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 (주)퍼지데이 인턴 모집 (2)
자타공인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 웹진, 메타게이머.
게임계의 큰 이벤트는 물론 자잘한 이벤트도 놓치지 않기에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만큼 소속 기자들은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미스틱 리그는 가장 대중적인 게임이니만큼 MCK 현장에 기자들이 상주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최대한 빨리 전달해야 해!’
티어원의 개막전 우승 소감 인터뷰를 마치 속기사처럼 전부 받아 적어 정리한 기자는 즉시 본사에 기사를 송신했다.
그러나 그가 기사를 보낸 부처는 온라인게임만이 아니라 인플루언서 팀도 포함되어 있었다.
‘엘리펀트와 퍼플, 이게 핵심 키워드다!’
언론계에서는 속도도 중요하지만 정작 기사가 올라가도 보는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었다.
그것은 비단 일반 언론뿐만이 아니라 게임 웹진계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기존 웹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기사를 볼 테니, 보다 중요한 건 검색을 통한 외부 유입이었다.
“신 기자? 아직이야!?”
“거의 다 됐습니다!”
이어 기사를 받은 인플루언서 팀의 기자, 그중에서도 퍼플 전문 담당 기자인 신혜림은 빠르게 추가 내용을 첨부했다.
‘어쩜 이렇게 타이밍이 좋아?’
퍼지데이 크루 결성과 미스틱 리그 대회 참가를 위한 오디션에 대해 기사를 준비하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그 기사의 볼륨상 단독 기사로 쓰기에는 부족했기에 정리만 해두었는데,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았나.
“됐습니다!”
“오케이.”
팀장은 자기 사무실에서 기다리지 못했다. 그는 곧바로 신혜림이 작성한 기사를 훑고는 웃음 지었다.
“됐어, 바로 넘기자.”
“네!”
일사천리로 작성된 기사는 곧바로 메타게이머 메인 페이지에 올라갔다.
[정글을 쑥대밭으로 만든 코끼리, 그 ‘퍼펙트’한 복귀전!]
MCK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둔 티어 원의 게임 내용과 더불어 인터뷰 전문이 올라간 기사의 게재와 동시에 조회수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엘태식이 돌아왔구나!]
[ㄴ이게 코끼리지! 이게 정글 최강이지!]
[ㄴ개막전부터 ㅅㅂ 역대급 풀컨 갱신임 ㅋㅋㅋㅋㅋ]
[ㄴ5252! 쥐엔장! 믿고 있었다구웃!]
[ㄴ언젠가 슬럼프 극복할 줄 알았다ㅠ]
[-퍼플? 이건 누구임? 퍼지데이는 또 뭐고?]
[ㄴ갓플을 모른다고?]
[ㄴ퍼펙트 야미 못 들어봄? 퍼르잔은?]
[ㄴ아니, 현생에 너무 충실한 거아님?]
[ㄴ님 그거 현생 중독임 ㅋㅋㅋ]
[ㄴ진짜 이런 사람들 보면 안타깝다. 커뮤 좀 하고 살았으면…]
[ㄴ뭐래는 거야 이 미친놈들앜ㅋㅋㅋ]
[-갓플 대 엘리는 진짜 레전드긴 했음ㅋㅋㅋ]
[ㄴ진짜 그때 풀컨 회복하긴 했는데 그게 지금까지 유지된 거?]
[ㄴ그거 거의 1주일 되지 않았나?]
[ㄴ찐막증후군 재발 기간이 그렇게 길진 않은데;;]
[ㄴ혹시 어제 따로 만나서 게임한 건?]
[-우리 코끼리 고질병 어케 고침?]
[ㄴ아무튼 갓플은 한다니깐!]
[ㄴ속보) 전국수의사협회, ‘퍼플이 코끼리 난치병을 정복’, 명예 코끼리 전문의 자격 수여.]
