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화 -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다 (1)
미스틱리그의 전략과 전술은 여러 요인에 결정된다. 플레이어의 실력이나 아이템 빌드, 버프 타이밍 등 여러 요소가 있지만 그 근간은 하나였다.
챔피언, 미스틱리그의 모든 것은 그 전장에 서는 존재들로부터 시작된다.
“자, 양팀 모두 밴픽을 끝마쳤습니다!”
그렇기에 챔피언 선택은 물론 챔피언 제한 역시 게임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해설진은 양팀의 선택에 바로 입을 열었다.
“플러스알파의 밴픽, 아주 양호한데요?”
“그렇습니다. 야미와 라그넬, 그리고 DD를 밴했어요! 이게 전략적으로 아주 좋은 선택이거든요?”
“역시 스크림 경기의 영향이겠죠?”
캐스터의 물음에 양쪽에 있는 해설진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첫 스크림에서는 플러스알파가 예측을 실패했었거든요. 하지만 라떼프로와의 스크림에서 포지션 체인지가 나왔었어요! 그 견제 자체는 틀리지 않았던 겁니다!”
“네, 그렇습니다. 셋 중에서 이 DD 밴, 이게 아주 묘수예요. DD가 못 나오면 포지션 체인지를 해도 퍼플 선수가 생소한 미드 챔을 선택해야 하는데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 그렇죠. 사실 밸류로 따지면 지놈 선수의 샤카보다는 지금 오픈 된 퍼플 선수의 바르잔, 퍼르잔이 더 좋은 게 확실하거든요.”
이경복의 바르잔 픽을 유도한다.
플러스알파의 전략은 아주 노골적이었다.
“퍼플 선수의 세 챔피언 중에 고르라면 역시 바르잔입니다! 다른 둘은 너무! 너무 폭력적이거든요!”
“그렇습니다. 사실 밴 카드 3장을 한 선수에게 쓰는 건 진짜 도박수에요. 그나마 안전한 퍼르잔을 불러오고, 미드라이너인 지놈 선수의 서브 챔을 꺼내오겠다는 거거든요? 플러스알파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에요!”
“네, 플러스알파의 고심이 드러나는 밴픽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럼 퍼지데이 팀의 밴픽을 살펴보죠!”
캐스터 왕검은 빠르게 다음으로 넘어갔다.
스크림과 다르게 본 대회에서는 밴 픽부터 챔피언 픽까지 모두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이 시간은 선수들의 충분한 고민을 요구하는 건 물론 시청자들을 위한 해설의 시간이기도 했다.
어느 한 쪽의 해설에 지나치지 않도록 조율하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젠과 케이, 그리고 오리안이 나왔습니다. 이 밴픽은 어떻습니까?”
“스크림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밴픽입니다. 달리 말하면 무난하고 안정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프라이드 선수의 견제와 더불어 마지막 DD가 밴당해서 맞대응을 한 거거든요? 이러면 양쪽 모두 미드라이너는 서브 챔을 꺼내게 됩니다.”
“미드라인의 균형을 맞추었다. 이렇게 정리가 되겠네요. 그런데 스크림에서는 프라이드 선수가 정글러로 나섰단 말이죠? 브레이브가 지금 오픈이에요!”
스크림 경기에서는 프라이드가 정글로로 포지션 체인지를 했다. 하지만 퍼지데이 팀은 그에 대한 대응 대신 미드라이너 견제를 택했다.
“이거는 그 유명한 퍼자감이 아닌가 싶습니다. 왜냐하면 플러스알파 쪽에서 마지막에 바르잔만 오픈을 하면서 먼저 도발을 했어요. 이러면 안 갈 수가 없습니다.”
“그쵸. 정글러로 올 테면 와봐라!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들거든요? 퍼플 선수가 이런 도전을 또 피할 분이 아니에요.”
“아, 여기서 퍼자감이 또 드러나게 되는군요.”
시청자들은 해설진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퍼자감은 근본이지 ㅋㅋㅋ
-여기서 저렇게 도발을 해버리네
-???: 네가 그렇게 따움을 잘해? 옥땅으로 따라와!
-무슨 미스틱거리 잔혹사냐곸ㅋㅋㅋ
-싸움 잘해? 잘한다 / 따라와! 따라간다
-아 ㅋㅋㅋ 오지말라고 해도 간다니깐!
