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화 - 스크림이 뭐라고
늦은 밤.
미친스머프 조 추첨이 끝난 이후 미스틱 리그 커뮤니티는 평소보다 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돈 다마스 플레이오프 진출!]
[A조 진짜 조졌다 ㅋㅋㅋㅋ]
[본선 보다 예선이 재미있는 대회가 이따!?]
[킹직히 이거 주작 의심해봐야 되는 거 아니냐?]
대회에 참가한 각 팀의 팬들이 한데 모인 덕이었다. 정규 경기는 시작도 되지 않았지만 팬들은 대진표를 보며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예상했다.
그러나 그런 예측 관련 글들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솔직히 이번 대회는 물갈이 잘 돼서 예측이 안 됨]
[ㄹㅇㅋㅋ 돈 다마스 말고는 잘 모르겠음]
[일단 스크림부터 보고 판단해야 될 듯?]
[A조 스크림은 무적권 봐야지 ㅋㅋㅋㅋ]
예측에 필요한 데이터가 불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커뮤니티의 화제는 다가올 연습경기인 스크림으로 넘어갔다.
그와 더불어 매 대회마다 발생하는 토론이 이어졌다.
[스크림은 무적권 많이 해야 되는 거 아님?]
[아니 ㅋㅋ 스크림은 최대한 적게 해야 되는 게 맞다니까!]
바로 스크림의 적정 횟수에 관한 논쟁이었다.
스크림 횟수는 비단 아마추어 대회들뿐만 아니라 프로 대회가 개최될 때마다 커뮤니티를 점령하는 단골 주제이기도 했다.
[스크림을 많이 해야 하는 EU (999+)]
그 중 스크림이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파의 게시글이 먼저 인기글에 올라왔다.
[와 ㅋㅋ 솔직히 이걸 설명하는 게 진짜 어이가 없음ㅋㅋㅋ
그래도 미알못들 많아서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 해준다
Q1. 스크림을 대체 왜 하는가?
일단 먼저 스크림을 하는 이유를 알아야 많이 해야 되는 것도 납득이 가겠지?
스크림은 양팀이 상대에게 ‘익숙’해질 수 있다는 게 제일 중요함
왜냐? 방송으로 보는 거랑 직접 붙는 거랑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거든
그래서 스크림 없이 그냥 경기를 해버리면 적응 못 하고 게임이 싱겁게 끝나거나 할 수가 있다 이말이야
그러면 주최 측도, 참가팀도 그리고 ㅅㅂ 보는 우리들도 얼탱이가 터지거든!
이런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서 스크림은 필수라는 거지
Q2. 그래서 ‘익숙’해지면 뭐가 좋은데?
솔직히 1번 보고 깨달았으면 2번 질문까지는 안 오는데 ㅋㅋㅋ
그래도 HOXY? 하는 마음에 써준다
영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Practice makes perfect’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
번역까지 해줬다 ㅇㅋ?
스크림을 많이 할수록 참가 팀은 서로를 더 잘 파악하겠지?
그러면 ‘실수’가 나올 확률이 적어진다 이말이야.
실수가 적으면? 그게 진짜 ‘실력’ 승부잖아?
보는 우리 입장에서도 서로 실수가 없어야 깔끔하다고
내가 응원하는 팀이 실수하면 좀 빡치잖아? 잘 하는 거 아는데 킹받는 거 개같다 이거야
그런데 상대 팀이 실수하면?
‘응~ 그거 실수야~ 본 실력 아니야~’ ㅇㅈㄹ 하는 놈들 나오면 더 빡치거든 ㅅㅂ
그러니까 모두를 위해서라도 스크림은 많이 하는 게 좋다 ㅇㅋ?]
[-깔끔한 정리추]
[-캬 ㅋㅋ 미잘알 ㅇㅈ합니다]
[-진짜 이게 맞지 ㅋㅋㅋㅋ]
[-빠가 까를 만든다 이말이야]
[-ㄹㅇㅋㅋ 심하면 팬덤 전체가 역겨워짐]
[-갓플은 연습 없이 퍼펙트하지 않나?]
