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06화 (206/491)

206화 - 님 챔피언 좋네요 (1)

3세트 준비 시간.

왕검과 해설진은 막간을 이용해 2세트를 되짚어 보았다.

“여러분, 제가 이번 미친스머프가 역대급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말실수를 했어요.”

“네?”

“아니, 왕검님?”

해설진은 물론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솟아났다. 왕검은 이에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역대급 대회? 아니죠! 지금 이 결승전의 매 세트가 역대급입니다! 아니, 어떻게 명장면들이 한 게임도 아니고 세트마다 나오나요!?”

“아, 또 이렇게 빌드업을!”

“저는 이제 왕검 님이 무슨 말 하시면 심장을 내려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틀린 말이 아니거든요?”

왕검이 불판을 올렸으니 해설진이 호응해 줄 때였다.

“사실 저는 2세트에서 퍼플 선수가 제이디랑 1:1로 붙어서 이긴 것만 해도 미쳤다고 생각했거든요? 제이디가 왜 ‘JD’냐? 정글 도미네이터, 정글의 지배자라는 뜻이거든요!”

“맞습니다. 그런데 퍼플 선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죠. ‘뭐야? 고작 이게 정글의 지배자?’ 이런 느낌이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진짜 정글의 주인을 찾아갔어요!”

해설진은 확신했다.

자신들은 물론 시청자, 그리고 나중에 이 경기를 영상으로 볼 사람들 모두 2세트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만장일치로 결정할 활약.

“듀크 솔로 공략! 퍼플 선수가 진짜로 해 버렸어요!”

“와, 정말…… 당시에도 놀랐지만 지금도 가슴이 뜁니다. 퍼플 선수가 이루어낸 기적, 퍼라클을 직접 눈앞에서 보니까 장난이 아니에요!”

“진짜 이건 비단 미친스머프만이 아니라 미스틱 역사상 명장면에 선정될 정도죠!”

세 사람이 벅찬 표정으로 말하자 채팅창도 반응했다.

-진짜 ㅋㅋㅋ 사람이 할 짓이 아님

-신이 기적을 일으킨다, 이게 상식이잖아?

-이쯤되면 진짜 퍼펙트-상식이 맞는 거 아니냐 ㅋㅋㅋ

-패러다임의 전환? 아니죠! 퍼러다임이 맞습니다!

-5252, 세계가 퍼며드는 거냐구웃!

-근데 이건 킹직히 라잇게임즈가 마스터 리 소개 영상으로 써야 됨

-아닠ㅋㅋㅋ 그러면 과대광고잖아욧!

-???: 되는데요?

-마스터 퍼와 마스터 리는 다른 챔입니다^^

시청자들의 호응에 왕검은 더욱 흥을 붙였다.

“제가 또 쉬는 시간에 커뮤니티를 좀 훑어봤거든요? 벌써 지금 이 클립이 쫙 깔렸습니다. 정말 없는 데가 없어요!”

“아, 이거 못 참죠. 이런 멋진 플레이를 어떻게 안 보여주고 배깁니까?”

“저는 중계 채널 쪽을 잠깐 봤거든요? 영어가 짧아서 잘은 몰라도 분위기라는 게 있잖습니까. 해외 시청자분들도 아주 열기가 엄청납니다!”

“아! 맞습니다! 리딧에도 클립이 올라갔더라고요? 그 때문인지 지금 중계 채널은 시청자 숫자가 7만이 됐어요!”

해설진은 이에 흡족해하다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저도 다시 클립 보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공략 당시에는 너무 놀라서, 그리고 무척 아슬아슬하게 성공해서 눈치를 못 챈 부분이 있었어요.”

“아아, 맞습니다. 저희가 같이 이야기를 좀 나누어보고 다시 생각해보니 정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오? 그게 뭔가요?”

이에 해설진이 손을 움직이자 듀크 공략 바로 직후, 이경복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보시면 퍼플 선수가 진짜 아슬아슬하게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체력이 거의 없다시피요.”

“그렇죠. 그래서 더 놀라지 않았습니까? 실패하는 줄 알고요.”

“그래서 저희가 ‘정말 운이 좋았다’, ‘퍼플 선수의 강운이 여기서 살아났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거든요. 그런데 이게 운이 좋은 게 아닌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왕검의 눈이 크게 뜨였다.

시청자들 대부분 그와 비슷한 감상이었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연달아 올라왔다.

“저희가 보통 운이 좋은 일이 있으면 어떻습니까? 무척 기뻐하거나 안도하잖아요?”