[ㄴ뭔 수의사협회야 ㅅㅂㅋㅋㅋ]
[ㄴ코끼리 전문의 도랐냐곸ㅋㅋ]
티어 원의 팬들은 물론 기존 이경복의 팬들도 몰려들어 댓글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야잌ㅋ 뭔 스트리머가 프로를 가르치냐?]
[ㄴ증명하려면 댄디도 방문해서 가르쳐볼 것]
[ㄴ댄붕이니?]
[ㄴ바로 욕 박으려다가 대댓보고 개쪼갬ㅋㅋㅋㅋ]
[ㄴ않이;;; 우리 기원 다이아도 좀 도와줘요!]
[ㄴ아 ㅋㅋ 이건 퍼펙트-도핑 아니냐고!]
[ㄴ이게 진짜 헬퍼지 ㅋㅋㅋ]
[ㄴ아이고 아재요…]
[ㄴ언제 적 레전드 리그 핵이냐곸ㅋㅋ]
[-다른 기사에는 그냥 전문만 옮겼는데 여긴 오디션 소식까지 있네 ㅋㅋㅋ]
[ㄴ크으! 역시 메타겜 클라스]
[ㄴ메타겜도 실상 블랙기업 협력사자너~]
[ㄴ와씨 ㅋㅋㅋ 미친스머프 이번에 꼭 봐야겠네]
[ㄴ어차피 갓플 방송 보면 보게 됩니다만?]
이내 기사 마지막에 배치된 최근 퍼플의 행보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 * *
저녁, 퍼지데이 오디션 방송 시간이 다가왔다.
지놈과 이클립스는 시청자 숫자를 보고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3만……”
“미쳤네, 진짜.”
기존 2만대였던 시청자가 3만을 돌파했다. 고작 하루 만에 신규 시청자가 1만 명이나 유입된 것이었다.
“허, 추가 유입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예상 못 했는데.”
지놈은 몇 번이고 눈을 비비며 시청자 숫자를 확인했다.
오디션, 그것도 스트리머를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였으니 시청자 숫자는 기존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규모에 따라 그 숫자는 다르겠지만 지원한 스트리머의 팬들이 들어올 게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유입의 이유가 그것뿐만이 아님을, 오히려 그 영향은 사소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엘리펀트 선수랑은 또 언제 만났던 거야?”
지놈은 진짜 유입의 원인, 이경복을 돌아보며 물었다.
“아니, 뭐 대단한 걸 해 준 건 아닌데 거기서 얘기를 해 주시네.”
이경복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실제로 그가 엘리펀트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이었다.
“하여간 천재란 것들은……!”
“나름 놀랄 건 다 놀랐다고 생각했는데,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군요.”
그 대답에 두 사람은 웃으며 말했다. 이경복도 마주 미소 지으며 두 사람의 어깨를 두드렸다.
“사람들 좀 늘어났다고 위축된 건 아니지?”
“여기서 쫄면 스트리머 못 하지.”
“대화는 두 분이 주도하시니까요. 저는 부담이 적으니 괜찮습니다.”
그 대답에 이경복은 환하게 웃으며 가볍게 손뼉을 쳤다.
“좋아, 그럼 시작하자.”
예정된 방송시각이 되자 세 사람은 스튜디오로 나섰다.
-퍼지데이! 퍼지데이! 퍼지데이!
-겉으로 블랙기업이라면서 화이트 기업이었던 거냐구!
-다른 의미로 겉과 속이 달라버리고?
-절.대.해.명.해
-제 1회 블랙기업 주주 총회를 시자아아아아악! 하겠습니다아아아!
-방송시간 3부만큼 화났어!
-ㄹㅇㅋㅋ 오늘은 사죄의 의미로 3부까지 가야 됨
-뭘 잘못한 거냐곸ㅋㅋㅋㅋ
-아무튼 잘못함! 아무튼 방송 오래 해야 됨!