[-아아, 그것이 ‘퍼펙트-퍼펙트’니까]
[-더블 퍼펙트는 뭔데 ㅅㅂㅋㅋㅋ]
그러나 그 글 하나로 정리가 된다면 논쟁거리도 되지 않을 터였다.
[스크림 많이 하면 좋다? ㅈㄹㄴ (999+)]
반대로 스크림 횟수가 적어야 한다는 ‘미니멀리즘’파의 글이 추천에 힘입어 인기글에 올랐다.
[아 ㅋㅋ 미잘알인 척하는 거 잘 봤고요
솔직히 말투부터 역한데 그걸로 는 안 까겠음ㅋㅋㅋ
왜냐하면 그 글 보고 미잘알 ㅇㅈㄹ 하는 놈들이 이해하기 쉽게 따라할 거거든ㅋㅋㅋㅋ
Q1. 서로 ‘익숙’해져야 실력겜이다?
<실수가 적으면? 그게 진짜 ‘실력’ 승부잖아?>
그대로 복붙했다 ㅅㅂ
이거 보고 바로 어이 가출해서 경찰서 신고할 뻔ㅋㅋㅋㅋ
아니 어느 대회에서 실수가 나왔다고 실력이 아니라고 말을 하냐? 당연히 실수도 실력에 포함되는 개념 아님?
<‘Practice makes perfect’>
이거 한 문장 번역해 놓고 ‘번역해줌’ 이러고 있다 ㅋㅋㅋ
아 물론 실수를 줄이려고 연습을 많이 하는 거? 맞는 말이지
근데 그건 자기 연습을 하는 걸 말하는 거지 ㅅㅂ
실수 줄이겠다고 상대팀 붙들고 ‘연습 좀 해주세요’ ㅇㅈㄹ 떠는 선수 본 적 있음?
경기 중에 나오는 실수도 그 선수의 실력이고, 나아가 팀장 혹은 코치나 감독의 역량인 거 ㅇㅈ?
Q2. 그래서 스크림을 왜 조금만 해야 됨?
자기 유리한 것만 써놓고 스크림 단점은 쏙 빼놓는 거 보고 말이 안 나왔다
스크림을 통해 서로 ‘익숙’해지는 거? 방송으로 보는 거랑 실감하는 거랑 달라서 필요하다?
다 양보해서 그게 맞다고 치자.
그런데 익숙해지는 게 상대 선수만이냐?
ㅅㅂ 이거 팀 게임이야 팀 게임
당연히 팀워크랑 전략도 중요한 부분 아니냐?
스크림 횟수가 늘어날수록 서로의 전략이랑 대처법이 계속 노출되는데 그렇게 해야 진짜 ‘실력’겜이 나온다고?
팀장들이 개빡세게 머리 굴려서 밴픽 고민하는 거 알면 스크림 많이 하라는 말이 안 나오지 않나?
진짜 얼탱이 터지는 게 이 부분임ㅋㅋㅋㅋ
결국 전략이 노출되면 선수 개인 기량에 의존하게 되는 거 아니냐? 미스틱이 무슨 무쌍 마냥 썰어대는 겜이냐? 선수 피지컬만 좋으면 끝이야?
진짜 저 글에서 미잘알이라고 하는 데 정신 나갈 것 같다]
[-반박추 ㅋㅋㅋ]
[-77ㅓ억! 속이 다 시원해버리고]
[-와 ㅋㅋ 내가 쓴 글인 줄]
[-ㄹㅇㅋㅋ 나도 하고 싶은 말 다 써 있음]
[-전략 고민을 안 해보니까 저렇게 동조하는 거 ㅋㅋㅋ]
격화된 논쟁에 커뮤니티는 불이 붙기 시작했다.
[전략이 노출 되어야 변수가 창출 되지 ㅅㅂ]
[선수들 고민하는 게 걱정된다고 그걸 안 해?]
[고민을 많이 해야 명승부가 나오는 거 아니냐?]
[아 ㅋㅋ 킹직히 보는 입장에서는 많이 보는 게 혜자자너]
한 쪽의 게시글들이 쏟아져 나오면.
[경기 많이 볼 거면 그냥 방송만 봐도 되자너 ㅋㅋㅋㅋ]
[대회에서 보고 싶은 건 ‘평소’랑 다른 게임 아니냐?]