“아, 그렇죠! 그런데 지금 퍼플 선수는 아니네요?”

“네, 그겁니다! 퍼플 선수, 너무 차분해요! 이렇게 눈금 하나 남기고 살아남았는데 이런 반응이 나올 수가 없거든요?”

“어디까지나 운이었다면 말이죠.”

그 말에 왕검의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그러면 운이 아니다? 퍼플 선수가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다, 계산된 행동이었다는 건가요?!”

“믿기지는 않지만 그럴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궁극기 사용 타이밍도 그렇고 마지막에 팀원들에게 버프 타이밍도 알려줬거든요? 이게 전부 단순한 운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어요!”

“사실 퍼플 선수가 보여준 것 중에 말로 들으면 믿기 힘든 게 어디 이것뿐인가요? 이렇게 눈으로 보니까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겁니다!”

-와씨 ㅋㅋㅋ 설명 들으니까 이게 맞는 듯?

-솔직히 내가 저 체력 남기고 성공하면 그 자리에서 윈드밀 쌉가능 ㅋㅋㅋ

-모두 다 계산이 끝났다? 역시 과학적인 팀 답쥬?

-이게 그 신의 섭리인가 그거냐?

-아 ㅋㅋ 부처님 손바닥이 아니라 퍼펙트-손바닥이었쥬?

-퍼래신장 뭐냐고 ㅋㅋㅋㅋㅋ

채팅창에 경탄이 가득해지는 사이 왕검은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슬슬 3세트를 준비해야 했다.

“알수록 놀라운 업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 현재 2:0으로 퍼지데이 팀이 앞서가고 있는데요! 어쩌면, 이번 세트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 그렇죠! 퍼지데이 팀이 이번 세트에서 승리를 거두면 3연승으로 우승 확정이거든요?”

“퍼지데이 팀은 우승, 돈 다마스는 결승전 연장! 양 팀 모두 전력을 다할 경기가 될 겁니다!”

그가 화제를 전환하자 해설진이 바로 그 뒤를 따랐다. 그들 역시 프로인 바, 시간을 체크하고 있었다.

“돈 다마스 팀은 어떻게든 퍼플 선수를 막아야 해요. 그런데 지금 선택권이 많지 않습니다. 밴 카드가 3개뿐이거든요? 그나마 바르잔 픽을 유도하는 방향이 최선입니다.”

“그렇죠. 반대로 퍼지데이 팀의 밴픽은 큰 변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라인, 바텀과 미드 견제가 예상됩니다”

“좋습니다. 이제 3세트 준비가 끝났다고 하네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금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왕검의 말과 함께 양 팀의 밴픽이 진행됐다. 그 양상은 해설진의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아, 역시 바르잔을 남기네요.”

“퍼지데이 팀도 무난하게 결정을 마쳤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느 쪽이 우세할까요?”

왕검의 물음에 해설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현재 승기는 퍼지데이 팀이 강하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이번 경기는 변수가 없어서 오히려 변수가 많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가 있겠어요.”

“변수가 없는데 변수가 많다?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희가 예측할 정도면 양 팀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거든요? 다시 말해 양쪽 모두 상대 속내를 알고 있는 겁니다. 변수가 줄어든 거죠.”

“그렇죠. 사실 1세트와 2세트 모두 결승전 이전 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 아니었습니까? 이제는 좀 더 저희가 아는, 정석적인 경기가 나올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쪽은 돈 다마스 팀이 더 경험이 풍부합니다.”

“아, 그러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오히려 정석적인 게 더 낯선 결승전이 아니었나 싶거든요? 과연 어떤 플레이가 나올지, 양 팀의 챔피언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왕검은 빠르게 해설을 마무리지었다. 챔피언 선택 시간이 모두 끝났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공개된 챔피언들의 모습.

해설진은 물론 시청자들도 다시 한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아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화면이 왜 이렇게 까맣게 변했나요!? 이게 대체 무슨 픽입니까!?”

“제가 틀렸어요! 변수가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퍼지데이 팀 자체가 변수였어요!”

퍼지데이 팀의 챔피언들은 하나같이 음울한 기운을 발산했다.

“밴 카드 모두 퍼플 선수에게 돌아갔거든요? 그런데 팀원들 모두 다른 챔피언을 꺼냈어요!”

“탑은 카이저모드, 미드는 다사킨, 바텀은 탈리스카와 트레쉬에요?”

“퍼플 선수는 디에고, 디에고입니다!? 이클립스 선수 외에는 전부 처음 나온 챔피언이에요!”

