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화 - 퍼펙트 스크림 (3)
이른 아침.
이경복은 미스틱 리그에 접속해 있었다. 하지만 그의 곁에 있는 건 퍼지데이 팀원들이 아니었다.
“흐아, 또 졌네요.”
티어원의 정글러, 엘리펀트가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의 기량 회복을 위한 이경복과의 대결이 끝났고 이번에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라그넬로 하시면 좀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전과 달리 이경복은 야미가 아니라 라그넬을 선택했다. 엘리펀트의 요청 때문이었다.
“역시 방송에서 본 대로 대단하시네요.”
이경복은 그 말에 웃으며 챔피언 선택을 해제했다.
“제가 누구 보고 배웠겠어요.”
“아니, 저는 퍼플 님 정도로 못 하는데요.”
엘리펀트는 약간 질린 표정으로 그를 훑었다. 이경복은 이에 더 짙은 미소를 짓다가 눈을 굴렸다.
“근데 방송 볼 시간이 있으세요? MCK 때문에 한창 바쁘실 텐데.”
“아, 다른 애들은 그런데 저는 여유가 좀 있죠.”
엘리펀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제 기량 올리는 거야 퍼플 님이랑 연습만 하면 되니까요. 오히려 연습게임을 하면 다시 떨어져서 참가를 안 해요.”
“아하……”
그에게 필요한 ‘찐막’은 이경복과의 연습으로 충분했다. 그렇기에 엘리펀트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아, 물론 계속 노는 건 아니고요. 다른 애들 연습할 때 모니터링은 하죠.”
그는 이내 변명하듯 말하고는 바로 화제를 전환했다.
“퍼플 님은 다음 스크림 준비는 좀 괜찮으세요?”
“네, 열심히 하고 있죠.”
“역시 이기실 것 같으신가요?”
“음, 일단 붙어봐야겠죠? 그래도 기대는 좀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상대 팀장님이 전 프로게이머시니까.”
엘리펀트는 이경복에게서 긴장감은 느낄 수 없었다.
‘진짜 마인드 셋이 다르구나.’
그런 불안함보다는 정말로 기대가 된다는 듯 밝은 표정이었다.
“확실히 카페인 선배님이면 쉽지 않은 경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잘하시나요? 물론 티어가 그마시기도 하고 프로게이머 출신이시니 실력이 뛰어나긴 하시겠지만……”
이경복은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눈을 굴렸다.
“옛날 영상으로는 감이 잘 안 오더라고요.”
“아, 1세대 프로게이머시니까 저도 직접 만나 뵌 적은 없어요. 대신 얘기는 많이 들었죠.”
엘리펀트는 기억을 더듬으며 말을 골라냈다.
“가상현실 초기에는 지금처럼 싱크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용자 의지랑 실제 반영 사이에 ‘지연’이 있었대요.”
“딜레이가요?”
“네네. 약간 선입력 후반응이라는 느낌이었죠. 그런데 그때 카페인 선배님은 그 딜레이까지 계산에 넣고 플레이 하실 정도로 센스가 좋았다네요.”
“오……”
이경복이 흥미를 보이자 엘리펀트는 보다 적극적으로 기억을 뒤졌다. 조금이나마 그에게 보답할 기회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프로게이머 중에 피지컬 좋은 사람은 많은데 게임 센스가 뛰어난 건 또 다르잖아요?”
“그렇죠. 딜레이까지 계산하고 대응한다는 건 상대 행동을 예측해야 하는 건데.”
“네네. 그런데 이제 싱크 문제가 해결되면서 포텐이 터진 거죠. 괜히 닉네임이 카페인이 아니라니까요? 매 경기마다 ‘각성’한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거든요.”
“아, 저는 커피 애호가이신줄.”
이경복이 멋쩍게 웃자 그도 따라 웃었다.
“아니, 그것도 맞긴 할 거예요. 아무튼, 제일 놀라운 건 챔피언 풀이에요.”
