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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85화 (185/491)

185화 - 블랙기업에게 OT란? (2)

지놈은 종합 게임 스트리머답게 많은 게임을 해 왔다. 그중에서도 ‘데드 바이 엑소시스트’는 출시 후부터 자주 즐겼던, 그리고 지금도 종종 즐기는 게임이었다.

“쓰읍, 왜 이렇게 불안하지.”

지놈은 결계를 해제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주변을 살폈다.

-님 쫄?

-뉴비한테 쫄아버리는 고인물이 이따!?

-혀엉? 플탐은 장식이야?

-아직 초반인데 뭐가 그렇게 무섭냐고 ㅋㅋ

시청자들의 놀림에 그는 낮게 속삭였다.

“아니, 다른 사람이면 결계 안 가고 바로 농락 갔지. 근데 사장님이잖아!”

-엌ㅋㅋ 그건 맏찌

-뉴비(퍼플)

-아! 너무 무섭다!

-혀엉? 우리가 보고 싶은 게 뭔지 몰라?

-아 ㅋㅋ 빨리 추하게 잡히라고

-어차피 오컬트면 지금 덫 까느라 한창 바쁠 때 아닌가?

지놈은 채팅을 바라보며 다시 결계 해제에 집중했다. 경험상 본격적인 시작은 결계가 하나 정도 해제됐을 즈음일 터였다.

그러나 그 예상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에 해당했다.

[‘스컬킴’이 봉인되었습니다.]

둥하는 효과음과 함께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

그와 동시에 엑소시스트의 시야처럼 장애물을 투과해 봉인진의 위치가 표기 되었다.

“엑?”

-?

-아니 벌써 봉인됐다고?

-ㅇㄴ ㅂㅆ

-킹니 갓써 바로 나오고 ㅋㅋㅋ

-골초 같이 움직이지 않았음?

지놈은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머릿속에 물음표를 그렸다. 그러나 지놈은 시청자들과 다르게 놀라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하, 이거 요즘 애들은 나쁜 것만 배워 온다니까.”

그 멘트에 시청자들의 주의가 그쪽으로 쏠렸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지자 그가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어설프게 접대한답시고 일부러 잡혀 주면 안 됩니다. 아니, 우리 사장님이 어떤 분인데? 접대인지 진심인지 다 아신다니까? 저렇게 눈치 보면 오히려 마이너스야, 마이너스.”

-지소리 ON!

-지는ㅋㅋㅋㅋ

-이게 그 ‘지’얘기 맞지?

-혀엉? 형은 접대라도 제대로 해야 회사에 붙어 있을 수 있다니깐!

시청자들이 그를 놀리려 하자 지놈은 코웃음을 쳤다.

“아니, 접대라니. 님들, 이 스킨 보고도 그 소리가 나와? 획득 조건 아는 사람은 그런 소리 못 하는데?”

-킹직히 검은 사신 스킨은 인정할만 해

-ㄹㅇㅋㅋ 시즌 내에 폴가 5천 번 어떻게 성공하냐고

-노린 게 아니라 그냥 인성질 하다가 얻은 거 아님?

-추가 추한 건데 무슨 문제라도?

지놈이 착용한 ‘검은 사신’ 스킨은 지박령의 견제 능력인 ‘폴더가이스트’를 잘 다룬다는 증거와도 같았다.

고인물이라면 필수로 가지고 있는 스킨이기도 했다.

“딱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스컬킴 구할 거라니까? 데바엑 어떻게 하는지 제대로 보여 줄게.”

지놈이 결계 해제를 마무리하며 호기롭게 선언한 그때였다.

[‘박잡초’가 봉인되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새로운 소식을 알렸다.

“뭐……?”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스컬킴이 잡힌 지 얼마나 됐다고 박잡초까지 잡힌단 말인가.

“아니, 뭐야 이거? 진짜 접대하는 거야?”

그는 진심으로 당황스러웠다. 두 사람 모두 게임 실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컬킴은 요행이라 생각했지만 박잡초까지 잡혔다면 상황이 달랐다.

