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16화 (216/491)

216화 - 보안관 알렉스 (1)

3일.

이경복이 미친스머프 대회를 마치고 방송을 쉰 기간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얼마 안 되는 시간이겠지만 시청자들에게는 길게만 느껴졌던 시간.

“트하!”

이경복이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네자 채팅창은 그 시간을 보상받겠다는 듯 솟구치기 시작했다.

-드디어 왔구나 퍼태식이!

-오랫동안 당신의 방송을 기다려왔다우

-3일 만에 부활? 이거 완전?

-휴방인데 뭔 부활이냐고 ㅋㅋ

-건강보다 방송이 우선입니다 ㅠ

-아닠ㅋㅋㅋ 갓플도 좀 쉬자!

-쉬는 건 좋은데 우리도 힘들었어!

-숙제한다고 제대로 쉰 것도 아니긴 함 ㅋㅋ

-앞으로 쉴 거면 이번에 올린 B컷처럼 일상 영상 올려달라고!

-ㄹㅇㅋㅋ ‘퍼펙트-극장’ 정기 컨텐츠 ㄱㄱ

-??? : 내가 쉬지 말라는 게 아니야. 휴방이라도 최소한의 업로드는 하고 쉬라는 거야.

-??? : 지킬 것만 지키면 터치 안 해

-무슨 당직사관이냐고 ㅋㅋㅋㅋ

‘여전히들 귀엽다니까.’

이경복은 웃음을 흘리며 가볍게 손뼉을 쳐서 주의를 끌었다.

“며칠 휴방 한 것뿐인데 되게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네요. 저도 쉬면서 방송을 하고 싶긴 했습니다.”

사실상 광고 촬영으로 쉬는 날은 하루 정도뿐이었다. 그럼에도 이경복은 방송이 하고 싶었다.

똑같이 카메라를 보면서 말을 하지만, 시청자들과 실시간 소통 유무가 차이가 컸다.

그럼에도 휴식이 필요한 이유.

“그래도 방송은 저만 하는 게 아니니까요. 매니저와 편집자, 그리고 이번에 새로 합류한 번역가님을 위해서라도 양해 부탁드릴게요.”

친구들과 조대한을 위해서였다.

-RGRG

-롱런하려면 템포 조절은 필수임

-이번만이 아니라 다음에도 양해할 겁니다?

-방송이 우선이 되려면 직원들 잘 챙겨야 된다 이말이야

-개인 건강 보다 팀 건강을 우선하라는 말이었고?

시청자들 역시 그 사정을 이해했다. 다들 기다림에 장난식으로 말한 것이지 진심으로 말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자, 그럼 오늘 방송에 대해 간략히 설명 드릴게요. 퍼튜브 영상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못 보신 분들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엌ㅋㅋㅋ 바로 자본주의 ON!

-5252 온오프 반응속도도 퍼지컬인 거냐구웃!

-B컷을 안 본 사람이 있다고?

-갓플 월클 돼서 외국인 시청자들도 많자너~

-퍼튜브 확인 안 하면 외국인이 맏따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웃는 사이 이경복은 간략히 ‘로열 데스퍼레이트 리벤지’에 대해 설명했다.

“저는 몰랐는데 진짜 엄청 유명한 작품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기대가 됩니다.”

-PC랑 콘솔 때 나온 로데리 2는 진짜 명작이긴 함ㅋㅋ

-호불호 갈리긴 하는데 취향 맞으면 이만한 게임이 없었지

-진짜 ㅋㅋㅋ 미국인도 아닌데 미국 서부 생활한 느낌

-GAT 때문에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게 캡슐로 나오네

-이제라도 나온 게 어디임 ㅋㅋ

-아재들 아는 게임 나오자마자 나오는 거 보소 ㅋㅋㅋ

이경복이 기대를 내비치자 옛 팬들도 덩달아 흥겨워했다. 그 사이 몇몇 시청자들이 의문을 표했다.

-근데 이거 왜 발표를 안 했음?

-이렇게 기습 발표하는 건 둠스데이 이후로 또 오랜만이네 ㅋㅋㅋ

-엌ㅋㅋㅋ 둠스데이 상남자 발표

-그게 뭐임?