-아 ㅋㅋㅋ 빨리 썰 풀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안 그래도 북적거리던 채팅창이 그들이 등장하자 활화산처럼 솟구쳤다.
지놈이 능숙하게 앞으로 나와 손뼉을 치며 주의를 끌었다.
“크흠, 먼저 주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쉽게도 여러분의 믿음에 보답을 드리지 못한 것 같네요.”
그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졌다. 진짜로 사과를 하다니?
하지만 이내 이어지는 그의 말에 채팅창 분위기는 다시 바뀌었다.
“세간에는 저희 퍼지데이가 블랙기업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는 것 같은데. 이번, 저희 사장님의 선행이 밝혀지면서 그 소문이 오해였음이 밝혀졌습니다.”
지놈은 싱긋 웃으며 손바닥을 위로 하고 이경복을 가리켰다.
“저희가 악랄한 방식으로 성장하리라 기대했던 주주 여러분께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죠? 우리 사장님의 성품으로 인한 오너 리스크를 겪게 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이걸 우리 탓으로 돌려?
-아 ㅋㅋ 이형 시작부터 입질이넼ㅋㅋㅋ
-하여간 저놈의 입ㅋㅋㅋㅋㅋ
-이게 오너 리스크? 내가 아는 리스크는 대체?
-내가 리스크 역전 세계에 왔다 이말인가?
-무친ㅋㅋㅋ 블랙기업 사장이 착하면 오너 리스크냐곸ㅋㅋㅋ
채팅창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이에 이경복이 앞으로 나와 말문을 열었다.
“많은 분들이 이번 일에 대해 궁금해 하실 것 같네요. 이에 본 오디션에 앞서 잠깐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경복은 간단히 내막을 설명했다. 굳이 숨길 이유도 없었고 먼저 이야기를 한 건 엘리펀트 쪽이었기에 문제 될 것도 없었다.
다만 코칭 시간에 대한 것은 밝힐 필요가 없었기에 뺐다.
-옼ㅋㅋㅋ 진짜 백감독이랑 아는 사이였음?
-역시 지망생 시절에 알고 있었던 거네 ㅋㅋㅋ
-티어 원 합숙소 방문까지?
-공식 영상 보니까 시설 개 좋던데 ㅋㅋㅋ
-와…… 개부럽다 진짜 ㅠ
-어? 그러면 엘리펀트는 갓플 얼굴 본 거네?
-뭐예요! 우리도 보여줘요!
이내 채팅창에 얼굴 공개에 대한 여론이 나오자 지놈은 즉시 나서려 했다.
그러나 그가 나서기도 전에 이경복의 입이 열렸다.
“아, 그리고 마지막에 백 감독님이 지금이라도 프로게이머 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셨거든요.”
-헐?
-갓플 프로씬 데뷔각?
-킹직히 실력으로 보면 당장 가도 1군임 ㅋㅋㅋㅋ
-안 돼! 가지마! 방송해줘!
-않이;;; 앞으로 할 게임이 얼마나 많은데!
-프로씬 안 갈 때까지 숨 쉽니다!
-야잌ㅋㅋ 아무 노력도 안 한다는 거냐곸ㅋㅋㅋ
지놈은 이경복을 보며 눈에 이채를 띠었다.
‘벌써 트수들 다루는 법에 능숙해졌네.’
불편한 주제에 대해 굳이 언급하기보다는 더 큰 화제를 꺼내 주의를 돌렸다.
그 흐름이 너무 자연스러워 ‘막아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 역시 따라갔을 터였다.
‘얘가 이제 방송 3개월 차가 된다는 게 신기하네.’
지놈이 새삼 그 재능에 감탄하는 사이 이경복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음, 저랑 같이 지망생이었던 친구들 중에 잘 된 친구들도 좀 있긴 해서 고민이 되긴 했습니다.”
-오?
-현직 프로게이머 중에 인맥이 더 이따!?
