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 (주)퍼지데이 인턴 모집 (3)
오디션에 지원한 사람들은 제각기 로비에 접속해 있었다. 듀오로 신청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혼자서 지원한 사람들도 무작위로 팀을 맺고 대기 중이었다.
스트리머, ‘하투킬’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젠장, 내가 어쩌다가 이런 대접을……’
하투킬, ‘하우 투 킬’(How to Kill)을 줄여서 만든 이름대로 그는 게임 공략 방송을 진행하는 스트리머였다.
나름 뛰어난 피지컬과 게임 센스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공략법을 개발, 그 콘텐츠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 결과 큐튜브 구독자 20만에 달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 기세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이대로는 그냥 퇴물이 될 뿐이야.’
예상보다 슬럼프는 빨리 찾아왔다. 독창적인 공략법을 개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게임이라도 비슷한 공략법을 선보이면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갈수록 공략을 찾기 위한 연구 기간이 길어졌다.
당연하게도 방송과 큐튜브 영상 업로드 간격도 더욱 늘어났다. 채널은 꾸준히 성장은 했지만 그 속도가 느려지는 건 필연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염병, 운도 더럽게 없지.’
하투킬은 그 문제의 원인이 자신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야! 영상 조회수가 왜 이래? 편집 이따위로 할 거야?’
비슷한 공략법을 재탕해서 조회수가 줄었지만 오히려 그 이유를 편집자의 잘못으로 몰았다.
‘아니, 방송 나만 하냐? 방송 잘 되면 나만 좋냐고? 어?! 좀 쓸 만한 아이디어 좀 내봐!’
기존 계약에는 없던 아이디어 회의를 강요했으며 기껏 제안해도 무시하고 불평뿐이었다.
‘먹방, 술방, 야방이든 뭐라도 업로드 해야 할 거 아냐! 알고리듬은 개뿔, 다른 큐튜버들은 잘만 하는데? 너 진짜 편집자 맞냐?’
큐튜브 알고리듬이 무너진다며 편집자가 극구 말렸지만 그는 다른 콘텐츠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런 영상들은 신규 유입은커녕 기다려주는 고정 팬층마저도 실망을 시켰다.
‘돈? 야 너 이씹…… 지금 채널 상황 너도 잘 알잖아? 그런데 지금 돈 달라는 말이 나와?’
결국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아니, 내가 안 주고 싶어서 안 주냐? 수익이 좀 나와야 주지! 꼴랑 2달 밀린 거 가지고 생색 존나 내네.’
기존 편집자는 밀린 대금을 요구했고 언쟁이 오갔다.
‘뭐? 씨발? 너 지금 씨발이라 그랬냐? 아, 이 개새끼가 진짜. 너 아니면 편집할 사람 없는 줄 알아?’
그 끝은 좋게 끝날 수가 없었다. 하투킬은 기존 편집자와 금전 관계를 정리하고 새 편집자를 구했다.
그보다 더 능력은 떨어지고 싼값에 막 굴리기 좋은, 업계 신입이었다.
그나마 올라오던 영상의 질마저 떨어지니 성장세는 멈추다 못해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병훈, 그 새끼만 아니었어도 이런 데에서 비굴하게 대기나 타고 있지는 않을 텐데.’
여전히 그는 자신이 문제라 생각하지 않았다. 최병훈이 조금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더라면, 최병훈이 조금 더 버텼더라면, 최병훈이 밀린 대금을 받지 않았더라면 등등.
그는 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남을 탓하기로 했다.
‘나도 퍼플처럼 좋은 편집자가 붙었으면 달랐을 텐데.’
하투킬은 설마하니 퍼플의 편집자가 자신의 전 편집자, 최병훈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편집스타일이 비슷해도 애당초 영상 소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실력 자체가 다른 덕이었다.
‘그래도 이번에 붙으면 역전이 가능해. 나도 퍼플 코인 타면 금방 회복이지.’
그는 제 얼굴을 매만지며 표정을 관리했다.
‘대충 옆에서 분위기만 맞춰주면 시청자들 돈 빨아먹는 거야 일도 아니니까.’
방송에서의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른 건 대부분의 스트리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하투킬은 그 두 가지 모습이 완전히 달랐다.
‘이딴 하꼬랑 같이 서는 게 모양빠지긴 하지만……’
그는 같은 팀으로 배정된 서포터를 슬쩍 훑었다. 이름 한번 들어보지 못한 신입이었고, 잔뜩 기합이 들어간 것 같았다.
하투킬의 입이 슬며시 호선을 그렸다.
‘이게 또 이미지 만들기는 좋지.’
그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서포터에게 말을 걸었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네요.”
“네? 아, 네네. 정말 그러네요.”
