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화 - 퍼펙트 스크림 (4)
게임 시작과 함께 퍼지데이 5인은 빠르게 라인으로 향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일단은 상대 파악이 우선이었다.
지놈이 도중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니, 왜 저는 인베 걱정 안 해 줍니까? 저 섭섭합니다!”
플러스알파 때와 달리 인베이드 우려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 ㅋㅋ 님을 왜 견제하겠냐고요
-ㄹㅇㅋㅋ 갓플이나 되어야 견제해야 되나 걱정하지
-혀엉? 그냥 정글링이나 제대로 해!
-쥐놈 막기 vs 각 라인 대처하기
-밸붕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ㅋㅋㅋ
정글러로서 지놈의 밸류는 그리 높지 않다. 본인도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농담 소재로 써먹은 것이었다.
이어 그걸 증명하듯 각 라인의 라떼프로의 팀원들이 먼저 등장했다.
“지 사원은 일단 정글링으로 자금 수급하시고, 다른 분들은 상대 파악에 주력해 주세요.”
이경복은 팀원들에게 다시 오더를 되새겼다. 지놈은 카운터 정글을 가기에는 위험하기에 크립 사냥을 지시했다.
-갓플 공인 밸류 평가 ㅋㅋㅋㅋ
-지정딱이다 이말이야
-엌ㅋㅋㅋ지놈은 정글링이 딱이다?
-괜히 나서지 말고 사장님 명령 들엇!
시청자들의 놀림에 이경복은 미드라인을 달리며 설명을 덧붙였다.
“지 사원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카페인 님이라면 초반이라고 라인 고집은 안 하실 것 같아요. 충분히 정글러 백업하실 분이시니 위험해서 그런 겁니다.”
-그것도 맞지 ㅋㅋㅋ
-카페인이면 킹능성 충분함
-그렇다고 지놈이 1:1 붙는다고 이기냐? 그것도 아님 ㅋㅋㅋㅋ
-샤카 딜은 좋은데 너무 물몸이긴 해 ㅋㅋㅋ
-그게 바로 암살캐니까 (끄덕)
-아 ㅋㅋ 퍼지컬 없으면 몸 사리라고
-하지만 갓플의 샤카라면?
-다른 의미로 ‘미친 광대’가 될 듯 ㅋㅋ
시청자들이 잔망스럽게 떠드는 사이 이경복은 타워 앞에 도착했다.
비슷하게 도착했는지 맞은편 멀리 금속지팡이와 은색가면, 그리고 갑옷 뒤에 돋아난 부속기관으로 이루어진 철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페인의 챔피언, ‘마도공학자’ 빅터였다.
‘역시 빠르네.’
이경복은 미니맵을 보고 미니언들의 도착을 확인했다.
-바로 교전 가나요!
-미드는 이게 좋음 ㅋㅋㅋ
-ㄹㅇㅋㅋ 이게 미드라이너 보는 맛이지
-즉.시.격.돌.
미드 라인은 다른 두 라인과 달리 양측 본진을 직선으로 연결했다.
그만큼 이동거리가 짧아 미니언의 배치가 빨랐고 교전이 잦았다.
‘초반 CS가 스노우볼의 크기를 결정한다.’
잦은 교전은 더 많은 자금의 수급을 의미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미드라이너가 성장이 빠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미드라이너는 자신의 CS를 챙기고, 상대가 CS를 얻지 못하도록 견제해야 했다.
그 사실은 이경복과 카페인, 양측 모두 잘 알고 있었다.
-갓플의 라인전은 과연!?
-가즈아아아앗!
-오! 동시에 나온다!
두 사람 모두 미니언들을 따라 중앙으로 나왔다. 양쪽 모두 마법사 캐릭터였기에 근접전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경복은 평타 카드를 던지다가 스킬 카드 하나를 뽑았다. 카드에 적힌 문양은 ‘다이아 K’, 연쇄전격 효과가 있었다.
-왘ㅋㅋ 제대로 클리어!
-단 하나도 놓치질 않네 ㅎㄷㄷ
-돈 들어오는 소리 너무 좋고 ㅋㅋㅋ
카드 적중과 동시에 번개가 미니언 사이를 넘나들며 피해를 주었다. 카페인은 곧바로 물러나더니 허리춤에서 작은 쇠공 하나를 꺼내 던졌다.
