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90화 (190/491)

190화 - 숙청의 조 (2)

퍼지데이 팀 대기실.

이경복은 조 추첨 결과가 나오자 활짝 웃었다.

“오, 이거 운이 좋네요.”

앞서 우승 후보라는 ‘라떼프로’와 ‘플러스알파’팀과 같은 조가 되었다. 해설진과 시청자들은 죽음의 조라며 충격을 금치 못했지만 그는 달랐다.

“시작부터 재미있는 게임이 되겠습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과연 얼마나 강한 상대일지……!”

이클립스 역시 동감했다.

대기실의 대화는 방송에 송출되지 않기에 편한 어투였다.

그러나 다른 두 사람, 스컬킴과 박잡초의 어두운 표정으로 낮게 속삭였다.

“어…… 이게 기쁜 일인가?”

“운이 너무 나쁜 거 아니야?”

그들은 평범한 축에 속했다.

강적을 만나며 기뻐하는 이경복과 이클립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운이 좋은 거 아닌가요?”

이내 들려온 이경복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흠칫했다. 나름 작게 얘기한 건데 들린 모양이었다.

“운이 좋다고요?”

“상대가 전 프로게이머에 금메달리스트인데요?”

이내 어리둥절해하는 두 사람에게 이경복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 두 팀의 진출을 막으면 우승 확률이 높아지잖아요. 만약 다른 조였으면 플레이오프에서 상대해야 됐을 텐데.”

“옳은 말씀이십니다.”

순간 두 사람은 멍하니 이경복을, 그리고 그에 동의하는 이클립스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제야 알겠네.’

‘지놈 님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애당초 생각의 기준이 달랐다.

그 표정과 어투에서 진심이 묻어나왔기에 방송 컨셉이 아니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같은 팀이라서 정말 다행이네.”

“내 말이.”

두 사람은 이내 옅은 미소와 함께 불안을 떨쳐냈다. 이경복이 적이 아니라 아군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했다.

그 사이 지놈은 전광판을 치우고 몸을 돌렸다. 어느새 방송 화면은 다음 팀 소개로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의외로 퍼플 님 말이 일리가 있어요.”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지만 팀원들의 대화는 모두 귀담아듣고 있었다.

“만약 저 두 팀이 다른 조였다면 우리 팀에 대해 더 연구할 시간이 많았을 겁니다.”

“아, 그건 그러네요.”

“오, 맞네.”

두 사람의 수긍에 지놈은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라면 빨리 넘는 게 더 좋죠.”

스컬킴과 박잡초도 마주 웃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제 보니 지놈 님도 좀?’

이경복은 물론이고 지놈까지도 이미 승리를 전제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그리고 그것은.

‘이게 퍼며든다는 건가?’

자신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과 함께라면 전혀 질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 * *

캐스터 왕검은 큐카드를 넘기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자, 이렇게 모든 참가 팀의 소개와 조 추첨이 종료됐습니다.”

“와, 다시 봐도 A조는 정말……”

“어떻게 이렇게 나누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조는 전운이 감도는데 A조는 이미 쑥대밭이 된 기분이에요!”

-ㄹㅇㅋㅋ A조는 이미 본선임

-사실상 준결승전이자너

-진짜 피말리겠다 ㅎㄷㄷ

-아 ㅋㅋ 어우퍼는 과학이라니깐!

-ㄴㄴ 카페인 각성효과 무시 못함

-라떼프로가 진짜 우승후보지 ㅋㅋ

-ㅉㅉ 플러스알파 연습량 보면 그런 말 안 나오지

-진짜 ㅋㅋ 전부 체력은 미쳤음

해설진의 말에 시청자들이 즉각 반응했다. 왕검은 채팅이 더 과열되기 전에 빠르게 말을 이었다.

“자, 그럼 각 팀의 소감을 들어보지 않을 수가 없겠죠? 인터뷰는 소개 순서의 역순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인터뷰 진행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돌아갔다.

