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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87화 (187/491)

187화 - 블랙기업에게 OT란? (4)

스컬킴과 박잡초는 손뼉을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사장님이십니다!”

“와, 업보 청산까지 완벽했네요.”

박잡초 구출은 물론 지놈에게 복수(?)까지 성공했다. 이클립스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첨언했다.

“모두 주군의 지혜 덕이오. 이걸로 남은 결계는 셋이구려.”

어디 그뿐인가?

그 과정에서 결계마저 추가로 해제했다.

“좋습니다. 이제 다시 흩어져서 결계를 정리하도록 하죠. 셋이면 딱 떨어지네요.”

이경복의 명령에 세 사람 모두 즉각 흩어졌다. 그 역시 결계방으로 향했다.

-사실상 이미 게임 끝났지 ㅋㅋㅋ

-눈갱 4연타 맞았을 때부터 패배는 확정임 ㅋㅋ

-ㄹㅇㅋㅋ 지놈이 이겨도 진 거임

-지박령들 만족도 풀로 채웠다 이말이야 ㅋㅋ

-진짜 ㅋㅋ 골초 반응만 봐도 꿀잼느끼는 중 ㅋㅋㅋ

-아! 너무 부럽다!

이경복은 채팅 반응에 웃다가 문득 의아해했다.

‘근데 형은 뭘 하려는 거지?’

신기를 통해 감지되는 지놈의 동선이 좀 이상했다. 뭔가 무척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긴 한데 그 방향은 결계 쪽이 아니었다.

‘게임 던졌나? 아니, 그렇게 멘탈이 약하지는 않을 텐데.’

평범한 사람이라면 4연속 ‘눈갱’을 당하면 화가 나거나 흥을 잃고 포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놈은 천상 방송인이었다.

재미를 위해 과장스럽게 화를 내거나 허탈해 할 수는 있어도 게임을 포기하지는 않을 터였다.

‘뭔가 다른 수가 있는 건가?’

게임에 능숙한 만큼 그만의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그걸 굳이 방해할 이유는 없었다.

이경복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편이 더 재미있을 테니까.’

그리 지놈의 의도를 가늠하는 사이 이경복은 결계 해제를 끝냈다.

-와씨 ㅋㅋ 진짜 순삭이네

-게이지도 제로백인 거냐구웃!

-ㄹㅇㅋㅋ 무슨 게이지 차는 속도가 아우토반급임

-탈인간급 반사신경 ㅁㅊㄷㅁㅊㅇ

시청자들은 재차 감탄을 토했다.

만약 이경복이 딴생각을 하면서 끝냈다는 걸 알았다면 더 기겁했을 터였다.

“자, 그럼 우리 직원들 잘하나 보러 가 볼까요.”

이경복이 가까운 스컬킴과 박잡초가 있는 결계방으로 이동하는 도중 결계 하나가 더 해제가 됐다.

“이클 대리도 끝냈나 봅니다.”

의외로 플레이 1일 차인 이클립스가 두 사람보다 더 빨리 성공했다.

-않이;;; 왜 골초보다 더 빨라요!?

-이래서 담배타임 있으면 일이 늦어진다니깐!

-그 골초가 아니잖슴ㅋㅋㅋㅋ

-이제 노하우 좀 생긴 듯?

-ㄹㅇㅋㅋ 이클 님도 피지컬이 있는데 적응하면 금방이지

-역시 직급이 높은 이유가 있다 이말이야!

시청자들은 그 결과를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다. 이경복이 너무 뛰어나서 그렇지 그 역시 피지컬하면 어디서 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군!”

“수고하셨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이경복은 이클립스와 다시 합류할 수 있었다. 그 역시 남은 결계 쪽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아! 사장님!”

망을 보고 있던 스컬킴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반색했다. 하지만 이내 턱을 벌리며 뒤통수를 긁었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들 빠르십니까?”

“아직 많이 남았나요?”

“예, 아직은……”

스컬킴이 멋쩍게 웃으며 방문을 열었다. 박잡초는 정석대로 해제 하다가 손을 빼며 주변을 경계했다.

“헉? 벌써 오셨어요!?”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세 사람을 발견하고 놀랐다.

“두 분이 합류해 주셨으니 이제 탈출만 남았네요.”

스컬킴이 안심하며 말했다.

이경복과 이클립스가 해제에 가세한다면 결계 해제 속도는 더욱 빨라질 터였다.

그러나 박잡초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사장님! 업무 노하우 좀 알려 주시면 안 될까요? 어떻게 그렇게 빨리 하시는지 배우고 싶습니다!”