“이왕 같은 팀 됐는데, 같이 붙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덕담을 건네니 서포터도 웃으며 말했다.
간단히 서로를 소개하니 상대가 눈을 크게 떴다.
“와? 20만이요?”
“조회수는 그보다는 좀 못 미치긴 하죠. 아, 이것도 인연인데 나중에 합방이라도 같이해요.”
“하, 합방을요?”
서포터의 눈이 크게 뜨이자 하투킬은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어이구 좋단다, 븅신.’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건 속마음과는 전혀 다른 말이었다.
“네. 저도 경험해 봐서 아는데, 방송 초기에는 사람 모으는 게 진짜 힘들잖아요.”
“아…… 진짜 힘들더라고요.”
“그쵸? 그래서 늘 생각했어요. 나중에 나도 좀 사정이 나아지면 재능 있는 분들, 그런데 기회가 없는 분들 꼭 도와주자고요.”
그 말에 서포터의 눈이 빛났다.
‘대기하는 건 방송 안 해서 좋네.’
이 약속을 지킬 생각은 없었다.
이런 신입이랑 어울려서 얻을 이득은 없었다. 증거가 없으니 나중에 약속 운운해도 모른 척하면 그뿐이었다.
“그래도 베스트는 이번에 합격하는 거 아니겠어요?”
“네네. 그렇죠.”
“그래서 하는 말인데…… 사실 서포터시니까 아시겠지만 서포터 딜이 그렇게 효율적이지는 않잖아요?”
“그건 그렇죠.”
“제 말이 그거에요. 이게 또 팀 평가잖아요?”
“아, 네네.”
팀 평가라는 말은 없었지만 상대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원딜러와 서포터의 역할을 명확하게 보여 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유틸폿으로. 아, 유틸폿 하실 줄 아시죠?”
“네? 아, 주력은 아닌데……”
“주력 아니어도 괜찮아요. 제 오더에 따라서 스킬만 써 주시면 됩니다. 스킬만 쓰는 건 오히려 쉽잖아요?”
“음…… 네, 알겠습니다.”
그 대답에 하투킬은 처음으로 진심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부각되는 건 나다.’
다만 그 진심은 상대가 아닌 오직 자신만을 위한 것이었다.
[‘이클립스’님이 연습모드에 초대하셨습니다.]
때마침 차례가 돌아왔다.
하투킬과 서포터는 초대를 수락하고 전장에 진입했다.
“방송 중이라는 거 잊지 마시고.”
“아, 네네……!”
두 사람은 각자 챔피언을 선택하고 바텀라인으로 향했다. 안내 받은 것과 같이 이클립스가 맞은편에 서 있었다.
이윽고 시작된 테스트.
‘미친……! 뭐 이딴 인간이 다 있어?!’
하투킬은 자신 있게 공격을 개시했지만 이클립스의 체력 바는 미동도 없었다.
서포터의 지원까지 받았건만 그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부각이 되긴 하는데 못난 모습이 부각되고 있었다. 이래서야 오히려 탈락 위기인 건 자신이었다.
이에 그는 전략을 수정했다.
“서폿님! 뭐하세요?!”
“네?”
“스킬만 쓰시지 마시고 평타도 좀 치셔야죠! 양각을 노려봅시다!”
자신이 못 하는 게 아니라 서포터가 호응을 안 해 준다는 걸 어필했다.
처음 합의와 다른 말에 서포터는 황당해했다.
“네? 아까 로비에서는……”
“긴장하신 거 아는데! 포기 말고 더 힘내보죠!”
하투킬은 재빨리 말을 끊었다. 더불어 남 탓을 하는 게 아니라 격려처럼 보이도록 멘트까지 쳤다.
“어, 죄송합니다……”
긴가민가한 표정의 서포터가 앞으로 나선 순간이었다.
하늘에서 깃발 하나가 떨어졌다.
“억!”
“뭐……?!”
이전 테스트와 다르게 그 깃발은 서포터가 아니라 하투킬에게 떨어졌다.
이어 연달아 날아든 창과 함께 이경복이 그 옆에 나타났다.
“퍼플?”
하투킬은 전혀 예상치 못한 갱킹에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무엇보다도 그 앞에 선 이경복의 표정이 무척이나 냉담했다.
이어 잔상과 충돌하며 떠오른 하투킬.
“수고하셨습니다.”
그 아래에서 무미건조한 목소리와 함께 창격이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시야가 회색빛으로 바뀌며 장소가 본진으로 바뀌었다.
[>수고하셨습니다. 퇴장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어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
“아니, 이게 무슨……?”
하투킬은 눈이 동그랗게 변해 빠르게 메시지에 답장을 보냈다.
[>갱킹은 얘기가 없었잖아요?]