-골초 순삭 뭔데 ㅋㅋㅋㅋ

-이미 ‘퍼펙트-적응’ 해버렸다 이말이야

-혀엉? 둘 다 구해줄 거지?

-아 ㅋㅋㅋ 빨리 구하시라구요

-설마 추하게 번복은 안 하겠지?

-???: 제대로 보여 줄게 (실제로 한 말)

시청자들은 그를 놀리기 바빴다. 이에 지놈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구할 거라니까. 그래도 일단 상황은 지켜봐야지. 사장님이 다른 데로 가야 뭘 시작할 거 아냐?”

그는 두 사람이 붙잡힌 위치를 가늠하며 방을 나섰다.

“일단 대리님이랑 합류부터 해야겠다. 피지컬은 대리님이 좋으시니까 사장님을 유인해 주시면 좋겠는데……”

혼자서는 위험 부담이 컸다. 이클립스와 같이 구출에 나서는 편이 좋았다.

-5252, 선임마저 제물로 바치려는 거냐구웃!

-???: 대리님만 없으면 다음 승진은 나다!

-엌ㅋㅋ 이거넼ㅋㅋㅋ

-???: 그걸 믿었음? 지놈킥!

-즉.시.배.신

“아니, 뭔 또 배신이야. 봉인 해제는 내가 더 빠르니까 그런 거지!”

지놈은 이에 억울하다는 듯 해명하며 이클립스가 목표로 삼았던 1층의 결계방으로 목적지를 잡았다.

“에휴, 내가 뭔 말을 하겠냐. 대리님은 이해해 주시겠지.”

그가 툴툴거리며 계단을 내려갈 때였다.

[‘이클립스’가 봉인되었습니다.]

3번째로 보이는 시스템 메시지에 그가 우뚝 멈추어 섰다.

“……엉?”

-?

-뭐지? 단체 접대인 거신가?

-않이 ㅋㅋㅋ 이럴 줄 알았으면 갓플 방 가서 봤지!

-왜 처음부터 이렇게 잘하는 건데!

지놈과 시청자들 모두 당황한 사이 새로운 시청자들이 나타났다.

-최후의 희생자 구경하러 왔습니다^^

-탈출의 마지막 희망(웃음)

-이클 님도 순삭 당했는데 쥐놈은 과연?

-당하는 시점에서 보는 게 개꿀잼이네 ㅋㅋㅋ

이클립스 쪽 시청자들이 봉인되자 그의 방으로 넘어온 것이었다.

-어케 된 거임? 이클 님 왜 잡힘?

-골초 구하려다가 역으로 잡힘ㅋㅋㅋ

-쩌는 게 이클님이 바로 뒤로 뺏는데 거기에 함정 있었음 ㅋㅋㅋ

-경로예측 진짜 미쳤다 이말이야 ㅋㅋ

이클립스는 즉시 두 사람을 구하러 갔다가 도리어 잡혔다는 소식이었다.

-어디 누구처럼 추하게 이거저거 안 재고 바로 행동했쥬?

-역시 기사도의 표본……!

-꼰대지만 인턴을 누구보다 아끼는 대리니뮤ㅠㅠㅠ

시청자들은 이에 감탄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 ㅋㅋ 이제 진짜 실력자가 나갈 때다

-ㄹㅇㅋㅋ 무대가 바로 준비되어버리고

-혀엉! 이제 형이 파바박 구해주는 거 맏찌?

-지놈 명예회복 각이다 ㅋㅋㅋ

-누구인가? 누가 추 소리를 내었어?

-게놈들 바람 넣는 솜씨 보소

-학생,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돼?(칼든짤)

-시청자 일동은 지놈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시청자들은 장난스럽게 지놈을 부추기기 시작했다. 이에 그는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직원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도 내가 나서야 할 때야!”

지놈은 즉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방향은 시청자들의 기대와 달랐다.

다른 지박령들은 2층에 봉인되어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아래로 내려갔다.

-???

-이쪽 방향 아닌데?

-엌ㅋㅋㅋㅋㅋ 지하실 직행?

-즉시 개구멍ㅋㅋㅋㅋㅋㅋ

-나서겠다더니 저택을 나서겠다는 거였곸ㅋㅋㅋ

-???: 내가(나 혼자) 나서야 할 때!