[전략 노출이 적어야 예상 밖의 경기가 나온다고!]
[스크림 결과에 자포자기하는 경우도 무시 못 함]
또 다른 쪽의 게시글이 쏟아져 나왔다. 놀랍게도 그것도 어디까지나 주류의 흐름이었고, 참가 팀 별로 세분화하면 팀 마다 의견이 갈렸다.
[돈 다마스는 저번 대회에서 오픈이니까 많이 잡아야 됨]
[저번 시즌이랑 메타가 다른데 숨기는 편이 더 낫지 않나?]
[카페인은 스크림 많이 할수록 분석 잘 할 듯 ㅋㅋ]
[라떼프로는 너무 경력이 화려해서 상대 쪽이 블러핑할 수도?]
[플러스알파는 그래도 루키니까 최대한 전력 숨겨야지]
[오히려 루키니까 전략 제한시키고 피지컬 승부로 끌고 가는 게 맏찌]
그렇게 참가 팀의 팬덤마다 열띤 논쟁이 일어났지만.
유독 한 팀만은 분위기가 달랐다.
[커뮤 분위기 왜 이럼?]
[스크림 횟수가 그렇게 중요한가?]
[퍼지데이 일정 언제 나오냐]
퍼지데이 팀의 팬덤은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마치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속담을 실현하는 느낌이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다른 팀은 과학승리를 못 해서 그럼ㅋㅋㅋ]
[아 ㅋㅋ 어우퍼 모르냐고]
[어차피 갓플이 오더해주면 다 이긴다 이말이야]
퍼지데이의 승리에 대한, 그 중에서도 이경복의 실력에 대한 믿음이 큰 덕이었다.
[그래도 많이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긴 함]
[아무래도 갓플이랑 이클 님이 경력이 짧아서 챔피언 선택권이 좁지]
[ㅇㅇ 그냥 적당히 상대 파악만 하고 끝내면 될 듯]
때문에 스크림 횟수에 관련된 글이 올라와도.
[많이 해도 상관없긴 해 ㅋㅋ]
[ㄹㅇㅋㅋ 또전드 경기만 늘어나쥬?]
[보는 우리는 아무튼 좋다 이말이야!]
걱정이 없기에 다들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은.
[솔직히 커뮤에서 떠든다고 뭐 달라지나?]
[어차피 팀장들이 알아서 결정할 건데 ㅋㅋㅋ]
[저러고 노는 게 재밌나?]
[???: 이기는 게 재밌죠]
[엌ㅋㅋㅋ 퍼청자들은 이기는 거 보쥬?]
‘시청자’라는 자신들의 위치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오! 일정 떴다!]
[무친ㅋㅋㅋㅋ 바로 내일?!]
[꿀잼 로켓배송 너무 좋고ㅋㅋ]
그들이 바라던 소식이 전해졌다.
* * *
다음 날, 늦은 오후.
퍼지데이 첫 스크림 방송시간이 가까워졌다. 방송 시작 전이지만 대기 인원은 이미 3만을 돌파했다.
-WA! 3만 돌파!
-아니 ㅋㅋㅋ 사람 왜 이렇게 많냐고 ㅋㅋㅋ
-4조 통 틀어서 가장 빠른 스크림이라 그런 듯?
퍼지데이 팬들은 물론 다른 팀의 팬들도 경쟁자의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모여든 덕이었다.
-구독배지 없는 계정 많긴 하네
-뭐임? 외국인들인가?
-구독 안 해서 외국인이냐곸ㅋㅋ
-정찰병들 어서 오고
-라떼프로 팬이다 손!
이번 스크림의 상대는 바로 ‘플러스알파’였다. 이에 다음 스크림 상대인 ‘라떼프로’팀의 팬들이 유입 인원의 대부분이었다.
-근데 찐 외국인들은 없네?
-갓플이 언어 제한한 거 때문 아님?
-추첨 방송까지만 올 수 있나? -좀 안타깝긴 하네 ㅋㅋㅋㅋ
-오? 뭐임?
-라잇게임즈 공식채널 켜졌는데?
