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82화 (182/491)

182화 - 검머외 말고 금머한 (1)

이경복, 스트리머 퍼플의 인기가 늘어날수록 같이 증가되는 게 있었는데.

[퍼청자 기본 소양 ‘퍼펙트-드립’ 연구소 (999+명)]

[고독한 퍼펙트플레이 (999+명)]

[퍼펙트 챌린지 공략&인증 (999+명)

그것은 바로 오픈채팅방이었다.

팬페이지와 팬카페에서도 시청자들끼리 소통할 수 있지만 이경복도 그 내용을 볼 수 있었다.

반면 오픈채팅방은 익명이 보장되며 시청자들끼리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한 오픈채팅방 중에서도 유독 규모가 작고 성격이 다른 하나가 있었다.

[팀 퍼펙트 통번역 지원자 발표 대기방 (31명)]

시청자를 넘어 이경복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에 도전한 사람들이 모인 방이었다.

원래는 서로의 스펙과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지만.

[>퍼지데이 오디션 진짜 개꿀잼이네욬ㅋㅋㅋㅋ]

[>골초 조합 진짜 실력 괜찮던데 ㅎㅎ]

[>역시 갓플이 고른 스머 답죠ㅋㅋㅋ]

[>아 ㅠㅠ 저는 라방으로 못 봄]

[>아이고…]

[>근데 이거 진짜 풀영상으로 보셔야 됨]

[>의도치 않게 스포를 ㅎㄷㄷ]

[>아 ㅋㅋ 그건 괜찮아요! 이미 커뮤에서 결과는 다 봐서ㅋㅋㅋ]

실상 방송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더 많았다. 번역가 지원에 관한 정보가 극히 제한된 덕이었다.

[>우리 방 사람들도 골초 조합처럼 합격되기를!]

[>저는 좋은 기운 받으려고 스컬킴이랑 박잡초님 구독함ㅋㅋㅋ]

[>아 근데 퍼청자님들 너무 스펙ㄷㄷ해서;;]

[>진짜 ㅋㅋㅋ 여기 방만 봐도 스펙이 엄청나심]

[>번역가마저 퍼펙트 해버렸다!]

그리 지원자들이 담소를 나누는 와중이었다.

[>헐?]

[>메일! 메일 왔어요!]

[>오! 합격 메일!]

[>이거 진짜예요? 매니저님이 보내신 거?]

[>5555! 축하드려요!]

[>와씨! 나도 왔다!]

[>지금 메일 체크 해 보세요!]

매니저, 박주호가 보낸 면접 일정 안내 메일이 도착했다는 소식과 더불어 채팅창이 순간 멈추었다.

[>와! 면접 합격ㅠㅠㅠㅠ]

[>축하축하추!]

[>전 안 왔는데 ㅠㅠㅠ]

[>메일 받으신 분들 혹시 수신 시간 다 같나요?]

[>지금 안 도착하셨으면 아마도……]

[>워낙 경쟁이 쟁쟁해서 ㅎㄷㄷ]

[>합격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잠시 후 채팅이 홍수처럼 불어났고 희비가 교차했다.

그러나 탈락자들은 고배를 마셨음에도 합격자들을 축하해주었다.

[>아…… 진짜 너무 부럽다]

[>합격하신 분들, 혹시 그거 나와 있나요? 갓플님도 면접에 참가하는지?]

[>헐? 매니저님만 보는 거 아니에요?]

[>어… 따로 그런 말은 안 나와 있는데요?]

[>혹시 진짜 갓플님 볼 수 있는 거?]

[>ㅁㅊㄷㅁㅊㅇ]

[>와 ㅋㅋㅋ 현실 조공 찬스!]

[>혹시 진짜 얼굴 볼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면접 일시랑 장소 좀 공유해 주시면 안될까요?]

면접장에 퍼플이 직접 오지 않을까.

그리 흥분한 사람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시끌벅적 고양이님을 내보내셨습니다.]

[초롱초롱 강아지님을 내보내셨습니다.]

[기뻐하는 두더쥐님을 내보내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채팅방 관리자가 사람들을 퇴장시키기 시작했다.

[>????]

[>방장님?]

[>선 넘는 질문해서 그런 듯 ㅋㅋㅋ]

[>근데 장소는 면접 당일 공개라서 어차피 못 알려줘요 ㅋㅋㅋ]

[>매니저님도 이럴 줄 알고 미리 대비해두신 듯ㅋㅋㅋ]

다른 사람들은 관리자의 의도를 이해했다. 그러나 퇴장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 방폭합니다.]

[>괜히 갓플님한테 피해가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차피 발표 때까지만 정보 공유하려고 만든 거기도 하고요.]

[>다들 나가주세요. 안 그러면 그냥 강퇴하겠습니다.]