그 물음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흘렸다.

-인턴이 벌써 영업비밀을 노린다?

-산업스파이다! 잡아!

-ㄴㄴ 괜춘 이미 다 공개된 영업비밀임

-뭐가 공개 됐다는 거?

-노하우 = 갓플 그 자체

-아 ㅋㅋ 퍼지컬을 어떻게 배우실 건데요

-답은 환생뿐이다!

모두 그 비결이 이경복의 피지컬 덕분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경복의 답변은 그들의 예상과 달랐다.

“노하우라고 할 정도로 거창한 건 아니고 팁이 있긴 하죠.”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번지고 세 사람은 주의를 기울였다.

“오!? 저도 보고 싶습니다! 야, 이번에는 네가 망 봐라.”

“아니, 내가 여쭤본 건데 왜 망을 봐?”

스컬킴이 자리를 바꿔달라고 요청하자 박잡초가 곧장 받아쳤다. 그 모습에 채팅창이 흥겨워졌다.

-엌ㅋㅋㅋ 골초조합 이렇게 무너지나요

-아 ㅋㅋ 갓플 노하우는 못 참지!

-배신이 난무하는 블랙기업 ㅎㄷㄷ

-이래서 내가 의리 때문에 취직을 안 하는 거임 ㅋㅋㅋㅋ

-아예

-아닠ㅋㅋ 드립 좀 받아줘라 애 울겠다ㅋㅋㅋㅋ

이경복은 손을 들어 두 사람의 주의를 돌렸다.

“아주 간단한 팁이니까 금방 끝날 겁니다.”

그 말에 세 사람 모두 마법진 주변에 모였다. 이경복은 여유롭게 설명을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눈뽕에 대해서는 걱정할 게 없습니다.”

그 말에 채팅창은 물론 세 사람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보이는 것 같았다.

“가상현실이라 실제로 눈이 나빠지거나 하는 악영향은 없어요. 강한 빛에 눈을 돌리거나 가늘게 뜨게 되는 건 어디까지나 습관적인 반응입니다. 의식적으로 눈을 뜨고 있으면 괜찮아져요.”

-오?

-하긴 그것도 그렇긴 하지 ㅋㅋ

-근데 그게 쉽냐구웃!

-스스로를 속이라 이 말인가?

-자신마저 속이는 것으로 기만을 완성시킨다!

-이게 바로 기만 중의 기만, 퍼기만이다 이말이야

이경복은 채팅 반응에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게 기본입니다. 그 상태에서 균열의 생성위치를 미리 짐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죠.”

그는 그리 말하며 직접 시연에 나섰다. 그의 손놀림에 게이지는 금방 절반을 넘어섰다.

더불어 빛이 강해지자 세 사람은 움찔했지만, 이내 이경복의 말을 되새기며 눈을 고정시켰다.

“오?”

“이게 진짜 되네?”

“역시 주군이십니다!”

세 사람은 그 효과를 느끼며 탄사를 흘렸다.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가속을 시작했다.

“보셨죠?”

게이지가 거의 70% 정도 찼을 때 즈음 그가 손을 빼내며 물었다.

-ㅔ?

-뭘요?

-난 이 악물고 보려고 해도 너무 눈부신데 어케 속임?

-아닠ㅋㅋㅋ 트수들은 그러면 안 되지 ㅋㅋㅋㅋ

-우리는 현실 눈으로 보고 있잖슴!

-헐?

-아이고 엑붕아 ㅋㅋㅋㅋㅋ

다들 모르는 얼굴이라 이경복은 잠시 눈을 굴리고는 말을 골라냈다.

“집중해서 봐야 할 건 마법진의 균열이 아니라 빛 자체입니다.”

“네?”

“빛이요?”

“빛, 빛이라……”

시청자들은 물론 다른 세 사람도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보시면 균열이 생성되기 전에 빛이 먼저 그 모양대로 갈라지거든요? 균열을 눈으로 확인하고 손을 움직이는 것보다, 빛이 갈라지는 지점을 보고 움직이면 더 빨리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게 보인다고요?”

“아니…… 그게 되나?”

-예? 빛을 쫓으라고요?

-대체 어느 정도의 동체시력과 반응속도가 필요한 거냐고 ㅋㅋ

-아 ㅋㅋ 광속으로 대응하면 된다 이말이야

-빛 : 뭐예요! 왜 따라와요!?

-빛조차 놀라버렸고 ㅋㅋㅋㅋ

다들 포기하는 분위기였지만 불쑥 앞으로 나선 사람이 있었다.

