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화 - 퍼펙트 스크림 (2)
미스틱 리그 북미 본사 채널.
[Right Games]
[시청자 1.7만 명]
그곳에 모인 시청자들은 하나 같이 감탄을 터트렸다.
-이클립스의 검술은 언제 봐도 환상적이야!
-lol, 소드마스터가 나오는데 이게 왜 아마추어 대회인 거야?
-그는 진정한 기사가 분명해
-만약 미니언이 없었다면, 상대는 부활할 때마다 죽었을걸?
탑 라이너, 이클립스는 그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선보였는데 그가 굳건히 버티고 있으니 상대는 타워에 접근조차 할 기회가 없었다.
-나는 그의 별명이 ‘Disgraceful guy’이라는 걸 이해할 수 없어
-나도! 큐튜브에서 본 영상과 달리 실력도 좋은데?
-아니, 나는 좀 이해가 될 것 같아. 내가 상대라면 저 포킹 때문에 무척 화가 날 테니까!
-LMFO, 그가 단순한 MC였다면 퍼플과 같이 있을 리가 없잖아
미드라이너인 지놈도 준수한 실력을 보이고 있었는데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만큼 그 차이는 시청자들에게 여실히 다가왔다.
그 중에서도 포킹, 원거리에서 가볍게 툭툭 치며 상대 체력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예상보다 바텀 듀오의 실력이 괜찮아서 안심이야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매우 안정적인데?
-서로 연계가 아주 자연스러워. 분명 연습을 많이 했겠지!
바텀 듀오인 스컬킴과 박잡초 역시 평가가 좋았다. 상대를 압도하지는 못해도 착실히 성장을 거치니 흠잡을 곳이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건 역시나 정글러, 퍼플의 활약이었다.
-OMG, 또 희생자가 발생했어!
-이런 갱킹은 도저히 피할 수가 없다고 lol
-이게 대체 몇 번째 킬이지!?
-혼자서 21킬을 따냈어!
-이런 스코어를 보면 아마추어 대회라는 게 실감이 나긴 해
-내 생각은 다른데. 만약 퍼플이 프로씬에 진출했어도 비슷한 스코어를 기록했을 거야!
그는 진정한 ‘육식’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듯 라인 갱킹과 정글 싸움에 주력했다.
솔로 킬은 물론 팀원들과 협력해 거침없이 킬 수를 올렸다.
-도저히 상대 팀이 성장할 수가 없는 환경이야!
-퍼플의 존재만으로 게임 밸런스는 이미 무너진 거였어
-나는 이 게임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저울이라 생각했어. 팀원들이 무게추인 거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무게를 늘려가는 거야.
-Damn! 근데 퍼플은 저울의 접시를 뒤집어엎었어!
-LMFO! 이런 걸 비대칭전력이라고 부르지 않아?
-이제야 지놈이 말한 ‘Science’가 뭔지 알 것 같아.
-퍼플이 있는 팀이 승리한다. 그게 ‘어우퍼’의 뜻이었지?
시청자들은 이미 이 스크림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 그 활약을 보고도 상대 팀이 우승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정도면 엘리펀트의 라그넬 보다 대단한 거 아니야?
-매우 합리적인 판단이야
-Nah, 그건 아니지.
-퍼플은 프로 수준이라도 상대는 아마추어 수준이 맞아
-냉정하게 보면 플러스알파 팀은 아마추어가 맞거든
-프라이드는 메달리스트지만 퍼플이라는 과녁은 못 맞췄어
-그는 바텀 라인으로 갔어야해. 그렇다면 게임은 달라졌을 거야.
-포지션 체인지가 실수였어.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는 양상에 시청자들은 경기를 분석하는 사람들이 채팅창에 나타났다.
이에 몇몇 시청자들이 웃음을 흘렸다.
-플러스알파가 지는 이유는 그게 아니지.
-그래, 패배의 이유는 하나뿐이라고
-바로 퍼플이 있는 퍼지데이와 게임을 했기 때문이지!
-lol, 매우 ‘과학’적인 이유네.
그들이 던진 농담에 채팅창에는 웃음이 번졌다.
-정규 게임에서는 다를까?
-상황은 달라져도 결과는 같을 것 같은데?
-모르는 일이야. 만약 퍼플에게 밴 카드 3개를 전부 쓴다면?
-그래도 또 ‘Perfect-Solution’이 나오지 않겠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해.
그들은 즐겁게 다음을 기대하며 생각했다.
-라잇게임즈에 중계를 요청하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거야.
이경복이 나오는 게임은 놓칠 수 없다고.
* * *
플러스알파와의 스크림 경기가 끝났다.
