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77화 (177/491)

177화 - 잘 하는 놈, 칼 든 놈, 지놈 (2)

늦은 오후, 지놈의 스튜디오.

여느 때라면 집보다 익숙하고 편한 장소이지만 정작 주인인 지놈은 무척이나 초조한 표정이었다.

그는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는지 스튜디오 안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이럴 거면 그냥 어제 답을 듣지 그랬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매니저가 보이스 챗으로 말했다. 지놈은 이에 헛웃음을 흘렸다.

“야, 안 그래도 후회하고 있으니까 그러지 마라. 차라리 그 자리에서 그랜절이라도 박을 걸 그랬다.”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반쯤은 진심이었다. 이내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진지하게 말했다.

“하,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좀 성급한 거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성급하다기에는 계속 생각했던 거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사실 이제 크루가 결성되느냐 마느냐는 내 손을 떠난 문제야. 진짜 문제는 우리 관계가 어떻게 되냐는 거지.”

지놈은 코끝을 찡그리며 뒤통수를 긁었다.

“어제 말했던 것처럼 두 사람이 거절해도 상관은 없어. 내가 걱정하는 건, 그거 때문에 사이가 서먹서먹해지는 거지.”

<에이, 그렇게까지야 되겠어?>

“자식아, 사람 마음에 확실한 게 어디 있냐? 제대로 알 수 있는 건 자기 마음뿐이야. 나야 그대로 지낼 자신이 있지만 둘은 다를지도 모르지.”

그는 짧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제 스스로에게 말하듯 입을 열었다.

“그래도 해 볼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던진 거지.”

<확실히 퍼지데이 합방은 조회수가 보장되니까.>

“인마, 단순히 수익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잖아.”

<그럼?>

“초심이지, 초심.”

지놈은 책상에 걸터앉아 팔짱을 꼈다. 그는 옛 시절을 곱씹으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스트리머 처음 시작했을 때가 생각나거든.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하고 몇 명 없던 시청자들이랑 노가리까고, 그냥 그렇게 놀았었지.”

처음으로 방송한 게임, 처음으로 시청자가 찾아온 날, 처음으로 큐튜브에 영상을 올렸던 때 등등 그에게도 처음은 있었다.

하지만 이후 편집자와 매니저가 생기고, MCN에 들어가 이해관계가 생기면서 그런 기분은 느낄 수 없었다.

그렇게 성공과 더불어 순수는 사라졌다. 그냥 방송을 즐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 됐다.

결국 그 처음은 빛바랜 과거가 되었지만 머릿속에는 아직 선명히 남아 있었다.

“이제는 그렇게 놀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경복이랑 놀면 마치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더라고.”

그러나 이경복과의 방송은 그때를, 아니 그때보다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걱정이 안 되니까.’

이경복, 스트리머 퍼플은 천재였다. 그것도 지금까지 보지 못한 부류의 천재였다.

그가 ‘장인 오브 장인’이라 불렀던 건 단순히 애드립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말이기도 했다.

덕분에 이경복과 함께 하는 방송에서는 부담이 적어졌고,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텐션이 올라왔다.

<어쩐지, 형만 그런 게 아닌 것 같더라.>

“응?”

<형, 팬 카페에 유령회원들 다시 복귀한 거 몰라?>

“유령회원?”

지놈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팬 카페에 올라오는 글을 전부 확인할 수 없어 매니저에게 필터링을 맡겼던 터였다.

<가입일자 보니까 엄청 오래전에 가입했었더라고. 형 말처럼 옛날 텐션 나온 게 느껴졌나 봐.>

“아, 그럼……”

초창기 팬들의 복귀.

지놈은 시청자수 회복이 비단 합방 때문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그 기쁨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형, 오셨어.>

매니저의 목소리에 그는 몸을 돌렸다.

이경복과 이클립스가 손을 흔들며 오고 있었다.

“오! 예정보다 일찍 왔네! 아니, 밖에서 만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성실해?”

지놈은 반갑게 두 사람을 맞이했지만 스스로도 긴장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아니, 뭐 일찍 오는 편이 좋잖아.”

“그렇습니다.”

두 사람이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이내 흐르는 적막.

