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화 - 시즌 피날레 (1)
바텀 라인에서 벌어진 격전에 해설진은 쉴 틈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결과가 나오자 우레 같은 탄사가 터져 나왔다.
“퍼플 선수! 이겼습니다! 이겼어요오오오!”
“펜타 킬! 이게 진짜 순수한 펜타 킬이죠! 퍼플 선수가 마지막까지 남았습니다아아!!”
“1:5의 한타에서 1이 이겼어요!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습니다악!”
그러나 그들의 열기는 채팅창에 비하면 소소한 수준이었다.
-이게 팀 게임? 이게 팀 게임? 이게 팀 게임?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쥐엔장! 저질러 버린 거냐구웃!
-덜 키운 갓플 하나! 잘 키운 다섯 챔 안 부럽다!
-ㄹㅇㅋㅋ 덜 키웠는데도 실력으로 압살ㅋㅋㅋㅋ
-미스틱 무쌍 뭐냐고!
-1과 5중에 1이 더 크다, 퍼펙트-상식이잖아?
-이게 그 일이 커진다는 거 맏찌?
-리빙포인트) 5가 크다면 숫자를 하나씩 줄이면 된다
-미스틱에 레이드 모드 언제 나옴?
-아 ㅋㅋ 듀크보다 센데 5명으로는 안 되는 게 당연한 거 아님?
시청자들 역시 그 결과에 놀라움을 숨길 수 없었다. 해설진은 연신 탄사를 흘리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해설을 이어나갔다.
“이건 솔로 듀크 공략과는 또 결이 다릅니다! 평범한 플레이어도 아니고 시너지라면 둘째가 서러운 돈 다마스 팀이거든요!?”
“그렇죠! 실제로 초반 기습 때부터 돈 다마스가 정말로, 그야말로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어요! 마치 한 사람이 5명을 조종하는 것 같은 흐름이었거든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 연계를 퍼플 선수는 모두 막아냈습니다! 정말이지 이건 예술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어요!”
-진짜 ㅋㅋㅋ 괜히 무술이 마샬 아츠가 아님 ㅋㅋㅋㅋ
-난 찐으로 보면서 입만 벌리고 있었음 ㅋㅋㅋ
-예술품 보면 막 전율이 느껴진다는데 이게 딱 그거 아니냐?
-아 ㅋㅋㅋ 갓플은 살아있는 예술이다 이말이야.
-아니 ㅅㅂ 어떻게 몸을 저렇게 잘 쓰지?
해설진의 말에 흥분했던 시청자들도 조금 진정했다. 그러나 그 여운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이야, 디에고의 궁극기 5연타! 진짜 이건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이걸 퍼플 선수가 해내버리네요!”
“그렇죠! 디에고의 궁극기가 언뜻 쉬워 보이지만 해 보신 분들은 다 압니다. 이거 진짜 고난이도 기술이에요!”
“가장 먼저 상대한테 접근하는 게 힘들거든요? 혼령제압 스킬로 한다고 쳐도 그 피해량을 정확히 계산해야 돼요. 궁극기로 죽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거든요!”
“그런데 퍼플 선수는 5번, 모두 완벽하게 계산을 해냈죠?”
왕검의 물음에 해설진이 빠르게 머리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런데 그건 운전으로 치면 딱 시동 거는 수준이에요. 차가 움직일 준비가 됐다고 해서 가는 게 아니거든요?”
“아! 이 비유가 딱입니다! 상대 챔피언을 강탈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에요! 그 챔피언에 대한 이해도가 바탕이 되어야 쓸 수 있거든요?”
“아, 그렇죠! 시동 걸고 엑셀이랑 브레이크 밟는다고 운전이 아니죠! 교통법규랑 신호등, 표지판 읽는 법까지 다 숙지를 해둬야 합니다!”
-무친 비윸ㅋㅋㅋㅋㅋㅋ
-근데 이거 진짜 맞말임ㅋㅋㅋ
-괜히 모르는 챔피언 뺏는 거는 진짜 트롤이지 ㅋㅋㅋㅋ
-ㄹㅇㅋㅋ 강탈해놓고 스킬도 못 쓰고 버벅거리면 꿀밤마려움
-거기에 진짜 어떻게든 강탈하겠다고 막타 노리면서 질질 끌고 할 줄 모른다? 명존쎄각이지 ㅅㅂ
-디에고가 그래서 찐 고수 픽이자너 ㅋㅋㅋㅋ
시청자들도 동감하는 듯 빠르게 채팅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번 교전에서 그런 우려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근데 다들 보셨다시피 퍼플 선수 퍼포먼스 어땠습니까? 원래 주인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선보였거든요!”
