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화 - KDA? 크다! (1)
늦은 밤.
미친스머프 조 경기 첫날은 성황리에 종료됐다. 그에 따라 대회를 향한 관심은 더더욱 커졌다.
경기 결과가 나온 지금, 모든 미스틱리그 커뮤니티는 막대한 트래픽을 감당하고 있었다.
[진짜 이번 미친스머프는 역대급이네 ㅋㅋㅋㅋ]
[놀랍게도 왕검 말 중에 틀린 게 없음]
[조 경기부터 꿀잼이면 말 다 했지 ㅋㅋㅋ]
[이번 A조는 올타임 레전드임]
첫날 경기를 마친 건 A조와 B조, 사람들의 관심은 둘 중 A조에 치중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하나.
[어떻게 스크림부터 조 경기까지 전승?]
[숙청! 오직 숙청뿐!]
[퍼지데이 닉값 뭐냐고 ㅋㅋㅋ]
[죽음의 A조인데 왜 안 죽음?]
[죽음(남얘기)]
퍼지데이의 전승행진 때문이었다.
[킹직히 플러스알파는 제낄만 하긴 했음]
[설마 라떼프로도 2연패 당할 줄은 ㅋㅋㅋㅋ]
[진짜 2:1 정도는 갈 줄 알았는데 ㅎㄷㄷ]
[퍼지데이 너무 잘한다 이말이야]
[속보) 노벨위원회, 노벨 이스포츠상 신설, ‘유력 후보는 어우퍼’]
[아 ㅋㅋ 어우퍼도 사이언스라ㄱ니깐!]
경기 결과에 대한 이야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느 게임 커뮤니티가 그러하듯, 각 커뮤니티에는 ‘자칭 전문가’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플러스알파는 밴픽 미스가 너무 컸다]
[라떼프로는 퍼지데이 상대로 너무 안일한 게 문제였음]
그들은 각 경기의 승패원인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어디까지나 겉으로는 그러했다.
[퍼플이 바텀 막을 때 정글러 뭐함?]
[킹직히 프라이드가 너무 겁먹어서 진 거 아님?]
[진짜 메달 어떻게 땄냐 ㅋㅋㅋ]
[라뗴프로는 몸 사릴 거면 초반 인베 왜 함?]
[한타에서 이니시를 놓쳤을 때부터 말렸지 ㅋㅋㅋ 반응 개느림]
[중력장 먼저 뿌리고 시작했어야지 ㅅㅂ]
하지만 그 실상은 패배의 원인이 된 멤버를 색출하는, 소위 ‘범인 찾기’였다.
[아 ㅅㅂ 분탕쉑들 또 나대기 시작하네]
[팬인 척 이간질하는 거 역하쥬?]
[제발 좀 느그 동네 가서 놀아!]
[진짜 대회 시즌은 시즌이네 ㅅㅂ]
[어째 매년 레파토리가 바뀌질 않냐 ㅋㅋ]
그들은 스스로를 각 팀의 팬이라고,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한다는 투로 ‘조언’한다고 말하지만 그 정체는 달랐다.
분탕 혹은 각 팀이나 소속 멤버의 안티 팬들이 ‘정당한 명분’을 들먹이며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분석만 하면 분탕몰이 무엇?]
[아니 ㅋㅋㅋ KDA 보면 전부 맞말 아님?]
[미스틱은 데이터가 중요한 거 모르냐?]
[미알못들 진짜 많네 ㅋㅋㅋ]
비판이 아닌 비난에도 근거가 필요했다. 이에 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건 주최 측이 제공하는 통계자료, 그 중에서도 KDA 비율을 많이 활용했다.
킬(Kill), 데스(Death), 어시스트(Assist).
미스틱 리그의 개인기록을 구성하는 3요소를 활용한 분석법이었다.
[플러스알파 평균 KDA 보면 2도 못 넘음 ㅋㅋㅋ]
[모든 포지션이 그 정도면 진짜 개 못한 거 아니냐고]
[프라이드는 팀장이면서 KDA가 1.3 ㅋㅋㅋㅋ]
KDA 계산법은 간단하다.