이클립스는 슬쩍 이경복에게 눈치를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그, 제가 말하는 게 좋을까요?”

“아뇨, 제가 하겠습니다.”

이경복은 이내 결심한 듯 호흡을 골랐다. 그 분위기에 지놈은 결과를 짐작하고 말했다.

“야야, 됐어. 진짜 괜찮아. 우리 관계는 그대로다? 앞으로 방송 재미있게 하면 되지.”

웃으며 말하긴 했지만 입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어났다.

“하, 퍼플 님. 저는 진짜 이런 거 잘 못 하겠습니다.”

이클립스가 그 표정을 보고 돌아섰다. 지놈이 이에 당황하려는 찰나 이경복이 낮게 웃음을 흘렸다.

“아니, 형. 진짜 그대로여도 되는 거야? 이클 님이랑 나랑 큰마음 먹고 결정했는데?”

“어?”

그 물음에 지놈은 순간 멈칫하더니 눈동자를 한 바퀴 돌렸다.

두 사람의 반응으로 보아 답은 하나였다.

“야! 아니, 방송 중도 아닌데 왜 낚시질이야! 설마 댕꿀잼 몰카? 너 이씨! 이거 찍고 있지? 녹화 떠서 퍼튜브에 올리려는 거 맞지!?”

지놈은 과장스럽게 이경복을 추궁했다. 하지만 올라간 광대는 내려오지 않았다.

이경복과 이클립스 역시 마주 웃음을 터트렸다.

“아, 반응 진짜 좋네. 이클 님은 봐줘. 내가 하자고 한 거라서.”

“저는 아무래도 연기에는 영 소질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건 기사도에 안 맞아서 그런 것 같으신데요?”

세 사람은 그리 크게 웃고는 가볍게 악수를 나누었다.

“앞으로 잘 부탁할게.”

“잘 부탁드립니다.”

“에이, 부탁할 게 뭐 있어요? 지금까지 하던 대로만 하면 다 잘되는데.”

정식 크루 결성에 흡족해하는 세 사람은 이내 자리를 잡았다. 단순히 통보만 하고자 했다면 모일 필요도 없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건 남은 자리를 누구로 채우냐는 건데.”

“포지션으로 보면 바텀 듀오지.”

미스틱 리그 대회에 참가를 위해서라면 2명을 더 보충해야 했다. 팀원을 확정한 후에야 연습이 의미가 있지 않겠나.

“지놈 님이 준비하신 게 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저한테만 맡겨 주세요.”

지놈은 평소보다 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이경복은 손을 들어 그를 진정시켰다.

“근데 타임워페어도 형 혼자 맡았다가 힘들었잖아? 이번에는 다 같이 찾아보는 편이 낫지 않아?”

지놈은 그 물음에 찔끔했다. 부정하기에는 너무 정확한 지적이었다.

“아니, 그때는 좀 급작스러운 상황이어서 그랬던 거야. 이번에는 미리 구상한 멤버들도 있고.”

“오, 그렇습니까?”

“예, 제 소속사가 볼록인 거 아시죠? 나름 실력 좋은 애들한테 미리 귀띔을 좀 해뒀죠.”

그리 자신만만하게 설명하던 지놈은 아차 싶은 얼굴로 말을 덧붙였다.

“아, 오해하지 마세요. 원래 같은 회사 소속이면 막 합방으로 끌어주고 당겨주고 하는 게 있긴 한데, 얘들은 그런 거 하나 없이 실력도 좋고 인성도 괜찮은 애들입니다.”

혹시라도 두 사람이 오해할까 지놈이 빠르게 설명했다. 다행히 이클립스는 바로 수긍했다.

“지놈 님 안목이면 믿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경복은 달랐다.

그는 슬쩍 눈을 굴리더니 턱을 매만졌다.

‘확실히 불안한 건 없는데……’

지놈에게 맡긴다는 결정에 대해 신기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신기에 따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방안을 택할 수도 있었다.

이미 보이스팩 DLC 계약에서 경험해보지 않았던가.

“그것도 좋긴 한데 내가 친구들이랑 한 번 구상해 본 게 있거든?”

크루 결성과 더불어 대회 참가를 결정한 이후 관련된 사항에 대해 최병훈과 박주호와 회의를 거쳤다.