관리자는 그리 이유를 설명하고 탈락자들부터 내보냈다.

[>아 ㅠㅠ 조공품 중복 안 되게 남겨주시면 좋은데……]

[>갓플님이면 다 좋아해 주실 듯 ㅋㅋㅋ]

[>다들 면접장에서 보겠네요 ㅎㅎ]

[>모두 면접 준비 잘하세요!]

[>파이팅입니다!]

남은 합격자들은 서로 덕담을 남긴 후 하나둘씩 퇴장했다.

* * *

면접 당일, 늦은 오후.

면접방식은 4인 단체 면접으로 매 차례마다 30분씩 진행됐다.

“고생하셨습니다. 결과는 별도 메일로 통보해드리겠습니다.”

박주호를 비롯해 이경복과 최병훈도 일어나 면접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나 면접자들은 방을 나서지 않았다.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렬로 줄을 섰다.

“운동 좋아하신다고 해서 준비했어요!”

“아, 감사합니다. 뭐, 특별히 원하시는 문구 있으세요?”

이경복은 가볍게 가면을 고쳐 쓰며 펜을 잡았다.

“아, ‘퍼펙트한 하루 되세요’라고 써 주시면……”

면접자가 수줍게 부탁하는 사이 박주호가 선물을 옆으로 밀었다. 이경복은 그녀가 내민 하얀 티셔츠에 빠르게 문구와 사인을 해 주었다.

“꺄! 정말 감사해요!”

“아뇨, 와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아! 그리고 진짜, 진짜 목소리 좋으세요!”

다음 면접자도 선물을 내밀었다.

그는 물론이고 양옆에 있던 박주호와 최병훈도 이제는 익숙해진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그렇게 선물을 받고 사인을 마친 후에야 휴식 시간이 찾아왔다.

“아니, 이게 구직면접이야 팬미팅이야.”

최병훈이 헛웃음을 흘리며 슬쩍 고개를 돌렸다. 구석에 팬들이 가져온 선물이 탑처럼 쌓여 있었다.

“그나마 부피가 큰 게 없어서 다행이다. 트렁크에는 다 들어갈 것 같아.”

“먹을 건 틈틈이 먹어둬서 다행이네.”

두 친구의 반응에 이경복이 웃으며 답했다.

“나도 사인해야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아무래도 면접비만으로는 팬들한테 부족할 테니까.”

돈 싫어하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애정에 대한 보답으로 돈을 주는 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경복은 이에 그 마음을 돌려주기 위해 펜을 잡았다.

“아니, 근데 나는 다들 사인 받아 올 준비를 해 왔다는 게 더 웃겨.”

최병훈이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실제로 면접자들 중에는 사인지와 액자, 티셔츠 심지어 자체 포토카드를 제작해 만들어 온 사람도 있었다.

“이런 거야 덕질의 기본이지.”

박주호는 오히려 두 사람을 이해 못 하겠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숙련된 프로(?)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런 거 보면 또 옛날 생각난다.”

최병훈은 면접자가 선물해 준 초콜릿을 나누어 주며 말했다.

“학교 다닐 때도 이 자식이 선물 주구장창 받아서 우리가 나눠 먹었잖아.”

“그때는 대부분 다 여자들이었지.”

학창시절 이경복은 그 뛰어난 외모 덕분에 많은 선물 공세를 받았다. 그 많은 선물을 혼자서 처리할 수는 없었기에 두 친구는 친히 거들어주었었다.

“옛날이랑은 좀 다르지.”

“뭐가?”

“의도가 달라.”

이경복은 초콜릿을 가볍게 입에 던져놓고 웃음 지었다.

“그때 선물 준 애들 중에 날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거든. 마음 같아서는 다 거절하고 싶었는데, 전부 던지고 도망쳤으니 어쩔 수가 없었어.”

“하긴 대부분 다 얼빠였지.”

“와, 지금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려도 선물이 쏟아지네.”

최병훈은 낮게 웃음을 흘리다가 이내 장난스럽게 얼굴을 굳혔다.

“어? 이거 따지고 보면 내가 이렇게 불어난 것도 네 책임이 있네. 내가 다 처리를 도와줬잖아?”

“급식 2그릇 먹고 또 먹어서 그런 게 아니었나?”

“야, 그때 나 성장기였어, 성장기!”

“성장기라니, 장기만 늘어났나.”

박주호는 그런 친구를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이경복을 돌아봤다.

“이제 다음이 마지막이다. 좀 눈에 띄는 사람은 있어?”

조금 전 11회차 면접, 44명까지 끝이 났다. 이제 남은 사람은 4명뿐이었다.