-아아, 그게 바로 ‘갱킹’이니까
그 사이 챔피언 선택 시간이 끝났다. 왕검과 해설진의 눈이 부릅떠졌다.
“지금 양팀의 챔피언이 공개됐습니다!”
“아, 예상대로네요! 퍼플 선수, 바르잔을 선택했습니다!”
“지놈 선수의 서브 챔은 지옥불, 브랜든이네요!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나름 준수한 챔피언이거든요?”
-왕의 귀환을 환영하라! 왕의 귀환을 환영하라!
-정당한 왕은 오직 퍼르잔 님 하나! 정당한 왕은 퍼르잔 님뿐!
-퍼청자들 기사단 가입 완료
-왕위계승자? 미친스머프의 우승을 암시하는 것인가?
-여기서도 어우퍼의 증거가 나와버리쥬?
-역시 사이언스는 근거가 중요하다 이말이야
-추놈쉑 ㅋㅋㅋ 불타는 머머리 고르네
-저렇게 두피열이 많아서 탈모가 온 거임
-두피열 뭔데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흥겨워하는 사이 화면은 반대쪽으로 돌아갔다.
“오? 프라이드 선수! 루시드를 선택했어요!”
“프라이드 선수가 바텀 원딜로 돌아왔어요! 이렇게 되면 스크림이랑은 완전히 다른 양상이 됩니다!”
“사실 이게 맞습니다. 스크림이랑 같으면 본 경기를 하는 의미가 없거든요!”
“그렇습니다! 과연 결과가 어떻게 될지! 양팀 선수들 바로 게임에 진입합니다!”
왕검이 바뀌는 화면을 보고 멘트를 쳤다.
본격적인 경기 시작과 함께 선수들이 흩어졌다.
“아, 양쪽 모두 라인으로 달리네요? 인베이드는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카정을 경계하는 것 같아요. 언제든 라인으로 빠질 수 있게 붙어서 정글링을 하네요!”
“네, 플러스알파 팀으로서는 초반 한타를 피해야 합니다. 퍼플 선수의 깃발 버프, 그리고 CC기는 한타에 무척 유용하거든요!”
왕검은 슬쩍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러면 지금 퍼지데이로서는 초반 한타가 유리하다는 말씀인데요. 퍼지데이 팀은 왜 인베이드 시도를 안 한 걸까요?”
“바로 라인으로 향하는 걸 보면 다른 노림수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래 인베 목적은 상대 정글러를 끊는 거거든요? 어쩌면 정글싸움은 퍼플 선수 하나면 충분하다! 이런 자신감의 발로일 수도 있습니다.”
해설진의 멘트에 채팅창이 ‘ㅇㅈ’과 ‘ㄹㅇㅋㅋ’로 가득해졌다. 그들 역시 공감하는 바였다.
“자, 그럼 퍼플 선수의 행보를 알아보죠!”
왕검의 멘트에 화면이 전환됐다.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이경복은 착실히 크립을 사냥하고 있었다.
“아! 퍼플 선수, 엄청난 속도로 크립을 정리하고 있어요!”
“매우 정석적인 정글링을 하고 있습니다. 본 경기인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겠죠!”
“퍼플 선수가 매번 파격적인 모습만 보여 줘서 오히려 이게 더 생소하게 느껴지네요. 하지만 그래도 역시 대회는 대회…… 아! 지금!?”
왕검이 멘트를 도중하고 급히 목소리를 높였다.
“어? 뭐죠!? 퍼플 선수가 갑자기 달려갑니다!?”
“카정? 카정인가요!? 바로 또 카정을 가나요!?”
“인베가 없어서? 아니, 그건 예전에 파악이 끝났는데요?”
양쪽 본진에서 미니언이 나오자 그의 행동이 달라졌다. 해설진과 시청자들은 그가 상대편 정글로 향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어어?! 갑자기 바텀 라인으로 뜁니다!?”
“프라이드 선수 견제!? 초반 갱킹을 시도하나요? 퍼플 선수! 이게 맞나요?!”
“스크림이랑은 상황이 다릅니다! 지금 프라이드 선수 옆에는 서포터도 있고 포탑도 있어요! 절대로 쉽지 않습니다!”