“이게 지금 어린 분들은 모르는데 예전에 차 기어를 수동으로 바꿀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건 마치 오토매틱만 쓰다가 스틱을 잡은 거랑 같습니다. 그런데 운전을 더 잘해! 이게 믿겨지십니까!?”
“원 주인보다 더 대단한 실력이라니, 이거 정말 당하는 입장에서는 2번 죽는 기분이거든요? 그간 쌓아둔 소중한 걸 빼앗기는 느낌 아니겠습니까!”
-아 ㅋㅋ 괜히 블랙기업 사장이 아니다 이말이야
-경쟁기업의 노하우를 뺏어온다, 블랙기업의 상식이잖아?
-이정도면 은태양 아니냐 ㅋㅋㅋ
-은태양ㅋㅋㅋ 도랐냐곸ㅋㅋㅋ
-킹직히 디에고만 있으면 갓플은 챔피언 안 사도 될 듯?ㅋㅋㅋ
-???: 야 잠깐만 빌린다?
-???: 누가 안 준대?
-으윽… 트라우마가……!
-아 ㅋㅋ 내 체육복 어디갔냐고
-그마내!
시청자들 반응을 살피던 왕검은 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이게 많은 분들이 퍼플 선수를 천재라고 부르거든요? 그런데 이제 보니 그 천재라는 말은 많이 부적절합니다!”
“네?”
“왕검 님 또 시동거시네.”
같은 패턴에 속지 않겠다는 반응에 왕검은 재빨리 말을 이었다.
“천재라고 부르는 건, 저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퍼플 선수를 어떻게 부를지 몰라서 붙인 말이 아닌가 싶어요!”
“아, 그렇죠! 이게 지금 천재라는 표현으로는 담기가 부족해요!”
“괜히 갓플이라고 부르는 게 아닙니다. 만약 세상에 종교가 없었다? 진짜 신이라고 믿었을지도 모를 실력입니다!”
-뭔솔? 진짜 신인데?
-대한민국 공식 종교 아니었나?
-ㄹㅇㅋㅋ 이건 수박도에 나와있음
-수박도가 왜 나와 ㅅㅂㅋㅋㅋ
-이걸 안 믿음? 퍼멘킥!
-[퍼멘][퍼렐루야]
-한국인이면 제발 갓플 믿읍시다!
그리 모두가 감탄하는 사이에도 경기는 진행되고 있었다. 해설진은 경기 상황에 다시 집중했다.
“아, 퍼지데이 팀 빈집 들어갑니다. 이거 너무 쉽죠?”
“사실상 저희가 오히려 해설이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미 결과가 나온 거거든요?”
“그렇죠. 타워랑 미니언으로 도저히 막을 수가 없습니다. 이미 진 상황이지만 돈 다마스 쪽에서는 지금 GG칠 기운도 없어요!”
부활한 퍼지데이 팀원들은 순조롭게 비어있는 본진을 공략했다.
마침내 템플이 터지면서 승리 메시지가 송출됐다.
“자! 이렇게 3세트도 퍼지데이 팀의 승리로 끝이 납니다!”
“퍼지데이 팀이 3선을 가져가면서 미친스머프 최종 우승자가 결정됐습니다!”
“이렇게 또 어우퍼가 증명이 됐네요! 퍼지데이 팀 축하드립니다!”
-어우퍼! 어우퍼! 어우퍼!
-과학은 승리한다!
-갓플은 신이고 어우퍼는 진리다!
-아니 ㅋㅋ 종교야 과학이야 ㅋㅋ
-종교는 과학에 근거한다, 그게 상식이잖아?
-또 퍼펙트 상식이냐고 ㅋㅋㅋㅋ
-와씨 ㅋㅋㅋ 5천만 원 확정이네
-???: 이런 건 돈 주고 봐야 돼!
-어디까지 내다 본 겁니까 지놈센세!
해설진과 시청자의 환호와 칭찬 속에서 게임이 종료됐다. 화면이 전환되자 왕검은 더욱 큰 목소리로 진행을 이어갔다.
“여러분, 저 왕검,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제가 말씀드렸죠! 이번 미친스머프는 역대급이다! 매 세트마다 역대급이 갱신된다! 이제는 인정하십니까!?”