킬과 어시스트의 합을 데스로 나누면 끝. 그 값이 클수록 게임의 기여한 바가 크다는 의미였다.
[카페인은 좀 정신 차려야 된다니까?]
[ㄹㅇㅋㅋ 전 프로인데 어떻게 KDA가 3을 못 넘음?]
[카페인 믿고 간 팀원들 KDA 2점 초반대 ㅋㅋㅋ]
본래 주최 측의 의도는 MVP 선정을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하기 위함이었지만, 안티들은 다른 방향으로 그 자료를 사용했다.
비단 A조만이 아니라 B조의 팀들도 그런 안티와 팬들의 싸움으로 얼룩졌다.
하지만 단 한 팀만은 예외였다.
[평소에는 지놈 안티 많던데 왜케 조용하냐 ㅋㅋㅋ]
[아 ㅋㅋ 분탕들 빨리 나오시라구요]
[퍼지데이 한 번 까보실 분?]
[진 적이 없는데 뭘로 까쉴? ㅋㅋㅋㅋ]
퍼지데이 팀은 평온했다.
애당초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으니 범인 찾기를 할 이유가 없었고, 분탕과 안티들도 나설 명분이 없었다.
덕분에 팬들은 편안하게 승리를, 그리고 멤버들의 성과를 만끽할 수 있었다.
[지놈 빼고 다 첫 출전인데 KDA는 개사기 무엇?]
[진짜 이클 님 KDA 6.31 찍은 거 뭐냐고 ㅋㅋㅋ]
[의외로 지놈이 잘 버팀 ㅋㅋㅋ]
[카페인 상대로도 KDA 4.57까지 지킨 거 보면 제대로 몸 사린 거 ㅋㅋ]
[골초 듀오도 4점 초반대면 진짜 잘 했지]
각 멤버들에 대한 칭찬이 가득했지만 누구보다도 독보적인 건 역시나 퍼플, 이경복이었다.
[와 ㅋㅋ 근데 진짜 갓플은 넘사벽이네]
[어떻게 전 게임에서 한 번도 안 죽을 수가 있냐]
[0데스는 진짜 미친스머프 사상 최초 아님?]
[그것도 죽음의 A조에서 ㅋㅋㅋㅋ 한번을 안 죽네 ㅋㅋㅋ]
[니체가 또 틀려버리기~]
[대체 몇 연패냐고 ㅋㅋㅋㅋ]
[니체 : 신은 죽었다 (단, 퍼플은 예외)]
[알고 보니 다신교였냐고 ㅋㅋㅋㅋ]
KDA 스코어의 분모, 데스가 0이기에 그 값이 기록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런 기록을 플레이어들은 ‘퍼펙트’라고 불렀다.
[갓플 닉값 미쳤냐고 ㅋㅋㅋㅋ]
[퍼펙트플레이가 퍼펙트를 기록한다. 그게 상식이잖아?]
[실제로 분모 값이 0이면 수학적으로 ‘정의할 수 없다’임 ㅋㅋㅋ]
[수학으로 증명이 되어버렸쥬?]
[아 ㅋㅋ 어디 신을 인간의 기준으로 판단하려 하냐구웃!]
[갓플이 자기 얘기 한 건데 무슨 문제라도?]
[???: 수학은 신의 언어다]
[ㅁㅊ 아다리가 착착 맞아버리고?]
그 압도적인 성과에 이경복의 팬들은 순수하게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기대는 남아 있었다.
[퍼지데이 우승까지 전승각 떴냐?]
[어우퍼에 따르면 가능 함 ㅋ]
[이게 그 과학승리인가 그거냐?]
아직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퍼지데이가 연승을 이어갈 것인가.
그리고 그보다 더 큰 기대는.
[갓플 설마 대회 끝까지 0데스 기록하나?]
[아 ㅋㅋ 게말콘 마렵네]
[말이 안 된다고 생각되면 그걸 퍼플이 했는지부터 고려해봅시다]
[ㄹㅇㅋㅋ 갓플이라면 가능할지도?]