-엥? 공식채널이 중계하는데?
-뭔솔? 방송 안 하는데?
-한국 말고 북미 채널 켜짐
그때 채팅창에 들어온 제보.
라잇게임즈 코리아도 아니고 북미 본사의 채널에서 스크림 경기를 중계한다는 소식이었다.
-엥? 한국 채널도 아니고 본사가?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엌ㅋㅋㅋㅋ 어제 조추첨 방송 유입 때문인 듯?
-헐ㅋㅋㅋ 갓플 채널 입장 어렵다고 열어준 거래
-번역이나 통역은 아니고 그냥 중계만 해주는 듯?
-MCS 시간이랑 안 겹쳐서 열어 준 거 ㅋㅋㅋㅋ
-그걸 다 알아들었다고?
-퍼청자들 수듄 ㅎㄷㄷ
채널에 가서 설명을 들은 시청자들이 상황을 전달해 주었다.
이에 퍼지데이의 팬들은 물론.
-와 ㅋㅋ 중계채널 지금 1.5만 명
-그 정도 숫자면 열어줄 만하네 ㅋㅋㅋㅋ
-와씨…… 갓플이 진짜 월클이긴 하구나
-카페인 방송도 외국인 들어오긴 하는데 한 천 명 정도임 ㅋㅋㅋ
라떼프로의 팬들마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시청자들의 주의는 금방 돌아갔다. 예정된 시간이 되니 화면이 전환됐기 때문이었다.
평소와 달리 화면 속 장소는 미스틱 리그 연습게임의 대기실이었다.
“트하! 유전자 레벨로 연습하는 남자, 지놈입니다!”
“안녕하세요! 프라이드입니다!”
양팀의 팀장이 각기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올렸다. 채팅창은 환대로 가득해졌고 화면은 양팀 선수들의 모습을 잡아주었다.
“자, 프라이드 님. 오늘은 A조의 첫 스크림 경기를 진행할 예정이죠?”
“그렇습니다. 퍼지데이 팀과 플러스알파, 저희가 함께 심사숙고해서 결론을 내렸죠.”
두 사람은 주거니 바거니 발언권을 넘겨받았다. 어느 한쪽이 오디오를 독점하면 보기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양쪽 모두 큰 이견은 없었습니다. 저희 두 팀은 정규 리그에 앞서 스크림 횟수를 단 1회! 오늘 한 번으로 마무리 짓기로 했습니다!”
-헐?
-스크림을 한 번만 한다고!?
-양쪽 다 루키라서 합의 본 듯 ㅋㅋㅋ
-하긴 ㅋㅋㅋ 이거 다른 팀도 보니까
-ㅇㅇ 길어지면 라떼프로가 어부지리네
-아 ㅋㅋ 다른 의미로 지리긴 할 듯
-뭘 지려 ㅅㅂㅋㅋㅋ
지놈의 말에 채팅창이 술렁였지만 큰 반발은 없었다.
“네, 그래서 일정도 빨리 잡았죠. 오늘 경기는 3판 2선승제, 대회 룰을 그대로 따를 겁니다.”
플러스알파 쪽 채팅창도 괜찮은지 프라이드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늘뿐이라고는 해도 서로의 패를 보이게 되겠죠?”
“그러나 오늘 경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것은 끝이 아닙니다.”
지놈과 프라이드는 이내 서로를 마주보며 자신 있게 미소 지었다.
“진짜 승부는!”
“본 게임에서 가려질 테니까요!”
두 팀장은 이내 등을 돌려 서로의 팀원으로 향했다.
-퍼지데이! 퍼지데이! 퍼지데이!
-어우퍼 is Science!
-과학은 뭐다?
-아니 ㅋㅋㅋ 과학 전체가 어우퍼냐고 ㅋㅋ
-또전드 ON!
지놈은 채팅창을 확인하고 이내 가볍게 숨을 뱉으며 팀원들을 돌아봤다.
스컬킴과 박잡초는 약간 긴장한 듯 보였지만 다른 두 사람은 여유가 넘쳤다.
[상대 팀이 챔피언 ‘야미’를 전장에서 추방했습니다]
그가 말을 채 잇기도 전에 결과가 나왔다.