“아, 이건 인정해야죠!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정말,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이번 대회를 라이브로 봤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말씀 잘하셨습니다! 이거 재방송으로 보면 이 감동, 이 희열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없거든요? 지금 방송 보시는 시청자분들은 정말 운이 좋으신 겁니다!”
왕검은 말을 쏟아내며 시간을 틈틈이 확인했다. 결승전 결과를 주최 측이 정리할 시간을 벌어야 했다.
“커뮤니티에 이런 말들을 하곤 하죠. 인생 절반 손해 봤다! 그런데 지금 이번 대회는 그것도 부족해요.”
“부족하다고요?”
“이 대회를 라이브로 못 보신 분들만이 아니라 아예 기회도 못 얻은 우리 후손들 생각해 보세요! 퍼플 선수와 동시대에 태어나지 않아서 인생 전체를 손해 본 겁니다!”
그의 과장스러운 말에 해설진은 물론 시청자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아 ㅋㅋ 왕명수 진짜 멘트 터졌네 ㅋㅋㅋ
-후손까지 걱정해주냐곸ㅋㅋㅋㅋ
-놀랍게도 틀린 말이 아님 ㅋㅋ
-우리는 갓플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시대에 태어나서 다행이다 이말이야
-흑흑! 부모님 감사합니다!
-근데 왜 트수?
-어허! 눈치챙겨!
-분위기 곱창내지 말고 ㄹㅇㅋㅋ 만치라고
그 사이 왕검은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이에 그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진행을 이어갔다.
“자, 이렇게 놀라운 대회! 기록을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죠! 이제 최종 성적을 돌아볼까요?”
“그렇죠! 이번 시즌의 우승팀은 바로 퍼지데이! 놀랍게도 조 경기는 물론 공개 스크림 경기까지 모두! 전승을 거두었습니다!”
“그렇죠! 마지막 결승전까지 3연승으로 마무리를 지었고요. 하지만 더 놀라운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화면이 돌아가며 퍼지데이 팀원들의 개인 기록이 나열되었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시선을 사로잡는 건 하나였다.
“와! 이걸 진짜 눈으로 보니까 새삼 또 놀랍네요!”
“킬과 데스, 어시스트까지! 전부 숫자로 표기가 되는데 KDA만 공란이에요!”
“0데스로는 표기할 수가 없죠! 퍼플 선수! 전 경기 모두 퍼펙트 스코어를 달성했습니다!”
-캬 ㅋㅋㅋ 이게 진짜 퍼펙트지!
-진짜 ㅋㅋㅋ 어떻게 한 번을 안 죽냨ㅋㅋㅋ
-진심 이건 올타임 레전드임ㅋㅋㅋㅋ
-아 ㅋㅋ 내 팬티 어쩌실거냐고요
-아닠ㅋㅋ 님 팬티는 님이 알아서 하시라고요 ㅋㅋㅋㅋ
해설진도 채팅창에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왕검은 한 번 더 시간을 확인했다.
‘충분히 여유롭네.’
본래 결승전은 최장 5세트까지 잡아뒀지만 3세트로 끝났다. 그마저도 퍼지데이의 우세로 각 세트의 경기도 평균보다 짧았던 덕에 시간이 널널했다.
이어 2등인 돈 다마스 팀의 기록까지 확인한 후 왕검이 진행을 이어갔다.
“자, 이렇게 훌륭한 기록을 선보인 두 팀! 인터뷰를 하지 않을 수 없죠?”
“그렇습니다! 우승했으니 대회 끝! 이럴 수는 없거든요?”
“하지만 역대급 경기를 선보인 만큼 두 팀에게도 휴식이 필요할 겁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에! 두 팀을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화면이 전환되며 남은 휴식 시간이 표기되었다.
* * *
휴식을 마친 해설진은 예고했던 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첫 번째 대상은 2위, 돈 다마스 팀이었다.
“돈값 팀장님?”
왕검의 물음과 함께 화면이 전환됐다. 돈값 뒤에 다른 팀원들이 차분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네.”
“이번 시즌의 2위를 기록하셨습니다. 소감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왕검은 되도록 일관된 말투로 진행했다. 2위라고는 해도 3연패를 당했으니 괜히 감정을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했다.
“먼저 후회는 없습니다.”
