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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07화 (207/491)

207화 - 님 챔피언 좋네요 (2)

이경복과의 전투 시작 전.

돈값은 팀원들을 다급히 불러 모았다.

“이제 억제는 한계야. 끝을 볼 때가 됐어!”

이경복이 타워를 공략하고 라인을 차지했다. 돈 다마스 팀의 의도를 읽어내고 대응을 시작한 게 분명했다.

5명 전원 이경복이 있는 바텀 라인으로 내달렸다.

“백업이 오기 전에 킬 각을 본다!”

기회는 오직 한 번뿐이었다.

퍼지데이 팀원들이 도착하기 전에 승부를 봐야 했다.

그런데 상황이 묘하게 돌아갔다.

‘스플릿 푸쉬?’

상대 쪽에서 빈 라인을 밀고 들어가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바텀 듀오만 지원을 오는가 싶었는데.

‘정글링을 한다고?’

정글에 박아둔 와드로 밝힌 시야에 잡힌 그들은 버프 크립을 사냥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돈값은 순간 기분이 싸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목표는 우승이 아니야.’

이제 와서 벌어진 격차를 메울 수는 없었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인내했다.

돈값은 호흡을 가다듬고 오더를 내렸다.

“퍼펙트 스코어를 부순다!”

첫 시작은 그의 몫이었다.

수풀을 박차며 ‘호위무사’ 자오 쉰이 창극을 이경복에게 겨누었다. 스킬 발동과 함께 그 신형이 앞으로 쏘아졌다.

“큭!”

그러나 그 기습은 너무나 허무하게 막혔다. 이경복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영혼검으로 그 일격을 튕겨냈다.

하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돈 다마스의 연계는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형님!”

탑 라이너, ‘바위생명체’ 팔 마이트가 도약해 지면을 강타했다. 광역 피해에 둔화 효과까지 부여하는 대표 스킬이었다.

그러나 이경복의 체력바는 변화가 없었다.

‘뭣……!?’

그는 돈값의 창대를 밟고 올라 도약했다. 발가락 하나 겨우 올릴 너비였지만 그는 정확히 딛고 스킬을 회피했다.

돈값의 눈이 크게 뜨였지만 여전히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 어떻게든 이것까지는 피할 거라 생각했어.’

돈 다마스의 어느 누구도 이경복을 폄하하지 않았다. 구태여 팔 마이트가 2번째를 맡은 이유가 있었다.

어떻게든 이경복을 공중으로 내모는 것.

“잡았어!”

“드디어!”

그와 동시에 미드라이너 ‘태엽인간’ 오리온과 바텀 원딜러 ‘총기의 달인’ 펠리오스의 합공이 이어졌다.

오리온의 기계구체와 펠리오스가 쏜 탄환이 양쪽에서 날아든 순간 돈값은 보았다.

‘웃어?’

공중에서 크게 허리를 트는 이경복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그는 그대로 검을 휘둘러 기계구체를 쳐냈다.

영혼검에 튕겨 나간 기계 구체는 놀랍게도 탄환의 궤적을 가로막았다.

“뭐……”

경악할 틈도 없었다.

이경복의 몸이 흐릿한 안개처럼 변하더니 어느새 원딜러 앞으로 이동했다.

“컥……!”

시퍼런 불길 같은 디에고의 영혼검이 그의 복부에 박히고, 머리 위에는 별 표시 아이콘이 떴다.

디에고의 제압 스킬 ‘혼령제압’의 효과였다.

이경복이 이어 추가타를 넣으려는 찰나.

“안 되지!”

서포터인 ‘심해거인’ 노킬러스가 닻을 던져 그를 저지했다.

이경복은 즉시 몸을 틀며 바닥에 영혼검을 찍었다. 그와 더불어 짙은 안개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이경복의 모습은 안개 속에 묻혀 사라졌다. 디에고의 생존기인 ‘망령안개’의 효과였다.

“포위해!”

돈값은 다급히 오더를 내렸다.

안개 속에서 디에고는 은신 상태가 되지만 그 범위는 넓지 않다. 그리고 안개의 지속 시간 또한 길지 않았다.

‘하필이면 펠리오스가 스턴이라니.’

펠리오스의 스킬이라면 안개 속의 그를 노릴 수 있을 터였다.

‘그 짧은 시간에 전부 계산했다는 건가?’

이경복은 펠리오스를 먼저 제압했다. 기습 도중에도 그런 냉정한 판단이 가능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역시나 쉽지 않다.

하지만 각오한 바였다.

“비겁하다고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대로 질 수 없어요!”

돈값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복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팀원들에게 들으라는 의도였다.

조금 전 보여준 그의 대처에 주눅 들면 성공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괜찮습니다.”

의외로 이경복의 답이 돌아왔다.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이런 경험이 처음도 아니라서.”

그 여유로운 태도에 모두의 눈이 꿈틀거렸다. 돈값은 이를 악물고 창을 잡았다.