플러스알파부터 시작한 밴, 첫 번째 대상은 ‘야미’였다.
-아 ㅋㅋㅋ 이건 무적권이지
-갓플의 퍼펙트 야미가 뜬다? 게임 터지거등요?
-솔직히 퍼펙트야미는 밸붕이긴 해
-이건 라떼프로라도 했음 ㅋㅋㅋ
시청자들은 물론 퍼지데이 팀 역시 예측한 결과였다.
“역시 처음은 야미네요.”
“그럼 일단 우리도 회의한 대로 가겠습니다.”
퍼지데이 팀 역시 미리 선정해둔 밴 리스트가 있었다. 지놈은 곧바로 손을 움직여 프라이드의 주력 챔피언, ‘살인자’ 젠을 추방시켰다.
-퍼지데이도 정석 밴이네 ㅋㅋ
-프라이드가 젠 픽하면 진짜 장난 아니지 ㅋㅋㅋ
-킹직히 첫 밴은 예상한 부분이구연
-스포) 다음은 바르잔이다
이 역시 예상했다는 반응들이었다. 이윽고 시청자의 예측대로 프라이드는 ‘바르잔’을 추방시켰다.
이경복의 주력 챔피언이 전부 추방당했지만 시청자들은 오히려 이 상황을 즐겼다.
-아 ㅋㅋ 스포부터 밴 좀!
-갓플은 일단 무적권 묶어놔야지 ㅋㅋㅋ
-팩트) 사실 퍼청자들도 이걸 원했다.
-들켜버렸쥬?
-갓플의 3번째 챔피언? 이건 못 참지!
채팅을 확인한 이경복은 이내 실소를 흘렸다. 지놈은 팀원들과 시선을 나누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대로의 밴픽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가 다음으로 선택한 챔피언은 프라이드의 2번째 주력 원딜 챔피언인 ‘저격수’ 케이였다.
-오?
-양쪽 다 에이스 묶어두고 시작하려는 듯
-이제 부터가 진짜임 ㅋㅋㅋ
-플러스알파에서 갓플 다음으로 견제하는 건 과연?
-아 ㅋㅋ 보나마나 이클님 아님?
-스포) 가이엔이 밴 당한다
시청자들은 기대심을 내비쳤다.
앞서 양쪽의 2번째 밴까지는 모두가 예측한 범위였다. 하지만 지금, 3번째 밴에서 양 팀의 전략이 드러날 터였다.
그 때문인지 플러스알파의 선택은 이전과 달리 시간이 걸렸다.
-?
-가이엔 밴이 아닌가?
-뭐지?
-어쩌면 바텀 견제일 수도?
-프라이드 키우려면 그럴 수도 있겠네
-제한시간 얼마 안 남았쥬?
각 선택마다 주어지는 시간은 1분이었다. 제한시간이 초과되면 포기로 간주, 선택권을 박탈당한다.
그 시간이 10초 즈음 남았을 때 프라이드가 결정을 내렸다.
[상대 팀이 챔피언 ‘샤카’를 전장에서 추방했습니다]
이내 떠오른 메시지에 채팅창이 물음표로 가득해졌다.
-엥?
-갑자기 샤카?
-뭐임? 갓플 샤카 연습한 적 있음?
-그냥 정글러 중에 하나 찍은 거?
챔피언 ‘미친 광대’ 샤카는 육식형 정글러에 속했다. 물론 이경복이 플레이한다면 충분한 위협요소였지만, 그 외에 다른 정글러 챔피언도 많이 남아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무작위로 찍은 것처럼 보이는 상황.
“나름 고민을 많이 하셨네.”
그러나 지놈은 상대의 의도를 바로 파악했다. 그는 바로 팀원들에게 설명했다.
“샤카는 제 정글러 챔피언입니다.”
샤카는 지놈이 정글러로 플레이 할 때 사용하는 주력 챔피언이었다. 이클립스가 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 사원을 견제했다니? 그런데 DD가 아니라 왜 샤카를 선택한 거요?”
“아무래도 포지션 체인지를 견제한 것 같아요.”
포지션 체인지.