이경복이 대회 끝까지 0데스를 유지, 모든 게임을 ‘퍼펙트’ 스코어로 기록할 수 있을까.
[퍼지데이 전승도 개 쩌는 거긴 한데 ㅋㅋㅋㅋ]
[갓직히 전승으로 전 게임 퍼펙트 스코어는 못 당하지 ㅋㅋㅋ]
[ㄹㅇㅋㅋ 전승 기록은 언젠가 나올 수 있는데 전 게임 0데스 기록은 안 깨질 듯]
[그거야 말로 ‘신화’ 아니냐?]
[아 ㅋㅋ 미스틱 리그에 딱 맞는 기록이자너]
그 일이 가능하다면 이경복의 기록은 미친스머프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게 분명했다.
팬들의 바람은 하나였다.
[아! 플레이오프 언제 하냐!]
[갓플이 뭐만 했다 하면 지구가 너무 느리게 돈다 이말이야]
[ㄹㅇㅋㅋ 시간 겁나 안 가네 진짜]
[이게 다 아인슈타인 때문이다!]
[상대성 이론 왜 만들었냐고 ㅋㅋㅋㅋ]
[ㅁㅊ 단체 퍼단증상 돌았네 ㅋㅋㅋ]
어떻게 되든 가능한 빨리.
이경복의 활약을 보고 싶었다.
* * *
다음날.
미친스머프 조 경기 2일 차.
“어서 오소!”
지놈이 밝게 웃으며 스튜디오에서 팀원들을 맞이했다.
오늘은 퍼지데이의 경기가 없지만 C조와 D조, 경쟁상대의 게임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였다.
경기 시작 전이기에 막간을 이용해 팀원들은 잡담을 나누었다.
“어제 다들 푹 쉬었어요?”
이경복의 물음에 스컬킴이 탄사를 뱉었다.
“와, 저는 가슴이 너무 뛰어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저도요! 플레이오프 진출, 그것도 전승이라니? 이게 현실이 맞나 싶더라고요.”
박잡초도 공감한다는 듯 옆에서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도 확정이 됐으니 마음은 편합니다.”
“이게 잘 됐으니까 다들 웃으며 모인 거지. 삐끗했으면 지금 해명방송 중일 겁니다.”
이클립스의 첨언에 지놈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에 모두가 웃고 난 뒤, 스컬킴이 슬쩍 손을 들었다.
“아, 근데 저는 결과 상관없이 진짜로 참가 자체에 대해 감사드리고 싶어요.”
“맞아, 저도 진짜 이번에 퍼지데이 들어온 것만 해도 완전 인생역전수준이거든요.”
박잡초까지 동참하자 이경복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반면 이클립스와 지놈은 뭔지 알겠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게, 어제 본 경기 끝나고 구독자가 2배로 뛰었어요.”
“와, 저 진짜 깜짝 놀랐어요. 플레이오프 진출도 진출인데, 그거 보고 잠 못 잔 것도 있거든요.”
스컬킴과 박잡초, 두 사람 모두 큐튜브 구독자가 급상승한 것이다.
“아니, 원래 오디션 통과하고 나서부터 구독자 상승세에 탄력이 붙긴 했거든요?”
“네. 스컬킴이나 저나 이제 10만고지가 눈앞이다! 드디어 실버 버튼이구나 싶었는데……!”
퍼지데이 인턴 오디션 당시만 해도 두 사람의 구독자 수는 5만 대였다. 하지만 이내 오디션 방송을 통해 이름을 알리게 되면서 그 숫자는 빠르게 치솟았다.
“아니, 그런데 오늘 아침에 갑자기 20만이 된 거예요!”
“와, 저 그거 보고 딱 깨달았잖아요.”
두 사람은 이내 서로 시선을 교차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퍼플 코인, 이거 찐이구나.”
“퍼플 님이랑 같이 하면 떡상은 무조건이구나.”
“네? 아니, 두 분이 잘하셔서 그런 거죠.”