“초기부터 시작하셨으면 확실히 풀이 넓긴 하겠네요.”
“네, 경력이 오래되시기도 했고 그 특유의 센스 덕분에 챔피언 적응이 진짜 빠르셨거든요. 다룰 줄 아는 챔피언이 진짜 많으세요.”
“하긴, 상대 챔피언을 알아야 대응도 바로 할 수 있긴 하죠.”
“네, 그거죠. ‘아는 만큼 보인다.’ 이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니거든요.”
모르는 일에 대응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아는 게 많을수록 대처가 쉬워지는데, 그 ‘앎’에도 차이가 있는 법이었다.
머리로만 아는 것보다 직접 할 줄 아는 게 더 낫지 않겠나.
“미드라이너가 서브 오더 포지션인데도 주로 오더 맡으시는 게 그런 경험 덕분이죠.”
“으흠…… 그렇다면 밴 카드로 카페인 님을 견제하는 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네요.”
“아무래도 그렇죠, 어차피 대체하실 챔피언이 충분하시니까.”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근데 이건 또 전성기 때 이야기라서. 은퇴하신 후에 미스틱도 패치를 많이 했으니까요. 메타가 바뀌면서 풀이 줄긴 했겠지만 주의하실 필요는 있을 겁니다.”
“아, 그런데 왜 은퇴를 하신 거예요?”
그 물음에 엘리펀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가상현실로 넘어오면서 선수 생명이 연장되긴 했지만, 에이징 커브라는 게 어쩔 수가 없었나 봅니다.”
“아……”
“미드컵 결승전까지 가셨는데 좌절하시고 한계를 실감하셨다고 인터뷰하신 게 있어요. 재도전하면서 자기가 자리를 계속 차지하느니 후배들한테 더 기회를 주겠다고 은퇴를 결심하셨죠.”
“그래요? 그건 몰랐네요.”
이경복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엘리펀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꼰대라고 놀리긴 하는데, 진짜 후배들 생각 많이 해주시는 분이라고 들었어요. 저도 직접 만나 뵌 적은 없지만 존경하는 분이기도 하고요.”
“그러면 걸맞은 예우를 해드려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이경복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덕분에 재미있는 생각이 났어요.”
* * *
퍼지데이 2번째 스크림 방송.
시청자들의 숫자는 처음보다 더욱 불어났다.
-와 ㅋㅋㅋ 이러다가 4만 찍겠네
-아니 뭔 스크림을 4만이나 보냐곸ㅋㅋㅋㅋ
-라떼프로 팬이 많긴 한데 이 정도는 아니지 않나?
-커뮤 보니까 다른 조에서도 온 듯ㅋㅋㅋㅋ
-아 ㅋㅋ 퍼펙트-라그넬 보고 위기감 느껴버렸쥬?
-돈 다마스 팬이다 손?
많은 사람들은 플러스알파 팀보다 라떼프로가 우승 후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때문에 첫 번째 스크림보다 이번 스크림이 더 주목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더욱이 그 첫 스크림에서 퍼지데이가 보여준 실력은 충격적이었고, 이에 A조가 아닌 다른 조의 팬들 또한 이번 경기를 관찰하러 온 것이었다.
-중계채널도 지금 2만 넘음 ㅋㅋㅋ
-헐? 거긴 왜 그렇게 또 많음?
-카페인 이름 빨도 있긴 할 듯?
-ㄹㅇㅋㅋ 카페인도 1세대지만 월클이라고 부를 만하긴 해
-스크림이 총 시청자 6만?
-진짜 이번 미친스머프는 역대급이다 ㅋㅋㅋㅋ
중계 채널에도 외국인들이 몰려들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인 가운데 예정된 방송 시간이 되자 이전과 마찬가지로 두 팀의 팀장, 지놈과 카페인이 인사하고 안내를 시작했다.
“스크림 일정, 다들 궁금하실 텐데요. 카페인 팀장님, 몇 번이 적당할까요?”