“혹시 바텀 듀오와의 협공을 연습해온 걸까요!? 아, 그런데 지금 와드! 이대로 가면 와드에 걸리거든요?!”
프라이드도 갱킹에 대비 미리 와드를 설치해 두었다. 아니나 다를까 위치가 노출되자 그와 서포터는 빠르게 타워 쪽으로 몸을 빼냈다.
“아, 이러면 시간이 낭비되는 건데요? 프라이드 선수는 CS까지 챙기면서 안전까지 확보해 버렸습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퍼플 선수가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할 리가 없는데요? 그 이전까지는 바텀 듀오가 미끼 역할을 했었어요.”
“퍼플 선수, 본 경기라고 긴장한 걸까요?”
해설진이 허탈함이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그들은 낮춰둔 목소리를 다시 올려야 했다.
“어? 어어!? 지금 뭐죠!? 퍼플 선수 멈추지 않습니다!”
“갱킹은 이미 들켰는데요?! 무슨 생각인가요!?”
“설마 아군 CS를 가로채려는 건 아니겠죠? 그건 제살 깎아 먹기입니다!”
이경복은 그대로 바텀 라인에 진입했다. 양쪽 미니언들이 격돌하고, 바텀 듀오 간의 총탄이 빗발치는 격전지에 그가 깃발을 꽂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모두가 이경복의 노림수를 목격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이게 뭡니까아아아아아!”
“지금 제가 뭘 보고 있는 건가요!?”
억지로 올린 텐션이 아니었다.
해설진은 진심 어린 경악을 목소리에 담았다. 시청자들도 목소리가 아닌 글자로 비명을 질렀다.
-야잌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이게 미스틱? 내가 봐왔던 미스틱은 대체?
-또전드! 또전드! 또전드!
-상식특) 개같이 멸망함
모두를 경악시킨 이경복의 행동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그저 아군 미니언을 향해 날아드는 공격을 창으로 튕겨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여파는 대단했다.
“지금! 퍼플 선수가 프라이드 선수의 CS를 막고 있어요! 이런 플레이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제가 수없이 많은 경기를 해설했지만 장담하는데 이런 플레이는 처음입니다!”
“그 사이 퍼지데이의 바텀 듀오! 착실하게 미니언을 제거하며 CS를 챙깁니다! 나는 되고 너는 안 돼! 내로남불 견제가 나왔어요!”
-내로남불 ㅁㅊㅋㅋㅋㅋㅋㅋ
-마! 이게 블랙기업식 견제다!
-와 ㅋㅋㅋ 진짜 내가 프라이드였으면 멘탈 터졌다.
-ㄹㅇㅋㅋ 방송 아니었으면 바로 욕 튀어나옴
-아니, 이게 진짜로 된다고?
-진짜로 되냐 (X), 되는데 지금까지 아무도 못했다 (O)
-이건 이클 님도 못함ㅋㅋㅋㅋㅋ
-ㄹㅇㅋㅋ 이클 님도 제자리에서 하지 저렇게 움직이면서는 못하지
-이건 찐으로 갓플 아니면 못한다 ㅋㅋㅋㅋ
해설진도 시청자들도 모두 흥분에 휩싸였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유리하게만 흘러가지는 않았다.
“아, 미니언들이 전진하면서 타워 사정권에 들어섭니다!”
“퍼플 선수! 총탄 막아내면서 포탄까지는 못 피하거든요!? 그런데 포탄 맞으면서도 CS를 못 먹게 만듭니다!”
“체력! 체력 관리해야 됩니다! 죽으면 오히려 손해예요! 지금 빼야죠!”
프라이드의 공격은 튕겨낼 수 있지만 타워의 포탄은 튕겨낼 수 없었다.
줄어드는 체력게이지에 프라이드와 서포터가 킬 각을 노리고 눈을 희번덕거렸지만.
“아아! 박잡초 선수!”
“스킬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걸 퍼플 선수 회복에 쓰네요!”
“밸류로 보면 스컬킴 선수보다는 퍼플 선수죠! 아주 현명한 플레이입니다!”
“퍼지데이 팀! 카운터 정글이 아니라 카운터 프라이드를 준비해 왔어요! 아주 제대로 먹혔습니다!”