‘망령기사’ 카이저모드, ‘방랑자’ 다사킨, ‘복수의 원혼’ 탈리스카, ‘사슬간수’ 트레쉬.

그리고 마지막 ‘왕위찬탈자’ 디에고까지.

해설진은 생소한 챔피언에 당황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야잌ㅋㅋ 이거 컨셉조합이잖슴!

-설마 블랙기업이라고 언데드 챔피언들 고른 거?

-아 ㅋㅋ 죽어도 일해야 된다니깐?

-와씨 ㅋㅋㅋ 이클님이 왜 서브챔으로 카이저 골랐나 했더닠ㅋㅋㅋ

-갓플이 디에고 하니까 기사로 카이저모드 골랐던 거네 ㅋㅋㅋ

-5252, 복선이었던 거냐구웃!

-그 와중에 갓플 영혼왕관 찰떡인 거 무엇 ㅋㅋㅋ

왕검은 그 채팅을 확인하고 빠르게 설명을 붙였다.

“아, 지금 채팅창에 컨셉을 위한 조합이라는 제보가 있어요!”

“컨셉이요? 아니, 결승전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르는데 컨셉을?!”

“와, 이건 정말 엄청난 자신감과 여유입니다! 그런데 이게 또 전략적으로도 아주 유효한 시점이에요!”

“그렇죠! 지금 돈 다마스 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거든요? 완전히 달라진 조합에 머리가 아플 겁니다!”

“그야말로 파격의 연속! 어디까지나 자신들은 스트리머다! 진짜 방송만을 위해 사는 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말에 채팅창에 웃음이 번졌다. 하지만 해설진의 표정은 진지했다.

“제가 알기로 완전히 처음 공개하는 조합입니다. 그 말은 팀원들끼리 따로 연습했다는 건데, 이게 과연 실전에서 얼마나 통할지가 관건이에요”

“그럼에도 지금 꺼냈다는 건 할만하다는 말이거든요? 과연 그것이 자만일지 자신감일지 곧 밝혀질 겁니다!”

“그렇습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결승전 제3세트!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 *

해설진의 우려가 무색하게 3세트는 퍼지데이 팀의 승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경복은 순수하게 기뻐할 수 없었다.

‘뭔가 좀 이상한데.’

상대 팀원들의 행동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그 위화감은 더욱 강해졌다.

‘또?’

상대 미드라이너인 ‘태엽인간’ 오리온을 갱킹으로 몰아붙였다. 지놈과의 협공으로 수월하게 킬각을 세웠고.

[GENOME 집값]

결국 처리에 성공했다.

“크으! 제대로 들어갔네요!”

지놈은 이에 기뻐했지만 이경복은 눈을 돌렸다.

‘일부러 죽은 거다.’

그가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전, 상대 쪽에서 먼저 지놈의 투사체를 향해 뛰어들었다.

이번 한 번만이 아니었다.

미드 라인은 물론 다른 라인의 갱킹 때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이번에도 정글러 백업은 없었고.’

돈값의 동선은 신기로 읽어낼 수 있었다. 그는 미드라이너 지원은 할 생각이 없는 듯 크립 사냥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 결과 갱킹은 실패하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팀은 우세했다.

‘하지만 위협은 더 강해졌단 말이지?’

이상하게도 돈 다마스 팀원들은 죽음을 거듭했지만 그 위협수준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졌다.

‘이건, 게임을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야.’

일련의 상황에 이경복은 깨달았다.

‘나를 잡는 게 목표다.’

돈 다마스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그의 자금 획득을 막고 있었다. 갱킹 시 자살과 정글 내 크립을 정리해 이경복의 성장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허.”

이경복은 이에 헛웃음을 흘렸다.

황당했지만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그래도 못 막는 자금 수금처가 있지.’

그는 곧바로 바텀 라인으로 이동했다.

“인턴분들, 갱킹과 함께 상대 쫓아주세요. 그리고 타블은 제가 먹겠습니다.”

아무리 자금 수급을 억제한다고 해도 아군 타워를 부술 수는 없었다.

[>옛 썰!]

[>편하게 드십쇼! 저희는 자금 널널합니다!]

스컬킴과 박잡초는 군소리 않고 그 뜻을 따랐다. CS뿐만 아니라 챔피언 킬로 쌓아둔 자금이 충분한 덕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이어지는 이경복의 말에 두 사람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 알겠습니다!]

[>괜찮…… 아, 사장님이면 괜찮으시겠구나.]

그러나 이내 그 뜻을 따랐다.

* * *

해설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죠!?”

