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화 - 잘 하는 놈, 칼 든 놈, 지놈 (1)
팀 퍼지데이 미스틱 리그 합방 5일차.
[승리!]
이제는 익숙해진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경복은 가볍게 수리검을 돌려 잡으며 웃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판은 바르잔이 아닌 야미로 플레이했다. 그간의 합방으로 이클립스가 한타와 팀플레이에 익숙해진 덕이었다.
-아 ㅋㅋ 역시 퍼펙트 야미 클라스
-퍼르잔도 쩔긴 하는데 원조는 다르누 ㅋㅋㅋ
-MMR은 오르는데 왜 상대가 더 쉽게 죽냐구웃!
-ㄹㅇㅋㅋ 게임이 진짜 빵빵 터지네
-???: 불이 없는 곳에서 이정도의 화둔을?
-아아, 그게 바로 ‘K-호카게’니까
이내 로비로 돌아오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그를 반겼다.
[축하드립니다!]
[‘퍼펙트플레이’님이 다이아몬드 랭크 1로 승급했습니다!]
이경복의 랭크가 한 단계 상승했다는 결과 메시지였다. 이에 시청자들이 즉시 반응했다.
-아 ㅋㅋㅋ 랭크 판정 수듄
-이게 다이아 랭크 1? 이게 다이아 랭크 1? 이게 다이아 랭크 1?
-???: 개발사야! 점수가 짜다!
-킹직히 배치고사였으면 바로 그마 갔닼ㅋㅋㅋㅋ
-그마가 뭐임 ㅋㅋㅋ 이미 실력은 챌린저인데
-현실이 갓플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근데 킹쩔수 없긴 함 ㅋㅋㅋ
-ㄹㅇㅋㅋ 상대가 골드랑 플래만 나왔자너
-다이아 쉑들 퍼지데이 활동 시간대 피하는 거 아님?
-엌ㅋㅋ 킹리적 갓심 ON!
지놈과 이클립스가 그 변화를 확인하고 축하를 건넸다.
“오! 사장님 축하드립니다!”
“감축 드리옵니다. 허나 주군의 품위에는 아직 부족하지 않은지……”
이경복은 이에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이걸로 저희 셋 모두 승급을 했네요.”
합방이 진행되는 동안 이경복만이 아니라 두 사람도 랭크가 변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지놈과 이클립스는 ‘티어’까지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이클 님 진짜 적응속도 미쳤음 ㅋㅋㅋ
-ㄹㅇㅋㅋ 적응 전에도 골드였으니까 뭐 말 다했지
-이제 금방 다이아 갈 듯?
-근데 쥐놈은 왜 다이아?
-추놈은 양심 있으면 티어 반납햇!
-제로백 버스 최대 수혜자 쥐놈!
-킹직히 추놈은 솔랭 돌려서 광명찾아라
-광명 ㅇㅈㄹ ㅋㅋㅋ
-무슨 범죄자냐고 ㅋㅋㅋㅋ
이클립스는 골드를 넘어 플래티넘 티어로, 지놈 역시 플래티넘에서 다이아몬드 티어로 승격했다.
“응? 제로백 버스도 못 타 본 찐따들이 하는 말이라 안 들리는데?”
채팅을 확인한 지놈은 오히려 약 올리듯 귀에 손을 대고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이경복이 이에 웃으며 그를 거들었다.
“우리 지 사원이 그래도 맡은 일은 잘합니다. 다들 같이 제 몫을 해 줬으니까 패배하지 않은 거죠.”
지난 5일간 팀 퍼지데이의 게임에서는 단 1패도 나오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새삼 그 사실을 자각하고 경탄했다.
-5일 동안 전승 실화냐 ㅋㅋㅋ
-이게 바로 신이 모는 버스?
-나도! 나도 버스 태워줘!
-MP.GG랑 미스틱 메타에 듀오 구하는 글 많아진 이유가 이씀ㅋㅋㅋ
-진짜 ㅋㅋㅋ 저격 말고 버스 타려고 시간 맞춰서 큐 돌리는 건 첨 봄
-티켓팅이 아니라 퍼켓팅 이냐고 ㅋㅋㅋ
-킹직히 타기만 하면 승리 보장인데 어케 참음?