말 그대로 팀원의 포지션을 유동적으로 바꾸는 전략을 의미했다.
-오? 맞네 ㅋㅋㅋ
-지놈이 정글러하고 갓플이 미드로 갈까봐?
-하긴 오더는 미드라이너가 하기도 하니까
-엌ㅋㅋ 갓플은 미드 가도 개 쩔긴 할 듯
시청자들도 그 설명에 동감했다. 이내 지놈은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서서히 줄어드는 시간과 함께 그의 손이 움직였다.
“저희는 바텀 라인 보강으로 가겠습니다.”
지놈의 상대는 상대 서포터의 주력 챔피언 ‘마법요정’ 롤로였다.
-이러면 골초조합이 움직이기 편하지
-ㅇㅇ 이번 경기에서는 프라이드가 바텀에서 어떻게 할지가 관건임
-이정도면 무난하게 이기겠는데?
-이기는 건 이미 당연한 거 아님?
-지금 과학을 의심한 거?
-님 혹시 지구평평설 믿나요?
양팀 모두 밴 선택을 끝내자 화면이 가려졌다. 각 팀의 챔피언 선택은 비공개 룰이었지만 방플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을 해둔 덕이었다.
-과연 갓플의 선택은……!?
-3번째 퍼펙트-리워크 대상은!?
-5252, 또 어떤 챔피언을 재발견해버리는 거냐구웃!
-OP? 아니죠! PP가 맞습니다!
-아 ㅋㅋ Perfect Powered는 맞지 ㅋㅋㅋ
시청자들의 기대 속에서 양쪽의 챔피언 선택이 끝났다.
그 결과 모두 눈이 크게 뜨였다.
-헐?
-브레이브? 브레이브가 왜 나와?
-와씨 ㅋㅋㅋ 프라이드가 정글을 간다고?
-ㅁㅊ 포지션체인지 견제한 이유가 있었네
본래 바텀 라인의 원딜러였던 프라이드가 정글러 챔피언인 ‘갱단두목’ 브레이브를 선택했다.
그리고 기존 상대 정글러였던 플레이어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자신들이 그 전략을 준비해 왔기에 퍼지데이 역시 비슷한 전략을 사용할까 샤카를 추방시킨 것이다.
-브레이브도 원딜이긴 하니까 잘하긴 할 듯;;
-와…… 이러면 본 게임에서 밴카드 3개를 다 써야 됨?
-ㅇㅇ 프라이드를 완전히 견제하려면 그렇게 해야 됨
-일단 이번 경기 보고 생각해 봐야 될 듯
그와 관련된 의견이 올라왔지만 곧 다른 채팅에 밀려 사라졌다.
왜냐하면 그보다 놀라운 선택이 주의를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이건 전혀 예상 못 했는데……”
프라이드는 얼굴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바로 요주의 대상인 이경복이었다.
-왘ㅋㅋ 이거 너무 좋다 진짜
-뭐지? 대체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퍼포먼스야? 진심이야?
-아 ㅋㅋㅋ 어느 쪽이든 개쩔긴 할 듯
그와 달리 시청자들은 흡족함을 숨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경복이 선택한 챔피언이 바로.
“설마 라그넬을 고를 줄이야.”
엘리펀트의 주력 챔피언인 발톱추적자, 라그넬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경복은 프라이드의 시선에도 여유 있게 미소를 지었다.
‘생소한 것보다는.’
티어원의 매 경기 전날, 이경복은 엘리펀트의 기량 향상을 위해 라그넬을 상대했다.
그리고 그 결과, 신기를 통해 엘든소울에서 이클립스의 검술을 습득한 것처럼.
‘익숙한 게 편하지.’
그는 엘리펀트의 라그넬 활용법을 익힐 수 있었다.
-갓플이 라그넬하면 끝났지 ㅋㅋㅋ
-엘리펀트보다 더 잘하는 거 아님?
-와씨 퍼펙트-라그넬은 못 참지!
-아 ㅋㅋ 이건 무적권 꿀잼이다
시청자들의 기대 속에서 이경복은 말했다.
“그럼 시작해 보죠.”
퍼지데이 대 플러스알파.
그 첫 게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