-어떻게 1초도 망설이지 않을 수가 있지?

-그게 바로 쥐놈이니까 (끄덕)

지박령이 혼자 남았을 때 소위 ‘개구멍’이라 부르는 비상탈출구가 열리기 때문이었다.

그 위치는 바로 대저택의 지하실이었다.

“아니, 이건 추한 게 아니라 최선의 선택이라니까? 흩어져서 봉인된 것도 아니고 뭉텅이로 잡혔는데.”

시청자들의 놀림에 지놈은 당당히 답했다.

-뭉탱이?

-춘잣!

-내수용 드립 멈춰!

-혼자 살아남기로 한 나

-그러니까 배신만이 승리하는 길이다?

-블랙기업에서 살아남는 법 메모……

-이기려면 이게 맞긴 해 ㅋㅋㅋ

-ㄹㅇㅋㅋ 추해도 이기면 그만이다 이말이야

-아니 ㅋㅋㅋ 처음에 말했던 친목도모는 어디 갔냐구웃!

-쥐놈 빼고 세 사람은 친해질 듯 ㅋㅋㅋ

시청자들도 이내 인정했다.

비상탈출구 이용이 현재로서 가장 승리 확률이 높은 방법이었다.

* * *

이경복은 슬쩍 고개를 기울였다.

‘구출을 안 하려는 건가?’

지놈의 위치와 움직임은 신기를 통해 명확히 느껴졌다. 그런데 그 행동은 다른 사람들의 구출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하실?’

더불어 지하실에서 이질적인 느낌이 감지됐다. 기존에는 느껴지지 않았던 새로운 구조물이 나타났다.

‘뭔가 다른 게 있나 보네.’

이경복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즉시 움직였다. 그가 미끄러지듯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시청자들은 의문을 내비쳤다.

-???

-어디 감?

-이쪽이면 지하실인데?

-엥? 개구멍 알고 있었음?

-뭐래 ㅋㅋㅋ 갓플 처음 하는 건데

-근데 어떻게 지하실로 바로 감?

-오? 그러네?

이경복은 멈추지 않고 움직이며 그 의문에 답했다.

“지하실에 개구멍이라는 게 있나 보네요. 어쩐지 지 사원이 아무런 대처도 안 하더라니.”

그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졌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다른 직원들 구출하려면 저를 일단 유인부터 해야 되잖아요? 가장 좋은 건 다른 결계를 해제하는 건데 아무것도 안 건드렸죠.”

1층에 도착한 그는 중앙 현관 맞은편으로 달려갔다.

“2층 복도는 제가 보고 있었고, 3층과 1층 길목에는 함정을 설치해 뒀습니다. 그런데 그 함정도 해제를 안 했죠? 그래서 멀리 돌아서 오는 건가 싶었습니다. 그게 개구멍인가 보네요.”

-옼ㅋㅋ 그건 그렇지

-ㄹㅇㅋㅋ 구하려면 갓플 먼저 빼는 게 먼저지

-오? 3층이랑 1층에 함정 설치해둔 게 경로 파악용이었음?

-그걸 바로 다 판단해버렸다고?

-역시 퍼지컬 소유자답다 ㅋㅋ

-엌ㅋㅋㅋ 개구멍은 비밀통로가 아니라 비상탈출구임ㅋㅋㅋ

-쥐놈답게 바로 런각 잡았쥬?

시청자들의 감탄에 이경복은 옅은 미소를 흘리고 지하실 입구를 열어젖혔다.

오래된 나무 계단과 검은 벽돌, 그리고 창고로 쓰이는지 박스와 물건들로 가득한 선반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너머.

“지 사원, 퇴근은 찍으셔야죠?”

바닥에 웅크려 꼼지락거리는 지놈의 모습이 보였다.

-아 ㅋㅋ 근태 시스템은 지켜야지

-블랙기업식 퇴근 = 잔업시작

-퇴근 찍어라 = 야근 수당 못 준다

-아 ㅋㅋ 일 남으면 퇴근 찍고 하라고

-ㄹㅇㅋㅋ 시간외근무 찍히면 노동청이 알아차린다니깐!