-아 ㅋㅋ 제로백 버스 탑승은 절대 못 참지!
-근데 어떻게 갓플이 다이아냐고!
-랭크 점수에 연승 보너스라도 만들어 줘야 되는 거 아닌가?
시청자들은 다시금 이경복의 티어와 실력의 괴리가 느꼈다. 이에 지놈이 입을 열었다.
“얘들아, 지금 티어가 뭐가 중요해? 날 봐봐. 응? 실력만 있으면 자기 자리는 금방 되찾거든. 우리 퍼 사장님 보면 몰라? 지금 사장님이 다이아라고 슬퍼하셔?”
광고가 아니더라도 게임 개발사에 부정적인 발언을 놔둘 이유는 없었다. 특히나 다른 스트리머가 있을 때에는 더욱 주의해야 했다.
-또또 셀프 올려치기!
-지 사원 인사 평가 수듄ㅋㅋㅋ
-아 ㅋㅋ 그냥 사장님한테 그랜절이나 하시라고요 ㅋㅋㅋ
-그런다고 형이 다이아에 어울릴 것 같아!?
-???: 너 자신을 알라
-아! 테스형! 쥐놈이 왜 이래~
-이 형도 다른 의미로 티어가 안 맞긴 해 ㅋㅋㅋ
-ㄹㅇㅋㅋ 쥐놈은 과대평가고 이클 님이랑 갓플은 과소평가임
시청자들의 주의를 돌린 지놈은 바로 멘트를 이어나갔다.
“내 말이 그거라니까? 애당초 너희들 눈에는 사장님 티어가 다이아로 보여? 나는 아닌데? 아무리 봐도 이거 챌린저 아닌가?”
-맞말추
-아ㅋㅋㅋ 다이아랑 챌린저가 파란색이긴 하지
-추소리가… 아니야?
-다이아=챌린저라고 하면 진짜 개소리인데
-뒤에 갓플이 붙으면 말이 된다, 그게 상식이잖아?
-플랜트위키/퍼플/퍼펙트-상식 항목 추가
-지식이 늘었다!
이경복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웃으며 가볍게 손뼉을 쳤다. 이제 슬슬 방송을 종료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티어가 어떻든 재밌으면 된 거죠. 오늘도 즐겁게 놀다 갑니다!”
“오늘 하루도 영광과 보람으로 가득했소!”
“크으, 역시 우리 사장님! 정시 퇴근 너무 좋고! 그럼 다들 트바!”
-정시 퇴근 멈춰!
-블랙기업이라며! 블랙기업이라며!
-야근 좀 해줘잉!
-않이 ㅋㅋㅋ 시간대로 보면 야근이자넠ㅋㅋㅋ
-트수한테는 지금이 정기 업무시간이라구웃!
-???: 나 회사 안 다녀!
-아직도 그립읍니다ㅠㅠㅠㅠ
시청자들의 아쉬움 속에서 방송이 끝났다. 하지만 세 사람은 바로 캡슐을 나가지 않았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퍼플 님이 더 고생하셨죠.”
이경복과 이클립스는 지놈의 스튜디오에 남았다. 다른 날과 달리 오늘은 그의 부탁이 있었다.
“아이고, 다들 피곤하실 텐데 죄송합니다.”
지놈은 방송 종료를 확인하고 평소의 텐션으로 돌아왔다. 세 사람이 자리를 잡자 이경복과 이클립스가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이기에 따로 자리를 마련한 것일까.
“일단 먼저, 경복아. 진짜 고맙다.”
“어? 뭐가?”
“원래는 이클 님이랑 둘이 하는 건데 갑자기 와 준 거잖아. 바로와 줘서 정말 고마워.”
단순히 그 결정에만 감사한 건 아니었다. 실질적으로 이번 합방에서 그가 얻은 게 많았다.
“사실 최근에 좀 한계 같은 걸 느끼고 있었거든.”
“한계?”
“무슨 말씀이십니까?”
두 사람이 되묻자 지놈이 약간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원래 시청자 1만 고지를 넘는 게 나한테는 큰 도전이었거든요. 그간 방송이 상승세긴 했지만 너 만나기 이전에는 거의 고착되어 있었고.”
