너졌다. 탑과 미드 라이너가 부활해도 바깥은 4:2였으니 전세는 뒤집을 수 없다.

‘우리 셋을 혼자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전략이야.’

그러나 엘리펀트는 그 작전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경복이라면 ‘자신’은 물론이고 ‘실력’마저 뒷받침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최선의 수는……!’

엘리펀트는 목표를 다시 세웠다.

그는 서포터를 향해 달려가며 소리쳤다.

“도움닫기!”

갑작스러운 요청에 놀랐지만 그는 바로 손을 모아 지지대를 만들었다.

“오?”

이경복은 원딜러의 공격을 피해내며 그를 바라보았다. 서포터의 도움으로 도약한 그는 올가미 밧줄을 벽 위로 던졌다.

‘됐어!’

게임이 끝나면 이경복과의 승부도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다급히 벽을 뛰어넘으며 소리쳤다.

“최대한 붙잡아 두세요!”

벽을 넘으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지놈과 이클립스, 그리고 상대 바텀 듀오가 말 그대로 타워를 ‘철거’하고 있었다.

이제 본진밖에 남지 않은 상황, 그는 곧바로 크게 숨을 들이켰다.

“어!?”

“이런……!”

설마하니 이경복의 궁극기를 빠져나올 줄은 몰랐던 그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놈과 이클립스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

“막고 있을 테니까 쳐요!”

“네, 네!”

엘리펀트는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그가 포효하자 순간 모두가 비틀거렸다.

“으음……!”

그러나 지놈과 이클립스 모두 나름의 실력자인 바, 그들은 비틀거리면서도 엘리펀트를 막아 세웠다.

[퍼펙트플레이 나말고쟤부터]

‘서둘러야 돼!’

그는 눈앞에 나타난 킬 메시지에 더욱 집중했다. 이경복과의 일전으로 돌아온 기량은 그 이전보다 한계치를 넘어서 발휘됐다.

“크읍……!”

“아니, 뭔……!”

지놈과 이클립스는 순식간에 수세에 몰렸다. 놀란 바텀 듀오가 둘을 지원했다.

“아니, 본진부터 쳐요!”

“왕명을 잊지 마시오!”

서포터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했지만 딜 사이클이 끊겼다. 엘리펀트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지놈의 방패를 밟고 넘어서서 바텀 듀오를 향해 쇄도했다.

‘이제 곧 부활이다!’

팀원의 부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버티면 희망이 있었다.

그는 우왕좌왕하는 바텀 듀오를 처치했다. 이경복과 달리 그들은 타워의 공격으로 피해가 누적되었던 터였다.

“이런!”

“어우, 역시 프로시네!”

“지놈 경! 본진 처리를!”

지놈과 이클립스는 역할을 나누었다. 지놈이 빠르게 카드를 셔플하는 사이 이클립스가 그 앞을 막아섰다.

엘리펀트가 클로를 버린 것도 그때였다.

이클립스는 의아했지만.

“아, 이런……”

지놈은 엘리펀트의 의도를 파악했다. 발톱추적자, 라그넬의 궁극기 ‘드러난 발톱’이었다.

킬 횟수에 따라 공격력과 속도가 증가하며 무엇보다도.

수풀에서만 가능했던 ‘천공습격’이 지속시간 동안 평상시에도 가능해진다.

“지놈 경!”

엘리펀트가 단숨에 이클립스를 넘어 지놈을 덮쳤다. 지놈은 저항하려 했지만 남은 체력으로는 버틸 수 없었다.

[퍼펙트플레이 저말고얘부터]

이어 이경복이 마지막 원딜러를 처치하고 벽이 사라졌을 때, 이클립스 역시 목숨을 다했다.

결국 그렇게 다시 1:1 상황이 되었다.

‘마지막 승부만은……!’

엘리펀트는 그를 향해 쇄도했다. 이경복은 이에 한 손에는 창을, 다른 한 손에는 깃발을 들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나 그가 노린 것은 엘리펀트가 아니었다.

마치 동시에 날아간 것처럼 순착적으로 넘어간 깃발과 창.

그 끝에는 본진 건물이 있었다.

그와 함께 사라진 이경복의 모습. 그리고 줄어드는 본진의 체력.

“이런……!”

엘리펀트가 다급히 그를 향해 도약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클립스가 죽기 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방어를 도외시하고 본진만 공격한 덕이었다.

[패배]

결국 본진은 무너졌다.