박잡초의 회복 스킬에 줄어든 체력은 다시금 차올랐다. 시청자들은 그 상황에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엌ㅋㅋㅋ 미니언들 타워에 쓸려버리고?
-와씨 ㅋㅋㅋ 진짜 프라이드 CS 못 챙기게 만드네
-이러면 진짜 스노우볼 차이 미친 거 아님?
-ㄹㅇㅋㅋ 아예 자금 수입이 끊겼자너 ㅋㅋㅋ
-경쟁기업을 말려 죽인다, 그게 블랙기업의 상식이잖아?
해설진의 생각도 시청자들 반응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들은 전문가였기에 더 이후를 내다보았다.
“와! 프라이드 선수 결국 물러납니다!”
“작전이 제대로 들어갔어요. 하지만 이렇게 되면 퍼플 선수도 성장을 못 하거든요?”
“그렇습니다. 스컬킴과 박잡초 선수는 CS를 알뜰하게 챙겼지만 퍼플 선수는 자금이 여의치 않아요! 반면에 지금 상대 쪽 정글러는 쭉쭉 크고 있습니다!”
“아, 그러네요! 바텀 라인에 퍼플 선수가 상주하면서 적극적으로 정글링을 했어요!”
“이러면 소위 ‘정글차이’가 벌어집니다! 견제는 유효했지만 셀프 견제도 같이한 셈이에요!”
목소리는 높더라도 해설진은 상황을 냉정히 평가했다. 그렇기에 전문가라 대우 받는 사람들이 아닌가.
때문에 그들은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
“하지만 그건 평범한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이죠! 퍼플 선수는 다릅니다! 퍼지데이 팀이 아주 유리해졌어요!”
“그렇습니다! 퍼플 선수가 누굽니까? 지금 바텀 라인에서 보여준 그 묘기를 보면 딱 알 수 있거든요! 완성된 정글러, ‘퍼펙트 정글러’인 그에게 이 정도 격차는 아무런 의미가 없거든요!”
성장이 필요한 건 어디까지나 일반인의 이야기였다.
이경복에게는 그 특유의 실력이 저변에 깔려있기에 ‘정글차이’는 오히려 퍼지데이 팀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 기울어진 균형을 맞추려면 상대 정글러는 더 많은 자금을 필요로 했다.
“와, 정말 전례가 없는 충격적인 전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전략이 또 성공하면서, 퍼지데이 팀이 승기를 잡아갑니다!”
우세한 건 명백히 퍼지데이 팀이었다.
* * *
이변은 없었다.
A조 1경기는 퍼지데이의 2연승으로 끝났다.
중계채널로 경기를 본 해외 시청자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내가 살면서 본 가장 미친 경기야!
-lol, ‘crazy’가 아니라 ‘perfect’가 옳지!
-어느 쪽을 써도 말이 되잖아
-이런 경기는 프로리그에서도 절대로 볼 수 없을 거야
-맞아! 이게 아마추어 대회를 여는 이유지!
-아이러니하지만, 키 플레이어가 적은 혹은 지금처럼 하나라서 가능한 장면들이었어.
-정석을 벗어난 플레이! 이걸 보기 위해 아마추어 대회가 있는 거야!
-다른 아마추어 대회라고 이런 플레이가 나오지는 않을 것 같은데 lmfo
-동의해. 이런 플레이는 퍼플 외에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걸?
-젠장, 멤버십 영상이 올라올 때까지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채팅창은 마치 축제 분위기처럼 들떴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WTF? B조 경기를 왜 하는 거야?
-뭐지? 오늘은 A조 경기가 진행되는 거 아니었어?
-나는 A조를 제외한 다른 팀들은 전혀 모르는데
A조 1경기가 끝나니 B조 1경기가 시작됐기 때문이었다.
-설마 조별로 1경기씩 하는 거야?
-오늘은 이제 끝인 거야?
-맙소사, 이럴 수는 없어! 이제 겨우 맥주 2병을 마셨는데
-lol, 진정해! 이 경기가 끝나면 A조 2경기가 시작될 거라고!
-이건 공정성을 위한 순서야.
-공정성이라니?
-첫 경기를 끝나고 바로 다음 경기를 하면 첫 번째로 한 팀이 불리하잖아.
-동의해. 서로 쉴 시간이 필요하니까 교대로 게임이 진행되는 거지.