“다만, 이번에는 제 재량으로 가장 예측불가인 A조! A조의 팀들은 가장 마지막으로 인터뷰해 보겠습니다!”

-일부러 끝까지 방송 보게 하려고!

-역시 킹검이 진행을 잘해 ㅋㅋ

-죽음의 조 인터뷰는 못 참지!

그 멘트와 더불어 화면이 전환됐다. 최하위권 팀부터 대회에 임하는 각오나 대진표에 대한 소감을 밝히기 시작했다.

“솔직히 안심이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아, 이번에는 플레이오프 진출각이네. 딱 이 생각이 보자마자 들었습니다.”

“아모른직다! 언더독의 반란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거든요!”

“정배들 정신이 들어? 저희 팀이 제대로 판을 엎어볼 생각입니다.”

각 팀의 팀장들이 호기롭게 인터뷰를 마쳤다. 왕검은 이내 헛기침으로 주의를 돌렸다.

“자,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A조 인터뷰를 뒤로 미뤘죠? 돈 다마스의 소감,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전 시즌 우승자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돈값님?”

해설진의 멘트에 화면이 전환됐다. 이내 드러난 돈 다마스 팀원들의 모습에 세 사람 모두 탄사를 흘렸다.

“아, 돈 다마스 팀! 역시 지난 시즌 우승자의 여유라고 할까요!?”

“이것도 나름의 연륜이죠!”

“유니폼이 컨셉에 아주 찰떡입니다!”

하위권 팀도 유니폼을 맞춰 입었지만 대부분 같은 아바타를 맞추었다.

그러나 돈 다마스 팀은 달랐다.

검은 슈트에 중절모, 그리고 대기실 곳곳에 놓인 토미 건과 돈 뭉치들.

이탈리안 마피아 컨셉의 코스튬이었다. 그 중심에 있는 팀장, 돈값은 가슴께에 붉은 장미 브로치를 달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있는 그 옆에 팀원 하나가 속삭이듯 말하자 그가 검지 하나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제가 행운의 여신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 멘트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돈 파더! 돈 파더! 돈 파더!

-돈 까프치네 등판 ㅋㅋㅋㅋㅋ

-돈값 밈임?

-까프치네 = 깝치네 다 이말이야

-컨셉플레이 뭐냐곸ㅋㅋㅋ

역사에 남을 고전 영화의 명대사를 패러디한 멘트였다. 돈값은 스트리머답게 흐트러짐 없이 말을 이어갔다.

“A조에서 누가 살아남을지 다들 궁금해 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는 여유롭게 모자를 벗어 가슴께에 내리며 미소를 지었다.

“누가 올라오든 우승은 우리, 돈 다마스 패밀리의 것이니.”

그 멘트에 해설진이 하나같이 탄성을 흘렸다.

“아, 역시 돈 다마스입니다! 보스는 바로 이런 거다! 이미 위에 있으니까 아래는 신경 쓰지 않겠다! 이런 태도거든요!”

“돈 다마스가 인기 있는 이유가 바로 이거죠. 거만해 보이지만 또 증명을 해 버립니다!”

“자, 과연 이번 시즌에도 보스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그럼 이제 대망의 A조! 치열한 전장에 던져진 세 팀을 만나보겠습니다!”

왕검은 빠르게 멘트를 던지며 진행을 이어나갔다.

“자, A조의 첫 번째 인터뷰는……”

임의로 순서를 바꾸었기에 순서는 이제 주최 측의 의도에 따라 달라졌다. 이내 화면이 전환되며 라떼프로 팀의 대기실이 나타났다.

“아! 라떼프로입니다! 역시 전 프로답게 말끔한 유니폼이네요.”

“진짜 있는 프로게임단 같습니다.”

“그러니까요. 라떼 로고가 의외로 잘 어울리는데요?”