-엌ㅋㅋㅋ 2:0 완승 해버리기
-제대로 숙청해버렸다 이말이야
-퍼지데이 복리후생 확실해버리고?
-어우퍼! 어우퍼! 어우퍼!
-약속은 지키는 것, 그게 상식이잖아?
-아니 ㅋㅋㅋ 진짜 상식 나오니까 왜 어색하지
-아아, 그것은 ‘퍼펙트-상식’에 절여졌기 때문이다.
결과는 퍼지데이 팀의 2연승.
3번째 게임까지는 갈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양 팀 모두 대기실로 돌아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과찬이십니다.”
양측 팀원들은 각기 상대방과 악수를 나누며 서로를 독려했다.
프라이드도 이경복의 손을 굳게 잡으며 말했다.
“제가 정말 어디 가서 이런 말 잘 안 하는데, 진심으로 감명 받았습니다.”
그 말에 이경복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프라이드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스트리머 분들이 몸을 쓰면 얼마나 잘 쓰겠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체육인이라서 나름 자부심이 있었으니까요.”
그는 진솔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경기 전까지는 안일한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고 말이다.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걸 이번에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아닙니다. 저도 경험해 보니, 그럴 생각이 드실 정도로 피지컬이 대단하셨어요.”
이경복은 이에 겸손히 답했다.
“아마 지금까지 게임하시면서 그 이상을 보여 주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하셨을 겁니다.”
그리고 그를 겸손하게 놔둘 시청자들이 아니었다.
-???: 지금까지 날 안 만나봐서 그렇다
-???: 너도 대단한데 내가 더 대단하다
-???: 그 이상이 바로 나다
-막타로 퍼기만 무엇?
-5252, 게임은 끝난 게 아니었냐구웃!
-트수들 즉시 왜곡 하는 거 보솤ㅋㅋㅋ
-근데 잘 생각해보면 맞말이긴 함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장난스러운 왜곡에 이경복이 헛웃음을 흘렸다. 이에 그가 멘트를 치기도 전에.
“정규 경기는 다를 겁니다.”
프라이드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이 악물고 준비해오겠습니다. 다시, 승부를 내보죠.”
-왐마 ㅋㅋ 눈에서 레이저 나올 듯
-이게 그 이글아이인가 그거냐?
-이거는 찐 각오네 ㅋㅋㅋ
-체육인들 연습량 생각하면 진짜 장난 아닐 듯?
-아 ㅋㅋㅋ 괜히 팀 이름이 플러스알파겠냐고
-메달리스트가 도전하는 스트리머가 이따!?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저도 기대하겠습니다.”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플러스알파 팀원들이 떠나고 방송이 끝났다. 그러나 퍼지데이 팀원들은 흩어지지 않고 대기실에 남았다.
“후,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지놈이 짧게 숨을 뱉으며 가볍게 손뼉을 쳤다.
“하지만 더 중요한 과정이 남아있죠.”
스크림은 그 경기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이번 스크림의 피드백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스크림을 통해 얻은 정보와 플레이에 대한 피드백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지놈은 팀장이지만 피드백의 주체는 그가 아니었기에 옆으로 비켜 자리를 내주었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그러자 이경복이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이에 지놈이 바로 리플레이 메뉴를 열려고 했지만.
“아, 리플레이는 괜찮습니다.”
이경복이 그를 제지했다.
“네?”
“리플레이를 안 보신다고요?”
다른 네 사람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보통 피드백은 이번 게임 내용을 되짚어 보면서 하는 게 아니던가.
이에 이경복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전반적으로 플레이가 괜찮아서요. 오늘은 그냥 플레이 도중에 제가 느낀 개선점만 짚어주면 될 것 같습니다.”
그 설명에 팀원들은 더욱 놀랐다.
“헐?”
“피드백을 전부 기억하신다고요?”
“아니, 그걸 생각하시면서 게임을 하셨어요?”
“역시 퍼플 님이라고 해야 할지……”
자신들은 눈앞에 적을 상대하고 오더를 따르느라 바빴다. 그런데 정작 가장 바빴을 이경복은 여유가 있었다니?
하지만 오히려 그는 의아한 듯 팀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더 내리면서 최적의 선택을 고민하잖아요? 하다 보면 ‘이러면 더 좋을 텐데’라는 가능성이 떠오르지 않나요? 지놈 님도 오더 해 보셨으니까 아시죠?”
이경복은 정글러와 미드라이너 경험이 있는 지놈에게 공감을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헛웃음이었다.
“아니, 하긴 하더라도 그걸 피드백하겠다고 머릿속에 넣지는 않죠. 그것도 포지션별로 한다? 어우, 그건 퍼플 님만 할 수 있는 겁니다!”
그 대답에 이경복은 눈을 돌렸다. 하지만 공감하는 팀원은 없었다.