“처남!”

“예!”

합공은 다시 시작됐다.

팔 마이트가 안개 속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기절에서 회복한 펠리오스의 산탄이 터졌다.

곧바로 다른 팀원들의 연격이 이어졌다.

‘실수는 없어. 모두 잘 해주고 있다.’

따로 지시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껏 쌓아온 경험으로 이루어낸 협공은 물 흐르듯 이어졌다. 팀원들 중 누구도 위축되지 않았다.

‘그런데 왜……!’

하지만 이경복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의 체력바는 줄어들긴 했지만 그 양은 무척이나 미미했다.

‘왜 안 맞는 거지!?’

그마저도 직접적인 타격이나 스킬 적중이 아닌 광역스킬로 들어간 피해였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돈값의 눈앞에 더욱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동시에 4명이 다 죽었다고?’

바로 퍼지데이 팀원들의 사망 소식이었다. 순간 멈칫한 그의 동공이 서서히 크게 뜨였다.

‘설마? 궁극기 때문에?’

마치 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다급히 입을 벌리려 하였으나 다시금 자욱하게 깔리는 안개 속에서.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이경복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이경복은 기분이 좋았다.

‘생각대로 흘러가네.’

팀원들이 백업을 오지 않은 것은 그의 지시였다. 만약 백업이 왔다면 돈 다마스 팀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빠질 게 분명했다.

이미 격차는 벌어질 대로 벌어졌고 승패는 결정된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마저 좌절되면 돈 다마스의 항복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러면 재미가 없지.’

그것은 방송 측면에서 보면 좋은 결과가 아니었다.

이에 그는 결단을 내렸다.

돈 다마스와의 정면승부, 1:5의 솔로 한타를 해보기로.

‘다들 믿어줘서 다행이야.’

이경복의 솔로 한타가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결행한 희생.

팀원들이 몸을 내던져 데스 숫자를 맞춰 준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그러니 확실히 끝내줘야겠지.’

안개 속에서 이경복은 더욱 세밀해진 신기와 오감을 느꼈다. 궁극기 조건이 충족돼 더 많은 선택지가 열린 덕분이었다.

그는 짧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가자.’

디에고의 푸른 안광이 안개 속에서 번뜩였다. 동시에 흐릿해진 신형은 재차 원딜러, 펠리오스에게 돌진했다.

“꺽!”

혼령제압에 다시 걸린 스턴.

그러나 이경복은 검을 회수하지 않았다. 그 대신 다른 손으로 펠리오스의 얼굴을 덮었다.

“잘 쓸게요.”

이경복은 그리 속삭이며 디에고의 궁극기, ‘존재강탈’을 사용했다.

“디에고 궁극기……!”

한 박자 늦게 돈값의 경고가 터졌다. 그러나 이미 스킬은 시전된 후였다.

펠리오스의 몸에서 안개와 같은 연기가 빠져나가고 이경복의 몸이 반투명하게 변해 그와 겹쳐졌다.

[퍼펙트플레이 옷값]

이어 떠오른 킬 메시지.

더불어 이경복의 모습과 무기는 펠리오스의 것으로 뒤바뀌었다.

“이런!”

“미친……!”

주변에서 경악이 터졌다.

디에고는 궁극기로 킬에 성공할 시 대상이 된 챔피언의 몸을 강탈, 무기와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는 거였지.’

이경복은 즉각 펠리오스의 총기를 바꾸었다. 펠리오스는 무기의 형태를 바꿀 수 있는 ‘모드변환’이라는 메커니즘이 있었다.

“산개…… 컥!”

산탄총으로 바뀐 그의 무기가 불을 뿜었다. 돌진해오던 돈값이 탄환에 적중되어 넉백 효과로 밀려났다.

“잡아!”

“형님!”

“형!?”

주변이 순식간에 부산스러워졌다. 하지만 그들은 즉각 대응했다.

이경복은 곧바로 산탄총을 권총으로 변환해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를 떠난 탄환은 오리온의 기계구체에 적중, 튕겨나간 도탄이 오리온에게 피해를 주었다.

“이게 대체 뭔……!”

노킬러스가 재차 닻을 던졌다.

이경복은 바닥을 박차고 돌며 권총을 저격총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노킬러스의 머리를 적중시켰다.

“잡았……!”

그 틈을 노리고 팔 마이트가 돌진해 왔지만 이경복은 착지와 더불어 다시 궁극기를 시전했다.

디에고의 궁극기는 ‘킬’이 성공하면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오리안.’

그가 펠리오스의 몸에서 빠져나오자 팔 마이트는 애꿎은 펠리오스의 몸과 충돌했다.

그 사이 이경복은 오리안의 몸을 다시 강탈했다.

[더블 킬!]

[퍼펙트플레이 집값]

“여보!”

돈값이 놀라 소리치며 달려왔다.

하지만 그는 이내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자기장!”