다행히 걱정과 달리 돈값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후련한 듯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아, 정정하죠. 1세트는 후회가 됩니다. 그건 명백한 저의 판단 미스였으니까요.”
“판단 미스라고 하시면?”
“설마하니 공포 효과를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만약 퍼플 님을 더 자세히 조사했다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돈값은 멋쩍은 표정으로 뒷목을 쓸어내리고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2세트와 3세트는 여지없는 완패였습니다. 저희는 전력을 쏟았지만 퍼지데이 팀, 그중에서도 퍼플 님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아, 실수는 없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죠. 이번 경험으로 어우퍼가 단순한 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퍼플 님이 직접 증명을 해내셨으니까요.”
이내 그는 아차 싶은 얼굴로 눈을 굴렸다.
“아, 그런데 하나 아쉬운 게 있긴 합니다. 우승팀 특전으로…… 아니, 이건 제가 지금 말할 게 아니네요.”
돈값이 말하다가 황급히 입을 다물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졌다.
그러나 왕검은 재빠르게 멘트를 받았다.
“깔끔하게 결과에 승복하겠다! 역시나 전년도 우승자다운 품격이 엿보입니다. 그럼 이번에는 많은 분들이 기다리신 시간! 우승팀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물음표는 금방 사라졌다. 화면이 전환되며 퍼지데이 팀원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들은 돈 다마스와 달리 대기실에 있는 게 아니었다.
-와 ㅋㅋㅋ 이번 시즌 트로피 까리하네
-아닠ㅋㅋㅋ 코스튬 때문에 훔치러 온 것 같자너
-ㄹㅇㅋㅋ 당장 털어갈 기세
-컨셉 너무 찰떡이고?
-이게 바로 멋이다 이말이야
장소는 우승 트로피가 비치되어 있는 메인 무대였다.
“자! 그럼 먼저! 팀장, 지놈 님의 소감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지놈이 마이크를 잡았다. 구태여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말하는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뭐, 별생각은 없습니다.”
이어지는 그의 대답에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번졌다. 우승까지 했는데 아무런 생각이 없다니?
“과학이라는 게 자연을 다루는 학문 아닌가요? 어우퍼, 저희 퍼지데이의 우승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요.”
이어지는 그의 말에 해설진이 탄사를 흘렸다.
“아! 역시나 입라운더예요!”
“아하! 어우퍼가 자연과학이었군요!”
“참, 캐스터로서 부끄럽네요. 제가 정말 지놈 님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자연과학 ㅇㅈㄹㅋㅋㅋㅋ
-맞말추ㅋㅋㅋㅋㅋ
-지금은 추놈이 아니라 지놈이 맏따
-혀엉! 이제야 정신을 차린 거야!?
-트최입 자리 견고한 거 보소 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흥겨운 사이 마이크는 다음 사람에게 넘어갔다.
“짧고 굵은 소감이었습니다! 다음, 이클립스 님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2번째 대상, 이클립스는 마이크를 잡고 짧게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본인은 대부분 혼자였던 터라, 지금처럼 같은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게 무척이나 즐거웠소.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 동료들께 감사를 전하오.”
그의 소감에 지놈과는 다른 의미의 탄사가 나왔다.
“아, 역시! 기사도의 아이콘!”
“뭔가 가슴이 찡하네요.”
“동료애! 이게 또 울림이 있거든요? 팀 게임을 하는 이유가 또 이런 경험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참트루 나이츠 이클립스 경 ㅠ
-근데 왜 일반 겜에는 미친사람들밖에 없음?
-탑신병자 ㅇㄷ? 정글차이 ㅇㄷ?
-ㄹㅇㅋㅋ 퍼지데이 팀이니까 다행인 거
-아 ㅋㅋ 제로백 버스 탔는데 그걸 왜 신경 씀?
왕검은 이어 다음 멤버로 넘어갔다.
“뭔가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게 현실감이 없습니다. 끝까지 ‘골’인 할 수 있게 해준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퍼플 코인은 진짜 진리입니다. 무조건 타세요!”
스컬킴과 박잡초가 간단히 소감을 남겼다. 그리 소소한 웃음 뒤에 마지막 차례가 되었다.
“자, 다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누구나 손꼽을 이번 대회의 주역! 올 게임 퍼펙트 스코어의 주인공! 퍼플 님의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왕검은 조금 더 높은 목소리로 분위기를 띄웠다. 마이크를 잡은 이경복이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그의 한마디에 다른 팀원들의 시선도 그에게 몰렸다.