[>그리고 서포터 분이 너무 신인이셔서 제대로 플레이를 못 했습니다.]
예고 없는 갱킹과 서포터 차이를 어필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장은 그 기대와 달랐다.
[>다음 지원자분들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부득이 강퇴하는 점 이해 바랍니다.]
매니저, 박주호의 답장과 함께.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해당 게임에 재진입이 불가능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그를 반겼다.
하투킬은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게 말이 되냐고오오오오!”
그는 울분을 터트리며 게임을 꺼버렸다.
* * *
“고생하셨습니다.”
이경복은 인사와 함께 서포터마저 정리를 마쳤다.
‘뭔가 좀 달라졌을까 싶었는데……’
그는 하투킬의 오디션 참가를 이미 알고 있었다. 처음 최병훈이 그와 계약할 때 둘의 궁합을 가늠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더 불쾌해졌네.’
그가 등장했을 때부터 지독한 악취가 풍겼다. 특히 서포터에게 무어라 종용할 때 느껴진 그 냄새는 도저히 참기 힘든 수준이었다.
-갓플이 이렇게 빨리 끝내는 거 첨 봄 ㅋㅋㅋㅋ
-킹직히 개 못하긴 했음 ㅋㅋㅋ
-찾아보니까 구독자 20만이나 되네?
-근데 조회수가 8천 대임 ㅋㅋ
-은근히 서폿 탓 하는 거 나만 느낌?
-ㅇㅇ 나도 좀 삘 왔음
-하지만 갓플이 바로 컷!
시청자들은 그의 탈락을 반겼다. 제 딴에는 아닌 척했지만 남 탓하는 게 느껴진 덕이었다.
이경복이 다시 자리를 찾는 사이 새로운 지원자들이 도착했다.
-오? 스컬킴?
-무친ㅋㅋㅋ 박잡초랑 듀오 맺고왔네
-와 ㅋㅋㅋ 이건 좀 기대할만하다
-이 사람들 유명함?
-난 첨 들어보는데?
이경복도 두 사람을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지놈 형이 말했던 사람들이네.’
스트리머 ‘스컬킴’과 ‘박잡초’는 본래 지놈이 영입하려고 했던 사람들이었다.
스컬킴은 그와 같은 소속사였고, 박잡초는 소속사가 없지만 스컬킴과 친분이 있었다.
-헐? 골초 조합 모름?
-그뭔씹?
-킹직히 모를 수도 있지ㅋㅋㅋㅋ
-아직 구독자 5만이다 이말이야
-그래도 둘 합방 재밌긴 함ㅋㅋㅋ
-웃긴 건 둘 다 비흡연자라는겈ㅋㅋㅋ
시청자들의 긍정적 평가와 마찬가지로 이경복도 그들에게서 좋은 기운을 감지해냈다.
‘역시 형이 안목이 좋긴 하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가산점이 붙지는 않았다.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만큼 두 사람이 능력을 입증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다.
이윽고 테스트가 시작됐다.
“준비됐지? 초?”
“물론이지. 골!”
잔뜩 얼어있던 다른 지원자들과 달리 두 사람은 여유롭게 멘트를 던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컬킴은 능숙하게 쌍권총을 들고 이클립스를 향해 사격을 개시했다.
“오.”
이경복은 낮은 탄사를 흘렸다.
이제껏 제자리에서 투사체를 막아내던 이클립스가 몇 걸음 움직일 정도로 조준점의 연계가 좋았다.
‘이건 탄환이 적중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노린 거야. 감독관에 대해 조사를 해왔다는 뜻이겠지.’
이경복과 이클립스 모두 탄환을 쳐낼 정도의 실력자였다. 그 사실에 대비해 연습을 해왔음이 분명했다.
이윽고 박잡초가 미리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이클립스가 물러난 장소에 둔화 효과가 있는 범위 스킬을 발동했다.
-555555!
-와씨 연계 뭔데 ㅋㅋㅋㅋ
-이클 님 피 까진 거 처음 아님?
-ㅁㅊㄷㅁㅊㅇ
순간 느려진 속도에 이클립스의 대응 또한 한 박자 늦었다. 이를 놓치지 않고 스컬킴의 탄환이 그에게 닿았다.
하지만 이클립스는 이내 그 느려진 속도에 마저 적응했기에 추가 피해는 없었다.
그럼에도 모두가 깊은 인상을 받았다. ‘0과 1’은 ‘무(無)와 유(有)’의 차이를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였다.
“과연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가 됩니다.”
이경복은 그리 말하고 깃발을 잡았다.
-퍼펙트 갱킹 ON!
-지금 완전 안일해졌을 듯 ㅋㅋ
-ㄹㅇㅋㅋ 공격 성공해서 마음 완전 풀어졌자너
-오히려 대응이 빡세져버리쥬?