“퍼플 선수? 타워 먹고 빠지는 게 아니었나요?”

“스컬킴과 박잡초 선수! 그대로 정글로 들어갑니다? 대신 퍼플 선수가 바텀 라인에 섰어요!”

단순한 라인 푸쉬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바텀 듀오가 지금 정글링을 합니다! 퍼플 선수는 CS를 챙기고 있어요!”

“아니, 포지션 체인지도 아니고 라인 체인지라니요!?”

“이게 사실 아주 드문 일은 아니긴 합니다. 게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을 하긴 해야 하거든요?”

“그렇죠! 라인이 비면 정글러가 임시로 맡긴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거든요?!”

“퍼포먼스일까요? 어떤 의도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해설진은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감탄을 토했다.

“그런데 또 놀랍게도 위화감이 없어요! 퍼플 선수, CS를 기가 막히게 챙깁니다!”

“견제 들어와도 전혀 문제가 없다, 2:1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느낌이에요!”

“오히려 돈값 선수가 힘겨워하는 상황이에요! 스컬킴과 박잡초 선수가 집요하게 쫓아가네요! 이렇게 되면 아주 좋은 판단이 됐거든요!?”

이경복과 달리 돈값은 2:1에 수월히 대응하지 못했다. 그는 정글링을 포기하고 라인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 골초듀오는 다시 라인 복귀! 퍼플 선수는 귀환을 택합니다!”

“여유로운 쇼핑 시간이에요! 디에고면…… 어? 빌드가 또 다릅니다?”

“이번에도 이속 빌드인가 싶었는데 아닙니다! 체력과 방어력, 탱 빌드로 가네요?”

자금을 모은 이경복은 아이템을 맞추었다. 그러나 해설진은 그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정석대로면 디에고는 스킬셋 때문에 딜 위주로 세팅을 해야 되거든요?”

“그렇죠. 디에고의 패시브 스킬, ‘영혼찬탈’은 데스가 많아야 효과가 강해집니다. 이게 많이 죽이는 것도 중요한데 아군과 자신의 죽음까지 포함되거든요?”

“맞습니다. 실상 디에고는 죽는 게 손해가 아니라, 스노우볼의 하나로 굴러가게 되거든요? 그런데도 탱 빌드를 맞춘다? 이유로 생각나는 건 하나뿐입니다.”

그 설명에 왕검이 바로 질문을 던졌다.

“이유!? 그게 뭐죠?”

“이미 경기가 전체적으로 승기를 잡아가지 않습니까? 퍼플 선수도 이제 자기 기록을 챙겨야 되거든요.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게 바로 전 게임 퍼펙트 스코어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1데스라도 뜨면 그 기록이 깨지죠! 하지만 이번 게임, 죽지 않고 승리하면 정말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하게 될 겁니다!”

해설진은 그의 선택이 기록 유지를 위한 것이라 해석했다. 시청자들 역시 그에 동감했다.

-킹직히 욕심나지 ㅋㅋ

-지금 킬뎃차이만 봐도 우승은 거의 결정된 거나 다름없음 ㅋㅋㅋ

-전 게임 퍼펙트 스코어? 이건 못 참지 ㅋㅋㅋ

-나였으면 본진에서 바로 캠핑한다

이내 아이템 구입을 마친 이경복은 다시 바텀 라인으로 향했다. 그는 미니언들과 함께 2번째 타워까지 나아갔다.

스컬킴과 박잡초는 다시 라인을 비우고 버프 크립을 잡으러 갔다.

그리고 동시에 변화가 찾아왔다.

“어? 돈 다마스 팀? 갑자기 라인에서 빠집니다!?”

“밥값 선수? 템 구입하려던 게 아니었나요!? 탑 라인으로 돌아가질 않아요!”

“돈값 선수 정글따라 바텀으로 갑니다! 지금 5명 모두 퍼플 선수에게 몰려가고 있어요!”

돈 다마스 팀원들 모두가 바텀 라인, 이경복이 있는 곳으로 포위해 들어갔다.

누가 봐도 그 의도는 명확했다.

“아! 지금 퍼플 선수를 끊겠다는 거거든요!”

“얼른 백업 와야죠! 이 한타에서 승패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된 거죠!? 퍼지데이 팀 백업 안 가나요? 이거 모를 리가 없을 텐데요!?”

해설진은 눈을 껌뻑이며 미니맵을 살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경복을 도와주러 움직이지 않았다.

“어어?! 라인 푸쉬 들어갑니다!”