“아마 제 팬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릴 적에 저도 프로게이머를 지망했었거든요.”
그는 과거를 떠올리듯 눈을 굴렸다. 이내 그는 더욱 짙은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만약 제가 프로가 되었다면 이런 경험을 했겠구나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말에 왕검과 해설진은 슬쩍 고개를 기울였다. 채팅창 반응도 그와 유사했다.
아무리 그래도 프로 대회와 비교는 건 좀 과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미친스머프는 아마추어 대회계의 미드컵이잖아요?”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에 분위기는 뒤바뀌었다.
“아! 그렇죠! 우리 대회가 따지고 보면 세계대회에 버금가거든요!?”
“이야, 이거 퍼플 선수가 이런 빌드업을?”
“저, 아까 한 말 정정하겠습니다. 지놈 님이 아니라 퍼플 님께 더 배워야겠어요!”
-멘트 천재냐고!
-우승 소감에서 주최 측을 올려치는 스머가 이따!?
-자본주의 그 자체 ㅋㅋㅋㅋㅋ
-아 ㅋㅋ 자본주의 파동은 근본이지
-미드컵 ㅅㅂㅋㅋㅋ 상상도 못했다 ㅋㅋㅋ
-쥐놈쿤! 트최입 자리가 위태롭다구웃!
-아놔 ㅋㅋ 다 잘하네 진짜 ㅋㅋ
흥겨워진 분위기에 이경복은 가볍게 웃었다.
“제가 즐거운 만큼 시청자 여러분도 즐거웠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갑자기 훅 들어오는 거 무엇?
-이 바보! 시청자만 생각하는 바보!
-5252, 감동 멘트로 갱킹하기 있냐구웃!
-감동 갱킹 뭐냐고 ㅋㅋㅋㅋㅋ
-갱킹각 완전 미쳤쥬?
-이러니까 다 뻑이 가지
-뻑 예아!
-아니 ㅋㅋ 그 뻑이 아니잖아욧!
그가 인터뷰를 마치자 왕검은 진심 어린 미소와 함께 진행을 이어나갔다.
“어우, 진짜 이건 반할 수밖에 없네요. 자자, 이제 트로피 수여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우승 트로피가 들어있던 유리 상자가 열렸다. 팀원들은 모두 일어서서 트로피를 에워쌌다.
그들은 서로 눈을 시선을 주고받더니 동시에 트로피를 잡았다.
“어차피 우승은?”
“퍼지데이!”
그들은 구호를 외치며 높이 트로피를 들었다. 밝게 웃고 있자니 드론 카메라가 앞으로 나왔다.
“아! 좋습니다! 너무 좋아요! 기념사진 바로 가겠습니다!”
왕검의 말과 함께 드론 위에 셔터시간이 표기됐다.
첫 장은 모두가 같이 트로피를 든 사진을, 그다음에는 이경복에게 트로피를 맡기고 다른 팀원들이 찬양하는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경복마저 트로피를 내려두고 준비한 단체 사진 포즈를 선보였다.
-아닠ㅋㅋㅋㅋ 미쳤냐곸ㅋㅋㅋ
-지뉴 특전대 포즈 뭔데 ㅋㅋㅋㅋ
-WA! 드래곤 공!
-이거는 무적권 쥐놈 아이디어다 ㅋㅋㅋㅋ
-가면에 슈트까지 빼입고 그러지 말라곸ㅋㅋㅋ
그렇게 사진 촬영까지 마치자 왕검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진행을 이어갔다.
“아, 역시 인기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장면이 아닌가 싶네요.”
“이거, 분명 우승까지 예상하고 준비한 포즈일 거거든요?”
“실력도 좋은데 예능감도 충만합니다. 이러니까 다들 팬이 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이렇게 올해 시즌의 결승전까지 마치게 됐네요.”
왕검의 말에 채팅창이 눈물바다로 변했다.
-아…… 결국 끝나버렸네
-꿀잼 기간만 되면 시간이 빨리감
-벌써 그립읍니다 ㅠㅠ
-그래도 라이브로 봐서 다행이다 ㅋㅋㅋ
-다음 시즌 어케 기다림?
-라잇게임즈는 분기별로 미친스머프를 열어달라!
대회 종막의 여운과 아쉬움이 가득해졌다.
그런데.
“다들 왜 그러시죠? 결승전이 끝났다고 했지, 대회가 끝이라는 건 아닙니다?”