그 말에 이경복이 헛웃음을 흘렸지만 다른 사람들은 달랐다.
“크으, 그 마음 잘 알죠. 저도 진짜 실버 버튼 받을 때까지 고생했는데…… 정말 축하드립니다!”
“저도 10만 모을 때까지 오래 걸렸었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놈과 이클립스의 공감에 이경복은 혼자 동떨어진 기분이 되었다.
‘어렵다고는 들었는데,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이었나?’
왜냐하면 그는 하루아침에 실버 버튼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야야, 괜히 억지로 공감하는 척 하지마라. 그게 더 기만이야!”
지놈은 이경복의 어색해하는 얼굴을 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클립스도 한 마디 거들었다.
“퍼플 님이 남 다른 거야 다 아는 사실이니까요.”
“사실상 기만으로 따지면 존재 자체가 그러시니……”
“오히려 기만이 아니라 오히려 경외심이 들죠.”
이어지는 스컬킴과 박잡초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에 이경복도 결국 웃어 넘겼다.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데 제 덕이 없다고 거절하는 것도 좀 그렇긴 하네요.”
이경복도 장난스럽게 말하다가 이내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두 분의 노력이 없었다면 얻지 못할 성과였을 거예요.”
“네?”
“저희 노력이요?”
“흔히들 운칠기삼이라고 말하지만, 그 ‘기’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 의미가 없거든요. 오디션도 실력으로 통과하신 거잖아요?”
스컬킴과 박잡초는 원래 지놈이 준비한 멤버였다. 그대로 합류했다면 그저 운이 좋아서, 우연히 지놈과 연이 닿아서 얻은 기회라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경복이 그것을 비틀었다. 덕분에 오디션이 개최됐고, 두 사람은 모두의 앞에서 자신을 증명했다.
“행운이라는 것도 준비된 사람만이 잡을 수 있는 거니까요.”
그 말에 두 사람은 홀리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놈은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가볍게 손뼉을 쳐서 주의를 돌렸다.
“자자, 슬슬 시간이네요. 모니터링에 집중합시다.”
그와 함께 스튜디오 대형 스크린에 방송화면이 비춰졌다.
* * *
C조의 2경기까지 막을 내렸다.
하지만 5명 모두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뭐랄까, C조 팀들은 좀 무난한 느낌이 강하네요.”
“음, 저도 동감입니다. 랭크 게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아요.”
C조에는 유력한 우승후보가 없었다. 대회 전 연습 삼아 5인큐로 랭크게임을 돌렸던 때와 비슷했다.
그마저도 다이아와 플래티넘 구간이었다.
“역시 주의해야 할 건 D조, 돈 다마스죠.”
“전년도 우승팀이라고 했지?
지놈의 말에 이경복이 반응했다.
그는 눈을 굴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매니저가 정보를 정리해 줬었는데, 꽤 특이한 크루던데?”
박주호가 돈 다마스 팀과 관련된 정보를 정리해 전달해주었다. 유력한 우승후보인 만큼 다른 팀보다 정보량이 많았다.
“네, 보통 크루라는 게 방송하다가 친해져서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근데 돈 다마스는 혈연으로 묶인 거니까 완전 다르죠.”
스컬킴과 박잡초도 바로 동의했다. 돈 다마스의 멤버들은 친인척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뭐, 스트리머끼리 결혼하는 게 특이하긴 해도 아주 없는 경우는 아닙니다. 그보다 놀라운 건 돈값님 동생도 스트리머인데, 와이프 분 동생들도 스트리머였다는 거죠.”
양가의 형제남매들이 모두 스트리머였기에 자연스럽게 크루로 묶이게 됐다.
“아무튼 중요한 건 실력 아니겠습니까? 전년도 우승까지 할 정도면 요주의 팀은 맞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의외로 ‘가족’인 게 실력이랑 연관이 있어요.”
이클립스의 말에 지놈이 답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돌아갔다.