그가 개인의 승부보다 팀의 승리를 우선한 것처럼, 이경복 역시 그러했다.

이경복은 엘리펀트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슬아슬했네요.”

그와 함께 떠오른 미소.

그것은 동정이나 조소가 아닌 순수하게 즐거움이 묻어나오는 웃음이었다.

“게임 진짜 재미있었습니다.”

“그……”

엘리펀트가 이에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장소가 뒤바뀌었다.

게임이 끝나고 다시 로비로 돌아오게 됐다.

“와.”

그는 작게 탄사를 터트렸다.

지금까지 한 게임 중에서 가장 빨리 끝난 게임이었지만, 그리고 그 결말이 패배였지만.

‘이건 진짜 찐막이야.’

엘리펀트는 다시 매칭을 돌릴 이유를 찾지 못했다. 지금의 상태 그대로 내일 있을 승격전에 임하고 싶었다.

그 때문에 대신 그가 선택한 건 바로 ‘친구 추가’ 창이었다.

‘받아주시려나?’

다시 이경복과 붙어보고 싶었다.

그는 고민 끝에 메시지를 작성하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퍼펙트플레이’님은 현재 친구 추가를 받지 않습니다.]

이내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엘리펀트는 이마를 짚었다.

“아, 당연하지……”

팬들의 무분별한 친구 추가 요청을 방지하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본인 역시 그처럼 친구 추가를 막아놓은 상태가 아니던가.

이에 그는 빠르게 게임을 종료하고 인터넷 창을 켰다.

그가 찾은 곳은 다름 아닌 스트리밍 사이트, ‘트라이’였다.

“방송 중이라고 하셨으니까……”

채널을 검색한 그는 곧바로 이경복의 방송을 볼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휴방이었지만 지놈의 방송으로 호스팅 중이었기에 상관없었다.

-프로게이머 상대로 스겜 무엇?

-퍼밑엘! 퍼밑엘! 퍼밑엘! 퍼밑엘!

-(퍼도장콘)(퍼도장콘)(퍼도장콘)

-이게 되네? 이게 되네? 이게 되네?

-지놈이랑 이클님 판단도 지렸음 ㅋㅋㅋ

-ㄹㅇㅋㅋ 이번에는 팀 게임 다웠다

-이게 바로 ‘미스틱’이지

-갓이 등판하니까 신화 맏따!

-뒤주 메타도 완전 지렸다 ㅋㅋㅋㅋ

-야잌ㅋㅋ 뒤주 ㅇㅈㄹㅋㅋㅋ

-딱 들어가서 킹갓셰크 대사 날린 것도 댕간지임 ㅋㅋ

-WA! 감시맨 아시는 구나!

채팅창은 찬사로 가득했다.

그런데 의외로 찬사는 승리자들에게만 향한 것은 아니었다.

-그 뒤주에서 나온 엘리펀트 무엇?

-와 ㅋㅋㅋ 나오자마자 당황안하고 바로 순차적으로 킬각 잡자너

-괜히 프로가 아니라니깐!

-와 ㅋㅋ 풀컨 엘리펀트 진짜 오랜만에 본다 ㅋㅋㅋㅋ

-진짜 댕꿀잼판이었음 ㅋㅋㅋ

-엘리펀트 다시 1군 각임 ㅋㅋ

그래도 패배는 패배였다.

팀으로나 개인으로서나 진 건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프로였다.

‘다음에는 꼭……!’

이 한 판만으로 쓰러진다면 이미 업계를 떠났을 터였다. 그는 새삼 승부욕을 불태우면서 채널 팔로우를 눌렀다.

‘근데 어떻게 퍼플 님께 연락을 한다……’

비즈니스 메일이 공개되어 있긴 하지만, 그의 바람이 ‘비즈니스’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리 머리를 굴리던 중 문득 그의 말이 떠올랐다.

‘혹시 백강민 코치님은 아직도 계신가요?’

그가 감독님을 언급하지 않았나.

아직 코치로 알고 있던 점으로 보아 서로 교류가 없었던 것 같지만.

‘서로 사이가 안 좋았다면 물어보지도 않았을 거야.’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는 건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어쩌면 백강민 감독님이 그와 연락할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을까.

‘내일 한 번 물어봐야겠다.’

그는 그리 결론을 내리고 다시 방송에 집중했다.

게임은 ‘찐막’으로 끝냈지만 그의 방송 시청은 지금부터였다.

그날 밤, 이경복에게는 조금 남다른 애청자 한 명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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