그중에는 당연하게도 팀원 보충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뭔가 다른 걸 생각해 오신 겁니까?”

“오? 뭔데?”

두 사람이 관심을 보이자 이경복은 내용을 설명했다. 설명이 진행될수록 두 사람의 눈은 크게 뜨였다.

“그렇게까지……?”

“아니, 잠깐. 이거 괜찮은데?”

이클립스는 그저 놀랐지만 지놈의 눈은 빛을 냈다.

“솔직히 다른 사람이면 바로 기각인데. 우리, 아니 네가 같이 있으니까 가능할 거 같다.”

“확실히…… 퍼플 님이 계시다면 그럴 수 있겠군요.”

이에 이경복은 환하게 웃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걸로.”

*       *       *

그날 저녁, 방송 시간.

세 사람의 등장에 채팅창이 요동쳤다.

-숙청의 때가 도래했다!

-오늘은 갓플 마스터 켠왕 맏찌? 그치?

-이클 님이랑 쥐놈 티어 올라서 이제 플레랑 다이아만 나올 듯

-이제 좀 랭크 점수가 맞춰지겠누 ㅋㅋㅋ

-제로백 버스 ON!

-버스 정류장에 사람 미어터지는 중ㅋㅋㅋㅋ

-오늘의 퍼켓팅을 성공할 듀오는!?

팀원들의 티어가 오른 만큼 이전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이 나올 거라는 기대가 가득했다.

지놈은 이에 웃으며 손뼉을 쳤다.

“자자, 다들 진정하고. 오늘은 본게임보다 더 큰, 왕 빅뉴스가 있거든.”

-마스터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빅뉴스도 아니고 왕 빅뉴스는 뭔데 ㅋㅋㅋㅋ

-퍼르잔과 관련된 뉴스라는 뜻?

-무친ㅋㅋ 그 왕이냐곸ㅋㅋ

-큰 거 오나? 큰 거 오나?

그 말에 주의가 쏠린 시청자들은 이내 짐작했다.

-오? 설마 미친스머프?

-헐? 그건가?

-대회 참가 각?

-퍼지데이 참가 ㄱ?

-5252, 그건 ‘아.마.추.어’ 대회라구웃!

-5일 동안 랭겜에서 전승하는 아마추어 팀이 이따?!

-프로에 가까운 아마추어, 그게 바로 ‘퍼펙트-아마추어’니까 (끄덕)

-아 ㅋㅋ 아무튼 아마추어라고!

-엌ㅋㅋ 쥐놈 멘트 게놈들이 다 스틸했쥬?

-그걸 빼앗김? 게놈킥!

대회 시즌이 다가오는 만큼 예측도 쉬웠다. 채팅창은 지놈이 뜸을 들이자 더욱 폭증했다.

그러나 이내 지놈의 입가에는 자신만만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니, 애들아. 너희들 안 그랬잖아? 왜 이렇게 상상력이 빈곤해졌어? 그냥 빅뉴스도 아니고 왕 빅뉴스라니까?”

그 멘트와 동시에 번지는 물음표.

지놈은 더욱 짙은 미소와 함께 목을 가다듬었다.

“크흠. 자, 오늘부로 나 지놈과 이클립스 님, 그리고 퍼플 님. 이 셋을 멤버로 퍼지데이 크루가 결성됐음을 시청자에게 알립니다.”

그리 길지 않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 파급력은 절대 짧지 않았다.

-ㅔ?

-공식으로 크루 선언?

-WA! 퍼지데이 크루!

-꿈이라면 깨우지 마세요! 꿈이라면 깨우지 마세요!

-큰 거 맞네! 큰 거 맞네! 큰 거 맞네!

-그럼 이제 정기 합방 각이냐?

-최애 조합 뭐냐고! 최애 조합 뭐냐고! 최애 조합 뭐냐고!

-잘 하는 놈, 칼 든 놈, 지놈

-지놈은 그냥 지놈이냐곸ㅋㅋㅋ

-이 순간을 본 내가 레전드! 이 순간을 본 내가 레전드!

-정기 숙청의 날이다! 정기 숙청의 날이다! 정기 숙청의 날이다!