“돈 다마스는 특히 팀 게임에 강하거든요? 이게, ‘가족 같다’는 개념이랑 진짜 가족이랑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같이 있는 시간부터 달라요.”
“하긴 보통 크루 멤버들끼리 아무리 가까워도 계속 붙어 있지는 않죠.”
“네, 바로 그겁니다! 연습량으로 따지면 그 플러스알파도 한 수 접어줄 정도일 걸요?”
그 말에 이경복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체육인들도 합숙훈련은 자주 하잖아? 그 정도로 차이가 나나?”
“물론 그렇지. 하지만 체육인들도 무슨 일이 ‘있을’ 때만 합숙 훈련을 하잖아? 그런데 돈 다마스는 그게 아니거든.”
이에 돌아온 대답에 이경복도 짧게 탄사를 내뱉었다.
“아, 맞네. 가족이니까 계속 붙어있겠구나.”
“그렇지. 서로 합을 맞춘 기간을 이번 대회만으로 한정 지을 수가 없어. 게다가 가족이라서 다른 크루랑 다르게 불화도 적었거든.”
“그렇겠네요. 무슨 문제가 생겨도 바로 옆이니까 쳐들어가거나 부모님이 나설 테니 말입니다.”
이클립스의 말에 지놈은 고개를 끄덕이고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게 붙어있으니까 오더에도 디테일 차이가 있죠. 라떼프로의 카페인 님이 분석가로 유명하시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멤버들을 속속들이 다 알지는 못하거든요.”
“돈 다마스는 서로 다 알겠네요? 강점이나 약점이나, 뭐 사소한 습관 같은 것까지요.”
“그렇죠. 이런 디테일이랑 경험이 누적되면서 서로 호흡만큼은 웬만한 프로게이머 팀 못지않습니다.”
이경복은 티어원의 합숙소를 떠올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괜히 선수들이 합숙을 하는 게 아니지.’
가상현실 시대에도 합숙소가 운영되는 건 그만큼 서로 붙어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서로에 대해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였다.
“확실히 돈 다마스가 팀 게임에서는 강하긴 하죠.”
“대회 우승 경력만 봐도 서든어썰트, 오버클락, 크래프트스타. 전부 다 팀 게임이었으니까요.”
스컬킴과 박잡초도 자신들이 아는 정보를 꺼냈다. 돈 다마스는 여러 장르의 팀 게임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어 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새삼 돈 다마스의 경력을 훑어보니 쉽지 않은 상대라는 걸 실감한 탓이었다.
그렇게 다들 표정이 굳었지만 이경복은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렇게 잘하는 팀이니까 결승전까지 올라오겠죠?”
“응?”
“대회 구성으로도 그렇고 시청자들 보기에도 결승전에서 붙는 게 재미있을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새삼 깨달았다.
이경복은 상대가 강하다고 걱정하거나 주눅 들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어려울수록 흥미를 느끼는 부류였다.
지놈이 먼저 웃음을 흘렸다.
“아니, 이미 4강전은 이겼다는 거네?”
플레이오프는 시작도 안했는데 결승전 얘기를 하지 않나.
이에 이경복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대회에 탈락하려고 참가하는 팀이 어디 있어?”
모든 경기는 이기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 말에 다른 팀원들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퍼자감은 다르네요.”
“그런데 퍼플 님 옆에 있으면 왠지 저도 자신감이 생깁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그렇게 잘하는 팀이니까 결승전까지 올라오겠죠?”
“대회 구성으로도 그렇고 시청자들 보기에도 결승전에서 붙는 게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이경복은 상대가 강하다고 걱정하거나 주눅 들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어려울수록 흥미를 느끼는 부류였다.
“응?”
다른 사람들은 새삼 깨달았다.
지놈이 먼저 웃음을 흘렸다.
다른 사람들 말에 지놈이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팀 구호가 왜 어우퍼인줄 아십니까?”
그는 이경복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맺었다.
“그 근본이 바로 이 자신감이거든요.”
그 말에 모두가 공감한 듯 웃음을 터트렸다.
다가올 플레이오프.
이경복과 함께라면 불안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