“연습은 많이 할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네, 이렇게 라떼프로 팀에서는 여러 번 해 보자고 요청을 해 주셨죠.”
지놈은 짧게 뜸을 들이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기묘한 포즈를 취했다.
“허나 거절한다!”
-않잌ㅋㅋㅋ 포즈 뭔뎈ㅋㅋ
-거기서 죠죠드립을?!
-???: 이 추놈이 제일 좋아하는 것 중 하나,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놈에게 『NO』라고 거절하는 것이다!
-팡머본능 ㅎㄷㄷ
-이게 바로 ‘퍼펙트-추함’?
-아니 ㅋㅋㅋ 왜 완벽하게 추해요!?
-옆에 카페인 님 담담한 게 더 웃기네 ㅅㅂㅋㅋㅋ
미리 상의해 둔 퍼포먼스이기에 카페인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네, 이건 농담이었고. 라떼프로 팀에서 저희 요청을 받아들여 주셔서 이번 스크림은 한 번으로 끝내기로 했습니다.”
지놈인 시청자 반응에 흡족한 듯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카페인 님의 그 분석력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과찬이십니다.”
카페인은 그에 무심하게 대답하며 슬쩍 이경복을 돌아봤다.
“저희도 플러스알파와의 스크림을 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퍼지데이 팀 임팩트가 대단해서 분석에 시간이 더 많이 뺏길 것 같더라고요.”
“네, 이렇게 스크림은 오늘 하루로 끝내기로 했습니다. 대신! 3전 2선승이 아니죠?”
“예, 저희로서도 소중한 기회, 되도록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니까요. 오늘 스크림은 5전 3선승제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 말에 채팅창에 웃음이 피어났다.
-아 ㅋㅋ 아쉬울 뻔했는데 바로 퍼손실 보충해버리고
-ㄹㅇㅋㅋ 2판은 너무 아쉽잖슴!
-뭔 솔? 왜 2판임?
-어우퍼 공식에 따르면 맞는데요?
-엌ㅋㅋㅋㅋ 플러스알파도 3전2선승제지만 2게임만 했쥬?
-이번에는 3판만 한다 이말이야
-전승은 이미 확정인 거냐구웃!
-아아, 그게 바로 ‘퍼펙트-사이언스’니까
그 사이 지놈과 카페인은 마주 악수를 나누었다.
“살살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쪽이 할 말이로군요.”
두 사람의 대화에 시청자들의 주의가 돌아갔다.
-쥐놈쉑 바로 입 터는 거 보소 ㅋㅋㅋ
-킹직히 무섭기는 할 듯 ㅋㅋ
-이번 게임은 미드 싸움이 밀릴 수밖에 없긴 해
-죽을 수는 있는데 어이없게 죽지만 말자!
-지놈킥만 안 나오면 된다 이말이야
-그래도 갓플이 커버쳐주면 괜찮을 듯?
지놈과 카페인의 역량 차이를 비교하면 우열은 금방 정해졌다. 하지만 채팅창의 주제는 금방 전환됐다.
보다 더 중요한 밴픽이 시작됐기 때문이었다.
[챔피언 ‘자말’을 전장에서 추방했습니다]
이번에는 퍼지데이가 먼저였다. 지놈이 ‘예언자’ 자말을 선택하자 시청자들이 술렁였다.
-?
-여기서 자말을?
-뭐지? 카페인 견제는 맞긴 한데
-자말은 2순위 아님?
-ㅇㅇ 카페인 주챔 빅터임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자말은 카페인이 잘하는 챔피언이긴 했지만 ‘가장’ 잘한다고 여겨지는 챔피언은 아니었다.
그 선택은 본인에게도 의외였는지 카페인은 바로 밴 카드를 쓰지 않았다.
[상대 팀이 챔피언 ‘야미’를 전장에서 추방했습니다]
그의 선택이 끝난 건 제한시간을 3초 정도 남겨두었을 즈음이었다.