해설진이 칭찬하는 사이 팀장, 카페인이 꼿꼿한 자세로 카메라를 직시했다.

“확실히 쟁쟁한 실력자들과 붙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피지컬로 유명한 분들이니 말이죠.”

그리 운을 뗀 카페인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미스틱 리그는 피지컬이 전부가 아닙니다. 제가 현역으로 활동할 때에는 챔피언 연습만 한 게 아닙니다. 팀원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그가 말을 쏟아내자 왕검이 빠르게 끼어들었다.

“아, 카페인 팀장님!? 현역 시절 이야기는 생략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가 그걸 들으려면 따로 특집 방송을 편성해야 되거든요!”

-킹검 나이스 컷!

-투머티 토크 컷!

-???: 제가 LA에 있을 때……

-꼰대는 컨셉이지만 옛날 얘기는 진심인ㅋㅋㅋㅋ

-조 추첨 인터뷰(3시간)

시청자들 반응에 카페인은 짐짓 헛기침을 하며 다시 말했다.

“크흠, 미스틱 리그에서 중요한 건 피지컬만이 아니라 팀워크라는 거죠. 플레이오프 진출은 우리 몫일 겁니다.”

해설진이 이에 손뼉을 쳤다.

“그렇죠! 옳은 말씀입니다! 미스틱 리그는 팀 게임이거든요?”

“그랜드마스터의 코칭으로 벼려낸 팀워크, 정말 기대가 됩니다!”

“좋습니다! 카페인 팀장님의 훈화 말씀 잘 들어봤고, 이제 다음 팀은……”

왕검의 멘트와 더불어 다시 화면이 전환됐다. 다음 순서는 ‘플러스알파’의 차례였다.

“플러스알파입니다! 이야, 이거 다시 봐도 화면이 웅장해집니다!”

“그렇습니다, 저 트레이닝 복이 원래는 되게 많이 남거든요? 편하게 입는 게 목적인 옷인데 지금은 아주 땡땡합니다!”

“저는 게임을 떠나서 운동하는 분들을 진짜 존경합니다. 플러스알파, 이게 끝에 뭔가를 더 한다는 거거든요? 헬스장 가서 PT해 보시면 이게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게 됩니다!”

-이거는 무적권이지 ㅋㅋㅋ

-???: 15회만 해볼 게요

-???: 하나만 더! 하나만 더!

-ㄹㅇㅋㅋ 트레이너들 숫자를 못 셈

-왜 하나가 안 끝나냐구웃!

-아 ㅋㅋ 그래야 근성장이 된다니깐!

-그래서 근성이 좋다고 하는 거?

-???: 육체는 단명하나 근성은 영원하다

-미스틱도 근성이다?

-ㅁㅊ 그 근성이 아니잖슴ㅋㅋㅋ

프라이드는 채팅 반응에 실소를 흘리다가 목을 가다듬었다.

“짧게 말하겠습니다. 제가 체육계에 몸담으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그가 잠시 뜸을 들이자 왕검이 빠르게 오디오를 채웠다.

“오오, 금메달리스트의 깨달음! 여러분, 흔히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닙니다! 프라이드 팀장님, 그게 뭔가요!?”

“바로 어떤 대회에서든 2등은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프라이드는 그 우람한 팔로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저는 금메달리스트이기에 이 자리에 있는 겁니다. 만약 동메달, 혹은 은메달리스트였다면 기회가 없었을 겁니다.”

“아니, 메달리스트라는 사실 자체가 무척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 친구들도 다 1등을 했기에 출전이 가능했던 겁니다. 1등이 아니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죠.”

프라이드는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기에 오로지 노리는 건 하나, 우승만이 전부입니다!”

해설진은 작게 탄사를 흘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살아있는 승부욕의 화신! 역시 프라이드 님다운 인터뷰였네요.”

“각오가 엄청납니다. 다시 한 번 A조가 치열하다는 게 느껴지네요.”