이에 그는 멋쩍게 웃고 목을 가다듬었다.
“크흠, 아무튼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앞서 말했듯 전반적으로 플레이가 좋았으니까 짧게 보완점만 얘기할게요.”
이경복은 가장 먼저 지놈을 돌아봤다.
“오늘 DD 플레이는 포킹 욕심이 좀 과한 느낌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DD는 셔플 대문에 변수가 있잖아요?”
“그렇죠.”
“네. 뽑은 카드 중에 평타는 그냥 소모해도 괜찮아요. 근데 스킬을 남용하면 오히려 킬각을 놓칠 수 있거든요.”
지놈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그 피드백에 귀를 기울였다.
“그보다는 스킬 카드로 CS를 챙기고 아군 미니언을 푸쉬하는 쪽이 좋겠어요. 상대 타워가 처리하게 만들어서 적의 성장을 늦추는 거죠.”
“오호…… 명심하겠습니다.”
지놈이 고개를 주억거리자 이경복은 반대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텀 듀오, 스컬킴과 박잡초가 순간 긴장한 표정으로 자세를 고쳤다.
“두 분 모두 매우 안정적인 플레이였습니다. 그런데 프라이드 님이 포지션 체인지를 한 영향도 없지 않거든요.”
“그건 그렇죠.”
“만약 정규 게임에서 프라이드 님이 바텀으로 복귀하면 오늘처럼은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템 빌드를 약간 조정할 필요가 있어요.”
“템을요?”
“네. 딜 위주가 아니라 딜탱으로 바꾸면 좋겠습니다. 킬 욕심 부리지 말고 생존에 좀 더 비중을 두죠. 균형 유지만 해 주셔도 바텀 역할은 충분합니다.”
그 설명에 두 사람 모두 즉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그들로서도 바라는 바였다.
‘괜히 죽으면 욕 엄청 먹을 텐데 다행이다.’
‘적한테 힘만 안 실어주면 된다.’
그들은 다른 세 사람과 달리 팬층의 규모가 두텁지 않았는데 그건 만약 그들이 실수를 하면 편을 들어줄 사람이 적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경복의 피드백을 따른다면 그들은 더 중압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클 님이신데.”
이클립스의 차례가 되자 그를 포함해 다른 팀원들은 긴장을 풀었다.
그에 관한 피드백이 과연 있을까?
다들 그리 생각할 정도로 이번 게임에서 이클립스가 보여 준 실력은 출중했다.
“라인전은 달리 말씀 드릴 게 없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이경복 역시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단점’이 아니라 ‘보완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에.
“하지만 중후반부 플레이는 약간 아쉬운 면이 있어요.”
“어떤 점입니까?”
이클립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눈을 크게 뜨며 귀를 기울였다.
“상대 타워를 밀게 되면 활동영역이 넓어집니다. 빠르면 2번째 타워가 남아 있어도 ‘로밍’이 필요해질 수가 있어요.”
“로밍이라면…… 분명 라인을 벗어난 플레이를 말하는 거로군요.”
이클립스는 대회를 준비하며 공부했던 용어를 되새겼다.
“네, 맞습니다. 제가 바텀 쪽에 있을 때 미드 라인을 지원해 주거나, 상대 정글링을 방해해 주셔야 할 때가 올 겁니다. 미드라이너와 합을 맞추면 킬각까지 볼 수 있고요.”
이경복이 뛰어나긴 하지만 몸은 하나다. 어느 한 쪽 라인을 지원하면 다른 라인을 지원하기까지 시간이 소요 된다.
“물론 타이밍은 제가 짚어드릴 겁니다. 하지만 미리 그 감각을 익혀두시면 더 빨리 반응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시간 차가 또 킬각을 결정하거든요.”
지시를 듣고 반응하는 것과 스스로 염두에 두다가 움직이는 것. 같은 행동이라도 반응 시간은 후자가 빠르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그게 얼마나 차이나냐고 할 수준이겠지만 ‘고수’의 영역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차이였다.
“으음! 알겠습니다. 더 연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클립스는 기쁨이 섞인 탄사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더 나아질 수 있는 방향을 잡아줬으니 즐거움이 앞선 것이다.
“좋아요. 오늘 오더 잘 따라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경복은 웃으며 피드백을 끝냈다. 하지만 오늘의 일정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그럼 바로 연습 게임 갈까요?”
스크림 경기만 끝났기에 시간은 아직 여유로웠다. 팀원들은 곧바로 게임을 준비했다.
* * *
한편, 회의를 거치는 건 퍼지데이 팀만이 아니었다.
“와, 예상보다 잘하는데요?”