이경복이 즉시 물러나자 쾅하는 굉음과 함께 아군 미니언이 쓸려나갔다.
빅터의 스킬인 ‘공학수류탄’이었다.
-와 ㅋㅋ 카페인도 라인 클리어 개잘하네
-공학 수류탄 범위를 다 계산하고 던진 거?
-하나도 안 남은 거 보면 그런 듯 ㅎㄷㄷ
양쪽 모두 완벽하게 라인을 정리해 대등한 상황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경복이 처리한 미니언의 시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반대쪽은 달랐다.
아군 미니언 시체가 있던 자리에는 금속 조각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와씨 ㅋㅋㅋ 한 번에 파편 10개 챙기네
-이러면 10번이면 강화 아님?
-카페인 빅터 템포 ㅁㅊㄷㅁㅊㅇ
-이래서 바로 밴을 했어야 하는디;;
금속 조각, ‘파편’은 자석에 이끌리듯 카페인에게로 끌려갔다.
빅터의 패시브 스킬 ‘파편수집’의 효과였다. 미니언은 물론 크립이나 적 챔피언을 처치했을 때 서로 다른 개수의 파편을 얻을 수 있다.
그 개수가 100단위를 갱신할 때마다 빅터의 스킬이 강화된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경복은 우려하는 시청자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는 특성, 그러나 그에 대한 페널티도 존재했다.
“죽으면 절반이잖아요? 꽤 오래 걸릴 겁니다.”
빅터는 사망 시 모아둔 파편의 50%를 잃어버린다. 때문에 집중 견제의 대상이기도 했다.
-갓플의 킬 선언!
-5252, 살인미소가 처음부터 나와버리는 거냐구웃!
-절반에 절반에 절반에 절반 (무한반복)
-이게 그 제논의 역설 아니냐?
-아 ㅋㅋ 이러면 도달 못하지!
-신선한 퍼자감 너무 맛좋고?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의 발언에 흡족해했지만 몇몇 이들은 달랐다.
-DD로는 쵸큼 힘들지 않나 ㅎㄷㄷ
-ㅇㅇ 변수가 너무 많음
-킹직히 DD는 좀 운빨이 심하긴 해
-ㄹㅇㅋㅋ 정작 중요한 킬각에서 카드 구린 거 나오면 망임
-하지만 만해의 갓플이라면?
-운하면 또 갓플 아니냐고 ㅋㅋㅋ
DD는 매번 카드 셔플 때마다 5장의 카드가 무작위로 나온다. 모든 상황이 적절해도 카드가 이상하다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었다.
시청자들이 그리 말하는 사이 카페인은 라인 양쪽에 와드를 설치했다.
“지 사원. 미드 라인 양쪽에 와드 박았습니다. 핑 보시고 유념하세요.”
이경복은 곧바로 미니맵을 짚어 지놈에게 그 위치를 알렸다.
-갱킹 견제 확실하고
-위치 절묘한 거 보소 ㅋㅋㅋㅋ
-역시 짬바 바로 나오쥬?
-우리는 와드 안 박음?
-아니 ㅋㅋㅋ 와드를 왜 박음?
-갓플은 애당초 와드 안 사왔다 이말이야
-아 ㅋㅋ 퍼지컬로 피하면 되는데요?
-ㄹㅇㅋㅋ 돈 낭비지
이경복은 타워로 돌아오며 그 채팅을 확인하고 실소했다.
‘와드가 필요 없긴 하지.’
갱킹에 대응할 실력이 있기도 했지만, 그 전에 신기를 통해 상대 정글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자체가 움직이는 와드인 셈이었다.
‘그리고 셔플은 무작위가 아니고.’
이경복은 소모한 카드를 채우기 위해 다시 ‘셔플’을 선택했다. 그와 함께 카드 5장이 손에 잡혔다.
-오?
-한 번에 스킬카드 5개가 뜬다고?
-게다가 종류별로 다 뜸ㅋㅋㅋ
-진짜 ㅋㅋ 스다하클 다 나오네
-엌ㅋㅋ 바로 증명해버리기
-혹시 이것도 뭐 보이는 거 있는 거 아님?