-트수들 왜 이렇게 잘 아는뎈ㅋㅋ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 흡족함을 표했지만 당사자는 달랐다.

“헉!”

지놈이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는 하수도로 향하는 비상탈출구의 자물쇠를 해제 중이었다.

“사장님!? 어, 어떻게?!”

-귀신이라도 본 표정 ㅋㅋㅋㅋ

-아니 ㅋㅋㅋ 지박령은 본인이잖슴

-찐당황 무엇 ㅋㅋㅋㅋ

-근데 나라도 깜놀하긴 했을 듯 ㅋㅋㅋ

-개웃기네 진짴ㅋㅋㅋㅋ

지놈은 황급히 일어섰다.

이경복이 도착한 이상 비상탈출구를 제시간 안에 여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도 아직 기회는 있어.’

지놈의 눈이 빠르게 굴렀다.

지하실은 지박령의 견제기, 폴더가이스트를 활용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소위 ‘인성존’이라 부르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다.

‘피지컬은 밀려도 심리전은 안 밀리지.’

이경복과 지놈 사이에는 선반이 여럿 있었다. 그가 자신을 잡기 위해 접근하면 폴더가이스트로 물건을 떨어뜨려 맞추면 된다.

‘하나만 적중하면 된다!’

엑소시스트는 그 물건 중 하나만 맞아도 스턴 상태가 된다. 그때를 이용해 지하실을 탈출, 다른 지박령을 구한다면?

‘완전 역전까지 가능해!’

지놈은 바짝 긴장하며 이경복을 주시했다. 그는 퇴로를 막기로 한 듯 함정을 설치하고 선반 사이를 가로질러왔다.

‘경복이가 뉴비는 뉴비네.’

지놈은 속으로 환호했다.

함정 같은 건 인성존에서 아무 의미도 없었다. 스턴에 걸리면 유유히 그 옆을 통과하면 되니까.

‘됐어!’

그는 자신만만하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이경복을 보며 손을 뻗었다.

동시에 흔들린 선반에서 물건들이 이경복을 덮쳤다. 지놈은 성공을 확신하고 그를 향해 마주 달렸다.

“허?”

그러나 이내 그는 자기도 모르게 헛숨을 뱉었다.

캉하는 쇳소리가 연달아 들리더니 선반에서 쏟아진 물건들이 후두둑 옆으로 떨어지는 게 아닌가.

-?

-무친ㅋㅋㅋㅋㅋㅋ

-저걸 다 쳐낸다고?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이경복은 멀쩡히 지놈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역시 뭔가 노림수가 있을 줄 알았습니다. 오른쪽이 답이었네요.”

그 말에 시청자들은 깨달았다.

-무친ㅋㅋㅋ 함정 설치한 거 설계였네

-ㅇㅇ 왼쪽에 함정 설치해서 길막한 거임

-단검 쓰려고 오른쪽으로 온 거라고?

-와씨 ㅁㅊㄷㅁㅊㅇ

-쥐놈 ㅋㅋㅋ 신나서 왔는데 벙찐 거 보소 ㅋㅋㅋ

이 모든 게 이경복의 계획대로였다. 그는 단검을 높이 들며 말했다.

“지 사원, 설마 혼자 퇴근하려는 건 아니죠?”

-엌ㅋㅋㅋ 퇴근 실패!

-아 ㅋㅋ 다른 사람 일하는데 설마 퇴근하겠냐고

-사장님 퇴근해야 할 수 있다 이말이야

지놈이 이에 억울하다는 듯 답했다.

“아니! 이렇게 플레이하시는 게 어디 있어요!?”

그 말에 이경복은 단검을 내지르며 가볍게 답했다.

“여기 있죠.”

결국 지박령 전원이 봉인되고 게임은 이경복의 승리로 끝났다.

다시 로비로 돌아온 사람들은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진짜 사장님은 클라스가 다르네.”

“아니, 누가 데바엑 처음이라고 생각하겠어요?”

“역시 주군이십니다.”