지놈이 유명한 스트리머이긴 했지만 시청자 숫자는 1만 대를 돌파하진 못했다.
하지만 이경복과의 첫 합방, 장인해부학을 하면서 그 한계를 넘었다.
“너랑 만난 이후로는 뭔가 막혀 있던 게 뚫리는 기분이더라. 시청자 수 상승세도 회복하고. 어느새 내 방송에도 1만 명이 있더라고.”
합방 첫날, 이경복의 휴방일 이후에는 각 채널에서 방송했다. 대부분 이경복의 채널을 통해 봤지만 그의 채널에 남은 사람도 1만이 넘었다.
그만큼 새로운 시청자가 유입됐다는 뜻이었다.
“아, 그거라면 저도 느끼고 있습니다.”
이클립스가 이에 공감한다는 듯 끼어들었다. 이경복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가 웃음을 흘렸다.
“프롬 게임 말고 다른 게임을 시작하니 시청자 숫자가 줄어들었었죠. 아무래도 제 시청자들은 제가 프롬 게임을 하는 걸 보려고 오신 분들이니까요.”
이전의 이클립스의 방송은 한 장르에 편중되어 있었다. 그만큼 팬 층은 두터웠지만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아……”
“아, 괜찮습니다. 저도 각오하고 있던 일이고, 이후에 퍼플 님과 합방하면서 떠난 분들도 금방 다시 돌아왔거든요. 지놈 님처럼 새로운 분들도 많이 찾아와 주셨고요.”
하지만 그 역시 이경복과의 합방 이후로 전례 없는 규모의 성장을 경험했다. 거너그라운드 같이 어울리지 않는 게임에서 기사로서 ‘롤플레이’를 하니 유쾌하게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 미스틱 리그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뭐 그게 다 제 덕이겠습니까. 다들 자기 방송 컨텐츠를 잘하시니까 그런 거죠.”
이경복은 이에 겸손하게 대답했다. 이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지만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지금부터였다.
“아무튼 그 이야기만 하려고 남아달라고 한 건 아니야. 사실 이클 님이랑 미스틱 리그 합방을 기획한 게 이유가 있었거든.”
“이유라고?”
“그냥 도와주신 게 아닙니까?”
이경복은 물론 이클립스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냥 단순히 같이 게임을 즐기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이에 지놈이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나타난 화면.
[미친스머프]
미스틱 리그 로고를 배경으로 삼아 떠오른 커다란 문구.
“미스틱 리그와 친한 스트리머 프렌즈, 줄여서 ‘미친스머프’인데. 보아 하니까 역시 모르는 모양이네.”
지놈은 두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는 웃음을 흘렸다.
“이거 미스틱리그 대회야?”
이경복은 이내 문구 하단에 붙어있는 스폰서들을 보고 물었다.
“대회지, 그것도 아주 큰 대회. 트라이는 물론이고 라잇 게임즈와 리얼리티까지 후원하는 연례행사 같은 거야.”
비록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하지만 ‘미친스머프’는 개발사인 라잇 게임즈(Right Games)와 캡슐 제조사인 리얼리티가 후원하고 트라이가 주최하는 공식 대회였다.
“슬슬 시즌이라 원래는 이클 님이 팀플레이에 능숙해지면 널 섭외하려고 했거든. 네가 된다고 하면 퍼지데이 팀으로 참가 신청을 하려고.”
“아하, 근데 퍼플 님께서 그보다 빨리 오신 거네요. 결과도 무척 좋았고 말입니다.”
이클립스의 적응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팀 퍼지데이의 무패행진이 그 증거였다.
“대회 참가야 처음도 아닌데, 뭐.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음음, 저도 두 분과 같이한다면 이견은 없습니다.”
두 사람은 이내 지놈의 목적을 유추하고 흔쾌히 답했다.
“즉답은 정말 고마운데 이게 타임워페어랑은 좀 경우가 달라. 일단 고려해야 할 부분이 좀 더 많거든.”
이에 지놈은 기뻐하면서도 손을 내저었다.