“이 상황에서 스플릿 푸쉬라니요!? 퍼플 선수를 미끼로 쓰는 건가요!?”

“아, 이거 합리적인 선택이긴 한데 도와주면 좋겠어요! 아무리 퍼플 선수라도 빠져나가기 힘들거든요? 자칫하면 퍼펙트 스코어가 깨집니다!”

그들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지금 오더 내리는 게 퍼플 선수에요. 즉 미끼가 되겠다는 건 퍼플 선수의 결정이라는 뜻이거든요!?”

“아, 템 세팅 보고 기록을 우선시하나 싶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개인기록보다는 우승이 우선이다. 이런 판단이 아닌가 싶어요.”

왕검이 입맛을 다시며 해설진을 돌아봤다.

“하…… 그래도 퍼플 선수니까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지는 않을까요?”

“평범한 경우라면 퍼플 선수 기량이면 5:1도 버틸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상대가 돈 다마스에요. 그 시너지가 장난이 아닙니다!”

“1세트에서는 3:1 기습을 버티긴 했죠. 그런데 그건 퍼펙트 야미였거든요? 게다가 지금은 5:1에 챔피언도 처음 선보이는 디에고입니다. 궁극기라도 쓸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지금 여건이 안돼요.”

“그렇죠. 지금 게임 총 데스가 26이에요. 궁극기 쓰려면 30데스, 4데스가 더 필요합니다. 그러면 5:1에서 1:1이 되어야 한다는 건데 그 상황이면 궁극기가 필요가 없죠.”

해설진의 설명에 채팅창도 탄식했다.

-않이;;; 그냥 빼고 다 같이 한타하지

-근데 이거 밀면 승리 확정이긴 해

-퍼펙트 스코어 너무 아깝다구웃!

-갓플은 ‘퍼펙트-팀장’의 길을 택한 것인가…

-바보! 이 팀만 생각하는 바보!

-엉? 언제 갓플이 팀장된 거?

-엌ㅋㅋㅋ 맞다 지놈이 팀장이었지

-너무 자연스러워서 눈치 못 챔ㅋㅋㅋ

-뭐래 ㅋㅋ 쥐놈 바지사장인거 이미 다 말했는데

-무친ㅋㅋㅋ 바지팀장이었냐곸ㅋㅋㅋ

시청자들은 그 결정을 애써 밝게 받아들였다. 아쉬울지언정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었다.

“아, 돈 다마스 팀 포위를 좁혀갑니다.”

“교전 시작됩니다!”

“돈 다마스의 협공! 그러나 퍼플 선수도 쉽게 쓰러지지 않아요! 어떻게든 빠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바텀 라인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해설진은 긴장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바로 그때.

[타워 GENOME]

[타워 이클립스]

[마그마 엘레멘탈 스컬킴]

[마그마 엘레멘탈 박잡초]

연달아 사망 메시지가 떠올랐다.

“어!?”

“이게 뭡니까!?”

“퍼지데이 팀? 전멸했어요!?”

지놈과 이클립스는 타워를 미는 것에 그치지 않고 2번째 타워까지 가서 몸을 내던졌다.

스컬킴과 박잡초는 레드와 블루 버프를 각기 먹고 엘레멘탈까지 사냥하다가 사망했다.

당연하게도 그렇게 무리할 이유는 없었다. 이에 해설진은 그 의도를 깨달았다.

“아! 이거 이렇게 되면!”

“4데스! 딱 4데스로 30데스가 맞춰집니다!”

“퍼지데이 팀원들! 퍼플 선수를 포기한 게 아니었습니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건 이경복이 아니었다.

“퍼지데이 팀! 퍼플 선수에게 베팅했어요!”

“그렇죠! 먼저 죽으면 먼저 부활하거든요!?”

“여기서 퍼플 선수가 승리하면 돈 다마스 팀 본진은 무주공산이에요!”

이경복이 혼자 돈 다마스를 모두 처리하는 사이, 다른 팀원들은 부활한다.

그렇게 되면 비어있는 본진을 쉽사리 철거할 수 있을 터였다.

조금 전까지의 상황이 거짓말처럼.

-무친 작전 ㅎㄷㄷ

-디에고 궁 각 떴냐!?

-야잌ㅋㅋ 직원들 갈아서 궁극기를 쓴다고?

-블랙기업 본성 어디 안가쥬?

-마지막 피날레까지 컨셉으로 가냐구웃!

-와씨 이게 ‘퍼펙트-스트리머’지 ㅋㅋㅋㅋ

-어우퍼! 어우퍼! 어우퍼!

분위기는 반전됐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