“아…… 차라리 처음부터 지하실 대기를 타는 건데.”

그 반응에 시청자들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들의 기쁨은 아직 남아 있었다.

-얼른 포인트 정산 해줘잉!

-퍼플 코인 안 탄 흑우 없제?

-포인트 복사 ON!

-설마 역배가 있겠냐고 ㅋㅋㅋ

바로 시작 전에 했던 포인트 베팅의 결과가 공개될 차례.

이에 이경복은 웃으며 손을 움직였다.

[첫 오리엔테이션의 승자는?]

[1. 엑소시스트 (98.7%)]

[2. 지박령 (1.3%)]

그와 함께 공개된 베팅 결과에 시청자들의 웃음이 터졌다.

-무친ㅋㅋㅋ 역배가 1%를 넘어?

-야수의 심장을 가진 사람들 ㅎㄷㄷ

-엌ㅋㅋㅋ 배당조작단한테 설계당한 듯

-77ㅓ억! 덕분에 잘 먹고 갑니다!

베팅에 승리한 사람들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람들 중에는 의외의 인물도 있었다.

“크으! 역시 사장님이십니다!”

“확실히 퍼플 코인은 불패네요.”

바로 스컬킴과 박잡초였다.

두 사람이 기뻐하자 시청자들은 의아했지만 이내 깨달았다.

-무친ㅋㅋㅋㅋ 인턴들도 걸었던 거냐구!

-상대팀한테 거는 거 실화?

-아 ㅋㅋ 이게 접대지 ㅋㅋㅋ

-사회생활을 할 줄 아는 친구들이구먼

-예능감 뭔뎈ㅋㅋㅋㅋ

두 사람도 이경복의 승리에 베팅을 한 것이었다.

“아니, 업무가 장난이에요?!”

그때 지놈이 소리를 높이며 끼어들었다. 시청자들은 갑자기 뭔가 싶었는데.

“저희 회사는 사장님의 존재 자체가 핵심인데, 사장님에 대한 믿음이 그 정도뿐이었습니까?!”

이어지는 그 말에 채팅창이 요동쳤다.

-어씨 ㅋㅋㅋ 뭐야?

-쥐놈쉑ㅋㅋㅋ 엑소시스트에 5만 포인트나 걸었넼ㅋㅋㅋㅋ

-야잌ㅋㅋㅋ 왜 자기 팀 패배에 베팅하는 건데!

-이게 바로 인턴과 정규직의 차이?

-시작 전부터 이미 배신각을 보고 있었눜ㅋㅋㅋㅋㅋ

-블랙기업에서 살아남기 너무 어렵다아아앗!

베팅 마감 전 지놈도 참여를 했었다. 물론 진심이 아니라 예능을 위한 선택이었다.

“분위기가 아주 좋네요. 그럼 다음 게임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이경복은 즐거워하며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 * *

몇 차례 게임이 더 끝났다.

그러나 퍼지데이 5인은 처음처럼 즐거워할 수 없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예상보다 너무 시간이 안 갔는데?’

한 게임 당 시간이 생각보다 짧았다. 엑소시스트인 이경복의 실력이 뛰어나다 보니 방송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그렇다고 살살 하자니 재미가 없고.’

이경복도 그 사실을 깨닫고 봐줄까 했지만 그렇게 하면 흥이 살지 않았다.

이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했고, 거듭 게임을 즐기면서 엑소시스트 플레이에 능숙해졌다.

-갓플 적응 완료해 버린 듯 ㅋㅋ

-ㄹㅇㅋㅋ 완전 스겜 메타 됨

-지금까지 결계 2개 이상 해제한 적이 없누 ㅋㅋㅋ

-지박령들 입장에서는 그냥 곰보겜 ㅋㅋㅋㅋ

-갓플 캠 말고 다른 사람 캠으로 보면 개쫄깃하다 이말이야

결국 한 게임당 시간은 갈수록 짧아졌다. 다행히 아직 시청자들은 즐거워하고 있었지만 그게 오래가지는 않을 터였다.

“크흠, 여러분?”

