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78화 (178/491)

178화 - (주)퍼지데이 인턴 모집 (1)

늦은 밤, 번화가의 한 소고기집.

따로 마련된 방 안에 세 남자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자, 마음껏들 시켜! 원하는 대로!”

그 중 연장자, 지놈은 호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합방을 끝내고 그는 회식을 준비했다.

퍼지데이 크루의 결성을 축하하기 위해 직원들도 대동하지 않았다.

오직 멤버인 세 사람을 위한 자리였다.

“진짜 막 시킨다?”

“아, 시키라니까?”

“그럼 저는 채끝살로 부탁드립니다.”

“업진살이 그렇게 살살 녹는다고 하던데, 각각 5인분씩 시킬까요?”

이경복의 말에 지놈이 움찔했다.

“셋이서 10인분을 먹자고?”

“아니, 형이 먹고 싶은 부위는 따로 시켜야지.”

그 말에 지놈은 눈을 깜빡였다. 생각해보니 이클립스는 물론 이경복도 한 덩치하지 않나.

식당 기준 1인분으로는 배도 차지 않을 터였다.

“에이, 그래! 나는 갈비로 먹을란다!”

이내 지놈은 웃음을 터트리며 직원을 호출했다. 주문을 마치고 지놈은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흠흠, 이클 님도 괜찮으시면 말 놓으세요. 이제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데.”

“아하하, 저는 할아버지랑 오래 살아서 그런지 존대가 더 편하더라고요. 대신 지놈 님이랑 퍼플 님이 편하게 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니, 그래도 한 쪽만 반말을 하는 건 좀……”

지놈은 그 대답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경복은 달랐다.

그는 이클립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봐봐, 이 형 은근 소심하다니까? 그냥 한 번만 반말해 줘.”

“아니, 내가 뭐가 소심해!?”

“아, 맞다. 중인배지?”

이경복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이클립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형.”

“에이, 그냥 편하게 해라! 나도 그냥 나 편하게 할 테니까.”

“아? 소인배 특 나오나요?”

“왜 그새 소인배로 떨어졌는데?”

그리 건장한 세 남성이 시시덕거리는 사이 음식이 나왔다. 선홍빛 고기와 선명한 마블링이 눈에 띄었다.

“아, 저희가 직접 굽겠습니다.”

원래는 직원이 구워 주는 서비스가 있는 곳이지만 지놈은 손수 고기 접시를 잡고 불판에 올렸다.

그 스스로 고기를 잘 굽는다는 자부심이 있기도 했고, 이왕 하는 거 제대로 대접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배를 채운 후, 지놈은 슬쩍 이야기를 꺼냈다.

“뭔가 일 이야기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한데,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좀 있거든.”

“뭔데?”

“우리 모두 서로 믿을만한 사이라는 건 알아. 그래도 크루로 묶이게 된 이상 ‘규칙’이라는 게 필요하거든.”

지놈은 가볍게 헛기침을 해 목을 가다듬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다시피 내가 방송을 좀 오래 했잖아? 그동안 지켜본 크루의 흥망성쇠가 한 둘이 아니에요. 그냥 제3자일 때는 물론이고 중간에 끼어 있던 적도 있었어.”

지놈은 눈을 굴리면서 이내 진저리를 쳤다. 그 말에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음, 하긴. 규칙이 있으면 좋긴 하지. 우리가 마음이 잘 맞긴 해도 기준이 다를 수 있으니까.”

“예, 저도 동의합니다. 미리 합의를 해두는 편이 좋죠.”

“그래서 내가 술을 안 시킨 거야. 이런 건 또 멀쩡한 상태에서 정하는 게 제일이거든.”

이클립스도 동의하자 세 사람은 논의를 시작했다. 그렇게 한동안 이야기를 나눈 그들은 정리된 규칙을 되짚어 보았다.

“자, 첫 번째가 뭐다? ‘트수 말을 전부 믿지는 말자’. 이거 거든.”

의외로 첫 번째 규칙은 시청자에 대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장난으로 놀린 건데, 그게 와전이 돼서 진짜 디스전이 벌어졌다니까.”