“아마추어라고 해도 대회니까 대회 룰을 따라서 진행을 해. 그러니까 ‘밴픽’이 있다는 거지. 그걸 대비해서 서브로 플레이 할 수 있는 챔피언을 연습할 필요가 있어.”
일반 랭크 게임과 달리 대회 룰에서는 상대 팀의 챔피언을 배제하는 ‘밴픽’이 있었다. 적어도 둘 이상의 챔피언을 숙달해야 했다.
“그리고 일단은 우리 셋은 괜찮은데 나머지 팀원 둘도 섭외해야 하거든. 물론, 그건 내가 할 건데 아무래도 합을 맞추려면 정기적으로 연습을 해야 되니까 시간을 빼야지.”
대회인 만큼 팀원 5명이 확정된 상태에서 참가해야 했다. 지금 모인 셋 외에도 2명이 더 필요했다.
지놈은 그리 말하며 이경복을 돌아봤다.
“뉴턴좌는…… 좀 힘들겠지?”
그 물음은 요청이라기보다는 확인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번 합방에도 참여 못 하는데 그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대회에 참여가 가능할까.
“음…… 아마 어렵지 싶은데.”
이경복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정기 연습은 물론 보아하니 대회도 하루에 끝나는 게 아니었다. 조별 토너먼트 식이라 며칠이 걸리는 이벤트였다.
아이돌 활동과 병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스케줄이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그냥 넘어가면 섭섭해할 수도 있으니까, 한 번 물어나 봐.”
“그러지, 뭐.”
“그럼 그건 됐고, 사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얘기가 있어.”
지놈의 표정은 바로 진지해졌다. 이에 두 사람도 주의를 기울였다.
“내가 사람 가리는 건 다 잘 알고 있을 거야. 실제로 같은 회사 소속이라고 해도 쉽게 어울리지 않거든.”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첫 합방 이후 회식에서 들었던 이야기였다.
“근데 너랑 이클 님, 퍼지데이 합방은 전혀 걸릴 게 없어. 단순히 방송 콘텐츠나 성장 이런 거 다 제쳐두고 그냥 재미있거든. 두 사람 모두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진짜 이 관계를 중요시 여겨.”
겉만 번지르르한 말이 아니었다.
신기의 도움이 없어도 그가 진심을 말한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진짜 고민 끝에,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거야.”
이경복은 그의 눈을 직시하고 이클립스는 왠지 모를 긴장감에 마른 침을 삼켰다.
이윽고 지놈이 본론을 꺼냈다.
“우리, 팀 퍼지데이를 정식 크루로 만들고 싶어.”
* * *
다음날, 이경복은 친구들과 카페에 모였다.
“예상외로 지원한 사람들이 많더라.”
여느 때처럼 박주호가 먼저 운을 띄웠다. 팬페이지에 올려뒀던 번역가 모집 공고에 대한 보고였다.
“일단 스펙으로 먼저 거르고 활동 내역을 확인 중이다. 그다음에는 채팅 내역을 보려고.”
“음, 확실히 실력이 일단 우선이니까.”
“킹직히 장난이라도 오팬무 이러는 애들은 좀 거를 필요가 있지.”
최병훈의 말에 이경복은 피식 웃고는 커피를 마셨다.
“크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
그는 목을 축인 후 오늘의 주요 안건을 꺼냈다. 지놈의 제안에 대한 논의였다.
“지놈 님이 진짜 진지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긴 하다.”
“그러니까 충분히 고민해달라고 말한 거겠지.”
지놈은 그 자리에서 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분위기나 정에 이끌린 대답보다는 객관적인 판단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나는 찬성 쪽에 한 표.”
최병훈이 먼저 의견을 밝혔다.
“내가 이쪽에서 일하면서 지놈 님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 근데 크루 결성은 진짜 파격적인 제안이야.”
“그 정도인가?”
“야, 생각해 봐라. 지놈 님이 방송하시면서 이벤트를 얼마나 많이 했는데. 지놈 님이 팀 꾸린 거만 수십 팀이 넘을걸? 인맥이 괜히 넓은 게 아니에요.”
“그런데 그중에서 크루를 만든 적은 없었다?”