그의 비명 같은 외침과 함께 이경복이 조종하는 기계구체가 번쩍 빛을 발했다.

노킬러스가 놀라 보호막을 발동했지만 다른 둘은 그대로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챔피언도 재미있네.’

이경복은 여유롭게 기계구체를 조종했다. 보이지 않는 실로 요요를 하는 느낌이었다.

그의 다음 공략 상대는 팔 마이트였다.

‘미친……! 누나보다 더 빠르잖아!?’

팔 마이트는 믿기지가 않았다.

이경복이 조종하는 기계 구체는 원주인보다 더 빠르고 정확했다.

돈값이 황급히 그를 돕기 위해 뒤를 노렸지만.

“이걸……!?”

순식간에 돌아온 기계구체가 창날을 정확히 막아냈다. 정작 본체인 이경복은 팔 마이트를 향해 돌진했다.

[트리플 킬!]

[퍼펙트플레이 밥값]

그리고 이어지는 3번째 존재강탈. 오리온이 아니라 바위생명체의 모습으로 바뀐 이경복은 남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럴 수가.”

“형……?”

두 형제는 눈앞의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먼저 반응한 건 동생 쪽이었다.

“일단 잡을게!”

“뭐? 잠깐……!”

노킬러스가 닻을 던졌다. 다른 챔피언과 달리 팔 마이트는 덩치가 크니 피하지 못하리란 계산이었다.

실제로 상황은 그렇게 흘러갔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고마워요.”

이경복이 피하지 ‘못’한 게 아니라 ‘안’았다는 사실이었다.

닻에 매달린 힘을 이용해 바로 지면을 강타하자,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노킬러스의 보호막이 깨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바위주먹 연타.

‘복싱?!’

날아드는 잽과 훅은 물론 닻을 피하는 더킹과 위빙은 프로의 솜씨 못지않았다.

노킬러스의 저항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쿼드라 킬!]

[퍼펙트플레이 몸값]

그렇게 4번째 존재강탈이 이루어졌다.

거대한 닻을 어깨에 짊어진 이경복은 마지막으로 남은 돈값을 돌아봤다.

“대체 어떻게… 전부……!”

돈값은 도통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경복의 챔피언 풀이 이렇게나 넓었던가?

이내 그는 이를 악물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떻게든 눈앞의 상대와 결착을 지어야 했다.

먼저 움직인 건 이경복이었다.

거대한 닻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지만 돈값은 피하지 않았다.

‘이거라면!’

그는 닻에 끌려가며 자오 쉰의 궁극기 ‘일극무쌍’을 시전했다.

그러나 그의 창은 허공을 가로질렀다.

“재밌었어요.”

이경복의 목소리는 그 아래에서 들려왔다.

그는 어느새 노킬러스에서 다시 디에고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렇게 영혼검이 복부에 박히며 몸의 감각이 사라졌다. 스킬 ‘혼령제압’으로 기절 상태에 빠진 것이다.

‘존재강탈을 풀어서 피했다고?’

돈값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심해거인 노킬러스와 디에고의 체격 차이는 상당했다. 결정적인 순간 이경복이 몸을 되돌려 타격점이 빗나간 것이다.

이윽고 그의 시야에 디에고의 손바닥이 다가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이경복은 그렇게 말하며 마지막 존재 강탈을 사용했다.

[펜타 킬!]

[퍼펙트플레이 돈값]

자오 쉰의 몸을 빼앗은 그는 가볍게 창을 돌려보고 바닥에 내리찍었다.

그리고 다시 디에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주군! 승전 감축드리옵니다!]

[>와, 진짜 솔로 한타를 이겨버리시네! 역시 우리 사장님이 최고라니까!]

[>이게 정말 되네요?! 아니, 믿고 있긴 했었는데!]

[>오히려 직접 보니까 믿기지가 않습니다! 어떻게 처음 하는 챔피언으로 이기시지?]

곧바로 팀원들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이경복은 이에 웃으며 답했다.

“버티면서 차분히 관찰했죠. 배우기 어려운 게 아니라서 다행이었습니다.”

그가 괜히 아이템을 체력과 방어력으로 맞춘 게 아니었다. 돈 다마스의 목적을 눈치챈 이후부터 대비를 해두었다.

[>배우셨다고요?]

[>그냥 보고?]

[>인턴분들이라 모르시나 본데, 우리 사장님이 또 배우는 걸 잘하시거든.]

[>저도 느껴봐서 알지만, 진정 하늘이 내려준 재능이십니다.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지요.]

놀란 스컬킴과 박잡초와 달리 비슷한 경험을 한 이클립스는 바로 그 설명을 받아들였다.

이경복은 이에 더 크게 웃고는 시선을 돌렸다.

“다들 부활하셨네요.”

미니맵에 팀원들의 아이콘이 나타났다. 바로 텅텅 비어버린 돈 다마스의 본진에 입성하면 게임은 끝이었다.

“이제 트로피를 잡으러 가죠.”

우승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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