-그래도 가지마잉!
-세계선이…… 바뀌려고 하고 있어!?
-세계선 뭔뎈ㅋㅋㅋㅋ
이경복은 슬쩍 시간을 확인하고 이내 손사래를 쳤다. 지원자들이 기다릴 테니 적당히 이야기를 끊을 때였다.
“걱정 마세요. 바로 거절했습니다. 제가 있을 자리는 바로 여기니까요.”
-그걸 바로 거절했다고?
-바보! 퍼청자만 생각하는 이 바보!
-그저 완벽! 그저 유일! 그저 빛빛!
-인성과 실력, 개쩌는 목소리까지 가진 이 남자… 그러나 신천강씨 41대손인 나, 강윤진은 갖지 못했지.
-광기의 트순이 ㅎㄷㄷ
-님을 왜 가지냐구욬ㅋㅋㅋㅋ
그렇게 해명(?)을 마친 이경복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아무튼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야겠네요. 지 사원?”
“예!”
지놈은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와 함께 팬카페의 지원게시판이 화면에 나타났다.
“이번 인턴에 지원해 주신 분들은 총 247명이었습니다.”
이에 시청자들이 놀라기도 전에 게시글이 속속들이 지워지기 시작했다.
“이에 예상보다 더 서류 탈락의 비율을 늘려야 했습니다. 물론 합당한 이유가 있었죠.”
지놈은 헛기침과 함께 모자이크가 된 글 하나를 띄웠다.
“지원 최소 티어는 플래티넘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물론 이번 시즌이라고 명시한 건 아니긴 하지만 전 시즌도 아니고 전전시즌의 티어를 첨부하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않잌ㅋㅋㅋ 전전시즌 뭔데
-ㄹㅇㅋㅋ 이건 좀 에바지
-부랴부랴 낸 거구만ㅋㅋㅋ
-미스틱 메타가 얼마나 자주 바뀌는데 ㅅㅂㅋㅋㅋㅋㅋ
-이건 무적권 컷해야지!
평소 미스틱 리그를 즐기지 않았거나 최근 실력이 저조한 사람이 분명했다.
일단 붙어야 한다는 마음에 옛 기록을 꺼내온 게 분명했다.
“더불어 저희가 요청 드린 조건이 또 있었죠? 바로 방송 감각입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30초에서 1분 사이 정도로 자신의 방송 클립을 녹화해서 첨부해달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지놈은 다음으로 영상을 보여 주었다. 특정을 방지하기 위해 목소리 변조가 된 영상들이었다.
-?
-뭐야?
-순간 오디오 고장난 줄 ㅋㅋㅋ
-않이;;; 얼마나 신입인 거냐고!
첫 영상은 게임 외에는 달리 목소리가 나지 않았다. 시청자가 거의 없는 신입 스트리머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영상 클립에서는 시청자들도 웃지 못했다.
<아! 이걸 호응을 안 해 주네? 저 쌍삐-!>
<오씨! 바로 잡았죠? 이 개삐-! 내가 딱 대라고 했지?!>
<이걸 내 탓을 한다고? 와 진짜 현지인 씨삐-!>
오디오는 채워졌지만 그 내용에 욕설이 뒤섞인 클립이었다. 뒤에 음절은 경고음으로 대처했지만 내용은 유추하기에는 충분했다.
-거기서 욕을 박아버리시면;;;
-아니;; 보통 가장 잘 뽑은 베스트 클립을 보내주는 게 상식 아님?
-ㄹㅇㅋㅋ 평소에 욕을 얼마나 많이 하면ㅋㅋㅋㅋ
-저게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ㅋㅋㅋㅋ
-킹직히 욕은 할 수 있는데 ㅋㅋ 퍼지데이랑은 완전 안 맞네
개인방송인 만큼 욕설은 어느 정도 허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경복은 물론 지놈과 이클립스 모두 방송에서 욕을 하지 않았다.