DD가 사용하는 카드는 트럼프 카드를 베이스로 했다.
각기 문양에 따라 스페이드는 ‘스턴’, 다이아는 ‘연쇄전격’, 하트는 ‘폭발’, 클로버는 ‘둔화’의 효과를 지녔다.
물론 모든 카드가 스킬은 아니고 숫자 카드는 평범한 공격, 알파벳이 들어간 J, Q, K, A만 효과가 발동되며 그 위력도 순서대로 강해졌다.
‘역시 먹히네.’
이경복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시청자들은 그 성과를 그저 단순한 운이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가 바라는 ‘기원’에 따라 카드 뭉치에서 느껴지는 육감이 변화했다. 때문에 그는 원하는 카드를 ‘선택’해서 쓸 수 있었다.
“포킹하기에 좋은 카드들이네요.”
미니언이 도착하기 전이었지만 이경복은 다시 앞으로 달렸다.
카페인은 순간 멈칫했지만 마주 나오지 않고 타워에서 그를 대비했다. 굳이 나서서 막기보다 타워와 함께 반격할 셈이었다.
“예상대로네요!”
이경복은 바로 카드를 꺼내 던졌다. 하지만 그 목표는 카페인이 아니었다.
쾅하는 폭음과 함께 타워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타워 포킹?
-엌ㅋㅋ 여기서 또 비틀어버리기
-벌써 라인 푸쉬를 해버릴 셈이냐구웃!
-근데 하트 카드는 건물한테 쓰는 게 맞긴 해 ㅋㅋㅋ
-추가뎀 버리긴 아깝자너
-나는 빨간색이라 다이아인줄ㅋㅋㅋ
그가 던진 카드는 ‘하트 Q’였고 그 효과인 폭발은 건물에 부가 피해를 줄 수 있었다.
덕분에 타워의 체력은 첫 타격임에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뭣……!”
카페인이 신음을 흘리며 즉시 반격에 나섰다. 타워의 포격 역시 바로 이어졌지만 이경복은 사뿐하게 모든 투사체를 피해내고 사정거리 밖으로 물러났다.
-아 ㅋㅋㅋ 너무 얄밉쥬?
-쥐놈 포킹도 개 킹받는데 여기가 더 하네 ㅎㄷㄷ
-사원과 사장의 차이 너무 크자너ㅋㅋㅋㅋ
-인간적으로 포킹했으면 한 대 정도는 맞아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갓플은 탈인간입니다만?
-아 ㅋㅋ 그래서 안 맞은 거네
-빠른 푸쉬 가나요
시청자들은 그 상황에 흡족해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이경복의 말에 그들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아뇨, 킬 각을 봐야죠.”
이 모든 건 카페인을 처리하기 위한 초석이었다.
* * *
카페인의 머리는 바쁘게 돌아갔다.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인데.’
눈앞의 상대, 퍼플과의 라인전은 그가 알던 양상과는 좀 달랐다.
몇 차례 정글러에게 요청해 갱킹을 시도하려 했지만 번번이 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와드도 없는데 어떻게 아는 거지?’
처음에는 우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다음에는 소리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대체 오감이 얼마나 예민하기에.’
이에 그는 수류탄을 터트림과 동시에 갱킹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경복은 빠져나왔다.
적어도 그가 아는 프로게이머 중에서도 이 정도로 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없었다.
‘당장 문제는 그게 아니지.’
갱킹 실패는 아쉽지만 문제라고 할 건 아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이경복의 ‘타워 포킹’이었다.
‘라인전은 처음이라서 그런 건가?’
보통은 챔피언을 노리는 게 정석이었다. 애당초 효율로 보면 타워 포킹은 어리석은 일이다. 챔피언 견제에 비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나.
‘아니, 뭔가 노림수가 있겠지.’
상대가 아무개라면 그리 넘어갔겠지만 그는 퍼플이었다. 방심하기에는 그가 보여 준 실력이 너무 출중했다.
‘게다가 운까지 좋다니.’
신기하게도 그가 포킹하러 접근해오면 던지는 카드가 전부 하트였다. 아니, 하트를 뽑았기에 포킹을 시도하는 걸지도 몰랐다.