-트레일러 공개했는데 마지막에 발매일에 ‘내일’ 딱 박아놓음

-무친ㅋㅋㅋ 최상남자였네 ㅋㅋㅋ

이경복이 그에 무어라 대답할지 고민하는 와중 다른 시청자들이 답을 내놓았다.

-킹직히 이거 다 락앤롤 업보임 ㅋㅋㅋ

-맞말인게 ㅋㅋ GAT 올인하는 와중에 출시 발표했다가 연기하면 욕 뒤지게 먹음

-ㄹㅇㅋㅋ 진짜 어쩔 수 없는 이유여도 GAT 때문에 밀렸다고 생각할 듯

-나라도 완성될 즈음에 마케팅 플랜 짰을 듯 ㅋㅋㅋ

구태여 개발사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게 놔둘 이유가 없었다. 이경복은 짧게 목을 가다듬으며 주의를 끌었다.

“자,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로데리! 지금 스트림에서 바로 구매해서 플레이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방송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는 않겠죠?”

-아 ㅋㅋ 숙제는 해도 시청자 이탈은 못 참지

-게임 사놓고 방송을 보라고 ㅋㅋㅋ

-여윽시 자본주의의 화신이다 이말이야

-근데 갓플이 하는 거 보면 재밌어보여서 어차피 사게 됨 ㅋㅋㅋ

여느 때처럼 그를 몰아가는 시청자들의 채팅. 이경복은 그것을 보며 게임을 시작했다.

“자, 그럼 서부 개척 시대로 가보겠습니다!”

이내 화면이 전환되면서 인트로 컷신이 재생됐다.

“오, 이거 무슨 그랜드 캐니언 같네요.”

첫 장면부터 이경복은 탄사를 터트렸다. 광활한 대자연이 조감도로 펼쳐졌다.

“축복받은 대지.”

이경복의 목소리가 덧씌워진 나레이션에 시청자들이 흡족해 했다.

-퍼펙트 보이스 더빙 좋고좋고

-진짜 이 형 목소리는 어디 붙여도 좋네 ㅋㅋㅋ

-뭔가 그 분위기가 있음 ㅋㅋㅋ

더불어 슬라이드 사진처럼 배경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서부극의 주로 나오는 황야는 물론 동물들이 뛰노는 초지와 안개 낀 늪지, 그리고 눈 덮인 산맥의 모습도 나타났다.

-진짜 미국은 시작부터 치트네

-스타팅포인트 미쳤고?

-빨강사기맵 수듄 ㅋㅋㅋ

-벌써부터 가장이 웅슴해진다

시청자들도 그 광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축복받지 못한 사람들.”

이어지는 나레이션과 함께 화면이 바뀌었다.

피로에 찌든 광부들과 말끔한 양복을 입은 채 금괴를 바라보며 웃는 자본가들, 반다나로 얼굴의 절반을 가린 무법자들의 아지트, 그리고 증기기관차가 도착하는 대도시가 지나갔다.

-와씨…… 이건 진짜 현실 같네

-GAT 때부터 느끼긴 했는데 락앤롤이 잘 만들긴 한다 ㅋㅋㅋ

-아씨 ㅋㅋㅋ 또 차기작 안 나오겠네

-아니 왜 이렇게 잘 만드냐고!

시청자들은 그 광경에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리고 저주받을 개자식들.”

다시금 화면이 전환되면서 총성과 비명이 터졌다. 은행에서 얼굴을 가린 무법자들이 인질들에게 총을 겨누고, 금고를 털었다.

이어 뒤바뀐 화면 속에는 일련의 말을 탄 강도들이 기차를 쫓았다. 그들은 기차에 뛰어들어 승객들의 금품을 갈취했다.

-WA! 강도!

-서부극이면 역시 이런 맛이지!

-ㅁㅊㄷㅁㅊㅇ

-이게 리얼 갱스터지 ㅋㅋㅋ

무법자가 있다면 그들을 뒤쫓는 이들도 있는 법.

“법이 우리를 지켜줄 거라 믿었다.”

현상금 사냥꾼들이 무법자들을 사살하거나 결박해 보안관에게 넘기고 돈을 받았다.

그렇게 투옥된 무법자들은 교수형에 처해지거나 혹은 동료들의 도움을 받고 탈옥을 감행했다.

-와 ㅅㅂ 이거 전부 플레이 가능하다는 거?