“이런 사례에 해당하는 분들은 아쉽게도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시게 되었습니다. 그 외 다른 이유로 심사를 거친 결과!”
지놈은 바로 자료들을 치우고 홀로그램을 띄웠다.
[총 지원자 : 247명]
[서류 통과자]
[원딜 : 50명] [서포터 : 50명]
[(듀오 지원 : 27팀)]
문구와 함께 통과한 100인의 로고가 주르륵 나열되었다.
“듀오로 지원해 주신 27팀, 총 54명은 협력 측면에서 유리하겠죠? 하지만 그만큼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둘 중 하나라도 탈락이라 판단되면 같이 떨어진다는 사실!”
이내 지놈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 모든 자료를 치우고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서류 심사에 통과하신 지원자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지금부터 실기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아니;;; 왜케 본격적이에요!
-아 ㅋㅋ 쥐놈이 이런 건 또 잘한다니깐!
-역시 방송 짬 어디 안 가쥬?
-진짜 입사 시험인줄 ㅋㅋㅋㅋㅋ
-서류 탈락? 으윽… 머리가……!
-현실 대입 멈춰!
이내 전환된 화면은 미스틱 리그의 전장을 비추고 있었다.
-어? 이클 님이네?
-않이;; 언제 접속한 거
-연습모드로 심사하나보네
-이클 님이 심사 보나?
-엥? 이클 님은 탑 라이너잖슴?
바텀 라인에 선 이클립스는 갑옷을 입긴 했지만 챔피언, 가이엔의 모습은 아니었다.
이윽고 맞은편에 첫 시험대에 오른 두 사람이 나타났다.
“지금부터 기사단 가입 시험을 시작하겠소!”
이클립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내 챔피언인 가이엔을 선택하고 검을 쥐었다.
“두 지원자는 협력하여 본인을 쓰러뜨려야 할 것이오! 그 피해 정도에 따라 순위가 결정될 것이외다!”
그 말에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솟아났다.
-원딜러도 아니고 가이엔으로?
-이러면 너무 쉽지 않나?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이게 테스트가 되나?
하지만 그 의문은 금방 사라졌다.
“시작하시오!”
이클립스의 선언과 함께 공방이 시작됐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예상과 달리 바텀 듀오는 당혹스러움을 숨길 수 없었다.
“아니……!”
“이게 뭔!?”
그들이 발사한 투사체들은 정확히 이클립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의 체력은 미동도 없었다.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투사체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이클립스가 검으로 모두 튕겨낸 덕이었다.
-무친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이렇게 막아버린다고?
-엌ㅋㅋㅋ 이클 님 거그에서도 총알 튕겨냈자너
-와 맞네 ㅋㅋㅋ
-계속 탑 라인만 봐서 깜빡했네 ㅋㅋㅋㅋ
원딜러라도 이클립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가 탑 라인에서 근접전만 펼쳤기에 잊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이러면 스킬 조합으로 승부하라는 거네
-ㅇㅇ CC기로 묶는 게 관건일 듯
-아 ㅋㅋ 절대로 쉽게 안 맞아주지
-이거 진짜 듀오 합이 중요할 듯 ㅋㅋㅋ
-의외로 정상적인 테스트였고?
채팅 반응을 살핀 지놈은 슬쩍 시간을 확인하고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에이, 이게 시험의 전부겠어? 아무리 인턴이라지만 여기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데가 아니거든?”
그 말에 시청자들이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이었다. 그들은 직접 그 이유를 목격할 수 있었다.
“차라리 양각을 노리……”
“어? 어어어어!”
지원자 둘이 이클립스를 잡기 위해 열띤 대화를 나누는 와중이었다.
서포터가 발작하듯 소리를 높이자 원딜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윽고 서포터의 머리 위로 깃발 하나가 떨어졌다.
“어?”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일까.
그러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곧이어 창 하나가 뒤따라 떨어졌다.