아무튼 지금 타워의 체력은 이미 절반이 빠진 상황이었다.
카페인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이제는 포킹을 오면 보다 앞으로 나와 견제했다.
‘이래서야 귀환은 어려워.’
그리 라인전을 거듭한 덕에 초반 자금은 충분히 쌓였지만 귀환은 불가능했다.
본진으로 돌아가는 사이 이경복은 타워를 철거할 게 분명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상대 역시 귀환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이경복이 귀환하면 그도 따라 귀환해서 아이템을 정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서로 발이 묶여 있는 건가. 일단은 버티다가 한 번에 템을 맞추는 게 낫겠어.’
카페인은 이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다른 라인의 상황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탑 라인은 조금 밀리는 감이 있지만 백업으로 버티면 되고.’
이클립스는 카이저모드를 예상보다 더 능숙하게 다뤘다.
아군 탑라이너도 밴 카드를 당한 상황이라 격차가 벌어졌지만 정글러가 틈틈이 백업으로 그 차이를 메웠다.
‘바텀은 우리가 우세하다.’
바텀 라인은 CS에서 앞서가며 착실히 성장했다. 이대로 유지가 되면 중후반부에 승부를 볼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샤카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지놈의 샤카가 변수였다.
그 특유의 은신 스킬과 둔화 독단검은 대처가 까다로웠다.
‘정글링 중인가? 하긴, 빌드 맞추기에는 이른 시점이지.’
아직 와드가 유지되고 있어 갱킹을 시도한다면 바로 알 수 있을 터였다.
또다시 한 차례 라인을 클리어한 양쪽, 이번에도 이경복은 카드를 셔플하더니 마주 달려왔다.
‘또인가.’
카페인은 대응을 준비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런데 이경복이 이전보다 빠르게 카드를 던지는 게 아닌가?
“이건……?!”
그의 눈은 날아가는 카드를 포착했다. 붉은색, 그러나 그 형태는 하트가 아니라 다이아였다.
다이아 카드는 사정거리가 더 길었다. 연쇄전격은 건물 대상으로는 그 피해가 오히려 반감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연쇄’는 건물에 적중해도 유지가 된다.
“읍!”
카페인은 건물에 맞고 튕겨 나온 전격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한 차례 연쇄된 것이라 피해가 크지 않다는 점이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기는 사람이 집 가는 걸로 하죠!”
이경복이 호기롭게 외치며 달려왔다. 카페인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샤카는?’
이전과 달리 이경복이 다이브를 시도했다. 그렇다면 샤카의 백업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와드는 라인 양쪽에 이상이 없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솔로 다이브라고?!’
카페인의 머리가 더욱 빠르게 회전했다. 이내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났다.
‘킬각이다!’
그는 모르겠지만 아군 정글러가 백업을 위해 내려오고 있었다. 그를 붙잡아 둘 수만 있다면 같이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카페인에게는 상대를 잡아둘 수단이 있었다.
“실수하신 겁니다.”
그는 곧바로 대답하며 지팡이 머리 부분을 비틀어 빼내 던졌다. 동시에 뭉툭했던 지팡이 머리가 원형으로 펴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웅웅거리는 진동과 함께 주변 공간이 일그러졌다.
빅터의 스킬 ‘중력장’이었다.
‘제대로 잡혔다!’
영역 내에 지속 데미지와 둔화를 거는 스킬이었다. 이경복은 이에 카드를 던지며 반격했지만 카페인은 쉽게 피해낼 수 있었다.
중력장으로 인한 둔화의 대상은 챔피언은 물론 그 투사체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이었다.
“너무 무모…… 컥!”
추가로 수류탄을 꺼내려던 그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신음을 뱉었다.
‘또 다이아였나?!’
그가 피했다고 생각한 카드는 그 뒤에 있는 타워에 적중했다.
또다시 연쇄 충격에 맞아 체력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승세는 그에게 있었다.
“바로 와!”
그는 아군 정글러에게 오더를 내리며 3번째 스킬, ‘고열광선’을 가동했다.
그의 등 뒤에 있던 부속기관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충전시간이 있긴 하지만 단일개체 피해량이 상당한 기술이었다.