왕검의 말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
-결승전이 끝나면 끝난 거지 뭔솔?
-퍼지데이 우승이잖슴?
-뭐가 더 있다는 거?
-큰 거 오나? 큰 거 오나?
어리둥절한 시청자들의 채팅에 해설진이 목을 가다듬었다.
“아, 지금 나가시면 안 됩니다! 이번 대회가 역대급인 또 하나의 이유가 있죠?”
“정말 이 소식 듣고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아마 시청자분들도 까암짝! 놀라실 겁니다!”
채팅창에 더 많은 물음표가 올라오는 가운데 왕검이 소리를 높였다.
“이번 시즌은 특별 스테이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자, 나와주시죠!”
그와 함께 전환된 화면.
퍼지데이 팀원들 뒤쪽의 벽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열렸다.
-헐?
-형들이 거기서 왜 나와?
-ㅁㅊㄷㅁㅊㅇ
-티어원? 티어원이 왜 여깄음?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진짜 큰 거왔다! 진짜 큰 거왔다!
그 안에는 붉은 단복을 입은 5명의 사람들, 티어원 소속 프로게이머들이 서 있었다.
그 가운데 엘리펀트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우승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엘리펀트의 축하에 이경복이 감사를 전했다. 이윽고 다른 팀원들도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와씨 ㅋㅋㅋ 돈값이 아쉬워했던 이유가 이거네
-ㄹㅇㅋㅋ 미스틱 팬이면 티어원 축하는 못 참지
-우승도 부러운데 이건 더 부럽다 ㅅㅂ
왕검이 채팅창을 확인하고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놀랍게도 아직 대회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미친스머프의 우승팀과 MCK의 우승팀! 티어원과의 이벤트 매치가 곧 시작됩니다!”
-엑?
-그냥 축하하러 와준 게 아니라고?
-무친ㅋㅋㅋㅋㅋㅋㅋㅋ
-퍼지데이 대 티어원!?
-우승팀 매치 찢었닼ㅋㅋㅋㅋㅋ
-아닠ㅋㅋ 미친스머프 진짜 개떡상이네 ㅋㅋㅋ
-갑자기? 티어원이? 왜!?
-뭐임? 도대체 뭐임?
-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음
채팅창은 혼란과 환희로 뒤섞였다. 이에 인사를 마친 엘리펀트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티어원의 정글러 엘리펀트입니다.”
그의 인사에 모두의 주의가 쏠렸다. 엘리펀트는 공손히 손바닥을 위로하고 이경복을 가리켰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퍼플 님께 제가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이에 보답을 해드리고 싶었는데, 퍼플 님께서 우승팀과 이벤트 매치를 하면 어떻겠느냐 제안을 해주셨거든요.”
MCK 결승전 당일, 이경복이 엘리펀트에게 요청한 호의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게 갓플이 기획한 거라고?
-프로게이머 구단을 섭외하는 스머가 이따!?
-그것도 그냥 프로게이머도 아니고 티어원을 ㅋㅋㅋㅋㅋ
-이게 바로 ‘퍼펙트-섭외’라는 것인가?
-와 ㅅㅂ 진짜 클라스가 다르네
-그 와중에 퍼지데이도 아니고 우승팀이랑 시합ㅋㅋㅋㅋ
-그냥 자기 방송 섭외만 해도 개이득인데 대회 퀄 높여버리기~
-ㄴㄴ 이거 우승할 거 알고 저렇게 말한 거 ㅋㅋㅋ
-이거 맏따 ㅋㅋㅋㅋ
엘리펀트의 생각도 시청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말씀은 하셨지만 퍼지데이 팀과 시합을 할 거라 예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네요.”
-아, 이거 그래서 결승전 인터뷰때?
-옼ㅋㅋ 최강의 정글러 그거?
-???: 최강의 정글러는 퍼플을 꺾은 뒤에 받을 것
-이벤트 매치 예상하고 말한 거였넼ㅋㅋㅋ
-웅장이 가슴해지는 거 나만 그래?
-왘ㅋㅋ 이번 시즌 진짜 미쳤다!
조금 전의 여운과 아쉬움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미친스머프! 그 역대급 시즌의 진정한 마지막 대단원이 시작됩니다! 퍼지데이와 티어원, 티어원과 퍼지데이!”
다시금 뜨거워지는 채팅창을 보며 왕검 또한 텐션을 올렸다.
“시즌 피날레의 막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