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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12화 (212/491)

212화 - 광고가 더블! (1)

이른 오후.

댄디 소속 프로게이머, 엠부쉬는 방송을 켰다. 방송 시작과 더불어 시청자 숫자가 급증했다.

“헬로, 에브리원!”

엠부쉬는 웃으며 짧게 인사했다. 그에 돌아오는 시청자들의 채팅 역시 영어로 이루어졌다. 대부분이 해외 시청자들이었고 한국 시청자가 소수였다.

-월클 수듄 ㅋㅋㅋㅋ

-미국 트수들 빠른 거 보소

-엠부쉬가 대단하긴 해 ㅋㅋㅋㅋ

-MVP는 아무나 타는 게 아니라 이말이야

그러나 한국 시청자들은 그 상황에도 여유가 있었다.

“지금 미국 시간이 몇 시쯤이죠? 아, 주마다 다르겠구나. 아무튼 늦은 시간에 와 주셔서 감사하고, 한국 시청자분들도 환영합니다.”

엠부쉬의 영어 실력은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해외 시청자가 많이 오는 이유는 구단인 댄디 측에서 실시간 통역을 붙여 주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그는 편하게 말을 이어갈 수 있었다.

“오늘 제가 방송 켠 이유는 아시죠? 하지만 모르고 오신 분들도 있을 테니까 짧게 언급만 하고 갈게요.”

그가 손을 움직이자 화면에 미스틱 리그 공식 채널이 나타났다.

“와, 이거 그 사이에 또 100만이 올랐네. 아무튼 이 영상들 다들 보셨죠? 안 보셨으면 한 번 보고 오세요. 쇼츠라서 금방 봅니다.”

-아무리 쇼츠라고 해도 1500만 ㅎㄷㄷ

-갓플이 좀 쩔긴 해

-난 한국 채널에서 보고 북미에서 또 봄 ㅋㅋㅋ

-킹직히 몇 번을 봐도 꿀잼이긴 함ㅋㅋㅋ

엠부쉬는 채팅창을 보며 웃음 지었다. 영문으로 된 채팅이 많은 만큼 그 사이에 있는 한국어로 된 채팅이 더 눈에 잘 띄었다.

“그렇죠. 이건 진짜 미스틱 리그 안 하셔도 꿀잼이에요. 아무튼 오늘은 지금 핫한 이 영상의 주인공, 퍼플 님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그는 짧게 뜸을 들이며 눈을 굴렸다.

“사실, 이 분을 알게 된 게 이번 영상 때문은 아니에요. 해외 시청자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한국에서는 퍼펙트 야미가 떴거든요? 그때 처음으로 퍼플 님을 보긴 했어요.”

-퍼펙트 야미 처음 나왔을 때 진짜 미쳤지 ㅋㅋㅋㅋ

-와 진짜 미스틱 처음 하는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았음

-퍼지데이의 첫 시작 ㅎㄷㄷ

-그때 유행한 챌린지 아직도 성공한 사람이 없자너 ㅋㅋㅋ

시청자들의 공감에 엠부쉬는 안심하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한창 MCK 준비 시즌이라서 크게 관심은 없었어요. 그냥, ‘와 이거 진짜 잘하신다’ 정도? 본격적으로 관심 갖게 된 건 엘리펀트 선수 개막전 인터뷰였거든요.”

미스틱 리그에서 퍼플이라는 이름이 공식으로 알려진 건 MCK 개막전 인터뷰 때였다.

“그런데 그때도 알아볼 시간은 없었어요. 한창 대회 중인데 시간을 빼기가 힘들잖아요? 상대 팀 분석하는 데 바빴고, 특히 엘리펀트 선수 분석에 힘을 썼죠.”

댄디와 티어원은 프로 씬에서 라이벌리가 형성된 팀이었고 엘리펀트는 그와 같은 포지션이기까지 했으니 서로 신경을 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럴수록 오히려 관심이 더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MCK 마지막, 결승전에서 고배를 마시게 됐잖아요. 그러니까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채팅창에 눈물 이모티콘이 가득해졌다. 대부분이 댄디의 팬이었던바 결승전 패배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출한 것이었다.

“아니, 근데 다들 아시겠지만 승복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어요. 와, 진짜 엘리펀트 선수가 엄청 달라진 게 느껴지더라니까요?”

정작 당사자인 엠부쉬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게 예전이랑 다른 수준이 아니라 리그 초기랑 마지막이 또 달라요. 실력이 상승했다기보다는 뭔가 내적으로 성장한 느낌? 플레이가 더 적극적이고 거침이 없어졌어요.”