-역시 야미네 ㅋㅋㅋ
-아 ㅋㅋ 일단 퍼펙트 야미는 끊어야지
-이거 카페인이 심리전 거는 거 같은데?
-다른 선택권 준비한 것처럼 보이려고 한 듯?
-확실히 플러스알파랑은 좀 차이가 나네 ㅋㅋㅋㅋ
-그래도 야미는 킹쩔 수 없다 이말이야 ㅋㅋㅋ
이어지는 2번째 밴 카드 선택.
이번에는 지놈도 쉽사리 챔피언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고민하듯 팔짱을 끼고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렸다.
-혀엉? 이제 와서 프로인 척 해도 소용없어!
-아 ㅋㅋ 얼른 고르시라고요!
-ㄴㄴ 저거 찐 고민인 듯 ㅋㅋ
-ㄹㅇㅋㅋ 자기 목숨이 달렸자너
-그냥 갓플 믿고 밴 하시라구욧!
-어차피 빅터 고를 거 다 안다 이말이야
채팅창의 독촉에도 지놈은 결정을 미루었다. 그는 제한시간 2초를 남기고 챔피언을 선택했다.
그의 선택은 ‘방랑자’ 다사킨이었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올랐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카페인이 즉각 밴 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상대 팀이 챔피언 ‘가이엔’을 전장에서 추방했습니다]
그 대상은 바로 이클립스의 주 챔피언, 정의기사 가이엔이었다.
-이클 님을 견제한다고?
-시간차 공격 무엇?
-와씨 ㅋㅋㅋ 프로는 프로네
-제한시간 줄어든다!
-이클님 서브 챔 공개되나요!?
-그런데 이러면 퍼르잔이랑 퍼그넬 중 하나는 오픈 아님?
-혼란하다 혼란해!
-나였으면 멍때리기 쌉가능ㅋㅋ
채팅창이 술렁이듯 지놈의 표정도 일변했다. 그는 바로 고개를 돌려 이경복과 시선을 나누었다.
이경복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지놈이 바로 손을 움직였다.
-오? ㅋㅋㅋㅋ
-여기서 탑 라이너 견제?
-이클 님 보조해주는 듯 ㅋㅋㅋ
-아직 서브챔이 익숙지 않으신 건가?
-와씨 ㅋㅋㅋ 이거 어떻게 되는 거야
퍼지데이의 마지막 선택은 ‘바위생명체’ 팔마이트. 라떼프로 탑 라이너의 주 챔피언을 선택한 것이다.
-않이;;; 근데 이러면 빅터가 오픈인데?
-그냥 미드는 버린다 치는 걸지도?
-서로 최고수 챔피언을 오픈했다?
-어떻게 되든 개꿀잼은 확정이쥬?
-퍼르잔이냐 퍼그넬이냐!
-???: 그래 결심했어!
-무슨 인생극장이냐고 ㅋㅋ
-BGM이 들린다 들려!
-인생극장이 뭔데에에에!
이제 남은 건 카페인의 선택뿐이었다. 그리고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상대 팀이 챔피언 ‘라그넬’을 전장에서 추방했습니다]
양팀의 밴픽이 끝나자 화면이 가려졌다. 각 팀이 챔피언을 선택하는 동안 시청자들은 그 밴픽을 분석했다.
-와 ㅋㅋㅋ 판단 좋네
-킹직히 라그넬일 것 같긴 했음 ㅋㅋ
-어차피 지놈은 카페인 못 당해서 갱킹 대비가 더 우선이긴 해
-확실히 라그넬이 갱킹이 더 까다롭긴 하지
-이렇게 되면 한타가 중요할 듯?
-와 ㅋㅋ 카페인 밴픽 예술이네 진짜 ㅋㅋㅋ
-ㄹㅇㅋㅋ 탑라인은 이클 님 서브챔 공개에 미드는 자기가 먹을 자신 있다는 거지
-ㅇㅇ 바텀도 우세하다고 보긴 힘듦
-이러면 게임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처음과는 달리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 하지만 이내 양팀의 챔피언이 공개되자 그 분위기는 다시 뒤집어졌다.