“그렇지. 오히려 크루 제안을 받았으면 받았지. 먼저 제안을 한다? 이게 보통 결정이 아니라는 거거든. 분명 지놈 님 방송 경력상 최초일 거다.”
“확실히 큰 결심을 한 분위기긴 했어.”
이경복은 어제를 회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건 결정할 이유가 되지는 않아. 무엇보다도 실리적인 측면을 따져봐야지.”
“실리?”
박주호는 안경을 고쳐 썼다.
“장단점을 따져야 한다는 거다. 일단 무엇보다도 장점은 팀 퍼지데이가 하나로 취급이 된다는 거지.”
“그게 장점인가……?”
“사측의 입장에서 보면 장점이다. 스트리머 한 명 한 명을 따로 섭외하는 것보다 크루 하나를 섭외하는 게 쉬울 테니까. GGG도 타임 워페어 때 급히 섭외하느라 문제를 겪었잖아.”
최병훈이 가볍게 손뼉을 쳤다.
“그건 확실히 좋긴 해. 섭외 리스트에서 우선순위가 높아지는 거지. 특히 케미가 좋을수록 같이 섭외될 확률이 높아.”
“그런 점 외에도 평소 방송에도 메리트가 있다. 무엇보다도 콘텐츠 선택의 폭이 넓어지거든.”
“콘텐츠가?”
콘텐츠라는 말에 이경복이 관심을 보였다. 사실 광고나 이벤트는 이미 차고 넘치게 제안을 받지 않았나.
“미스틱이나 거그 같은 온라인 게임은 물론 패키지 코옵 게임도 쉽게 같이 할 수 있지.”
“아, 확실히 그건 좋긴 해. 시참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 스트리머 텐션이랑은 많이 다르니까. 다른 스트리머 보다 크루 멤버면 더 편하게 놀기 쉽고, 방송을 아니까 방송사고가 날 위험도 적지.”
최병훈이 즉각 동의했다.
이경복은 이에 미소를 짓다가 이내 살짝 코끝을 찡그렸다.
“그런데 장점만 있는 건 아니잖아. 지놈 형도 고민해보라는 이유가 그걸 테고.”
“뭐, 확실히 단점이 있긴 하지.”
“어딜 가나 사람이 문제 아니겠냐.”
두 친구 모두 그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타임워페어 때 세렝게티 BJ들이 잘린 거도 그런 이유지.”
“그거 한 명만 무죄였던가?”
“무죄라고 해도 은퇴 수순이지. 이미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졌으니.”
“나도 건너 건너들은 건데. 그거 유죄 판정 받자마자 분탕들이 장난 아니게 나댄다더라.”
크루 멤버 중에 누군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 피해가 다른 멤버들에게 미친다.
설령 문제에 관계되어 있지 않더라도 의심이 따라붙고, 이를 노리고 분탕을 치는 사람들이 활개를 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가까운 사례에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건 사실 너한테는 문제가 아니잖아? 괜히 인간감별사가 아닌데.”
“확실히, 너라면 간파해낼 수 있을 테니까.”
친구들의 반응에 이경복은 미소를 지었다.
지놈이 사람을 가린다지만 자신 만큼 잘 가려내지는 못할 터였다.
“그러면 단점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네.”
지놈과 이클립스 둘 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중에 크루 멤버가 더 늘어날 수도 있지만, 그건 그때 관여하면 될 일이었다.
“확실히 혼자 노는 것보다 같이 노는 게 더 재미있긴 하거든.”
이경복은 결정을 내렸다.
만약 조금이라도 불길함이 느껴진다면 점이라도 쳐봤겠지만.
“퍼지데이 크루, 시작하자.”
그 결정에는 조금도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 그럼 대회도 참가하겠다는 거지?”
“퍼지데이 크루 데뷔 무대인가. 규모나 관심도로나 부족하지 않겠어.”
최병훈과 박주호도 그 결정에 이견은 없었다.
“단순한 데뷔로 끝내면 재미없지. 같이 노는 것도 재미있긴 한데……”
이경복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같이 이기면 더 재미있잖아.”
어차피 우승은 퍼지데이.
타임워페어에 이은 2번째 ‘어우퍼’ 시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