이경복은 그 물음에 기록해둔 평가지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직접 보니까 좀 부족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

그는 줄이 그어진 면접 번호들을 보고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 이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 제외하고도 다 비슷비슷한 느낌이라서. 나쁘다는 건 아닌데 누굴 뽑아도 평범할 것 같네.”

신기가 면접자로부터 감지하는 긍정적인 기운은 큰 격차가 없었다.

“다들 좋은 사람들이라서 그런 거 아니야?”

최병훈이 초콜릿을 입에 더 털어 넣으며 말했다.

“스펙도 짱짱하고, 그러면 다들 성실성 하나는 보장된 사람들이라는 거고. 면접 태도도 다 정중하던데.”

“아무래도 고스펙인 만큼 그 성장과정이 비슷하지 않나 싶다.”

“하기야 이렇게 공부하신 분들이 특별한 경험이 뭐가 있겠냐? 공부하는데도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이경복과 박주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도 좀 돋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일단 마지막 면접자들 데려올게.”

박주호는 일어서서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은 박주호의 바람이 이루어졌음을 깨달았다.

“……미국인이야?”

“누가 봐도 미국인인데?”

두 사람은 들어오는 면접자들을 보며 낮게 속삭였다.

마지막 48번 면접자는 한국인이 아니라 금발의 백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이는 20대 초중반으로 보였고 키가 작은 편이라 더 어려 보였다.

두 사람은 이내 그 뒤를 따라온 박주호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 역시 예상치 못했는지 눈동자가 크게 뜨여있었다.

“야, 어떻게 된 거야……?”

“요즘에는 지원서에 증명사진이 필수가 아니라서.”

자리로 돌아온 박주호가 최병훈의 물음에 답했다. 그러나 계속 속삭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면접자들 역시 긴장할 것이고, 그래서야 다른 면접자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았다.

“왼쪽부터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에 이경복이 면접의 시작을 알렸다. 면접자들은 미리 준비한 자기소개를 시작했고, 마지막 48번의 차례가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토종 한국인, 조대한입니다!”

외모와 다르게 입에서 유창한 한국어가 나왔다.

“보시는 바와 같이 천상 외국인처럼 생겼지만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다만 아버지께서 미국인이시고 어머니께서 일본인이십니다.”

“네? 한국인이 아니시고?”

부모님 두 분 다 외국인이라니?

최병훈이 순간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박주호가 눈총을 주었으나 이미 던진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저희 부모님 모두 한국을 좋아하셨습니다. 만난 곳도 한국이셨죠. 서로 일본어와 영어는 몰랐는데 한국어로 소통하셨다고 합니다. 두 분 모두 귀화하셔서 결혼하시고 정착하셨습니다.”

그 말에 면접관 세 사람은 물론 다른 면접자들도 입을 동그랗게 벌렸다.

“네, 지원해 주신 네 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이내 소개가 끝나자 박주호가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지금부터 질문을 드릴 겁니다. 생각나는 대로 답변 부탁드리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다음 분에게 질문 기회를 드릴 겁니다.”

이에 면접자들이 약속한 것처럼 마른 침을 삼켰다.

“개인방송 특성상 수입이 불안정합니다. 만약 월급이 밀리신다면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번역하신 스크립트에 오류가 발생해서 시청자 불만이 접수됐습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급하게 해외 일정이 생겼습니다. 통역으로 따라오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박주호는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질문을 던졌다. 앞서 면접자가 답변하지 못해도 다른 질문이 튀어나왔다.

면접자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쉽게 대답한 사람도 있었고, 고민하다 기회를 놓친 사람도 있었다.

그리 대답이 나오면 박주호는 심화된 질문 하나를 더 던지며 반응을 살폈다.

그리고 마지막, 조대한의 차례가 되었다.

“조대한 님.”

“네.”

“솔직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조대한 님의 스펙과 제출해 주신 포트폴리오는 다른 지원자에 비하면 부족한 편입니다.”

그 말에 다른 면접자들이 눈을 부릅떴다. 앞서 질문과 비교하면 압박의 수준이 달랐다.

“본인이 합격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조대한 역시 놀랐지만 이내 숨을 고르고 답했다.

“확실히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학술적이거나 심도 있는 내용을 번역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그는 순순히 스펙의 차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것이 포기를 뜻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저는 이 자리에서 중요한 ‘스펙’이 그게 전부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전부가 아니다? 그렇다면 뭐가 또 있죠?”

“번역은 단순한 뜻풀이가 아닙니다. 화자, 여기서는 퍼플 님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는 게 중요하겠죠.”

조대한은 이경복의 가면을 직시했다. 그의 말을 들어야 할 사람은 박주호가 아니라는 것처럼.