그는 경기를 회상하듯 연이은 탄사를 내뱉고는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게 또 퍼플 님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심증이 있었어요. 엘리펀트 선수도 결승전 인터뷰 때 얘기를 했잖아요? 당일에도 코칭을 해줬다고. 그런데 이번에 올라온 영상을 보고 그 심증이 확신으로 변했습니다.”

엠부쉬는 이어 영상 하나를 선택해 재생했다.

“아, 맞다. 오늘 퍼펙트 야미는 얘기 안 할 거예요. 모르는 걸 얘기할 수는 없잖아요? 저뿐만이 아니라 프로 중에 퍼펙트 야미 얘기할 분들은 없을 거예요.”

그가 선택한 건 가장 조회수가 높은 영상, 마스터 리의 솔로 듀크 공략이었다.

“와, 이건 진짜 다시 봐도 미쳤네. 플레이도 엄청나긴 한데 그 뭐지? 미장센이라고 하나? 이 독안개 속에서 우주오라 움직이는 게 진짜 예술이에요.”

-마스터피스가 아니라 퍼펙트피스라는 댓글이 찰떡임 ㅋㅋㅋ

-ㄹㅇㅋㅋ 개추수집기인줄

-이건 국적불문 다 추천해줌ㅋㅋ

-미스틱이 이렇게 멋있는 게임인줄은 몰랐지!

-그건 트수들이 붕쯔붕쯔만 하기 때문이 아닐까?

-팩트 넘모 아프고 ㅋㅋㅋㅋ

쇼츠답게 길지 않은 영상이었다. 엠부쉬는 한 차례 시청을 마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이 영상 보면서 느낀 게, 챔피언 평가라는 게 일종의 고정관념이 됐다 싶더라고요.”

그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졌다. 조금 전과 달리 엠부쉬의 표정에서 진중함이 묻어나왔다.

“마스터 리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 다들 아시죠? 한줄평으로 하면 ‘혼자 하면 꿀잼인 챔’이거든요. 왜 그러냐? 스킬셋 자체가 패시브랑 강화라 난이도가 어렵지가 않아요. 그런데 또 킬각은 잘 나옵니다. 방무뎀이 그만큼 메리트가 있거든요.”

그는 이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이게 팀플레이로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져요. 프로 씬에서 왜 마스터 리 픽률이 바닥을 치느냐? 개인 밸류는 높은데 팀 밸류가 거의 없어요. 뚜벅이에 CC기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팀원 의존도가 높습니다.”

엠부쉬의 평가에는 주저가 없었다. 자신만의 생각이 아니라 다른 프로게이머의 생각도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호응 없으면 갱을 못 해요. 그러니까 팀 밸류를 향상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챔피언 자리 하나를 손해 보는 느낌이 더 강해요. 그런데, 퍼플 님의 마스터 리. 마스터 퍼는 완전히 다릅니다.”

굳어있던 표정이 풀렸다. 그의 눈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제가 팀 밸류 말씀드렸죠? 결국 각 플레이어, 각 챔피언들이 팀에 기여를 해야 승리 확률이 높아지거든요? 마스터 퍼는 어떤 기여를 했느냐, 이거예요! 이거!”

그는 반복 재생되는 영상을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솔로 듀크 공략, 이게 사람들이 난이도만 생각해서 대단하다, 쩐다 그러는데 팀 밸류 생각하면 더 엄청난 거거든요. 아니, 생각해보세요. 듀크 공략에 들어가는 팀원들의 시간과 자원이 상당하거든요? 그런데 이걸 혼자 다 처리하면 그만큼 세이브가 됩니다. 그렇게 팀원들이 이득 본 상태에서 버프까지 받는다? 이게 진짜 게임체인저에요!”

그의 격정적인 말투에 시청자들도 그 흐름을 따랐다.

-캬 ㅋㅋㅋ 이게 맞지

-진짜 이거 모르는 사람들 너무 많음 ㅋㅋㅋ

-아 ㅋㅋ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니깐!

-그런데 그 나무가 세계수였쥬?

-세계수 ㅅㅂㅋㅋㅋ

-세계수가 서 있는데 숲이 보이겠냐고 ㅋㅋㅋㅋ

“아, 세계수! 오러까지 녹색이니까 딱이네요!”