크루로 엮이게 되면 멤버들은 당연히 ‘타 스트리머 언급 금지’라는 규칙에서 예외가 된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 중 일부는 장난으로 다른 멤버들과 비교를 하거나, 서로의 방송에서 놀린 내용을 후원으로 보여 주기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분탕러가 일부러 이간질 시킨 거였어.”

그러나 그중에는 진심으로 이간질을 하는 분탕러들이 섞여 있기도 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미 서로 논란 되고, 이미지 다 깎아 먹고 예전처럼 못 돌아가니까 해체 수순 밟는 거거든.”

“정말,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 갑니다.”

“사람이 많아지면 이상한 인간들의 비율도 늘어나긴 할 테니까.”

두 사람의 대답에 지놈은 바로 말을 이었다.

“그래, 그러니까 규칙1이랑 연관해서 규칙2가 필요한 거야. ‘문제다 싶으면 얼굴을 보자’. 당사자끼리 보는 것도 좋은데, 괜찮으면 다른 멤버를 끼고 보는 게 최고지.”

멤버 간 문제가 생기면 직접 만나자는 게 2번째 규칙이었다.

“방송으로 해명하면 또 오해의 소지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뭐, 변명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든지.”

“확실히 직접 만나는 게 톡이나 통화하는 것보다는 더 문제 해결이 쉽지.”

“그래, 사실 우리 직업이 좋은 게 그거잖아. 시간 활용이 자유롭다는 거.”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서로 일에 치여서 시간을 낼 수 없을 터였다. 그러나 스트리머라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으니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다음은 합방이었지.”

“어, 합방 시기는 유동적으로 정하지만 최소 1달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합방을 하자는 거지.”

“이건 시청자들을 위한 규칙이죠.”

기껏 크루를 결성했는데 같이 방송을 안 하면 의미가 없었다. 또한 합방의 간격이 길어지면 시청자들이 멤버 간 불화가 있으리라 불안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멤버 간 화합은 물론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합방은 정기적으로 하기로 결정하는 게 좋았다.

“가장 좋은 건 아예 날짜를 픽스하는 건데, 그건 차근차근 결정해도 될 거야.”

“알겠습니다.”

“그다음은 수익 배분인데……”

이경복은 살짝 코끝을 찡그렸다.

크루로 활동하게 되면 각 개인이 아니라 크루 쪽으로 광고 제안이나 계약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이때는 사측에서 각 멤버별로 계약서를 준비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래도 공평하게 나누는 게 낫지 않나?”

이때는 결국 멤버들끼리 알아서 수익을 나누어야 했다.

그 방법을 두고 멤버 간 의견이 갈렸다. 이경복은 동등하게 인원수로 계산하는 쪽을 선호했지만.

“에이, 그건 아니지.”

“저도 그 의견에는 반대입니다.”

다른 두 사람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경복아, 만약 우리한테 뭔가 들어오잖아? 그거 무조건 네 지분이 과반수이상이라니까?”

“저도 동감입니다. 공정한 건 오히려 자기 분수에 맞게 받는 거죠.”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퍼지데이 크루 섭외의 가장 큰 메리트는 바로 이경복이라는 주장이었다.

“사람 마음이 그렇게 딴딴하지가 않아요. 자기 분수보다 돈을 더 많이 받으면 어떻게 변할지가 몰라. 막, 자기가 대단한 사람인 줄 착각할 수도 있다니까?”

“지분이 큰 멤버는 양보한다고 생각했는데 알아주지 않아서 섭섭해 하다가 문제가 터졌다니까요. 퍼플 님이 그러신다는 건 아니지만, 굳이 그 방법을 택할 이유도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수혜를 받는 두 사람이 반대하니 이경복도 더 강하게 주장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이런 점에서 더 가까이할 만한 사람이라는 게 드러나긴 하지.’

이경복은 옅은 미소와 함께 수긍했다.

“그럼 원래 결정대로 구독자 수에 따라 비율을 나누는 걸로?”