“저는 미국과 일본, 양가 친척들과 어울렸기에 실생활 용어는 물론 은어에도 익숙합니다. 또한 지금도 즐겨할 정도로 게임도 좋아하죠. 그런 면에서 제가 더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구직 면접에서는 나오지 않을 말이었다.

“학벌과 학위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른 분들의 노력과 성취를 폄하하고자 드리는 말씀도 아닙니다. 다만, 다른 분들이 자신의 강점에 투자한 시간만큼, 제게도 저만의 경험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경험’이 도움이 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고스펙’은 아니지만 ‘최적’의 스펙이라고 자신합니다.”

떨림 없이 끝맺은 말.

“잘 들었습니다.”

이경복은 가면 뒤에서 미소 지으며 답했다.

* * *

면접이 모두 끝난 뒤.

이경복은 가면을 벗으며 짧게 숨을 뱉었다.

“어우, 답답해 죽는 줄.”

“거의 7시간을 넘게 그러고 있었으니 답답할 만하지.”

“고생했다.”

휴식 시간을 포함해 장장 7시간에 걸친 면접이 막을 고했다. 하지만 일이 끝난 건 아니었다.

제일 중요한 최종 결정이 남아있었다.

일반 기업이라면 그 결정에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겠지만 팀 퍼펙트는 달랐다.

“그래서? 뭔가 좀 다른 사람이 있었냐?”

“음……”

이경복은 재차 기록해둔 평가지를 훑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눈을 굴린 결과.

“이 친구가 확실히 다른 것 같아.”

그의 선택은 48번, 조대한이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확실히 남달랐다.

“오, 나도 그 친구 좋던데. 진짜 자신감이나 말하는 거 보면 생각이 다른 게 보이더라고. 부모님이 외국인이셔서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네. 한국이 좋다고 해서 한국식 교육까지 좋아하지는 않을 테니까.”

“뭐, 너나 나나 그런 주입식 교육에는 맞지 않는 인간들 아니냐.”

최병훈은 큭큭거리며 웃다가 이내 박주호를 돌아봤다.

“아, 맞다. 야, 박쬬.”

“밖에서 그렇게 부르지 좀 마라.”

“우리밖에 없는데 뭘. 아무튼 그 조대한이라는 사람은 왜 선발한 거야? 스펙으로 필터링했다며?”

“어? 그러네?”

이경복도 같은 의문을 떠올렸다. 분명 박주호가 스펙과 활동내역으로 최종면접자를 정리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비교적 스펙이 낮은 조대한 대신에 다른 사람이 와야 옳았다.

“스펙은 그렇지. 근데 포트폴리오가 좀 특이했거든.”

“포폴이?”

“뭐가 다른데?”

박주호가 비교한 건 단순히 스펙만이 아니었다. 지원자들이 제출한 포트폴리오도 평가의 기준이었다.

“너희들도 이거 알지?”

박주호는 홀로그램을 띄웠다.

그걸 본 두 사람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와씨, 설마 이 사람이야?”

“이런 포폴이면 올 만하지.”

그들 모두 박주호의 선택에 이견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 번역왜건이 그 친구였다니.”

이제껏 퍼플 방송의 해외 반응을 꾸준히 번역해 왔던 커뮤니티 유저. 이른바 ‘번역왜건’이라 불리는 사람이 바로 조대한이기 때문이었다.

“이 친구 진짜 번역 속도도 빠르던데?”

“속도는 물론 양도 꽤 상당하고 실수도 없었다. 내가 괜히 스펙차이에도 면접자로 뽑은 게 아니야.”

“사실상 우리 방송을 위해 봉사하고 있던 거나 다름이 없었네.”

박주호의 말에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쩐지 기운이 더 좋더라니.’

다른 지원자보다 느낌이 강렬했던 건 이미 그가 이경복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 분명했다.

“그럼 4번째 멤버는 결정됐네.”

“나도 찬성이다.”

“번역도 바로바로 쪄오는 거 보니까 활동시간대도 나랑 잘 맞겠다야.”

최병훈의 말과 함께 세 사람 모두 웃음을 흘렸다. 본인의 말마따나 ‘적합’한 기준이 한둘이 아니었다.

“자, 그럼 이제 스크립트 나오는 대로 밀려 있던 멤버십 영상이 업로드 될 거다.”

“퍼지데이에 대해 알아야 될 테니까 우선적으로 작업하는 게 좋겠어.”

“오, 맞네! 퍼지데이 특집 플레이 리스트 바로 간다!”

두 친구의 대화에 이경복은 미소를 지었다.

‘이거 잘 하면 미친스머프가……’

본래 한국에서 벌어지는 아마추어 대회였지만.

‘퍼지데이 크루 세계데뷔 무대가 되겠는데?’

그 시청자가 꼭 한국인만으로 구성되리라는 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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