-숙청 파티! 숙청 파티! 숙청 파티!

-와씨 ㅋㅋㅋ 찐 소름 돋음

-이제 죽어도 여한이 있다!

-아 ㅋㅋ 방송 봐야 되는데 죽으면 한이 많지 ㅋㅋㅋ

-ㄹㅇㅋㅋ 귀신 돼도 방송 볼 듯

무수한 즐거움의 탄사가 채팅창을 가득 메웠다.

이에 이클립스도 흡족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 퍼지데이 기사단의 첫 전장은 미친스머프가 될 것이오!”

그 첫 데뷔 무대를 선포하자 다시금 채팅창이 술렁거렸다.

-엌ㅋㅋ 이클 님한테는 크루가 기사단이냐고

-전장 이름이 어떻게 미친스머프?

-이클님 찐텐으로 말하는데 ‘미친스머프’ 나오니까 ㅅㅂㅋㅋㅋ

-개웃기네 진짜 ㅋㅋㅋㅋㅋ

-공식 숙청각 미쳤다

-대체 얼마나 썰어버릴 셈이냐구웃!

-참가를 취소해라, 애송이!

-설마 대회도 전승행진각?

-아 ㅋㅋㅋ 그건 무적권이지

시청자들의 즐거움은 더욱 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경복이 앞으로 나섰다.

“모두들 기뻐해 주시니 다행입니다. 이렇게 대회 참가를 결정했는데, 그 전에 남은 2명의 팀원을 모집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저희 임직원 여러분이 머리를 맞댄 결과……”

이경복이 슬쩍 신호를 주며 말을 이었다.

“신규 인턴 모집을 위한 오디션을 열기로 했습니다!”

그 멘트에 맞추어 지놈이 바로 준비한 자료를 띄웠다.

[(주)퍼지데이 신규 인턴 채용 공고

<모집분야>

바텀 듀오 (원딜러/서포터) 2인

<근무형태>

계약직(정규직 전환검토)

<자격요건>

플래티넘 티어 이상 경력

해외여행 결격 사유가 없는 자

<우대사항>

해당 직무 근무 경험 / 방송 감각

<회사소개>

1)가족 같은 분위기

2)인센티브 제공

3)탄력적 근무제

4)자택 근무 가능

5)쉽고 간단한 업무

6)학습과 업무 병행]

채팅창은 곧바로 웃음으로 가득해졌다.

-야잌ㅋㅋㅋ 이게 뭐얔ㅋㅋㅋ

-코이츠wwww 컨셉에 진심인www

-왜 양식이 고퀄인데에에에!

-엌ㅋㅋ 이거 갓플 매니저님이 만든 거 같은데?

-ㄹㅇㅋㅋ 번역자 채용이랑 같은 양식임

-5252, 매니저님은 이미 갈리고 있다구웃!

이내 시청자들은 그 내용을 확인하자 웃음은 더욱 커졌다.

-(가)족 같은 분위기

-않잌ㅋㅋㅋ 괄호 넣지 말라고!

-이거 그냥 부려먹겠다는 거 아니냐?

-인센티브를 준다? 기본임금이 개 짜다는 거 ㅋㅋㅋㅋ

-사실상 저거 대회 상금이잖앜ㅋㅋㅋ

-ㄹㅇㅋㅋ 입상 못하면 아무것도 없음

-탄력 근무제? 아니죠! 탈력 근무제가 맞습니다!

-진짜 이거 아무 때나 부르겠다는 겈ㅋㅋㅋㅋ

-집에서 하는데 당연히 자택근무지!

-당연한 걸 혜택처럼? 이거 찐 블랙기업 아니냐?

-쉽다는 거 백퍼 갓플 기준일 듯

-그럼 개어렵다는 거 아니냐곸ㅋㅋㅋ

-학습과 업무 병행 = 될 때까지 시키겠다

-않이;;; 트수들 왜케 다 잘 아누

-전부 그쪽 출신이냐고 ㅋㅋㅋㅋ

-ㅋㅋㅋ 웃긴 농담이네 / …농담 맞지?

-나아킨 짤이 보인다 보여!

-이런 추상적인 말로 직원 낚아서 사축으로 부려먹쥬? 완전 블랙기업이쥬?