-GAT 생각하면 다 되는 거임

-인트로부터 꿀잼 확정 ㅋㅋㅋ

-아 ㅋㅋ 바로 구매 간다

이내 뚝하고 소리가 끊기며 화면이 암전됐다.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 모두 집중했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생각이었다.”

새로이 전환된 화면에는 2명의 총잡이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우리가, 법을 지키는 거다.”

서부극이라면 떠오르는 ‘결투’ 였다. 두 총잡이는 거의 동시에 총을 뽑았다.

그러나 총성은 하나뿐이었다.

“때로는 무법자의 방식으로.”

나레이션과 함께 화면이 돌아가며 지평선 위로 저물어가는 석양을 보여주며 게임 로고가 나타났다.

-캬! 감성 미쳤다 ㅋㅋㅋㅋ

-석양은 ㅇㅈ이지

-이게 인트로? 이게 인트로? 이게 인트로?

-아직 게임 시작도 안 했는데 왜 소름?

-엘든소울 이후로 오랜만에 인트로만 보고 찡했다 ㅋㅋㅋ

-영상미도 좋은데 갓플 나레이션이 개사기네 ㅋㅋㅋㅋ

이경복 역시 탄사를 내뱉었다.

“와…… 저는 진짜 서부극은 거의 모르는데 보자마자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막 드네요. 왜 좋아하시는지 알 것 같습니다.”

-이건 숙제 아니라도 킹정임 ㅋㅋㅋ

-인트로부터 대작 냄새 풀풀 풍겨버리고?

-갓작과 갓플의 만남? 이건 무적권 꿀잼각 ㅋㅋㅋㅋ

기대에 가득해진 채팅창에 이경복은 웃음을 흘렸다.

“머뭇거릴 틈이 없네요! 바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경복이 게임을 시작하자 화면이 뒤바뀌었다. 하지만 통제권은 느껴지지 않았다.

스토리 컷신으로 진입했기 때문이었다.

“아, 주인공이 보안관인가 봅니다.”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감옥문이 닫혔다. 갇힌 남자는 이제 고등학생 정도로 되었을 법한 청년이었다.

“알렉스! 잘못은 그 자식이 먼저 했다고요!”

그는 억울하다는 듯 창살을 붙잡고 소리쳤다. 주인공, 알렉스는 짧게 한숨을 내뱉고 청년을 돌아봤다.

“빌리, 아버지를 그렇게 이름으로 부르지 마라.”

이어지는 알렉스의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가득해졌다.

-자기 아들을 가뒀다고?

-가차 없는 법집행 ㅎㄷㄷ

-가차가 없다고? 확정이라는 뜻인가?

-아 ㅋㅋ 현실 법집행은 가챠긴 하지 ㅋㅋㅋ

-ㄹㅇㅋㅋ 돈 없으면 들어가자너

-헉!

-논란될 말 검지검지~

그러나 이내 이어지는 아들, 빌리의 말에 다들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자식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먼저 욕보였다고요! 감옥에 갇혀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그놈이라고요!”

알렉스는 이에 씁쓸한 표정으로 빌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빌리, 아무리 화가 나도 이 마을의 보안관은 나다.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 처분은 내가 해야 하는 거야. 네가 할 일은 나를 부르는 거였고.”

“아버지!”

“잠깐 머리를 식히고 있어라. 이건 내가 해결할 테니.”

알렉스는 성난 아들을 뒤로하고 보안관 사무소를 나섰다. 그와 함께 통제권이 돌아왔다.

“아, 역시 UI가 있네요. 이건 퀘스트 위치 알려 주는 것 같습니다.”

이경복은 시야에 나타난 미니맵과 노란색 퀘스트 포인터을 확인했다.

-이건 킹쩔수 없음 ㅋㅋㅋ

-UI 없으면 헷갈릴 만하긴 해

-진짜 현실 같긴 하네 ㅋㅋ

-게임을 너무 잘 만들어서 문제 ㅋㅋㅋ

-락앤롤 게임즈가 괜히 현실 지명 못 쓰는 게 아님 ㅋㅋㅋ

-ㄹㅇㅋㅋ GAT도 초기에 현실 지명 썼다가 경고 받았자너

이경복도 마을을 거닐면서 그 채팅에 공감했다.