“소인이 한 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이클립스의 말에 이경복은 흔쾌히 물러났다.

스컬킴과 박잡초는 물론 채팅창도 의구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걸 정말로 따라할 수 있단 말인가?

“오?”

“오오오!”

그러나 이내 이클립스가 손을 움직이자 탄성이 터졌다.

이경복만큼은 아니지만 이클립스의 움직임이 빨라졌기 때문이었다.

-이걸 진짜 한다고?

-와 ㅋㅋㅋ 이클 님도 피지컬이 쩔긴 해 ㅋㅋ

-갓플 흐뭇해하는 거 보솤ㅋㅋㅋ

-차기 대학원생을 발견한 교수님.gif

-???: 이클립스야, 졸업하고 진로는 결정했니?

-교수님이 이름을 기억한다? 당장 돔황챠!

그러나 이내 빛이 잦아들었다.

속도가 점차 빨라지자 결국 실수를 해 버렸다.

“까비……!”

“아, 진짜 좋았는데……”

홀린 듯 지켜보고 있던 스컬킴과 박잡초가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처음 하신 것 치고는 진짜 잘하신 겁니다. 역시 대리님이시네요.”

이경복은 웃으며 손뼉을 쳤다. 그 반응에 시청자들은 장난스럽게 질색했다.

-아무리 봐도 개 쩌는 건데 갓플한테는 잘했다 수준ㅋㅋㅋㅋ

-너무도 자연스러운 퍼기만이었쥬?

-님도 처음이었잖슴!

-처음(올콤)

-교수님! 저는 그냥 와리가리 하겠습니다!

-ㄹㅇㅋㅋ 이클 님도 못하는데 내가 뭐라고?

-뱁새들 보고 있나?

다른 두 사람도 도전했지만 이클립스보다 길게 끌고 간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마지막 결계까지 해제가 끝나고 탈출구의 위치가 드러났다.

“아예 결계 보호하러 안 오는 걸 보면 아무래도 캠핑인 것 같습니다.”

“고인물 치고는 참 꼴사나운 모습…… 아,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박잡초와 스컬킴이 머리를 내흔들며 말했다. 이경복도 그에 동의했다.

‘캠핑에도 뭔가 준비가 필요했나 보네.’

분주했던 지놈의 동선에 탈출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뭘 준비하는지 몰라도 그는 탈출구와 다른 방을 연신 왕복했다.

“캠핑이라도 상관없소. 다시 시야를 막아 버리면 끝 아니오?”

이클립스는 엑토플라즘을 꺼내며 말했다. 이미 쿨타임이 돌아왔으니 넷이 합심해서 눈을 가려 버리면 충분히 통과가 가능할 터였다.

“그건 그렇긴 한데……”

“설마 친목 게임에서 이렇게까지 할까 싶지만, 어쩌면 눈갱은 소용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스피릿 버스터만 쓸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있거든요.”

* * *

3층 복도 끝, 지박령의 탈출구인 창문 앞.

지놈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그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걸 진짜로 해 버리네 ㅋㅋㅋ

-그렇게까지 이기고 싶었던 거냐구웃!

-평소의 추놈입니다만?

-아 ㅋㅋ 어차피 추한 거 이기기라도 해야지

-근데 이렇게까지 하고 지면 어캄?

-이걸 어케 통과하누 ㅋㅋㅋㅋ

-킹치만 갓플이라면 HOXY?

지놈이 무어라 멘트를 치려는 순간, 복도 너머에서 지박령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고, 사장님과 우리 사우분들 오셨습니까!”

지놈은 의기양양하게 목소리를 높이며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그 총구는 지박령들이 아닌 벽으로 향해 있었다.

발사된 광선은 벽에 걸린 거울에 적중하며 반사됐다. 그리고 그 반사된 광선의 궤도에는 또 다른 거울이 있었다.

그렇게 반복되며 광선이 복도를 메웠다.

“여러분들을 위해 제가 열심히 모아왔습죠!”

이것이 바로 지놈이 준비한 최후의 수단, 거울을 이용한 레이저 트랩이었다.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광선들이 거미줄처럼 퍼졌다.

“와, 이걸 진짜 해 버리네.”

“정말 배울 게 많은 사수시네요. 난 이렇게까지는 추하게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박잡초와 스컬킴은 그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지놈은 그 반응이 더 만족스러운지 웃음을 터트렸다.

“일을 할 거면 제대로 해야죠! 눈갱을 하시든 뭘 하시든 마음대로 해 보십쇼!”