-근데 이런 대우가 의외로 바텀 포지션에게 어울리는 것 같기도?

-팍씨! 바텀 노조 맛 좀 볼래?

시청자들의 반응에 이경복은 뿌듯함을 느꼈다.

‘조금은 웃프긴 하지만……’

박주호에게 블랙기업 컨셉에 맞추어 준비해 달라고 요청하니 나온 문서. 그 안에는 시청자들 반응처럼 본인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준비한 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뭔가 다들 오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지 사원, 다음 페이지 부탁해요.”

“옛썰!”

지놈은 바로 다음 장을 화면에 띄웠다.

[<복리후생>]

서류의 크기에 비해 쓰여 있는 건 단 한 문장이었다.

그리고 이경복은.

[100% 승리 보장]

불필요한 문장은 넣지 않았다.

-야잌ㅋㅋㅋㅋㅋ

-퍼자감 미쳤곸ㅋㅋㅋㅋ

-이게 바로 ‘퍼펙트-복리후생’? 내가 봐왔던 복지는 대체?

-아 ㅋㅋ 100% 승리는 킹정이지

-ㄹㅇㅋㅋ 이것만 있으면 솔직히 다 버티지

-와씨 ㅋㅋㅋ 뭔 개소린가 싶은데 또 갓플이 하니까 다르쥬?

-상식이 늘었다!

-5일 전승으로 입증해버렸고?

-ㄹㅇㅋㅋ 일일알바들도 다 경험하고 감

-버스 탄 사람들이 일일알바냐곸ㅋㅋㅋ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저 우스갯소리나 허풍이라 취급했을 문장이었다. 그러나 그 문장을 작성한 사람이 퍼플이라면 의미가 달랐다.

“아니, 님들? 설마 고새 까먹은 건 아니지? 어차피 우승은 뭐다?”

지놈의 물음에 채팅창이 ‘ㅋㅋㅋ’로 가득해졌다.

-트수 바보 아이다!

-엌ㅋㅋ 어우퍼는 진리지!

-아 ㅋㅋ 대회가 알고 보니까 과학경진대회였네

-과학경진대회 ㅇㅈㄹㅋㅋㅋㅋ

-어우퍼는 사이언스라니깐?

-퍼지데이의 과학력은 세계 제이이이일!

-벌써 우승컵 든 갓플 모습 보이는 거 나만 그래?

-시간여행까지 개발된 거냐구웃!

참가 신청도 안했지만 이미 방송은 우승 뒤풀이라도 된 분위기였다.

이경복은 이에 흡족해하며 박수 소리로 주의를 돌렸다.

“자, 저희 퍼지데이와 함께 하시고 싶은 분들은 주저하지 마세요. 많은 분들의 지원을 바라며 공정성을 위해 모든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해 드릴 겁니다.”

진짜 본론은 이것이었다.

바로 팀원 모집 과정을 방송 콘텐츠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저희 퍼지데이는 임직원은 물론 주주님들의 결정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신규 인턴 채용에는 여러분의 의견도 일부 반영됩니다.”

그것도 시청자들의 참여까지 가능한 콘텐츠였다.

-우리가 퍼지데이의 주주?

-내가 시크릿주주였다 이 말인가?

-어이! 너희들 블랙기업의 일원이었던 거냐구웃!

-생각해보니 야근 종용했잖슴?

-알고 보니 트수가 제일 블랙이었쥬?

-이게 신생 크루의 기획력? 내가 본 크루들은 대체?

-무친 ㅋㅋㅋ 진짜 방송 천재네 ㅋㅋㅋㅋ

-대회 참가 전부터 레전드 찍어버리기~

-평소의 퍼지데이 입니다만?

-이거 진짜 합격만 되면 대회 우승각이다 ㅋㅋㅋㅋ

-ㄹㅇㅋㅋ 이게 오히려 결승전임

-야씨ㅋㅋ 결승전 ㅇㅈㄹㅋㅋㅋ

-행운의 듀오는 과연?!

-않이;;; 진짜 퍼켓팅을 여시면 어떡해요!

과연 누가 이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시청자들의 관심은 대회보다 오디션에 더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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