시청자들은 물론 라떼프로 팀원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이클 님 서브 챔의 상태가?!
-카이저모드가 나온다고?
-아니! 카이저모드도 기사긴 한데!
-무친 ㅋㅋㅋ 흑화 뭔데 ㅋㅋㅋㅋㅋ
이클립스의 서브 챔피언은 ‘망령기사’, 카이저모드였다.
검은 갑주에 짙은 초록의 귀기(鬼氣)가 흐르는 그 모습은 기존 ‘기사도’를 숭상하는 그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건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진짜 반전은 따로 있었다.
“DD를……”
모두의 시선은 미드 라인에 자리를 잡은 챔피언 ‘DD’로 향해 있었다.
카페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DD의 주인은 지놈이 아니었다.
“퍼플 님이 플레이한다?”
이경복이 미드라이너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대신 정글러 자리에 서있는 건 바로.
‘미친 광대’ 샤카, 지놈이었다.
-포지션 체인지라고?!
-와앀ㅋㅋㅋ 상상도 못했넼ㅋㅋ
-무ㅋㅋㅋ친ㅋㅋㅋ전ㅋㅋㅋ략
-플러스알파! 당신이 옳았어!
-야잌ㅋㅋ 쥐놈쉑 미리 입 턴 게 이유가 있었네
-ㄹㅇㅋㅋ 살살해달라는 게 이제 보니 속임수였쥬?
-맞네 ㅅㅂㅋㅋㅋ
-정글 가면서 뭘 살살해!
-이걸 숨기려고 지놈킥을!?
-이게 바로 블랙기업식 전략?
-와…… 나 찐 소름 돋음 ㅋㅋㅋ
채팅창 반응에 이경복은 방긋 웃었다.
“지금까지 제가 계속 영업을 뛰지 않았습니까. 오늘은 제가 내근이고 지 사원이 바쁘게 뛸 차례죠.”
그 멘트에 채팅창에 ‘ㅋㅋㅋ’가 빠르게 솟구쳤다.
-아 ㅋㅋ 라인타는 게 내근이냐고 ㅋㅋㅋ
-정글링은 킹직히 외근 맏땈ㅋㅋㅋ
-추놈 꿀 빨다가 이제야 고생 좀 할듯ㅋㅋㅋㅋ
-갓직히 트최입이면 영업으로 가야지 ㅋㅋㅋ
-않이;; 근데 갓플 원래 DD 할 줄 알았나?
드문드문 나타나는 우려에 이경복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사원 직무를 사장이 모를 수가 있나요? 애초에 모든 업무를 파악해야 오더를 내리지 않겠습니까.”
이경복의 신기가 수집하는 정보는 비단 적의 것만이 아니다. 이경복은 DD만이 아니라 다른 팀원들의 챔피언 활용법은 속속들이 머릿속에 넣어두었다.
-퍼자감 ON!
-와 ㅋㅋ 이러면 아예 판이 뒤집어졌쥬?
-ㄹㅇㅋㅋ 라떼프로 예상 다 깨져버림
-진짜 ㅋㅋ 갓플 정글링 대처만 생각했을 텐데
-실상 라떼프로는 밴카드 2개 날린 거쥬?
-???: 응~ 밴 해봐~ 어차피 정글 안 할 거야~
-엌ㅋㅋ 개꿀이연
시청자들은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 라떼프로를 당황시켰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포지션 체인지로.
-이러면 카페인이랑 갓플이랑 붙네?
-ㅁㅊㄷㅁㅊㅇ
-게다가 카페인은 주 챔피언인 빅터 ㅋㅋ
-그런데도 왠지 갓플이면 안 꿀릴 듯
-진짜 이건 무적권 재밌다
-안 봐도 이미 재밌음 ㅋㅋㅋㅋ
양측 팀의 주력.
이경복과 카페인의 정면승부가 성사됐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