그는 자신 있게 눈을 감으며 도발했다.

이 작전은 시야가 가려져도 문제가 없었다. 이미 총구의 조준점은 거울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헌데, 이거 우리가 기다리면 승리하는 것 아니오?”

이클립스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그 말대로 필승전략은 아니었다.

엑소시스트에게는 제한시간이 있는 바, 지박령들은 무리해서 탈출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일반게임일 경우였다.

‘스트리머라면 기다릴 수 없지.’

이경복은 지놈의 노림수를 알아차리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방송 중이었다. 그런데 대기하는 화면만 송출이 된다?

신입 스트리머도 아니고 2만 명이 넘게 보는 방송에서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가불기 ON!

-진짜 ㅋㅋㅋ 심술나게 만드네

-예상하긴 했지만 너무 추하다 이말이야

-이거 일반겜이었으면 지박령들이 지쳐서 나감ㅋㅋㅋ

-ㄹㅇㅋㅋ 더러워서 피하지

-과연 갓플의 선택은!?

이 상황에 지박령 팀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시청자들의 관심이 몰린 가운데 먼저 움직인 건 이클립스였다.

“주군, 제가 막을 테니 그사이에 탈출하십시오!”

반사 광선으로 만들어진 트랩이니 그 궤도를 막기만 하면 안전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경복은 그 결정에 반대했다.

“감사하지만 그리 좋은 결정은 아닙니다. 체력이 빠지면 쓰러질 텐데, 빠져나갈 시간이 부족해요.”

광선에 적중당하면 체력이 줄어든다. 일정 체력 이상 소모되면 바닥에 쓰러지니 트랩은 원상복구 되어 버린다.

“그럼 저도 몸 바치겠습니다!”

“저도요! 사장님만 나가주시면 됩니다!”

그 말에 스컬킴과 박잡초도 가세했다. 세 사람이 광선을 막아낸다면 이경복 하나 정도는 빠져나갈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이 분위기 무엇?

-역시 이클님의 기사도 정신이란!

-인턴들도 바로 충성하게 만드는 퍼사장 클라스!

-아아, 그게 바로 ‘퍼펙트-카리스마’라는 것이다

-이러면 추놈이 더 추해지는데 ㅋㅋㅋㅋ

-쥐놈 빠지니까 사내 분위기가 너무 좋쥬?

“아니, 나도 일하는 건데 왜!?”

지놈이 과장스레 발끈하자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업무태도가 다들 아주 좋군요. 하지만 역시 거절하겠습니다.”

이경복은 슬쩍 레이저 트랩을 훑어보고는 웃었다.

“다 같이 퇴근해야죠.”

그 말에 세 사람은 물론 지놈도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설마 여기를 전부 통과하시겠다고?”

그 의문을 불식시키듯 이경복은 세 사람들을 모아 속닥거렸다. 그 모습에 지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걸? 진짜로? 아니, 아무리 사장님이라도 그렇지, 대체 어떻게?”

그는 머릿속으로 파훼법을 고민해봤지만 생각나는 건 없었다. 그 사이 지박령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경복과 이클립스가 먼저 트랩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갑니다!”

“퇴근하겠습니다!”

이어 스컬킴과 박잡초가 전력으로 복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앞에서 대기하던 두 사람이 손을 모아 지지대를 만들었다.

-헐?

-도움닫기?

-설마 트랩을 뛰어넘겠다고?

-ㅁㅊㄷㅁㅊㅇ

-무친 작전ㅋㅋㅋㅋ

-근데 킹능성이 있다는 게 함정ㅋㅋㅋ

지놈은 혼자였기에 거울을 일정 높이 이상 배치할 수 없었다. 덕분에 레이저 트랩의 윗공간은 완전히 비어 있었다.

“이게 뭔……!”

지놈은 그 모습에 움찔했다.

넘어오는 두 사람에게 조준점을 돌리려다가 이내 깨달은 것이다.

‘이거 움직이면 트랩이 깨지는데?’

반사가 멈추면 레이저 트랩이 사라진다. 오히려 손이 묶인 건 자신 쪽이었다.

“먼저 갑니다!”

“드디어 ‘골’인!”

그사이 무사히 착지한 스컬킴과 박잡초는 여유롭게 창문을 뛰어내렸다.

결계 밖으로 나오며 다시 영체로 돌아간 두 지박령은 유유히 허공에 부유했다.

“이런……!”

지놈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

“아니, 그래도 전부 나갈 수는 없죠!”