“아마 직접 해 보시면 더 실감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일단 우리 아들 녀석 괴롭힌 놈부터 찾아가겠습니다.”

-엌ㅋㅋㅋ 우리 아들ㅋㅋㅋ

-바로 몰입하는 거 보소 ㅋㅋㅋ

-알고 보니 서부 개척시대 부모 시뮬레이션이었고?

-이게 그 쾌락 없는 책임인가 그거냐?

이경복은 시청자들 반응에 웃으며 한 마디를 더했다.

“아니, 저 혼자 키우는 게 아니죠. ‘우리’라고 했잖아요? 시청자분들도 같이 키우는 겁니다.”

-트수한테 자식 교육을?

-ㄹㅇㅋㅋ 이건 빌리 입장도 들어봐야 된다

-좋게좋게 삼촌 이모로 합시다

-빌리 : 아빠!? 삼촌 이모가 왜 1만 명이 넘어요?

-진짜 겁나 황당하겠네 ㅋㅋㅋㅋ

잔망스럽게 떠드는 채팅에 이경복이 웃는 와중이었다.

“알렉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

마을 주민이 불쑥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이경복이 돌아보니 그가 짧게 혀를 찼다.

“그나저나 얘기는 들었지? 빌리가 또 한바탕 한 거.”

이경복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대답했다.

“예, 그런데 자세한 얘기는 못 들었습니다.”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차피 빌리 잘못은 아니겠지. 그 멍청한 놈은 주먹질도 못 하는 게 입만 살아 가지고는……”

주민은 못마땅한 눈초리로 시선을 돌렸다.

“그 멍청이가 마구간으로 가는 걸 봤어. 한 번 호되게 혼을 좀 내주게.”

“네, 감사합니다.”

이경복은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네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오…… 컷신도 아닌데 대화가 되게 자연스럽네요.”

그리고 감탄했다.

이전에 한 게임들 대부분이 컷신을 ‘감상’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방금 전에 컷신인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락앤롤이 AI가 또 대단하지 ㅋㅋㅋ

-사람들이 GAT를 쉽게 못 끊는 이유 중 하나자너

-세계관 안 벗어나면 계속 대화가 이어지긴 함 ㅋㅋㅋ

-세계관 안 맞는 얘기하면 GAT에서는 미친놈 취급받는데 여기서도 그러려나?

-이게 진짜 롤 플레이지!

이경복은 시청자들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자유도를 내세울 만하네.’

그 사이 그는 포인터가 가리키는 건물, 마구간에 도착했다.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마구간이라고는 해도 크지 않았다.

문을 밀자 끼익하며 불쾌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물을 마시던 말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이경복은 주저 없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신기를 통해 그 불량배가 어디에 숨어있는지는 훤히 보였다.

“아, 알렉스?!”

마구간 구석에 숨어있던 불량배가 이경복을 보고 펄쩍 뛰었다.

붉게 상기된 얼굴과 옆에 나뒹구는 병들, 그리고 풍겨오는 술 냄새.

“꽤 독한 술인 것 같네.”

-미성년자가 술을 마셔?!

-내 안의 유교본능이 요동친다!

-라벨 없는 거 보면 문샤인이네

-문샤인은 또 뭐임?

-정보)서부극에 나오는 밀주를 문샤인이라고 함

-고마워요 웨스턴웨건!

그 사이 불량배의 눈이 빠르게 흔들렸다.

“뭐, 뭐야? 왜 멋대로 마구간에 들어오는데!”

“미국배경이라 그런지 존댓말이 없나? 아닌데, 빌리는 존댓말 잘했죠?”

이경복의 물음에 채팅창이 ‘ㅔ’와 ‘ㅇㅇ’로 가득해졌다. 이에 그가 싱긋 웃었다.

“그럼 얘가 버르장머리가 없는 거네요.”

“이대로 잡힐까 보냐!”

불량배는 이경복을 밀치려는 듯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런 주정뱅이에게 당할 그가 아니었다.

이경복이 옆으로 비켜서자 불량배는 제 스스로 발이 꼬여 앞으로 고꾸라졌다.

“끄억… 이 개자식이……!”

진흙 범벅이 된 불량배는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주먹을 쥐었다.

그와 함께 잠시 게임이 멈추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플레이어의 행동은 알렉스의 ‘성향’과 연결됩니다.]