“흠, 아쉽게 됐네요.”
이윽고 그 뒤에서 나타난 건 다름 아닌 바르잔, 이경복이었다.
바텀 듀오가 이에 경악하기 전에 잔상이 그들과 추돌했다.
-형이 거기서 왜 나와?
-언제 간 거냐구웃!
-아 ㅋㅋ 쥐놈이 갑자기 왜 반말하나 했네
-사장님 떠나니까 바로 태도 불량이쥬?
-엌ㅋㅋ 전혀 몰랐다는 표정인데?
-아니, 근데 진짜 어떻게 나온 거?
시청자들은 웃음과 더불어 의문을 표했다. 연습모드라고 해도 게임에 들어온 플레이어는 표기가 될 터, 이경복의 존재를 모를 수가 없었다.
“지원자들은 갱킹에 대해 아예 몰라. 사장님은 옵저버로 들어가셨거든.”
그 의문을 읽어낸 지놈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갱킹 각 나오면 설정을 바꾸어서 바로 쓱싹! 그러면 게임 끝이지.”
-엌ㅋㅋ 이거 딜량이 아니라 상황대처 보는 거였누
-몰래 온 사장님 ㅎㄷㄷ
-아! 너무 무섭다!
-시험 항목을 숨기는 기업이 이따?!
-이런 거 보면 블랙기업은 블랙기업이고 ㅋㅋㅋㅋ
-어쩐지 100명은 너무 많다 싶었는뎈ㅋㅋㅋ
-팀당 1분으로 잡으면 50분이면 끝날 듯 ㅋㅋㅋㅋ
-갓플 갱킹을 버틸 수 있는 인재가 있다고?
-서바이벌 오디션(진짜임)
-이건 찐으로 생존이잖앜ㅋㅋ
채팅창이 요동치자 지놈은 웃음을 흘렸다.
“당연히 살아남을 수는 없지. 어디까지나 순간 반응속도나 어떻게 대처 하나 보는 거고. 사장님 눈이라면 옥석 가리는 거야 어렵지 않겠지.”
이 방법은 이경복이 제안했다. 이클립스가 주의를 끌고 기습으로 임기응변 능력을 파악했다.
퍼지데이 팀에는 상대를 잘 ‘처리’하는 사람보다 상대에게 잘 ‘안 죽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님은 옥이에요 석이에요?
-옥석은 무슨 ㅋㅋㅋ 그냥 추임
-그냥 추는 뭔뎈ㅋㅋㅋㅋㅋ
-아아, 그게 바로 추놈이니까(끄덕)
-ㄹㅇㅋㅋ 쥐놈이 저 자리 있었으면 광탈이지
-바로 이클 님한테 붙었을 듯 ㅋㅋㅋ
이내 시청자들이 그를 놀리려 하자 지놈은 당당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억울하면 특채로 들어오든가?”
-야잌ㅋㅋㅋ 특채는 뭔뎈ㅋㅋㅋ
-5252! 어디까지 추해질 셈이냐구웃!
-사장님이 이걸 봐야 되는데!
-사장님과 대리님이 일하는데 조동아리를 터는 사원이 이따!?
-리얼 폐급이자넠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이내 즐거워하며 다시 시험에 주의를 돌렸다.
순식간에 두 사람이 사망하고 다음 지원자가 들어왔다. 이경복은 그들이 바텀 라인으로 오는 사이 다시 부쉬에 숨었다.
시청자들은 이내 기대심을 내비쳤다.
이 시험에서 통과한다는 건.
-와ㅋㅋ 그래도 통과만 하면 이득이긴 할 듯
-ㄹㅇㅋㅋ 갓플이 인정했다는 거자너
-킹직히 그거만으로도 시청자 확보 쌉가능일 듯
-슈퍼 루키 나오나?
모두가 인정하는 천재.
이경복이 가능성을 느꼈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