“그렇습니다. 아마추어 대회지만 결국 대회거든요? 비단 플러스알파만이 아니라 모든 팀이 진지하게 승부에 임할 겁니다! 자, 그럼 이제 마지막 순서죠? 퍼지데이 팀을 만나보시죠!”

이내 전환된 화면.

퍼지데이 팀 역시 앞서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유니폼을 준비했다.

해설진들은 입을 동그랗게 오므리며 감탄을 토했다.

“오! 이게 뭔가요?”

“아, 역시 지놈 님입니다! 제대로 준비했어요! 방송에서 튀는 법,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속된 말로 짬바라고 하죠? 통일성과 함께 각 멤버들 컨셉까지 다 챙겼어요!”

다만 다른 팀은 모두 통일된 복장으로 통일성을 강조했지만 지놈이 준비한 코스튬은 달랐다.

-멤버들 전부 슈트핏 무엇?

-옼ㅋㅋ 스컬킴 해골마스크 찰떡이네

-박잡초는 초록 마스크네 ㅋㅋㅋ

-엌ㅋㅋㅋ 킴 제리 영화는 근본이지

-이클 님 투구 대신 철가면 어울리는 거 왜 때문?

-지놈 ㅋㅋㅋ 하회탈 뭔뎈ㅋㅋㅋㅋㅋ

-숨길 수 없는 팡머본능 ㅋㅋㅋ

-갓플 거 P가면은 언제 굿즈로 내줌?

-리얼리티 보고 있나? 얼른 대량생산햇!

어두운 보라색의 슈트와 가면, 그러나 가면은 저마다 방송에 걸맞은 것을 쓰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그 코스튬에 흡족해했다.

-이렇게 보니까 진짜 영화 퍼지데이 같넼ㅋㅋㅋㅋ

-숙청준비 완료했다 이 말이야

-일단 코스튬부터 압도 해버렸쥬?

-확실히 임팩트는 퍼지데이가 낫네 ㅋㅋㅋㅋ

-아무튼 어우퍼는 과학이라니깐!

그 사이 지놈이 앞으로 나왔다.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하…… 이거 정말 걱정입니다.”

다른 팀의 인터뷰와는 전혀 다른 시작에 해설진과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했다.

“아니, 어떻게 된 거죠?”

“지놈 팀장님, 분명 전광판에서도 보일 정도로 자신이 넘치셨거든요?”

“여러분 속지 마세요. 뭔가 있을 거예요! 그걸 믿었음? 지놈킥! 이거 주의하셔야 됩니다!”

왕검의 말과 동시에 지놈이 멘트를 이어나갔다.

“제가 걱정하는 건 바로, 세금입니다!”

예상치 못한 멘트에 해설진이 눈을 부릅뜨고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번졌다. 대체 갑자기 세금이 웬 말인가?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퍼지데이 이름으로 출전한 다른 대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마지막 승부에서 아깝게 상금을 놓쳤거든요? 덕분에 모든 상금은 사장님의 수중으로 들어갔습니다.”

직접적으로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그 대회에 대해 알고 있었다.

거너그라운드의 ‘타임워페어’ 이벤트를 말하는 게 분명했다.

“어? 이상하네요? 제가 기억하는 거랑 좀 다른데요?”

“그러니까요. 지놈 팀장님이 아까워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팀장님, 이거 저희가 직접적으로 언급 못 한다고 순순히 넘어갈 거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ㄹㅇㅋㅋ 뭐가 아깝게냐고!

-쥐놈이 ‘쥐’하다가 광탈했으면섴ㅋㅋㅋ

-여기저기 붙었다가 끔살당했쥬?

-킹직히 뉴턴좌나 이클 님이면 몰라 ㅋㅋㅋㅋㅋ

-???: 추놈, 당신은 양심도 없습니까?

-그게 있었음? 양심킥!