이경복은 이에 계획을 수정하기로 하고 말을 꺼냈다. 시청자들은 물론 다른 멤버들의 주의가 그에게 쏠렸다.

“직원들 간의 협동심 고취도 좋긴 합니다. 그런데 너무 임원 대 직원 구도로 가면 우리 주주님들이 사내갈등이 있다고 오해하실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지놈이 눈을 빛냈다.

“안 그래도 임직원이 함께 어울리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사장님께만 악역을 맡기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거든요!”

그는 눈치 빠르게 이경복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이내 그는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자자, 그럼 사장님 대신 누가 자리를 맡는 게 좋을까요?”

어느 쪽을 둘러봐도 시선이 마주쳤다. 모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놈은 이에 과장스럽게 눈을 피했다.

-나다 싶으면 나오라고 ㅋㅋㅋ

-눈치갑이었는데 이걸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설마 선임한테 악역을 맡기겠냐고 ㅋㅋㅋ

-킹직히 이제 들어온 인턴이 뭘 알겠음?

-이 악물고 눈 돌리는 거 킹받넼ㅋㅋㅋㅋ

시청자들이 그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자 이경복도 미소를 지었다.

“지 사원?”

“네? 아, 예. 뭐…… 제가 해야죠.”

“역시 애사심만큼은 우리 지 사원만한 사람이 없어요.”

결국 이경복과 지놈이 자리를 바꾸었다. 시청자들은 이에 만족함을 표했다.

-산업스파이 OUT!

-추놈 방출, 호재인가요?

-아 ㅋㅋ 지박령 우승 각 바로 나왔쥬?

-쥐놈 참교육 딱 대!

-업보 스택 터져버리기~

이때다 싶어 놀리는 채팅에 지놈은 장난스럽게 발끈했다.

“아니, 저 엑소시스트 잘합니다!”

-말로는 대체 못 하는 게 뭐냐고 ㅋㅋㅋㅋ

-잘합니다! 이거 웃음벨이네 진짜 ㅋㅋㅋㅋ

-곧 티배깅 당할 엑소시스트입니다

-이지메 ON!

-???: 게임은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상대방 빡치라고 하는 겁니다.

-사적쉑 ㅂㄷㅂㄷ

-돌크리트 침투 뭐냐고 ㅋㅋㅋ

시청자들의 조롱에 그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진짜 진심 플레이 보여 줘요? 이번 베팅에 저 올인 갑니다?!”

스스로에게 베팅하겠다는 말에 시청자들은 더욱 환영했다.

-제발 걸어주세요 ㅠㅠㅠ

-아 ㅋㅋㅋ 오늘 배당 날이었네

-지놈 코인 타는 흑우 없제? (진짜없음)

-속지마! 스캠 코인이야!

-포인트 파티다!

지놈이 다시금 텐션을 올려놓자 이경복이 가볍게 손뼉을 쳐서 주의를 돌렸다.

“좋습니다. 그럼 시작해 보죠.”

이경복을 비롯해 다른 지박령들이 준비를 완료했다. 이어 한 박자 늦게 지놈이 캐릭터를 선택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

-무친ㅋㅋㅋ DLC 캐릭터를 꺼내버리네

-않이 ㅋㅋㅋ 바로 추해버리기 뭔데

-진짜 올인 할 생각인가보네 ㅋㅋ

-콜라보 캐를 친목도모용으로 쓴다고?

그가 선택한 캐릭터는 DLC 캐릭터 중에서도 손꼽히는 고성능 캐릭터.

“스피릿 버스터즈!”

과학 장비로 유령을 잡는 영화, ‘스피릿 버스터즈’의 캐릭터였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오? 재미있어 보이는 캐릭터네요.”

이경복이 그 캐릭터를 보며 흥미를 느낀 덕이었다.

그리고 그가 흥미를 느끼면.

-재미있다 = 발라버리겠다.

-아 ㅋㅋ 갓플이면 아무튼 이김

-ㄹㅇㅋㅋ 캐릭빨로 이길 수 있으면 진즉에 이겼겠지

-역시 지갑특채답다 이말이야

-추놈 포인트 털러 가즈아!

언제나 시청자들도 즐겁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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