채팅에 엠부쉬도 웃음을 터트렸다. 통역자는 난감해하겠지만 그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아무튼 마스터 리 유저들이 퍼플 님 반절만 따라가도 필수 챔 되겠죠. 그런데 이건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퍼플 님 정도로 마스터 리로 밸류 끌어올릴 사람? 장담하는 데 전 세계 뒤져봐도 한 명도 없어요. 방송 중에 우주유일검 나왔거든요? 이거 그냥 밈이 아닙니다. 진짜! 진짜 유일검이에요.”

그는 그렇게 말을 맺고 다음 영상을 재생했다. 디에고의 1:5 한타, 그리고 5연속 궁극기 영상이었다.

“와, 이건 진짜……! 이게 저한테는 메인 주제입니다.”

엠부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감탄만 터트렸다. 그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디에고 프로마저 놀라버린 플레이 ㅋㅋㅋㅋ

-잘 하니까 더 미쳤다는 거 알아본 듯 ㅋㅋㅋ

-아 ㅋㅋ 아만보는 진리지

-근데 엠부쉬도 디에고 5연속 궁은 해봤잖슴?

엠부쉬의 주 챔피언이 디에고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채팅을 확인하고 빠르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 저도 해보긴 했죠. 그런데 이건 다릅니다! 전혀 똑같지가 않아요! 그것도 같이 설명 드릴게요.”

엠부쉬는 짧게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었다.

“저도 나름 디에고 장인으로서 자부심이 있긴 해요. 그런데 이 영상 보고 바로 겸손해졌습니다. 지금 채팅창에서 말씀해주셨는데, 궁 5연타? 이거 하긴 했어요. 근데 저는 1:5 상황에서 한 게 아니잖아요.”

-급공손 ㅋㅋㅋㅋㅋ

-아니 ㅋㅋㅋ 두 손 모으는 거 뭔데 ㅋㅋㅋㅋ

-하긴 5:5한타에서 터진 거니까 ㅋㅋ

-그것도 개 쩌는 거 아님?

채팅을 보던 엠부쉬는 정색했다.

“제가 여기서 확실히 말씀드릴게요. 저 ‘혼자서’ 5연속 존재강탈? 이거 자신 없습니다. 지금 한 말 통역도 확실히 해주세요.”

그는 확실히 강조까지 하고 잠시 뜸을 들여 통역 내용까지 확인했다. 그렇게 모두 확인하고 나서야 설명을 시작했다.

“이게 왜 그러냐면, 디에고 하신 분들은 좀 감이 오실 거예요. 스킬 특성상 너무 어렵거든요. 일단 먼저 제압기이자 이동기, ‘혼령제압’부터 설명을 해볼게요.”

엠부쉬는 화면을 일시정지시켰다. 이경복이 상대 원딜러, 펠리오스를 스턴시키는 장면이었다.

“거의 대부분 이동기의 특성이긴 한데, 이렇게 순간이동하면 바로 대응하기가 힘들어요. 인식부터 반응까지 피지컬이 진짜 좋아야 되거든요? 퍼플 님은 이게 진짜 완벽합니다. 그나마 이건 그간 증명하신 게 있으니까 가볍게 넘어가고.”

이내 그는 다른 장면으로 넘어갔다. 망령 안개 속에 몸을 숨기는 모습이었다.

“이게 진짜 중요하거든요. 해본 사람은 딱 보자마자 아실 거예요. 망령안개가 당하는 입장에서는 엄청 좋은 스킬로 보이잖아요? 그런데 막상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에요. 왜냐? 안개로 가려진 시야는 플레이어도 안 보여요.”

안개가 퍼지면 시야가 가려진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뿐만이 아니라 디에고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디에고는 은신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우위를 차지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도 1:1, 잘해야 1:2 상황에서 그런 거예요. 1:5에서 안개 좀 퍼진다고 우위를 점한다? 이게 말이 안 됩니다. 상대도 바보가 아니에요. 보시면 바로 안개 밖으로 나오잖아요?”

안개가 퍼지자 돈 다마스의 멤버들이 바로 나와 주변을 에워싸는 장면이었다.

“이때 나와서 공격한다? 바로 은신 풀리고 끔살입니다. 그래서 보통 이런 경우에는 생존기로 쓰긴 하는데, 그것도 사실 좋은 선택은 아니에요. 근데 여기서 퍼플 님 센스가 발휘됩니다.”

엠부쉬는 포인터를 불러와 붉은 선을 긋기 시작했다.

“안개 뿌리기 전에 먼저 펠리오스 제압했죠? 이걸로 안개에 산탄 뿌리는 거 막았습니다. 그런데 여기 보시면 상대가 주변 완전 봉쇄했거든요. 그러면 퇴로가 이쪽뿐인데, 이걸 상대가 모를 리가 없거든요.”

