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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13화 (213/491)

213화 - 광고가 더블! (2)

GAT, Grand Auto Thief 시리즈는 가상현실 이전, 콘솔과 PC 게임 시장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오픈월드와 자유도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게임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각 시리즈의 주인공과 스토리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그 덕분에 작품이 발매되면 여러 매체의 올해의 게임, GOTY 상을 수상했다.

“분명 추천 게임 목록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어, 그랬지.”

초창기 최병훈이 준비했던 컨텐츠 목록에도 포함된 게임이었다. 하지만 이경복에게 그 게임은 우선순위가 낮았다.

“그런데 네가 바크를 하기로 했었으니까.”

“GAT는 UI가 안 없어진다며. 첫 게임은 가상현실이라는 걸 즐기고 싶었거든.”

캡슐용 GAT는 몰입도를 최고로 설정해도 UI가 사라지지 않았다.

배경이 현대이고 작중 캐릭터가 각종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만큼 ‘게임’임을 지속적으로 인지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뭐, 네가 추천해 줄 정도면 괜찮은 게임일 테니 개발사도 괜찮은 곳이긴 하겠네.”

이경복의 대답에 최병훈은 살짝 코끝을 찡그렸다.

“락앤롤 게임즈는…… 그게 좀 애매하긴 해.”

“애매하다니?”

“나쁜 의미는 아닌데, 게이머들에게는 애증의 개발사지. 게임을 너무 잘 만들거든. 아주 명작 수준으로.”

이경복은 그 대답에 눈을 껌뻑였다. 개발사가 게임을 잘 만들면 좋은 게 아닌가?

조대한이 슬쩍 끼어들었다.

“사장님, 캡슐용 GAT가 언제 나온 게임이신지 아세요?”

“오래됐어요?”

“아주 오래됐죠. 무려 1세대 캡슐이랑 같이 출시된 작품이니까요.”

그 대답에 이경복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옆에 있던 박주호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도 잘은 몰라서 조사를 해봤지. GAT의 인기는 줄곧 상승세를 유지했다. 덕분에 락앤롤 게임즈는 후속작을 만들지 않았어.”

“솔직히 후속작 만들 필요가 없지. 조금씩 업데이트만 해도 구매량이 계속 늘어나니까. 게다가 온라인 기능 추가하면서 인게임 화폐까지 팔거든? 그러면 이미 산 사람도 또 돈을 내는 거야.”

최병훈이 첨언했다. 그제야 이경복은 게임을 ‘잘’ 만드는 게 문제가 되는 이유를 깨달았다.

“확실히 그런 상황이면 오래된 팬일수록 오히려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겠네.”

고개를 주억거리던 이경복은 이내 의아한 듯 눈을 굴렸다.

“그런데 그런 개발사가 뭐가 아쉬워서 GGG랑 콜라보를 하는 거지? 따로 홍보할 이유가 없지 않나?”

“어…… 그러고 보니 그러네?”

“GAT 정도면 진짜 월클 게임이니까요.”

그의 물음에 다들 같은 의문을 떠올렸다. 이내 모아진 시선은 박주호에게 향했다.

“제안서에는 대외비라 상세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라면, 대외비가 GGG 측 요청이 아니라 락앤롤 게임즈 요청이라고 명시가 되어 있다는 거지.”

그가 손을 움직여 제안서에 적힌 항목을 확대했다. 그의 설명대로였다.

“그렇다면 락앤롤 게임즈 쪽에서 뭔가 숨겨야 할 만한 걸 준비했다는 건가?”

“오, 그러네요! GGG는 밝혀도 괜찮지만 락앤롤에서 제지한 느낌입니다.”

다른 두 사람의 반응에 이경복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GGG의 단독 제안이라면 가볍게 생각했겠지만 락앤롤 게임즈가 끼니까 호기심이 동했다.

‘일단 불안한 느낌은 없는데.’

신기는 잠잠했다.

조금이라도 불안했다면 더 자세히 점을 쳐봤겠지만 그럴 요인조차 없었다.

“그럼, 이야기 정도는 들어보자.”

이경복은 싱긋 웃음 지었다.

관계자를 직접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터였다.

* * *

약속된 미팅 당일, GGG 사옥.

이경복은 회의실에 들어서며 밝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스트리머, 퍼플입니다.”

“아이고! 어서 오세요! 이야, 이거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GGG의 마케팅 팀장이 격하게, 그리고 진심이 담긴 미소와 함께 그를 환대했다.

“그러네요. 잘 지내셨죠?”

“저야 뭐 별일 없었죠. 아, 미친스머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우승 축하드려요!”

“아하하, 감사합니다.”

팀장이 적극 아는 체를 하자 이경복은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이내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미팅에 참가한 건 마케팅 팀장만이 아니었다.

“저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역시나 소문대로 대단하시더군요.”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그러나 팀장과 달리 조금 더 여유가 엿보이는 남자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락앤롤 게임즈 한국지사를 맡고 있는, 마이클 킴입니다.”

그 말에 뒤에 있던 박주호의 눈이 꿈틀거렸다.

‘캡 컴퍼니에 이어서 이번에도 지사장이?’