“팀장님!”
그때 거의 도착한 정글러가 다급히 그를 불렀다. 그런데 전혀 기쁜 기색이 아니었다.
“위험합니다!”
이어지는 그의 경고와 더불어 타워가 포탄을 발사했다.
순간 카페인은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타워가?’
눈앞에 그가 조준하고 있는 이경복은 타워의 사정거리 바깥에 있다.
그렇다면 왜 타워가 발사됐는가?
‘샤카……!’
스킬 충전 중이라 움직일 수가 없던 그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타워에 발각되어 은신이 해제된 광대, 지놈이 미친 듯이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우리 쪽 라인을 따라 돌아왔다고?’
샤카의 뒤에는 미니언들이 쫓아오고 있었고, 타워의 포탄이 그를 공격했다.
지놈은 이경복처럼 그 모든 공격을 피할 재주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사장님! 갑니다!”
가만히 서 있는 대상을 독 바른 단검으로 던져 맞출 실력은 있었다.
* * *
이경복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작전은 성공이었다.
[타워 GENOME]
그 과정에서 지놈이 희생되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이경복은 중력장이 해제되자마자 몸을 비틀어 도약했다.
카페인의 고열광선이 그가 있던 자리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쳤다. 지놈의 독 단검에 적중당해 조준이 엇나간 덕이었다.
[>임무 완수했습니다!]
지놈의 채팅을 보며 이경복은 카드를 던졌다.
“고생했어요!”
폭음과 함께 카페인의 몸이 폭발에 휩쓸렸다.
[퍼펙트플레이 Caffeine]
그와 함께 떠오른 킬 메시지.
하지만 위기가 끝난 건 아니었다.
“이런!”
상대 정글러가 그를 노리고 덤벼든 것이다. 그러나 이경복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아직 하나 남았습니다.”
그는 싱긋 웃으며 그를 향해 카드를 던졌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에 별 표시가 떠올랐다.
스페이드 카드, 스턴이 적용된 것이다.
아쉽게도 정글러까지 잡을 카드가 남지 않았기에 이경복은 셔플을 선택하고 빠르게 타워로 물러났다.
그의 생환에 채팅창이 격동했다.
-와씨 ㅋㅋㅋ 이게 사네
-이실직고 합니다! 처음 양각 오더 내렸을 때는 좀 의심했음!
-???: 이래도 안 믿어? 이래도?
-킹직힠ㅋㅋㅋ 이거 갓플이니까 믿짘ㅋㅋㅋ
-설마 쥐놈을 1회용으로 쓸 줄이야 ㅋㅋㅋ
아군 미니언들 덕분에 안전도 확보됐겠다. 그는 신속히 귀환을 택하고 입을 열었다.
“밸류차이 생각하면 이게 더 이득이니까요. 지 사원도 바로 납득했잖아요?”
상대 라인을 따라 와서 딜을 넣으라는 오더. 지놈은 그 명령을 주저하지 않고 수락했다.
그의 희생으로 카페인을 잡을 수 있다면 전체적으로 이득이 크기 때문이었다.
-진짜 ㅋㅋ 바로 하겠다는 쥐놈도 개웃김ㅋㅋ
-???: 이런 짓을 하고 있으면 전부 미쳐버린다!
-근데 솔직히 갓플이면 살았다 ㅇㅋ?
-아 ㅋㅋ 능력이 없으면 몸으로 때우라니깐!
-진짜로 사원을 갈아서 실적을 내버리고 ㅋㅋㅋㅋ
-이게 바로 블랙기업 식 전략?
-전략에 컨셉을 녹이는 스머가 이따!?
시청자들은 새삼 깨달았다.
-방송 천재 아니냐고 ㅋㅋㅋㅋ
-코이츠www 진짜로 천재인www
-??? : 지놈 님, 부디 그곳에선 행복하시길…… (실제로 한 말)
-야잌ㅋㅋㅋ 이미 거그 때부터 떡밥이 있었던 거냐구웃!
-편집자님! 이번엔 투명도 80%로 올려주세요!
퍼지데이가 참가하는 대회는 실력만이 아니라 재미도 보장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