“예.”

“그래, 그게 좋다니까.”

지놈은 안도한 듯 웃고는 마지막 규칙을 꺼냈다.

“첫날부터 좀 이른 걱정이 아닌가 하는데. 이번 오디션에 나올까 싶지만 혹시라도 크루에 영입할 마음에 드는 스트리머가 나올 수도 있어.”

“신규 멤버라……”

그것은 바로 추가 멤버 영입에 관한 규칙이었다.

“두 분의 안목이라면 저는 믿고 따를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기준은 저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요.”

“맞아. 그래서 신규 멤버 영입은 기존 멤버가 만장일치로 받아들여야 뒤탈이 없어.”

“그리고 들어오기 전에 영입후보는 크루 규칙에 전부 동의해야 하고.”

단 한 사람이라도 꺼려 하면 기각한다. 이경복으로서는 환영할 조건이었다.

‘이 규칙이면 문제될 사람은 쉽게 걸러낼 수 있겠지.’

세 사람 모두 마지막 규칙까지 되짚어 보고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럼 일단은 이 5가지 규칙을 기본으로 삼자.”

“뭔가 체계가 잡힌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블랙기업 컨셉으로 갔으니까 사규가 만들어진 거나 다름없지.”

지놈은 낮게 웃음을 흘리고는 직원 호출 벨을 눌렀다.

“자자, 그럼 이제 한잔하자고!”

“안주는?”

“아, 그냥 시키라니까?”

“간단하게 우삼겹 어떻습니까?”

세 사람은 직원이 가져다준 술잔을 채우고 가볍게 부딪쳤다.

“재미있게 해 보자.”

*       *       *

다음 날, 지놈의 팬카페.

어제와 달리 팬카페의 메인 사진이 바뀌어 있었다. 기존 장인 해부학의 연구자 코스튬을 입은 지놈사진에서 슈트와 가면을 든 퍼플과 지놈, 그리고 기사복장의 이클립스가 함께 서 있었다.

[와 ㅋㅋ 이제 실감이 나네]

[참트루 퍼지데이 크루 공식 팬카페가 되어부려써?!]

[어제 방종 일찍한 거 봐줌 ㅎㅎ]

[킹직히 카페가 편하긴 해 ㅋㅋ]

퍼플과 이클립스는 팬 페이지만 운영하고 지놈이 팬 카페를 추가로 운영했기에 결정된 일이었다.

세 사람 모두 팬들이 겹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래도 회원수 많이 늘어났음]

[게시판 구분 되니까 좋네 ㅋㅋ]

[킹직히 트나잇은 좀 개편할 필요가 있음]

[아 ㅋㅋ 핫클립 원툴 아니냐고]

카페 회원들은 그 사실에 흡족해했다. 그러나 그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내 새롭게 개설된 게시판에 주의가 돌아간 덕이었다.

[(주)퍼지데이 인턴지원]

어제 방송에서 공개한 오디션 게시판이었다. 지원자는 양식에 맞추어 해당 게시판에 글을 올려 지원해야 했다.

[일반 회원은 지원자 확인 못함?]

[등업해야 열람할 수 있나?]

[왜 다 비공개?]

[뭐지? 다 공개해 주는 거 아니었음?]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원글 모두 익명이었고 열람은 관리자만이 가능했다.

전날 이경복이 했던 말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분명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학식이들 많네 ㅋㅋㅋㅋ]

[킹직히 지원서까지는 공개 안하지 ㅋㅋㅋ]

[우리 형이 늙병추라도 방송 경력은 ㅇㅈ임]

[누가 지원했는지는 공개 안 하는 게 맏따]

그 의문에 다른 회원들이 빠르게 답글을 올렸다.

[지원게시판이 비공개인 이유를.araboza]

[일단 지원서에 무슨 정보가 있을지 모름.

원래 회사에서도 개인정보는 민감하니까 인사팀만 보게 될 수 있음.