빠르게 그어지는 화살표와 함께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만약 여기서 빠졌다? 바로 노킬러스 닻 날아옵니다. 그랩 당해버리면 그다음은 말씀 안 해도 아시죠? 그래서 퍼플 님은 승부를 택한 거예요. 그리고 여기서 궁각을 보셨죠!”

손을 움직이자 붉은 선들이 사라지고 다시 영상이 재생됐다. 펠리오스를 첫 시작으로 펼쳐진 화려한 전투.

“소신 발언하자면, 저는 이게 솔로 듀크 공략보다 더 대단하다고 봅니다. 이게 디에고 유저라서 편애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의 깊이가 달라요!”

목소리가 높아지고 빨라졌다. 그럼에도 또렷한 발음으로 말을 이었다.

“해설진분들이 설명을 잘해 주셨습니다. 정확한 딜 계산과 챔피언 이해도, 그냥 피지컬 빨이 아니라 이게 진짜 게임 실력 아닙니까? 미스틱 리그의 알파이자 오메가가 바로 이거거든요!”

-이거 찐 맞말임 ㅋㅋㅋ

-미잘알이라 그런지 설명 너무 찰지고 ㅋㅋㅋ

-ㄹㅇㅋㅋ 퍼지컬만 말하는 건 진짜 내려치기 하는 거자너

-역시 디에고 장인이다 이말이야

시청자들도 격한 호응을 아끼지 않았다. 엠부쉬는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저 같은 경우는 팀원들이 한타에서 딜을 쏟아부었으니까 계산이라고 할 것도 없었어요. 그냥 적은 놈한테 들이박으면 성공이었거든요. 그런데 퍼플 님은 존재 강탈하고, 챔피언 스킬까지 완전히 소화하시면서 궁각이랑 킬각을 같이 보셨잖아요?”

그는 다시 생각해도 놀라운지 탄사와 함께 고개를 흔들었다.

“와, 이건…… 진짜 상대랑 미리 합을 맞추고 해도 힘든 플레이에요. 피지컬이랑 센스, 챔피언 이해도에 타이밍까지. 이 네 박자가 진짜 완벽하신 겁니다.”

-설명 들으니까 진짜 더 미쳤네 ㅋㅋㅋ

-네박자 쿵짝 미쳤고 ㅋㅋㅋ

-퍼대관이냐고 ㅋㅋㅋㅋㅋ

-아 ㅋㅋ 네박자면 인정할 수밖에 없자너

시청자들이 흡족해하는 사이 그는 마지막 영상으로 넘어갔다.

“처음 말씀드렸듯이 야미는 제가 설명을 못 드립니다. 하지만 이거 보면서 깨달았어요. 퍼플 님이 프로가 아닌 이유가 있습니다.”

티어원과의 이벤트 매치, 그 마지막인 펜타 킬 장면이었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지자 그가 웃었다.

“퍼플 님이 프로 씬에 오시지 않아서예요. 이미 실력은 프로 중에서도 프로 수준이십니다.”

-엌ㅋㅋ 오늘 진짜 맞말만 하네

-ㄹㅇㅋㅋ 프로씬 들어오면 바로 인정받음

-???: 갓플이 어떻게 아마추어?

-???: 프로를 안 하시는데 어떻게 프로라고 불러요?

-야잌ㅋㅋㅋ이번에는 퍼세호냐고 ㅋㅋㅋ

-이게 진짜 프로불참러지 ㅋㅋㅋ

-ㄹㅇㅋㅋ 프로에 참여를 안 해줌ㅋㅋㅋ

엠부쉬는 채팅을 보며 웃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이번에 미친스머프 영상 보면서 엘리펀트 선수 심정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이런 분한테 도움 받을 기회가 온다? 진짜 감사가 절로 나오죠.”

이어 그는 카메라 쪽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런 의미에서 혹시 나중에 퍼플 님이 이 방송 보시면 언제든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정중히 머리를 숙였다.

“기회가 되면 가르침 청하고 싶습니다.”

* * *

비슷한 시각, 도심의 한 스터디 룸.

팀 퍼펙트의 멤버 4인은 엠부쉬의 방송을 같이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와……”

영상이 끝나자 조대한이 탄사를 흘렸다.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가슴 속에서 무언가 벅차올랐다.

‘진짜 우리 사장님, 알수록 대단하신 분이네.’

엠부쉬와 합방을 하게 된다면 그 명성이 더욱 높아지리라.

그는 눈을 빛내며 다른 사람들을 돌아봤다. 다들 자신과 같은 심정이라 생각했지만.