데몬 머스트 크라이 계약 때도 지사장이 나왔다. 그는 놀란 속내를 감추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 녀석이 이제는 지사장급을 만날 수준이라는 거겠지.’

이경복의 가치가 상승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이제 이 정도가 기준이 될 터, 매니저로서 일희일비할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한 번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닿았네요. 데머크 흥행의 주역이라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데머크요?”

지사장의 말에 이경복이 눈을 껌뻑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였다.

“아, 제가 프랭크, 캡 컴퍼니 지사장 그 친구랑 친분이 있습니다. 원체 게임 업계가 좁지 않습니까? 그중에서도 저처럼 해외게임 유통이나 서비스를 맡은 한국지사장들은 두루두루 친한 편이지요.”

“그렇죠. 아마 한국 지사를 둔 개발사 중에 퍼플 님 이름을 모르는 곳은 없을 겁니다.”

마케팅 팀장이 슬쩍 끼어들며 첨언했다.

“와…… 대박.”

그 말에 감탄이 터졌다.

하지만 이경복이나 박주호는 아니었다.

“헙, 죄송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탄사를 터트린 사람, 조대한은 황급히 입을 다물며 고개를 숙였다.

“아, 제 매니저는 아시겠지만 이쪽은 처음이었죠?”

이에 이경복이 웃으며 조대한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이번에 새로 채용한 직원입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죠. 락앤롤 게임즈가 같이 자리하신다고 해서 같이 왔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미팅에 그를 통역으로 데려와야 할 때가 올지 몰랐다.

이에 이경복은 경험을 쌓으라는 의미로 조대한을 대동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조대한이라고 합니다!”

조대한이 당찬 목소리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기죽지 말자!’

이경복이 소개한 직함은 박주호의 아이디어였다. 지금과 같이 외부 미팅에서 주눅 들지 말라고 대외용으로 만들어 준 직함이었다.

실상 직무도 비슷했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우, 한국말을 엄청 잘하시네요. 반갑습니다.”

“하기야 퍼플 님이 지금 세계적으로 유명해지신 마당이니 글로벌 커뮤니케이션도 신경을 쓰셔야겠죠.”

두 사람은 그 동행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가볍게 안부와 인사를 마친 사람들은 각자 자리를 잡았다.

“다시 한 번 내방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일단 먼저 상세 제안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친목을 다지는 것도 좋지만 결국은 비즈니스가 우선이었다.

팀장이 손을 움직이자 홀로그램 제안서가 세 사람 앞에 나타났다.

“메일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번 제안서와는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그가 가볍게 목을 가다듬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에 광고할 게임은 캡슐용 거너그라운드가 아닙니다.”

팀장은 기존 제안서와 달라진 점을 먼저 짚어주었다.

“모바일 버전인 거너그라운드 쇼다운이 정식 출시됐습니다. 브스타에서 플레이 해보신 거 기억하시죠?”

이경복이 미친스머프 대회에 참여하는 동안 모바일 버전이 출시됐다.

팀장의 물음에 그가 활짝 웃었다.

“아, 물론입니다. 게임쇼에서 꽤 재미있게 했던 게임 중 하나죠. AR기술로 장애물도 형성되고, 그때 상품으로 한정 스킨까지 받았으니까요.”

그 대답에 팀장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경복이 기억해주니 절로 웃음이 나온 것이라.

“네, 바로 그겁니다! 카우보이 스킨! 이번에 ‘쇼다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서부를 배경으로 광고 영상을 찍을 계획입니다.”

“오? 혹시 그 동시에 권총 뽑아서 대결하는 그런 장면인가요?”

“그렇죠! 서부극하면 딱 떠오르는 장면! 아, 물론 실제 촬영은 아닙니다. 캡슐용 거너 그라운드 엔진으로 장면을 만들 겁니다. 모바일과 캡슐, 두 가지 전부 광고를 하는 셈이죠.”

이경복이 관심을 보이자 마케팅 팀장은 열띤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 사이 박주호는 제안서를 훑다가 가볍게 손을 들어 주의를 끌었다.

“제안서를 보니 플레이가 아니라 영상만 촬영하는 게 맞습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이경복은 의아해해 했지만 이내 그 의도를 파악했다.

‘촬영만 하는데 광고 대금이 4천만 원?’

제안서에 명시된 금액이 단순 영상 촬영만으로는 꽤 큰 액수였다.

‘이 정도면 구독자 200만 수준 아닌가?’

그간의 경험으로 이경복도 얼추 광고 기준에 대해 감이 잡혀 있었다. 하지만 그 기준은 보통 게임의 플레이와 큐튜브 영상 업로드를 전제했다.

‘확실히 좀 이상하긴 하네.’

게임을 하지 않는데 오히려 금액이 더 높으니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게 분명했다.

그리고 팀장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맞습니다. 광고 영상만 촬영해 주시면 됩니다.”

그의 확언에 박주호의 눈이 더욱 가늘어졌다. 그 변화에 팀장은 웃음을 흘렸다.

“이 부분은 잠깐 설명이 필요하겠네요. 사실, 현재 퍼플 님 인지도를 생각하면 과한 금액은 아닙니다.”