-양심킥은 또 뭔데 ㅋㅋㅋ

지놈은 그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미리 준비한 멘트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다릅니다. 미친스머프! 이 멋진 대회에서는 상금을 전부 나누어 받으니까요. 그 금액이 수입으로 잡힐 테니 세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해설진은 이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죠! 물론 다른 대회들 모두 좋지만, 특히 미친스머프는 너무 훌륭한 대회거든요!”

“아! 아아! 이걸 위한 빌드업이었어요! 게다가 이미 우승은 확실시하는 멘트까지!”

“맞네요! 이미 상금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 역시 관록의 지놈! 이 말이 절로 나오네요!”

-무친 올려치기 ㅋㅋㅋㅋㅋ

-트최입 수듄ㅋㅋㅋㅋ

-해설진들 놀란 거 보소 ㅋㅋㅋ

-역시 상업 스트리머다 이말이야 ㅋㅋㅋㅋ

-아 ㅋㅋ 블랙기업도 세금은 못 피하지!

-블랙기업(모범납세자)

-아닠ㅋㅋ 블랙기업인데 왜 성실납세해요!

채팅창 분위기도 유쾌해졌다.

왕검은 이에 흡족해하면서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다행히 아직 여유가 있었다.

“자, 지놈 팀장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걸로 모든 팀 인터뷰를 마쳤는데, 지금 제가 계속 마음의 짐이 되는 게 있어요.”

“마음의 짐이요?”

“그게 뭐죠?”

해설진의 물음에 채팅창도 곧바로 주의를 돌렸다. 이제 끝나나 싶어 아쉬웠는데 마음의 짐은 또 뭐란 말인가.

“아까 외국인 팬들이 정말 많이 와주셨잖아요? 지금 벌써 시청자 숫자가 8만을 넘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그냥 방송을 마무리 짓는다? 저 그러면 바로 인터폴에 수배됩니다.”

“아, 이대로 끝내면 국제적 범죄다?”

“아니, 왕검님 멘트는 진짜 말이 안 나오네요.”

해설진은 큭큭대면서 웃음을 흘렸고, 채팅창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자자, 물론 농담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냥 끝내면 저희가 욕을 먹어요. 그러니 막간을 이용해 퍼플 님께서 한 마디 정도 더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요청에 화면이 다시 퍼지데이 팀 대기실로 전환됐다. 가면을 반쯤 벗고 있다가 갑자기 지목된 이경복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이내 앞으로 나왔다.

-Luv u Purple!

-I can’t understand what he saying, but I feel it.

-Mr.Perfect is here!

-재외동포 튀어나오는 속도 보소 ㅋㅋㅋ

-이게 바로 월클의 팬이 된다는 것인가?

-I dunno what you saying, but your voice makes me happy!

-뭔지 몰라도 기뻐하는 건 알겠다 ㅋㅋㅋ

-This is all I want! lol!

-Mask and suit are ‘perfect’ for you!

-ㄹㅇㅋㅋ 베리 햅삐하다 이말이야

그가 화면 중심에 서자 조용히 있던 외국 팬들이 채팅을 쳤다. 덕분에 채팅창은 영문과 한글이 뒤섞였다.

이경복은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에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외국 방송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텐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가 감사를 표하자 채팅창에 하트와 구독자 전용 이모티콘으로 가득해졌다. 외국 팬들도 그가 영어를 잘 모른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비록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이경복은 그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제가 보답해드릴 수 있는 건 역시 재미뿐이겠죠? 이번 대회에서 재미있는 방송을 보여드릴 건데……”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웃으며 말을 맺었다.

“역시 가장 재미있는 건, 게임에서 이기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 한마디에 채팅창에 격류가 몰아쳤다.

-캬하! 바로 이거지!

-갓플의 우승선언! 갓플의 우승선언!

-어우퍼! 어우퍼! 어우퍼!

-Translate please!

-Yeah, Just this sentence plz!

-아 ㅋㅋ 이기는 게 꿀잼이거든요?