“야, 박쬬. 이건 따로 공식 오퍼가 온 건 아니지?”

“없었다. 선수 개인 결정이라 그런 것 같은데.”

“그럼 가볍게 일정 때문에 바쁜 걸로 거절해도 되겠네.”

다른 세 사람의 생각은 달랐다. 이에 조대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표정을 본 이경복이 이내 웃으며 설명했다.

“아, 제가 엘리펀트 선수를 왜 도와주었냐면……”

엘리펀트를 도와주게 된 이유는 백강민 감독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장례식까지는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기에 간략히 설명했다.

“아, 그런 일이……”

“그래서 라이벌 팀인 댄디를 도와주는 건 오히려 좀 피해야 될 일이거든요.”

“그치. 직접 얼굴을 본 것도 아닌데.”

조대한은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지만 이내 털어냈다.

‘하긴 우리 사장님이 어떤 분인데! 세계가 알아보는 천재가 아쉬울 게 없지.’

이미 공식 채널에 박제(?)가 되면서 세계에 이름이 알려졌다. 구태여 엠부쉬와 엮이지 않아도 인지도는 충분했다.

“특별히 문제될 건 아닌 것 같으니까 다시 시작하지.”

“아, 어디까지 얘기했었더라?”

“다음 컨텐츠에 대해서 논의 중이었습니다!”

“아아, 맞아. 지놈 님이 뭐 하신다면서?”

최병훈의 물음에 이경복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원래 미친스머프가 끝나면 팀 자체적으로 뒤풀이 컨텐츠를 하는 게 국룰이라고 그러더라고.”

“아, 그건 맞지. 보통 4강팀은 즐겁게 뒷풀이까지 하거든.”

“어, 그런데 우리는 우승까지 했으니까 좀 제대로 기획해보겠다고 기다려 달라고 그러더라.”

“그럼 그쪽은 지놈 님께 맡기고 우리 것만 신경 쓰면 되겠군. 계속 쉴 수는 없을 테니.”

퍼지데이의 첫 데뷔무대이자 장기 프로젝트였던 미친스머프 대회가 끝났다. 그간 쉬지 않았던 만큼 시청자들은 휴방을 관대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쉰다고 해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스트리머로서 다음 컨텐츠를 생각해야 했다.

“그런데 GGG에서 다시 제안이 왔다며?”

이경복의 물음에 박주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젯밤에 메일이 왔다. 아마 시기상 미친스머프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데.”

“야, 근데 거그 광고라면 보류하기로 했잖아? 취소도 아니고 제안이라고?”

최병훈이 어리둥절해하자 박주호가 미소를 지었다.

“그 조건으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거겠지. 새로 갱신된 제안서다.”

그가 파일을 준비하는 사이 조대한이 주먹을 쥐며 눈을 빛냈다.

“크으……! 역시 사장님! 갈수록 가치가 수직 상승하시네요!”

“이야, 오히려 미루니까 개이득이네! 한 번 더 미뤄보는 건 어떠냐?”

최병훈도 그에 맞장구를 치던 중이었다.

“그건 제안서를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거다. 그리고 이번에는 돈 보다 더 중요한 게 있기도 하고.”

“더 중요한 거?”

박주호가 파일을 띄웠다. 어리둥절했던 세 사람 앞에 나타난 로고.

그 로고에는 ‘GGG’가 아니라 커다란 ‘R’이 박혀 있었다.

이경복은 이게 뭔가 싶었지만 다른 두 사람은 달랐다.

“헉? 매니저님 이거?”

“뭐야? 이게 왜 나와?!”

그들이 놀라 기겁하자 이경복의 눈이 더욱 크게 뜨였다. 이 로고가 뭐라고 이렇게 놀란단 말인가.

“이게 뭔데?”

“역시 모를 줄 알았다.”

박주호는 그런 이경복의 반응에 웃으며 홀로그램 문서를 펼쳤다.

“미친스머프가 진행되는 사이 GGG가 광고 규모를 더 키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기가 잘 맞았지. 해외 게임사랑 콜라보를 잡았거든.”

“해외 게임사? 그럼 이 로고가?”

이경복은 로고,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최병훈과 조대한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둘 다 믿기지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사장님이 진짜 게임을 끊고 사시긴 하셨네요.”

“나도 매번 적응이 안 된다니까. 어떻게 이 로고를 모를 수가 있지?”

최병훈은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이 로고를 쓰는 개발사는 다름 아닌.

“너 GAT는 들어봤지?”

GAT, Grand Auto Thief의 개발사 ‘락앤롤 게임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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