물론 진짜 회사는 아니긴 한데 아무튼 ㅋㅋㅋ

이건 쥐놈이 현명한 거

이번 오디션에 솔직히 알 만한 스머들도 있겠지만 쌩 신인이나 하꼬도 있을 수 있음

왜냐?

지금 퍼지데이 합방 인원이 거의 2만이 넘는데 완전 미친 기회잖슴?

킹직히 오디션 합격만 하면 무조건 뜨거든 ㅋㅋㅋ

그런데 누가 지원하는지 공개가 된다?

트수들이 가만있겠음?

바로 ‘급이 안 맞는다’, ‘얘는 안 봐도 떨어지겠다’, ‘이 스펙으로 지원? 양심 ㅇㄷ?’ ㅇㅈㄹ 할 게 뻔하거든ㅋㅋㅋ

너는 안 그런다고? 뭐 어쩌라고? 너 혼자 방송 봄?

아 ㅋㅋ 그럼 공개만 하고 댓글 막음 되는데 왜 이럼?

머리가 있으면 그런 질문 안 나온다 ㅋㅋㅋㅋ

여기서 댓글 안달아도 바로 퍼가서 다른 커뮤에서 돌릴 게 뻔하지 ㅅㅂ ㅋㅋㅋㅋ

그래도 게시판 만든 이유가 뭐냐?

게시판에 보면 게시글 숫자 옆에 나오지?

이걸로 지원자 수가 바로 보이거든.

트수들한테는 이 정도 지원했다, 신청자한테는 경쟁률 보고 각 봐라.

딱 봐도 요런 의미자너 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우리 쥐놈이 방송 짬은 알아준다 이말이야]

[-쥐잘알 등판 무엇?]

[ㄴ쥐놈 부캐 로각좁]

[ㄴ아 ㅋㅋㅋ 본인이었냐고]

[ㄴ트최추 수듄ㅋㅋㅋㅋ]

[-이 게놈도 짬이 장난이 아닌데?]

[ㄴ딱 봐도 인터넷 망령일 듯?]

[ㄴ제에발 현실을 살아주세요!]

[ㄴ아 ㅋㅋ 횐님덜이 할 말은 아닌데 ㅋㅋㅋ]

한 회원이 대표로 정리한 글이 올라오자 의문은 금방 사라졌다. 대신 사람들은 지원자 숫자에 집중했다.

[지원자 여기만 받는 거 맞음?]

[지금까지 61명이면 좀 적지 않나?]

[생각보다 몰려오지는 않네]

[부담이 더 커서 그런 듯?]

방송 시간을 약 3시간 정도 앞둔 시점, 현재 지원자의 숫자는 61명이었다.

[아니 ㅋㅋ 61명도 많은 거지!]

[필터링 생각 안하냐고 ㅋㅋㅋ]

[킹직히 웬만한 스머들은 미리 팀 꾸렸음]

[이전 시즌 참가 팀은 연습 방송하더라]

[플래 이상에 바텀 포지션인 스머가 많지는 않지 ㅋㅋㅋㅋ]

적다면 적어 보이는 숫자였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퍼지데이 크루가 내세운 조건을 생각해 보면 이 인원도 많았다.

[마지막까지 각보다고 들어오는 사람들 있을 듯 ㅋㅋㅋ]

[한 80명쯤에서 마무리 되지 않겠음?]

[80:2면 경쟁률 센 거지 ㅋㅋㅋㅋ]

[킹치만 대박이라 생각하면 개꿀이구연]

[윗 게놈처럼 생각하고 몰려올 듯 ㅋㅋㅋ]

그렇게 방송시간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카페에서 멀어졌다.

본 방송을 위해 트라이 채널로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지금 MCK 방송 얼른 봐봐!]

한 회원이 다급하게 올린 글은 바로 주목받지 못했다.

일부 지원자 숫자를 확인하던 회원들만이 그 글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게시글을 클릭하기도 전에.

[속보) 엘리펀트 MCK에서 퍼플 언급!]

놓치기 힘든 제목의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이에 놀란 회원들은 바로 게시글을 클릭했다. 그 게시글의 내용은 달리 필요가 없다는 듯 하나의 클립만 첨부되어 있었다.