-???: 이겼다! 대회 끝!

-죠죠식 엔딩 뭐냐곸ㅋㅋㅋ

-내가 번역해줌 ㅋ He says ‘I give you fun, And Fun is the win’

-야매번역 무냐구!

-thx to you!

-It is already funny lol!

-Is it Perfect-Confidence, right?

-이게 되네?

-아닠ㅋㅋㅋ 퍼자감 외국에서도 쓰는 거였냐곸ㅋㅋ

채팅창은 환호와 열기로 가득해졌다. 왕검은 이에 흡족해하며 가볍게 고개 숙였다.

“네, 갑작스러운 요청에 응해주신 퍼플 님께 감사드립니다! 자, 이제 방송을 마칠 시간이네요. 마지막으로 경기 일정 안내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모두가 즐거운 미친스머프! 본격적인 경기는 다음 주에 시작됩니다!”

“그러면 그전에 볼거리가 없느냐? 아닙니다! 각 조에 속한 팀들은 자유롭게 일정을 맞추어 스크림을 진행하실 겁니다.”

해설진의 설명이 끝나고 왕검이 다시 말을 받았다.

“좋습니다! 저희는 그럼 다음 주! 정식 경기와 함께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미친스머프 많이 사랑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흥겨운 분위기 속.

마무리 멘트와 함께 해설진이 인사를 하며 방송이 끝났다.

* * *

지놈의 스튜디오.

방송은 끝났지만 퍼지데이의 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다른 팀 팀장들이랑 스크림 일정 협의를 할 겁니다. 여기 불가능한 날짜만 표기해 주시면 돼요.”

지놈은 주간 스케줄 표를 허공에 띄웠다. 이경복은 추가 일정이 없기에 한 걸음 물러났다.

스컬킴과 박잡초가 고심하는 와중 이클립스가 슬며시 손을 들었다.

“이클 님?”

“저, 그런데 스크림이 대체 뭡니까?”

그 질문에 다른 사람들이 눈을 껌뻑였다. 하지만 이내 곧 이해했다.

“아, 이클 님은 모르시겠구나.”

“맞네. 미스틱 시작하신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이쪽 용어를 아실 리가 없지.”

프롬 사의 게임만 해왔던 이클립스였으니 게임 내 용어를 익히는 것도 바빴다. 그런데 대회 용어까지 완벽히 숙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쉽게 말하면 친선 경기 혹은 탐색전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경복이 이에 대표로 설명했다.

“미리 상대팀과 연습 게임을 해서 서로 전력을 파악하는 거죠. 그걸 바탕으로 본 경기에서 쓸 전략도 구상하고요.”

“하지만 단순한 연습은 아닙니다.”

지놈이 슬쩍 첨언했다.

“룰은 그대로 대회 룰이라서 밴픽은 해야 하니까요. 저희가 어떤 챔피언을 밴을 할지, 상대도 저희 팀에서 누구를 견제하는지 드러나게 됩니다.”

연습이라고 무작정 하는 건 아니었다. 대회와 같은 룰로 해야 연습 효과가 있지 않겠나.

지놈은 이내 이경복에게 시선을 돌렸다.

“예를 들자면, 상대팀이 스크림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견제해 볼 사람은 역시 퍼플 님이죠. 일단 야미랑 바르잔 밴을 하고 어떤 대책을 준비했는지 확인할 게 분명합니다.”

“음…… 확실히 저라도 그렇게 할 것 같습니다.”

이클립스가 심각한 표정으로 주억거렸다. 예시를 들으니 스크림의 중요성이 바로 체감된 덕이었다.

“새로운 챔피언 준비는 문제없죠?”

지놈의 물음에 이경복은 싱긋 미소 지었다.

“별로 어렵지 않던데요.”

문제는커녕 걱정 하나 없었다.

그는 오히려.

“빨리 실전에서 써 보고 싶네요.”

다가올 스크림을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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