그의 시선이 이경복 쪽으로 돌아갔다.

“오늘 아침에도 확인했는데 현재 구독자가 160만 정도시지 않습니까? 제가 첫 제안서 작성 당시, 그러니까 미친스머프 시작 전에는 약 110만 대였던 걸로 기억을 합니다.”

현재 큐튜브 채널 구독자가 160만대, 그러나 그 대우는 200만 큐튜버에 준하는 수준이었다.

박주호가 경계심이 생긴 것은 그 격차 때문이었다.

“퍼플 님의 가치는 줄곧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컨텐츠가 진행될 때마다 급상승을 반복하고 있죠. 그리고 저는 광고도 하나의 컨텐츠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예, 퍼플 님을 200만 큐튜버로 대우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번 광고 방송이 진행되면 또 한 번의 급상승이 예상되거든요. 그런데 저희 게임의 광고 모델이 되실 분을 저희가 평가 절하해야 되겠습니까?”

팀장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지만 박주호의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다.

“칭찬은 감사드리지만, 저희는 조금 더 ‘실리적’인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박주호는 그가 말로 어떤 금칠을 하던 핵심을 놓치지 않았다.

‘회사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

비즈니스는 감성이 아니라 이성으로 이루어진다. 팀장의 설명은 듣기는 좋았지만 ‘사측’의 이익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매번 느끼지만 매니저님이 철두철미하신 성격 같습니다.”

팀장은 실소를 흘리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좀 더 비즈니스적인 측면으로 설명을 드리자면, 광고 타겟층의 다변화를 이유로 꼽을 수 있겠네요.”

“타겟?”

“예.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이번 미친스머프 대회로 외국인 시청자층이 늘어나셨을 거라 판단됩니다. MCK에서도 언급이 되셨고, 공식 채널에서도 중계를 해줄 정도였으니까요.”

이경복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친스머프가 진행되면서 대량의 구독자가 유입되었다. 그중에는 국내 시청자만이 아니라 해외 시청자도 상당했다.

“과연, 국내 광고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해외 광고 효과도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박주호의 말에 팀장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습니다. 물론 부가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준은 아니지요. 그리고 이번 대회 상금까지 받으시지 않았습니까? 각 멤버별 천만 원, 퍼플 님께서도 수입이 생기셨죠. 그래서 더 대금을 올린 측면도 있습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부족할수록 적은 금액에도 휘둘린다. 반대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더 큰 금액을 제시해야 움직인다.

“이와 같이 복합적인 이유로, 저희로서는 합리적인 금액을 제시했다고 자신합니다.”

팀장은 당당하게 설명을 맺었다.

‘사장님만 대단한 게 아니었구나.’

조대한은 마른 침을 삼키며 눈을 굴렸다. 일이라고는 파트타임 모델만 했던 그로서는 생소한 경험이었다.

박주호는 힐끗 이경복과 시선을 교환했다. 최종결정자인 이경복이 옅은 미소를 짓자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상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하하, 아닙니다. 서로에게 득이 된다는 점을 짚어주니 오히려 더 좋네요.”

팀장은 웃음을 흘리고는 가볍게 제안서를 옆으로 밀어냈다.

이에 이경복이 의아해하는 사이.

“이거, 저도 혹 오해가 없도록 말을 잘해야겠군요.”

그간 잠자코 있던 지사장이 입을 열었다.

“GGG사와 콜라보를 기획했지만 퍼플 님께 드릴 제안은 별개입니다. 저희는 광고 영상 촬영을 제안 드리는 게 아니거든요.”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 중 락앤롤게임즈와 관련된 건 없었다. 두 회사가 같이 이벤트를 진행하지만 계약은 각기 다르기 때문이었다.

‘아, 그러네? 생각해 보니까 GAT랑 관련된 부분은 하나도 없었어.’

조대한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다가 눈을 크게 떴다.

‘……잠깐.’

문득 머릿속에 번쩍이며 스쳐 지나간 생각이었다.

‘컨셉이 다른데?’

GAT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얘기했던 쇼다운과 카우보이는 배경이 맞지 않는다. 마케팅 팀장이 직접 ‘서부’가 컨셉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서부 컨셉? 설마!?’

그가 떠오른 생각에 놀라는 사이 지사장은 준비해 놓은 제안서를 띄웠다.

“헙.”

이윽고 조대한은 제안서에 박힌 게임로고를 보며 헛숨을 삼켰다.

다행히 그 소리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은 없었다.

“서부극하면 저희 회사에도 자랑할 만한 작품이죠.”

지사장은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며 로고를 가리켰다.

[Royal Desperate Revenge]

락앤롤 게임즈가 준비한 건 이미 인기 있는 GAT 시리즈가 아니었다.

“로열 데스퍼레이트 리벤지. 해외에서는 RDR, 국내에서는 로데리라고 줄여 부르곤 합니다.”

“로데리?”

“예, 이번에 캡슐용으로 신작이 나올 예정입니다.”

지사장은 이경복을 직시하며 웃음 지었다.

“이 게임의 플레이를 퍼플 님께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서부개척시대로의 초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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