바로 ‘미스틱 리그 챔피언십 코리아’, MCK 개막전이 끝나고 진행된 ‘티어 원’의 인터뷰였다.

<자, 이번 승리의 주역이죠? 티어 원의 엘리펀트 선수 만나보겠습니다!>

대표로 나온 인터뷰 대상은 바로 엘리펀트. 정소윤 캐스터가 쾌활한 목소리로 그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네, 감사합니다.>

<엘리펀트 선수! 이번 개막전에서 정말 놀라운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저희 해설진은 물론이고 상대팀도 깜짝 놀랄 정도였는데요. 대체 무슨 비결이 있었는지 조금 밝혀 주실 수 있을까요?>

미리 예상한 질문이었을까.

엘리펀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간 제 기복이 심했던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그 문제의 해답을 찾았습니다.>

그 대답에 안 그래도 큰 정소윤의 눈이 더 크게 뜨였다. 현장 관람팬들의 웅성거림이 마이크에 들어갈 정도로 커졌다.

그러나 엘리펀트는 동요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경기를 보고 계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순간 웅성거림이 멎었다.

엘리펀트의 말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 조용해진 와중 모두의 이목이 그에게 쏠렸다.

<제게 큰 가르침을 주신 스트리머, 퍼플 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퍼플 님이요?!>

그 은인의 이름이 밝혀지자 정소윤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냈다.

<엘리펀트 선수, 퍼플 님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으셨나요?>

<아마 제 팬분들은 아시겠지만 우연히 인연이 닿았습니다. 게임 도중에 만나게 됐고, 제가 먼저 도움을 청했습니다.>

엘리펀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

<염치 불구 도움을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시간을 내주셨거든요. 그 시간과 도움, 헛되지 않도록 남은 경기도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아, 엘리펀트 선수가 이렇게 자신감 되찾은 모습이 정말 보기가 좋습니다! 인터뷰 해주신 엘리펀트 선수에게 다시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끝난 클립.

고작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영상이었지만 담긴 내용은 결코 적지 않았다.

[-헐? 엘리펀트면 첫날 만난 걔 아님?]

[ㄴ않이;;; 언제 만난 거냐고!]

[ㄴ무친ㅋㅋㅋ 이걸 큐튭각을 참는다고?]

[ㄴ와씨 ㅋㅋㅋ 진짜 순수하게 도와준 거?]

[ㄴ갓플 인성 뭔데에에에!]

[ㄴ블랙기업이라며! 블랙기업이라며!]

[ㄴ최상남자특) 도움이 필요한 사람 몰래 도와줌]

[-프로를 도와주는 아마추어가 이따?!]

[ㄴ이왜진?]

[ㄴ교수님 외부 강의 무엇?]

[ㄴ???: 네? 수강료 내야 되는 거 아니었어요?]

[ㄴ뉴턴좌 찐으로 억울할듯ㅋㅋ]

[-놀라운 건 갓플의 코칭이 프로한테도 도움이 됐다는 점임ㅋㅋㅋ]

[ㄴ퍼플 코인 안사는 흑우 없제?]

[ㄴ아 ㅋㅋ 프로라도 퍼플 코인은 못 참지!]

[ㄴ진짜 어디까지 떡상할 셈이냐구웃!]

[ㄴ???: 화성 갈끄니끄아!]

[ㄴ밀론 어스크냐고 ㅋㅋㅋ]

모두가 그가 숨겨온(?) 선행에 감탄과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이 일의 여파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뭐임? 지원자 게시판 왜 저럼?]

[엌ㅋㅋ 퍼플 코인 러쉬 시작됐네]

[간보던 개미들 장 마감 전에 몰려 오쥬?]

[와씨 ㅋㅋㅋ 200명 돌파 진심?]

[퍼켓팅 마감 10분 전!]

순식간에 지원자 숫자가 폭증하더니 그 수가 200명을 넘은 것이다.

퍼지데이, 퍼플과 함께한다는 일의 가치가 더욱 높아진 덕이었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