몇몇 시청자들의 불만에 다른 사람들이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만은 남아 있었다.
-뭐지? A조 2경기는 퍼지데이가 아니잖아?
-이건 공정하지 않잖아? 패자인 플러스알파가 바로 게임을 한다고?
-Nope, 이건 대회 진행을 위해서 정한 순서야.
-1게임의 패자가 먼저 게임을 하는 게 옳아. 왜냐하면 승자가 2승을 얻으면 3경기가 의미가 없거든.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되니까!
-lfmo, 2승이 먼저 결정되지 않도록 한다. 아주 간단한 규칙이라고.
-그렇지. 만약 퍼지데이가 패자였다면 2게임에 나갔을 거야.
-하지만 그럴 일은 없어. 이건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거든.
-‘어우퍼’ 공식에 따르면 3경기를 기다릴 수밖에.
모르는 팀의 경기에는 관심이 없었던 시청자들은 상황 설명에 주력했다. 덕분에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 이유를 납득했다.
-그러면 나한테도 쉬는 시간인 거네.
-이참에 밀린 일들을 처리 해야겠어
-젠장, 맥주가 식지 않게 냉장고에 넣어둬야겠군.
-리딧이나 보러 가야겠네
-클라이막스를 기다리자고 친구들!
채팅은 드문드문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엄밀히 말해 그들이 보고 싶은 건 대회가 아니라 퍼지데이.
그중에서도 퍼플의 플레이였다.
* * *
A조 2경기와 B조의 2경기까지 모두 끝났다.
“아, 안타깝지만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그렇습니다. 플러스알파가 2연패로 고배를 마시게 됐어요.”
“이게 참, 그렇습니다. 원래는 플러스알파도 강력한 우승 후보였는데요.”
라떼프로와 플러스알파 중 우승자는 라떼프로였다.
해설진들은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왕검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플러스알파가 실력이 부족해서 진출하지 못했다기보다는 대진운이 좋지 않았어요. 하필이면 조 추첨이 이렇게 되는 바람에 좌절을 맛보게 되는 거거든요?”
“그렇습니다! 대회를 지켜보신 시청자분들도 충분히 아실 겁니다.”
“더 좋은 활약을 선보일 수 있는 선수들인데, 너무 아쉽게 됐습니다.”
왕검은 목을 가다듬었다. 계속 이렇게 분위기를 다운시킬 수는 없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죠. 이건 플러스알파 팀의 선수들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팀장이신 프라이드 님이 메달리스트가 아니십니까!?”
“그렇습니다. 게다가 미친스머프는 이번이 끝이 아니거든요? 다음 시즌이 또 있습니다!”
“네, 플러스알파 팀을 위한 시청자분들의 많은 격려 부탁드리면서! 저희는 다음 게임을 또 준비해야죠?”
왕검의 유도에 해설진도 적극 동참하며 다시금 방송의 텐션을 끌어올렸다.
“네, 이렇게 되면 A조 진출 후보는 둘로 좁혀졌습니다! 퍼지데이와 라떼프로, 각 팀이 1승을 거두면서 이번 게임에서 진출이 결정되게 됐네요!”
“KDA로 동률을 따지는 경우가 사라졌어요. 이제는 오로지 승리만 생각해야 됩니다!”
“양팀 모두 너무나 쟁쟁한 우승후보들이에요. 이게 단순히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경기라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제 말이 바로 그겁니다! 실질적으로 조 경기는 예선인 셈인데, 지금 이 긴장감은 준결승을 앞두고 있는 것 같아요!”
왕검은 손에 땀이 난다는 듯 양쪽의 캐스터가 입고 있는 재킷에 손바닥을 문질렀다.
“어?! 왕검 님!”
“아니, 왜 여기다 닦으세요!?”
두 사람의 반응에 왕검은 웃음을 터트리고는 멘트를 이어갔다.
“당연히 장난입니다. 두 분이 더 긴장하신 것 같아서요. 자, 이제! 그 누구보다 긴장하고 있을 선수들을 만나봐야죠!”
“네! 과연 누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것인가?”
“퍼지데이 팀이냐! 라떼프로 팀이냐!”
A조의 마지막 승부.
“지금부터 그 결과를 확인해볼 시간입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걸린 시합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