[성향은 ‘준법’과 ‘무법’으로 나누어집니다. 예를 들어 눈앞의 불량배를 제압해 체포해 ‘준법’성향을 선보이거나 혹은 두들겨 패거나 총으로 쏴서 ‘무법’ 성향을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성향 정도에 따라 NPC마다 알렉스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그 메시지에 시청자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오? 일단 초반이니까 준법으로 가야할 듯?

-트러블 피하려면 준법으로 가야지

-우리 아들 건드린 놈인데 그냥 체포만 한다고?

-킹직히 좀 맞아야 정신 차리지

ㅋㅋㅋ

-그냥 쏴죽이면 안 되나?

-무법자 바로 등판 ㅎㄷㄷ

-채팅창도 성향 겁나 갈리네 ㅋㅋㅋㅋ

이경복은 이에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일단 플레이는 제 마음대로 하겠습니다. 아마 이런 결정을 꽤 많이 해야 할 텐데, 매번 여러분들 의견을 수렴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게 맏찌 ㅋㅋㅋ

-우리 형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원하는 성향 하고 싶으면 게임 사서 하라고 ㅋㅋㅋㅋ

-갓플은 어느 쪽 성향으로 가든 꿀잼 보장이쥬?

그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경복은 이에 메시지를 치우고 다시 플레이로 돌입했다.

술 취한 불량배가 주먹질을 시작했다.

“그래도 아들한테 손을 댄 놈이니까 곱게 체포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는 자세를 잡았다.

능숙한 복싱 자세였다.

이경복은 날아드는 주먹을 옆으로 쳐내며 불량배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불량배쉑 붕쯔붕쯔 잼 ㅋㅋㅋㅋ

-엌ㅋㅋㅋ 인간 샌드백

-아 ㅋㅋ 코피 터지면 진 건데

-이 형 진짜 찰지게 때리네 ㅋㅋ

싸움 자체는 오래 가지 않았다. 이경복의 일방적인 구타에 불량배는 다시금 바닥에 쓰러졌다.

“하, 항복… 항복할게요!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퉁퉁 부은 얼굴로 불량배가 사죄했다. 이경복은 코웃음을 치고는 허리춤을 뒤졌다.

굵직한 밧줄을 꺼낸 그는 불량배의 양손을 묶었다.

“일어서.”

“네, 네…!”

비틀거리며 불량배가 일어서자 이경복의 눈앞에 ‘+’ 아이콘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오? 준법성향으로 된 거?

-아 ㅋㅋ 개척시대에 이 정도는 마사지 수준이다 이 말이야

-ㄹㅇㅋㅋ 무법자였으면 이미 죽었음

-살려뒀으면 준법이지 ㅋㅋㅋ

-체포했으니까 법 지킨 거자넠ㅋ

이경복은 불량배를 데리고 다시 사무소로 향했다. 이내 사무소 문이 열리자 스토리 컷신으로 바뀌었다.

“들어가라.”

“으으으…”

불량배는 신음을 흘리며 몸을 눕혔다. 맞은편 감옥에 있던 빌리가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가 하신 거예요? 정말 잘 하셨어요!”

“체포 과정에서 약간의 마찰이 있었을 뿐이야.”

알렉스가 미소와 함께 말하다가 이내 엄격한 얼굴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네가 바로 나올 수 있을 거란 얘기는 아니다. 빌리, 조금 더 반성해…”

그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갑자기 벌컥 사무소 문이 열리더니 일련의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여기 보안관인가?”

“그쪽은 누군데… 연방보안관? 연방보안관이 이런 외진 마을에 무슨 일로?”

알렉스는 불쾌한 듯 그들을 바라보다가 배지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연방보안관이면 더 높은 직급 아님?

-뭐지? 불시점검인 것인가?

-서부극에 무슨 불시점검이여 ㅋㅋㅋㅋ

-큰 거 오나? 큰 거 오나?

-슬슬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가봉가

시청자들은 그들의 등장에 기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경복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본격적인 시작은 맞긴 한데.’

이경복의 눈이 절로 가늘어졌다.

신기에 감지되는 이들의 느낌은 무척이나 불쾌했다.

‘악역들이랑 엮이나 보네.’

명백한 악역의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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