그는 남은 두 사람 쪽으로 눈을 돌렸다. 이 방법에는 한 가지 결점이 있었다.

“최후의 한 사람은 결국 잡힐 수밖에 없거든!”

남은 두 사람 중 하나는 도움닫기를 못 한다. 적어도 1명은 홀로 남아야 했다.

그의 생각대로 이경복은 여전히 앞에 있었고, 이클립스가 복도 너머에서 달려오는 게 보였다.

“주군의 무사 귀환을 믿겠나이다!”

이클립스도 도움닫기로 탈출에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이경복뿐이었다.

-블랙기업 사장이 희생을?

-그저 직원만 생각하는 사장니뮤ㅠㅠ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지박령 승리임

이걸로 게임은 끝난 거나 다름없다. 시청자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경복이 복도 너머로 이동해 가볍게 몸을 풀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아모른직다!

-설마 혼자서 통과하는 건?

-않이ㅋㅋ 레이저가 저렇게 움직이는데 어케 통과하냐고

-아 ㅋㅋㅋ 갓플이면 통과한다니깐!

그가 달리기 시작하자 채팅창은 기대로 가득해졌다. 반면 지놈의 눈동자는 더욱 거세게 흔들렸다.

“뭐지? 혹시 심리전?”

혹시 혼자서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조준을 바꾸어 직접 노리는 편이 좋을까?

아니, 그런 불안함을 유도해 지놈 스스로 트랩을 해제시키게 만드려는 걸지도 몰랐다.

‘아냐, 유지하는 게 승률이 높아!’

이미 직접 조준했다가 회피한 사례가 있지 않나. 지놈은 트랩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윽고 이경복은 거미줄처럼 펼쳐진 광선 사이로 몸을 던졌다. 유려한 몸놀림과 함께 나선으로 회전하며 아슬아슬하게 레이저 사이를 파고드는 그의 모습.

‘잡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뒤에는 아직 레이저가 남아 있었다. 지놈은 이에 승리를 확신했지만.

“뭐……”

철퍽하는 소리와 함께 광선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놈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소리가 난 쪽으로 돌아갔다.

“엑?!”

이경복이 회전하면서 던진 것은 엑토플라즘이었다. 그것은 ‘눈갱’을 노린 것이 아니었다.

‘거울에 맞춰서 반사를 끊었어?!’

광선의 움직임 자체는 불규칙적이었지만 거울 반사의 순서는 정해져 있었다.

이경복은 그걸 노리고 거울에 엑토플라즘을 붙여 반사를 봉쇄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광선이 엑토플라즘을 녹이며 다시금 반사가 복구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잠시가 이경복에게 필요한 전부였다.

“지 사원.”

지놈은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재미있었어요.”

생긋 웃는 그의 얼굴이 말 그대로 유령처럼 스쳐 지나갔다. 지놈은 뒤늦게 총구를 돌렸지만.

“사장님!”

“주군!”

“미쳤다!”

이경복은 창문을 통과해 다른 세 사람의 환대를 느끼고 있었다.

그사이 한 박자 늦게 날아간 광선은 이내 닫힌 창문에 적중했다.

“억!”

유리에 반사된 광선이 그의 눈에 적중했다. 지놈은 예상 못 한 ‘눈갱’에 외마디 비명과 함께 휘청거렸다.

-야잌ㅋㅋㅋㅋㅋ 이게 뭐얔ㅋㅋ

-셀프 눈갱 ㅅㅂㅋㅋㅋㅋㅋ

-아 ㅋㅋㅋ 추로 시작해서 추로 끝나버렸다 이말이야 ㅋㅋㅋㅋ

-추승전추 무엇?

-추놈은 진짜 다른 의미로 레전드다 ㅋㅋㅋ

-추전드 뭔데 ㅋㅋㅋㅋㅋㅋ

-궁극의 티배깅은 나 자신을 티배깅 하는 것!

이윽고 그 앞에 나타난 메시지.

[모든 지박령이 무사히 결계에서 탈출했습니다.]

지박령 팀의 ‘완승’을 알려 주는 메시지였다.

-갓플 우승! 갓플 우승! 갓플 우승!

-이걸 진짜 통과해버리네?

-ㅁㅊㄷㅁㅊㅇ

-정확도 뭔데에에에!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와씨 ㅋㅋ 저걸 다 계산하고 뛴 거라고?

-역시 이스케이퍼스 출신 답쥬?

-와 ㅋㅋ 퍼지컬은 트루 레전드

이에 시청자들 역시 승리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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