“진짜 잘하긴 하네……”
A조의 또 다른 팀 ‘라떼프로’ 역시 스크림 경기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고 있었다.
“체육인들이라고 해서 게임 감각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플레이오프 진출도 쉽지 않겠네……”
플러스알파 팀의 선전에 그들은 간단히 소감을 나누었다.
그러나 진짜는 지금부터였다.
“플러스알파는 그래도 이길 것 같은데.”
“퍼지데이가 문제네.”
“아니, 어떻게 그렇게 잘하지?”
“특히 그 두 사람은 미스틱 리그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이번에 공개된 퍼지데이의 플레이는 경각심을 가질 정도로 뛰어났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머릿속에 남은 건.
“라그넬은 이전까지 한 적 없었잖아?”
“엘리펀트 선수가 도와준 거 아닐까?”
“개막전 인터뷰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퍼플이 엘리펀트 도와준 대신 엘리펀트가 노하우를 가르쳐줬다거나.”
퍼플이 보여 준 라그넬 플레이였다.
“아마추어라고 생각하지 마라.”
잠자코 팀원들의 말을 듣고 있던 팀장, 카페인이 입을 열었다.
“이미 스크림을 봐서 알겠지만 그들은 우리처럼 준 프로라고 봐야 해.”
그 말에 팀원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퍼지데이 팀이 아마추어라고 무시할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을 터였다.
“저, 팀장님.”
라떼프로의 정글러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카페인이 말하라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럼 다음 스크림 밴 카드는 어떻게 쓰실 건가요? 아무래도 3개 다 쓰는 쪽이 낫지 않나 싶은데……”
“야미, 바르잔, 라그넬. 전부 밴하자?”
카페인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짧게 숨을 내뱉고 다른 팀원들에게 눈을 돌렸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나 보군.”
이해는 할 수 있었다.
퍼플이 보여 준 활약은 그 정도로 폭력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프로의 판단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통은 그렇게 하겠지. 하지만 그게 최선은 아니다.”
“그러면……?”
“만약 우리가 밴 카드 3개를 전부 퍼플에게 쓴다면, 상대는 어떻게 생각할까?”
팀원들은 눈을 굴렸다.
카페인은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퍼지데이는 우리가 퍼플을 견제한다고 생각할 거다. 그러면? 상대팀도 그에 대비를 하겠지?”
“대비라면…… 4번째 챔피언을요?”
“그래, 남은 연습기간 동안 퍼플은 4번째 챔피언을 숙달해 올 거다.”
그 말에 팀원들이 술렁였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에 어떻게……”
“퍼플은 미스틱 리그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잖아요?”
카페인은 그 의문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럼 이번에 보여준 라그넬은? 평소에 준비를 했던 챔피언 같아? 그는 이미 단기간에 새로운 챔피언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줬어!”
팀원들은 입을 다물었다.
이미 증거가 있으니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가 앞둔 건 정규 게임이 아니라 스크림이야. 구태여 상대편의 카드를 더 늘려줄 필요는 없다. 오히려 퍼지데이의 다른 팀원들이 준비한 패를 까봐야지.”
카페인은 의견을 정리했다.
퍼플 하나만을 견제하는 건 득이 될 게 없었다.
“퍼플은 확실히 천재라고 부를 수준이다. 하지만 결국 그도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은 한계가 있어.”
전 프로게이머로서 그는 수많은 스크림을 경험해왔다.
“스크림의 본질은 정보수집이다. 져도 괜찮아. 데이터가 최우선이야. 퍼플은 게임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만 막아도 충분해.”
카페인은 팀원들에게 강조했다.
“우리는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규 게임에서 승리한다.”
미스틱 리그는 단순한 피지컬 승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 * *
퍼지데이 팀은 연습까지 마쳤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다들 수고했습니다!”
“고생하셨어요!”
팀원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지놈은 게임을 끄기 전에 이경복을 찾았다.
“다음 스크림은 역시 더 어렵겠지?”
“뭐, 아무래도 그렇겠지.”
이경복이 어깨를 으쓱였다.
“라떼프로도 모니터링 했을 거고, 그에 대해 대비를 할 테니까.”
“음, 그러면 라그넬 대비도 하겠네.”
지놈은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이내 이경복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하긴 그래야만 의미가 있지.”
“안 그러면 연막을 친 의미가 없잖아.”
이경복도 마주 웃었다.
지놈이 이에 혀를 내둘렀다.
“참, 매번 느끼지만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연습도 안 하고 라그넬을 그렇게 잘하냐?”
신기를 통해 엘리펀트의 노하우를 습득한 바, 이경복은 별도로 라그넬을 연습할 필요가 없었다.
“비장의 카드는 중요할 때 꺼내야지.”
그가 대회를 위해 준비한 건 따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