-골초: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시청자들은 우려와 기대가 반반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경복은 깃발을 던지자마자 미소를 지었다.
‘오?’
신기가 수집해 온 정보가 스컬킴의 대응을 예측한 덕이었다.
“골!”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깃발을 발견한 박잡초가 짧게 외쳤다.
다른 상황 설명은 없었다. 그러나 그 부름 하나에 스컬킴은 바로 반응했다.
돌아선 그는 총구를 겨누며 방아쇠를 당겼다. 연이은 총성과 함께 탄환이 위로 쏘아졌다.
놀랍게도 그중 하나가 깃대를 맞추며 궤도가 틀어졌다.
훌륭한 반사 속도와 명중률이었다. 시청자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이유는 지원자의 실력 때문이 아니었다.
-???
-뭐야?
-저걸 어케 맞춤?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설마 스컬킴 대응이 성공할 줄 알았다는 거?
-그 짧은 시간에 실력을 전부 파악해버렸다?
-와씨 ㅋㅋ 찢었다
궤도가 틀어진 깃발은 박잡초의 옆에 떨어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뒤를 따라오는 창은 정확히 깃발에 적중했다.
“실력이 좋으시네요.”
그와 함께 이동한 이경복의 단평.
“뭐……?”
“어떻게?”
스컬킴과 박잡초는 기겁했다.
그들은 당연히 창이 빗나갈 거라 예상하고 부쉬 쪽을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공격을 맞은 건 이경복이 아니라 그 잔상이었다.
“이런!”
날아드는 잔상을 본 박잡초가 다급히 몸을 던졌다.
스컬킴은 그 충돌에 밀려나 잔상의 궤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저걸 구해?
-살신성인을 하는 서폿이 이따?!
-아 ㅋㅋ 이게 서포터지!
-???: 마! 서퍼터지!
-서퍼터짘ㅋㅋㅋ미쳤냐곸ㅋㅋㅋ
그 결과 떠오른 건 박잡초 하나뿐이었다. 이경복은 그 대응에 흡족해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박잡초를 향해 빠르게 창격을 날렸다.
“와!”
-WA!
-스컬킴 찐으로 무서운 거 같은데?
-???: 난 여기서 빠져나가야겠어!
-???: 앙대잖아?
-???: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을 느꼈지
-근데 진짜로 조짐 ㅋㅋㅋㅋ
-그 조짐이었냐고 ㅋㅋㅋㅋ
스컬킴은 놀라 외치면서도 다급히 타워 쪽으로 몸을 빼냈다. 그냥 도망치는 게 아니라 이경복을 향해 견제사격을 가했다.
“좋은 판단이네요.”
하지만 그 공격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경복이 가볍게 창대를 돌리자 쇳소리와 함께 불똥이 여러 번 튀었다.
그 대응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졌다. 이경복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스컬킴을 뒤쫓았다.
“으어어! 오지 마세요!”
-스컬킴 벌칙 수행중임?
-아니 ㅋㅋㅋ 이거 곰보겜이었냐곸ㅋㅋㅋ
-오지ㅋㅋㅋㅋ마세욬ㅋㅋㅋㅋ
-상대팀한테 왜 부탁을 하냐고 ㅋㅋㅋㅋ
-무친ㅋㅋ 개웃기넼ㅋㅋ
스컬킴은 타워 옆에 서서 그를 향해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타워와 같이 공격하면 이경복이 물러나리라 판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센스가 좋아.’
이경복은 타워의 포탄을 피해내며 날아드는 탄환을 쳐냈다. 그가 피할 것을 예상하고 퇴로에 미리 사격을 개시해 둔 것이었다.
하지만 스컬킴은 이경복이 그것마저 예측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우와.”
그 앞에 도착한 이경복을 보며 스컬킴은 순수하게 탄사를 터트렸다. 이경복은 마주 웃으며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 마저 처치한 이경복은 복귀하며 웃음 지었다.
“지금까지 지원자 중에 가장 좋은 플레이였습니다.”
-ㄹㅇㅋㅋ
-갓플 갱킹 맞고 가장 오래 버티지 않았음?
-골초가 잘하긴 하네 ㅋㅋㅋ
-이거 보다 더 잘하는 사람 나오려나?
-안 나오지 싶은데 ㅋㅋㅋ
-킹직히 갓플이 좋았다고 할 정도면 끝난 거지
시청자들 모두 동감하면서 이번 오디션의 결과를 직감했다.
실력이 부족하다고 다른 꼼수나 잔꾀를 부리는 사람들과 달리.
-골초 조합 뜰 줄 알았다
-ㄹㅇㅋㅋ 지원할 때부터 감이 왔음
-역시 될놈될이라니깐!
진짜는 언제나 드러나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